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책을 읽자

프리런치-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박정은·김진미 옮김/옥당/2만1900원

새벽길 2009. 4. 18. 17:27
과연 이 책을 한국의 정책입안자들이 볼까.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쏟아지던 날 기획재정부는 주요 공공기관장과 관계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을 열고 공기업개혁으로 포장된 공기업사유화(민영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합리적 노사관계라는 명목하에 노조에 친화적인 기관장은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자신들의 딸랑이가 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도록 하였다. 저들은 과연 우리들이 낸 세금 걱정을 하고는 있을까.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실린 신문들의 논설위원들은 이 책이 고발하고 있는 미국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까. 나는 조중동문과 경제지에 실린 서평들을 보면서 의아할 때가 많다.
 
지은이는 다수로부터 빼앗아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를 나누어주는 사회는 붕괴될 것이라면서 시장만능주의를 고발한다. 특히 옮긴이가 언급했다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이론’에 입각한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보조금 정책의 효과 비판도 주목할 만하다. 요새 심심하면 적하이론이라고 번역되는 이 논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기껏해야 위에서 잘하면 밑에서도 얻어먹을 국물이 생긴다는 이른바 '국물 이론'(trickle down theory)이라고 냉소를 보낸 바 있다. 하긴 지금까지 부자들이 스스로 지갑을 연 적이 있었던가. 서구에서 복지국가의 건설과정을 살펴보면 자본가들은 결코 자발적으로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튼 『프리런치』는 시간 내서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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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2009-04-13 15:47)
'프리 런치' 출간
 
1980년 이래 미국 경제는 실질적 규모 면에서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하위 90%에 속하는 미국인들의 연간소득은 30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다른 통계에서는 2005년 상위 0.1%에 속하는 30만명의 소득이 미국 인구 중 경제적으로 하위 절반에 해당하는 1억5천만명의 소득을 합한 액수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미국 조세제도의 허점을 지적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뉴욕타임스 기자는 '프리 런치'(옥당 펴냄)를 통해 전체적 부(富)는 증가하지만, 소수만이 부자가 되는 현상의 원인을 찾아나선다. 책 제목인 '프리런치'(free lunch), 즉 공짜 점심은 정부의 개입 여부에 관계없이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쪽에서 경제적 혜택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고위직 공직자들과 이들에게 로비한 기업과 부자들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짜 점심'을 먹고 있다고 주장하며 바로 이 '공짜 점심'이 미국 사회에 고조되고 있는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의 예산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무상지원과 세제 혜택 등의 형태로 수많은 예산이 부유한 사람들에게 전용되고 있다는 것.
 
'공짜 점심'은 주로 공공기관의 민영화에서 비롯된다. 학자금 대출을 예로 들어보자.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가난한 학생들이 공립대학에 다니는 데 필요한 등록금 중 60% 정도가 연방 정부가 지급하는 '펠'(Pell) 장학금으로 충당됐다. 하지만, 의회가 예산을 계속 삭감하면서 그 비율은 거의 절반까지 줄어들었고 그동안 4년제 공립대학 등록금은 2배 이상 증가했다.
 
학자금이 없는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기관을 이용해 학자금을 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연간 180억달러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이 학자금 대출기관들에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기관은 원하는 대로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이자율을 부과할 수 있으며 대출자는 영구적인 장애인이 되었을 때나 사망했을 때 남긴 재산이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곤란한 사정이라도 대출금 상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학자금 대출기관이 민영화되면서 시작됐다. 대표적 학자금 대출회사인 샐리매의 경우 1972년 학생들을 후원하는 정부기관으로 출발했지만 1997년 독립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학생들에게 고리대출을 하는 이 회사의 사장은 프로야구팀 인수를 추진할 정도의 재력가가 됐다.
 
'오바마의 현인'으로 알려진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공짜 점심'을 즐기는 사례로 등장한다. 그가 소유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컴퍼니'는 오리건주에서 유타주, 아이오와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사업을 벌이는 전기 및 천연가스 회사를 소유한 업체다. 그런데 이 회사는 2006년 미국에서 발생한 수익 중, 단 4%만 연방법인세로 납부했다. 또 2007년에 내야 할 세금 중에서는 6억6천600만달러를 2035년까지 절반만 지불하기로 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28년전 집을 한 채 사면서 무이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그때 합의했던 금액으로 지금 갚는 셈"이라며 "정부가 마침내 버핏의 회사로부터 그 세금을 받게 되었을 때 그 돈은 원래 받았어야 할 1달러당 40센트 정도가 될 것이고 사라진 60센트는 세금 인상과 서비스 축소, 또는 늘어난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 등으로 납세자가 메워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무이자대출이 전기요금 이하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회사들은 감독 당국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는 모든 돈을 소비자들로부터 뽑아냈으며 아이오와주 주민들이 전력 요금 인하를 추진하자 버핏의 회사는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저지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시민이 모두 이용하는 공원을 없애고 대신 야구장을 건설한 뒤 헐값에 특정구단에 이용권을 넘기는 사례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세금으로 '공짜 점심'을 먹는 기업들과 부유층들의 사례를 고발한다. 저자는 "현재 우리(미국) 경제에 적용되고 있는 규정 및 규제들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미국 최고의 부자들과 그들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이라며 미국 정부가 부자들의 종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박정은ㆍ김진미 옮김. 512쪽. 2만1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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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짜점심’ 먹는 미국판 봉이 김선달 판친다 (서울, 홍지민기자, 2009-04-17  18면)
【 프리런치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 옥당 펴냄
 
1991년 7월31일 전미철도여객수송공사(앰트랙)의 플로리다발 뉴욕행 실버스타호가 탈선해 8명이 숨지고, 77명이 다쳤다. 탈선의 이유는 선로변경장치 고장이다. 대부분 합의로 보상금을 받았지만, 한 유족은 사고의 진실을 알기 위해 소송을 냈다. 그 결과 선로 관리를 맡고 있는 민영철도업체 CSX가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안전 점검이나 유지·보수와 관련한 비용 24억달러를 아껴 수익을 높였던 것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철도 민영화가 방아쇠였다.
 
시민에게 부상이나 죽음의 위험을 전가하며 높은 수익과 주가를 올린 CSX 경영진의 지갑은 두툼해졌다. 당시 CSX의 책임자였던 존 스노는 훗날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재무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연방 대법원은 사고가 난 지 10년 만에 CSX에게 징벌적 배상금을 포함한 5000만달러 지급을 확정했다. 회사 순자산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CSX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정의가 실현됐을까. 아니다. CSX는 이 돈을 공기업인 앰트렉으로부터 받아냈다. 세금으로 배상금을 떼운 셈이다.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은 ‘프리런치’(옥당 펴냄)를 통해 신자유주의로 인해 고성장을 이룩했다고 치장된 미국 경제의 허상을 낱낱이 고발했다. 저자는 예산 삭감으로 국세청 탈세 조사 인력이 줄어든 틈을 타 자행된 미국 기업의 탈세를 고발해 2001년 퓰리처상을 탄 뉴욕타임스의 금융 담당 기자다. 책 제목인 ‘공짜 점심’은 정부의 개입 여부에 관계없이,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을 뜻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현재 미국의 소득 분배 상황은 캐나다나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와 닮았다. 1980년대 이래 미국 경제는 실질적인 규모 면에서 두 배 이상 성장했고, 건국 이래 축적된 부의 절반 이상이 최근 25년 동안 창출됐지만 하위 90%에 해당하는 미국인의 연간 소득은 30년 전에 견줘 줄어들었다. 줄여 말하면 경제 성장으로 파이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 파이는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앞서 미국이 취했던 중산층 강화정책이 최근 25년 동안 부유층과 권력층에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저자는 미국 정부가 철저하게 부자들의 종으로 전락했다고 단언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짜 점심을 먹고 배를 두드리며 이빨을 쑤시는 미국판 봉이 김선달이 수두룩하고, 또 미국은 공평한 룰에 의해 경쟁을 하는 사회로 포장돼 있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아담 스미스가 땅을 치고, 울고 갈 불공정 경쟁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공기업의 민영화도 ‘공짜 점심’의 파생상품이다. 저렴한 값에 전기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시작한 전기의 민영화는 외려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는다. 수지에 맞지 않는다고 발전회사들이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정부기관으로 출발한 대표적인 학자금 대출회사 샐리매는 민영화된 뒤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고리대출을 해 학생들의 등골을 빨아먹는다. 덕분에 이 회사의 사장은 프로야구단 인수를 추진하는 재력가가 됐다. 의료보장을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이익을 내는 사업으로 보는 미국 정부의 정책은 2006년 전세계 유아사망률에서 쿠바보다 높은 36위에 미국을 올려놓았다. 그럼에도 의료 서비스 질이 뛰어난 비영리 의료기관보다 영리 의료기관에 보조금이 몰리고 있다.
 
무상지원과 세제 혜택 등의 형태로 수많은 예산이 부유한 사람과 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동안 교육이나 복지, 환경 등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한국은 부유층 감세 정책이나 공기업 민영화 등 미국식 선진화, 신자유주의 방식을 따라가려 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의 미국은 그들이 걸어왔던 신자유주의에서 다소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인다.
 
이쯤해서 한국 사회는 저자의 경고에 귀를 귀울여 볼 만하다. 취약계층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는 사회는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민들의 정신과 재능을 소모하면서 내부로부터 약해지고, 소수의 부자들에게 부를 나눠주는 사회는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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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한권의 책] 신자유주의가 우리 삶에서 빼앗아간 것은? (세계, 신은영 도서출판 옥당 대표, 2009.04.17 (금) 17:32)
프리런치-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박정은·김진미 옮김/옥당/2만1900원
 
공무원들이 장애인과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웠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한 기업인의 정치인 로비 스캔들로도 시끄럽다. 농사를 짓지도, 농촌에 살지도 않는 도시 부자들과 지도층 인사들이 제도를 이용해 정부지원금을 챙겼다고도 난리다. 지치지도 않고 ‘보조금’을 둘러싼 스캔들은 터져나온다. 그들이 훔친 돈은 정부 돈일까, 아닐까? 정부 예산에서 곶감 먹듯 빼먹었으니 정부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내 돈이다. 정확히 말해 국민이 낸 세금이다. ‘프리런치’는 국민인 우리가 우리를 위해 써달라고 정부에 맡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 돈 사용내역서’이다.
 
책 제목 ‘프리런치’는 말 그대로 공짜 점심이다. 그러나 비용이 발생하면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든 지불해야 하는 게 제로섬 원칙에 기반한 세상 이치다. 복지보조금이라는 공짜 점심을 고위 공직자들이 먹었다면, 그 공짜 점심값은 국민이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지불한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고위 공직자들과 이들에게 로비한 기업과 부자들이 세금으로 공짜 점심을 먹고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이 공짜 점심 스캔들이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공짜 점심은 공공기관의 민영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철도·의료·전기를 비롯 학자금 대출기관까지 민영화되면서 세금은 기업의 지원금으로 물 쓰듯 제공되고, 반면 국민은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낮은 서비스를 받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기부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도 공짜 점심으로 더 많은 부를 축적한 사례로 등장한다. 그가 소유한 전기 및 가스 회사인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컴퍼니’는 2006년 수익 중, 단 4%만 연방법인세로 납부했고 2007년에 내야 할 세금 중 6억6600만달러를 2035년까지 절반만 지불하기로 했다.
 
저자는 28년 전에 집을 사면서 무이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그때 합의했던 금액으로 지금 갚는다면 전 국민이 부자가 될 것이라고 꼬집는다. 또 버핏의 회사로부터 세금을 모두 받게 된다고 해도 그 돈은 원래 받았어야 할 1달러당 40센트에 불과하고 사라진 60센트는 세금 인상과 서비스 축소 등으로 다시 국민이 메워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빠지고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맡기면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나아진다는 신자유주의는 국민의 살림을 담보로 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이 책을 기획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우리의 삶에 파고든 신자유주의가 살림살이에 보태준 것은 무엇이고 빼앗아간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더 무엇을 빼앗아 갈 것인지를 신자유주의의 발상지 미국의 현재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프리런치’는 미국의 정책을 좇고 있는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인들이 눈여겨보고 정책 수정에 반영해야 할 ‘위기의 나라 미국 실사 보고서’이자 내 돈 내고 제 권리 못 찾고 있는 순진한 국민들을 위한 ‘예방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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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가 남이가’ 미국 부자 뒤의 검은 네트워크 (중앙일보, 김성희 기자, 2009.04.18 02:36)
“전기료 내릴 수 있었던 캘리포니아, 오히려 20배나 뛴 이유는 기업가·정치인의 탐욕·무능 때문”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할 때의 바로 그 ‘공짜점심(free lunch)’이다. 대가나 수고 없이 얻어진 불로소득이나 이익을 의미한다. 여기선 일반국민이 아니라 소수의 ‘더 가진 자’들을 위해 쓰이는 보조금이나 감세 혜택을 뜻한다. 지은이는 뉴욕타임스 지의 탐사기자 출신인데 국민세금으로 상류층이나 기업을 배 불리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이것이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고 고발한다.
 
2001년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엔론의 주도하에 미 정부가 전력시장을 효율화한다는 명목으로 발전과 판매 시장을 분리시키는 등 규제를 완화해 경쟁시장으로 내몬 탓이었다. 게다가 기존 전력설비 시스템을 유지하면 전기료가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20배로 뛰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은이는 기업가와 정치인들의 탐욕과 무능, 오판이 결합한 탓이라 본다. 실례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업’이 번창함을 든다. 1975년 워싱턴 로비스트들의 수수료 수입은 1억 달러에 못 미쳤으나 2006년엔 약 25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그간 경제성장률의 10배에 달하는 고속성장이니 이 사업이 얼마나 짭짤한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인들은 일부 기업가들의 ‘보조금 따먹기’ 장단에 맞춰 깨춤을 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랫동안 추진됐던 중산층 육성정책은 지난 30년 간 부유층에 혜택을 몰아주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상위 0.1%인 30만 명의 소득합계가 하위 절반에 해당하는 1억5000만 명의 그것과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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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가 값치른 부자의 '공짜 점심' 맛있더냐 (한국, 장병욱 기자, 2009/04/18 03:02:14)
'빈익빈 부익부' 심화 부른 美 경제정책 실패 분석… 한국도 반면교사 삼아야
  
오너십 사회(ownership society). 2005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했던 취임사에서 썼던 말로 '개인의 소유를 더 늘리는 사회'를 뜻한다. 정작 지금의 경제위기로 나타난 현실에서 저 말은 '채무 사회'로 귀결됐을 뿐이다. 그러나 부시로 보자면 대단히 일관성 있는 정책이었다. 그들의 정치적 신념인 자유주의가 경제 분야의 신념으로 고스란히 이전된 것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미 2000년 대선 당시 만찬장에 모인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그는 정체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분을 엘리트라고 부르지만 나는 여러분을 '내 기반(my base)'이라 부르겠다." 그렇게 오만할 정도로 당당했던 부시와 그의 행정부가 "초 부유층과 기타 계층 간의 양극화 현상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2007년이었다.
 
책 제목으로 쓰인 <프리 런치>(free lunch)는 공짜 점심을 뜻한다. "언제 점심이나 같이 하시죠." 이 말은 때로 '비즈니스'의 개시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제는 누군가 점심값을 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먹은 공짜 점심 값이 바로 보통 사람들이 낸 세금이다. 이 책 제목 프리 런치는 바로 자신들이 속한 계층을 위해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과 보상이라는 호화판 공짜 점심을 벌인 뒤, 계산서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떠넘긴 미국의 부시 정부를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미국 최대의 골칫거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원인은 바로 공짜 점심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사회ㆍ구조적 문제를 이 책은 심층 추적한다. 정치와 경제의 상층부만이 이득을 취하는 정치자금법, 굵직한 로비 활동에 연루된 막대한 돈의 흐름 등을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놓았다. 이 책의 미덕은 심층의 실체를 향해 파고드는 집요함에 있다. 공짜 점심의 관례 때문에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에 방치돼 있는지를 레이건 행정부 이후부터 추적한다. 지난 30년 간 미국 정부가 실제로 한 일이라고는 다수로부터 공짜 점심을 빼앗아 소수를 부유하게 하는 쪽으로 변화를 주도해 온 일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마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지금 미국의 대학 교육에서는 에듀캡(EduCap) 등 대출기관이 학자금 대출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상환의 위험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이율을 매기고 있지만, 그들 뒤에는 의회가 버티고 있다. 많게는 20%에 달하는 이자율 때문에 허덕이는 학생들의 딱한 이야기는 지금도 웹사이트(www.studentLoanJustice.org)에 오르고 있다. 카드빚에서 고리대금까지, 빚쟁이를 양산하는 시스템 역시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다. 이 책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갖는 이유다.
 
고발성 강한 경제 기사로 퓰리처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한 저자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의 기자 생활 40년 공력이 서려 있다. 신문의 분석 기사를 읽는 듯 생생한 사실감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래서 21세기의 자본주의에 대한 고발장이다.
 
미국의 현실을 한국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이 책은 던진다. 책을 번역한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은 '부유층에 감세 혜택을 주면 그 여력으로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돼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현 정부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한다. 그들은 "그 논리는 '부자들의 배를 불려주면 언젠가 물이 이래로 떨어져 가난한 사람들의 입을 적신다'고 한 트리클 다운(trickle-down) 이론(滴下理論ㆍ적하이론)에 충실할 뿐"이라며 "이 책이 미국의 정책을 좇고 있는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실사 보고서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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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세금으로 ‘공짜점심’ 먹는 자 누구인가 (동아, 금동근 기자, 2009-04-18 02:58)
◇프리 런치/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박정은 김진미 옮김/512쪽·2만1900원·옥당
“공공의 부 압류한 소수부자의 잔치”
빈익빈 부익부 美경제의 불편한 진실
 
1980년 이후 미국 경제는 2배 이상 성장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5배 이상 증가했고 주택의 총가치는 약 20조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살림살이는 이에 비례해 늘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은 1979년 전체 노동자의 27%에서 2005년 25%로 감소했다.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지난 30년 동안 시간당 33센트 오르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공짜 점심(Free Lunch)’에서 이유를 찾아냈다. 한쪽이 비용을 부담하지만 그 비용에 따른 혜택은 엉뚱한 쪽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저자는 1991년 7월 플로리다발 뉴욕행 여객열차의 탈선 사고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공짜 점심’의 현실을 짚었다. 선로변경장치의 고장으로 여객열차가 탈선하는 바람에 8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폴 팰렁크라는 사망자의 부인은 보상을 거부하고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현장의 선로 관리를 맡고 있던 미국의 화물운송기업 CSX의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CSX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유지보수 인력을 줄였고, 그 바람에 선로변경장치의 결함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함으로써 사고가 난 것이었다. CSX에 5000만 달러를 보상하라는 평결이 내려졌지만 정작 CSX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여객운송을 담당하는 철도 공기업 앰트랙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연방법상 앰트랙은 여객 운송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돼 있었다. 정치인들이 화물운송업체들에 유리하도록 연방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CSX는 공짜 점심을 먹었고, 그들의 점심값은 우리가 낸 세금”이라고 지적했다.
 
스포츠 구단주들도 공짜 점심을 누리는 측에 속한다. 2005년 7월 뉴욕 브롱크스에 있던 공원 2곳이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새 경기장 건설지로 결정됐다. 시 당국은 새 경기장 건설로 수천만 달러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 이익이 브롱크스 주민들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단주를 비롯한 소수의 부를 늘려주기 위해 공공의 부를 압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공짜 점심 사례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9년간 공동 소유했던 프로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도 등장한다. 레인저스를 공동 인수할 기회가 왔을 당시 큰 부자가 아니었던 부시 전 대통령은 인수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레인저스를 다른 시로 옮길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면서 시당국에 정부의 토지수용권을 통해 용지를 매입하도록 유도했다. 그런 뒤 레인저스는 무이자의 조건으로 경기장을 빌려 쓰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저자는 “억만장자인 스포츠 구단주들은 경기장 건설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데다 수지맞는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보조금까지 얻어 낸다”면서 “결국 그들은 납세자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으며 스포츠 경기를 한 번도 관람해본 적이 없는 다수가 그들의 부를 늘려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비보안업체들도 도마에 올랐다. 도난경보기를 설치하고 모니터하는 업체들은 경보기가 울리면 경찰에 신고하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 경찰이 경보를 확인하러 갈 때마다 5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 경보기업체들은 이 비용을 부담하지도 않으면서 수익을 올린다. 결국 경찰 활동에 들어가는 세금이 이들 업체를 위한 보조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공짜 점심의 증가에 따라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곳이 로비 업계다. 1975년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은 수수료로 1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돈을 벌었다. 따라서 수수료가 경제성장률과 같은 속도로 증가했다면 로비스트들은 2006년에는 약 2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5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2006년 현재 워싱턴에 등록된 로비스트는 3만5000명으로 2000년 당시의 2배로 늘었다.
 
저자는 “지난 25년간 정부는 최대 목적이 경제적 이득인 것처럼 행동해 왔고, 정부가 점점 더 부에 집중함에 따라 지도자들의 시야에선 국민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