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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체제와 노동체제의 정합성' 보고서, "노동운동, 복지국가에 기여 못해"

새벽길 2008. 8. 2. 20:46
아래 매일노동뉴스 기사는 노동운동과 복지제도를 연결하여 분석한 흥미있는 보고서를 소개하고 있다. 이후에 본 보고서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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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체제와 노동체제의 정합성' 보고서, "노동운동, 복지국가에 기여 못해" (매일노동뉴스 2008년 4월 14일, 한계희 기자)
'이중 경제논리'가 '이중 노동체제'로 이어져 
 
87년 이후 노동운동이 복지제도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노동시장 분절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별 노조운동의 한계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분배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복지체제와 노동체제의 정합성’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복지제도가 97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고 노동시장도 양극화와 근로빈곤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우리나라 복지체제와 노동체제를 앵글로 색슨형도, 라틴형도 아닌 어정쩡한 시스템으로 봤다. 노사관계에서는 국가의 개입이 과도하고 노사 간 조정력이 부족한 반면 복지는 선언적 측면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등 라틴형 모델인데 나머지 특성들은 영미형 모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체협약 효력확장을 시장에 맡기고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 노조조직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국가가 나서 적용률을 모든 부문에 확장시키는 노력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중 경제논리가 이중 노동체제로 이어져 노동운동의 연대의식이 약하다고 꼬집었다. 한국형 복지국가가 한계를 드러내는 원인으로도 꼽았다. 이들은 87년 이후 10년 간 제도적 복지국가를 주장하지 못한 것이 이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연대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했다. 또한 “세계최장의 근로시간, 최고 산재율을 가진 맹목적 생산주의 국가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노조가 연장근로수입과 현금성 기업복지를 중시하며 이를 용인하는 동안 노동운동에서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여전히 억눌려 왔다”고 진단했다.
 
특히 87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노조운동이 오히려 노동시장을 분절시키는 방향으로 나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운동의 과실이 대기업 부문에 집중됐다는 것. 이들은 “87년 이후 노동운동이 기업별 노동운동을 버리고 보다 집중화된 노동조합 건설이나 노사관계를 성취할 수 있었지만 기업별 체제에 안주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사회운동적 성격을 가지고 출발했던 노동운동이 곧 이어 기업별 운동논리에 함몰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오히려 대기업 안에는 정파별로 운동의 이념과 방향이 분화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노동운동 역시 수직적 분화가 강해지면서 수평적 차원에서 사회적·정치적 연대의 추동력이 상실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전환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별로 비정규직이나 하청 노동자들과 제대로 연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별연대의 동력이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 산별 노조운동이 사회적 임금이나 복지국가의 보편적 완성을 위해 기여할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부터 10년 간 진행된 ‘생산주의적 복지체제’ 전략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자본진영은 낮은 조세와 낮은 임금을 환영하면서도 ‘불만에 가득찬’ 노동자들과 대결하고 다투는 데 비용을 많이 들여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기업의 오너십 경영과 맞물려 노동시장 분절을 더욱 촉진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연구자들은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저임금-저복지의 쌍두마차 체제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만약 노동운동의 힘이 강했더라면 발전국가의 생산주의적 복지체제 전략은 일정한 역사적 전기를 맞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87년 이후에는 대기업 위주의 임금인상과 대기업 부문만의 부분적이고도 미시적인 조합주의 타협으로 귀결됐다”며 “97년 경제위기로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파편적인 조합주의 복지국가를 전국적 수준으로 일반화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원인으로 이들은 ‘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노선 전략의 부재’와 ‘여전한 대기업 중심의 실리적 노동운동의 관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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