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방만경영의 책임이 고임금 은행노동자들에게 있는가
지금은 고임금을 가지고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어려워지면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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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후진적 노동관, 받아쓰기 바쁜 언론 (미디어오늘, 2008년 10월 22일 (수) 09:01:04 이정환 기자)
[경제뉴스 톺아읽기] 애꿎은 노동자 때리기… 임금 많이 받아서 위기 왔나
정부가 은행의 해외 차입에 지급 보증을 서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되면서 달러 가뭄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가 보증을 서주기만 해도 외채 상환 연장 등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엉뚱한 데서 생색을 냈다. "국민들 세금으로 혜택 받는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21일 청와대 국무회의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옛날처럼 받을 임금 다 받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은행의 자구적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천박한 노동관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은 안쓰러움을 넘어 한심하고 참담할 정도다. 22일 상당수 언론이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비중있게 전달하면서 비판은커녕 대통령의 발언을 거들어 은행에 임금 삭감을 주문하고 있다.
일단 이번 지급 보증은 일시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말 그대로 외화 차입에 보증을 서는 것뿐이다. 일부 언론이 과장된 보도를 내보내긴 했지만 당장 혈세가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은행들이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이를 물어줘야 하고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게 되겠지만 은행이 망하거나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치닫지 않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낮다.
물론 당장 혈세가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해도 특혜는 특혜고 자칫 도덕적 해이를 방치 또는 조장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이 삐걱거릴 때마다 기업들의 경영 실패를 정부가 해결해 줄 수는 없는데 자칫 툭하면 너도 나도 정부에 손을 벌리게 될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부분은 과연 이런 도덕적 해이의 주체가 누구냐다. 은행의 경영진인가. 아니면 은행의 주주들인가. 아니면 은행의 노동자들인가.
도덕적 해이의 주체는 극단적인 탐욕으로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뜨린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가들이다. 이들과 이해를 같이 하는 우리나라 금융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서서 부실 채권을 사들이고 은행들에 지급보증을 하고 외환보유액을 풀고 세금을 깎아줘 가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온갖 대책을 쏟아내 이 고장 난 시스템을 다시 굴러가게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이들의 부실은 결국 국민들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좀 더 정확히 구분을 짓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자본가들의 실패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덕분에 이 거대한 착취 시스템은 이제 지구적인 규모로 가동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고 임금이 많다고 비난하는 것은 엉뚱하기도 할뿐더러 도대체 최소한의 논리적 설득력도 없다. 지금의 위기가 은행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아서 촉발된 것인가.
만약 이 대통령이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경고할 생각이었다면 자산 건전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고 금융 규제를 강화할 것을 검토했어야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교훈을 일깨워 극단적인 자유방임 시장 원리를 넘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통제 시스템을 고민했어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았으니 임금을 깎으라고 말할 게 아니라 정부 지원을 받았으니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하라고 강조했어야 한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한들, 설령 정부가 은행에 지급 보증을 섰다고 한들, 노사 자율로 결정할 임금 문제를 간섭하고 나선 것은 매우 부당하고 주제넘은 일이다. 임금을 많이 받는 것이 온당치 못한가. 우리는 누구나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원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더 잘 사는 나라를 원한다. 그게 대통령이 할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임금이 많다고 타박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고 꼴 사나운 일이다.
더 한심한 것은 언론 보도 태도다. 중앙일보는 "월급 많이 받아가면서 또 손 벌리나"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내걸었다. 이 신문은 "정부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뭔가 '피 흘리는 모습'을 보이라는 압박이 은행에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환란 아픔 잊었나… 은행 모럴 해저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임금을 향유하는 은행들이 위기상황이라고 정부 지원을 받는 관례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와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은 주요 은행들 평균 임금을 비교한 표를 게재하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거들었다. 한겨레 역시 "은행들 눈총 피하기 대책 부산"이라는 기사에서 "외환위기 뒤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한 은행권 임직원들이 고액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따가운 눈길을 받고 있어 시늉으로라도 자구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지적하는 등 별다를 게 없는 논조를 펼쳤다.
이들의 임금을 깎으면 그 돈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세금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고객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익이 늘어나겠지만 그리 큰 규모는 아니고 주가가 조금이나마 오를 것이고 주주들 배당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임직원들 임금을 깎는 것이 정부 지원을 받는 은행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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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이명박과 '고임금' 은행노동자 (프레시안, 전홍기혜/기자, 2008-10-22 오후 2:36:43)
[기자의 눈]방만 경영의 주체는 '사장님'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정부가 국내은행 해외 외화자금 차입에 대해 지급보증하기로 결정했다. 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당장 은행들의 '달러 가뭄'을 해소해주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정부가 지급보증하면 은행들이 외화 차입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이를 대신 물어줘야 한다. 이 경우 국민들의 세금을 쏟아 붓게 된다는 얘기다. 국민들의 세금을 담보로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자칫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은행들이 겪고 있는 '달러 가뭄'은 전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외부 변수 탓으로 돌리기 힘들다. 은행들의 경영 방식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은행들은 외화대출을 늘리려고 무분별하게 외화차입을 해왔고, 수수료 수입확대를 위해 외화자산과 부채 간의 만기불일치를 유발하는 외환영업 행태를 보였으며, 조선과 플랜트 업체의 선물환을 경쟁적으로 매입해 달러 수요급증으로 환율 폭등을 불러왔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는 등 이미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등 부실을 자초하기도 했다.
정부의 지급보증안은 은행들의 이 같은 방만 경영에 대한 책임 문제는 덮고 넘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은행들에 대한 지급보증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은행들의 자구적 노력을 촉구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은행들이 고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정부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받을 임금을 다 받다가 정부지원을 받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은행권은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화답을 보냈다. 은행연합회장과 시중 18개 은행장들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회의를 갖고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자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연봉 삭감과 직원들이 자발적 임금 동결을 유도하겠다"고 결의했다. 22일 대다수의 언론들도 은행의 고임금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물론 은행들의 임금 수준이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는 국민은행 7230만 원, 신한은행 6920만 원, 하나은행 6500만 원 등이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자. 과연 1000억 달러나 정부가 지급보증해주는 현실이 과연 은행원들의 고임금 때문일까? 현 사태를 불러온 은행들의 방만 경영의 핵심 문제가 고임금 구조인가? 더 나아가 방만 경영의 책임이 고임금을 받는 은행 노동자들에게 있을까?
아니다. 방만경영의 책임은 분명 은행의 경영진들에게 있다. 하지만 '사장님'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임금 많이 받는 노동자'들 탓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은 공기업, 금융권 등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임금을 받는 이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 여론 탓에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대통령은 방만한 경영을 한 은행의 경영진들을 질타한 게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담보로 지급 보증을 해주는 등 방만 경영으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고통 분담'(?)을 감행하라는 것이다. '사장님' 출신 대통령이 나서서 '사장님'들의 실패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준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질타'에 은행들이 행여나 뒤질세라 일제히 '임금 삭감'을 결의하고 나선 것도 이런 '사장님들간의 연대'를 잘 보여준다. 더군다나 올 금융노조의 임.단협 협상이 23일 시작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도 시점도 참 절묘했다.
은행 노동자들의 고임금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사장님 마인드' 때문에 궁지로 몰리는 것은 은행 노동자들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었던 지난 1월 "비정규직 문제가 참 많지만 법을 어떻게 만들더라도 기업에 수지가 안 맞으면 기업은 비정규직을 쓰는 것"이라며 "강제로 정규직을 쓰라고 하면 쓰겠냐"고 말했다. 기업들이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으려고 각종 '꼼수'를 쓰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또 "노동자들이 태안 사고현장의 자원봉사자들처럼 자원봉사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꾼다면 그 기업이 성장하는 게 뭐가 어렵겠냐"고 노동자들의 인내와 희생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사장님' 이 대통령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달 25일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그동안 주로 기업들이 부담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식비를 노동자들이 부담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사장님' 이명박 눈에는 임금 등 노동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무조건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면 이 대통령은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세금을 끌어다가 유동성 지원을 해주기로한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은행들의 '도덕성'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은 은행과 관계에서 항상 불리한 '을(乙)'의 입장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건설사 '사장님'의 경험이 투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어쨌든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이 대통령의 '건설업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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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고임금 눈총 피하기’ 대책 부산 (한겨레, 변상호 기자, 2008-10-21 오후 11:20:02)
이 대통령 임금삭감 촉구 발언
하나금융·국민은행 등임원 임금 삭감·동결키로
은행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자발적인 임금삭감 촉구 발언에 부랴부랴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키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130여명의 임원들이 이달부터 급여의 10%를 반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애초 동결을 검토했던 내년도 임원 임금을 삭감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달 말께 임원 워크숍을 열고 임원 임금 삭감을 포함한 20~30개의 경영 합리화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 17일 경영진 워크숍에서 비용 절감과 선제적 위기관리를 위해 올해 본부장급 이상 임원 임금 5%를 반납한 데 이어 내년에도 5% 삭감을 결정했다. 황영기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초 국민은행을 포함한 전 계열사 사장단에 경제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비용 절감과 내실 경영을 주문했다.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대외 채무에 대해 정부의 지급보증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은행이 고임금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은행들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촉구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외환위기 뒤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한 은행권 임직원들이 고액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따가운 눈길을 받고 있어 시늉으로라도 자구 방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2008년 회계연도 시중은행 반기보고서의 상반기 보수(급여) 한도를 보면 신한지주의 등기 상근임원(감사 제외)은 1인당 10억5200만원에 이른다. 또 하나금융지주 9억6800만원, 우리금융지주 3억여원이었다. 은행별로는 신한 10억4200만원, 국민 8억4900만원, 외환 3억7300만원, 에스시(SC)제일 3억7200만원, 하나 2억2200만원, 우리은행 1억54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지난해 평균 연봉을 공개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각각 9049만원과 8484만원이었다. 신한은행은 6930만원, 하나은행은 6498만원, 우리은행은 6112만원, 국민은행은 6093만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은행들에 이어 은행권 차원의 자구책도 나올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22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사원은행장 회의를 열어 정부의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에 대한 ‘은행권의 다짐’(가칭) 결의문을 채택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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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은행’ 도덕적 해이…외형확장 경쟁·방만 경영 (경향, 오창민기자, 2008년 10월 23일 03:06:36)
달러 차입해 무리한 대출
체질개선 소홀 위기 자초
무리한 외형 확장과 자산 늘리기 경쟁을 벌여온 국내 은행들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헐어 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기로 한 데 이어 한국은행은 25조원 규모의 은행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1~2개월 전만 해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 지사를 늘리고, 경쟁 은행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덩치 키우기에 주력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지난해부터 금융위기의 전주곡이 울리고 있었지만 국내 은행들은 ‘선도 은행’ ‘메가 뱅크’ ‘세계적 투자은행’ 같은 단꿈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은행들은 이번 금융위기가 글로벌 신용경색 등 외부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무리한 외형 확장 경쟁과 방만 경영으로 기초체력이 허약해져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은 1997년 우리 경제를 벼랑끝까지 몰고간 전력이 있다. 부실 대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대출로 외환위기를 불렀고, 은행에는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뒤 은행들은 매년 막대한 순이익을 냈고, 직원들은 제조업 종사자의 2배에 육박하는 높은 급여를 받았다.
은행들의 고질적인 몸집 부풀리기는 ‘카드 대란’이 진정된 2006년부터 재개됐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하나·신한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출을 통한 자산 불리기 경쟁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은 신용대출이 한계상황에 직면하자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들어 대출을 늘렸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규제가 강화되자 중소기업 대출로 방향을 틀었다.
은행들의 대출은 최근 금리 급등으로 가계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또 500여개 수출 중소기업에 수조원의 손실을 끼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 사태까지 일으켰다. 은행들의 대출 경쟁은 부실 채권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예금·대출 금리 격차가 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006년 1·4분기 3.94%에서 올해 2·4분기 3.03%로 하락할 정도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은행들은 외화 대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 차입에도 매달렸다. 은행들의 외화 대출액은 2001년 말 447억달러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889억달러로 2배나 급증했다. 금융위기로 신용경색이 심화되자 외국 금융기관들은 상환절차에 들어갔고, 이는 외환시장의 달러 부족을 야기해 환율 폭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 육성’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메가 뱅크’(초대형 은행) 설립 당위성을 내세웠고, 시중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M&A를 경영 목표 1순위로 내세우며 외형 확대 경쟁에 매달렸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이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은 ‘자승자박’의 측면이 크다”며 “은행들의 무모한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국민들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필요 이상의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자산 488억달러 쌓아둔채 정부에 손 벌려
총액한도대출 2兆 확대 추진
韓銀 총액한도대출 2조 확대·은행채 25조 매입 추진
은행, 연봉삭감 등 자구안 ‘어떻게’ 빠져 ‘생색용’ 눈총
투기자본감시센터의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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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회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은행 국유화로 정책전환을 하라! (2008. 10. 20.(월), 투기자본감시센터)
거듭되는 경제정책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금융시장 대책을 10월 19일 발표했다. 주요한 내용을 보면, 은행 대외채무를 정부가 1000억 달러까지 3년간 지급보증을 서주기로 한 가운데 은행별로는 그 한도를 무려 채무의 125∼135%까지 설정하였다. 또한, 은행에 300억 달러를 직접공급, 한국은행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원화 유동성을 지원, 기업은행에 1조원 출자를 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장기 주식형 펀드나 회사채 펀드 투자자와 투자 예정자에게 배당소득 비과세 등이 있다. 하지만, 이는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금융위기를 초래한 그들에게 면죄부와 더불어 자산보전이란 은혜를 베풀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는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도 있지만, 은행 자신들의 외환관리 및 영업에 따른 실책에 기인 한 바 크다. 은행들은 그동안 외화대출을 늘리려고 무분별하게 외화차입을 해왔고, 조선과 플랜트 업체의 선물환을 경쟁적으로 매입해 달러 수요급증으로 환율 폭등을 불러왔고, 수수료 수입확대를 위해 외화자산과 부채 간의 만기불일치를 유발하는 외환영업 행태, 부동산 담보대출과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몰두했던 규모확장 전략 등에 따른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정부가 은행들에게 퍼주기로 한 달러의 총액은 전체 보유고에서 60% 달한다. 흔히들, 지금의 금융위기, 경제위기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그 때마다 퍼줄 달러는 더는 없다. 언제까지 이익은 사유화되지만 손실을 사회화하는 금융투기의 폐해를 감내해야 하는가.
펀드 투자자에 대한 비과세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지난해 정부는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해외펀드 비과세 정책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환율급등으로 되돌아 왔다. 또, 이미 엄청난 규모로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세금을 깍아 준다고 새로운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이를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더욱이 노동을 하면서 내는 갑근세도 아닌, 금융투기 소득, 자산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늘리는 것이 국민정서상 용납이 되겠는가.
더욱이 시중 은행들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바로 외국계 투기자본들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바로 이 자들의 고수익을 위해 영업해왔던 것이고, 그 영업의 실패로 은행이 부실해지고 더 나아가 한국을 금융위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은행에 대한 정부의 채무 지급보증과 지원은 어떤 경우에도 옳지 않다. 오히려,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금융위기에 대한 대책의 시작이며 정책신뢰의 초석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아이슬랜드의 세 개 대형은행이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면 국유화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미국과 영국 등 이미 은행 국유화 정책으로 돌아선지 꽤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도 지금보증 같은 또 하나의 실책을 저지를 것이 아니라, 부실 은행의 국유화로 정책전환을 하여 국제 금융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를 이미 크게 불신 받고 있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주도하기 어렵다면, 국회라도 나서서 적극적으로 정책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국고를 들여 자산보전을 해주는 이명박 정부의 이번 금융시장 대책은 반드시 부결시켜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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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투기자본의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당장 중단하라! (2008. 10. 21.(화),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명박 정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국내은행 해외 외화자금 차입에 대한 국가보증 동의안’을 심의·의결했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161억9,500만 달러, 우리은행이 118억7,000만 달러, 하나은행이 117억9,700만 달러, 신한은행이 95억5500만 달러, 수출입은행이 93억9,400만 달러, 외환은행이 86억2,300만 달러, 국민은행이 86억2,100만 달러 빚에 대한 보증혜택을 입었다. 이는 국민의 혈세를, 국가의 부를 한국사회에 그동안 많은 폐해를 남긴 외국계 투기자본들에게 함부로 퍼주는 것이다.
이번 지급보증으로 외환은행을 소유한 사모펀드 론스타, 국민은행의 대주주인 뱅크 오브 뉴욕, 하나은행의 대주주인 엔젤리카 인베스트먼트 등의 외국계 투기자본들이 혜택을 크게 보는 것이다. 론스타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2003년도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을 BIS자기자본 비율 조작 등으로 헐값에 인수하여 투기적 고수익을 남긴 집단이다. 뱅크 오브 뉴욕은 이미 미국에서 구제금융으로 큰 혜택을 얻었으니, 국제적 금융위기 와중에 미국과 한국에서 이중으로 큰 이익을 남긴 영악한 집단이다. 엔젤리카 인베스트먼트는 한국에서 부동산 투기로 고수익을 남긴 싱가포르 테마섹의 손자회사이다.
이들 집단들이 국내 시중은행의 지배주주, 대주주가 된 후 한국에서는 금융의 공적인 기능은 크게 훼손되었다. 은행의 주요 수익은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같은 퇴행적이고 투기를 부추기는 반사회적 것에 기반을 했다. 그러는 동안, 은행에서 소액의 예금과 대출을 이용하는 다수의 국민들은 배제되어 사채시장으로 몰리게 되었고, 400만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였다. 또, 은행 노동자의 고용도 불안정해져 잦은 정리해고, 비정규직의 양산을 가져왔다.
반면에 은행을 소유한 투기자본들은 고배당 등으로 은행 돈을 빼나가고 있다. 론스타의 경우, 경제위기 가중되는 올해 만에도 벌써 2천 303억의 고액 배당금을 챙겼다. 또한, 대부분의 은행장들과 임직원들은 현재도 수십억원의 연봉과 수십만주의 스톡옵션을 받고 있다.
이렇듯이 은행의 투기자본들이 저지른 사회적 폐해와 도덕적 해이는 온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히려, 정부는 당장 그들의 은행 지분을 무상몰수하고 국유화로 나서야 옳다. 그런데, 정부가 그들의 빚마저도 대신 갚겠다고 채무보증에 나섰으니, 이명박 정부는 투기자본의 정부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대한민국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는가. 국회라도 나서서 정부의 이 미친 짓을 중단시키고 투기자본들을 단죄하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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