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가 아니라 사영화라고 했는데, 민영화 자체가 사유화이다. 사유화가 아닌 다른 식의 민영화는 없는 것이다. 다만 MBC 민영화 저지에 있어서 소위 민방인 SBS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단지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MBC가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게 부족했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MBC 민영화와 관련된 기사는 미디어오늘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는데, 경향을 통해서 접하니 또 느낌이 다르다. 그 계기가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를 통해서인데, 이를 보면 세상일이 대부분 연결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부·여당이 연이어 MBC 민영화론을 제기하면서 MBC 민영화가 방송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밀어붙이는 측은 ‘민영화를 통한 경영합리화’를 주장하지만 ‘정파적 목적에 따른 방송의 공공성·공익성 훼손’에 대한 경고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MBC 민영화론이 MBC ‘PD수첩’ 사태 등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재벌과 거대 보수신문들도 군불을 때온 터라 배경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한나라당)은 요즘 연일 “신문·방송 겸영이 세계적 추세이며 이제 MBC의 민영화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밝히고 있다. 중앙일보 출신인 고 위원장의 ‘민영화 바람몰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 등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추진과 맞물려 올 정기국회에서 MBC 민영화를 강력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지난해 10월 ‘규제개혁 종합연구 보고서’에 이어 지난해 3월 ‘지상파방송 민영화 과제 보고서’ 등을 통해 집요하게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통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성장 환경조성’을 주문하고 있다. 2002년 이래 한나라당의 당론인 KBS1 TV와 KBS2 TV의 분리, MBC와 KBS 2TV의 민영화, 신문과 (지상파 TV) 방송의 교차소유 등과 같은 맥락이다.
MBC 민영화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단체가 지난 7월 개최한 토론회에서 김춘식 경민대 교수는 “1대주주(지분 70%)인 방송문화진흥회와 2대주주(30%)인 정수장학회가 각각 지분을 팔아 민영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MBC 지방사를 매각해 정수장학회 지분을 다 사들인 뒤 국민주 60%, 방문진 30%, 사원주주 10%로 재편해 민영화를 완성하자”(김우룡 전 한국외대 교수)는 주장도 나왔다.
방송전문가들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공영방송이 매각되면 계층과 지역을 넘어, 정보·문화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며 “MBC 민영화 논리는 공영방송을 팔아 재벌과 특정 신문사에 방송을 넘겨주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MBC를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현재와 같은 공영방송 체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 당시 이해당사자들의 공익적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른다.
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90년대 이후 역대 정권마다 지역 민방, 케이블TV, 스카이라이프, 위성·지상파 DMB 등 상업방송만을 허가·확대시켜 현재 상업방송이 전체 방송 네트워크의 80%를 점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공영방송을 ‘청정지역’처럼 보존·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권혁남 한국언론학회장(전북대 교수)도 “MBC는 그간 KBS와 함께 양대 축을 형성하며 방송의 공공성을 잘 지탱해 왔다”면서 “정부가 MBC의 내부 구조와 체질을 개선한다는 명분 아래 MBC를 자본에 통째로 팔아넘기려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제작비 상승→재정 압박→질 저하 악순환… ‘방송 사유화’ (경향, 이재국기자, 2008년 09월 04일 18:19:46) 민영화 된 佛 TF1
방송산업 사상 공영방송이 민영화된 경우는 전세계에서 프랑스의 TF1이 유일하다. 1987년 이뤄진 TF1의 민영화 사례는 복수의 공영방송 체제, MBC처럼 공영방송 재원으로 광고가 활용된다는 점, 보수 우파의 집권으로 인한 정치적 요인이 작용한 점 등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MBC 민영화가 추진되는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방송학계는 지적한다.
86년초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이 참패하면서 우파인 자크 시라크가 총리로 임명되는 등 전 내각이 우파로 바뀌었다. 시라크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공영방송 민영화 계획을 밀어붙였고 같은해 5월 3개의 기존 공영방송사중 TF1을 민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TF1은 당시 우파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에겐 좌파에 가장 우호적인 방송으로 지목돼 집요한 비판에 시달렸고 끝내 팔리는 신세가 됐다. 결국 86년 9월 시라크 총리의 오랜 재정적 후원자였던 부이그 그룹이 방송사 입찰 경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TF1의 민영화는 이후 방송 채널들 간의 격렬한 수익 경쟁을 유도했고 이후 제작비의 급격한 상승과 이에 따른 방송사의 재정 압박은 다시 광고 수입 확장을 위한 경쟁과 질 저하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방송에서 각종 시사 토론 및 교양 프로그램은 심야 시간대로 밀려나고 어린이 방송시간대에 잔인한 일본 만화시리즈가 방영되는 등 상업화로 치달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또 부이그 그룹은 민영화 이후 보도국 인력을 거의 모두 교체하면서 뉴스 성향을 친우파 일색으로 바꾸는 등 방송을 사영화했다.
ARD와 ZDF의 복수 공영방송체제인 독일에서도 90년대 중반 우파인 기민당의 공영방송 민영화가 시도됐지만 “의견 다양성의 축소와 함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국민적 공감을 얻으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4일 “프랑스 TF1의 민영화는 탈정치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정치와 자본이 결합한 더 막강한 정치·경제적 권력화 도구로 작용되었다”며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한 민영화가 남긴 부정적인 현상을 한국적 상황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MBC “민영화 아닌 사영화” 반발 (경향, 김정섭기자, 2008년 09월 04일 23:22:56) 엄기영 사장 “공영 MBC 강화”로 맞대응
MBC는 정부·여당과 전경련 등의 MBC 민영화 공세가 ‘친자본·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사영화의 폐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맞서고 있다. 취임 이래 줄곧 민영화를 반대해온 엄기영 사장은 사내에 특별대책기구를 꾸린 뒤 대응전략을 가다듬으며 노조와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MBC는 1988년 여야와 학계, 방송계 등의 합의에 따라 탄생한 체제로 SBS를 비롯한 민영방송과는 달리 존립 목적이 이윤 극대화에 있지 않다”며 “광고 재원으로 운영돼 정치권력에서 벗어나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MBC 측의 주장이다. MBC 노사는 “현 상태에서 내부의 체질 개선은 필요하지만 만병통치약인 양 민영화를 추진했다가는 콘텐츠의 상업화와 저급화, 대주주의 개입에 의한 비판과 감시 기능의 위축 등이 심화돼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시대에는 계층간 정보격차 해소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돼 공영방송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공영방송이 너무 많아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가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논리에 대해선 ‘본질 호도’라며 정면 반박했다. 최기화 기획조정실 정책팀장은 “상업방송 체제로 출범한 미국도 공영방송이 필요해 나중에 PBS를 만들었다”면서 “세계적 추세는 ‘다공영 다민영’ 체제이며 ‘1공영 다민영’ 체제인 국가들의 경우에도 공영방송이 10개 이상의 채널을 갖고 있어 사실상 다공영”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공영방송이 4개이고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최소 2개 이상의 공영방송을 갖추고 있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도 “민영화를 하면 노동강도를 높이는 식의 효율성은 증대될지 모르나 시청자 복지나 프로그램의 질은 거꾸로 간다”고 강조했다. MBC 노조는 “이명박 정권이 실제 MBC 민영화를 밀어붙일 경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