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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민영화 괴물 못막으면 위기 (레디앙/변혁산별, 정태인, 2008-09-17)

새벽길 2008. 9. 17. 22:52
변혁산별에 실린 정태인 교수의 글이다. 노조가 민영화 저지투쟁에 나서야 함을 폭넓은 사례를 들어 쉽게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설득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변혁산별이 금속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에 맞춘 사례를 고민하면서 구체적으로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 2008년에 어떠한 문제를 보여왔는지를 지적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몰라서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글의 도입부분 서술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이견이 있는 부분도 있다. 우선 비정규직과 촛불의 연관성에 있어서 단지 몇명이 기륭노동자의 투쟁에 결합했다고 해서 '비정규직에 대한 촛불의 무관심'이라는 평가가 기각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촛불의 정점 시기에 간과되었고, 촛불이 수그러든 최근에 와서야 약간의 관심을 얻고 있을 뿐이다.  
 
노무현 정권 타도 구호는 2006년에야 나온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11월 손배가압류 등으로 절망에 빠진 노동자들이 분신하면서 노무현 퇴진이라는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고, 2004년 7월에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지 노무현 정권 타도 구호가 거리를 달구었다. 노동자들 및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최근 그 불씨를 제공했던 이가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음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또한 뭐라고 해도 공공성 파괴의 움직임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되어 노무현 정부 하에서 세련되게 이루어졌고, 별로 준비되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는 이를 노골적으로 했다가 촛불로 인해 주춤하고 있을 뿐이라고 본다. 공공성 강화는 꾸준한 교육과 선전, 논의가 함께 진행되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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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민영화 괴물 못막으면 위기 (레디앙, 2008년 09월 17일 (수) 13:02:15 변혁산별 /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20년 훈련된 민주노조가 해야 할 것…"혼자 살려다 다 죽어"
 
나는 지난 5월 2일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50에 가까운 내 눈에 '아가'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앳된 소녀들이 목에 팻말을 매고 나왔다. “나 이제 15살, 살고 싶어요”, 또 다른 아이의 팻말, “나 이제 15살, 사랑도 하고 아기도 낳고 싶어요”.
 
우리가 무엇을 했길래,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설레임에 벅차해야 할 아이들이 벌써 자신의 목숨을 걱정하게 되었는가? 이 움직임은 곧 유모차 어머니들의 행진, 그리고 주부들의 광범한 참여로 이어졌다. 어떤 이는 이런 움직임을 자신과 아이들의 목숨만을 생각하는 중산층의 이기적 행위로 치부했다. 예컨대 비정규직에 대한 무관심을 이들은 질타했다.(그러나 기륭노동자의 투쟁이 촛불과 결합하는 과정은 이에 대한 소극적이지만 훌륭한 반박이 될 것이다)
 
직접적 계기가 된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어느 덧 시장만능의 세계가 우리들의, 특히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각성으로 이어졌다. 의료민영화나 교육시장화, 공기업 민영화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비판이 비온 뒤 죽순처럼 솟아올랐다. 촛불은 아이의 생명에서 시작해서 사회의 생명, 자연의 생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공공성 파괴에 대한 광범한 우려로 타올랐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정권타도'라는 구호는 2006년 봄, 한미 FTA를 추진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정권이 시작된 지 불과 1개월 만에 앳된 아이들의 입에서조차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모든 생명을 시장에 맡기자는 공공성 파괴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