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재미/사람들도 만나고

이진순 '와글' 이사장 인터뷰 (오마이뉴스, 22.4.19)

새벽길 2022. 4. 28. 19:56

마이뉴스에 이진순 와글 이사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맨날 이진순 이사장이 인터뷰어로서 하는 인터뷰 글만 보다가 이 글을 보니 약간 새롭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서울대 사회학과 82학번에 알려진 사람들이 많구나. 김민석, 박태호(이진경), 은수미, 이진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26575
"586 자긍심, 개혁 걸림돌...청년 정치인 전면 나서야" (오마이뉴스, 22.04.19 05:59 l 박정훈(twentyrock))
[50.4%의 길을 묻다] 이진순 '와글' 이사장 인터뷰
 
"대부분의 시민들은 검찰개혁이라는 화두 자체에 대해서 신물이 났고, 지겨워졌고, 시급성을 못 느끼게 됐어요. 실제 자신이 그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요. 그러면서 주변에서는 무슨 사상 검증하듯이 '너는 어떤 편이야' 물어보고, 말 하나 잘못하면 '너 우리 편 아니다'라는 소리 듣는 분위기가 된 거예요. 이러면 공론장 자체가 작동할 수가 없게 돼요."
 
"배타성이 문제예요. 당내에서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문자폭탄을 받고 탈당 안 하냐는 소리를 듣는 게 현실이죠. 저는 당이나 정부에서 적절한 거리 두기를 명시적으로 했었어야 한다고 봐요. 결국 극렬주의를 토대로 권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정치인들이 그들과 일종의 결탁을 하게 되는 데까지 온 것이고요. 지금껏 너무 안일했어요. 팬덤에 이끌려 다니거나 유착한 이들이 만드는 '선악게임' 구도에서 벗어나서 시민을 직접 만나고, 무엇이 개혁 우선순위고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인지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해요."
 
"사람을 키우지 않고 지속 가능한 조직이 있나요?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계속 사람을 키워내고 리더십을 교체해요. 그런데 정당은 인적 자원을 키우는 일을 거의 안 해요. 잠재력이 있는 젊은 정당인, 정치인이 있으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자꾸 '들러리', '구색 맞추기'로 소비해 버려요. 개인이 성장하기보다는 단물만 빨리고 버려지는 구조인 거죠. 
'정당 개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청년 정치인들도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수평적 연대', 그러니까 정당이 다른 정치인들끼리 다이나믹한 연대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함께 싸울 때는 싸우고, 이견이 있는 정치적 쟁점에서는 품격 있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의 정치는 다르다'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평생 나는 인권과 민주주의 등 우리 사회를 위해 살았는데 (사회가) 이렇게 망가지는 걸 보면서 그냥 손을 놓는 것은 비겁한 게 아닌가.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뭔가를 더 해서 뒤집어놓고, 마무리를 잘 짓고 피날레를 장식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도 스스로 경계해요. 당대에서 결과를 내고 뭘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자꾸 오버하게 되거든요. 그건 비현실적이고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마무리를 망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지금 50~60대들은 20~30대에 우리 사회의 거대한 변곡점을 만들거나 그걸 목격한 사람들이고 그것에 대한 어마어마한 자긍심이 있어요. 문제는 시대가 바뀌고 점점 늙어가고 정보를 접하는 속도도 더디어지는데, 계속 자신이 가장 성공했던 방식을 적용하면 현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폄하하게 돼요. 기후위기, 여성주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에 대해서 본인들이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 안 하니까, 그 문제 자체가 아예 사소한 문제라고 착각을 하는 거예요. 새로운 방식으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시도에 대해서도, '나처럼 해결해야 된다'면서 자기중심주의를 드러낼 때도 있고요. 그게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계층과 결합하는 데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요."
 
"나름대로 열심히 걸었어요. 그 다음은 후대에게 걸으라고 해야 해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온 방향하고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요. 앞으로의 방향이나 가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기존의 사회에 가장 불만이 많은, 그래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잖아요. 주도자가 아닌 조력자로 인생을 멋지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