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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1940

새벽길 2022. 1. 31. 15:05

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1940
개봉 1988.11.19, 재개봉 2015.04.16, 코미디, 미국,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 126분(재개봉)
감독: 찰리 채플린
출연: 찰리 채플린, 폴레트 고다르, 잭 오키, 레지날드 가디너, 헨리 다니엘, 빌리 길버트
평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유태인 이발사 vs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명 높은 독재자 힌켈
‘같은 얼굴, 다른 생각’ 운명 같은 두 남자가 펼치는 코믹 정치 풍자극!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토매니아국에 힌켈이라는 독재자가 나타나 악명을 떨친다. 한편, 힌켈과 닮은꼴 외모의 이발사 찰리는 국가의 유태인 탄압정책으로 인해 곤경에 처하지만 병사로 참전했던 전쟁에서 우연히 구해줬던 슐츠 장교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다. 독재자 힌켈의 악행은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찰리는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가게 되지만 기지를 부려 탈옥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발사와 똑같은 얼굴을 한 힌켈이 탈옥범으로 오해 받아 감옥에 잡혀 들어가게 되는데…

1. 역시 찰리 채플린은 위대하다. 1940년에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그 자체가 놀랍다. 찰리 채플린 하면 떠오르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물론 히틀러와 나찌즘에 대한 촌철살인의 풍자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살아 있다. 

2.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제작이 이뤄졌고, 제2차 세계대전이 본격화되지 않았을 당시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 독일의 실상과 유태인 강제수용소, 친위대, 대학살 등을 예견하는 대목은 그의 놀랍도록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다. 

3.
"세계 최대 규모 군수물자 산업의 배후에는 국가를 운영하는 놀라운 재능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열적으로 모든 일에 임하는 힌켈의 힘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독재자를 묘사하는 대목 또한 인상적이다. 독재자들은 자신을 효율과 능력, 열정의 상징으로 포장한다. 

4.
<위대한 독재자>는 1940년 개봉 당시 나치 독일 등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다는데, 히틀러 자신은 채플린의 팬으로서 포르투갈에서 몰래 필름을 들여와 자기 방 안에서 연속으로 두 번이나 이 영화를 감상했다고 한다. 사실일까. 히틀러가 영어까지 했을리는 없고, 독일어 자막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었을 텐데... 하긴 히틀러나 채플린 하면 떠오르는 콧수염에 대해서도 히틀러가 채플린의 인기를 이용하기 위해 콧수염을 모방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이니 이런 소문도 있을만하다.

5.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에 관한 그의 연설은 영화 사상 최고의 연설 장면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장면이라고 하는데, 실제 수많은 패러디물과 음악 등에 활용된 바 있다. 사실 이 연설은 개연성도 조금 떨어지고 연극처럼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그 자체를 명장면이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이 때문에 나중에 공산주의자로 몰리기도 했다는데, 그렇게 보일 만도 하다.

"남의 불행을 딛고 사는 게 아니라 남이 행복한 가운데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은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 방법을 잃고 말았습니다. 탐욕이 인간의 영혼을 중독시키고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가로막았는가 하면 우리에게 불행과 죽음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급속도로 발전을 이룩했지만 우리 자신은 갇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한 기계는 우리에게 결핍을 가져다 준 겁니다. 지식은 우리를 냉정하고 냉소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너무 많이 하면서도 가슴으로는 거의 느끼는 게 없습니다. 기계보다는 인류애(Humanity)가 더욱 필요하고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비참해지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겁니다.
지금도 내 목소리가 세계 방방곡곡에 울려 퍼져 나가 인간을 고문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가두는 제도에 희생된 수백만의 절망하고 있는 남녀노소에게까지 들리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제 말을 듣고 있는 분들에게 전합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우리가 겪는 불행은 탐욕에서 인류 진보를 두려워하는 자들의 조소에서 비롯된 겁니다.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인류로부터 앗아간 힘은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인간이 그걸 위해 죽는 한 자유는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겁니다.
군인들이여, 그대들을 경멸하고 노예처럼 다루며 당신들의 행동과 사고와 감정, 당신들의 삶까지 통제할 뿐만 아니라 당신들을 짐승처럼 다루고 조련하여 전쟁의 희생물로 만들고 있는 이 무도한 자들에게 굴복하지 마시오! 이런 비인간적인 자들에게, 기계의 지성과 마음을 가진, 기계나 다름 없는 자들에게 굴복하지 마시오! 그대들은 기계도 짐승도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당신들 마음 속엔 인류애가 숨쉬고 있습니다. 증오하지 마시오. 비인간적인 자들만이 증오합니다. 군인들이여, 노예제도를 위해 싸우지 말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시오.
기계를 창조할 능력을 지닌 그대 민중들은 행복을 창조할 힘도 지닌 겁니다. 삶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멋진 모험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닌 겁니다. 그러니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 힘을 사용하여 통합을 이룹시다. 모두에게 일할 기회를, 젊은이에겐 미래를, 노인에겐 안정을 제공할 훌륭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싸웁시다. 극악무도한 자들도 이런 것들을 약속하며 권력을 키웠지만, 그들의 약속은 실행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절대 지켜지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은 자유롭게 하면서 국민들은 노예로 전락시켰습니다. 이제 그들이 했던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싸웁시다. 세계를 해방시키고 나라 간의 경계를 없애며, 탐욕과 증오와 배척을 버리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이성이 다스리는 세계, 과학의 발전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세계를 만들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군인들이여, 민주주의의 이름하에 하나로 뭉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