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책을 읽자
피터 싱어 외 지음, 『죽음의 밥상』 서평모음
2008/04/27 16:58
고기 먹을 맛을 떨어뜨리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이 쓴 <죽음의 밥상>은 미국인 가정의 식생활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그 실태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한다. 이정환 기자의 글에 발췌, 요약된 내용은 더이상 미국산 고기에는 손도 대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허용에 맞추어 나온 듯한 이 책은 한국 정부가 얼마나 무식한 결정을 했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서평만을 보고도 더이상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는 이렇게 심하진 않겠지 하는 것은 고기를 사먹는 나에 대한 정당화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채식 위주로, 고기의 양을 줄이면서 살아가는 게 정치적으로 옳다. 40여년 길들여져온 식성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노력은 필요하다. <죽음의 밥상>이 시사하는 바처럼, '먹는다'는 행위는 단지 스스로의 배를 채우거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기쁨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사회 구조 및 동물의 고통과 관련된 문제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치 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밥상>에 대한 미디어오늘과 한겨레신문, 프레시안의 서평을 담아온다. 서평만으로 충분하다고 하면 책을 사진 않을 듯하지만, 나에게는 전달되는 바가 있었다.
2008. 5. 31
새롭게 추가한 <독소>의 지은이 윌리엄 레이몽에 대한 한겨레와 프레시안의 인터뷰도 <죽음의 밥상> 서평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보완하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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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가 싸고 맛있는 진짜 이유 (미디어오늘, 2008년 04월 18일 (금) 02:55:04 이정환 기자)
[서평] 죽음의 밥상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책이 여러 권 나왔지만 '죽음의 밥상'이 폭로하는 공장형 축산의 실태는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몇 부분을 발췌, 요약해 소개한다.
미국 공장형 양계농가의 닭장은 보통 가로 1470미터, 세로 147미터 크기에 3만 마리 이상의 닭을 수용한다. 미국 동물 복지지침에 따르면 닭 한 마리는 96평방인치의 몸을 움직일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가로 21.6cm, 세로 27.9cm 정도의 공간이다.
오늘날 닭들은 1950년대의 닭들 보다 세 배나 빠르게 자라면서 먹기는 3분의 1밖에 먹지 않는다. 닭들의 90%가 다리를 절고 26%가 뼈 관련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닭장 바닥의 닭똥 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 때문에 닭들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눈에서 나오는 진물 때문에 심할 경우 시력을 잃기도 한다.
닭을 도살장에 옮겨갈 때 인부들은 닭의 한 쪽 다리만 잡는다. 동물 복지지침에는 한 손에 잡을 수 있는 닭은 최대 다섯 마리라는 규정도 있다. 기계로 작동되는 도살장은 1분에 90마리, 최소 속도로는 1분에 120마리를 죽일 수 있다. 한 시간이면 7200마리다.
미국에는 닭을 죽이기 전에 기절시켜야 한다는 법이 없다. 닭들은 목이 잘리기 전에 전기가 흐르는 수조를 지나도록 돼 있는데 전류가 높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절이 아니라 마비시킬 정도로만 전류를 높인다. 마비만 시킬 수 있다면 굳이 기절까지 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닭들은 그래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의식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목이 잘리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목 자르는 기계는 그리 정확하지 않아서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목이 잘리지 않은 채로 끓는 물에 들어간다. 닭들은 튀겨지면서 퍼덕거리고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치고 눈알이 튀어나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산란용 닭들은 1년이 지나면 알 낳는 시간 간격이 길어지게 되는데 양계업자들은 그때부터 모이를 줄이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 일부는 이 기간에 죽고 나머지는 털갈이를 시작하면서 체중이 30% 정도 줄어든다. 양계업자들은 살아남는 닭들에게 다시 모이를 주기 시작한다. 살아남은 닭들은 몇 달 정도 더 알을 낳다가 도살된다.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닭들이 서로를 쪼지 못하도록 부리를 잘라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불에 달군 칼로 부리를 잘라내는데 이때도 마취제는 쓰지 않는다.
돼지는 사람보다 4배쯤 되는 배설물을 내놓는다. 5만 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축사에서는 날마다 227톤의 배설물이 쏟아져 나온다. 중간 규모의 도시 하나에서 배출되는 오물과 맞먹는다. 닭들과 마찬가지로 돼지들도 비좁은 축사에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다. 서있거나 드러눕기뿐이다.
수퇘지들은 태어나자마자 고환을 잘라내는데 그래야 고기 맛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마취제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양돈업자는 말한다. "'돼지 한 마리에 1달러만 더 쓰면 되는데 뭘', 이렇게는 말 못하겠어요. 과연 그 비용이 부담되지 않을까요? 그건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미국의 젖소들은 50년 전의 젖소들보다 세 배 이상의 우유를 만들어 낸다. 낙농업자들은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BST라는 성장 호르몬을 주사한다. 덕분에 우유 생산량은 10% 정도 늘어나지만 많은 젖소들이 유선염에 걸린다. 한 낙농업자는 말한다. "저도 이런 주사를 놓은 것이 싫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우유를 팔아야 적자를 벗어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보통의 젖소들 수명이 20년 정도지만 공장형 농장의 젖소들은 7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더 끔찍한 것은 수송아지들의 운명이다. 대부분은 곧바로 도살되지만 송아지 고기로 쓰기 위해 조금 더 살려두는 경우도 있다. 살아남는 수송아지들은 16주일 동안 좁은 나무 칸막이에 갇혀 지내게 된다. 먹는 것도 우유가 아니라 우유 분말에 녹말과 기름, 설탕, 항생제 따위를 섞은 것이다. 고기를 더 맛있게 하기 위해 철분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바닥에는 밀짚조차 깔지 않는다. 소변을 핥지 못하도록 목에는 족쇄를 채워 고개도 돌리지 못하도록 한다.
소들이 들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자란다고 알고 있다면 현대 축산업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것이다. 소들은 옥수숫대를 먹고 자란다. 섬유소 섭취가 부족한 소들은 유산 분비가 늘어나고 위확장증에 시달린다. 소가 옥수숫대를 먹고 자라는 것은 사람이 사탕만 먹고 사는 것과 같다. 수많은 소들이 병에 걸리지만 축산업자 입장에서는 병이 들었더라도 도살하기 전까지만 버텨주면 된다. 그래서 축산업자들은 소에게 항생제를 섞어서 먹인다. 송아지는 14개월 만 자라면 시장에 내다팔 수 있을 정도의 중량이 된다. 굳이 18개월이나 2년씩 먹여 살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소들이 도살장의 찌꺼기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소들에게 젤라틴과 레스토랑 음식 쓰레기, 닭장 쓰레기를 먹이는 것이 합법이다. 닭장 쓰레기에는 닭똥과 닭털, 먹다 남은 모이와 닭의 시체도 포함돼 있다. 2004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은 닭장 쓰레기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해마다 100만톤의 닭장 쓰레기가 소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레스토랑 음식 쓰레기나 닭장에서 나온 먹다 남은 모이에는 소에게 직접 먹이지 못하는 성분의 무엇인가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가 왜 맛있고 싼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고기의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 무엇을 먹이고 있는지, 고기를 더 싼 값에 만들어 내기 위해 소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공장형 축산이 만들어 낼 드러나지 않은 위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디나 다 그런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특히 더 심각한 것일까.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옥수수 가격이 이만큼 싼 이유가 미국 정부가 옥수수 재배업자들에게 주고 있는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소들이 먹는 옥수수는 1파운드(0.45kg)에 4센트 정도 밖에 안 한다. 생산비 보다 낮은 가격이다. 옥수수는 또 화학비료를 먹고 자라는데 화학비료는 대부분 석유로 만들어진다. 소 한 마리를 567kg으로 키우려면 1075리터의 석유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죽음의 밥상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 피터 싱어 외 지음 / 함규진 번역 / 산책자 펴냄 /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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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은 인종차별이나 마찬가지다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 2008-04-18 오후 07:12:12)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산책자·1만5000원
고기소비가 늘면서 공장식 대량밀집사육 시설과 대형할인매점도 폭증하고 있다. 업자들 호주머니를 불려주는 대신 거기엔 엄청난 환경오염과 비용전가가 뒤따른다. 동물 도살은 불가피한가? 그리고 옳은가? 우리는 이 오랜 관행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까?
‘왜 채식이 바람직한가’ 실사로 입증
동물사료로 쓰이는 숫송아지들 ‘비참’
돈벌이 눈먼 식생활 비윤리성 고발
프린스턴대학 ‘인간가치센터’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피터 싱어는 <다윈의 대답>이란 책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기만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약자와 빈자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착취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들이 느끼는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리고 최소한의 삶의 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 앞에서 주저한다면, 우리는 더는 좌파가 아니다. … 좌파는 그러한 상황에서 뭔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주간지 <타임>이 2005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사람으로 뽑았다는 ‘좌파’ 싱어가 오랜 작업파트너 짐 메이슨과 함께 쓴 <죽음의 밥상>(The Ethics of What We Eat)은 ‘착취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들’의 범주를 인간이 먹이로 삼아온 동물에까지 확대한다. 이들은 이미 <동물해방>(싱어) <동물공장>(공저) 등의 전작들을 통해 환경·생태문제, 동물권리 보호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죽음의 밥상>은 그런 주제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킨다. 저자들은 먹을거리 선택을 기준으로 미국인 가정을 세 부류로 나누고 각 부류를 대표할 만한 전형적인 모델가족을 셋을 선정한 뒤 그들의 식생활 현장을 직접 좇아다니면서 실태를 확인하고 문제점들을 짚어낸다. 모두 4인가족들인데, 첫 모델가족은 육식 위주의 식단에 월마트 등 대형 할인가게에서 모든 먹을거리를 구매하고 외식 때도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이용한다. 대다수 미국가정이 이에 포함되는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가족이다. 두 번째는 대부분 유기농 식품을 이용하고 지역의 현지재배 채소들도 즐겨 구입하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가족. 세 번째는 생선은 물론 우유나 달걀, 벌꿀 등 동물 관련 제품도 먹지 않고 오직 채소만 먹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베건(vegan) 가족이다.
어느 쪽이 바람직할까? 정답은 세 번째 베건이다. 왜 그런가? 저자들이 칠면조 농장에 취업해서 똥구멍을 까고 인공수정 작업을 직접 해볼 만큼(하룻만에 나가떨어졌지만) 현장실사를 통해 그 걸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입증해가는 게 이 책이다.
예컨대 한국과 일본에 많이 수출되는 미국산 쇠고기 생산과정을 보자. 어미한테서 분리된 송아지는 좁은 축사로 옮겨진 뒤 귀 뒤쪽에 합성호르몬 임플란트를 이식받는다. 운동선수들 근육강화용 테스토스테론 대체제와 비슷한 약물인데, 유럽에선 금지돼 있다. 미국은 소한테는 투여해도 된다. 먹이는 주로 옥수숫대고 거기에 항생제가 들어간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는 위확장증 간염 따위 질병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 사육환경이 훨신 좋은 오스트레일리아 소들도 주로 한국과 일본에 파는 수출용만은 끔찍한 사육장 생활이 미국만큼 길다고 한다.
보통 20년을 사는 젖소들이 5~7만에 죽을 정도로 혹사하는 잔혹한 우유생산, 낳자마자 다수가 쓰레기장으로 가는 숫송아지들(동물사료가 된다) 얘기가 잔인하다. 한국계 박미연씨가 이끄는 단체 ‘죽이기 전에 동정을’로 세상에 드러난 지옥 같은 닭 사육장·산란장과 처참한 도살, 소비과정은 이미 악명이 높다. 저자들은 90마리의 동료들을 기억하는 닭뿐 아니라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전문가들 실험을 끌어와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건 노예제 같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주의 심리와 다름없는 ‘종차별주의’다.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이런 대량 사육과 과잉소비가 생태환경 파괴를 얼마나 가속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지적하지만, 초점은 인간 식생활의 비윤리성에 맞춰져 있다. 이젠 동물을 잡아먹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 왜 끔찍한 짓을 계속하느냐고 저자들은 묻고 있다. 그건 잘사는 당신네들한테나 적용되는 것 아니냐, 식물은 생명체가 아니냐,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간주되는 생명체는 죽여도 괜찮은가, 인간의 생존 자체가 다른 생명체의 파괴 위에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니냐 따위의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비윤리적인 동물파괴가 정당화될 순 없다. 그 점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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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가 싸다'는 '무식한 소리'는 그만!" (프레시안, 강이현/기자, 2008-04-27 오후 3:14:51)
[화제의 책] <죽음의 밥상>
"도무지 먹을 게 없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식품 안전 사고가 터지는가 하면 조류인플루엔자(AI) 파장도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광우병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느긋한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 도시인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고기를 먹고 있다"며 "(쇠고기 수입 협상을 통해) 질 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견해는 새로운 게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수 언론이 앞장서 "미국 사람이 다 먹는 쇠고기가 뭐가 문제인가"라는 '낙관론'을 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열장 속 쇠고기는 '불안'보다는 '식욕'을 자극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철학자 피터 싱어와, 농부이자 변호사인 짐 메이슨이 함께 발로 뛰며 취재해 펴낸 <죽음의 밥상>(함규진 옮김, 산책자 펴냄)은 이 같은 낙관에 충격적인 반론을 제시한다. 이들은 풍요로워 보이는 미국 가정의 밥상이 차려지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밥상의 진실'을 벗겨내고자 저자들이 선택한 방식은 꽤 흥미롭다. 이들은 '전형적인 현대 미국 가정식 식단', '양심적인 잡식주의 가정의 식단', '완전한 채식주의 가정의 식단'을 구분한 뒤, 실제로 이같은 식생활을 하는 가정을 방문해 이들 가족이 구입한 식품의 경로를 역추적했다.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세 가정에서 구입한 식품과 관련된 업체는 총 87개였지만, 협조에 응한 업체는 14개 뿐이었다. 특히 대규모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들은 "축산업자들 중에 왜 그 업계가 그토록 비밀주의로 가는지 솔직히 말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대신 동물학과 교수인 피터 치키의 말을 인용한다.
"현대 축산업을 위해서는, 고기가 접시에 오르기 전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비자들이 적게 알수록 좋다. (…) 현대 축산업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산업화된 국가들의 국민은 몇 세대 동안 농촌과 동떨어져 살아왔고, 따라서 가축을 어떻게 기르고 처리하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의 끈기는 '비밀주의'로 지켜왔던 농장의 울타리를 넘었다. 이들은 때로는 직접 농장의 일꾼으로 취직해 사육의 실상을 체험하면서 차곡차곡 자료를 모았다. 그들이 확인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싸고', '질이 좋다'고 믿고 먹는 식품이 만들어지는 끔찍한 과정이었다.
미국 내 공장식 농법의 발달은 육류 소비를 촉진했다. 이제 미국인은 육고기, 새고기, 물고기를 합쳐 일인당 한 해 평균 200파운드(약 90킬로그램)의 고기를 먹는다.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축산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닭고기의 99%이상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닭장에서 역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6주를 보낸 닭에서 나온다. 이 닭들은 분당 90마리를 죽이는 컨베이너 벨트에 매달려 도살된다.
이런 와중에도 죽지 않은 닭들이 있다. 빠른 생산 속도를 유지하고자 멈추지 않는 기계가 모든 닭을 완전히 도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죽지 않은 닭은 산 채로 튀겨진다. 달걀 제조업체에서는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를 산 채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돼지고기와 쇠고기가 만들어지는 실상도 충격적이다. 미국에서 매년 3600만 마리의 고기소가 길러지는데, 이 소들은 풀 대신 싼 값의 옥수수 또는 닭장이나 레스토랑에서 유래된 온갖 쓰레기를 먹는다. 매년 100만 톤에 달하는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닭털, 남은 모이 등)가 여전히 소의 사료로 처리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육에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수다.
대량으로 소를 사육하는 '공장식 농법'에서 나온 미국산 쇠고기가 소비자에게 싸게 제공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그 비용은 결국 형태를 바꿔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지적한다.
첫 번째 피해자는 공장식 농장 인근에 사는 이들이다. 대량으로 배출되는 가축의 오물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또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장에서 부상의 위험을 안고 일한다. 미국 최대의 식육품 회사 중 하나인 타이슨푸드의 연간 이직률은 100%가 넘는다. 1999년 '올해의 10대 최악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 타이슨푸드는 그 해에 노동자 7명이 산재사고로 죽었다.
공장식 농업은 더 큰 비용을 모두에게 전가한다. 광우병은 보다 싸게, 보다 많은 소를 키우려던 농장주들을 위해 고안한 육골분 사료에서 기원했다. 2005년 10월, 유엔은 AI 유행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다수의 동물들을 좁은 지역에 몰아놓고 기르는 축산 방법'에 있음을 밝혀냈다.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변이된다면, 2억 명이 넘는 이들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5년, 미 상원은 조류독감 유행 가능성에 대비해 백신과 여타 약품을 확보해두는 일에 8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동의했다. 그런 정부 지출은 사실상 세금으로 가금 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과 마찬가지다.
도살되는 소와 닭, 그리고 돼지에서 출발한 탐험은 유기농 식품, 공정무역, 지역 먹을거리(로컬푸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지역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것이 타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식품보다 더 윤리적인 소비인지, 또는 제3세계의 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석유 소비를 줄이는데 더 기여하는 등의 문제에 관해 이들은 꼼꼼하게 비교하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논쟁은 '먹을거리'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먹는다'는 행위는 단지 스스로의 배를 채우거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기쁨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사회 구조 및 동물의 고통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행위는 일종의 정치 행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결론적으로 제시한 식생활은 유기농 식품, 공정무역, 로컬푸드를 고려한 완전한 채식의 삶이다. 그렇다고 언제 어디서나 엄격하고 윤리적인 식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또 저자들은 누구나 이런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돈을 갖고 있지 않다는 한계도 인정한다. 단 윤리적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은 '먹을거리'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벌이는 일 중에, 농업만큼 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다. 우리가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일은 거대한 글로벌 산업 시스템에 동참하는 일이다. (…) 화학물질과 호르몬제는 강과 바다에 흐르고, 조류독감과 같은 병이 번진다. 농업은 거의 모든 생명에 손을 뻗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내린 먹을거리 선택으로 빚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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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쇠고기 안심하고 먹는다는 주장은 거짓”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 2008-05-24 오전 11:22:29)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 저자 윌리엄 레이몽 서면인터뷰
“교차위험 낮다 주장하는 건 사료·축산업자·정부관리뿐
풀로만 키운 쇠고기 찾는 경향 늘어…성장호르몬도 문제
우리는 미국의 일부 상품에 ‘안돼’라고 말하는 법 배워야”
미국에서도 자국산 쇠고기의 안전도를 의심해 풀로만 키운 소의 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인간광우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의 심각성이 증세가 유사한 알츠하이머에 가려져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시사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식품 전문가인 윌리엄 레이몽이 밝혔다.
레이몽은 코카콜라의 신화 속에 은폐된 진실을 추적한 <코카콜라게이트>로 명성을 얻은 프랑스인으로, 미국 식품의 안전성 문제를 다룬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랜덤하우스 펴냄)을 최근 국내에서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23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해 “미국에서는 돼지나 닭 사료와 소 사료 작업이 같은 공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뒤섞일 수 있다”며 이런 교차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에게 소를 먹이는 사료 정책을 폐지했다고 해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최근 광우병 논란은 미국산 쇠고기를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이 정한 뇌·머리뼈·척주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고 먹으면 위험성이 없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미국산 쇠고기는 과연 안전한가?
“먼저 이 점을 말해 두자. 위험요소 제로는 있을 수 없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선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 우선, 미국 농무부와 쇠고기 생산업자들이 규제와 새로운 발견에 관한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산 소의 뼈와 고기로 만든 사료를 다른 가축들, 예컨대 돼지나 닭 같은 동물들 사료에 섞어 먹이는 게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서로 다른 사료 작업들이 같은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돼지나 닭 사료가 소 사료와 뒤섞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금지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돼지나 닭의 사료가 소 사료와 섞여 일어나는) 교차오염의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쪽은 사료 생산업자들과 공장식 축산업자들, 그리고 미국 정부 관리들뿐이다. 우리는 미국 사료공장의 약 5%가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미국 상황을 좀더 잘 이해하려면 광우병 대책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02년 보고서를 꼭 읽어 봐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내용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이 보고서는 “공공보건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이용하는 식품과 다른 제품들에 언제 중추신경 조직이 포함될 수 있는지 항상 알 순 없는 노릇이다. … 쇠고기와 쇠고기 추출물, 쇠고기 조미료와 같은 많은 식품들은 흔히 (척추를 포함한) 소 사체의 뼈 잔류물들을 삶아서 만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핫도그와 햄버거, 피자 토핑(위에 얹는 크림이나 치즈)은 소 척수에 오염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티본 스테이크에 관해서인데, 티본 스테이크는 동물 척추가 붙어 있고 거기에 실제로 척수 부분이 포함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인들도 안심하고 먹는 미국산 쇠고기를 의심하는 것은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린 반대세력의 선동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먹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풀로만 키운 쇠고기를 먹는 경향이 추세화하고 있다. 2주일 전 <뉴스위크>가 그에 관한 몇 가지 뉴스를 전했다. 설사 미국 소비자 다수가 자신들이 먹는 쇠고기의 안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매일 의심하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소 사육자들은 왜 동물사료에 집착하나?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내 책(<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에 동물사료를 섞은 혼합곡물사료가 얼마나 비용을 절약하고 더 큰 소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말하는 농부 얘기를 썼다. 이윤, 이윤, 이윤.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거의 돈 때문에 발생한다.”
-광우병 대책과 관련해 유럽연합의 조처는 광우병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인가?
“다시 한번 얘기하는데, 위험요소 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이든 미국이든. 지금 유럽 상황은 광우병 소동으로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은 뒤에야 좋아졌다. 오직 강력한 대책만이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한 유럽연합(EU)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세계무역기구는 미국 편을 들었다.
“미국 쇠고기가 광우병 문제만 안고 있는 건 아니다. 성장호르몬도 문제다. 에스트라디올(난소호르몬의 일종), 프로게스테론(황체호르몬),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 트렌볼론 아세테이트, 그리고 제라놀과 같은 호르몬제도 문제다. 이들 중 일부는 사춘기를 앞당기고 호르몬 난조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일부는 장기적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 노인들이 흔히 걸리는 알츠하이머 증세도 광우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들이 있다.
“2006년 이후 몇 가지 의학연구 결과 그런 연관성을 주장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BSE 암모니아 마그네슘설’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 이 이론은 광우병 발병 원인이 장기간의 단백질 다량 흡입 및 마그네슘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것은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과도 매우 유사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 수가 왜 적은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또다른 유력한 이론이 있다는 거다. 그것은 두 병의 증상이 거의 같기 때문에 인간광우병 환자 수가 지금 만연하고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 수에 가려 은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항생제와 살균·살충·제초용 농약, 포장용 가스, 유전자 조작 작물(GMO), 방사선 살균, 액상과당 등도 심각하다. 도대체 안전한 먹을거리는 없다는 얘긴가?
“정말 큰 문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싸워서 우리의 음식을 되찾아야 한다. 될 수 있는 한 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요리를 해야 한다. 자연식품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깨달아야 하며, ‘적게 천천히’(small and slow)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비만 문제나 광우병 문제는 결국 최근 30여년간 미국 주도하에 진행돼온 민영화와 규제 철폐, 시장을 우선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핵심이 아닌가?
“명백히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나는 자유시장을 신봉하지만, 좋은 것만 취하고 위험한 것은 피해야 한다. 미국은 엄청난 상품들을 제공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 중 일부 제품들에 대해서는 “안 돼”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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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좇는 미국 먹을거리 시스템은 붕괴 직전"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2008-05-27 오전 8:16:06)
[인터뷰] 미국 쇠고기 위험 경고한 윌리엄 레이몽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이른바 '광우병 사태'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의 탐사 보도 전문 기자 윌리엄 레이몽은 "미국산 쇠고기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그는 미국 먹을거리의 실상을 고발한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이희정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이 최근 국내에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관련 기사 : "죽음을 부르는 만찬, 그 초대장을 찢자")
레이몽은 26일 <프레시안>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인이 미국 소를 아무 의심 없이 먹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풀만 먹인 소를 먹는 일은 미국에서 새로운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은 정치적 사안이 되면 안 된다"며 이런 문제를 미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해결한 한국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레이몽은 더 나아가 "(한국이 좇는) 미국의 먹을거리 시스템은 거의 붕괴 직전"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소비자 대다수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로지 '가격' 한 가지에만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논란을 교묘히 이용함으로써 소비자를 헷갈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레이몽은 결론적으로 유기 농업으로 생산된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를 이런 위기의 대안으로 거론했다. 그는 "유기 농업으로 생산된 지역 먹을거리야말로 우리의 미래"라며 "그것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며, 지역 경제를 살리고,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 환경에도 이롭다"고 설명했다. (관련 연재 : 세상을 바꾸는 '식탁 혁명', 로컬푸드)
레이몽은 이런 전환을 위해 '개인의 각성'과 '정책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개인의 선택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또 한국 정부는 (트랜스지방, 방부제, 착색료 등을 쓰지 못하도록)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에 좀 더 엄격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
-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요구한 대로 검역 기준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해 국민의 큰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크게 걱정하는데, 당신의 판단은 어떤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소의 뼈와 고기를 아직도 돼지나 닭과 같은 다른 동물의 사료에 섞어 쓸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이런 사료를 섭취한 돼지, 닭을 다시 소의 사료를 사용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결국 심각한 (광우병)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국제기구조차도 경고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
- 한국 정부는 광우병 위험을 걱정하는 국민을 향해 "미국인도 자국의 쇠고기를 아무런 문제없이 먹고 있다"는 것을 중요한 근거로 들이민다. 실제로 미국 현지의 분위기는 어떤가? 미국인은 정말로 자국의 쇠고기의 안전성을 신뢰하는가?
"건강은 정치적 사안이 되어선 안 된다. 미국인이 미국 소를 아무 의심 없이 먹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풀만 먹인 소를 먹는 일은 미국에서 새로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아직 대다수의 미국 소비자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의심을 품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 <독소>를 보면, 온갖 가축 부산물을 섞어 동물 사료를 만드는 이른바 '랜더링(rendering)'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 부분이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런 당신의 묘사가 현실을 과장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먹을거리를 위한 랜더링 과정은 엄격한 안전 관리를 거친다는 식이다. 이런 반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내 책을 읽고서 지구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과장된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사실을 전달할 뿐이다. 나는 어떤 정치적 입장과도 관련이 없다. 나는 동물 권리 옹호자도 아니고,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미국 정부는 아무리 많게 잡아도 5% 정도의 (랜더링) 공장만 정부 규제를 따르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규제는 유럽에 비하면 훨씬 느슨한 수준이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 <독소>를 보면, 미국의 먹을거리 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다. 당신이 보기에 미국의 먹을거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소비자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모든 논란을 교묘히 회피한다. 만일 당신이 흰색이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검은색이라고 말하는 똑똑한 사람을 고용할 것이다. 그리고 언론은 양쪽 주장을 보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신뢰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지고 만다."
- <독소>를 보면, 각종 이익 집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신의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동향을 포함해 추가 설명을 하면….
"<독소>는 현재 20여 개 국가에서 이미 출간됐거나 출간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은 제외돼 있다. 내 목표는 조만간 책의 내용에 기반을 두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이 책이 미국에서 왜 출간되지 못하고 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값비싼 로비를 업고 통과된 법률이 먹을거리 산업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만큼 광우병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없다. 쇠고기 사업가들이 당신을 고소할 것이고, 감히 소송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낼 만큼 소송비용은 엄청나다."
- 왜 미국인은 이런 먹을거리 시스템의 위기를 용인하고 있는가?
"미국인들 중에도 이런 위기를 심각하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이런 흐름은 느리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다. 다만 대다수의 미국인은 오로지 '가격' 한 가지에만 신경을 쓴다. 사람들이 따지는 건 먹을거리의 가격뿐이다.
- 한국 역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급속히 미국의 먹을거리 시스템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당신은 시민의 각성과 정책의 변화를 대안으로 두고 있는데, 미국이나 한국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개인의 선택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과 같은 방법이 있다. 한국인이 더 나은 선택을 하는데 내 책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그러나 이 싸움은 현실적인 정책 변화 없이 이길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먹을거리 산업에 좀 더 엄격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 트랜스지방, 방부제, 착색료와 같은 제품은 인체에 해롭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엄격한 법적 제재뿐이다."
-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먹을거리 시스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 옥수수의 값이 오르자 수입이 거의 되지 않았던 미국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가 대량으로 수입될 예정이다. 한국의 먹을거리 생산 기업은 이 옥수수로 과당을 만들어 먹을거리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우선 '유전자 조작 작물(GMO)'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GMO는 중요한 논쟁거리다. 우리는 이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낳을지 아무 것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나는 GMO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대부분의 시민이 GMO를 반대하는데, 먹을거리 산업은 GMO를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또 정부는 특별히 제재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 GMO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먹을거리 안전을 지키려면 근본적으로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쏟지 않는다. 당신은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가?
"나는 한국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원칙을 말하자면,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롭다. 지역 먹을거리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 환경에도 이롭다. 지역 먹을거리는 신선하기 때문에 맛도 더 좋고, 물론 건강에도 좋다."
- 한국 정부와 엘리트는 소농을 살리는 대신 소수의 기업농만 남겨놓자고 얘기한다. 심지어 농업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곡물 딜러'를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 이런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에도 자세하게 답하긴 힘들다. 그러나 미국에서 현재까지 발생했거나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독소>는 이 같은 정책이 초래한 결과가 서술돼 있다(3장). 상황은 암울했다."
- 한국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과 먹을거리 안전을 고민하는 소비자, 환경단체 사이에 연대의 고리가 느슨하다. 그래서 농업 몰락과 먹을거리 안전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지만, 뾰족한 공동의 대안을 못 내놓는 실정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농민과 시민이 연대해 먹을거리 문제에 대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움직임이 가능해졌나?
"그것은 아주 느리게 진행됐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유일한 방법이었다. 또 일리가 있었다. 소비자들은 더 적게 돈을 내고 더 많은, 건강한 식품을 얻고 싶어 한다. (화학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관행 농업에서 유기 농업으로 전환한 농부는 결코 자신이 손해를 보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 것이다."
- 한국에서도 최근 이른바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신은 이런 식의 운동 방식이 최근의 먹을거리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유기 농업으로 생산한 지역 먹을거리야말로 우리의 미래다. 그것은 훨씬 건강에 좋고, 환경 친화적이며, 맛도 좋다."
- 당신은 코카콜라, 미국의 먹을거리 등을 취재했다. 지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무엇인가?
"최근 메릴린 먼로의 죽음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유명 인사에 매혹된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생생한 분석이다. 현재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곧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좀 지난 뒤, 나는 다시 <독소>와 같은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좀 더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 내 책이 한국에서 번역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이번 한국어 출간은 내게 큰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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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여는 책]피터 싱어, 짐 메이슨의 ‘죽음의 밥상’ (내일, 김광원 칼럼니스트 참미디어연구소 대표, 2008-10-17 오후 1:40:31)
식생활의 소름끼치는 이면 파헤쳐
‘공장식 농업’이 식탁 위에 올라 … 먹을거리에 대한 인간의 탐욕 고발
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산책자 / 1만5000원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갖가지 요소들. 조류독감은 물론 광우병 쇠고기로부터 멜라민 공포에 이르기까지 그 우려의 끝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죽음의 밥상’(원제: The Ethics of What We Eat). 세계적 철학자 피터 싱어(미국 프린스턴대학 석좌교수)와 농부인 짐 메이슨이 함께 2년간 발로 뛰며 엮어낸 이 책은 이에 대한 대답 중의 하나가 될 만하다. 이 책은 우리가 즐겨 먹는 고기 등 먹을거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인간 식생활의 소름끼치는 이면을 파헤치고 있다.
움직이기조차 힘든 우리에 갇혀 얼마 살지도 못하고 잔인하게 살해되는 동물들. 자연의 풀 대신에 고기를 먹어야 하는 소, 학대받는 돼지, 아무렇게나 목이 잘리는 닭. 이들은 살육될 때까지 강제로 살도록 각종 항생제 등이 투여된다. 소위 ‘공장식 농업’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예시된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먹이들의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현대 축산업을 위해서는 고기가 접시에 오르기 전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비자들이 적게 알수록 좋다. 현대 축산업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산업화된 국가들의 국민이 몇 세대동안 농촌과 동떨어져 살아왔고, 따라서 가축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처리되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 동물학자의 얘기는 축산의 일반적인 얘기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가슴을 서늘케 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 학자에 따르면 도시의 고기 소비자들이 공장식 닭의 사육과 처리과정을 알게 된 결과 상당수가 “앞으로 닭고기를 절대 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소개돼 있지 않지만 현대인의 의식에 미치는 충격들을 심각하게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싱어교수는 미국에서 매년 2000만 내지 4000만 마리의 새와 포유동물이 실험용으로 희생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4000만이라는 숫자는 미국의 도살장에서 단 이틀 동안 살육되는 동물의 숫자일 뿐이다. 매년 미국에서 도살되는 동물의 수는 100억 마리에 달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숫자만으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라크전쟁이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와 다르지 않다. 싱어와 메이슨 두 저자들은 좀처럼 공개하려 하지 않는 그 살육의 현장 ‘동물공장’들을 직접 확인했다.
다정하고 호기심 많은 동물 ‘돼지의 일생’은 참혹하다. 식용 돼지의 90% 이상이 콘크리트와 강철로 지은 좁아터진 축사 속에 갇혀 지낸다. 일생에 한번도 바깥나들이를 못하며, 풀밭을 밟아보지도 못한다. 번식용 암퇘지들은 삶의 대부분을 새끼를 밴 상태로 보내야 한다. 이들은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임신용 우리에 갇힌다. 다음에는 출산용 우리에 갇혀 젖꼭지가 항상 새끼 돼지들에게 노출되도록 돌아 누울 수도 없다.
유럽에서 광우병이 중대 문제로 떠올랐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 양의 골분을 먹이다니, 소가 육식동물이 되었단 말인가. 그러나 미국에서는 여전히 접시 쓰레기(식당의 고기요리 찌꺼기), 닭고기와 돼지고기, 닭장 쓰레기(닭똥과 시체 등), 소의 피와 지방을 포함한 사료들이 소에게 제공된다.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닭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닭에게는 복사용지 만큼의 공간이 주어진다. 그 속에서 최소의 시간 내에 최대의 고기를 제공하느라 근육과 지방의 증가 속도를 뼈성장이 따라잡지 못한다. 따라서 걷지도 못한다. 반면 종계들은 오히려 굶어야 한다. 아예 모이와 물을 주지 않기도 하며, 그런 때 닭들은 땅바닥을 미친듯 쪼아댄다. 이 종계들의 자손들은 6주만에 도살장으로 끌려가 컨베이어 벨트에 거꾸로 매달려 죽어간다.
이 동물공장들의 존재이유는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와도 가치를 공유하는 셈이다.
그러나 싱어교수는 이를 정면으로 논박한다. 그 비용의 일부를 남들에게 전가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공장식 농장의 환경오염과 질병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측면에서 초래되는 부담은 결코 동물공장이 경제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재앙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싱어교수는 이를 종차별주의(spe-ciesism)라는 윤리적 관점에서 주목한다.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로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이는 성을 통해 다른 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성차별주의(sexism)와 인종을 차별하는 인종차별주의(racism)와도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천윤리학의 대가이자 동물해방론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리주의와 무신론적 입장에서 윤리적 문제들을 간결하고도 특이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환경과 생명분야의 민감하고도 현실적인 사안들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먹을거리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그런 조짐은 인간의 환경과 자연의 섭리에 대한 파괴 등을 통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양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먹을거리 공포 앞에 ‘죽음의 밥상’은 새로운 개안과 함께 대안을 시사한다. 이 책을 또 펴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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