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시, 소설도 보고 9

조세희의 미공개 노트

“당분간 우리는 모든 싸움에서 지기만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갑자기 페북 뉴스피드에 위의 문구가 여기저기 눈에 뜨여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아래 기사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82114.html 한겨레의 이문영 기자가 조세희 샘의 '숨겨진 작업 노트' 22권이 공개된 것에 붙여 쓴 기사에 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기사의 말미에 조세희 샘이 작업노트 어느 구석에 남긴 이 문장이 워낙 인상적이고, 여전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던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하다. 좀더 치열해져야 한다. 덧붙여,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올초부터 앞으로 더이상 보지 않거나 책 욕심에 억지로 보관..

조세희 샘, 그가 쓴 난쏘공과 관련된 추모 글 등

조세희 샘, 그가 쓴 난쏘공과 관련된 글을 모아봤다. 나도 난쏘공을 읽어보긴 했고, 조세희 샘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그의 소설이나 삶에 감화 받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하기엔 다들 이미 머리가 너무 크지 않았나 싶다. 페북에 넘쳐나는 추모 분위기는 몰라도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는 건 오바가 아닐까. 적당히 하자.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73096.html “우리 모두는 난쟁이”…‘난쏘공’ 작가 조세희 잠들다 (한겨레, 최재봉 기자, 2022-12-25 20:51) 지난 4월 코로나로 의식 잃어…향년 80 약자 아픔 향한 눈으로 불평등을 쏘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1915520005361?di..

송경동,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송경동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하면서는 한진 노동자들이 조남호 회장과 교섭하며 자신들 정리해고 철회뿐만 아니라 정규직인 자신들보다 우선해고된 1500여명의 비정규직과 필리핀 수빅조선소에 고용되어 있다는 2만여명의 비정규노동자들 권리와 관련된 문제를 의제로 삼아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조남호는 수빅조선소로 수주 물량을 빼돌려 한진중공업의 일거리를 없애 만든 인위적인 경영상 위기를 정리해고 명분으로 삼았다. 그런 필연적인 연유를 떠나서도 처지가 같은 노동자들끼리 함께 살기를 모색하는 것 난 그게 온당한 노동자들의 운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꿈꾸는 소리는 하지 말라 했다 박근혜의 노동3권 개악에 대항해 '을들의 국민투표' 운동을 할 때는 정부를 참칭해 대통령선거 전국 투표소 수인 1만 4..

투쟁이 소용없다 말하지 말라 (아서 휴 클러프, 1848)

‘투쟁이 소용없다 말하지 말라. 고난과 상처가 부질없으며, 적은 약해지지도 쓰러지지도 않으며,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일 것이라 말하지 말라. 헛되이 부서지는 지친 파도는, 결국은 거대한 대양을 이루고, 너무나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에도, 서쪽 대지는 환하게 밝아오니까.’ 어떤 역경과 난관이 있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끈기 있게 그 노력을 지속해 나가라고 격려하고 있는 이 시는 2차 세계대전 중 전황이 좋지 않아 실의에 빠져 있던 영국민에게 윈스턴 처칠이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이 시를 읽어 용기를 붇돋웠을 정도로 널리 애송되고 있는 아서 휴 클러프의 가장 유명한 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 시의 내용은 차일피일님의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다. 1848년 영국 노동자계급의 선거권 획득..

노래가 된 김지하의 시 - 새, 녹두꽃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지하 시인은 타는 목마름과 오적이라는 시로 알려져 있다. 특히, 타는 목마름으로는 노래로도 만들어져 김광석이 부른 버전을 들어본 이도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PW7W6lmmxc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온 김지하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에는 말고도 노래로 만들어진 몇 개의 시들이 있다. 여기서는 그 시와 노래들을 옮겨온다. 우선 새라는 노래는 안치환의 버전으로 아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 노래의 작곡자는 미상이다. 80년대 운동권 언저리에 있는 이들이라면 뒷풀이 자리에서 이 노래를 안들어본 이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는 광주의 노래패 '친구'의 임을 위한 행진곡 8집(1989)에 수록된 버전으로 감상한다. https://www.y..

자유는 ‘없는 자’만이 느낀다 (오찬호, 2022.5.16)/김남주의 자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이나 쓴 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심화된 불평등, 차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대선 전에 즐겨 말했던 상식이라는 말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꼽았다. 이에 대해 김광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2019년 칼럼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젊은 시절 ‘선택할 자유’를 감명 깊게 읽고, 프리드먼의 경제철학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면 차분히 시간을 갖고 다시 한번 읽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정말로 프리드먼의 책을..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한겨레 3월 2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하종강 샘의 칼럼을 보고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보여준 김학철 선생의 자서전 내용이 생각나서 담아온다. 하종강 샘의 칼럼에는 역사학자 박준성 선생이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노동운동사 강의 중에 “원산 총파업 당시 항구에 정박해 있던 일본 상선의 일본인 선원들이 ‘조선 노동자들 파업 승리 만세!’를 외치며 박수를 쳤다는 장면을 김학철의 에서 읽은 뒤로 저는 ‘일본 놈들’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김학철 선생의 자서전 (문학과지성사, 1995)에도 유사한 대목이 있어서다. 부두 노동자들이 일으킨 파업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삽시간에 원산 일대의 공장 제조소와 모든 작업장들이 완전히 마비가 돼버렸다. 명석동에..

D.H.로렌스 - 제대로 된 혁명

제대로 된 혁명 D.H.로렌스 혁명을 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 소름끼치도록 심각하게는 하지 마라 너무 진지하게도 하지 마라 그저 재미로 하라 사람들을 미워하기 때문에는 혁명에 가담하지 마라 그저 원수들의 눈에 침이라도 한번 뱉기 위해서 하라 돈을 쫓는 혁명은 하지 말고 돈을 깡그리 비웃는 혁명을 하라 획일을 추구하는 혁명은 하지 마라 혁명은 우리의 산술적 평균을 깨는 결단이어야 한다 사과 실린 수레를 뒤집고 사과가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가를 보는 짓이란 얼마나 가소로운가? 노동자 계급을 위한 혁명도 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자력으로 괜찮은 귀족이 되는 그런 혁명을 하라 즐겁게 도망치는 당나귀들처럼 뒷발질이나 한번 하라 어쨌든 세계 노동자를 위한 혁명은 하지 마라 노동은 이제껏 우리가 너무 많이 해온 것이 ..

마흔, 그리고 서른 즈음에...

이제 마흔이 넘은 걸까. 만으로 하면 아직도 30대라고 우길 수 있건만, 그러고 싶지 않다.하지만 아직 올라갈 곳이 있는 듯하다. 벌써 내리막길이라고 하기엔 남은 길이 많다. 나희덕 시인의 [서른이 되면]은 지금은 마흔이 넘은 작가가 서른이 되기 직전에 지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 자신이 쓴 이 시를 어떻게 느낄까. 그리고 최승자 시인은 또 어떻게? 마흔이라는 최승자 시인의 시를 담아오면서 이와 관련되는 네이버블로그의 내 글들을 함께 가져온다.---------------------------------------------------- 마흔                                              최승자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였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