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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헌번, 50년만에 대폭 개헌 … 대중발의 국민투표제 실시 / 유럽은 지금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실험중 / ‘국민투표’는 남미 지도자들 승부수

새벽길 2008. 8. 3. 21:45

시사인에서 이번 프랑스의 개헌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등이 반대하는 이번 개헌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여론에서도 높은 찬성율을 얻는지 궁금했는데, 이에 대한 해설을 잘 하고 있다.
 
이번 개헌안 통과를 두고 사르코지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이를 본받으라고 하는 기사들이 아마 보수언론에서 나올 것이라고 봤는데, 역시나 그렇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저번 35시간 노동제의 폐기에 이어 이번 개헌안 통과를 계기로 이전보다 좀더 강력하게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려 들겠지만,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겨우 1% 올랐다는데, 과연 제대로 될지...
 
이와 별개로 대중 발의 국민투표가 바람직한 것인지 잘 모르겟다. 스위스에서는 이를 통해 전기 민영화 벙안이 거부되었고, 미국과의 FTA 추진도 거부된 바가 있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와 같이 우파들이 이를 사용할 우려도 있다. 이 경우 대중들이 충분한 토의와 숙의를 거쳐 국민투표나 주민투표에 임할지 의문이다. 국민투표안 발의에 제약이 많은지 여부는 그 뒤의 문제이다.
 
그런데 프랑스가 이원집정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뀌는 것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데일리 서프의 기사는 오바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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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반세기만에 대폭 개헌..대통령 권한강화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2008-07-22 05:23)
대통령 의회서 연설 권한..임기는 중임으로 제한
 
프랑스 헌법, 50년만에 대대적 손질 (한겨레, 이정애 기자, 2008-07-22 오후 06:59:54)
조항 절반 바꿔…대통령 의회연설 등 권한 강화 논란
 
프랑스는 지금까지 24차나 개헌을 했지만, 89개 헌법 조항의 절반 가량을 바꾸는 대대적 손질을 하는 것은 반세기 만에 처음이다.

우선 개헌안은 현재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제(임기 5년, 연임 1회)로 제한했다. 의회의 권한도 크게 강화했다. 대통령의 집단 사면은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주요 공직자에 대해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외 파병 때 사흘 안에 의회에 통보해야 하며, 파병 기간이 4개월 이상일 경우엔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와 함께 개헌안은 유럽연합(EU)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이 의회에서 승인받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헌안은 각 지역 방언을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터키 등 유럽연합(EU) 신규 회원국 가입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규정했는데, 의회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을 때 사안 별로 철회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의회에 출석해 정부 정책을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놓고는 논란이 일었다. ‘권력 분립’을 지킨다는 상징적 이유로 프랑스에선 1875년 이후 단 한차례도 대통령의 의회 연설이 없었다. 사회당 등 야당 일각에선 “대통령의 권한이 독재정치가 가능할 정도로 확대됐다”고 반발했다. 프랑스가 ‘이원집정부제’이나, 실제적으론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만큼, 총리의 권한만 더 약화시킬 것이라는 게 반론의 요지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1958년 샤를 드골 전 대통령에 의해 도입된 제5공화국 헌법의 개정 필요성을 처음으로 역설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정치제도 및 개헌연구위원회가 다소 모호한 대통령과 정부, 의회 사이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실질적인 정책 의사결정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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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민주주의가 대의제 민주주의보다 나은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유럽은 지금 국민투표 등 직접민주주의 실험중 (경향, 도재기기자, 2008년 08월 01일 03:14:40)
아일랜드 ‘리스본 조약’ 비준 거부 등 주요 정책 국민참여 결정 크게 늘어 
 
일찍이 의회 제도를 도입해 정착시킨 유럽에서 국민투표 등을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가 활성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독일의 시사주간 슈피겔은 “유럽은 지금 직접민주주의를 실험 중”이라며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각종 정책이 국민들의 직접 참여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프랑스 의회가 지난달 21일 통과시킨 헌법 개정안에는 국민들의 정책 결정권을 높인 국민투표 조항이 들어있다. 개정 헌법은 대통령이 EU의 신규 회원국 가입 안건을 의회 동의 없이 직접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EU 가입을 원할 경우 프랑스 국민들은 이에 찬성하는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직접 표시하게 되는 것이다. 슈피겔은 “국민 의사의 충실한 반영이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EU 전체로 봐서는 불확실성을 더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아일랜드는 국민투표를 통해 미니 EU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직접민주주의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아일랜드의 비준 거부로 리스본 조약은 언제 발효될 지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각국 지도자들은 “EU의 분열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뾰족한 대책 없이 골머리만 앓고 있다. EU 규정상 새 조약은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알프레드 구젠바워 총리는 최근 의회가 이미 비준한 리스본 조약에 대해 “국민투표를 통해 다시 비준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오스트리아의 이익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통적 지방 분권 국가인 독일에서는 각 주 차원에서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베를린 시에서는 지난 5월 2차대전 당시 ‘베를린 공수작전’의 상징인 템펠호프 공항 폐쇄 여부를 둘러싸고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시 당국은 폐쇄를 주장했으나 주민들은 60%가 공항 유지 쪽에 표를 던졌다.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의 ‘시민참여와 직접민주주의’ 연구소는 “주민들이 각종 사회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주민투표는 1년에 전국적으로 100회 이하였다”며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약 300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투표 결과 약 절반 정도는 행정 당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들의 이익과 직접 관련된 경제·교육 문제 등의 결정에 직접 참여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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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는 남미 지도자들 승부수 (경향, 김유진기자, 2008년 08월 12일 02:02:17)
볼리비아 모랄레스 신임투표서 승리
베네수엘라·에콰도르서도 자주 시행
“엘리트 지배 탈피 과정의 새 정치학”
 
 
볼리비아에서 10일 치러진 정·부통령 및 주지사 신임투표에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승리했다. 하지만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며 모랄레스에게 맞서고 있는 산타크루스 등 동부 4개주 주지사들도 모두 재신임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정국은 불투명하다. 모랄레스가 정치적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로 제안한 이번 신임투표를 계기로, 남미에서 국민투표가 유독 활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1일 비공식 집계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이 63% 이상의 찬성을 얻어 재신임됐다고 전했다. 모랄레스는 이번 신임투표에서 2005년 12월 대선 당시 득표율(53.7%)을 넘지 못할 경우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친 바 있다. 그는 투표 결과 승리가 예상되자 “오늘은 볼리비아인들뿐 아니라 모든 라틴아메리카 민중에게 중요한 날”이라며 “이번 승리를 전세계 모든 혁명가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원주민 출신 첫 대통령인 모랄레스는 천연가스 등 자원 국유화와 토지 개혁 등을 통한 ‘부의 공정한 배분’을 추진해 왔지만, 부유층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신임투표에서 승리한 산타크루스 주지사 등은 예정대로 자체 경찰병력을 창설하고 주법 제정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투표는 볼리비아 외에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남미 좌파 3개국에서 자주 치러지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99년 집권 이래 4차례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2006년 집권한 코레아 라파엘 에콰도르 대통령은 개헌 추진을 놓고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달 제헌의회를 구성했으며 다음달 말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모랄레스도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지난해 불발된 개헌안 통과를 위해 또 다른 국민투표 준비에 나설 태세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남미가 수세기 동안의 엘리트 지배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선을 모색하면서 ‘국민투표의 정치학(referendum politics)’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투표의 최대 장점은 국민 참여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메트로폴리탄대학의 엘사 카도조 교수(국제관계학)는 좌파 지도자들의 통치 기반이 약하고 급진적 변화를 모색하다보니 국민투표를 빈번하게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볼리비아 정치학자인 로베르토 라세르나는 국민투표가 찬성과 반대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절차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은 지도자의 권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차베스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등을 포함한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했다가 부결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