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책을 읽자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승자독식 사회』/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I don't wanna talk
About the things we've gone through
Though it's hurting me Now it's history
I've played all my cards
And that's what you've done too
Nothing more to say No more ace to play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standing small
Beside the victory That's her destiny
I was in your arms Thinking I belonged there
I figured it made sense Building me a fence
Building me a home Thinking I'd be strong there
But I was a fool Playing by the rules
The gods may throw a dice Their minds as cold as ice
And someone way down here Loses someone dear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has to fall
It's simple and it's plain Why should I complain.
But tell me does she kiss Like I used to kiss you?
Does it feel the same When she calls your name?
Somewhere deep inside You must know I miss you
But what can I say Rules must be obeyed
The judges will decide The likes of me abide
Spectators of the show Always staying low
The game is on again A lover or a friend
A big thing or a small The winner takes it all
I don't wanna talk If it makes you feel sad
And I understand You've come to shake my hand
I apologize If it makes you feel bad
Seeing me so tense No self-confidence
But you see The winner takes it all
The winner takes it all......
2008/03/23 18:06
나는 승자독식사회라고 하니 아바의 노래가 떠올랐는데, 프랭크와 쿡의 [승자독식 사회]가 말하는 내용은 이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서평을 담은 기사들을 담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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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사회/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서울, 황수정기자, 2008-03-07 23면)
1등이 아닌 모든 것은 죄악인가?
1등이 아닌 모든 것은 ‘죄악’이 되어 물러앉는 무한경쟁시대.2등의 의미를 찾으려는 사람도, 보여주려는 사람도 없다. 한번 꼽아보라. 기억하고 있는 은메달리스트가 몇이나 되는지. 수없이 이런 의문도 품었을 것이다. 왜 승리한 1등이 나머지 모두보다 더 많은 부(富)를 차지하는 세상일까.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이 이 완강한 현실의 아이러니에 대한 해답을 모색했다.‘승자독식 사회’(원제 The Winner-Take-All Society, 권영경·김양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극한으로 치닫는 ‘부익부 빈익빈’ 현실을 점검하고 원인을 분석한 책이다.
우리 모두의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질문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 저술은 의미가 더 커진다.“스타는 왜 보통사람들이 일년, 혹은 수십년을 모아야 할 돈을 삽시간에 벌어들이는 걸까?” “돈이 돈을 버는 현실은 어디까지 가속화될 것인가?” 이런 의문을 품었던 보통사람들에게 왜곡된 채 속도를 붙여가는 경쟁사회의 실체를 짚어주는 데 초점을 모았다.
●상상초월하는 부와 권력의 쏠림 해부
우선 책은 승리한 1등이 나머지 모두를 독차지하는 현대 무한경쟁의 본질을 ‘승자독식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부와 권력의 쏠림현상이 문화ㆍ연예산업계, 투자금융산업계, 스포츠산업계 등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상상초월의 현실을 적시했다. 1995년의 저술이지만 지금의 우리 상황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예컨대 1990년대 로맨스 소설가 대니얼 스틸은 작품 5권으로 6000만달러의 판권료를 받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티븐 킹이 4권으로 챙긴 판권료는 4000만달러.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가 패션쇼 무대를 두어번 왔다갔다 하고 받은 돈은 2만 5000달러. 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이윤창출에 크게 기여한다는 이유로 일반 노동자의 평균 150배가 많은 연봉을 챙긴다. 이도 모자라 스타 CEO에겐 해마다 더 높은 몸값이 매겨짐은 말할 것도 없다.
●불균형 시스템에 감염된 현대인에 경고
무한경쟁사회가 승자를 대우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해답이 나오질 않는다. “승자독식시장과 일반 노동시장은 가치 판단잣대가 엄연히 다르다.”고 책은 주장한다. 일반 노동시장이 ‘절대적’ 능력차를 따진다면, 승자독식시장은 ‘상대적’ 능력차에 따라 가치를 매긴다는 것이다.
승자독식 논리에 따른 부작용 사례들은 이미 사회 곳곳에 널렸다. 개인의 재능이나 사회적 효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1%의 가능성을 좇아 특정분야의 직업군으로 쏠리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1% 승리를 위해 스스로를 갉아먹는 과도한 투자 역시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스테로이드로 몸을 망쳐가는 운동선수들, 막대한 스카우트 비용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스포츠 명문대학들, 감당하기 어려운 광고비를 쓰는 기업에 점점 더 길어지는 노동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노동자들…. 책에 따르면, 끝점을 향한 승자독식은 이미 100여년 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의 소득이 올라가는 대신 중간 정도의 재능을 지닌 이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영국 경제학자 마셜의 말로 일찍이 예견된 현상이었다.
99%가 함께 딴 열매를 선두 1%에게 몰아주는 불균형 사회시스템의 한가운데에 살면서도 우리 모두가 무감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승자독식의 논리에 일상이 이미 완전감염됐기 때문”이라는 경고가 새삼 따갑다. 1%가 되려 맹목적으로 휩쓸려 달리는 99%에게 책은, 다분히 관념적이긴 하되 “차라리 조금 덜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제언을 덧붙였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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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1%가 99%의 富를 차지 (문화, 김영번기자, 2008-03-07)
승자독식사회 / 로버트 프랭크·필립 쿡 지음, 권영경·김양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한국사회에서 ‘양극화’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입에 올리는 단어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점점 벌어져온 상·하위 간 소득격차는 세계화의 거센 물결을 등에 업고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상위 1%의 땅 부자가 민간보유 토지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답은커녕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책은 이 같은 한국사회 최대의 난제인 양극화 현상에 대해 그 뿌리부터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승자독식사회가 바로 그 원인이다. 저자들은 1%가 99%의 부를 차지하는 승자독식사회가 어떻게 비롯됐는가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밝히고 있다. 또한 승자독식사회의 여러 현상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들, 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1995년에 미국에서 출간돼 ‘승자독식(Winner - Take - All)’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책은 마치 오늘날 한국사회를 겨냥해 펴낸 듯하다.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무한경쟁사회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승자독식시장은 무엇을 뜻할까. 상대적인 능력차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는 점이 승자독식시장을 다른 시장과 구별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일반적인 노동시장에서는 절대적 능력차에 의해 보상이 결정된다. 가령 생산직 노동자의 급여는 그가 생산하는 제품의 개수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승자독식시장에서는 절대적 능력차가 아무리 미미해도 결국 승자만이 모든 것을 독차지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와 은메달리스트의 경우를 상상해보라. 100분의 1초 또는 순간적인 실수 등에 의해 결정되는 메달의 색깔에 따라 그 보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 연예계, 모델계, 최고경영자(CEO), 증권시장, 광고시장,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승자독식시장은 점점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같은 시장에선 승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몇몇 최고실력자들에게 집중되고, 재능이나 노력의 미미한 차이가 엄청난 소득의 차이로 이어진다.
승자독식시장을 탄생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은 원거리통신과 정보기술의 발달이다. 원거리통신의 발달로 정보의 흐름이 빨라졌다. 정보처리능력 또한 정보전달능력 못지않게 극적으로 발달했다. 이렇게 정보를 수집, 처리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발전하면서 얻게 된 가장 중요한 효과는 운송비용과 관세비용의 하락으로 시장의 광역화 추세가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만 국한됐던 연예인시장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로 확장됐다. 미국에서 히트한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시장도 석권하는 것이다.
분업과 전문화는 생산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승자독식시장을 조장하기도 한다. 매우 단순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패자가 된 반면 그들의 노동을 감독하는 사람들은 승자가 됐다. 한때는 다수의 숙련공들에게 주어졌던 임금이 이제는 소수의 디자이너, CEO, 금융가, 기술혁신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승자독식 현상이 평범한 노동시장에서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 등 유명인사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평범한 노동시장의 최고 실력자들 사이에서도 소득 불평등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결국 승자독식시장이 확산됨에 따라 소득불평등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승자독식시장은 두 가지 형태의 낭비를 조장한다. 첫째 특정분야에 너무 많은 경쟁자를 끌어들이고, 둘째 경쟁 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초래한다. 사람들이 승자독식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다른 직업을 택한다면 사회의 총소득은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기능이 없었다면 자본주의경제는 지난 2세기 동안 이룩한 풍요를 결코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승자독식이 고가치의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어떤 유형의 사람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기제로 작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저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승자독식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악을 완화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오히려 승자독식시장을 만들어낸 원리들이 점점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누진소비세(소득세가 아니다) 강화를 비롯, ▲의료비 개혁 ▲교육혜택의 확대 ▲주택 및 식량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다. 물론, 미국사회에 해당되는 사항들이니 이를 감안하고 판단할 일이다.
저자들의 해법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조금 덜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승자독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하층부 모두 점점 더 열심히 일하게 되지만, “만약 ‘모든 사람’이 다 같이 조금 더 적게 일한다면,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한가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승자독식사회가 점점 가속화하는 것은 모두 ‘상대적 우위’에 서기 위해 발버둥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저자들은 이 책을 펴낸 목표에 대해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좀더 일치시키는 동시에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같은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책에서 펼쳐 보이는 승자독식사회의 갖가지 현상들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의 모습을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효과는 충분히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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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독식시장, 계속 방치해야 하나 (내일, 강경흠 기자, 2008-03-10 오후 2:40:45)
지나친 경쟁은 효율성 저하로 이어져 … ‘조금 덜 일하는 사회’ 제안
왜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가. 왜 1등이 나머지 우리보다 많은 부를 차지하는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이 사회는 해결될 수 없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승자독식사회(The Winner-Take-All Society)’(로버트 프랭크, 필립 쿡 지음·웅진지식하우스)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한경쟁의 계기가 된 외환위기를 겪기 전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다. 하지만 최근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급증 등에 신음하는 우리나라 형편에서 보면 이 책의 의미는 조금도 낡지 않았다.
모두가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야 하는 현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과 넓어지는 시장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세계 1위의 작품과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발달된 통신수단 때문에) 적당히 재능 있는 사람은 소용없어졌다.’
저자는 승자독식시장의 원천에 대해 복제기술의 발달, 고도화된 판매망과 서비스망, 풍요가 풍요를 부르는 ‘마태 효과’, 의사결정의 지레작용, 습관과 취향, 구매력의 편중 등을 꼽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소프라노 가수였던 엘리자베스 빌링턴은 1801년 런던에서만 1만~1만5000파운드를 벌어들였는데, 당시 엄청난 수입이었으나 기술적 한계로 이를 대중화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음반산업에 도입된 뛰어난 녹음기술은 시장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더구나 재화와 서비스의 운송비용은 점점 낮아졌다.
이같은 승자독식시장은 20:80의 사회를 지나 1:99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인 서바이벌게임은 누구도 원하지 않고 불합리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이 시스템의 열매를 따먹는 1%에게조차 승자독식 논리는 좋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도가 지나친 경쟁은 사회 구성원들의 재능을 비효율적으로 배치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판단만 할 뿐 사회 전체의 최대효용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쏠림 현상은 멈추지 않는다. 빈익빈 부익부는 이 시스템의 필연적 결과다.
시장의 문제점들은 지나친 투자, 학벌전쟁, 문화적 타락, 일상 경제의 왜곡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는 이같은 예측을 피해갈 수 있을까.
저자는 이런 승자독식 메커니즘이 어느 사회나 존재하기 때문에, 인류가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군축협정을 맺어왔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똑같이 입는 교복, 18세기 결투에서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규칙들, 일부일처제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승자독식의 폐해를 막기 위해 스포츠계의 선수연봉 상한제, 기업간 중재 관행, 산업안전규제와 영업시간 제한, 사회보장제도, 정치자금법 등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조세제도의 활용이나 소송남발의 규제, 의료비 개혁, 교육혜택 확대, 정부의 문화지원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저자는 ‘조금 덜 일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우리는 먹을 것이 모자라거나 생활에 불편함을 느껴서 일 중독, 공부 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아이보다 잘 키우려고 모두 무리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승자독식사회’는 6주간이나 휴가를 주는 유럽의 예를 들고 있는데, 남미의 사례를 보면 그런 여유로운 사회가 충분히 가능하다.
저자인 로버트 프랭크는 ‘이코노믹 씽킹’의 저자로 코넬대학교 존슨경영학대학원의 경제학 교수다. 필립 쿡은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듀크대학교에서 공공정책학 교수로 있다.
2007/06/03 23:55
경향신문에서 발행하는 뉴스메이커에도 요즘엔 가끔 괜찮은 기사가 실리기도 하는데, 아래 승자독식사회로서의 한국사회의 문제를 짚은 기사가 그 예이다. 교육문화, 정치문화, 기업문화, 스포츠,대중문화로 나누어 각 분야에서도 승자독식이 심각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재근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의 깔끔한 마무리. 여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승자독식의 부조리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병폐일지도 모르겠다.
6개의 기사를 모아놓으니 상당히 길지만, 쉽게 읽혀지는 기사들이다.
승자가 모든 과실을 독식하고 패자는 고사해가는 나라. 지배와 멸시, 군림과 굴종의 사회. 하지만 승자독식은 독약이다. 99%의 패자뿐 아니라 1%의 승자에게도 그렇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인 사회는 양극화가 심해진다. 패자는 지배층과 부자를 증오한다. 저마다의 이기적인 무한투쟁. 우리 공동체의 자해행위. 우린 지금 승자독식의 부조리를 그냥 두고 봐야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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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승자독식은 승자에게도 독약이다” (2007 05/29 뉴스메이커 726호, 한기홍<편집위원>)
승자독식사회(winner takes all socierty) 구성원의 삶은 고단하고 황폐하다. 2007년 대한민국의 초상이 참담한 이유는 그 그림이 ‘승자독식’이란 밑그림 위에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자유경쟁, 발전과 진보라는 구호는 일견 화려하나 그 구호 밑에 존재하는 나락의 깊이는 공포감을 불러 일으킨다.
승자독식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삶에 깊은 음영을 드리우고 있다. ‘개성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라’는 어른들의 주문은 실상 기만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청년들의 비율은 고작 10% 내외를 벗어나지 못한다. 나머지 90%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원치 않는 학업 연장, 또는 백수의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이다.
승자독식 사회의 20대는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집단’으로 대우받기도 힘들다. ‘귀족 마케팅’ ‘10대 마케팅’ ‘실버 마케팅’은 있어도 ‘20대 마케팅’이란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사회의 20대는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 10대보다 구매력이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청년들의 미래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사회는 경제력의 총량이 아무리 커도 지속적인 발전의 동력을 구하기 어렵다. 금융경제연구소 우석훈 연구위원의 지적처럼 한국의 20대는 ‘소외된 계층’ ‘버림받은 세대’다.
승자독식 대한민국의 사회구조는 30~40대 장년의 삶, 노년의 삶에도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학령층의 자식을 둔 부모들은 천정부지의 사교육비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승자독식의 사회구조’를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은 자식들을 ‘승자의 반열’ 위에 올리기 위해 엄청난 희생과 출혈을 감수한다.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시스템 필요
경쟁적인 사교육비 지출이 OECD 국가 중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의 극소수만 승자를 키운다는 소위 명문대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40대의 대기업 중간 간부 박형진씨(가명)는 날로 척박해지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적지 않은 연봉(8000만 원)에도 불구, 삶의 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600만 원짜리 월급쟁이지만 아이들 교육비 월 300만 원을 지출하고 나면 생활은 빠듯하다. 7년째 32평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좀더 큰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소박한 꿈도 꿀 수 없다. 회사 내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50대 이후에도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승자독식의 기업문화는 ‘선택받은 정규직’의 삶에도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고 있다. 엄정하고 잔인한 ‘인사고과’는 기업 안에서도 승자와 패자를 확연하게 가르고 있다. 승자에게 주는 혜택은 풍족하고 윤택하나, 패자에게는 가혹한 대가를 강요한다. 사람들은 이같은 기업문화를 ‘효율과 생산성을 강화하는’ 최선의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사회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980년대 운동권 문화의 전통은 소위 ‘노-학 연대’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엘리트로서의 삶과 기층 노동자의 삶이 결합할 수 있다는 ‘공동체적 비전’에 근거했다. 그것이 비록 ‘이상적인 공상’이었다 해도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원숙한 시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2000년대 대한민국 청년세대의 문화는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것이다.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협력게임’을 통한 집단적 해법보다는 개별적인 해법을 찾는다. 이들 스스로 승자독식 사회의 피해자면서도 ‘승자독식’의 사회원리를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서 살벌한 ‘승자 위주의 사회 작동 메커니즘’은 재생산, 확산,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좀더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대학 학점 4.5로도 부족하다”면서 영어공부에 목을 매고, 기업의 인턴 프로그램 등 간접 사회경험에 매달린다. 그같은 노력은 그러나 ‘주체적인 결단’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부족하고 인생에 대한 다양한 가치가 발붙이지 못한다. 오직 물질적 성취로 상징되는 성공에만 매달리는 청년들을 양산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승자독식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확장하면서 미국과는 다른 사회 모델을 지향했던 유럽 국가들도 보수화하고 있다. 부유세를 폐지하고 복지 비용을 줄이는 유럽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의 잇단 선거에서도 사실상 승자의 가치를 찬양하는 우파 정치세력과 그 지도자들이 각종 선거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승자독식 문화가 가혹한 이유는 패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기업이 26세 미만의 청년을 채용하면 2년 동안에는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초고용법’(CPE)이 지난 4월 좌초됐다. 스위스의 지방정부는 공공일자리를 만들어서 20대를 우선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이런 추세로 양극화가 계속될 경우 사회 갈등과 대립이 전면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 심각할 경우 사회해체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처럼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그래서 낡은 개념으로 치부되는 복지국가의 발전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패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없어
좌파정부로 낙인찍힌 참여정부 역시 ‘승자독식’의 사회구조에 메스를 대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빠른 진행으로 승자독식과 양극화라는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고 있지만 세계화와 지식정보화를 늦추거나 경쟁을 줄이고 보호를 강화하는 것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의 발전은 ‘경쟁을 통과한 우수한 승자’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승자독식의 사회문화는 경제적인 부분에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다. 상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정계와 문화예술계, 교육계, 대중문화와 체육계 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승자에 대한 찬양이 이뤄지고 있다. 오직 톱스타만 주목받는 사회는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 독립영화, 인디밴드, 언더그라운드들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 1분기 상위 20%의 국민이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8배에 달했다. 그 격차는 날로 커지는 추세다. 승자에 대한 찬양은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대다수 약자와 패자에 대한 무관심과 경멸은 경제 규모 세계 12위의 대한민국의 지속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승자독식은 승자에게도 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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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1등 아니면 수업중 발언권도 없다! (2007 05/29 뉴스메이커 726호, 조득진 기자)
‘전부 아니면 전무’ 도박판 대한민국
승자독식의 나라 | 교육분야
“1등이 아니면 ‘인격적 대우’는커녕 발언 자체도 묵살당하는 분위기가 더 억울하고 힘들다.”
지난 5월 중순, 서울 ㅁ고등학교 3학년 한 교실에서 이뤄진 설문조사 ‘어떤 경우에 학교 현장이 1등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대다수 학생의 대답이다.
현재 성적이 전교 최상위 수준인 백모군은 “성적이 중간 정도였던 중학 때는 수업시간에 문제제기를 하면 ‘쓸데없는 소리로 수업 분위기 흐린다’는 핀잔을 들었는데, 성적이 좋은 지금은 ‘이렇게 다양한 데에 관심이 있느냐’는 칭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업시간에 하는 질문이나 문제제기에도 발언권의 ‘제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등을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꼴찌를 하면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의 솔직한 현주소다.
이어 학생들은 ▲ 시장상, 교육감상 등 학내외 각종 시상에서 분야를 불문하고 수상이 1등에게 몰리고 ▲ 보충수업서도 국·영·수 과목이 모두 편성된 심화반에 비해 일반반의 수업은 부실하게 구성되며 ▲ ‘야자’를 하는 학내도서실의 환경이 우열반에 따라 다른 것 등을 ‘1등 중심 학교현장’의 사례로 꼽았다.
같은 반의 황모군은 “수행평가는 교사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하는데, 이 경우 결과가 좋지 않아도 1등에게는 높은 점수가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가끔 이런 주관적이고 모호한 기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부나 잘하라’는 무시 일색이어서 대부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들어간다”고 전했다.
학교 현장에서의 1등 독식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입학철과 졸업철만 되면 으레 등장하는 ‘수석입학’과 ‘수석졸업’ 기사. 그러나 그 뒤편에는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이 되기 위해 1년 내내 관심받고 관리받는 ‘1등’과 그로 인해 방치된 ‘나머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학부모와 교육단체의 쓴소리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우리 교육현장에는 학력신장과 효율성 강화라는 구호만 남았을 뿐,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존에 대한 가치는 무너졌다”고 진단한다. 김정 공동대표에 따르면 강남의 ㄷ중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는 영어수업시간 내내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 반 35명 중 10여 명이 외국 체류 경험을 가진 지역 특성이 작용한 결과지만 나머지 20여 명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지적이다.
김정 공동대표는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들이 이 수업시간에는 열등그룹으로 떨어지고 비정상적인 아이 취급을 받는다”며 “하지만 이의 제기도 1등이나 승자 아이들이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학교 풍토에서 제대로 불만도 토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교육격차, 양극화로 가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최근 논의되는 고교등급제 도입은 한마디로 학부모등급제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예전에는 교육을 통해 평등해질 수 있었으나 요즘엔 교육이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대신고 교사는 “요즘 전인교육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최근엔 교육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형식적인 인정도 없어진 상태로, 국가나 사회가 최소한의 거리낌도 없이 적나라하게 학력 일등주의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교사는 “초등 1학년 입학해서 형식적으로 가, 나, 다, 라를 배우고는 3월 말에 바로 받아쓰기 테스트를 한다”며 “이는 사전에 집에서나 학원에서 배워오는 것을 전제로 한 교육으로, 그 과정의 최고수준에 있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수업”이라고 진단했다. 교육기능이 선별에만 주목함으로써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로선 권리로서 누려야 할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라는 것이다.
김 교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1등 경쟁이 이뤄진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오로지 학력으로만 줄 세우기하고 있다”며 “교육현장만큼 천박한 자본주의가 판치는 곳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ㅁ고등학교 최모 교사는 “잘 나가는 애들은 그냥 슬슬 밀어만 주어도 되지만 정작 공부 못하고 문제가 있는 애들은 더 관심을 갖고 여러모로 이끌어주어야 한다”며 “그래서 나는 편애하는 선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수많은 ‘낙오자’를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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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피말리는 성과주의 ‘살벌한 직장’ (2007 05/29 뉴스메이커 726호, 한기홍 편집위원)
승자독식의 나라 | 기업문화
승자독식, 1등주의 문화의 만연은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 동력이면서, 동시에 기업을 파괴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승자독식 문화는 조직원들을 ‘분투’하게 만들기도 하나 상당부분 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고액 연봉 전문직 집단을 대표하는 증권사 직원들은 피말리는 1등주의, 승자 독식 문화의 피해자들이다. 하루하루의 성과가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도 없고 이해나 관용의 틈새가 없다. 오직 중요한 것은 성과요 실적이다. 분당 한 증권회사 지점장 ㅇ씨는 그 구조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국 지점 전체 직원의 실적이 매일 전산에 뜬다. 일별, 월별, 분기별, 연도별 성과가 학생들 성적표처럼 일목요연하게 제시된다. 지점별 성적표도 마찬가지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직원들을 압박한다. 수당은 물론 승진고과의 70%가 이 성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피말리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지점장들은 서열을 이용한 압박법도 주저하지 않고 사용한다. 증권회사 지점에는 사원-대리-과장-차장의 직급이 있다. 흔히 지점장은 “대리가 4억 원을 했는데 차장씩이나 하면서 2억 원이 뭐냐”고 질책한다. 영업실적은 직급이 올라간다고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급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증권사 경력 3년차인 ㄱ씨는 그 고통을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마음 아픈 것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을 속이는 경우다. 장기적인 투자, 건전한 투자를 권유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많이 팔고 사기를 권유하기도 한다. 오를 것이 뻔한 주식도 팔아야 한다고 권유할 때, 증권회사 직원이 된 것에 대해 가장 큰 환멸을 느낀다.”
보험설계사 이경실씨(가명·40). 보험회사 입사 7년 만에 현재 연봉 1억 원을 자랑하는 ‘중견’이 됐다. 그러나 이씨의 삶이 초년병 시절보다 행복해졌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살벌한 곳이다. 보험회사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잘하면 잘 번다는 구호 속에는 함정이 있다. 예컨대 보험을 2년 이내에 해지하면 고객은 십 원짜리 하나 돌려받지 못한다. 보험설계사 역시 받은 수당을 돌려줘야 한다. 손해는 계약자와 보험설계사지 회사는 손해 보는 것이 없는 구조다.”
피나는 고객 ‘유지’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다른 수당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력이 쌓이면 3개월마다 직급을 갱신한다. 월급을 받는 사람은 경력이 쌓여 수당이나 급여가 오르면 깎이는 경우가 없지만, 보험회사 설계사들은 고객 ‘유지’가 되지 않으면 계약 수당은 물론 모든 수당과 영업비를 깎인다. 대납을 하면서까지 해지되지 않도록 발버둥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급이 오르면 수당이 많아지는 대신 목표 실적량도 늘어난다. 그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아주 곤란한 경우에 빠진다. 개인의 실적이 고리 고리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개인 실적이 나빠지면 영업소나 팀 전체의 영업비가 삭감되는 구조다. 실적을 위해 가짜 계약을 하기도 한다. “가짜로 계약할 때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매달 말일만 되면 입맛이 없고, 가슴이 뛴다. 연봉 1억 원을 받는 대가를 이렇게라도 치르고 있다고 자위한다.”
성과주의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우선 인사 시스템을 변경하고 있다. 핵심 인재의 채용, 업적이나 능력에 따른 보상 차등 시스템, 성과 부진자들에 대한 구조 조정 체계 등이 그것이다. 성과주의는 그러나 종종 한계에 부딪힌다. 대기업 기획실에 근무하는 30대 중반의 샐러리맨 ㅎ씨. 그는 성과주의 문화의 폐해를 이렇게 설명했다.
“목표 달성에 집착하는 구성원이 태반이고, 평가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직원도 많다. ‘성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성과주의 도입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조직 말단까지 침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서에 따라 정실주의에 만연하기도 하고, 정실주의를 문제 삼는 직원들이 투서를 하기도 한다. 선배 세대가 누렸던 연공서열주의의 장점이 깡그리 무시되는 상황이다.”
많은 기업이 성과주의의 핵심은 보상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고 성과자는 많은 보상을 받는 반면, 저 성과자는 적은 보상을 받는 것이 성과주의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승자 독식형’ 보상주의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개발하고, 그들에게 자율적 업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개인성과 향상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의 기업문화가 ‘윈윈 공생’의 문화로 전환될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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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은메달 따고도 우는 한국선수단 (2007 05/29 뉴스메이커 726호, 조득진 기자)
승자독식의 나라 | 스포츠·대중문화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잖아요.’
오래전 광고지만 이 비정상적인 카피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와 같은 1등 독식, 1등 지상주의가 가장 판치는 곳이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의 세계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금메달 하나를 이기지 못하고 등수에서 밀린다. 그동안 올림픽 결승전에서 분패한 한국선수단이 통곡하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동메달을 받고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부끄럽고 안타까운 모습. 외국인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말한다. “은메달도 소중한데 왜들 저러지?”
이는 1등만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지나치게 확산된 결과이며, 금메달 수상자에게 주는 엄청난 특혜 때문이다. 특히 1등의 이미지가 확고해지면 얼마간의 부침은 이 이미지를 깨뜨리지 못하고 특혜를 유지시킨다. 그 예는 최근 빙상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피겨스케이팅의 ‘공주’로 통하는 김연아(17)와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강석(23). 두 선수는 지난 3월 나란히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와 세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 참가해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땄다. 이강석은 남자 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지만 지난해부터 ‘국민여동생’ 신드롬을 이어온 김연아의 그늘에 가리고 말았다.
최근엔 이 두 선수에 대한 대한빙상연맹의 편파 지원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맹이 김연아에게 지원한 금액은 총 1억1350만 원에 달했고, 올해에도 지난 3월까지 2000만 원을 지원했다. 또한 이번 캐나다 전지훈련 후에 5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이강석에 대한 올해 지원은 무일푼이다. “세계신기록을 세워도 여전히 나는 찬밥”이라는 그의 볼멘소리는 당연했다.
“한국을 열광시키고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어 특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빙상여맹이 밝힌 김연아는 최근 매니지먼트사를 IB스포츠로 바꾸면서 계약금 5억 원을 받았고, 앞으로 광고를 통해 스폰서를 많이 확보할 전망이다. 체육계나 광고계나 1등 독식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계의 1등은 그 이미지 탓에 피곤하기도 하다. 지난 3일 끝난 제41회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고교야구 스타 서울고 이형종(18) 투수가 그 예다. 서울고가 9-8로 앞선 9회 말, 동점타를 허용한 직후부터 울기 시작한 이형종은 끝내기 안타를 맞기까지 계속 울먹이며 공을 던졌고,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TV 화면에 비친 그의 모습은 야구팬과 시청자들에겐 감동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물은 왼쪽 골반뼈 부상으로 인한 통증과 에이스로서의 책임감, 그로 인한 부담감이 한데 섞인 통곡이었다.
잠실학생수영장에서 훈련을 했던 수영 영웅 박태환이 수시로 찾아오는 방송 카메라와 팬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훈련지를 경기 성남의 국군체육부대로 옮긴 것이나, 승률 5할 아래로 떨어져 ‘에이스’ 이미지를 구기고 있는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선동렬 감독이 인터뷰를 피하는 것도 1등에 몰려 있는 관심의 반증이다.
승자 독식의 구조는 방송(연예)에서도 확실하게 구축되고 있다. 지상파, 위성, 케이블TV는 아침부터 심야시간까지 인기와 관심을 독점한 스타들이 종횡무진한다. 대중문화전문가 배국남씨는 “소수 스타들의 브라운관 독점 속에 다수 들러리들의 처절한 생존 몸부림이 우스꽝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 바로 방송”이라고 지적한다. 한 연기자가 연기의 특색과 차별화 없이 방송 3사의 드라마에 얼굴을 내미는 것이나,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와 상관없이 스타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오락·교양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출연 스타를 불러 광고와 홍보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 모두 1등이나 승자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다.
“지나친 스타 공화국의 폐해는 독창성과 실험성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려 방송을 획일화하고, 방송 프로그램과 대중문화의 하향 평준화를 가속화한다”고 비판한 그는 “무엇보다 실력 있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연예인(지망생)들의 대중문화계 진입을 봉쇄하는 불공정의 극치”라고 혹평했다. 결국 수요층인 대중들에게는 질 낮은 대중문화의 소비 강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림픽에는 금, 은, 동이 있고, 각종 경기에도 1, 2, 3등이 있다. 또한 연말 각종 연예대상은 다양한 분야를 만들어 많은 수상자가 나오도록 장치해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금메달과 1등, 대상에만 집중한다. 규칙을 어긴 선수는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퇴장을 당하는 것이 스포츠이지만, 현실에서는 1등에게 ‘봐주기’ 등의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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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권만능주의 ‘권력은 나눌 수 없다’ (2007 05/29 뉴스메이커 726호, 한기홍 편집위원)
승자독식의 나라 | 정치분야
한국 정치는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이른바 승자 독식주의다.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이기기 위해, 1등을 위해 선거 때마다 목숨을 건다.
사실 승자독식주의는 정치판의 현실상 당연한 측면도 있다. 모든 선출직 공직은 ‘경쟁자의 배제’를 통해 따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독식하기 위해서는 승리해야 한다”는 사회심리적 강박관념이 오랜 기간 정치판을 지배해왔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경선 룰 갈등도 이면에는 ‘승자독식’의 정치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은 5월 초 두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경선 1위 대권, 2위 당권’이란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법을 진지하게 경청했던 당내 인사들은 별로 없었다.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의 전통적 관념은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도 뿌리 깊다. 가장 민감한 것은 역시 공천 문제다. 집권이 유력한 한나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내년 봄 총선이 또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막중한 이벤트’로 보고 있다. 당선이 유력한 대권주자에게 줄을 서고, 그들을 지원한 대가로 ‘공천’이라는 차기 국회 입장권을 얻겠다는 것이다. 반대 진영이 집권해서는 공천은 결국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그 세태를 이렇게 묘사했다.
“중립을 표방한다는 의원들도 사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들 역시 한국 정치의 승자독식 관행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뿐만 아니라 정권 성립 후 입각이나 요직 배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다. 의원들 중엔 경선 승자가 누가 될지 역술인들에게 ‘천기’를 묻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정당 내 협상의 전통, 권력배분의 전통이 전무한 것이 큰 문제다.”
통합 절차를 모색하고 있는 소위 범여권도 마찬가지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중도개혁통합신당 간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한 것도 승자독식 정치문화의 부산물이다. 모두 통합의 당위를 외치면서도 자파 세력 중심의 통합을 관철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대선 승리는 둘째 치고 최소한 후보를 자파 계열에서 내야 한다”는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지사의 행보도 결국 ‘승자독식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인식되고 있다. 손 전지사는 탈당 전 지지자들에게 “후보가 되지 못하면 (당에 남아) 무슨 역할을 할 것이냐”는 압력에 시달렸다. 승자가 독식하는 판에서는 2등, 3등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현실론이 득세한 것이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신한국당을 탈당해 독자 출마했던 이인제 의원의 경우도 ‘승자독식문화’의 뼈아픈 사례다. 이 이원은 당시 당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는 2위에 만족하고 차기를 기다리는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지 못했다. ‘승자독식문화’가 횡행하는 정치판에서 ‘차기’ 또는 ‘차차기’란 결코 보장할 수 없는 미래였기 때문이다. “당장 이회창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치적 장래는 없다”는 조급증이 그의 그릇된 판단을 조장한 셈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한나라당 두 유력 후보의 갈등도 완전 봉합된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경선에서의 최종 승자가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승자독식’의 어두운 그림자는 아직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경선까지 무수한 갈등의 고비들이 남아 있으며, 검증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의미 있는 예비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범여권이 아직도 희망을 품고 있는 것도 ‘승자독식주의’가 횡행하고 있는 정치판의 흐름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승자가 독식하려는 순간 상대방의 결정적 약점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시대가 이미 지났는데도 최고 권력을 향한 벼랑 끝 투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승자독식 관행은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대권 만능주의’의 시대착오적 망상을 유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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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승자독식이 패거리 문화 낳는다 (2007 05/29 뉴스메이커 726호, 하재근〈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
10대 후반 입시성적이 평생 서열로… 이기적인 무한투쟁 어려서부터 시작
지구상에 존재하는 선진국 중에 우리와 같은 극심한 승자독식 사회는 없다. 우리는 10대 후반까지 목숨을 건 경쟁을 한 다음, 그때의 성적 서열에 따라 평생 함께 갈 학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때의 성적 서열에 따라 사람의 지위가 갈린다는 것을 집요하게 세뇌당한다. ‘지금 한 시간 더 공부하면 아파트 평수가 달라진다’와 같은 식의, 가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중·고등학교의 급훈이 그것을 말해준다.
사회, 언론, 부모, 교사 등 모든 통로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은 10대 후반 입시 성적 서열이 곧 평생 동안 인간으로서의 서열이 될 것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상위 서열, 즉 상위 학벌이 사회의 상층부를 독점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대법관·법원장 서울대 출신이 85%
2005년 기준으로 대법관이나 법원장 중에서 서울대 출신 비율은 각각 85%가 넘는다. 10대 그룹 대표이사의 약 60%가 세칭 SKY대 출신이다. 교육부 고위간부 85%가 서울대 출신이다. 국회의원의 약 절반이 서울대 출신이다. 현재 범여권에서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도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다. 여권 서울대 출신 지도자들이 모이면 곧 특정 여대 동창회가 된다고도 한다. 그런 식으로 상위 학벌 출신자들은 ‘벌’을 형성해 상층부에 배타적인 장벽을 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야,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패거리 문화를 낳고 있다.
이 패거리로의 진입 여부가 10대 후반의 ‘승부’에서 갈린다. 이때의 승자가 상층 패거리에 진입해 평생 동안 갈 신분을 획득한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식의 승자독식 구조는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유럽식 모델은 개방대학, 즉 평준화 모델이다. 우리와 같은 승자독식 구조와는 원리부터 다르다. 우리와 비슷한 건 일본이나 미국식 모델이다. 일본엔 도쿄대라는 국립 일류대가 있어 우리와 흔히 비견된다. 하지만 도쿄대도 일본의 행정, 사법, 입법, 경제, 문화, 언론, 학술 등 국가 상층부를 몽땅 독점하진 않는다. 미국의 일류대는 약 10개에서 20개 정도의 유명 대학이 일종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스템이다.
이 승자독식 체제에 걸린 판돈은 너무나 크다. 사실상 인생 전체가 걸렸다. 그리하여 모두 참여하는 ‘all or nothing’의 도박판이 된다. 모든 것을 걸고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전 국민이 몰두하는 이 도박판이 바로 우리의 교육이다. 그리하여 우리 교육은 마치 경마장이나 도박장과도 같은 풍경이 된다.
탐욕과 절망, 이기심, 증오라는 유령이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꾼’들이 재산이 다 없어질 때까지 판돈을 대는 것처럼 우리 국민은 모든 가처분소득을 판돈으로, 즉 사교육비로 투여한다. 더 나아가 승자가 되기 위해 조기유학도 불사한다. 조기유학을 통해 특목고-일류대 트랙에 안착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아이들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그리하여 결국엔 아이를 안 낳거나, 일단 낳으면 외국으로 탈출하고 싶거나, 그럴 능력이 안 되면 자살해버리고(OECD 자살률 1위) 마는 나라가 된다.
우리만 가지고 있는 이 특이한 승자독식 입시체제는 곧 승자독식형 사회로 연결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고 패자는 그 밑에서 굴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세뇌받기 때문에 사회가 점점 승자독식형으로 변해간다. 그리하여 경제지표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 과실을 소수가 독식하는 사회로 진화한다. 기업 중에서는 대기업이, 개인 중에서는 중상층이, 대학 중에서는 일류대가, 지역 중에서는 서울이, 즉 승자와 강자가 모든 과실을 독식하고 패자와 약자는 점차 고사해가는 나라가 된다. 지배와 멸시, 군림과 굴종의 사회가 된다.
승자독식 체제에서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점차 일반인들이 지배층, 부자들을 증오하는 사회가 된다. 한 신문사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67%가 ‘부자가 밉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국가통합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떤 사회에 신뢰가 무너지고 그 자리에 불신과 원망이 자리하면 그 사회의 안정성도 무너진다. 결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경제뿐 아니라 민주주의하기도 힘든 나라가 된다. 정치적인 불안정, 극단적인 투쟁의 일상화로 대화와 타협의 선진적인 정치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경제 호전돼도 대다수 국민은 불행
승자독식 구조는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거시지표가 호전돼도 모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어차피 모든 과실이 승자집단에 독점되기 때문에 거시지표가 좋으면 좋을수록 오히려 일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지표와 실질적인 국민 삶의 질이 서로 반비례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상 최대로 치솟는 주가폭등과 민생파탄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왜냐하면 사상 최대 주가의 과실을 향유하는 건 소수의 승자 그룹뿐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지역차별은 승자독식 구조에서 더욱 심화한다. 그리하여 호남은 지금대로 가면 오래지 않아 초등학생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승자들이 사는 서울의 특정지역엔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즉 출산율에 따른 공동화라는 지표가 각 지역별로 전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10대 후반부터 입시성적 서열이 평생 동안 사회의 서열이 될 것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8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이라고 한다. 서울에 사는 나는 국제결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것도 지방의 일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승자독식 구조는 모든 종류의 거시지표를 공허하게 만들어 국민 공통의 국가적 목표를 잃게 한다.
소수 승자의 세상과 다수 패자의 세상이 전혀 달라지면, 정부가 거시지표를 제시하면서 아무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갖자거나, 희망을 갖자고 해도 오히려 정치에 대한 냉소만 커진다. 그리하여 결국 국가적 리더십이 와해된다. 어느 사회도 리더십이 와해되어선 발전할 수 없다.
어차피 소수 승자가 모든 과실을 독식하고, 다수 패자는 무시당한다면, 모두 함께 노력해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국가 발전의 지향성은 있을 이유가 없다. 저마다 자기 자신만 승자가 되기 위해 이기적인 무한투쟁이 시작된다. 그것이 사교육 경쟁, 재테크 경쟁, 고시 경쟁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서로 투쟁하는 정글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는 발전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승자독식 구조는 우리 공동체의 자해행위다. 1990년대 이래 우리는 점차 승자독식 구조가 심화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그런 구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한·미FTA가 속도전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과연 이대로 두고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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