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책을 읽자

선대인 · 심영철,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새벽길 2008. 10. 8. 19:27
프레시안의 기사를 보고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저자가 누굴까 싶었는데,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부소장이란다. 이번에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 한국경제 대전망>(선대인 · 영철 지음, 한국경제신문, 2008)과 <위기의 한국경제>(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Human&Books, 2008)을 내놓았다. 둘 다 구미가 당기는 책들이다. 앞의 책은 손낙구의 <부동산 계급사회>와 함께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재미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가 훨씬 있을 듯 하지만... 그런데 왜 이 책을 다른 출판사도 아닌 한경에서 냈을까. 이해가 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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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갚을 날이 다가왔다" (프레시안, 성현석/기자, 2008-10-06 오후 6:01:26)
[화제의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창피하다. 수업 시간에 신문 기사 이야기밖에 할 게 없다. 경제학자가 할 일은 어디로 간 걸까."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강사가 최근 한 이야기다. 최근 불거진 경제 위기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 꼭 학자들의 무능, 게으름 탓만은 아니다. 이론 자체의 한계도 있다. 시장을 물신화하는 주류 경제 이론이 현 상황에 제대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주류 이론은 현실에서 멀어졌고, 비주류 이론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황. 의지할 이론이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현실에 대한 해석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머뭇거린다.
  
"'이명박 천하장사'의 괴력, 더 이상 믿지 말라"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용감하게 내일의 아파트 값을 전망하는 이들이 있다. 신문 경제면에, 늘 나오는 이들이다. 학자들과 달리, 이들은 실물 경제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론이 비었으니, 감각이라도 믿어보자는 생각에 이들의 전망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불안한 마음은 씻을 길이 없다. 이들을 얼마나 믿어야 할까.
  
"믿지 말라"고 대답하는 책이 나왔다. 특히, 부동산 가격 전망에 대해서는 더욱. "부동산 거품 붕괴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는데도 눈을 질끈 감고, '이명박 천하장사'의 괴력을 믿는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의 신뢰는 대단하다. 현 정부가 자신들의 집값을 반드시 올려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가히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하지만 꿈 깨시라. 꿈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당신의 삶이 위험해진다.
  
그런데 이런 미몽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수면제를 더 먹이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부동산 재태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상당수는 사기꾼에 가깝다. 만나서 이야기하면 경제적 지식과 이해 수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숲 속에서 땅바닥만 보고 다니는 사람들이 숲을 알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최근 출간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서문에 있는 이야기다. 기자들 앞에서 이런 저런 전망을 쏟아내는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에 대한 신랄한 공격이다.
  
"'투기 고수'들은 집값 변곡점을 모른다"
같은 글에는 더욱 적나라한 묘사가 이어진다. "그들은 집값 대세 상승기에 편승해 투기 심리를 부추기며 고수인 양 행세했다. 굳이 그들이 고수라고 불린다면 '투기 고수'일 뿐이다. 하지만 경제 흐름은 바뀌었고 집값은 거대한 변곡점에 이르렀다. 그들이 변곡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그리고 그런 사기꾼들에게 속지도 마라.
  
사석에서는 버젓이 '우리가 집값 떨어진다는 얘기를 어떻게 합니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다. 투자자에게는 '지금은 조정기이므로 사놓으면 올라요'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강남 집은 팔지 못해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다.
  
언론에는 자신만만하게 '거품 붕괴는 없다. 있다고 해도 조금 긴 조정기만 있다'고 떠들면서, 필자에게는 '거품이 붕괴할 수도 있을까요?'라고 묻는 엉터리들이다. 그런데 이런 엉터리 중 한 명을 전문가랍시고 청와대 인수위에까지 끌어들였으니 현 정부의 수준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건설족에게 포위된 기자들, '업 앤 다운 기사'만 써낸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누구 길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그에게 거품 붕괴에 대해 묻는 걸까.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라는 책에서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는 부동산 개발 5적(재벌, 경제관료, 보수언론, 정치인, 학자)을 고발했던 선대인 씨다. 선 씨는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본부장과 함께 부동산 거품이 한국 경제에 끼친 악영향을 꾸준히 분석하고 알려온 전문가로 꼽힌다.
  
그렇다면, 언론은 사기꾼에 다름없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의 발언을 왜 걸러내지 않는 걸까.
  
우선 꼽을 수 있는 게 기자들의 무지와 게으름이다. 선 씨는 이렇게 묘사했다. "기자들의 전문성도 한심한 수준이다. 부동산을 몇 년 동안 담당해 왔으면서도 주택산업의 구조도 모르고,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거시 경제의 흐름도 모르는 기자들이 부지기수다. 그들은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전하는 '업 앤 다운(up and down) 기사' 밖에 쓸 줄 모른다.
  
그들이 접하는 취재원이 건설업체 관계자와 그들을 옹호하는 업계 연구원, 위에 언급한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 정도이니 그 시각이나 수준이 뻔하지 않겠는가? 일부 신문의 몇몇 기자들을 빼고는 신뢰할 만한 수준의 기사를 쓰는 사람이 드물다."
  
"사주가 부동산을 많이 가진 신문일수록 믿지 마라"
만약 기자들이 똑똑하고 부지런해지면 상황이 나아질까. 선 씨의 설명대로라면, 그렇지 않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신문들이 매우 강력한 이해관계자들"이기 때문이다. 선 씨는 "특히 사주가 부동산을 많이 가진 신문일수록 믿지 마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그의 설명은 이렇다.
  
"한국의 신문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특히 더 심하다. 일부 신문은 부동산 재벌들인 사주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 매출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건설업체들의 영향도 받는다. 신문사들이 직접 주택 사업에 참여한 경우도 적지 않다."
  
언론사, 전직 기자에게 '상업용지 분양 로비' 시도
이런 설명은 선 씨의 이력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로 6년간 일했다. 또 <미디어 다음> 취재팀에서도 1년간 기자 생활을 했다. 이런 그에게 한 신문사 관계자가 '로비'를 했다고 한다. 선 씨가 언론계를 떠나 서울시 정책 자문관으로 일하던 시절이다. 선 씨는 이번 책에서 "오죽하면 필자가 서울시에 있는 동안 상업용지 분양을 위해 필자에게까지 관계자가 로비를 했겠는가?"라고 적었다. 선 씨는 로비를 시도한 언론사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직 기자에게 부동산 개발을 위한 로비를 벌이는 언론사가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보도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론이 흔들려서 전망을 포기한 학자,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 거짓말을 일삼는 자칭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강력한 이해 당사자로 움직이는 주류 언론. 이들을 모두 믿을 수 없다면,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나. 답은 없다. 다만, 명백한 거짓말부터 하나씩 걸러내면서 답에 다가가는 길이 있을 뿐이다.
  
"거품 붕괴로 직접 피해보는 사람은 10%에 불과"
대표적인 거짓말이 "부동산 거품이 무너지면, 서민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라는 주장이다. 언론을 통해 거듭 증폭된 이런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계속 팽창하는 부동산 거품이 오히려 서민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른 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든다. 집값이 두 배로 뛰면, 집이 없는 사람은 같은 월급에서 두 배를 저축해야 한다.
  
거품으로 이익을 누린 자들이, 거품 붕괴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주류 언론은 이런 상식을 외면해 왔다. 선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집이 없는 42%의 무주택 서민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왜 피해를 본다는 말인가? 그리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30%도 집값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그리고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의 주택 소유자라도 원래 자기 집에 살던 사람들 20%정도는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다. 오를 때 기분이 좋았다가 내릴 때 제 때 못 팔았던 것을 후회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투기를 일삼거나 거기에 편승했던 사람들 10% 정도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손해 보는 서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값 급락으로 차압된 집에 세들어 살던 사람이 후순위 채권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피해를 겪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다.
  
노무현 정부, '연착륙' 핑계대며 거품 방치…"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거품 빼게 됐다"
이렇게 보면, 거품은 빠지는 게 옳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민 경제 전체가 치를 비용은 엄청나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비용이다. 뒤로 미룰수록 비용은 불어난다.
  
  선 씨는 "서울 강남과 분당 등에서 집값이 거세게 뛰어올랐던 2005년 초, 노무현 정부가 집값 부양책을 쓰지 않고 투기 심리를 확실히 잡았더라면"하고 되묻는다. 이어 그는 거품의 크기가 지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던 시기였으므로, 거품 붕괴의 위기감도 덜했으리라고 답했다.
  
선 씨는 "당시 정부가 '연착륙' 운운하며 거품 빼기를 늦춘 결과,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거품 붕괴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셈이다. 선 씨는 "2004년에 (거품을) 잡았더라면, 2~3년만 고생하면 됐을 텐데, 이제 4~5년을 고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하강세…부동산 거품, 결국 터지나
하지만,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부동산 기대 심리로 정치적 성공을 거둔 이명박 정부는 임기 중에 거품이 터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거품을 빼는 비용을 계속 '외상'으로 달아두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들은 외상 독촉에 시달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외상 독촉은 주머니가 비어있을 때, 주로 몰려든다.
  
마침, 눈에 띄는 보도자료가 있다. 이런 내용이 담겼다. "6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66㎡(20평) 이하 아파트값은 0.2% 떨어지며 올 들어 월평균 기준으로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내내 강세였던 69~99㎡(21~30평형)도 지난달 처음으로 0.07% 떨어져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중에 돈이 말라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최고 연 10%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온 다음날이다. 외상 갚을 날이 다가온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