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통령 풍자, 국회의원 난타 거침없는 KBS 2TV ‘시사투나잇’ 소리꾼 남상일씨 (미디어오늘, 08-09-03)
새벽길2008. 9. 3. 15:40
이 분 참 궁금했다. 지금은 집에 케이블방송을 끊는 바람에 공중파 방송조차 볼 수 없어서(이 문제 또한 방송의 공공성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난시청 지역도 아닌데, 케이블방송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신청하지 않으면 공중파조차 시청하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도 시청료를 내야할까.) 시사투나잇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지난 7월까지 티브이가 잘 나왔을 때에는 12시 전후로 귀가하자마자 제일 먼저하는 일 중의 하나는 텔레비전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켜는 일이었고, 채널은 보통 KBS 2의 시사투나잇에 맞춰졌다.
그 시사투나잇에 항상 나오는 꼭지 중의 하나가 손문상 화백의 시사만평과 함께 남상일씨의 시사난타였다. 그 시사난타는 구태의연한(?) 판소리에 최신의 신랄한 풍자를 실어 전해주었기 때문에 상당한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소리꾼인 남상일씨가 어떻게 해서 시사난타에 나오게 되었는지가 상당히 궁금했다.
미디어오늘의 인터뷰에 나오는 그는 이제 서른살의 청년이란다. 거침 없는 풍자와 어울리지 않게 전통 판소리를 지향한다고 해서 신기하게 여겼는데, 그에 따르면 “판소리는 서민·백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고, “전해져 내려오는 판소리 다섯 마당이 모두 지배계층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그의 이러한 시도가 결실을 맺어 국악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나중에 그를 직접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 “없는 얘기 하는 것도 아닌디 꿀릴 거 있나요” (미디어오늘, 2008년 09월 03일 (수) 00:48:19 권경성 기자) [인터뷰] 대통령 풍자, 국회의원 난타 거침없는 KBS 2TV ‘시사투나잇’ 소리꾼 남상일씨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아왔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는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겠다”는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의 발언이 최근 논란을 빚고 있다. 정연주 전 사장 체제에서 신설돼 그간 여권과 보수신문의 비판을 받아온 프로그램들의 폐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KBS 2TV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대표적이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5월 “KBS는 온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런 (쇠고기 수입 반대) 사태가 신이 나는 듯하다”면서 이 프로그램의 특정 코너를 거론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진행자가 북까지 치면서 ‘송아지 송아지 미친 송아지’라는 노래까지 부른다”는 것이다. 진행자가 해당 대목의 노래를 불렀다는 논평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지만, 지목된 것은 소리꾼 남상일(30·사진)씨가 매주 수요일 밤 진행하는 ‘시사난타’ 코너다.
“북으로 장단을 착착 맞추며 판소리 조로 재담을 풀어내는 걸 지켜보자니 그런 재간꾼이 어디서 나타났나 싶다”는 한 누리꾼의 호평에는 일리가 있다. 남씨는 국립 창극단 단원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70여 명 중 2명을 뽑는 시험에서 합격했다. 국악계에서는 일찌감치 그를 ‘차세대 유망주’로 지목,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었다.
1일 인터뷰한 남씨에게서는 젊은 나이에도 고집스러운 ‘예인(藝人)’의 풍모가 느껴졌다. 전통 판소리를 지향한다. 어린 시절 조상현 명창이 직접 테이프에 녹음해준 판소리 대목을 따라 부르며 국악에 입문한 그는 조소녀·안숙선 명창을 차례로 사사했다.
그는 최근 국악계에 불고 있는 퓨전·크로스오버 추세가 우려스럽다.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는 경우가 거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사회와 분리된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나.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 게 예술”이라고 했다. <시사투나잇>에 합류하게 된 것도, ‘시사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란 이유도 있지만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가 더 큰 목적이다. ‘시사난타’는 판소리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징검다리’이며 그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소리꾼인 셈이다. 그는 “박태환이 스타가 되니 수영이 빛을 보지 않냐”고 했다.
남씨에 따르면 판소리가 ‘판노래’가 아닌 이유는 ‘우주만물의 소리’가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일은 신(神)과 함께 광대만이 할 수 있다. 소리꾼은 광대다. 그는 “(전통) 판소리가 갖고 있는 소스들이 무궁무진하다”며 “담당 PD도 녹화 때마다 대본과 맞는 소리가 있는지 물어본다”고 했다. ‘시사난타’ 코너의 인기는 이런 판소리의 예술적 매력에 우선 빚지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판소리가 ‘시사난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내용이다. 지난달 20일 방송을 보면 이런 식이다. 도포를 걸치고 갓을 쓴 남씨는 코너 들머리에서 판소리 심청가 중 ‘심 봉사 목욕하는 소리’의 한 소절을 부른 뒤 “국회에 계신 이분들은 쉴 때는 꼭 이것을 해야 한다는디” 한다. 골프다. 본격적 ‘비꼼’이 이어진다. “남(이해찬 전 의원)한테는 3·1절에 골프 친다고 뭐라고 해놓고 자기는 광복절 연휴에 골프 치러 가는 걸 보니 어째 모양새가 좀 이상하구먼. 뭐? 그래도 괜찮다고? 올림픽이 다 막아준다고?”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 얘기다.
이어 “이그, 선수단 도보 행진에 너무 묻어 가시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던디”라고 꼬집은 뒤 “자고로 화합과 소통이야말로 올림픽의 정신 아니겄소. 올림픽이 끝나도 소통을 원하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는 걸 잊지 말아줬으면 좋겄구먼” 하고 당부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다. 올림픽 기간 중 지지율 반등이 한국 선수단의 선전에 힘입은 바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판소리는 서민·백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전해져 내려오는 판소리 다섯 마당이 모두 지배계층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며 “가령 수궁가에서 용왕이 병이 드는데, 이 이유가 놀고 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지배층을 풍자한 것”이라고 했다. 또 “춘향가 사설 가운데 농부들이 장원급제해 남원에 내려온 이몽룡에게 ‘우리 고을은 4망이요. 원님은 노망(老妄), 책방(양반)은 주망(酒妄), 고을 아전들은 도망(逃亡), 백성들은 원망(怨望)’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통 판소리가 당시 양반·지배층을 꼬집었듯 젊은 소리꾼 중심으로 창작 판소리를 만들어 이 시대를 표현하는 작업을 해야 더 설득력이 있고 대중들에게 공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남씨는 작가들이 쓴 대본을 판소리 어법에 맞게 각색하거나 각 장면에 맞는 소리를 삽입한다. 대본은 시청자 입장에서 꼭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한 내용들이란다. 공감이 간단 얘기다. 제작진과 호흡도 잘 맞는단다. “작가가 적절히 북을 치면 PD는 추임새를 넣은 관객 역할을 한다”고 그는 표현했다.
권력자들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리지만 그는 두려울 게 없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과 시청자·누리꾼들의 절대적 호응 때문이다. 그는 “없는 얘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얘기를 그대로, 다만 재미있게 할 뿐인데 꿀릴 게 뭐가 있냐”면서 “정부가 미워할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것 무서웠으면 애당초 안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