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재미/사람들도 만나고

변희수 님 관련 기사 모음

새벽길 2021. 3. 8. 20:39


변희수 님 관련 기사 모음. 지난 3월 6일자, 그리고 8일자 신문에 괜찮은 칼럼들이 있어 담아온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5677.html
무너진 꿈 앞에 ‘미안하다’ 애도해주길 기다린다 (한겨레, 김비 소설가, 2021-03-06 12:01)
[토요판] 김비의 달려라, 오십호(好) - 26. 성소수자의 꿈
가난하고 성별도 흐릿한 젊은 시절
먹고살 방편으로 글쓰기 시작
십년간 쓰고 포기하고 다시 쓰고
트랜스젠더 주인공인 소설로 당선
성별 자격 논란 끝 “영화 같은 일”
웃으며 축하인사 건넨 박완서 선생
존재 차이로 꿈의 차별 되지 않게
걱정 없이 살며 사랑하며 꿈꾸기를
다시 누군가 세상 등졌다는 소식
훼손된 꿈들 위로하고 애도해주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80300005&code=990100
[미디어 세상]차별을 시정할 기회조차 못 얻는 사회 (경향,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2021.03.08 03:01)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단박에 마법처럼 우리 사회의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법안은 단지 모든 사람이 각자 직업을 갖고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내가 나라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일 뿐이다. 법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개별 사례로 들어가면 여전히 피해를 입은 소수자들은 정부, 공적 기관과 사기업 그리고 개인들을 상대로 고단한 법적 투쟁을 계속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이것이 차별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다”면서 차별과 혐오가 아닌 욕설만 규제하려 한다.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도 이를 시정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회다.
이번 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뉴스 댓글이나 SNS 공간을 통해 무지와 악의에 기반한 트랜스젠더 혐오가 너무나 쉽게 표현되고, 유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언론도 매한가지이다. 정치인의 성소수자 혐오를 전달하여 증폭한다. 추모 메시지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젠더 이분법에 근거한 차별적 발언임에도 별다른 고민 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일도 있었다. 성소수자 혐오 행위들이 ‘차별’이라고 국가가 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치 해도 괜찮은 일로 인식되는 중이다.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 혐오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온라인상에서 대중화된 형태로 혐오가 등장하여 손쉽게 정당화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처가 증폭되고 혐오가 정당화되는 데에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온라인’이라는 조건이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어떤 표현은 성소수자 차별이다”라고 천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공격을 당하는 소수자들이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혐오에 직면하여 그 스스로가 혐오가 혐오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차별과 혐오는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차별금지법안의 제정은 이제 ‘나중에’가 될 수 없는 일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80300075&code=990100
[홍성수의 물구나무]성소수자 차별은 현재진행형 (경향,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2021.03.08 03:02)
혐오·차별에 맞선 잇단 죽음
우리 사회가 현실을 외면하고
정치인들도 “반대할 권리”운운
실효성 있는 조치를 막아온 탓
잘 안 보이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안타깝게도 성소수자는 공식적으로 가시화되거나 정책 수립을 위한 인구집단으로 인정된 바가 없다. 인구주택총조사 등에서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한 통계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적도 없고 교육, 노동, 보건의료, 가족 등의 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에 성소수자 관련 조사를 포함시킨 적도 없다. 수사당국에서 소수자 대상 범죄 통계를 따로 집계하지도 않는다. 차별의 현실을 밝혀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니 차별이 입증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차별이 없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다행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있다. 2014년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양성애자 응답자 중 ‘직장 동료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4.8%에 그쳤고, 41.7%가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020년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20.5%가 ‘집을 떠나기 전에 모욕적인 말이나 행동에 대비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고, 응답자 중 85.2%가 ‘지난 1년 동안 차별 경험이 있다’고 했다. 2년 동안 우울증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무려 57.1%, 공황장애의 경우는 24.4%로 나타났다. 진정 건수가 적은 이유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직장에서 경험한 부당한 대우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거나 묵인하였다’고 답한 응답자가 93.9%였고, 그 이유로 신고나 대응을 하면 ‘내가 트랜스젠더인 것이 밝혀지기 때문에’라고 답한 경우가 무려 72.1%나 됐다. 이래도 차별이 없다고 우긴다면, 지극히 게으른 것 아니면 지독하게 악의적인 것, 둘 중 하나다.
문제는 이런 허무맹랑하고 억지스러운 주장 때문에 입법이나 정책 추진에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2013년 차별금지법안 두 건이 철회된 것을 시작으로 성소수자와 관련된 입법이나 정책이 여러 차례 좌초되었다. 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도 전무했다. 2012년 이후 지방의회에서 철회된 인권조례는 무려 70건이 넘는다. ‘반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의견으로서의 자격조차 없는 조악한 주장들을 두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입법이나 정책을 주저한다는 것이 도무지 말이 되는 일인가?
2021년 현재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월 발표한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성소수자 관련하여 추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자체장 선거를 보면 더욱 암울하다. 안철수 후보는 퀴어축제를 두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고, 이언주 후보는 ‘동성애 성문화를 강요할 권리까지 인정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오세훈·나경원·조은희 후보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운운했고, 2016년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서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 관련법 다 반대한다’고 약속했던 박영선 후보는 ‘5년이 지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흥미로운 것은 주저하고 침묵하는 정치인들도 약속이나 한 듯 “성소수자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단다는 것이다. 굳이 긍정적으로 본다면 원칙적 입장이라도 밝힌 것이지만, 그 말이 구체적인 정책이나 입법으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면 그건 공문구에 불과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정부나 국회가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한 일은 전무했다. 일반적인 차별금지정책도 사실상 추진된 것이 없었다. 여기서 공문구가 더 반복된다면, 국민을 노골적으로 속이는 거나 다름없다. 혐오와 차별의 현실은 어제도 오늘도 현재 진행형인데 말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80300015&code=990100
[정동칼럼]혐오의 공기 뚫을 숨구멍, 차별금지법 (경향, 채효정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2021.03.08 03:03)
자신을 배척하는 세계 안에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온 세상이 그런 곳일 때, 있지 말라는 곳에서 존재하고 살아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받을 압력의 크기는 상상불가다. 최근 녹색당 성소수자 비례후보였던 김기홍과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전역당한 변희수 하사의 죽음 앞에서 그 압력을 다시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 압력은 사람을 죽게 만들 만큼 힘이 셌다.
그 압력에 침묵하는 것은 혐오의 공기를 더 무겁게 할 것이고 나아가 우리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마르틴 니묄러의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는 불의에 침묵하는 다수를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파시즘이 사회에 응축된 불만과 분노를 어떻게 소수와 약자를 향해 분출하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그때는 공산주의자, 사민당원, 노동조합원과 유대인들이 잘못된 분노의 출구였다면 지금은 트랜스젠더와 페미니스트가 그 자리에 있다. 정치의 우경화와 혐오의 공개 발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는 다음 표적을 기다린다. 차별금지법을 회피하고 혐오를 방조하는 정부와 정치인들은 모두에게 위험한 파시즘을 불러오고 있다.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보이는가’라는 질문은 정치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너희는 무엇이다, 어디에 어떻게 있어야 한다’는 강요된 존재의 위치 배정을 거부한다. 우리는 그걸 ‘해방’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모든 해방의 언어 속에서 들려왔던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선언, 다른 세상을 향한 꿈을 왜 트랜스젠더의 목소리로 들을 수는 없는가. 그들을 숨 막히게 짓눌렀던 압력이 다음 사람을 똑같은 힘으로 짓누르지 않도록, 나에게 숨구멍이 되었던 이들에게 나도 작은 숨구멍이 되고 싶어서, 더 큰 숨구멍을 함께 열어낼 시민적 연대와 행동을 호소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차별금지법부터 만들자.

2021. 3. 6. 01:13
https://www.yna.co.kr/view/AKR20210303174000064
'성전환 후 강제 전역' 변희수 전 하사 숨진 채 발견(종합) (청주=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2021-03-03 21:10)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5309.html
‘성전환 강제전역’ 변희수 전 하사 숨진 채 발견 (한겨레, 오윤주 기자, 2021-03-03 21:10)

https://freetransright.tistory.com/323
[추모 논평] 당신이 있어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트랜스해방전선 2021. 3. 3. 21:57)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혔을 때 가해지는 모든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 했던 변 하사님 곁에 우리가 서고자 했습니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지만,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던 트랜스젠더의 삶을 이제는 더는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자 했습니다. 더는 한 개인이 이 모든 짐을 감당하며 희생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국가가 한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게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님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으며, 우리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여기에서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계속 트랜스젠더퀴어로 살아가겠습니다. 우리 혐오와 차별을 이젠 참지 맙시다. 그리고 참지 말고 서로에게 이야기합시다. 힘들다고, 괴롭다고, 보고 싶다고. 힘든 마음 혼자 삭이지 말고, 혼자 버티지 말고. 그렇게 트랜스해방전선에도 이야기해주세요. 듣겠습니다. 댓글로도 달아주세요. 추모의 글도, 서로를 위로하는 글도, 자신을 위로하는 글도 좋습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고 나눕시다.
트랜스해방전선이 주최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의 슬로건은 “그만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 “보통의 트랜스들의 위대한 생존”, 그리고 “나로 죽을 권리”였습니다. 트랜스젠더는 지금도 당신의 곁에서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가족으로, 지인으로, 노동자로, 그리고 군인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트랜스해방전선도 움직이겠습니다. 이젠 참을 수 없습니다. 더는 잃을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고 변희수 하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역시 누구든 항상 안전하시길 빕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303500231
변희수 하사의 꿈…“낡은 시대에 이르게 온 변희수” (서울신문, 이주원 기자, 2021-03-03 22:35)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변 전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사회가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희수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며 추모했다.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32205005&code=940100
“성전환” 밝힌 뒤 1년 만에… 변희수 전 하사 숨진 채 발견 (경향, 오경민·이삭 기자, 2021.03.03 23:55)
‘커밍아웃’ 후 육군 강제 전역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 끊겨
정치권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거부’ 또는 ‘합의’할 수 있는 것으로 다루는 사이 성소수자의 죽음이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8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10303181600504?input=1195m
'성전환 강제전역' 변희수 전 하사 숙제 남기고 떠나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2021-03-04 00:08)
군복무 지속 원했으나 강제전역 처분…소송 이어가
법적 여성된 지 1년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 성전환 수술에서 강제 전역 처분까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군에 남성의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 판단하지 말 것과 전역심사전역심사기일을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센터는 군의 반려 조치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인권위는 지난해 1월 21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도록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육군은 이튿날 예정대로 전역심사위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결국 변 전 하사는 같은 달 23일 새벽 0시부터 민간인이 됐고 창군 이래 최초의 성전환 수술 군인의 복무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 군, 신체변화를 '심신장애'로 규정…"성전환 문제는 전역 결정과 무관"
수술 결과에 따른 그의 성별 변화 인정 여부 등이 강제 전역 결정에서 고려 사항이 아니었으며 수술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심신장애'로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군인사법 시행규칙상의 전역 사유가 있더라도 현역 복무를 계속하기를 원할 경우 전역심사위는 의무조사위의 전문적 소견을 참고해 심의를 거쳐 현역 복무를 계속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서는 군인사법 시행규칙 상 본인이 원하더라도 현역 복무를 허용할 수 없는 사유 중 하나인 '고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경우'가 변 전 하사에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최전방 남아 계속 나라 지키고 싶다"…불복 투쟁 지속하다 숨져
군의 전역 결정 직후 변 전 하사는 인권센터가 연 기자회견에 군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불복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입장문을 읽으면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모든 성 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달라"며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일부 외신들은 군의 강제 전역 조치를 두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다양성 존중에서 인색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인권전문가들도 지난해 7월 말 정부에 "변 전 하사의 전역은 일할 권리와 성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며 "성전환수술을 받은 이의 군 복무 허용 문제는 북한과 휴전 중인 한국의 특수한 안보환경과 함께 전투준비 태세에 대한 영향과 사회적 합의 등 다양한 분야를 고려해봐야 하는 정책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http://nodong.org/statement/7795824
[성명] 고 변희수 하사 영전에... (2021년 3월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차별에 맞서 투쟁한 용감한 트랜스젠더들을 기억합니다. 살아서 함께 투쟁합시다.]
한 달간 트랜스젠더 세 명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죽음은 더욱 많을 것입니다. 비통합니다.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故 변희수 하사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되어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며 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변희수 하사의 바람은 단 하나,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특별한 것도 아니고 국가인권위와 유엔마저 촉구할 정도로 당연한 권리였습니다. 국방부가 죽였습니다.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유력 시장후보가 ‘(성소수자)안볼 권리’를 떠드는 세상에서, 정치한다는 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성소수자 걷어차며 매표를 일삼는 세상에서, 15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하나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죽였습니다.
트랜스젠더 군인, 전차조종수 변희수가 묻습니다.
군인으로 살고자 했으나 강제 전역당해 하루아침에 직업을 빼앗긴 트랜스젠더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음악 교사이자 진보정치인, 활동가로 살았던 김기홍이 묻습니다.
트랜스젠더 교사를 상상조차 하지 않는 세상에서 비정규직 교육노동자인 트랜스젠더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트랜스젠더의 삶을 희곡으로 쓴 예술노동자가 묻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존엄을 짓밟고 농담거리로 여기는 세상에서 트랜스젠더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면하는 문재인과 국회는 답하라.
혐오발언으로 칼을 휘두른 시장후보들과 정치인들은 답하라.
전투력 상실 등 억지 이유로 변희수 하사를 내쫓고 추모조차 않는 국방부는 답하라.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죽음 앞에 사죄하라.
민주노총은 잊지 않겠습니다.
혐오와 차별로 가득한 세상에 온몸으로 파열구를 낸 “보통의 트랜스젠더들의 위대한 용기”를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의 용기에 응답하겠습니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 존엄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자신의 모습으로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쫓겨나지 않고,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취업이 거부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 나서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kptu.net/board/detail.aspx?mid=F686C1F3&grpid=0&idx=31247
[성명] 변희수 하사를 떠나보내며 (2021년 3월 4일, 공공운수노조)
우리는 지난 달 두 명의 트랜스젠더의 죽음을 목도했습니다. 어제 또 한 사람의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성전환을 이유로 육군으로부터 강제전역을 당했던 변희수 하사의 소식이었습니다.
변희수 하사는 201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 후 2019년 부대의 동의 아래 성전환 수술을 했습니다. 그는 군 훈련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군인이었고, 군에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음에도 육군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 작년 1월 강제전역을 결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육군의 강제전역 조치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리고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변희수 하사는 육군에 인사소청을 제출했으나 기각 당했고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며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답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성정체성을 이유로 우리 모두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나중에’를 외쳤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국회, 더 약한 사람들을 차별해도 괜찮다 믿는 우리 사회까지. 변희수 하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세상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모든 생명이 귀하다면 우리는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한 투쟁을 미룰 수 없습니다.
변희수 하사는 군인으로 계속 일하고 싶었던 한 사람이었고, 육군의 부당한 차별에 맞섰습니다. 갑작스런 떠남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당신이 살고 싶었던 세상,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드는데 공공운수노조 또한 제 역할을 해나갈 것을 약속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갑작스런 소식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85364.html
‘기갑의 돌파력’으로도 뚫지 못한 차별…인권에 “나중”은 없다 (한겨레, 임재우 기자, 2021-03-04 13:46)
눈물의 기자회견 뒤 1년…지난한 싸움 이어온 변희수 하사
“사람이 먼저인 나라, 그 사람에 성소수자는 있냐고 묻고 싶었다”
한국사회 ‘성소수자 혐오’ 손 놓은 사이 세상 떠나
변 전 하사의 죽음은 벼랑 끝에 몰린 성소수자 인권에 ‘나중에’는 없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환기한다. 그는 지난해 3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선두에서 혼자 싸우느라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을 없애버리고 살 수 있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그의 외로운 싸움에 한국사회가 마땅한 응답을 내놓지 않은 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5383.html
“군에선 민간인 운운할지 몰라도 변 하사는 영원한 군인” (한겨레, 이주빈 기자, 2021-03-04 15:59)
변희수 하사에 시민사회 추모 이어져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강제로 전역당한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된 뒤 시민사회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4일 “당당한 모습의 멋진 군인,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며 크게 웃던 전차조종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한다”며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던 이들의 따뜻한 인사 속에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위해 용기 내 주셨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한다.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한다”고 애도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어 “변희수 하사의 바람은 단 하나, 트랜스젠더 군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마저 촉구할 정도로 당연한 권리였다”고 강조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도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추모 논평을 내어 “당신이 있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트랜스젠더의 삶은 성전환 이전과 이후가 단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고인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그리고 육군 하사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았을 뿐이다. 우리가 이제 고인의 운동을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의 추모도 잇따랐다. 최근 잇따른 트랜스젠더의 사망 소식을 두고 사회적 타살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투쟁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성소수자를 혐오와 싸우는 투사로 만들지 않는 사회를 이루는 일에 동참하겠다”(@*****eye), “이 사회를 더 제대로, 바르게 바꾸지 못했던 우리도 자성해야 한다. 그래서 안타까움 뿐만 아니라 책임감과 부채의식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_G_)는 글들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고인을 추모하는 ‘#TransRightsAreHumanRights’(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인권이다)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으로 인해 원통한 일을 겪는 사람들이 더는 없도록 국회가 한시바삐 차별금지법 통과시키기를 촉구한다”(@*****voc)는 글을 올렸다.
변 전 하사의 죽음을 ‘민간인 사망’으로 치부한 군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군에서는 민간인 운운하며 존재를 부정할지 몰라도 변희수 하사는 영원한 군인이다”(@*****024), “민간인 사망에 할 말이 없다는데 필요할 땐 국가의 자식 불리하면 남의 자식이네”(@*****c99) 등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
2019년 11월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는 여군 복무를 희망했지만, 육군은 지난해 1월23일 그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켰다. 국가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군의 조처가 “법적 근거 없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 진행이 늦어져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첫 변론기일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23974
이어지는 변희수 추모, 침묵하는 거대양당과 안철수 (오마이뉴스, 21.03.04 18:37 l 소중한(extremes88))
장혜영 "정치가 무슨 할 말" - 오태양 "안철수 위선"... 민주당 내 '자성' 목소리도
정치권, 특히 성소수자 차별 문제에 혐오 내지 소극적 모습을 보였던 거대양당과 "거부할 권리"를 말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침묵' 중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참담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 앞에 정치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는가"라며 "부디 이제는 차별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기도한다"라며 "그토록 원했던 삶을 지켜드리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도 "우리가 어떤이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무슨 권리로 '승인'하고 '합의'해 줄 수 있는가"라며 "일주일 만이 같은 이유로 두 명(김기홍·변희수 - 기자 주)의 동료시민을 잃어야 하는 사회를 세계 선도국이라 부를 수 있는가. 국회는 2020년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거론하며 강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오 후보는 "고 김기홍님을 떠나 보낸지 일주일이 채 안 됐는데 고 변희수님이 함께 가십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설마'가 아니라 '진짜' 죽는 법이다"라며 "안철수 후보는 대답해야 한다. '보지 않을 권리'는 누구의 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10여 년 전 안철수 멘토를 수많은 청년시민의 광장에 올려 세운 청춘콘서트 활동가 중에 성소수자가 있었다. 그들에게 '광장에서 보이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것은 철저한 위선이다"며 "안 후보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그 대답을 들으러 가겠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권인숙 의원은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일부 종교 세력의 반대에 발목 잡힌 모양새로 10여 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 적어도 이런 아픈 죽음은 막으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42047025&code=990101
[사설]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 혐오라는 이름의 사회적 타살이다 (경향, 2021.03.04 21:27)
변 전 하사는 기갑부대 전차조종수로 복무하던 2019년 12월 트랜스젠더를 선언한 첫 현역군인이다. 휴가 나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그는 법원에 성별 정정신청서를 내고, 여군으로 군복무를 이어가길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하고, 전역심사위를 열어 강제 전역을 결정했다. 그 후 변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성 정체성을 떠나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며 인사소청을 냈다가 군이 기각하자 8월엔 대전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음달 첫 변론이 잡힌 송사 중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과 정부는 “적법 절차를 따랐다”며 국가인권위의 ‘전역심사위 세 달 연기’ 권고와 ‘국제인권법 위반’이라는 유엔인권이사회 서한을 수용하지 않았다. 유달리 성소수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폐쇄성과 낮은 인권 감수성은 해외에서 더 공론화되고, ‘변희수 사건’으로 이름 붙여졌다.
열흘 전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쳤다”며 “보이지 않는 시민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썼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가 ‘퀴어축제를 거부할 권리’를 제기하고 소모적 공방만 벌어진 데 대한 설움과 절망을 표출한 것이다. 성소수자를 소환해 상처 주고 표의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는 멈춰야 한다.
산업재해나 젠더폭력 희생자,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곧잘 ‘사회적 타살’이라고 한다. 법·제도의 출구는 없고, 외진 곳에서 몸부림치다 죽어야지 쳐다보는 ‘약자들의 죽음’을 지칭한다. 혐오가 낳는 성소수자의 죽음도 이제 다를 바 없다.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문제는 한 사회의 인권·관용·성숙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성소수자의 잇단 사망 소식을 접한 인권위는 4일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국회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같은 시민’으로 살 수 있는 법의 출발선을 서둘러 만들기 바란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3042127005&code=940100
“있음”으로 싸운 성소수자들…‘없음’으로 내몬 차별과 혐오 (경향, 오경민 기자, 2021.03.04 21:47)
김기홍씨 이어 변희수씨도 희망 대신 절망 안고 하늘로
성소수자 통계조차 없고 ‘차별금지법’은 10년째 국회에
정부가 성소수자 관련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현실과 10년 동안 국회에서 공전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 불발이 두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수록 더 큰 혐오가 쏟아졌다. 변 전 하사와 김씨의 등장에 “더럽다” “싫어할 권리도 있다” “너네끼리 위로하고 조용히 지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심지어 부고 기사에까지 “퀴어축제는 역겹다”거나 “애통한 일이지만 성전환 군인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차별과 혐오는 성소수자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지난달 9일 인권위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90명 중 57.1%인 337명은 2019년 한 해 동안 우울증을 경험했으며, 24.4%인 143명이 공황장애 진단이나 치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 건강 연구 프로젝트인 고려대 레인보우커넥션프로젝트가 2017년 진행한 ‘한국 성인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에 응답한 트랜스젠더 20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은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등한시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혐오를 조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TV토론회에서 ‘동성애가 문제다.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18일 윤호중 당시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성소수자 문제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에 대해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는 차별금지법은 2011년 처음 국회에 발의된 지 10년이 다 되도록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국가인권위는 4일 최영애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혐오·차별로부터 보호받아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착수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안을 공동 발의한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적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85499.html
[사설] 변희수 하사 죽음, 차별·혐오가 빚은 ‘사회적 타살’ (한겨레, 2021-03-05 02:09)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변 하사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차별과 혐오 언행을 쏟아냈다.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비틀린 인식이 그에겐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강제전역 뒤 군이 보인 태도에도 거듭 절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육군은 ‘변 하사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라’(지난해 1월), ‘변 하사 강제전역을 취소하라’(지난해 12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모두 무시한 채 행정소송 결과에 따르겠다고만 했다. 그런 군이 변 하사 사망 직후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고 한 것도 놀랍지 않다. 필요할 때는 ‘피를 나눈 전우’고 필요없으면 민간인인가.
여론이 나빠지자 국방부는 4일 “안타까운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고 했지만, “현재 성전환자 군복무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뒷짐만 지지 말고, 성전환자들이 군복무를 하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검토해 군인사법 관련 제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변희수, 김기홍 두 사람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를 ‘누구나 존재 그대로 인정받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체없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85439.html
차별금지법 있었으면, 변희수 하사 비극도 없었다 (한겨레, 이지혜 기자, 2021-03-05 02:15)
개신교계 ‘몽니’에 발목잡힌 법안…“정면돌파” 목소리 커져
차별금지법이 일찍 만들어졌다면, 변희수(23) 전 하사는 성전환수술 뒤에도 군에 남아 전차를 조종할 수 있었을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인종, 종교,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핑계 삼아서 고용이나 교육·행정서비스 이용 등에서 누군가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을 막고 시정하도록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4일 “변 전 하사의 죽음에 300명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책임을 통감하기 바란다”며 국회 장혜영 의원실 앞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애도 공간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고 적었다.
차별금지법을 위한 국회 논의는 십수 년째 답보 상태다. 정의당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차별금지법안’도 법안 심사 한 번 받지 못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준비 중인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도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내에도 성소수자 이슈를 피하려는 사람이 많고, 차별금지법 제정도 환영받는 의제가 아니라서 가진 힘이라도 최대한 모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 의원은 최대한 기독교계를 설득한 뒤 법안을 내겠다며 발의 계획을 수차례 미뤄왔다. 번번이 개신교계의 반대로 차별금지법안이 좌초된 경험을 교훈 삼아, 느리더라도 설득 과정을 거치겠다는 취지였다. 이 의원은 “특정 종교의 본질적 교리에 따른 종교 행위는 차별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예외 조항을 담은 타협안도 제시했지만 개신교계 태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개신교계의 훼불 행위로 고통받아왔던 불교계가 “개신교 눈치보기식 법안”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원안’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을 정도다.
정치권에선 이번 변 전 하사의 비극을 계기로 ‘정면 돌파’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은 “기독교계의 태도는 변화가 없고, 예외조항을 두고선 애초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던 불교계가 반발하는 상황”이라며 “예외조항은 빼고 법 조항을 더 다듬어서 오는 4월 보궐선거 이후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쳐 20여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애초 이 의원은 100여명의 공동 발의자를 모아 개신교계의 반발을 ‘돌파’하려 했지만, 의원들이 지역구 대형 교회들의 눈치를 살피는 바람에 어그러진지 오래다. 이 의원은 현재 공동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이 개신교계의 공격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발의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5444.html
숙대 포기한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 슬픔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길” (한겨레, 강재구 기자, 2021-03-05 08:04)
“누군가 마음까지 달래주던 미소 그리워”
“이유없는 차별은 이유 없음에 의해 자신을 찌를 것”
지난해 숙명여대 법학부에 최종 합격했지만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포기했던 트랜스젠더 한주연(가명)씨가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며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춰야 한다 밝혔다.
한씨는 4일 <한겨레>와의 문자 인터뷰에서 변 하사의 소식을 듣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가슴을 깊게 짓눌렀다”며 “지인을 잃었다는 사실에 슬펐고, 그를 힘들게 했던 세상에 분노가 들었다”고 적었다. 한씨는 변 전 하사와 종종 연락해 “특별하다면 특별하겠지만 그저 삶을 인내하던 생활사”를 나눠왔다.
한씨는 생전 변 전 하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사회에 드러내고 강제 전역이라는 부당한 결정을 내린 군과 싸워온 지난한 과정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한씨는 “참으로 지리한 절차들, 자신의 고통을 꺼내서 내밀어야만 하는 일련의 과정을 인내하며 길을 만들려 하는 여정. 그 자취를 만들어줘서 감사할 따름”이라 밝혔다. 한씨는 “밝게 웃던 그 얼굴, 누군가의 마음까지도 달래주던 미소, 그 따뜻한 마음이 그립다”며 “슬픔 없는 세상을, 날개를 펼치고 자유롭게 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변 전 하사를 추모했다.
그는 성 소수자를 향한 이유 없는 혐오와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나는 너와 같다.’ 이유 없는 차별은, 그 이유 없음에 의해 결국은 자신을 찌를 수밖에 없다”며 “증오할 자유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그 증오가 남을 죽이는 것을 넘어 결국 자기 자신까지 해할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85604.html
‘차별 없는 세상’ 변희수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한겨레, 김종철 선임기자, 2021-03-05 14:55)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변희수 하사님, 당신은 정말 당당하고 용감했습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월 군에서 쫓겨난 뒤 인터뷰를 요청했지요. 몸과 마음이 지쳐서 당분간 아무도 안 만나겠다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사람들한테 나서기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해도 존중한다는 뜻을 전하고는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한달 뒤 피로를 회복했다면서 연락해왔습니다. 지난해 3월11일 서울 마포구 신촌에 있는 군인권센터에서 만났으니 딱 1년 전입니다.
그날 인터뷰(2020년 3월21일치 <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하하”)에서 당신은 그랬죠. “끝까지 싸울 겁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를 쟁취하고, 차별 없는 군을 만들기 위해서 기갑부대의 모토인 ‘기갑 선봉’답게 선봉에 나가서 싸울 거예요”라고요. 전차 조종을 좋아한 당신다운 답변이었습니다. “군인연금 대상이 아니어서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며 “게임하고 쇼핑하고 평범하게 지낸다”고 했습니다. “저는 집 밖은 잘 안 가는 집순이입니다. 컴퓨터랑 닌텐도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 놀아요. 웹툰도 좋아해요.” 23살 청년의 밝고 유쾌한 생활상이 그려져서 빙그레 웃었지만,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자신감과 용기의 표징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기에 안도감도 들었답니다.
당신은 그런 당당함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공동체 삶에 대한 이해도 깊었습니다. “군이 뒤통수를 쳤으니까요”라며 군 고위간부들에 대한 배신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료 및 후배 전차병들을 위해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전차에 꼭 에어컨을 달아주라는 겁니다”라며 군과 정부에 장비 개선을 당부했죠. 중학생 시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하면서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일본의 욱일승천기를 길바닥에 깔고 시민들에게 밟고 가도록 한 일 등에 대해 “지금 생각하면 너무 국수주의적인 활동이었”다고 성찰하는 대목도 인상 깊었습니다. “다수라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소수자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노동조합원이라든지, 다른 소수 종교라든지 그런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럴 때 자기가 다수라고 생각하면서 소수자 차별에 눈감으면, 자신들이 소수자로 박해받을 때 결국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라고 한 이야기는 또 얼마나 핵심을 찌르는 말인지요.
당차고 웅숭깊은 당신의 싸움에 연대하고 싶어 기사가 나간 뒤에 가끔 안부 전화나 문자를 했죠. 당신을 응원하는 내용의 글이나 기사가 있으면 보내주기도 했고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육군과 국방부에 당신의 전역처분을 취소하라는 권고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초가 마지막이었더군요. 제가 보낸 기사 링크에 당신은 여느 때처럼 “앗… 넴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밝게 답했지요.
그런 당신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는 갑작스러운 비보 앞에 아직까지 정신이 멍하답니다. 길고양이에게 낮게 다가가 교감을 나누고, 신촌 골목길의 한 주택 대문 앞에 놓인 꽃 화분이 모조라는 것을 알고도 걸음을 멈추고 예뻐하던 당신을 이제 볼 수 없다니요. 그날 문자만이 아니라 통화를 해서 근황을 묻고 했더라면 조금은 힘이 됐을까라는 생각, 진즉에 더 적극적인 연대를 왜 표시하지 못했나 하는 후회가 듭니다.
“좌절하지 않겠다”던 당신이 결국 스러지고 만 것을 생각하면 분노도 치밉니다. 인권위의 잇따른 권고조차 막무가내로 무시하는 육군, 촛불혁명으로 탄생했으면서도 군의 차별적 태도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는 문재인 정부, 174석이라는 다수 의석을 가졌음에도 차별금지법을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그런 것(퀴어퍼레이드)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안철수)는 등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정치인들. 익명의 혐오세력보다도 이들이 더 중한 가해자입니다.
변희수님, 그리고 그보다 일주일 앞서 세상을 등진 김기홍님(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당신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겁니다. 희수님이 살던 집 현관 앞에 놓였던 술 한 병과 조의금 봉투 하나를 보셨잖아요? 그런 작은 뜻들이 모여 차별과 혐오의 벽을 꼭 무너뜨리고 말 겁니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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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33547.html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하하” (한겨레, 김종철 기자, 2020-03-23 13:59)
[토요판] 김종철의 여기
최초의 성전환 커밍아웃 군인 변희수씨
성전환 수술 뒤 첫 언론 인터뷰
지난해 말 남성→여성으로 전환
군, ‘신체 훼손’이라며 전역 명령
변희수 하사 강제로 내쫓은 직후
군, 군 인사법 시행규칙 개정해서
트랜스젠더의 복무 가능성 열어
기갑부대 모토 ‘기갑 선봉’답게
“강제전역 통보에 분노 컸으나
군 인권 개선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어릴 때부터 젠더 불일치 고민에 군 조기 입대 결심 등 회피 시도
시간 갈수록 우울증 심해져 결심
“나처럼 심한 경우는 수술이 해법, 지금은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
“전투력 강한 군 위해서라도 성소수자 차별하면 안 돼”
“다수자도 소수자인 측면 있어
소수자 차별에 눈감으면 자신들도 언젠가 박해받을 것”

http://www.newspim.com/news/view/20210201001259
인권위 '복직' 권고에도…육군 "성전환 변희수 하사 전역 적법했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2021년02월01일 17:01)
"변희수 전역 처분, 법규에 의거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