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헌번, 50년만에 대폭 개헌 … 대중발의 국민투표제 실시 / 유럽은 지금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실험중 / ‘국민투표’는 남미 지도자들 승부수
새벽길2008. 8. 3. 21:45
시사인에서 이번 프랑스의 개헌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등이 반대하는 이번 개헌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여론에서도 높은 찬성율을 얻는지 궁금했는데, 이에 대한 해설을 잘 하고 있다.
이번 개헌안 통과를 두고 사르코지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이를 본받으라고 하는 기사들이 아마 보수언론에서 나올 것이라고 봤는데, 역시나 그렇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저번 35시간 노동제의 폐기에 이어 이번 개헌안 통과를 계기로 이전보다 좀더 강력하게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려 들겠지만,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겨우 1% 올랐다는데, 과연 제대로 될지...
이와 별개로 대중 발의 국민투표가 바람직한 것인지 잘 모르겟다. 스위스에서는 이를 통해 전기 민영화 벙안이 거부되었고, 미국과의 FTA 추진도 거부된 바가 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와 같이 우파들이 이를 사용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대중들이 충분한 토의와 숙의를 거쳐 국민투표나 주민투표에 임할지 의문이다. 국민투표안 발의에 제약이 많은지 여부는 그 뒤의 문제이다.
그런데 프랑스가 이원집정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뀌는 것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데일리 서프의 기사는 오바인 듯하다.
--------------------------------------- 佛 반세기만에 대폭 개헌..대통령 권한강화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2008-07-22 05:23) 대통령 의회서 연설 권한..임기는 중임으로 제한
프랑스 헌법, 50년만에 대대적 손질 (한겨레, 이정애 기자, 2008-07-22 오후 06:59:54) 조항 절반 바꿔…대통령 의회연설 등 권한 강화 논란
프랑스는 지금까지 24차나 개헌을 했지만, 89개 헌법 조항의 절반 가량을 바꾸는 대대적 손질을 하는 것은 반세기 만에 처음이다.
우선 개헌안은 현재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제(임기 5년, 연임 1회)로 제한했다. 의회의 권한도 크게 강화했다. 대통령의 집단 사면은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주요 공직자에 대해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외 파병 때 사흘 안에 의회에 통보해야 하며, 파병 기간이 4개월 이상일 경우엔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와 함께 개헌안은 유럽연합(EU)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이 의회에서 승인받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헌안은 각 지역 방언을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터키 등 유럽연합(EU) 신규 회원국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규정했는데, 의회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을 때 사안 별로 철회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의회에 출석해 정부 정책을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놓고는 논란이 일었다. ‘권력 분립’을 지킨다는 상징적 이유로 프랑스에선 1875년 이후 단 한차례도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없었다. 사회당 등 야당 일각에선 “대통령의 권한이 독재정치가 가능할 정도로 확대됐다”고 반발했다. 프랑스가 ‘이원집정부제’이나, 실제적으론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만큼, 총리의 권한만 더 약화시킬 것이라는 게 반론의 요지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1958년 샤를 드골 전 대통령에 의해 도입된 제5공화국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처음으로 역설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정치제도 및 개헌연구위원회가 다소 모호한 대통령과 정부, 의회 사이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실질적인 정책 의사결정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었다.
--------------------------- 프랑스, 2원집정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개헌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8-07-22 23:08:00 정종엽 유럽통신원) 좌우동거, 권력분산이 주는 혼란 종식 위해
프랑스 상-하원 합동회의는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가지는 2원 집정제에서 대통령 대통령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대통령 중심제로의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데 대한 거부감으로 권력을 분산시켰던 프랑스가 좌-우 동거정부를 거치면서 권력 분산이 야기시키는 혼란을 종식시키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 중심제로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안을 도입했다.
지난 대선에서 사르코지 대톨령이 승리하고, 지난 총선에서 절대 과반수를 차지하여 사르코지정부에 참여하는 중도우파를 포함하면 하원 의석 58.5%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UMP는 전통적으로 우파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상원의 표를 합치면 사실상 개헌 가능선인 60%를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1857년 헌법에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금할 정도로 1인 독재 체제에 강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1958년 드 골 주도의 헌법 개정에서도 총리와 대통령 사이의 권력 분산에 합의했던 드 골 추종자들의 반발이 드셌다. 이번 개헌안 투표에서 집권당 국회의원 6명과 상원의원 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는 프랑스 국민들이 그동안 동거 정부 시절의 혼란,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혼란에 얼마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퍼대통령 가능성을 경고하는 야당의 주장보다 사르코지의 개헌안에 80% 이상이 호의적으로 답하고 있다.
극좌파의 찬성은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20명에서 15명으로 낮춰주는 소수당 배려 덕분이다. 반면에 '유럽연합보다는 프랑스'를 내세우는 극우파는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제1야당인 사회당은 상원 개혁 없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은 독재 헌법이라면서 당론으로 반대하였고, 공산당 등 좌파와 바이루가 이끄는 중도 우파 '모뎀'도 반대표를 던졌다.
------------------------------- 프랑스 개헌… '파워 사르코지' 시대 열렸다 (한국, 이민주기자, 2008/07/23 03:20:28) 대통령 의회연설권 등… 50년 만에 권한 대폭강화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 의회에 출석해 정부 정책에 대해 의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프랑스 헌법 사상 처음 도입된 것이다. 사소해보이지만 대통령의 정책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사회당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 교섭단체를 갖고 있지 못한 군소 정당 의원들에게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20석에서 15석을 완화해주겠다고 제안했다.
------------------------------------ [유럽포커스] 패배한 사회당, 자끄 랑에게 화풀이만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8-07-24 23:20:00 정종엽/유럽통신원) 개헌반대세력의 패배는 극좌파의 연대 거부 탓
지난 21일 개헌 여부를 결정짓는 투표에서 패배한 프랑스 사회당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자끄 랑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의 잘못된 전략을 비판하는 등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사회당 등 좌파 진영은 우파 의원만으로는 5분의 3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사르코지 정부가 추진해 온 헌법 개정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거나 협상을 벌이지 않았다. 내부 단속과 평소 정책 연합 틀을 유지하던 좌파 진영과의 개헌 반대를 위한 연대에만 관심을 두었고, 오히려 4개월 앞으로 다가 온 사회당 당수 자리를 놓고 내부 경쟁에만 치중했다.
사실 개헌 반대 세력의 패배는 극좌파의 연대 거부 때문이다. 국회 내 교섭단체 요건을 20명에서 15명으로 낮추어 주겠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안에 한 극좌파 그룹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5분의 3을 넘기게 된 것이다. 우파 내부에서도 상당수의 의원들이 반대 혹은 기권 움직임을 보이자 사르코지 대통령 등 지도부의 개별 면담으로 몇몇 의원들만 반대표를 던졌다. 사르코지는 이 극좌파의 '변심'에 힘입어 사회당이 요구하는 수정안은 거의 무시하고 정확하게 5분의 3을 넘기며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다.
자끄 랑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추진해 온 개헌심의위원회에 발라뒤르 전 총리(우파)와 함께 참여하여 공동 협의를 한 바 있고, 이번 개헌안이 대통령 권한 강화와 함께 국회의 권한도 강화되었다는 소신을 견지해 왔었기 때문에 갑자기 배반했다고 보긴 어렵다. 통과 기준인 "5분의 3보다 1표 더 많아 개헌안이 통과되었다"는 언론 발표 내용이 사회당의 분노를 자아낼 만 했다.
일관된 소신으로 개헌안 심의에 참여하고 개헌에 찬성 의사를 밝혔던 자끄 랑은 자신이 그래도 옳다며 반박했고, 4명의 의원들이 르 몽드에 '사회당 지도부의 전략 실패'라는 의견을 발표해 '파블로프 식의 무조건적 반 사르코지 전략에만 매달렸던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논란을 반영하듯 23일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자끄 랑은 호감도를 2% 더 얻었고, 야권단합을 호소한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69%로 사회당 최고 호감도를 기록했지만 자끄 랑에게 집중적으로 비난을 퍼부은 루와얄의 호감도는 4% 하락했다. 개헌안 승리, 지중해 연합 성공 등으로 활약을 펼쳤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1% 더 얻은 39%에 그쳤다.
----------------------------------- 국민의, 국민에 의한국민 위한 국민투표제 (시사IN, [46호] 2008년 07월 29일 (화) 14:35:31 파리·표광민 통신원) 프랑스가 50년 만의 개헌을 앞두고 있다. 이번 프랑스 개헌안은 대통령 권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국민이 스스로 발의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국민투표 제도는 간접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직접 민주주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제한된 장치이지만, 한국에서는 사실상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행되곤 했다. 국민투표 발의권을 대통령 혼자 독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나라에서는 국민투표가 국민의 제안에 따라 발의되기도 한다. 머지않아 프랑스도 국민이 직접 발의하는, 직접 민주주의에 좀더 충실한 국민투표 제도를 가지게 될 전망이다.
7월21일, 프랑스 헌법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빠르면 내년 3월부터 이 헌법이 프랑스 사회에 적용된다. 양원제인 프랑스는 헌법 개정을 하려면 상원과 하원 전체가 베르사유에 모여 헌법개정안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헌법 개정은 원칙적으로 국민투표에 의해 승인받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대통령의 권한으로 의회에 상정할 수도 있다. 의회에서는 상·하원 전체 출석 의원 60%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헌법개정안은 베르사유에 모인 의원 896명 가운데 539명의 동의를 얻어 통과되었다.
개헌 준비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한 후 본격화해 지난해 7월 발라뒤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개헌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 후 개헌안은 지난 4월23일 각료회의에서 총리에 의해 발표되었고 5월부터 의회에서 논의되었다.
이번 헌법개정안은 대통령, 국회 그리고 국민의 정치 권한에 대한 재규정을 담았다. 한국 언론은 이번 프랑스 헌법개정안을 주로 ‘대통령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의회에서의 대통령 연설 권한 따위 요소가 삽입되기 때문인 듯하다. 이원집정부 체제로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나뉜 프랑스에서 의회를 상대해 정부를 대표하는 것은 총리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상원 및 하원에서 연설하는 것은 상징적으로 대통령이 정부와 의회 양쪽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질 수 있다. 소르본 대학의 정치학 교수 바스티앙 프랑수아는 7월18일자 ‘위마니테’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연설에 대해 질의를 받지 않는 등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번 헌법이 대통령에게 백지수표를 주었다”라고 비판했다. 개정안 찬반 투표에 앞선 발표에서 공산당의 기 피셰 의원은 “이 개정안에서 다원주의에 대한 어떤 보장도 찾을 수 없다.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민주주의 요구에 등을 돌린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중도 세력도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안을 마냥 비민주 법안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프랑스 국민은 헌법개정안에 우호적이다. <주르날 뒤 디망슈>가 의회 투표 전날인 7월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0% 이상이 헌법개정안에 대체로 찬성 의견을 갖고 있었다. 사르코지의 지지율이 30%대인 것과 비교하면 새 헌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프랑스 헌법개정안에는 대중 발의에 의한 국민투표 제도는 참고해봐야 할 제도이다. 대통령만이 가졌던 국민투표 발의권을 의회와 국민이 갖게 된 것이다. 개헌안에 따르면 상원이나 하원 의원 20%가 전체 유권자 가운데 10%의 서명을 얻으면 국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유권자 약 400만명이 서명을 하면 법안을 개폐할 가능성을 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투표 결과 투표자의 과반이 법안의 개정을 요구할 때, 의회는 의무적으로 국민투표가 의도하는 대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대중 발의 국민투표 제도는 현재 이탈리아·스위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실시한다. 스위스의 경우 2002년 전기 민영화 법안이 대중이 주도한 국민투표에 의해 거부되었고, 2005년에는 유전자 조작 식품 허용 법안 역시 국민투표에 의해 거부된 바 있다. 스위스는 유권자 10만명의 서명이 있으면 국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고 이탈리아의 경우 세금 부담자의 1% 정도인 50만명이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최근 유권자 8%로 충족 인원을 규정했다.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대중 발의 국민투표 제도 덕분에 옛 주지사를 쫓아내고 당선된 경우다.
프랑스에서도 지방의회에서는 주민투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2004년 4월26일 프랑스 최초로 생 레미 드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권자 수의 20%인 1500여 명의 서명에 따라 주민투표가 실시된 바 있다. 프랑스에서도 국가 차원의 대중 발의 국민투표안은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이 제도를 검토한 적이 있었고 2002년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재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물론 비판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헌안이 제시하는 국민투표안이 절차상 완전히 국민이 발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이 독자적으로 국민투표를 상정할 수는 없고, 전체 의원의 20%인 184명이 유권자 10%의 지지를 받아 국민투표를 발의하게 되어 있다. ‘리베라시옹’의 전직 기자들이 만든 진보적 인터넷 신문 ‘뤼89’는 새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안 발의에 제약이 많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신문은 유권자 10%라는 기준이 이웃 이탈리아나 스위스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 국민투표 민주주의가 대의제 민주주의보다 나은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유럽은 지금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실험중 (경향, 도재기기자, 2008년 08월 01일 03:14:40) 아일랜드 ‘리스본 조약’ 비준 거부 등 주요 정책 국민참여 결정 크게 늘어
일찍이 의회 제도를 도입해 정착시킨 유럽에서 국민투표 등을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가 활성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독일의 시사주간 슈피겔은 “유럽은 지금 직접민주주의를 실험 중”이라며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각종 정책이 국민들의 직접 참여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프랑스 의회가 지난달 21일 통과시킨 헌법 개정안에는 국민들의 정책 결정권을 높인 국민투표 조항이 들어있다. 개정 헌법은 대통령이 EU의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을 의회 동의 없이 직접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EU 가입을 원할 경우 프랑스 국민들은 이에 찬성하는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직접 표시하게 되는 것이다. 슈피겔은 “국민 의사의 충실한 반영이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EU 전체로 봐서는 불확실성을 더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미니 EU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아일랜드의 비준 거부로 리스본 조약은 언제 발효될 지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각국 지도자들은 “EU의 분열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뾰족한 대책 없이 골머리만 앓고 있다. EU 규정상 새 조약은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알프레드 구젠바워 총리는 최근 의회가 이미 비준한 리스본 조약에 대해 “국민투표를 통해 다시 비준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오스트리아의 이익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통적 지방 분권 국가인 독일에서는 각 주 차원에서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베를린 시에서는 지난 5월 2차대전 당시 ‘베를린 공수작전’의 상징인 템펠호프 공항 폐쇄 여부를 둘러싸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시 당국은 폐쇄를 주장했으나 주민들은 60%가 공항 유지 쪽에 표를 던졌다.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의 ‘시민참여와 직접민주주의’ 연구소는 “주민들이 각종 사회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주민투표는 1년에 전국적으로 100회 이하였다”며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약 300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투표 결과 약 절반 정도는 행정 당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들의 이익과 직접 관련된 경제·교육 문제 등의 결정에 직접 참여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민투표’는 남미 지도자들 승부수 (경향, 김유진기자, 2008년 08월 12일 02:02:17) 볼리비아 모랄레스 신임투표서 승리 베네수엘라·에콰도르서도 자주 시행 “엘리트 지배 탈피 과정의 새 정치학”
볼리비아에서 10일 치러진 정·부통령 및 주지사 신임투표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승리했다. 하지만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며 모랄레스에게 맞서고 있는 산타크루스 등 동부 4개주 주지사들도 모두 재신임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은 불투명하다. 모랄레스가 정치적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로 제안한 이번 신임투표를 계기로, 남미에서 국민투표가 유독 활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1일 비공식 집계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이 6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재신임됐다고 전했다. 모랄레스는 이번 신임투표에서 2005년 12월 대선 당시 득표율(53.7%)을 넘지 못할 경우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그는 투표 결과 승리가 예상되자 “오늘은 볼리비아인들뿐 아니라 모든 라틴아메리카 민중에게 중요한 날”이라며 “이번 승리를 전세계 모든 혁명가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원주민 출신 첫 대통령인 모랄레스는 천연가스 등 자원 국유화와 토지 개혁 등을 통한 ‘부의 공정한 배분’을 추진해 왔지만, 부유층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산타크루스 주지사 등은 예정대로 자체 경찰병력을 창설하고 주법 제정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투표는 볼리비아 외에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남미 좌파 3개국에서 자주 치러지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99년 집권 이래 4차례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2006년 집권한 코레아 라파엘 에콰도르 대통령은 개헌 추진을 놓고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달 제헌의회를 구성했으며 다음달 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모랄레스도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지난해 불발된 개헌안 통과를 위해 또 다른 국민투표 준비에 나설 태세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남미가 수세기 동안의 엘리트 지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선을 모색하면서 ‘국민투표의 정치학(referendum politics)’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투표의 최대 장점은 국민 참여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메트로폴리탄대학의 엘사 카도조 교수(국제관계학)는 좌파 지도자들의 통치 기반이 약하고 급진적 변화를 모색하다보니 국민투표를 빈번하게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볼리비아 정치학자인 로베르토 라세르나는 국민투표가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절차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은 지도자의 권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차베스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등을 포함한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했다가 부결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