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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지명에 대하여

새벽길 2022. 4. 14. 17:08

"연달아 한직으로 발령받고,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까지 받으면서도 검사직을 유지했는데, 이렇게 떠날 줄은 몰랐다."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것에 대해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가 했다는 말인데, 문제의 핵심을 보여준다. 그가 지금까지 검사직을 유지했던 이유가 이런 것이었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인사 사유화'와 '검찰 수사 개입'을 비판한 것이 핵심인데, 스스로 말을 뒤집졌다. 민주당 못지 않은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이는 민주당을 더욱 자극했고,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는,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했다. 아마 대통령 취임 시까지 검찰 권력을 둘러싼 논쟁이 다른 사안들을 뒤덮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 논란을 만들어내는 모양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번 초대 내각 인선, 특히 한동훈 후보자 지명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공정이라는 문제조차 제대로 풀 의지조차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긴 별로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여기에 능력주의 인사 운운하면 할 말이 없다.
나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 관해 연구를 했고, 여전히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임원 인사뿐만 아니라 장관 등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정무직 인사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모양이다.
게다가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한 후보자 발탁 배경으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들었다.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도 갖고 있기 때문에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로 정비해나가는데 적임자라는 것이다. 물론 이 나이 먹도록 영어를 잘 못하는 나는 한동훈 후보자가 부럽기는 하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 업무와 영어 잘하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인수위 인수위원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은 자기계발까지 열심히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적절한 설명일 텐데, 인수위에서는 여전히 윤 당선자의 소개를 쉴드치기에 여념이 없다. 이대로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얼마나 영어를 많이 써먹는지 지켜볼 거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41317480000942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 '윤석열표 공정' 흔든 충격 인사 (한국일보, 김현빈 강유빈 기자, 2022.04.14 04:3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 사람'과 끝내 거리를 두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13일 검찰 내 대표적 ‘윤석열 라인’인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전격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사유화'와 '검찰 수사 개입'을 비판하며 법무부 장관에 정치인을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한 검사장을 기용함으로써 사실상 말을 뒤집었다.
윤 당선인의 선택은 최대 브랜드인 ‘공정’의 가치에 스스로 상처를 입혔다. 검찰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에 최측근을 써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당선돼 검찰 권력이 더 비대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사를 '윤석열 정부의 보복 수사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까지 남은 한 달을 '검찰 권력 논쟁'이 집어삼키게 됐다.
예상 뒤엎고 한동훈 지명... 윤석열 “유창한 영어 글로벌 스탠더드"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열린 2차 내각 인선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를 직접 소개했다. “20여 년간 법무부,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 재판, 검찰제도, 법무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며 “법무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영어 실력이 유창하다"고도 했다.
한 후보자 지명이 초대형 충격파를 던졌지만, 윤 당선인은 “절대 파격 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윤 당선인 바로 뒤에 서 있던 한 후보자 역시 “나이나 경력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해온 것을 바탕으로 용기와 헌신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40대(1973년생)에 사법연수원 27기(박범계 현 장관이 23기, 김오수 검찰총장은 20기)이다.
검찰인사 손에 쥐나… 불공정ㆍ내로남불 위기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가장 가까운 검사다. 2004년 대검찰정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일한 이래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 검사',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지내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호흡을 맞췄다. 윤 당선인은 대선 전 언론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를 가리켜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사 시절의 '애정'이 대통령의 인사에 이처럼 빨리, 노골적으로 반영될 것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권을 통해 윤 당선인이 검찰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를 받는 상황을 만들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로 대통령의 권력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약속도 의심받게 됐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 최측근 정치인을 기용해 법치주의를 유린했다면서 스스로 다른 행보를 보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또 다른 법조계 최측근인 이상민 변호사를 행안부 장관에 낙점함으로써 '내로남불' 프레임을 자초했다. 정권 교체의 원동력이 된 '법치'와 '공정'에의 약속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현 정권 겨냥’ 시그널… 집권 전부터 정국 ‘보복 프레임’ 속으로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현 정권의 견제를 받은 이후 검찰 내에서 좌천됐다. 이른바 ‘채널A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는 등 여권과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등장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 수사 통첩'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고 서슬 퍼런 검찰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도 적폐 수사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검찰은 나쁜 놈을 잘 잡으면 된다. 효율적으로 실력 있게,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 입법 방침을 확정한 데 이어 '한동훈'이라는 대형 변수가 등장하면서 정국은 검찰 권력을 둘러싼 싸움으로 빨려들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