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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바꾸자고?
그런데 이건희 판결을 보면서도 헌법 제119조 2항의 개정을 얘기할 수 있을까. 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은 '무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은 '면소'라고 판결을 내렸다.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해 조세 포탈, 그것도 '일부' 시기의 조세 포탈만 인정하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아니 이는 재판에 회부된 재벌 총수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다.
경제민주화 조항이 있음에도 이러할진데, 이마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된 논의를 담은 글을 담아온다. 만약에 헌법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어느 방향으로 될지는 그 때의 논의를 누가 주도하고, 어느 쪽으로 중심축이 실릴 것인가에 달려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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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명시한 ‘사회적 시장질서’ (내일, 오윤식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2008-07-15 오후 2:07:37)
개헌 논의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현재의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4년 중임의 대통령제로 바꾼다든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어 갖는 이원집정부제로의 변경한다든지 하는 권력구조 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 등 범보수주의 진영에서 시도하려는 헌법 제119조 제2항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수정이다.
적정한 소득분배와 경제력 남용방지에 대한 후퇴
현행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어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우리 헌법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하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무엇인가? 초기 자본주의는 빈익빈 부익부로 상징되는 계급갈등의 심화,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각종 폐해의 발생, 주기적인 경제공황 발생 등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인하여 계획경제적 요소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수정자본주의가 성립되었다. 이러한 수정자본주의의 헌법적 수용·발현이 바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시장을 방임할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모순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그러한 모순을 시정하기 위한 경제질서이다. 물론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질서와 다르다. 후자는 계획경제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지만 전자는 시장경제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명시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수정하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국가의 시장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규정한 위 제119조 제2항의 내용을 대폭 손질 또는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서 ‘사회적’을 떼어버리고 시장경제질서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민주화의 포기이자 적정한 소득의 분배와 시장의 지배 및 경제력 남용의 방지에 대한 후퇴이다. 우리 헌법이 지향해온 경제정의와 경제민주화의 토대를 일거에 허물겠다는 것이다 . 또한 야만적이고 부정의로 가득한 정글자본주의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 폐해는 이번 쇠고기 협상의 폐해를 훨씬 뛰어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의일 것이다 .
근로자가 근로조건 등 사회적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가? 필자는 제헌 60주년을 맞아 제헌헌법의 이익균점권을 상기하고자 한다. 제헌헌법 제18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 근로자가 기업이익의 분배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이익균점권을 명문화했다. 개헌이 이뤄지는 경우 최소한 근로자가 근로조건 등 사회적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독일식 ‘노사공동 결정제도’의 도입을 명문화, 경제민주화와 경제정의를 심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토지와 주택의 사회적 공공성을 명확히 하는 헌법조항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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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헌법과 경제 민주주의 (한겨레, 신용옥 내일을 여는 역사재단 상임이사, 2008-07-16 오후 09:20:59)
우리 헌법에도 자유권과 함께 참정권, 법 앞의 평등과 같은 평등권이 국민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 국민의 권리 행사는 부와 신분에 따라 달라져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강부자’ ‘고소영’으로 평가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헌헌법에서도 정치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삼고, 경제상 자유를 이 한계 내로 제한했다. 천연자원을 국유화하고 중요산업을 국·공영으로 했으며, 필요에 따라 사영기업을 국·공유화할 수도 있었다.
제헌헌법의 경제질서는 경제주체들의 균등발전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군정의 여론조사에서도 사회주의가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보다 훨씬 선호되었는데, 식민지시대에 형성된 재산이 사회적으로 소유되어 국민 복리를 위해 쓰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제헌헌법은 단정 수립에 반대했던 중간파나 김구 세력마저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정되었던 만큼 한계도 있었다. 과도입법의원에서 제정된 조선임시약헌의 경제체제에는 중간파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계획경제와 노동자대표의 기업경영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민주주의적 혼합경제체제를 추구했다. 제헌헌법을 기초했던 유진오 역시 사회국가의 의미를 담아 자유방임을 수정한 혼합경제 체제를 지향했지만, 정치적 민주주의의 보강으로 기획했던 국민경제회의 규정과 적산의 국유 조항은 채택되지 못했다. 또한 국유화와 국영의 범위도 축소되고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가 대신 이익균점권만 명시되었다.
제헌헌법 경제조항에는 해방 당시 경쟁하던 이념들이 나열되었던 반면 그 구체적 실행은 이후 입법으로 위임했다. 따라서 이들이 유기적 연관을 가진 정책으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사회국가 의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원적인 정치사회 구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54년 2차 개헌으로 자유경제 체제로 전환되면서, 자유경제 체제는 반공을 위한 생산력 증강에 적합한 것으로 예단되었다. 여기에는 원조를 매개로 한 미국의 압력도 컸다. 따라서 평화통일을 내세우며 북진무력통일에 속박되어 있던 정치사회질서의 다원화를 꾀하고 경제계획과 중요산업 국유화를 통해 자립경제를 확립해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려 했던 조봉암의 사회민주주의는 그 존재 자체가 부정되었다.
6월 항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었고 독재정권기에 억압되었던 다양한 가치들이 분출되고 새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자유화로 귀결되어 사회양극화를 초래했다. 이제 광장의 참여민주주의를 내실화하여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가려면 다양한 정치주체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삼은 제헌헌법의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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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교수 실망이다. 행정법학자라서 그러한가. 예전에는 행정법에서 헌법적 가치를 강조한 것이 맘에 들었는데, 갈수록 오른쪽으로 입장이 변하는 것 같다. 원주에 있다가 서울로 올라와서 그러한가.
개헌 논의 봇물속 경제조항도 이슈… 핵심은 국가의 규제와 조정 (서울, 강국진기자, 2008-07-16 15면)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론이 논의의 핵심이지만 경제 민주화에 대한 학계와 법조계 등의 관심이 커지면서 경제관련 조항 개정 논의도 뜨겁다.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회적 시장경제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지난달 16일 의원내각제 도입 필요성 등을 논의한 첫 세미나에 이어 매주 갖는 5번째 세미나였다. 앞서 지난 6월 5일 한국선진화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바람직한 헌법개정 방향’이라는 토론회에서 민경국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경제선진화를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9조가 관건
1987년 이후 21년 만에 활발하게 전개되는 개헌 논의의 한 축에 경제관련 조항(119∼127조)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국가는∼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119조 2항이 특히 관심대상이다.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1항은 시장경제와 경제적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119조 2항은 87년 개헌 당시 국회개헌특위 경제분과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의원에 따르면 ‘경제세력이 사회조화에 저항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한 안전판’이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이와 관련, “119조 2항은 그 의미에도 불구하고 21년 동안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로 남아 있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탈규제와 민영화 속에서 시장만능주의자들이 계속 문제 삼으면서 주목받게 됐다.”고 논의 배경을 설명했다.
●규제완화냐 vs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냐
헌법상의 경제관련 조항폐지나 축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통해 경제 자유화·개방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다. 이들은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한다. 신평 한국헌법학회장(경북대 교수)은 “현행 경제조항이 너무 분량이 많고 불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작은 정부, 공기업 민영화, 세금 축소, 상속세 완화 등 진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이 같은 주장에 동조했다.
반면 경제조항 유지나 강화를 강조하는 이들은 공정한 경제질서 유지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역할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들로서는 공공성 강화와 복지국가 건설이 관심사다. 곽노현 방송통신대 법대 교수는 “경제조항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치유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토대이자 사회 공공성을 유지하는 근거조항”이라고 반박했다. 한택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은 개인의견을 전제로 “사회복지나 사회적 약자 보호가 절실한 현실에서 경제조항을 강화하는 게 맞지만 지금으로서는 현행 경제조항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반된 입장은 ‘119조 1항과 2항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헌법해석을 둘러싼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경제조항 개정을 주장하는 헌법학자들은 ‘1항은 원칙,2항은 보충·예외’로 본다. 김성수 연세대 법대 교수는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이달 초 발간한 ‘새로운 헌법 필요한가’라는 책에서 “1항과 2항은 선후 혹은 비대칭 관계”라면서 “헌법상 원칙은 시장과 자유이며, 국가의 조정과 개입 행위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보충적·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종서 배재대 법학과 교수는 “1항은 자유시장경제라는 ‘근대’ 헌법원리,2항은 시장경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개입이라는 ‘현대’ 헌법원리를 밝힌 것”이라면서 “두 조항은 독자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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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의 자유시장경제, 과연 바람직한가 (미디어오늘, 2008년 07월 23일 (수) 15:35:04 이정환 기자)
황당무계한 개헌 논란, 확대 재생산하는 보수·경제지들
시장경제를 제약하는 헌법 조항을 고치자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 출신의 이석연 법제처장의 16일 한 세미나에서 한 발언이 발단이었다. 이 처장이 “현행 헌법 규정 중에는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제약하는 규정이 많이 산재해 있다”면서 “개헌 과정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관여를 규정한 조항을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손질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 119조 2항은 경제에 대한 국가 관여를 규정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조항”이라며 “헌법 126조는 국가가 민간경제에 관여하려면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했다”는 게 이 처장의 논리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보수·경제지들이 이 황당무계한 주장을 비중있게 인용할 뿐만 아니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경제는 제헌절인 17일 사설에서 “현행 헌법은 국가가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고 시장을 규제·조정할 수 있도록 사실상 백지위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만큼 자유롭고 창의적인 시장경제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22일 “시장경제 제약 헌법 조항에 쏠린 눈”이라는 칼럼에서 “시대적 변화에 맞춰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일부 조항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도 18일 사설에서 “현행 헌법은 물론 각종 법령 등에 정부 개입과 민간 자율을 통제하는 반 시장적 조항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장경제에 반하는 조항의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경제지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담하다. 한마디로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시장 개입과 시장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기본 조건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며 “시장경제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건 최소한의 경기 규칙마저도 없애자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송호창 민변 변호사는 “무제한의 자유시장경제를 허용하자는 건 17세기로 돌아가자는 건데 이 자유무역의 시대에 최소한의 시장개입마저 없앤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부 교수는 “명문화 돼 있는 나라도 있고 안 돼 있는 나라도 있지만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은 세계 모든 자본주의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법학 교과서만 봐도 이런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신자유주의를 도입했던 영국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앞선 복지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복지 과잉이니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니 하면서 비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언론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한국일보가 반론을 폈다. 강병태 논설위원은 22일 칼럼에서 “아무리 경제논리를 중시하는 경제학자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민주주의 체제의 역사적 경험 및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는 도저히 존중할 수 없다”면서 “좌우의 극단적 주장이 세상을 마냥 어지럽히는 현실이지만 국가 기본질서를 다루는 개헌 논의만은 이론과 현실로 검증된 틀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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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1948년 ‘노동헌장’ (한겨레,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2007-06-03 오후 06:03:01)
전문 연구자를 제외하면 우리 사회에서 거의 잊혀진 헌법적 기본권이 있다. 그것은 1948년 건국 헌법에서 규정된 뒤 1960년 헌법까지 유지되었으나 5·16 쿠데타 이후 제3공화국 헌법에서 삭제된 노동자의 이익균점권이다. 조문을 옮기자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均霑)할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이 권리는 노동자의 임금청구권이나 사원주주가 가지는 이익배당 청구권이 아니다. 이 조항은 사기업의 경영자는 월급 이외에도 회사 경영으로 축적한 이익을 근로자에게 분배해야 하는 의무를 지며, 국가는 근로자에게 이러한 이익분배의 청구권을 보장해 주어야 함을 뜻한다.
얼핏 보기에 ‘급진적’으로 보이는 노동자의 이익균점권은 좌익 노동운동이 아니라 우익 노동운동의 요구에 따라 헌법에 자리를 잡았다. 헌법 제정 과정에서 ‘대한독립촉성 노동총연맹’이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여와 노동자의 이익균점권이 포함된 8개항의 ‘노동헌장’을 제시한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의 기업참여 방안은 부결되고, 노동자의 이익균점권은 채택되어 헌법 속에 포괄되었다.
만약 현재 어떤 사람이 노동자의 기업경영 참여와 노동자의 이익균점을 주장한다면 기업가단체와 보수진영으로부터 ‘빨갱이 정책’, ‘기업 죽이기’라는 비판을 받들 것이다. 이들의 경우 현행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으니, 그 이상의 권리 보장 요구는 ‘불온’한 선동으로 들릴 것이다. 상상컨대 1948년 당시 ‘노동헌장’을 주창했던 우파 노동운동의 거두였던 전진한 의원이 현 시대에 돌아온다면 ‘새로운 우파’를 주장하는 후배들에게 ‘좌파’로 매도당하는 수모를 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이 과거와는 다른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은 언제까지 노조 결성을 훼방하는 전근대적 모습을 보일 것인가? 임금협상 결렬은 총파업으로 이어지고, 이에 대하여 기업은 노조 간부에 대한 업무방해죄 고소 및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로 맞서며, 이에 반발하는 노동자의 투쟁이 재개되는 순환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 것인가?
민주화 이후 노동자의 정치적·사회적 역량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 노동운동의 존재를 무시하는 기업경영은 비현실적이다. 기업도 노동자의 창의적 제안과 생산적 비판을 경영에 반영하고, 생산성 향상 등 노동자의 기여에 대하여 임금 이외의 방식으로 보상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를 단지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을 파는 ‘하인’으로 취급하지 말고, 기업 발전의 동반자이자 기여자로 대우할 때 기업의 지속적·안정적 발전도 보장될 것이다. 이 점에서 1948년 ‘노동헌장’은 우리에게 중요한 실천적 의미를 던지는 ‘오래된 미래’일지 모른다. 그리고 여러 역대 민주정부가 시도하였다가 실패했던 노·사·정 간의 ‘사회대협약’의 기초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으로 정치권에 소동이 일어난 뒤 개헌은 다음 국회의 과제로 넘어갔다.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사회적 자원의 소모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이후의 개헌논의에서 5·16 쿠데타로 삭제된 노동자의 이익균점권과, 60년 전에 한국 노동계의 선각적 요구사항이었던 노동자의 경영참여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1987년 정치적 민주화를 이룬 우리 앞에 새로이 놓인 과제는 경제적 민주화이며, 이상의 두 가지는 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한 의미 있는 법적 장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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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 톺아보기③] 경제 민주화 조항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새사연 이슈 종합, 2007-08-28 ㅣ 손우정/새사연 연구원)
경제주권 살리는 새로운 헌법 틀 필요
우리 헌법에 경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고, 또 이를 어느 수준까지로 해석해야 하는지는 매우 논쟁적인 주제다. 특히 향후 개헌 국면에서 가장 첨예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바로 이 경제 조항이기도 하다. 현행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경제관련 조항은 시장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이 삭제하기를 오랫동안 주장해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서 경제영역에 대한 총칙적 규정은 119조에 담겨있다. 이 조항은 1987년 헌법 개정을 논의할 당시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구성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이던 김종인 의원이 주도해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조항 도입에 대해 거의 모든 국회, 정부 관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재벌 등 재계도 격렬하게 반대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재가를 받아 반대 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한다.
헌법에서 경제질서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중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에 계획경제 내지 통제경제가 가미된 경제질서로 법치주의를 토대로 하여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안정 및 사회적 정의를 동시에 조화롭게 보장할 것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가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경제질서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완전한 자유방임 시장경제를 지향하지도, 계획통제경제를 지향하지도 않는 혼합형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보통 경제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국가를 매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무역운동이나 급진 소비자 운동 등에서 경제권력에 대한 국민의 견제가 시도되고 있고, 기업 내에서 노동자 공동 경영참여나 자주관리를 통해 생산의 주체가 기업의 정책을 직접 통제하기도 하지만 아직 보편적 현상은 아니다.
국민국가 차원의 경제질서는 개별기업이나 소수의 소비자와 기업 간의 관계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은 민주적 의사를 통해 국가의 경제정책 방향을 통제하고, 국가가 큰 틀에서 경제정책을 통제하는 순환과정이 일반적이다.
1998년 새로운 정권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천민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구호를 앞세워 경제주권을 통째로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경제주권의 박탈은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이 미치는 영향력과 범위의 불일치를 통해 자행된다.
오늘날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세계적으로 통합된 경제세계와 개별 국가로 분리된 정치세계를 조건으로 한다. 국민국가 단위에 머물러 있는 정치가 이를 뛰어넘어 활동하는 경제를 규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시장의 우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세계화 구상은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구체화되었는데, 이는 개발도상국가들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이 시행해야할 경제 구조조정 조치를 담은 것으로, 정부 예산 삭감, 자본시장의 자유화, 외환시장의 개방, 관세 인하,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 우량 기업들의 인수·합볍 허용, 정부 규제 축소, 재산권 보호 등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킨 것이 아니라 국제 자본주의의 재구조조정을 통해 21세기 패권전략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치적 프로젝트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오래 전부터 ‘헌법의 신자유주의화’를 위해 119조 2항의 삭제를 주장해 왔다. 헌법에 대한 이들의 주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는 철저한 시장근본주의적 입장에 서 있는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이다. 그는 시장경제에서는 폭력, 사기, 외부불경제 등을 제외할 경우 ‘공익’과 ‘사익’이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면서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 사익의 추구가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하며 “사익과 공익이 충돌한다는 우리나라 법학자들의 견해는 근거 없는 염려”라고 주장한다.
또한 민주체계에서는 시민들이나 시민들의 집단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상대방의 자발적 동의 없이 취하는 ‘지대추구’의 당사가가 될 수 있다며 강제적 재분배를 추구하는 많은 법들은 “스스로 생산하지 않은 것을 취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약탈과 마찬가지로 지대추구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부유층으로부터 고율의 세금을 거두어 저소득층에게 분배하면 단기적으로는 많은 저소득층들의 소득이 증가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근로의욕이 떨어져 사회 전체의 소득수준이 낮아지는 성장의 정체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재산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자유(재산권)도 언론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처럼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이런 취지에서 119조 2항은 “헌법에 들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고, 오히려 “헌법은 이런 종류의 재분배를 막아야 할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김정호 원장은 더 나아가 경제조항과 함께 ‘사회적 기본권 조항’까지 우리 헌법에서 삭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체의 자유,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자유권적 기본권은 ‘누구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용될 수 있지만, 주택권, 사회보장권 등은 타인의 것을 빼앗아서 제3자에게 나누어주는 행위를 수반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구성원 각자가 누리는 가치가 줄어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적극적으로 삭제를 요구하는 주요 조항은 헌법 제34조 제1항에서 4항까지(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국민의 권리, 국민의 사회보장·사회복지 증진에 대한 국가의 의무 조항), 제35조 제3항(국민의 주택권), 제119조 2항 중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라는 조항 등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분별한 ‘사익’의 추구가 ‘공익’과 배치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 과도한 사익추구를 제재하는 역할 없이 기업과 시장 스스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체제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익이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공기업의 민영화는 역설적으로 사익이 공익을 어떻게 잠식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가까운 예로 2005년 여름 수백 명의 노인들이 폭염으로 사망한 미국 캘리포아니주의 이면에는 발전시설의 전면적인 민영화로 인해 ‘에어컨이 없어서’가 아니라 ‘전기요금이 없어서’ 에어컨을 작동시키지 못한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이는 공익과 괴리된 사익추구의 전형이다.
국가가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개혁을 전면적으로 진행시켜나간 1997년 이후의 한국사회 현실 또한 사회적 양극화 심화와 청년실업을 만연, 중산층의 몰락으로 요약된다. 비정규직은 800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고, 전국가구의 경우 소득 상위 20퍼센트의 소득을 하위 20퍼센트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7.23, 2004년 7.35, 2005년 7.56으로 계속 상승하다 2006년 7.64를 기록해 통계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이후 급속하게 유입된 투기자본이 공익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제일은행 매각 과정에서 뉴브리지캐피탈은 1조6,0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으나 정부는 투입된 공적자금 5조5,000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잠식은 국부를 심각하게 유출시켰다.
현실에서는 엄연히 ‘시장실패’라는 것이 존재하며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국가 역할 축소를 통한 시장 확대와 사회복지 증대가 정비례 관계를 보인 사례는 없다. 사익추구와 공익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염려’가 아니라 ‘경험적 사실’이다.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는 경제주권을 더욱 심각하게 유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표적은 사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다. 한미FTA를 통해 외국의 투기자본은 우리 헌법 관련 조항의 개정유무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삭제효과를 얻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인사들은 지금의 위기 돌파 해법으로 오로지 ‘시장의 완전 개방’만을 외치고 있다. 전면적인 시장 개방을 위해서 한미FTA 추진을 주장하는 한편, 국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해외자본과의 역차별 현상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인식 하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직접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하고 시장기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칙만을 제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구화·세계화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그동안 국민국가의 내적 투쟁을 통해 규율되었던 시장의 ‘폭력’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안은 현재의 조항을 단순히 ‘지키는 것’에서 찾을 수는 없다. 경제정책이 국가 간 경계를 허무는 자본의 자유로운 유통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헌법의 경제 민주화조항은 실효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경제 헌법 조항이 새로운 경제발전 전망과 함께 제시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헌법 조항도 사문화될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대안경제질서는 국민의 고용이 보장되고 노동자들이 경영에 함께 참여하고 함께 책임을 지며,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개방과 시장만을 지향하는 기업 중심의 성장친화적 경제 시스템이 아니라 창의적인 노동을 성장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혁신체제이어야 한다. 새로운 경제질서 수립은 재산권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 자체가 목적이 되는 헌법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진정한 경제 민주화는 경제영역에 자본 대신 인간을 참여시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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