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대법원 판결 및 코스콤 서울남부지법 판결을 보며 (참세상, 윤애림, 08-07-30)
새벽길2008. 7. 31. 10:02
참세상에 실린 윤애림의 글은 이전 글에서는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코스콤 판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 중간업체가 사업적 독립성이 없는 단순한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한지 아니면 사업적 실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원청과의 직접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결정하는 것은 이전 고법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문제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즉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 하는 일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업체의 사업적 실체 여부에 따라 근로자지위가 결정되는 것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느가의 문제이다.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확실히 노동법을 전공하는 이들이 보는 것은 다름을 느꼈다. 이와 관련하여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두었던 관련 기사들을 담아온다.
------------------------------------- 사용사업주(원청)의 노동법상 책임 인정에 여전히 주저하는 법원 (참세상, 윤애림(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2008년07월30일 15시04분) [칼럼] 현대미포조선 대법원 판결 및 코스콤 서울남부지법 판결을 보며
무더위와 장마가 지루하게 오락가락하던 이번 달에 간접고용에 관련된 두 개의 판결이 나와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03년 1월에 해고되어 5년이 넘게 법률투쟁을 벌여 온 현대미포조선 내주하청업체 용인기업 노동자들이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지위확인 소송과 2007. 9. 12. 파업 돌입 후 1년 가까이 코스콤을 상대로 투쟁을 하고 있는 코스콤비정규노조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그것이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현대미포조선 사건) 용인기업은 1978. 4. 24. 설립되어 25년간 현대미포조선의 ‘내주하청업체’로 운영되면서 선박 기관 수리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2003. 1. 31. 사실상 현대미포조선의 주도 하에 폐업에 이르게 되었다. 대부분의 용인기업 소속 노동자들은 1976~1989년 사이에 입사하였으며, 임시공으로 일하다가 현대미포조선이 실시하는 본공시험에 합격한 뒤 하청업체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들은 기관 수리뿐만 아니라 선박인양, 용접, 등등의 업무에 동원되는 등 실질적으로 현대미포조선의 지휘감독 아래 일해 왔다.
용인기업의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은 현대미포조선이 실질적 사용자로서 계속 고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2003. 4. 15. 스스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었고, 이와 별도로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하는 종업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울산지방법원(2004. 5. 20. 선고 2003가합987 판결/ 기각), 부산고등법원(2005. 11. 9. 선고 2004나9787 판결/ 기각)에서의 패소를 거쳐 이번 대법원 판결로 마침내 현대미포조선의 근로자임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사실 용인기업 사건은 간접고용에 관한 노동법적 상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노동자가 이겨야만 하는 것인데 납득할 수 없는 하급심의 논리로 오랫동안 외면당해 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어쩌면 이번 대법원 판결을 접하고 느끼는 반가움보다 하급심의 패소 소식을 듣고 느낀 절망감이 더욱 컸을 정도이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하급심과 대법원의 평가가 어떻게 엇갈리고 있는가에 대해 다음의 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표는 추가글에 있다) 도급-(불법)파견근로-위장 근로계약 : 여전히 풀리지 않은 쟁점 그동안 간접고용관계에 대해 형성되어 온 법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어떤 하청업체가 정말로 도급계약을 수행하는 업체라고 인정되려면 노무에 대한 인사·지휘명령상 독립성과 사업 경영상의 독립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만약 해당 노동자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의 일부나 전부를 사실상 원청(사용사업주)이 행사하였다면 이는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을 한 것이 된다. 더 나아가 이 하청업체가 사업경영상 독립성마저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이는 파견사업체로도 인정되기 어렵고 원청(사용사업주)의 일개 사업부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당 노동자와 원청(사용사업주) 사이에 직접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요컨대 용인기업 사건에 관해 부산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두 가지 쟁점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그리고 불분명한 답을 하는 것이다. 첫째,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이 용인기업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인사상·지휘명령상 권한을 행사하였는가가 중요한 문제이지, 사내하청업체인 용인기업이 그러한 권한을 함께 가지고 있었는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간접고용이란 기업이 노동법상 사용자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제3자가 사용자인 것처럼 형식을 끼워 넣는 것이기에, 중간업자가 인사상·지휘명령상 권한을 일부 분담하거나 전부 대리하여 행사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런 외관마저 허술하게 하고 있다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면서 중간업체의 권한을 형식적으로 강화하거나 중간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고법은 용인기업이 인사·지휘감독권한을 형식적으로나마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도급으로 인정했는데 이는 간접고용에 대한 법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쟁점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피한 채 현대미포조선이 실질적으로 해당 노동자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을 행사하였다는 점만을 부각하였다.
둘째, 용인기업이 사업경영상 독립성을 가지고 있었느냐는 쟁점은 용인기업이 사업체로서의 실체가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의미 있는 문제일 수 있지만, 해당 노동자에 대해 누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해서는 별로 의미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설사 부산고법이 판단한 것처럼 용인기업의 사업체로서의 실체를 인정하다 하더라도, 해당 노동자를 실제로 사용하고 지휘·감독권한을 행사한 것이 현대미포조선이라면 최소한 (불법)파견근로관계는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 대부분의 파견업체가 독자적인 사업체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사용사업체와 노동자파견계약을 체결하며 독자적인 경영 운영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실체가 있는 파견업체로부터 노동자를 공급받았다 하여 사용사업주의 노동법상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없는 것이다. 부산고법의 판단대로라면 중간업체가 일정한 실체(이 사건에서는 그마저도 사실 불분명했지만)가 있기만 하면 사용사업체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점에 대해 용인기업이 아예 실체가 없다고 보아 법적으로 의미가 없는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기법을 활용하여 문제를 단순화시킨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이런 기법(‘파견근로관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위장근로관계’라는 판단)이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에 더욱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실체가 있는 중간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2008. 7. 18. 서울남부지법 판결(코스콤 사건) : 불법파견을 사용한 사용사업주의 책임에 대한 어두운 전망? 이번 코스콤 판결은 1년 넘게 투쟁을 해온 비정규노동자 중 일부가 승소하였기에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간접고용에 관한 법리 측면에서는 지금까지의 법원의 논리를 답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코스콤에 대해 인적·자본적·경영적 종속관계가 인정된 증전엔지니어링, 에프디엘정보통신에 소속되어 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중간업체가 사업적 독립성이 없는 단순한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다고 보아, 코스콤과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또 다른 중간업체인 아이티네이드, 밸류원, 지피텍, 에이치알씨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물적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등 사업적 실체가 있다고 보아 여기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코스콤과의 직접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 하는 일에 차이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소속 업체가 사업적 실체가 있었는가 여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코스콤 입장에서도 해당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실제 지휘·감독하여 사용하는데 어떤 차이도 없었는데도, 일부에 대해서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일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다시 한 번 반복하자면, 현실에서는 노동자공급업체(파견업체)가 일정한 자본력과 물적 설비를 갖추고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인사상·지휘명령상 권한을 일부 분담(또는 대리)하여 행사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제조업의 사내하청이나 대기업의 용역 자회사처럼 중간업체가 원청에 인적·자본적·경영적으로 완전히 종속되어 있는 경우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이들 용역 자회사들도 점차 노동자 파견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독립적 사업체’로서 발전해 하고 있다. 따라서 간접고용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사업주가 해당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였는가 여부, 다시 말해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 때 사용사업주가 실체가 없는 중간업체를 개재시켰다면 아예 해당 노동자와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해야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실체가 있는 파견업체를 개재시켰다면 파견법 위반인지를 따져 보아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법원은 전자에 대해서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하는 듯하다가 최근 몇 몇 사건에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과 코스콤에서 위장근로관계가 인정된 부분이 바로 이런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후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이 불분명하거나 불법파견근로관계에는 파견법상의 직접고용간주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괴한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간접고용에 관한 사회적 논란을 법원이 의식하면서도 위법하게 간접고용을 사용한 사용사업주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관련하여 지난 6월 19일에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근로관계에 구 파견법상의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간주조항(구 파견법 제6조 제3항)이 적용되는가 문제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2000년 (주)SK의 자회사였던 인사이트코리아에서 해고당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한 후로 지금까지 미루어왔던 대법원의 판단이 곧 이루어질 예정이다.
어찌보면 이 쟁점은 2006년 파견법 개정으로 입법적으로 해결(즉 불법파견의 경우도 2년 이상이면 직접고용 의무 인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 파견법에 걸려 있는 많은 비정규노조의 사건(현대자동차, 기륭전자 등)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여전히 현실 노사관게에 파장을 미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설사 대법원이 불법파견에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책임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또다시 ‘2년 이상자에게만 제한’이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간접고용을 사용한 사용사업주에게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투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각주)*이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대한 평가로는 권두섭, 「위장도급의 법률관계-현대미포조선 내주하청 용인기업 사건을 중심으로」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편,『비정규노동과 법』 2006 참조.
------------------------------------ 2008/07/19 18:03 무슨 흑막이 있나. 법원이 노동문제에 대해 이런 전향적인 판결을 할 줄이야... 그것도 연속해서 두건씩이다. 물론 금속노조 울산지부 용인기업지회의 종업원지위확인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의 1심 선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지만, 아무튼 반가운 결정이다. 노동부와 지노위는 거의 자본의 하수인이 되어 열받던 차에, 그나마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려줘서 다행이다. 물론 사법부의 한계 또한 명확하지만...
레디앙 등의 소위 진보언론을 보면, 많은 진보적인 이들이 비정규직 투쟁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 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판결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주목하지 않고, 당연히 이를 공유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래에 관련 기사를 담아온다.
------------------------- 대법원 "원청 사용자성 인정 판결" (레디앙, 2008년 07월 11일 (금) 11:55:52 박점규 현장기자) 하청노동자-현대미포조선 ‘묵시적' 계약관계…위장도급 등 확산 제동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크게 주목된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위장도급 방식을 통해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던 원청회사 사용자들의 행위에 제동을 거는 핵심적인 판결이다.
7월 10일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금속노조 울산지부 용인기업지회 신기철외 29명이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지위확인 소송 선고’에서 용인기업은 현대미포조선의 ‘위장도급’이며,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현대미포조선과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피고 회사(현대미포조선)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라며 사실상의 위장도급임을 분명히 했다.
▲사진=금속노조
이어 “피고 회사(현대미포조선)이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는 직접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판단으로 울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에서 내린 하급심 판결에 대해 “원심의 판단에는 외형상 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수급인의 근로자와 명목상의 도급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여야 할 근로관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며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단을 요약하면 현대미포조선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과 체결한 도급계약은 '위장도급계약'에 불과하고 신기철외 29명의 노동자들은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과 채용당시부터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현대미포조선과 용인기업이 체결한 도급계약이 위장도급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해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채용, 승진, 징계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 행사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 ▲임금 등 제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업체폐업으로 해고된 지 5년 6개월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인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은 선박엔진 열교환기와 밸브의 검사 수리 업무를 해왔다. 현대미포조선은 2003년 1월 31일 하청업체 폐업으로 이들을 모두 해고했고, 신기철 외 29명은 울산지방법원과 부산고등법원에 ‘종업원지위확인소송’을 제출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 사건은 다시 부산고등법원으로 돌아가게 됐으며, 신기철 조합원을 포함해 30명은 해고된 지 5년 6개월만에 용인기업이 아닌 현대미포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해왔다. 2007년 6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차 아산공장 김준규 조합원 등이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냈으나, 울산에서는 현대차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엇갈린 하급 판결 대법원이 최종 정리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계속되자 대법원은 지난 2008년 7월 2일 불법파견에 옛 파견법 6조 3항 직접고용간주 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여는 등 간접고용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은 공청회 이후 나온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이후 판결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00일이 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기륭전자, 300일이 되어가는 코스콤, 3년을 넘어선 KTX 여승무원 투쟁에서 볼 수 있듯이 원청회사는 파견, 용역, 도급 등의 이름으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해 엄청난 이익을 남기면서도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확산되는 간접고용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확인한 판결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 비슷한 사례의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현대자동차 1만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집단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했던 민주노총 권두섭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제조업 사내하청에서 부문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원청사업주의 사용자 책임 회피에 대하여 일정한 경종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청회사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자 구실을 했다면 이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위장 도급’에 대한 일반적 기준을 제시한 첫 대법원 판결로, 조선·자동차 등 업계에 퍼져 있는 사내 하청, 외주 용역 같은 ‘간접 고용’의 남용·오용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사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 소속 신아무개(47)씨 등 30명이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 지위 확인 청구소송에서 “직접 현대미포조선이 신씨 등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판결이 확정되면 신씨 등은 법률적으로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로 인정된다.
이번 판결은 위장 도급과 관련한 법률적 기준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위장 도급의 근거로 현대미포조선이 신씨 등에게 △채용·승진·징계에 관한 실질적 권한 △작업 과정에서 직접 지휘감독권 △임금 등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용인기업이 독자적 장비나 독립적 시설을 갖추지 못한 점을 들었다. 박수근 한양대 교수(법학)는 “뿌리 깊은 관행이었던 위장 도급 문제를 대법원이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도급·파견에 대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갖추는 등 고용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검찰이나 노동부는 원청회사와 하청업체의 도급계약 등을 중시해, 번번이 원청회사를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원청회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권한을 행사하는지에 따라 직접고용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게 됐다. 예를 들어 하청업체 110여곳의 노동자 8천여명이 일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고용 형태가 현대미포조선과 비슷하다.
이번 판결은 장기 분쟁 중인 코스콤과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고속철도(KTX) 여성 승무원들 사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권두섭 변호사는 “이 사건들은 현대미포조선 사건과 쟁점이 같다”고 말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는 서울남부지법에 종업원 지위 확인 소송을 냈으며, 오는 18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회피하려는 간접고용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 도급인지 근로관계인지 애매한 형식으로 이뤄지는 업무수행 방식에 대해 직접 근로관계가 인정되면, 임금·퇴직금 지급이나 단체협약 확대 적용 요구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위장 도급 여부는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한다”며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을 엄격히 해 불법 파견을 막고, 외주화·하청·용역 전환 같은 간접고용의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재계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산업현장에 끼칠 파장을 우려했다. 이병욱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개별 기업마다 고용구조가 다르므로 사안별로 살펴야 한다”며 “기업들이 도급관계를 맺는 구조를 없애자는 쪽으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하청 뒤에 숨은 ‘편법고용’ 제동 (한겨레, 이본영 기자, 2008-07-11 오후 07:30:15) 대법원 위장도급 판결 의미 원청업체가 인사·작업·급여 등 실질적 권한 행사 “사내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의 노무대행기관 노릇”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미포조선의 종업원임을 인정받으려고 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간접고용 확산으로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확산되는 흐름에 일정한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 수리 사내하청업체에 소속됐던 신아무개씨 등은 길게는 25년 동안 현대미포조선에서 일해 왔다. 형식적 근로계약은 현대미포조선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용인기업과 맺었지만, 현대미포조선 작업장에서 이 회사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이 근무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원청업체의 외주화 방침에 따라 사내하청업체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다.
1·2심은 “현대미포조선과 원고들 사이에 외견상 근로계약관계와 유사한 면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여러 근거를 들어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미포조선과 사내하청업체가 별개 사업자이고 △사내하청업체가 신씨 등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사내하청업체와 협상해 왔다는 점 등을 들어 위장 도급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업체로부터 지시와 감독, 교육을 받아가며 일했다는 점 등을 열거하며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미포조선은 사내하청업체가 모집해 온 근로자에 대해 기능시험을 실시한 다음 채용 여부를 결정했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거나 승진 대상자 명단을 통보하는 등 채용·승진·징계에 관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정도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통제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사내하청업체의 작업량 단가가 현대미포조선과 그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협약 결과에 연동됐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상여금과 퇴직금, 사회보험료 등을 현대미포조선이 산정해 지급하는 등 원청업체가 제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사내하청업체는 사업체 형식은 갖추고 회계업무 등을 처리했지만, 사무실도 현대미포조선이 제공할 정도로 원청기업의 “일개 사업부서 또는 노무대행기관” 노릇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판결 배경에는 간접고용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무분별한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킴은 물론 노동3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데까지 이른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판결 설명자료에서 “이와 같은 기업의 외부 노동력 이용은 노동자 쪽에게는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 수준을 강요하고,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액 중 상당 부분을 용역업체가 가져가는 이중착취의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한편 “위장 도급 여부 판단은 구체적 사안에서 주장·입증 등 심리를 통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법원에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낸 것을 포함해 위장 도급 여부가 쟁점인 소송이 5건 계류돼 있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위장 도급 논란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외부 인력 사용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법적 다툼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사내도급 많은 조선·전자·자동차 파장 예고 (한겨레, 최우성 김영희 이형섭 기자, 2008-07-11 오후 07:28:19) 국내 50만~60만명 추정…서비스부문도 급증세 판결내용 파악 분주…비정규직 이슈화 불안감
위장 도급 회사 종업원의 지위에 대해 대법원이 뚜렷한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조선·전자·자동차 등 사내 도급 형태가 널리 퍼진 제조업체의 인사관리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엔 중공업과 조립공업 분야를 벗어나 금융, 판매 등 서비스 부문에서도 사내 도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사내 도급형태의 회사에서 일하는 임금노동자가 대략 50만~6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기업들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위장 도급 판정을 내리면, 해당 도급회사와 맺은 계약을 아예 해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왔다. 이 때문에 해당 하도급 회사의 종업원들은 사실상 해고의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위장 도급을 입밖에 꺼낼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종업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현대차와 협력업체 사이의 도급관계는 불법파견이며, 2년 이상 일한 종업원은 현대차의 근로자 지위를 갖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문제의 사내 도급업체 폐업했고, 새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는 고용 승계를 거부해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위장 도급 여부를 가리는 것은 구체적인 사업장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이번 판결이 곧장 우리 사업장에도 효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고용 승계 목소리가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이번 판결로 비정규직 문제 전반으로 이슈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다. 삼성에스디아이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인사권이나 지휘감독권 통제권이 모두 하청업체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비정규직이라고 하면 모두 같은 비정규직으로 보고 다 정규직 전환을 해줘야 한다는 감성적 접근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절감을 위한 방법은 점점 없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울산조선소에서 일하는 전체 인력 4만명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이 1만5천명이나 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전반적으로 언급을 꺼리면서도 내용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대중 관계자는 “파장이 어떨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만만치 않겠다”라며, 곧 내부 입장을 정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포조선소는 전체 인력 9천명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이 5천명이나 된다.
----------------------------- 정의를 확인한 대법원 판결 (한겨레, 김선수 변호사, 2008-07-14 오후 09:05:17)
대법원이 사내하청업체(용인기업)를 통해 (간접고용)노동자를 사용한 원청업체(현대미포조선)의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업체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우리 헌법,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근로자파견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노동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사용자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원칙(직접고용 원칙)이다. 허가받은 근로자 공급업체 또는 근로자 파견업체로부터 허용된 업종과 조건 및 기간을 준수하여 사용한 경우에만 간접고용이 허용된다. 사용과 고용이 분리되는 간접고용은 본질적으로 중간착취와 차별을 내포한다. 직접고용이라면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부분이 간접고용의 경우에는 중간에 끼어 있는 간접고용 사업주의 몫으로 돌아간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직접고용 노동자보다 적은 급여와 복지혜택을 받는다. 노동조합 결성 등 노동기본권 행사도 제한된다. 간접고용 사용자는 직접고용의 경우 부담해야 하는 노동법상의 책임도 회피하게 된다. 이득은 모두 챙기면서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것이다. 파견법상의 책임조차 부담하지 않기 위해 도급을 악용한다.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을 악용하는 사용자가 직접고용 원칙이나 파견법을 준수하는 사용자보다 유리하게 되어 공정한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중간착취, 부당한 차별, 노동기본권의 침해 그리고 이익에 걸맞은 책임의 회피는 정의와 인권의 문제에 해당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와 인권은 경제성이나 효율성보다 우월한 가치이다. 정의와 인권 영역에서는 적당히 침해해도 무방하다는 타협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동안 법원이나 검찰은 사내하도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오히려 방조했다. 그 결과 사내하도급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부정의를 바로잡으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간접고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모자회사 관계에 있거나 소사장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해 원청업체와 간접고용 노동자의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했는데, 이번 판결은 이를 일반적인 수준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판결은 원청업체와 간접고용 근로자의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채용·승진·징계 등 인사에 관한 실질적 권한의 행사, 근무 및 작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 임금이나 제반 근로조건 등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의 행사, 사내하청업체의 업무수행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 미비 등을 제시하였다. 각각의 사내하도급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므로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도 다른 판단을 받을 것이다. 만연한 사내하도급의 실질을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해 원청업체의 책임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 굴종을 강요하는 고용 불안정, 언제라도 교체할 수 있는 소모품 취급은 인간에 대한 대접이 아니다. 현대미포조선 판결로 사내하도급을 비롯한 간접고용 문제가 온전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원이 정의의 편에 있다는 확신이 사회구성원 사이에 공유된다면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원청업체의 사용자로서의 연대책임 인정과 외주화, 용역전환, 하청 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분별한 간접고용의 폐해를 방지할 제도적 개선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11일 대법원이 원청업체의 사용자성과 위장도급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원청업체가 직접 지휘 감독하며 실질적 사용자 역할을 했다면 이들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대미포조선과 도급계약 관계인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이 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대법원은 원청업체의 사용자 인정 기준으로, 1)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채용, 승진, 징계에 관해 실질적 권한 행사, 2) 작업을 직접 지휘하거나 구체적인 작업 지시, 3) 직접적인 지휘감독권 행사, 4) 원청업체의 독자적 장비 미보유 및 소속 노동자의 교육 및 훈련 등에 필요한 사업경영상 독립적 물적 시설을 갖추지 못한 점 등을 제시했다.
이는 ‘비정규직보호법’이 간접고용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매우 의미 있는 판례다. 간접고용의 기준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동안 대기업들이 ‘비정규직보호법’을 악용해 간접고용을 확산시켜 온 관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허울뿐인 ‘비정규직 보호법’을 더욱 만신창이로 만들겠다는 정부와 재계 ‘비정규직보호법’은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간접고용을 남용하며 정규직 전환을 회피해 왔다. 이랜드, KTX를 비롯해 1,000일이 넘는 장기 투쟁 사업장 기륭전자 등이 간접고용 피해의 대표적 사례다. 현재 간접고용 노동자가 된 비정규직들은 빈손으로 거리로 내쫓겼지만,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올해 6월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한국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 문제에 대해 유례없는 강력한 권고안을 채택한 바 있다. 2년 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ILO에 제소를 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ILO가 ‘파견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호 대책 요구’, ‘현대 자동차와 기륭전자 등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기간과 조건에 대한 단체교섭 성사 촉구’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재계는 최근 ‘비정규직보호법’의 완화를 또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재계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으로 확대’, ‘사용기간 제한 예외 대상에 50세 이상 준고령자 포함’, ‘차별금지 조항의 10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유예’, ‘파견업종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전환’,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도 파견근무 허용’ 등을 인정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노사 양쪽의 견해를 모두 반영하여 ‘비정규직보호법’을 보완 개정하겠다고 지난 11일 18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선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 의지나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1일 대통령 발표에 따라, ‘비정규직보호법’이 이번 18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개정될 것으로 보이나, 친기업적 성격을 표방하고 나선 이명박 대통령과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하고 원천사용자성을 확대하라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시장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번 18대 국회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비정규직보호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진보신당이 제안하는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정규직법에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해 정당한 사용근거 없는 비정규직 사용을 근절해야 한다. 원청사용자성을 확대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및 노동 3권을 전면 보장하며, 공공부문부터 무분별한 외주화와 간접고용을 축소시켜야 한다. 차별시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조합에 차별시정 신청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노동시간상한제를 실시해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연간 총 노동시간을 2,000시간으로 제한해 산업재해 발생율을 낮추고 기업의 고용관행을 정상적으로 유도해 선진국형 노동문화를 확립해야 한다. 공휴일 확대 및 사무직 노동자의 무보수 잔업특금 금지, 사무직 노동자의 연장근로 주 6시간 제한, 야간 강제 근로 원칙적 금지 등을 통해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을 유도하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고용 및 임금손실분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기금을 통해 일부 보전해야 한다.
셋째, 사회연대 의식을 담은 사회연대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사회양극화의 주범인 저임금 불안정 고용을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인상하고 가내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상 차액 일부를 고용보험 기금을 통해 지급함으로써 지불능력 취약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해당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산별 노사정 수준에서 관리/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제 ‘비정규직보호법’이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된다. 또다시 대량 해고 및 간접 고용 확대, 위장도급 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닦아 줘야만 할 것이다.
--------------------------------------- "지옥 같은 5년 반, 생매장 당한 세월" (레디앙, 2008년 07월 15일 (화) 23:01:28 김은성 기자) [인터뷰-대법 승리 용인기업 조합원] "회사, 정규직 노조 반응 아직 없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례 당사자인 현대미포조선 용인기업지회 40대 중반의 조합원 갑씨는 "법정투쟁을 겪으면서 사회의 모든 연결 고리가 가진 자들을 중심으로 엮여 있다고 느껴져 마치 생매장당하는 것 같았다"면서 "(이번 판결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직 이름을 밝힐 수는 없어 사측의 횡포에 가족이 너무 시달려, 또 사태가 해결되는 민감한 시기라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한 갑씨이지만 15일 <레디앙>과 전화 인터뷰를 하는 그의 목소리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대법원도 비정규직 문제가 전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번 판결을 내린 것 같다"면서, "정식으로 복귀하면 원청 정규직 직원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같은 식구로서 당당하게 사장과 면담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 판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대법 판결까지 5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 우선 소감이 어떤가? = 정말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아직도 실감이 나지않는다. 고법에서도 졌는데 과연 누가 이기라고 기대를 했겠는가? 그간의 법정투쟁을 겪으면서 너무나 명백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고, 재판 결과를 사측에게 먼저 통보하는 행태 등을 보며 사회의 모든 연결 고리가 가진 자들을 중심으로 엮여있다고 느껴져 마치 생매장 당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대법 판결로 비로소 사람들이 우리 투쟁에 관심을 갖고 우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모두 일만 하며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었는데, 매번 죄인 같은 심정으로 가시방석에 누워 밤마다 잠도 못잤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이혼, 알콜 중독 등 힘든 투쟁 기간 - 해고된 후 조합원들은 지난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 조합원 30명의 미포조선 평균 근속은 20년 안팎이고, 평균 나이는 45세이다. 우리는 미포조선 초창기 멤버로 안해본 일이 없었고, 행여 비라도 많이 쏟아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몸과 마음을 다해 새벽에도 달려나가 그저 묵묵히 일만했다. 기계를 많이 만지는 작업을 하다보니 모두 귀가 난청이 돼버려 해고를 당할 시에는 이미 다른 곳에 취직도 안되고 오갈 데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지켜낸 회사였는데 조직은 냉정했다. 당사자들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전 가족들까지도 사측의 압박과 횡포에 시달려 모두 크고 작게 가정에 금이 갔고, 아이들 학업이 일제히 중단됐다. 이혼으로 알콜 중독과 우울중으로 약물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었고, 사정이 나은 사람들은 외지를 떠돌며 일용직으로 생활을 근근히 이어갔다. 과거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 이제는 과거를 잊으려한다.
- 미포조선과 유사한 사례가 제조업 현장에 만연해 있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울산의 다른 비정규직 사업장의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크게 영향을 받거나 동요하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 같은 명백한 상황과 달리 요즘에는 도급과 원청과의 관계에 대해 사측이 확실히 선을 그어 간접 고용에 대한 피해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쓰는 사업장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무런 비전과 희망이 없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년, 20년을 일하면 뭐하나? 열심히 일한 장기근로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정규직화시키는 제도 등으로 뭔가 나아지는 미래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선진국과 경쟁하는 쪽으로 가야지 노동자를 탄압하고 임금을 깍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금속노조, 미포조선 노조 방문 예정 - 대법 판결 후 사측의 반응이나 연락은 없었나? = 공식, 비공식적으로도 아직 연락이나 반응이 전혀 없다. 부산고법으로 환송조치 돼 정리되면 그때 뭔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간 법정 소송 과정에서도 사측은 대법원의 판례가 나오면 따르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아마 요즘이 임단협 시기라서 거기에 매진하느라 분주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포조선 정규직 노조에서도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조만간 금속노조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사측에게 공문을 보내고 미포조선 노조를 방문할 계획이다.
- 대법원 판결 후 향후 어떤 계획인가? = 일단 부산고법으로 환송돼 정리되는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 고법 과정이 마무리되면, 그간 못받은 임금을 받는 것과 전원 원직 복직 문제가 남아 있다. 또 그간 조합원들의 전가족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도 보상을 요청할 예정이다.
- 비슷한 사유로 싸우는 기륭, KTX 승무원, 코스콤 등의 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리도 줄기차게 투쟁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서로 생활이 워낙 어렵다보니 동료간에 안보이는 갈등도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 쉽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을 줄 수 있도록 단결해야 한다. 물론 상황이 어려운 건 알지만 다른 어딘가에는 그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와 같은 좋은 판례들이 쏟아져나와 이제는 사회도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곧 알아줄 것이다. 아마 대법원도 비정규직 문제가 전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번 판결을 내린 것 같다.
대학 중도 포기한 아이들 교육 시켜주고 싶어 - 복귀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은가? = 정식으로 복귀하면 원청 정규직 직원이 그랬던것처럼 우리도 같은 식구로서 당당하게 사장과 면담하고 싶다.(웃음) 과거 우리는 용인기업이 폐업하기 전 사장 얼굴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기 위해 수 차례 방문했었지만,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통로 자체가 완전히 차단됐다. 대학을 중도 포기한 아이들의 교육을 마저 시켜 부모로서 역할도 하고 건강도 추스려 가족들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주고 싶다. 또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도와 다시는 우리와 같은 해고사태가 발생하지 않게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저희도 그 동안 싸우면서 너무 힘들어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들이 있어 대법까지는 기필코 끝까지 가자고 모두 마음을 먹었고, 그러다보니 마지막 희망의 문이 열렸다. 대법까지 가는 세월과 과정이 너무 힘들었는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노동 문제만 전담하는 별도의 법원이 설치돼 시급한 노동 분쟁이 조속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사례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유사한 비정규직 판결에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며 조금 욕심을 낸다면 우리 판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되는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 또 사측의 사고 전환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열심히 일을 한다면 뭔가 희망과 비전을 찾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결국엔 사측도 여러 손실을 입어 서로가 동시에 상처를 입으며 피해자가 될 뿐이다.
------------------------------- 법원 "코스콤 비정규직, 코스콤 직원이다"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8-07-18 오후 6:07:39) 노동계 "코스콤은 즉각 전원 정규직화해야"
파업 300일을 넘긴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법원이 18일 이들과 코스콤 사이에 "직접 고용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적법한 도급'이라는 코스콤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위장 도급"이라고 분명히 했다. 법원이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의 손을 들어준 것. 코스콤 비정규직지부는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지금 즉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직접 고용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독립성 인정되지 않아 위장도급"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부장판사 최승욱)는 이날 코스콤의 사내하도급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코스콤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74명 중 66명이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코스콤의 도급 행위는 '위장 도급'일 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 두 회사의 독립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증전엔지니어링·(주)에프디엘정보통신과 코스콤의 관계가 적법한 도급이 아니라는 것.
다만 재판부는 본사가 아닌 외부 지원 파트 업무를 담당했던 도급회사 아이티메이드 소속 8명에 대해서는 "위장 도급은 맞지만 중간업체가 직원의 인사와 업무 지시를 관리할 수 있는 독립성이 인정돼 법리상 코스콤의 직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각된 8명도 위장 도급은 인정…간접 고용 권익 보장 의미" 비록 1심이긴 하지만 파업 1년을 앞두고 법원으로부터 이 같은 판결을 얻어낸 코스콤 비정규직지부는 고무된 분위기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기각된 8명도 위장도급은 인정된 만큼 법원의 전원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도 성명을 통해 "코스콤은 하루 빨리 교섭을 통해 정규직으로 복직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이번 판결은 지난 미포조선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이어 노동법의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권익이 보장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판결은 용역·파견·도급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해 원청이 지휘 감독을 했다면 원청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판례 경향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해 "묵시적 근로 계약 관계에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 법원, 코스콤 비정규직 '직원' 맞다 (레디앙, 2008년 07월 18일 (금) 19:29:04 김은성 기자) "미포조선 대법 판례 이어 사용자성 인정한 의미있는 판결"
311일 째 싸우고 있는 코스콤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코스콤 직원' 이라고 판결해 '직접고용'을 촉구했던 코스콤비정규직 투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코스콤은 사용자성이 인정된만큼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제재를 받게돼 코스콤 투쟁에 새로운 국면이 마련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 13부(최승욱 부장판사)는 18일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판결에서 74명 가운데 66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근로자 지위’ 판결을 내려 코스콤비 정규직과 코스콤이 '직접 고용 관계'과 성립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나머지 기각된 8명에 대해서도 '위장도급'은 인정되나 도급업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중간업체가 직원의 인사와 업무 지시를 관리할 수 있는 독립성이 인정돼 법리상 코스콤의 직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코스콤비정규지부는 기각된 8명도 위장도급 판정을 받은 만큼 소송을 제기한 전체 74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비정규지부는 또 코스콤은 더이상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교섭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성실교섭을 통해 직접고용, 정규직화할 것을 요청했다.
이같은 판결은 1심이기는 하지만 현대미포조선의 대법 판결에 이어 사회적으로 쟁점이 됐던 투쟁사업장이었던만큼 가깝게는 코스콤 비정규지부에 가입하지 않은 400여명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슷한 사안으로 투쟁을 벌이는 다른 장기투쟁 사업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사용자들에게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하는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난 미포조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사용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이어 노동법의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무권리 상태에 놓인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권익이 보장될 수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또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 양극화 해결은 요원하다"면서, "정부는 법원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판결을 존중해 기륭전자와 KTX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도 빠르게 해결하고 비정규직법 전면 재개정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사무금융연맹은 오는 21일 오전 코스콤 본사 앞마당에서 ‘코스콤비정규지부 투쟁 승리 보고대회’를 개최하고 판결 결과에 따른 사측의 문제해결을 촉구할 방침이다.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장기 파업을 벌여 온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협력업체의 노동자들이 코스콤과 직접고용 관계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최승욱 부장판사)는 18일 코스콤 협력업체인 ㈜증전엔지니어링과 ㈜에프디엘정보통신의 노동자 66명이 코스콤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운영 독립성이 없는 이들 회사에 대한 코스콤의 도급 행위는 위장 도급이고, 코스콤은 이들 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 11일 현대미포조선이 사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시해, 기업의 ‘간접고용 남용’ 행태에 경종을 울린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직접 현대미포조선이 용인기업 노동자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공기관인 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로서 전산 시스템 관리 업무를 하는 코스콤은, 지난해 4월 이들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해지하며 노동자들에게 다른 업체들과 계약을 맺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 90여명은 “비정규직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처사”라며 지난해 5월 코스콤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이들은 “코스콤 정규직 노동자와 비슷한 업무를 몇 년씩 하면서도 급여는 정규직의 4분의 1 수준인 차별과 고용 불안을 겪어 왔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 남부지청은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코스콤이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지휘·감독한 사실을 확인해 지난해 10월 파견기간 위반 등 ‘불법 파견’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파견기간 위반은 합법 파견업체에만 적용된다”는 등의 이유로 무혐의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서도 코스콤은 이들 노동자에게 8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며 압박해,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날로 311일째 이어져 왔다.
정인열 민주노총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은 “오늘 판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스콤의 노동자인 것이 다시 확인됐다”며 코스콤에 “전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코스콤은 이들 노동자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하고, 비정규직 차별 책임 등도 안게 된다. 노동자들이 낸 체불임금 지급 청구소송, 회사 쪽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코스콤 관계자는 “판결 이유 등을 살펴보겠지만, 1심 판결에 불과하지 않으냐”며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코스콤의 또다른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8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에 대해 재판부는 “도급 회사의 독자성·독립성이 인정돼, 피고와 원고 사이에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 승리, 언론의 무거운 침묵 (미디어오늘, 2008년 07월 19일 (토) 08:46:36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톺아읽기] 파업 311일째 법원,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 판결
무려 311일째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이 실마리를 찾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13민사부는 18일 증전엔지니어링과 에프디엘정보통신 직원 66명이 코스콤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이들 회사의 도급행위는 위장 도급이 분명하다"며 "코스콤은 이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판결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 획을 그을만한 의미있는 사건이었지만 한겨레와 일부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이 일제히 침묵했다.
증전엔지니어링과 에프디엘정보통신은 코스콤 사우회가 출자해서 만든 용역하청 중개업체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회사에서 용역을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근로자인지 도급근로자인지였다. 파견근로자는 원청기업이 하청기업으로부터 직원을 선발해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지만 도급근로자는 업무지시를 원청회사가 아닌 하청회사로부터 받는다는 차이가 있다.
코스콤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도급근로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비정규직원들은 자신들이 코스콤의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위장도급이고 불법파견이라는 입장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이 모두 코스콤의 직원들이고 급여와 4대 보험 역시 코스콤에서 지급했다는 것. 파견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만든 위장 도급회사였던 셈이다.
법원은 "코스콤의 채용과 인사평정, 급여 결정에 대한 관여나 업무 지시, 근태관리, 교육시행 등을 고려할 때 코스콤이 이들의 근로조건 전반을 지휘, 감독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이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코스콤 사우회가 출자하고 간부들이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들 두 회사는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코스콤의 하나의 사업부서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코스콤은 지난해 4월 증전엔지니어링 등 15개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뒤, 대신정보기술 등 새 도급업체 5곳과 계약을 맺었다. 고용이 승계된 305명 가운데 90여명은 지난해 5월 노조를 결성하고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도급업체 교체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7월부터 개정 시행된 파견법은 2년을 초과해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면 사용사업주, 즉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의 의무를 지도록 돼 있다.
이날 법원 판결은 최근 현대미포조선이 생산공정의 일부를 용인기업에 사내도급한 행위를 직접고용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 취지를 이은 것으로 향후 사내도급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하는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겨레는 19일 18면 "법원 '코스콤 비정규직', 코스콤 직원 맞다"에서 이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다. 한겨레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코스콤은 이들 노동자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하고 비정규직 차별 책임 등도 안게 된다"고 전했다. 또 "노동자들이 낸 체불임금 지급소송, 회사쪽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모든 신문들이 침묵한 가운데 방송사 가운데서는 MBC와 SBS만 이 소식을 짧게나마 전했다. 같은 날 매일경제는 엉뚱하게도 3면에 "갈 때까지 간 코스콤 노조 비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전직 노조위원장 등이 납품업체들로부터 관행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다가 줄줄이 구속기소됐다는 소식이다. 코스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기는커녕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을 앞두고 사장실을 점거해 교섭 자체를 무산시키는 등 반노동자적 행태로 민주노총에서 제명을 당하기도 했다. 코스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4배에 이른다.
법원도 간접고용 인정하지 않은 판례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피고 회사(현대미포조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라며 사실상의 위장도급임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위장도급 방식을 통해 정규직이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던 원청회사 사용자들의 행위에 제동을 거는 핵심적인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낸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법원도 간접고용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노동조합이 이를 용인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노동운동이 파견을 비롯한 간접고용 철폐, 정규직화로 방향을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변호사와 인터뷰 한 내용. * * * - 역사적 판결을 끌어냈는데 소감이 어떤가? = 일단 미포조선 노동자들이 5년 6개월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게 됐는데, 그 중에서 2명은 이미 정년이 되었다. 이 판결 이후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이 모여서 현대미포조선에 직접고용 요구를 하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코스코, KTX여승무원, 기륭전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더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싸움을 시작하는데 조금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기쁘다.
- 용인기업 노동자들을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라고 판결한 대법원 판결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제조업 사내하청 원청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 =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위장도급에 대해 원청회사와 직접 고용관계가 있다고 보는 경우가 예전에는 소사장제도나 아니면 모회사, 자회사 등 경영적으로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경우에 한정했었다. 현대미포조선 같은 경우는 그런 경우가 아닌데 4가지의 요소를 살펴서 위장도급이면서 원청회사와 직접 근로관계를 인정했다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떻게 보면 제조업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문을 조금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기대일 수도 있는데 간접고용이라든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대법원이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방향으로 방향을 제시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 이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대법원 판결 이후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도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 코스콤이나 KTX, 이런 곳들은 직접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을까 싶고, 앞으로 소사장이나 모자기업관계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하청회사가 인력을 파견하는 그런 수준 같은 경우에는 원청회사와 직접 근로관계를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 용인기업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이나, 현대차 사내하청 등과 차이가 있는가? = 조선과 자동차가 좀 다를 수도 있다. 용인기업 같은 경우 사내하청 중에서 옛날 하청, 즉 내주하청이라고 불렸다. 요즘 사내하청은 도급의 외향을 갖추기 위해 자꾸 세련되어가고 있어서 형식적으로 보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제조업 사내하청의 형태는 다르지 않다. 사내하청이 독자적인 기반 없이 사람만 고용해서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인기업이 제조업 사내하청과 다를 게 없다.
근로자 지위확인 집단소송, 조직화 방안될 수도 -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회사에 근로자지위확인 집단소송을 내는 것은 어떤가? = 조직화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비정규법 시행 앞두고 대량해고를 대비해 그런 시도가 있었다. 조직화가 안 되어 있어 개별적으로 당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원이 정말 사내하청 노동자들 전체에 대해 원청회사와의 고용계약을 인정해줄까에 대해서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용인기업의 형태와 비슷한 경우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사업주가 실질적으로 노동자를 사용하고, 사실상 모든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에 대해 공론화시키고 있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방안으로는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 GM대우 창원공장처럼 노동조합이 아예 도급을 인정해 합의해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노조가 합의했을 경우 법원으로 가도 이기기 어려운 것 아닌가. = 노동조합이라는 게 개념상 노동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향상, 보호하기 위한 단체라고 인식되고 있는데 그런 노동조합에서 도급을 용인하는 형태의 합의를 했다면 하청노동자들이 소송을 한다고 했을 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사측도 “노조도 합법도급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할 것이고 우리가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 상황을 충분히 그렇게 된다.
노동조합 할 말 없게 만든 판결 - 법원도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고 있는 마당에 노동조합이 법보다 나은 요구를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 이번 판결로 어떻게 보면 노동조합이 할 말이 없게 됐다. 자기 사업장 바로 옆자리에서 하청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하청노동자의 고용의 헝태가 하청기업이 그냥 원청회사에 사람을 대주는, 인력을 파견해주는 형태라면, 그건 원청회사에 아예 처음부터 고용관계가 있는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다는 이야기를 대법원이 한 것이다. 실제 제조업 사내하청의 고용형태라는 게 99%가 다 인력파견 형태다. 근데 어느 노조에서도 하청노동자들이 우리 조합원이다, 우리 조합원인 걸 떠나서 우리와 똑같이 원청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교섭하는 곳이 없다.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 노동운동이 구호로는 비정규직 철폐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노사교섭에서 비정규직 권리보호 수준의 운동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전면 정규직화로 노동운동 방향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 아닌가? =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 다음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하는 것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법원이 이 판결을 낸 이면에는 그런 측면도 있다.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 있고, 직접 고용해서 노동법을 지켜서 직접 고용하는 기업도 있는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다 법을 안 지키고, 고용관계를 회피하는 것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법원이 인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결론으로 사용자임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회사 뒤에 숨는 원청회사 찾아내 “너희가 사용자다”라고 한 것인데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노동조합은 사용자가 고용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가져가는 간접고용의 형태는 원청이 사용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요구를 해야 한다.
노조, 노동법 기본 상식 지켜야 -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민주노총이 파견법 철폐를 공식 입장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파견제도라는 간접고용제도를 철폐하기 위해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해왔는데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간접고용, 파견을 우리 스스로 받아들이고 용인하는 게 아니라 원청업주로 하여금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투쟁을 해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파견이라는 게 원청회사가 다 지휘감독하면서 일을 시키는데 고용만 파견업체에 속해 있고, 법적 책임을 파견업체가 진다. 그걸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게 말이 안되고, 그걸 노동조합이 용인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상식으로 가야 한다. 일을 시키고 이익을 가져간다면 그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게 노동법의 기본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