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그리 놀랍지 않다. 어쩌면 이미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그의 입장 때문에 연기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진보주의자라고 칭하는 건 조금 떨떠름하다. 결국 그 또한 좋은 자본주의 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를 넘어서서 또 다른 대안은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없음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그를 통하여 경제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조금더 왼쪽으로 가는 것에 만족해한다.
“나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진보주의자이며 그것이 자랑스럽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그의 최신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이렇게 밝혔다. 케인스주의자인 크루그먼은 1970년대부터 미국을 풍미했던 시카고학파와는 달리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주문하며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참여형 경제학자다. 그는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완화되거나 심화된 것은 권력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현실 비판자, 개혁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선진국 무역 성장 원인 규명 그의 수상 이유는 노동과 자본의 부존량 차이에서 무역 발생을 설명해온 고전적 이론과 달리, 2차 대전 이후 무역이 유사한 경제상황의 선진국 사이에서 더 크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규명해낸 업적이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비교우위가 없더라도 국가들이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론도 그의 연구 성과다. 또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했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밝혔듯 도시의 형성과 산업의 입지를 설명하는 경제지리학의 발전에도 한몫했다.
크루그먼은 1977년 MIT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트 교수의 지도 아래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3년부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와 국제관계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 타임스에 2주일에 한 번씩 고정 칼럼을 기고하는 등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에디터&퍼블리셔’지로부터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저서는 20여권으로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대폭로’ 등이 국내에 소개됐다.
●“한국 쇠고기 시위 美정부 잘못” 칼럼도 현재 프린스턴대에 초빙연구원으로 머물며 크루그먼 교수와 교류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학문 연구 공간을 상아탑 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실제 경제 문제와 접목해 현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며 남다른 연구성과를 축적한 연구자”라고 그를 평가했다. 특히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현재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야기한 월가의 문제점 등 경제 현상을 날카롭게 짚고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쇠고기 시위’에는 미국 정부의 잘못도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한국인들이 미국을 불신하게 된 것은 미국의 어설픈 외교, 한국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무역정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 금융위기 예언` 美 크루그먼 노벨상 수상 (이데일리 전설리 특파원, 2008.10.14 01:36) 고전적 무역이론 재해석..독점적 경쟁이론 고안
亞 금융위기 이어 현 금융위기 예언
칼럼니스트로도 왕성한 활동..부시 행정부 비판
197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로버트 솔로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크루그먼 교수는 1991년 전미 경제학회가 독보적 업적을 남긴 40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을 정도로 일찌감치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국제무역 이론 연구를 통해 무역의 발생 원인을 재해석하면서 주목받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노동과 자본 등 생산 요소의 차이에 따른 각국의 비교 우위가 무역 발생의 배경이라는 고전적 무역 이론이 실제에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를 팔아 의류를 사는 `산업간 무역`이 아니라 자동차를 수출하는 동시에 수입하는 `산업내 무역`이 일상화됐다는 것. 그는 이에 따라 고전적 이론에서 주장하는 비교우위가 없어도 소비자 선호의 다양성과 규모의 경제 등에 따라 국가들이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독점적 경쟁이론`을 고안해냈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현실 정치와 경제에 대한 다양한 서적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최근 금융위기와 관련 조지 부시 행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해왔다. 그는 이날도 NYT에 기고한 글을 통해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초기에 금융기관 지분매입을 거부해 시간을 허비한 반면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보다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의 스승인 로버트 솔로 교수는 "노벨상은 분명 `언론인` 또는 `정치비평가`가 아닌 `경제학자` 크루그먼에게 수여된 것이지만 폴은 저명한 언론인이기도 하다"며 "그가 이 모든 일들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수상소감에 대해 "완전히 놀랍다"며 "극도로 이상한 날이지만, 긍정적인 측면에서다(It’s been an extremely weird day, but weird in a positive way)"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루그먼 교수는 1953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서 태어나 1974년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1977년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1983년에는 레이건 행정부 경제자문회의에서 일했다. 그는 이번 노벨상 수상 상금으로 한림원으로부터 1000만크로네(약 140만달러)를 받게 된다.
----------------------------------- '금융위기 전문가' 크루그먼, 노벨경제학상 수상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10-14 오전 9:11:59)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도 맹활약
'노벨경제학상 예약자'이자 "케인즈 이후 가장 글을 잘 쓰는 경제학자"로 꼽혀온 폴 크루그먼(55)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마침내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크루그먼 교수가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197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경제성장 이론가 로버트 솔로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1년 전미 경제학회가 독보적 업적을 남긴 40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을 정도로 일찌감치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가 처음으로 주목받는 경제학자가 된 것은 국제무역이론 연구에서 무역의 발생원인을 새롭게 설명한 '독점적 경쟁이론'을 제시하면서부터다. 이 이론은 무역발생을 설명하는 고전적 이론인 비교우위가 없더라도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선호나 규모의 경제 등에 따라 국가들이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웨덴 한림원이 그의 수상이유로 '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을 통합했다'는 평가를 내놓은데서 보듯, 도시의 형성과 산업의 입지를 설명하려는 경제지리학의 발전에도 큰 업적을 세웠다.
크루그먼 교수는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경고한 논문으로 잘 알려졌다. 1994년 <포린어페어즈>(11∼12월호)에 게재됐던 '아시아 기적의 신화(The Myth of Asian Miracles)'라는 논문에서 그는 동아시아 신흥국들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분석하면서, 이미 무너진 동유럽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총요소 생산성 등으로 대변되는 효율성의 향상이 아닌 자본과 인력 등 생산요소의 과다투입에 따른 발전이 조만간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년 뒤 아시아 후발 개발국들은 그의 예언대로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겪었다.
또한 크루그먼은 금융위기를 겪고있는 나라들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등 위기를 겪고있던 국가들에 강요한 고금리.긴축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며, "필요한 것은 유동성 확대와 이를 수반한 인플레이션"이라고 역설해 객관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학자로도 명성을 얻었다.
크루그먼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된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가장 신뢰받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학자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2005년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경제세미나에서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주는 외국 자금의 상당액이 부동산 속으로 잠겼고 부동산 가격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버블이 터져 2010년 이전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내다봤고, 그 해 8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 강연에서 "3년후 세계경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세계경제는 지금 위기를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 같은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경제학자로는 <뉴욕타임즈(NYT)>의 최초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영입돼 200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칼럼을 쓰고 있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후 공화당은 "소수의 부자를 위한 정치적 세력이며, 중산층을 몰락시키는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이라고 규정한 뒤 날카로운 정치경제적 글쓰기에 천착해 왔다. <AP통신>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들이 현 금융 위기를 일으켰다고 비판해온 크루그먼 교수가 올해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고 전한 것도 이때문이다. 이 통신은 또 "크루그먼은 과학자일뿐 아니라 여론 형성가(opinion maker)이기도 하다"는 토레 엘링젠(Ellingsen) 노벨 경제학상 심사위원의 말도 전했다.
지난 10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크루그먼은 "현재의 금융위기는 대공황에 가깝다"며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금융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사람들이 사려고 하는 것은 미 재무부 채권(T-bills)과 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왜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의 '저격수'가 됐는지는 2003년 그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을 묶어낸 <대폭로>, 그리고 최근 <미래를 말하다>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는 <미래를 말하다>에서 세계 최대 부국이라는 미국이 국민의료보험도 없는 최악의 불평등 상회가 된 현실을 개탄하며,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민주당이 집권하길 바라는 '당파성'을 숨기지 않을 만큼 '현실참여형 학자'의 모습을 보였다.
---------------------------- '진보주의자의 양심' 폴 크루그먼 (프레시안, 최재천/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2008-10-14 오후 1:21:56) [기고] '재앙의 예언자'에게 주어진 노벨 경제학상의 의미
1. 실천하는 진보주의자로서의 폴 크루그먼
크루그먼은 경제학자로서는 신케인즈주의자요, 정치적으로 진보주의자다. 그의 블로그 명칭도 '진보주의자의 양심(conscience of a liberal)'이다. 지난 6월 번역되어 출간된 최근 저서 「미래를 말하다」의 원제도 '진보주의자의 양심(the conscience of a liberal)'이다.
"진보주의 운동가가 된다는 것은 당파성을 띤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진보주의 운동의 안건이 입법화되는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고 동시에 민주당이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진보주의자의 양심, 342면)"
2. 경세가이자 신케인즈주의자로서의 폴 크루그먼
<포천> 지는 어느 서평에서 그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크루그먼은 존 메이너드 케인즈 이후로 글을 가장 잘 쓰는 경제학자다." 맞는 말이다. 크루그먼은 지금 경제적 예언가로서나 국가의 개입정도에 대한 경제정책적인 측면에서나, 그리고 탁월한 경세가로서 다른 시대를 사는 케인즈다.
3.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비판론자로서의 폴 크루그먼
그는 대부분의 한국 경제학자들과 달리 예언자적 능력에서 탁월하다. 그 밑바탕은 본질적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능력이다.
"정치계와 언론계의 많은 인물들은 진보주의자들이 '브로더리즘(Broderism)이라 부르는 병폐를 앓고 있다(고 말한다). 브로더리즘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양당의 대립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그것이 마치 현대 정치인들이 무슨 특별한 개인적인 결점이라도 있어서 사이좋게 지내지 못해 일어난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몇몇 정치인사들은 자질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에서 양극화의 골이 이렇게 깊어진 원인은 정책상의 문제이지 정치인의 자질 때문은 아니었다.(역주: 브로더리즘 :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데이비드 브로더의 글처럼 정치인들이 어디서나 통하는 상식을 지키고 중도를 지켜야 한다는 주의)" (진보주의자의 양심, 196면)
"어쩌다 미국이 이 지경이 되었나? 1990년대에 그토록 이성적인 경제지도력을 발휘했던 미국의 정치 체계가 어쩌다 지금과 같은 부정직과 무책임의 난국으로 들어갔나? (…) 내가 보기에 그에 대한 부분적인 대답은 미국 정치가 대단히 양극화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중간이 힘을 쓰지 못했다. 그 정치적 양극화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이다. 그 결과는(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울 호되게 때리려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특혜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계급 전쟁이라는 형태이다."(대폭로, 233면)
4.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비판론자로서의 폴 크루그먼
그의 정밀한 분석은 원인에서 현상으로, 다시 해법으로 이어진다. "만약 빌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가면 그 술집 고객의 평균 재산은 급상승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술집에 이미 앉아 있던 고객들이 실제로 더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 경제학자들이 어떤 그룹에서 아주 부자이거나 가난하지 않은 평균적인 사람들의 재산에 대해 얘기할 때 일반적으로 평균소득이 아니라 소득의 중앙값을 언급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진보주의자의 양심, 165면)
그는 "지금처럼 전체적인 경제성장과 일반적인 미국 국민의 재산과의 연계가 단절된 것은 내가 아는 한 현대 미국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255면)"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하여 "2001년 이후의 상황은 마치 빌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255면)"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감세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혁명적 세력, 즉 급진우파들의) 목표란 자본으로부터 얻는 소득에 대한 모든 세금을 없애고 오직 임금에만 과세되는 체제로(만약 당신이 동의한다면 그것은 노동소득에는 과세되지만 불로소득에는 과세되지 않는 체제이다) 옮아가자는 것이다"(대폭로, 11면)
5. 대안정책론자로서의 폴 크루그먼
크루그먼은 "70년 전과 같은 극단적이거나 급작스런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지금 불평등을 줄이는 과정은 대압착이라기보다는 대완화(Great Moderation)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불평등을 줄이고 미국을 중산층 국가로 다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지금이 바로 행동을 개시할 때(진보주의자의 양심, 332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평등한 기회 비슷한 걸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현대 미국 사회는 계급, 그것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계급이 능력에 우선하는 것이, 절대적인 사실은 아니지만 현실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진보주의자의 양심, 313면)"
그가 생각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시장영역 밖에서의 소득 불균형 줄이기다. 문제는 세금이다. "부유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진보주의자로서의 양심, 320면)" 한마디로 감세제도를 폐기한다는 주장이다.(323면) 세제상의 허점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소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324면) 그는 본질적으로 시장주의자다. 그래서 "시장영역 밖에서의 정책을 확대하고 개선해야 한다. 즉 지금 시장소득의 불평등은 그대로 놔두고 그 여파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318면)
둘째는 시장영역 안에서의 불평등 줄이기다.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한다. "노조를 되살리는 것이 진보적인 정책의 최종목표여야 한다.(330면) 그야말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차분한 정책적 수단이다.
하지만 그는 시장만능주의자가 아니다. 진보주의자로서 그는 시장에 대한 민주주의의 우위를 솔직하게 긍정한다. "지금 실천하는 진보주의가 된다는 것은 진보주의 운동가가 된다는 것이고, 진보주의 운동가가 된다는 것은 당파성을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종 목표는 일당독재가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있는, 자유로운 경쟁에 의한 민주주의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결국 진보주의자가 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진보주의자의 양심, 마지막면 마지막 결론)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크루그먼이 누구길래…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10-14 오후 3:59:48) [분석]경제학자의 한계에 분노한 '현실참여형 학자'
크루그먼은 어느 누구보다도 '노벨상 예약자'로 평가받아왔다. 뛰어난 업적을 낸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만 2년마다 수여돼 노벨경제학상보다 받기 어렵다는 존 베이츠 클라크상을 이미 1991년에 수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 블로그를 통해 크루그먼 교수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크루그먼 교수처럼 이 상을 받기도 전에 유명한 경제학자는 없었다"면서 "그의 뉴욕타임스 칼럼은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애독해왔으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서적도 아주 많이 써냈다"고 '오피니언 메이커'로서 그의 두드러진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크루그먼은 '금융위기 전문가'로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몇년 전부터 예고했으며, 아시아 금융위기도 정확하게 예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조지 W.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금융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며 경고해 왔고,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공화당은 '소수의 부자를 위한 급진적인 정치세력'이라고 규정하며 지난 8년 동안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올해는 크루그먼의 이러한 일련의 진단과 전망이 모든 영역에서 '불길하게' 거의 다 맞아떨어진 최악의 해이며, 이에 따라 크루그먼의 명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의 민주당 관계자들이 크루그먼의 수상 소식을 마치 당 관계자가 수상한 것처럼 반기고 있는 현상이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민주당을 '당파적으로 지지하는 경제학자'라고 스스로 선언하면서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해 왔다. 그런데 크루그먼의 글은 공화당과 부시라는 고유명사만 국내에서 대응하는 고유명사로 바꾸면 민주당의 논평이 될 정도로 국내 현실과 너무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많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를 일관되게 비판해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과 관련, "폴 크루그먼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이명박 정부에 큰 경고가 아닐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이 논평을 통해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쌍둥이라고 불릴만큼 유사한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재앙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토록 부시와 공화당을 비판하며 2003년 <대폭로>라는 책에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 등에 놀라 부시를 다시 선택한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가 오랜 만에 대중적인 저서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펴내고, 공화당이 얼마나 무서운 세력인지 갈파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도 이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존 매케인 후보가 나선 공화당의 집권을 막아야겠다는 절박감을 토로한 것이다. 그는 <대폭로>에서 경제학자로서 순수한 경제분석적인 글만 쓰다가 '정치적 칼럼니스트'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현실의 경제는 정치적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기 사태가 이 지경으로 된 것도 크루그먼에게는 답답할 뿐이다. 그렇게 오래 전부터 그린스펀의 규제완화 정책에 경고를 했고, 최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대응방식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지적해도 부시 행정부는 미적거리며 사태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계획은 시장의 공포감을 조금 덜어주는 치료약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세계가 경기후퇴로 가고 있으며 붕괴에까지 이르진 않겠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크루그먼은 또 "세계 증시를 반등시킨 이번 방안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데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증시의 반등이라는 시장의 반응이 구제방안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충분한 신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 크루그먼 "부시 치하 구제금융, 더 많이 망가질 것"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2008-10-05 오후 12:22:03) [해외시각]"차기 美행정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 감당해야"
--------------------------------- 노벨경제학상 크루그먼 교수가 본 금융위기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08-10-14 오후 09:02:33) “은행 부분국유화가 해법
영국, 문제핵심 찔렀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금융위기에서 비롯한 거대한 경기침체 모멘텀이 실물경제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신용 경색을 해결한다 해도, 앞으로 한동안 힘겨운 경기후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루그먼은 그러나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유럽식 해법에 대한 조심스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유럽 방식의) 은행 국유화(재자본화) 계획이 미국의 부실채권 매입 방식과 달리 금융위기를 치유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긴 경기침체를 겪겠지만 경제 전체가 붕괴되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13일 세계 증시의 급반등과 관련해, “시장의 반응이 반드시 그런 계획(유럽식 해법)이 잘 작동할 것이란 신호는 아니다”라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영국의 ‘은행 부분 국유화’와 달러화 무제한 공급 등 유럽 정상들의 노력 덕에 지난 금요일보다는 두려움을 다소 덜었다”며 “영국 정부가 재정 지원의 대가로 은행 지분 소유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문제의 핵심으로 놀라운 속도로 단도직입했다”고 극찬했다.
앞서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도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이 세계적 구제금융의 성격을 규정했고, 다른 선진국들이 이를 따라오고 있다”며 ‘영국식 모델’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많은 자본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지분을 소유하는 ‘부분 국유화’가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위기관리 해법”이라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유럽의 많은 나라들과 달리 부실 모기지 채권을 매입할 것을 주장하느라 시간만 허비했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그는 특히 (금융위기에 대한) 분명한 해법이 왜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나왔는지에 대해, “폴슨 장관의 초기 해법이 ‘민간부문은 좋고, 공공부문은 나쁘다’는 부시 정부의 ‘이념’에 의해 왜곡돼 금융부문의 부분 국유화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날 <아에프페>(AFP) 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의) 엔진 전체가 망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월가의 몰락에도 미국 경제의 상당부분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루그먼은 ‘돈을 어디에 보관하느냐’는 물음에 “대부분 현금자산인데… 집 뒷마당에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크루그먼은 현 금융위기에 대해 “(세계경제의)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불경기를 맞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날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전화기자회견에서 “지난 금요일(10일)보다는 다소 두려움이 덜하지만 우리는 1990년 대 말 아시아를 덮친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기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맹신했던 ‘시장 지상주의’ 믿음에서 멀어지는 ‘문화적 이동’의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문법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환기시켰다. 그는 “정책 담당자들이 1931년(대공황)을 명심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한다”면서 “(시장을) 방치하면 대공황이 재연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또한 그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신속하게 은행을 국유화하는 등 올바른 대책 방향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정책은 명확하고 단호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날 세계증시의 폭등 역시 브라운 총리의 리더십에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부시 행정부까지 은행자산 매입 쪽으로 방향을 돌린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크루그먼은 이날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금융기관의 부실 모기지증권 매입을 고려하면서 첫 몇 주를 낭비한 것은 ‘사적인 것은 좋고, 공적인 것은 나쁘다’는 이데올로기에 함몰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크루그먼은 노벨상은 자신이 칼럼니스트이기 이전에 경제학자라는 점을 입증했다면서 “지금은 지지율이 22%로 떨어졌지만 80%이던 때부터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예산안이 부정직하다는 사실을 먼저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경제학적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정치 칼럼니스트가 된 것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도 사람이자, 정치적 의견을 갖고 있는 시민”이라고 답했다.
크루그먼은 지난 해 출간한 저서 <미래를 말하다>(원제 The Conscience of a Liberal)에서 “우리 세대는 강한 민주주의 가치와 광범위한 번영 속에서 자랐지만 그러한 가치와 번영은 이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적, 경제적 개혁으로 불평등과 편협, 부패로 가득찬 ‘황금시대’의 미국을 뉴딜정책이 이뤘던 존경받는 사회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실물경제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한 때"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10-19 오전 11:24:44) [해외시각]크루그먼 "재정지출, 공공사업 확대해야"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오히려 더 많은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칼럼 "Let's Get Fiscal'(원문보기)에서 현재의 상황은 이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준 상태로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수십년의 장기 불황으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은 대공황 때 뉴딜정책처럼 과감한 재정지출과 공공사업을 일으키는 것이 불가피할 만큼 비상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정부지출을 반대하고 책임있는 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호응을 얻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지출을 늘리는 처방을 할 때이며,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유보되어야 할 때다.
실업률은 이미 6%(사실상 실업률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가 넘었고, 7% 내지 8%까지 치솟을 것이 확실시된다. 25년래 최악의 경기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매우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주택버블이 붕괴되자 금융시장은 파괴됐다. 금융시스템을 구제하고 신용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현재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해도, 주택시장이 조속한 시기에 회복되기는 어렵다. 또한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FRB가 경기회복을 이끌어내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연방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있다. 실업수당을 늘리고, 지출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돈을 줄 수 있다. 주와 지자체가 공공서비스 악화와 실업을 부추길 급격한 재정지출 삭감을 해야할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긴급지원을 할 수 있다. 서민들의 모기지 대출채권을 적절한 가격에 사들이고 원리금 상환 조건을 재조정함으로써 서민들이 주택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또한 어차피 필요한 중요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해야할 적절한 시기다.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사업에 대한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런 사업이 효과를 발휘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침체는 금세 끝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 [경향의 눈]크루그먼의 길 (경향, 김봉선 | 논설위원, 2008년 10월 20일 18:04:36)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크루그먼은 올해 초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미래를 말하다>(원제: The Conscience of a Liberal)에서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 그리고 법치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진보주의자이며, 그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으나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 지식인’의 노벨상 수상은 의미가 각별해 보인다.
크루그먼의 철학은 <미래를 말하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미국의 양극화, 이로 인해 불평등, 불균형이 심화된 오늘의 미국 사회를 천착한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뉴딜정책으로 자본주의의 건실한 성장을 경험한 미국이 70년대 이후 신보수주의자들의 부상으로 중산층 중심의 사회에 균열이 생겼다고 진단 내린다. 신보수주의 운동, 즉 정치적 변화에서 원인을 찾으면서 보수주의는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 집단에 해가 되는 정책을 뒤집는 반 민주주의적 목표를 추구한다고 단언한다. 정부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점이라는 시각을 버리고 사회안전망과 의료보험 제도를 확충하고 노동조합을 강화하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미국에서 국민건강보험 도입이야말로 21세기형 ‘신(新)’ 뉴딜정책이라는 주장도 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행정부 들어 한층 극우화한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단아다.
실제 그는 ‘진보’를 실천해왔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집필한다. 주로 경제문제를 다루지만 이라크전이나 인종차별, 의료보험 등 다양한 의제들을 망라한다. 부시 미 대통령은 ‘안주거리’다. 지난 6월 한국의 촛불시위 때는 미국의 정실 자본주의가 미국산 쇠고기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농무부에 검역과 규제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그런 그도 “2004년 대선이 끝나고 몇 달 후 잘 아는 기자들로부터 부시 정부와 보수주의에 대한 비판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을 그만 둘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를 듣고 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상아탑과 현실을 넘나들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학자의 자세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를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시야가 미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겨냥하고 있는 점도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55세인 그는 지금까지 20여권의 책과 200여편의 학술 논문을 썼다. 94년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 등 아시아 성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2005년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그는 부동산 거품이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주던 외국자금의 상당부분을 흡수,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켜 2006~2010년 사이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일대 졸업과 MIT 경제학 박사에 프린스턴대 교수. ‘초일류’ 인생이 자신을 진보주의자로 선선히 매김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낯설다 못해 신기하게 여겨진다. 일류대를 나와 일류 직장에 다니다보면 쉽게 기득권층에 편입한다는 등식이 우리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어서 일 것이다.
“크루그먼에게 샴페인을 보내지는 않겠다. 우리는 퓰리처상이나 지역의 상을 놓고 경쟁하는 데 익숙하다. 이제는 노벨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건 대재앙이다. 크루그먼이 크고 오래된 순금 메달을 세계 레슬링 챔피언 벨트처럼 목에 걸고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뻐길지 모르니.”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동료인 모린 다우드가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쓴 칼럼의 앞부분이다.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다우드는 부시 대통령을 ‘W’라고 호칭한다. 익살과 유머가 넘치는 다우드의 ‘찬사’가 자신을 지켜온 한 지식인의 삶을 아름답고 유쾌하게 한다.
------------------------------------- 노벨상에 빛나는 폴 크루그먼의 실천적 경제학 (한겨레, 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 2008-10-26 오후 06:49:45) [열려라 경제] 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폴 크루그먼이 선정되었다. 크루그먼은 경제학계에서 노벨상보다 타기 어렵다는 클라크 메달(미국 경제학회가 40세 이하의 최고 경제학자 1명에게 2년에 한 번 수여하는 메달)을 이미 받았으므로 노벨상을 예약해놓은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쉰다섯살의 수상은 예상보다 이르다. 그의 수상에는 금융위기라는 환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는 과도한 시장만능주의가 빚은 참사이니 만큼 시장만능주의에 대해 줄기차게 비판해온 크루그먼의 공로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에 시작해서 지난 40년간 60여명이 수상하였다. 가뭄에 콩 나듯이 진보적인 경제학자가 받기도 했으나 수상자의 다수가 추상적 모델을 만지작거리는 미국의 보수적 경제학자들이었고, 그것도 시카고학파의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많았다. 초기 수상자 중에는 미국 경제학계의 쌍벽 폴 새뮤얼슨과 밀턴 프리드먼이 있었다. 시카고학파의 수장 밀턴 프리드먼이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스웨덴의 진보적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잡지 기고를 통해 강력 항의하였다. 뮈르달은 1973년 군부의 잔혹한 쿠데타 후에 칠레 경제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찬양했던 프리드먼과 노벨상의 정신은 맞지 않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였다. 뮈르달은 자신이 2년 전에 이미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을 후회하면서 차라리 노벨경제학상을 폐지하자고까지 말했다.
크루그먼은 종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과는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하나는 진보파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현실 문제에 적극 발언하는 실천적 지식인이라는 점이다. 실제 그는 미국 민주당 당원이기도 하며, <뉴욕타임스>에 글을 써서 공화당과 부시의 경제정책에 맹공을 퍼부어 왔다. 미국의 공화당은 원래는 온건 보수였는데, 1980년대 이후 네오콘들이 득세하면서 과거의 양심적이고 온건한 노선을 버리고 소수의 부자들에게만 봉사하는 극단적 이데올로그의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레이건과 부시 부자(父子)의 작은 정부,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이 미국경제에 가져온 것은 저성장, 양극화, 쌍둥이 적자(재정적자 및 무역적자)의 천문학적인 누적이다.
이것이 비단 미국경제의 후퇴로 끝나지 않고, 전 세계에 엄청난 재앙을 몰아오고 있어서 지금 크루그먼의 혜안이 더욱 빛을 발한다. 모처럼 노벨경제학상이 진보적 경제학자에게 주어진 것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경제학의 물줄기도 보수일변도를 벗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레이건, 부시의 경제철학을 앵무새처럼 답습해온 이명박 정부도 이쯤 되면 노선을 변경해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는지 걱정이 크다.
---------------------------------- 크루그먼 "오바마, 뉴딜정책 실패 반복 피해야" (프레시안, 이승선/기자, 2008-11-11 오전 11:59:12) "과감하고 충분한 재정적 경기부양해야"
크루그먼 교수는 10일(현지시간) 'Franklin Delano Obama?'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대대적인 재정지출을 동원한 경기부양책이라는 통념과 달리, 오히려 과감한 재정지출을 못해서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크루그먼은 오바마 진영이 미국 경제 회복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지원 규모보다 50% 더 많은 충분한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과감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버락 오바마는 루스벨트가 이룬 업적에서뿐 아니라 실패에서도 그만큼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실 뉴딜 정책은 단기적으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이유는 경제정책들이 너무 신중했기 때문이었다.
뉴딜정책이 장기적으로 거둔 성과는 있다. 루스벨트가 설립한 기구들은 지속적이고 적절한 것임을 증명했다. 지금도 미국의 경제적 안정 기반으로 이런 기구들이 남아있다. 그러나 차기 행정부는 뉴딜정책의 덜 성공적인 측면을 따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공황에 대해 충분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루스벨트는 처음 두 번의 재임 기간 중 완전한 경기회복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런 실패가 침체된 경제를 재정지출을 늘려 부양하려는 케인즈주의 정책들의 한계를 증명하는 것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MIT의 이코노스트 E. 캐리 브라운이 1930년대 재정정책에 대해 통념과는 매우 다른 명쾌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믿기 어려울 수 있는 결론이다. 뉴딜정책은 공공사업진흥청(WPA)와 민간자원보존단(CCC) 등에서 벌인 공공사업으로 많은 실업자들을 구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공공사업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아니라는 것인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대적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연방 공공사업 지출로 인한 효과는 다른 요소들에 의해 대부분 상쇄되었다. 특히 허버트 후버 정권에서 시행된 큰 폭의 세금 인상 탓이 크다. 그 효과가 전면적으로 느껴진 것은 루스벨트가 취임하고 나서였다.
또한 연방 차원에서 재정 지출을 늘렸지만 주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이 이뤄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루스벨트도 전면적인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꺼려한 정도가 아니라 보수적인 재정 원칙으로 복귀하려고 애를 썼다. 이런 노력은 그의 업적을 거의 무위로 돌릴 정도였다.
1936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재선에 성공한 뒤 루스벨트 행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했다. 그 결과 실업률은 다시 두자릿수로 증가할 정도로 다시 악화되고 1938년 중간선거에서 큰 패배를 당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와 뉴딜 정책을 구해낸 것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알려진 엄청난 규모의 공공사업이었다. 이 전쟁은 미국 경제가 필요로 한 충분한 재정적 경기부양을 제공했다. 이런 역사는 차기 행정부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정치적 교훈으로는, 경제적 실책이 선거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1936년 대선의 승리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거둔 승리보다 더 컸다. 하지만 1937~38년의 경기침체로 그 승리의 소득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미국인들은 차기 행정부에 일시적인 경제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경제회복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승리에 도취할 기간은 짧을 것이다. 경제적 교훈으로는,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루스벨트는 재정지출 계획을 신중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와 그의 업적을 크게 위태롭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 진영에게 내가 충고하는 것은 경제가 요구한다고 판단한 지원 규모에 50%를 더하라는 것이다. 불황에 빠진 경제에는 너무 적게 하는 실책보다 너무 많이 자극한 실책이 훨씬 낫다. 오바마가 새로운 뉴딜 정책을 이끌 기회는 그가 내놓을 단기적 경제정책이 충분하게 과감하느냐에 달려있다. 진보진영은 그가 필요한 만큼 담대함을 갖추었기를 기대할 뿐이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 6인 “재정지출 늘리고, 규제 강화하라” (경향, 박지희기자, 2008년 10월 23일 18:16:48) 美 차기 대통령 향한 고언
부자세금 올리고, 의보 개혁하라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규제를 강화하며, 의료보험 제도를 개혁하라. 그리고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들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향해 던진 고언이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22일 경기 침체 해결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갖고 출발하게 될 차기 대통령을 위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 6명에게 해결 방안을 묻고 이같이 보도했다.
“6개월내 공공지출 확대, 금융규제 강화해야” 폴 크루그먼(2008년 수상, 프린스턴대 교수)
식상한 표현이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본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1930년대 대공황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00일 회의’를 소집해 적극적인 불황 대책을 마련했던 것처럼, 차기 대통령도 발빠른 조처를 취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적어도 6개월 안에 △재정 부양책 △금융규제 강화 △의료보험제도 개혁이란 세가지 조처를 취해야 한다. 재정 부양책의 경우, 세금 감면책 대신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주 정부에 대한 지원 및 실업수당 확대, 공공지출을 늘리는 방안이 적절하다. 구제를 받으려는 금융기관들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자본요구 사항이나 감독 등의 규제를 받도록 해야한다. 이것이 최악의 금융위기 재발을 막는 방법이다. 의료개혁에 있어서는 노인의료보험법을 도입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을 따라가야 한다.
“재정적자 유지 가능한 수준에서 경기부양”
마이클 스펜스 (2001년 수상,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차기 행정부는 손이 10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현안이 많을테지만, 그 중에서도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첫째 과제로, 위기의 사령탑인 재무부에 헨리 폴슨 현 재무장관처럼 금융부문의 경험과 능력을 지닌 이를 재무장관에 앉혀 1급 팀을 꾸려야 한다. 경기 부양책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재정 적자를 유지 가능한 수준으로 돌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규모 차압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조치가 지속돼야 한다. 금융 부문에 대해선 확실한 감독 구제를 만들어 투명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민간자본을 다시 유입되게 하는 방안이다. 또 개방된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몰리지 않도록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
“고소득층 세금 늘리고 군비축소·의보 개혁”
조지프 스티글리츠 (2001년 수상, 컬럼비아대 교수)
현재 경제 상황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길고 깊은 경기후퇴에 빠져들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경기 침체와 빈부 격차, 비효율적인 의료보험 제도를 물려받게 될 것이며, 막대한 재정 적자로 운신의 폭도 제한적일 것이다. 당장 중점을 둬야 하는 건 상황이 더 나빠지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은행에 돈을 투여하는 식의 구제 방식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기반시설과 기술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위기 극복엔 수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최소한 고소득층에 대해서라도 세금을 늘리는 한편, 군비 지출 축소와 의료보험 개혁을 통해 한정된 재정을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보험의 경우 지난 8년 동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늘었지만 의료비용은 증가했다. 의료보험 개혁이 경제 건전성 확보에도 필수적이다. 금융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선 금융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
“정부 규제강화 비효율적…시장에 맡겨라”
에드워드 프레스콧 (2004년 수상,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게임의 법칙’을 지나치게 바꾸려 했다간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장에 맡겨라. 지금의 금융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정도는 아니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있는 만큼, 그들이 일할 수 있게 내버려두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높은 규제와 가격 통제, 지나친 감독 조처는 비효율이란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각종 산업을 직접 관장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규칙과 제도를 관리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세금이나 의료보험 등에 있어 급격한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규칙이 바뀔 수 있다는 암시만 주더라도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금융기관 경영자들 보너스 체계 바꿔야”
에드먼드 펠프스 (2006년 수상자, 컬럼비아대 교수)
금융기관 경영자들이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서슴지 않게 만드는 보너스 체계도 위기의 한 축이다. 차기 대통령과 의회가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주주 투표로 결정하고, 장기 실적을 기반으로 한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입법화해야 한다. 즉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단기적 이익과 주가에만 몰두한 금융계 전문 경영인들은 문제가 있으며, 이들의 연봉 결정시 주주의 감시를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자산 관리기관으로 전락해버린 투자은행들이 다시금 기업의 투자와 혁신에 자본을 대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에릭 매스킨 (2007년 수상자, 프린스턴대 교수)
정부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시장을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 시장은 완전히 자유로울 때 성공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신용시장처럼 외적 요인의 영향이 현저한 영역은 철저하게 계획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법을 제시했으나 혼란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