민들레처럼 박노해 일주일 단식 끝에 덥수룩한 수염 초췌한 몰골로 파란 수의에 검정고무신을 끌고 어질 어질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굴비처럼 줄줄이 엮인 잡범들 사이에서 "박노해씨 힘내십시오" 어느 도적놈인진 조직폭력배인지 민들레꽃 한 송이 묶인 내 손에 살짝 쥐어주며 환한 꽃인사로 스쳐갑니다 철커덩, 어둑한 감치방에 넣어져 노란 민들레꽃을 코에도 볼에도 대어보고 눈에도 입에도 맞춰보며 흠흠 포근한 새봄을 애무합니다 민들레꽃 한 송이로 번져오는 생명의 향기에 취하여 아 산다는 것은 정녕 아름다운 것이야 그러다가 문득 내가 무엇이길래...... 긴장된 마음으로 자세를 바로하며 민들레 꽃을 바라봅니다 어디선가 묶은 손으로 이 꽃을 꺾어 정성껏 품에 안고 와 내 손에까지 몰래 쥐어준 그분의 애정과 속뜻을 정신차려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