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안전 운임 요구 20년째…역대 정권이 무너뜨리지 못한 “자긍심”

새벽길 2023. 1. 3. 14:26

지만 화물연대 파업의 진실을 알려주는 기사.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7009
안전 운임 요구 20년째…역대 정권이 무너뜨리지 못한 “자긍심” (참세상/워커스, 은혜진 기자 2022.12.30 12:23) 
2003년 사망 부른 화물 운송시장 구조, 일치율 100% 현재
19년 전인 2003년 4월 28일 8천여만 원의 빚을 지고 있던 30대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고인은 전날 밤, “화물연대 투쟁을 반드시 승리해 달라”라는 말을 남기고 음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인이 속해있던 노동조합은 고인의 부채 대부분이 경유가, 도로비 등 직접 비용과 차량할부 비용들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고인의 사망 직전 해 출범해 현재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소속된 화물연대(화물연대본부)는 고인의 사망 전부터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을 준비해온 상태였다. 고인의 죽음은 화물노동자들의 분노를 더욱 끌어모았고, 그해 두 차례 총파업이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현재인 올해, 또 한 번의 한해 두 차례 파업이 벌어졌다. 그때 정부나 지금 정부나 1차 파업 때 진행한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속 이행을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오히려 더욱 강도 높은 탄압으로 일관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빚의 늪, 위험 운송으로 이어지는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도 과거와 판박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역사를 알기나 하는지, 이번 파업만 어떻게 넘겨 보자는 식으로 화물노동자들을 거세게 몰아세웠다. 앞으로도 계속될 화물연대의 투쟁을 정부는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일까.
안전운임제 일몰 날짜를 며칠 앞둔 가운데, 《워커스》는 1천만 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화물연대 조합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이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봤다.
 
노동계에 졌다는 평가가 두려운 정부들
노무현 정부, 윤석열 정부 모두 노정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2차 파업을 불렀음에도, 오히려 파업 철회만을 압박했다. 2003년 5월, 포항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산한 14일간의 ‘도미노식 파업’으로 노정 교섭을 얻어낸 화물연대는 당시 노무현 정부와 11개 항목에 달하는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문에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것부터 화물운송업의 지입제, 다단계 하도급 문제까지 담겼다.1)
지입제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의 면허를 가진 운송업자와 화물자동차를 소유한 차주 간 위 수탁 계약을 맺고 화물운송 업무에 종사토록 하는 제도다. 1997년 합법화된 ‘지입제’로 인해 운송사업자는 실제로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도 지입차량을 통해 영업이 가능하다. 운송업무가 운송사업자와 지입 차주로 나눠진 문제는 화물운송업의 다단계 위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1년도 화물운송시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화물노동자들은 운송 물량을 △소속 운송회사(60.2%) △주선업체(23.9%) △정보망2)(11.1%) 등을 통해 확보하는데, 약 40%에 이르는 업자들이 실제 운송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지입차주로부터 수수료만을 받아 간다고 볼 수 있다.3)
화물연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의 다단계 구조에서는 화주가 컨테이너 하나에 대한 서울·부산 왕복 운임으로 123만 원을 책정했다 하더라도, 실제 운송하는 노동자들이 받아 가는 부분은 78만 원(63%)에 그친다(2011년 기준). 이러한 지입차주 비율은 일반화물4)차주의 92.5%에 이르며, 일반화물차주는 매달 총지출액5) 627만 원 중 22만7천 원(3.6%)을 지입료로, 37만7천 원(6.0%)을 주선료로 지불하고 있다.
당시 재계는 노정 합의가 도출되자 정부가 합의문에 화물노동자들을 ‘화물운송 노동자’ 등으로 명기하고 이들의 노동3권을 논의하기로 한 점을 특히 문제 삼았다. 그리고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을 노조 활동으로 인정한 점도 비판했다. 파업이 아닌 “자영업자의 불법 집단행동”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정 합의가 이뤄진 그해 5월 15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문에서 자영업자인 개인화물운송업자의 신분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노동3권 보장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크게 우려치 않을 수 없다”라며 “특히 집단적 불만을 해결함에 있어 불법 행동이 용인됨으로써 법치주의 원칙과 사회질서 기반을 훼손시키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긴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1차 파업 이후 남은 과제였던 제도개선 관련 정부와의 교섭과 운송사들과의 운송료 관련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3개월 뒤 2차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경영계의 “불법파업에 웬 대화냐”라는 비판 앞에 참여정부의 노사관계 정책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부는 운송료 협상에 있어 당사자 간 자율 해결 원칙을 내세웠고,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업무 방해 혐의로 사법 처리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로 인해 화물연대는 ‘선 복귀 후 협상’ 방침을 결정하고, 16일간의 2차 파업을 종료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차 파업 종료 3일 전 화물연대는 차량 동원 시위에 돌입해 전국의 도로를 마비시켰는데, 경찰은 이 과정에서 370여 명의 화물노동자를 연행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정부의 노사관계 방향이 ‘대화의 타협’에서 한순간에 ‘법과 원칙’으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8년 당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는 노사관계 개혁과 관련한 참여정부 정책보고서에서 “(초기 참여정부의) 노사분규 직접 개입은 노동계 요구의 대폭 수용과 맞물려 참여정부 노사관계 정책이 ‘노동자 중심적’이라고 해석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치 노동자 중심적인 정책이 문제가 된다는 것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두 차례 파업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의 지난 6월 파업 이후 화물연대에 백기 투항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직면한 후 2차 파업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인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렀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경우에는 1차 파업에서도 이미 ‘법과 원칙’을 강조했고, 2차 파업 때는 업무개시명령,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으로 압박을 더한 바 있다.
20년 이어진 ‘안전 운송’ 요구를 짓밟은 정부
노무현 정부는 화물연대의 2003년 1차 파업 당시 화물운송 노사 간 중앙교섭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했고, 심지어 화주 업체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에도 지원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2차 파업 때는 당사자 간 자율 해결 원칙으로 입장을 바꿨다. 총파업 찬반투표 돌입 당시 화물연대 김종인 의장은 ”정부와 업체 측이 교섭에 나오기만 할 뿐 타결 의지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면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이 앞선 노정 합의의 핵심인 지입제 철폐를 부인한 점, ‘다단계 알선’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단속과 개선책이 없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6)
올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를 두 차례나 총파업을 벌이면서 요구한 것도, 이러한 화물운송업의 구조가 수십 년 동안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단계 위탁 구조 가장 아래의 화물노동자들은 중간 업체들이 다 떼어먹고 남은 운임을 받게 된다. 이에 따른 낮은 운임에서 유류비, 차량 할부금 등을 지출해야 하는 화물노동자들은 경유 가격이 오르거나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생활비를 온전하게 가져갈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화물노동자들은 더 빨리,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위험 운송 문제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 알려졌다. 이 배경에서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 컨테이너,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등 2개 품목에 대해 3년 일몰로 시행됐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적정한 운임 보장을 통해 과로·과속·과적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도 “국토교통부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컨테이너, 시멘트)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라는 지난 6월의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화물연대가 결국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2차 파업을 벌이는 중에도 정부는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화물노동자들의 과로·과속·과적 운행 문제와 관련한 제도의 효과에 눈을 감았다. 오직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며 화물연대 파업 철회를 촉구하던 정부는 ‘선 복귀’ 입장을 지속했다. 제도 시행 전후 교통사고율이 증가했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대상 차량이 과다 추산됐고, 사고 규모의 구분 없이 집계됐으며 제도 효과를 파악하기에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언론 보도 등에서 이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와 5개 적용 품목(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확대 요구를 품고 16일 만에 현장에 복귀하자, 정부·여당은 제시한 3년 연장안(품목 확대 불가)을 걷어차고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했다면서 제도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전운임제가 효과가 없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제도 확대를 3년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화물노동자들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1988년 화물운송을 시작해 30여 년을 일하다 현재는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에서 상근 활동 중인 노창덕 교육국장은 조합원들의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정부가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차량과 그 외 차량을 비교해야 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제도가 시행되고 전체 자동차에서 교통사고율이 줄어들었음에도, 제도 대상인 컨테이너·시멘트 차량이 78%(2.75만 대) 포함된 견인형 화물차에서 교통사고율이 늘어났다며 제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노창덕 국장은 안전운임제가 화물노동자, 도로 안전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화물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줄어들고, 다단계 구조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예로 들어 화주가 55만 원을 줬을 때 과거에는 운송업자들이 10만 원 넘게 떼어먹었다면,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화물노동자에게 50만 원이라는 운임을 보장하기 위해 5만 원밖에 떼어먹지 못한다. 중간에서 10만 원을 가져가던 두세 단계 업자들이 2만 원씩 떼어먹겠다고 덤비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운송업자들이 도태되고 시장 구조 재편이 이뤄진다”라며 또한 “수입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면, 누가 굳이 목숨 걸고 졸음운전으로 무리해서 운송하겠나. 한 달에 서울과 포항을 10번 왕복할 것을 9번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하자는 요구가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를 만들자는 요구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노동자와의 노동시간 격차, 더 늘었다
화물연대가 출범하고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도로 위에 안전 운송은 존재하지 않았다. 생활비 확보를 위한 졸음운전, 과속, 장시간 노동만이 있었다. 2003년 당시 윤영삼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가 진행한 화물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80.7시간으로, 2002년도 전산업·전직종 임금노동자 평균의 1.65배였다. 놀라운 점은 이 격차가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화물연대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확대를 요구해온 5개 품목 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343시간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164시간, 2022년 고용노동부 실태조사)보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고정 지출에서 차량 할부금, 유류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마찬가지다. 2003년 박상준 조합원의 죽음 이후 화물연대는 “고인의 불행한 죽음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운임은 제자리이고 비용은 급격하게 상승하는 왜곡된 운송구조에서 그나마 차량할부라도 갚으려고 적자 운행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고 이렇게 빚이 쌓이다 보면 결국은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화물노동자들은 수입의 40%를 기름값으로, 15%는 통행료로 내고 있었다.7) 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반화물차주의 월평균 총지출액(627만 원)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44.5%(279.1만 원)로, 달라지지 않았다. 통행료는 화물차 통행료 감면 제도가 확대되면서 지출 비중이 8.2%(51.6만 원) 정도로 줄었다. 10개가 넘는 항목의 지출을 모두 제외하면 화물노동자들의 운송 수입(1,005만 원) 중 순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37.6%(378만 원)에 불과하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3,877원 정도다. 이는 순수입(378만 원)을 같은 조사의 일반화물차주 월평균 노동시간(272.4시간)으로 나눈 결과다. 월평균 노동시간은 일평균 노동시간 12시간, 월평균 운행 일수 22.7일을 곱해 계산했다.
화물차 운전대를 아예 놓지 않는 이상 차량 할부금을 매달 내야 하는 상황도 달라지지 않았다. 화물노동자들은 현재 기준으로 보통 2억 원짜리 화물차량을 구매했다고 했을 때 6년 동안 매달 200여만 원을 할부금을 낸다. 6년이 지난다고 해서 할부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6년이 지나면 차량의 가치가 반토막이 되는데, 그때가 되면 고장이 잦아져 수리비가 늘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6년이 지나면 화물노동자들은 기존의 차량을 팔고 새로운 차량을 사게 되고 결국 할부가 끊임없이 이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화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평생 할부 인생”이라고 부른다.
1995년도부터 박상준 조합원이 사망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포항의 같은 운송사에 소속돼 일했다는 노창덕 국장은 예기치 않은 차 고장, 본인 과실에 따른 사고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수천만 원의 빚더미에 깔릴 수 있다고 전했다. 8천만 원의 빚을 지고 사망한 박상준 조합원 역시 이러한 구조에서 아내와 6살, 4살 된 남매를 남겨둔 채 떠나게 된 것이다. 당시 포항에서 사용한 4축(18톤) 화물차의 가격이 알아주는 건설회사가 지은 대구 신도시 18평 아파트 한 채 분양가와 맞먹었다고 했다.
그 당시 졸음운전으로 추측되는 큰 사고가 발생해 30대 화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화물차가 앞차 추돌 뒤 가드레일을 가격하고 갓길 아래로 떨어지면서 싣고 있던 철제 구조물(H빔)이 운전석을 덮친 사건이었다. 혼자 운전하다 사망한 터라 사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화물차 운전에 대해 잘 알았던 화물노동자들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라고 추측했다. 졸음 외에는 사고가 발생할 다른 이유가 없고, 야간에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1천만 원 손해에도 불구하고 파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
유조차(탱크로리)를 운전하는 화물연대 조합원 A씨는 이번 파업 16일 동안의 손해를 800만 원~1천만 원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 소득, 보험료, 차량 할부금 등을 고려해 계산한 금액이다. 고정 지출 항목이 있다 보니, 흔히 생각하는 임금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입는 손해보다 규모가 더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에 나섰던 이유는 유조차가 안전운임제 확대 품목에 포함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앞으로 화물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좀 더 나아지길 바랐다. 올해 정유 4사가 잇따라 화물연대에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에쓰오일(S-Oil)을 시작으로 7월부터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정부에 따르면 4대 정유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다.
화물노동자들은 파업 기간에 대한 손해를 비롯해 복귀 과정에서의 피해도 감수해야 했다. 지난 12월 9일 화물연대의 파업 종료가 결정되고 A씨가 운송사에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하니, 해당 운송사에서 소속 조합원 전원의 화물연대 탈퇴서를 받아와야 한다는 압박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파업 종료 후 이틀간 실제로 업무 복귀가 이뤄지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파업 종료 전부터 계약 해지 및 노조 탈퇴를 사측이 요구한 것이 “강요죄, 협박죄, 공정거래법 위반 등에 해당하고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협박했기 때문에 가중처벌 대상”이라고 대응했고 이를 통해 현재는 업무 복귀가 이뤄진 상태다.
가장 바쁠 때면 A씨는 하루에 저유소에서 기름을 실어, 하차지까지 운송하고 다시 돌아오기를 4번 반복한다. 이럴 경우, 하루 중 16시간 이상을 밖에서 보내야 한다. 새벽 4시에 출근해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에서 9시 30분 정도다. 장시간 노동에도 A씨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대기 시간이다. 오후 5시경 A씨가 기자와 전화 통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배차가 됐으나 실을 기름이 없어서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날만 해도 대기 시간이 5시간에 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기 시간은 기름 공급이 원활치 않아 발생하는데, 이 시간에 대한 대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기자와 통화 중에도 언제쯤 도착하느냐는 거래처의 전화가 계속됐다. 그도 알 길이 없었는데, 이는 A씨의 퇴근 시간도 기약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배차 하나를 받고도 출근해야 하는 상황을 모두 포함해 A씨는 이렇게 한 달에 25일 이상을 일하고 있다.
A씨는 안전운임제 적용에 대해 기대가 있었다면서 “적어도 안전운임제는 야간, 새벽 운행에 대해 할증이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를 합의하지 못하고 현장에 복귀한 결과에 대해 실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안전운임제 연장 가능성이 불분명하지만, 화물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장별 교섭도 남은 상태다. △운송료 인상 △휴일 운송에 대한 할증 △12시간 이상 근무에 대한 거부권 등이 이번 A씨가 속한 사업장의 노동자 측 요구안이다.
A씨는 현장 복귀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파업 투쟁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안전 운임 일몰 D-1, 국민 안전 일몰 D-1"
한편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개정안)’을 지난 12월 9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후 22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등 올해 말로 일몰될 법률들의 처리를 위해 28일 본회의를 개최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한 그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안전운임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이 일관된다”라고 입장을 재차 밝혔으며, 여당 반대에 개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됐다. 결국 여야가 약속했던 28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관련해 안전운임제 일몰을 하루 앞둔 30일 화물연대는 “불과 일주일 전 여야 원내대표가 안전 운임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까지 했으나, 손바닥 뒤집듯 엎어졌다”라며 “국민의힘의 무책임함과 윤석열 정부의 입김 탓”이라고 책임을 물었다.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 일몰 D-1’, ‘국민 안전 일몰 D-1’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겠다던 그리고 당정협의회에서 3년 연장을 요구했던 ‘국토교통부’. 선 복귀 후 대화 원칙을 떠들어대더니 화물연대가 대승적으로 파업을 철회하자 대화는커녕 폭압을 행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불과 며칠 전인 12월 22일,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한 ‘국민의힘’까지. 그들은 국민과 화물노동자를 상대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면서 “앞에서는 약속하며 신의를 지킬 것처럼 하더니, 뒤에서는 약속을 깨고 국민의 생명을 화주의 이윤과 맞바꾸었다”라고 했다.
아울러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일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발전협의체)’를 발족하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개선 △지입제·다단계 등 물류 시장 구조 개선 △화물차 교통안전 확보 △화물차주 처우개선 및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발전협의체에는 화주·운수사·차주를 비롯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 중이다. 그러나 두 차례 회의까지도 안전운임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며 이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는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화주를 제외한 모든 단체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도 지속 이후에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주 측은 제도 일몰 이후 제도를 다시 만들어야 하며, 이는 화주 처벌을 강제하지 않는 ‘참고원가제’ 정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발전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안전운임제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3일 오남준 화물연대 부위원장은 “안전운임제 개선에 대한 부분은 안전운임위원회에서 논의해도 충분하다. 그리고 지입제, 다단계 문제는 국토부와 이미 논의해온 바 있다. 그런데도 모든 논의를 발전협의체에서 한다는 것에 의심이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안전 운임을 정하는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은 화주 대표 3명, 화물차주 대표 3명, 운수사업자 대표 3명, 공익 대표 4명으로, 발전협의체 구성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안전운임제 개악 없는 입법과 품목 확대 국회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하는 화물연대의 국회 앞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건강 악화로 지난 29일 단식 18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이를 이어받은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30일 기준 이틀째 단식을 진행 중이다.
오남준 부위원장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분노는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만일 안전운임제가 연장되지 않고 폐기된다면 몇 개월 안에 다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오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각주]
1) 당시 합의문에는 △중간착취 구조개선 △지입제 폐지(개별등록제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조속 마련 △2004년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 문제 관련 정부, 노·사와 성실 협의 △노동자 단체와 운수업 사업자단체 간에 중앙교섭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화주 업체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 가맹망, 화물정보망(콜센터).
3) 공공운수노조 등, “화물연대 총파업과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 긴급토론회 자료집, 2022.12.1.
4) 컨테이너,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탱크로리, 카고, 기타 트레일러 등.
5) 지입료, 주선료, 정보망 이용료, 유류비, 통행료, 주차비, 수리비, 타이어비, 차량 할부금, 제세 공과금, 보험료, 기타 지출액 포함.
6) 〈워킹보이스〉, “화물연대, 총파업 찬반투표 거치며 ‘숨 고르기’”, 2003.07.30.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22465
7) 〈참세상〉, “화물노동자, 구조적 부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 끊어”, 2003.4.29.
[참고문헌]
“화물연대 파업 ‘터질 것이 터진 일’”, 《노동사회》, 제76호. http://klsi.org/bbs/board.php?bo_table=B07&wr_id=517
백두주·윤영삼(2003),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관한 연구 –화물연대의 조직화·투쟁사례를 중심으로-”, 《산업노동연구》, 제9권, 제2호.
〈참세상〉, “화물연대 파업 중단 선언”, 200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