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보관용으로.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1&bi_pidx=35171
업무개시명령의 위헌ㆍ위법성 및 노동법상 쟁점 (노동법률 2023년 1월호 vol.380, 조연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법률원 변호사, 2022-12-22 10:56:46)
1. 들어가며
2022. 11. 2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ㆍ품목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해 6월에도 8일간의 총파업이 진행됐던 바 있는데, 6. 14. 종료와 함께 이뤄진 국토교통부와의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일몰 기한(2022. 12. 31.)이 목전에 다가옴에 따라 연간 두 번째로 총파업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를 둘러싼 정부의 각종 대응은 이 글에서 다 나열하기 쉽지 않은 다양하고 다층적인 법적 쟁점을 야기했는데, 그 중심에 '업무개시명령'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정부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물자동차법) 제14조에 기해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을 중심으로 그 법적 문제점 및 쟁점에 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2. 근거 법령 및 업무개시명령 발령의 경위
화물자동차법 제14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제1항).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1항에 따라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제2항).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1항에 따라 업무개시를 명한 때에는 구체적 이유 및 향후 대책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제3항).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제4항). 위 제4항을 위반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제66조의2 제1호), 운송사업자의 경우 허가가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에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정지되거나, 감차될 수 있다(제19조 제1항 제9호). 운수종사자의 경우 자격이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에서 자격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제23조 제1항 제3호).
위 조항이 화물자동차법에 도입됐던 계기는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이었다. 화물연대 출범 직후 진행됐던 위 총파업 이후 정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야기하는 영향력을 제어하고자 2004년 화물자동차법을 개정해 업무개시명령을 신설했다. 그런데 2004년 이후 약 18년간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시기마다 항상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하면서도 금번 총파업 전까지는 정작 한 번도 이 제도를 활용한 적은 없었다.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이뤄졌던 것도 그러한 배경에서다.
금번 총파업의 경우, 화물연대는 2022. 9.경부터 "정부가 6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연내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를 위한 화물자동차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는 입장을 구체적ㆍ공개적으로 알려 왔고, 11. 14.에는 "11. 24. 총파업을 개시할 것"임을 밝혔으며, 같은 날 실제로 총파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이날 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공표했고, 11. 29.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당일 오후 내지는 11. 30.경부터 파업 중인 개별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3. 업무개시명령의 위헌ㆍ위법성
업무개시명령의 법적 문제점을 논하는 층위는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발령된 업무개시명령의 근거 법령인 화물자동차법 제14조의 위헌성이고, 둘째는 동조에 근거해 개별 운수종사자에게 내려진 행정처분으로서의 업무개시명령의 위법성이다(위헌성 또한 검토 가능하나, 근거 법령의 위헌성과 내용을 공유하므로 지면상 생략한다).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화물자동차법 제14조의 위헌성
업무개시명령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2004년 도입 당시부터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또한 2013년과 2016년에는 각 이윤석, 최인호 의원 대표발의로 업무개시명령을 삭제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는데, 제안 이유의 골자도 모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조문이 18년간 사문화됨에 따라, 이러한 위헌성 논의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이뤄질 계기는 마련되지 못했다.
오히려 구체적인 논의는 화물운송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전개돼 왔는데,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이 그것이다(의료법 제59조). 의료법에 기한 명령은 2000년 의약분업 파업, 2014년 원격의료 도입 반대 파업, 2020년 의사 파업 등에서 실제로 발령됐던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명확성 원칙 위반, 직업의 자유 침해 등 위헌성이 여러 차례 언급돼 왔다.
화물자동차법 제14조의 위헌성은 매우 여러 측면에서 지적될 수 있다.
① 무엇보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금지규범인 제14조 제1항과 제4항은 '정당한 사유', '집단으로', '커다란 지장', '국가경제', '심각한 위기',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 등 거의 전부가 불확정개념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이를 발령하려는 측에서는 자의적이고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한 반면,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국민으로서는 도무지 어떤 것이 금지되는 행위인지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법률이 처벌하려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② 직업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에는 직업을 수행하지 아니할 자유, 즉 소극적 의미의 직업의 자유도 포함된다. 또한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도 부작위의 자유가 포함된다. 그런데 업무개시명령은 어떠한 행위를 직업으로서, 또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로서 '하지 아니할' 기본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개인에게, 그 권리를 모두 부정하고서 바로 그 특정한 행위를 '할' 것을 강제한다. 기본권을 덜 침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고, 수범자의 기본권은 본질적 내용까지 모두 침해되는 데 반해 달성되는 공익의 실체가 모호하거나 인과관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례의 원칙에도 반한다.
③ 평등권 또한 침해한다. 헌법 제11조 제1항이 정하는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런데 화물운송을 제외한 다른 운송 영역의 종사자들은 업무개시명령의 수범자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철도운송, 항공운송, 여객운송에 관한 법률들에서는 '국가경제의 위기'를 근거로 개별 종사자에게 업무의 개시를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화물운수종사자에 대해서만 달리 취급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또한 ④ 헌법 제12조 제1항의 강제노역 금지의 원칙 위반, ⑤ 노동3권 침해라는 문제도 존재하는데, 이는 아래에서 ILO 기본협약과 관련해 후술한다.
나. 정부가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의 위법성
업무개시명령의 근거 법률에 존재하는 위헌성에 더해, 정부가 금번 화물연대 총파업에 맞서 발령한 처분으로서의 업무개시명령 그 자체의 위법성 또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즉, 화물자동차법 제14조가 위헌이 아니라고 가정하더라도, 금번 업무개시명령은 아래의 이유에서 위법 소지가 존재한다.
① 화물자동차법 제14조 제1항이 정한 업무개시명령 발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 개시 몇 달 이전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밝혀 왔고, 11. 14.에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공개했다. 이에 정부는 미리 사전 수송, 대체 차량 투입, 정상 운행자에 대한 인센티브 마련 등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에 있음을 밝힌 바 있고, 심지어 사망 사고가 발생해 작업중지 중이었던 오봉역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해제하면서 철도를 통한 운송량을 제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파업으로 인해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됐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기인 파업 당일에 업무개시명령 발동 입장을 밝히면서 단 5일 만에 이를 집행했다.
② 단체행동권 행사로서의 파업은 화물자동차법 제14조 제1항, 제4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이 또한 아래에서 후술한다.
③ 설령 업무개시명령이 제14조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가정하더라도 행정처분에 있어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이 있다면 여전히 위법한데, 금번 업무개시명령은 앞서 '가.'에서 언급한 이유에서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4. 업무개시명령의 노동법상 쟁점 -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위반을 중심으로
상기에 더해 업무개시명령에는 노동법상 쟁점도 존재한다. 이 또한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데, 가장 중요하게 문제되고 또 주목돼야 할 ILO 기본협약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 ILO 제29호, 제87호, 제98호 협약을 비준했고, 이들은 2022. 12. 현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어(헌법 제6조 제1항) 재판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협약이 업무개시명령과 같은 처분의 위법성 판단에 있어 법적 기준이 됨에는 이론이 없다. 특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ILO 기본협약과 같이 인권에 관한 내용을 정한 국제조약, 이른바 '국제인권조약'에 대해 법률은 물론 헌법 해석의 기준으로 삼기도 하는 등 국제법 존중주의에 터 잡아 강한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가. ILO 강제노동 협약(제29호) 위반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제29호 협약은 제2조 제1항에서 비준국이 금지해야 할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정의한다. 위 협약은 제2조 제2항에서 몇 가지 예외를 정하고 있으나(의무 군복무, 판결에 따른 교도소 내 노동, 전쟁이나 화재, 전염병 등 긴급 상황에서의 노동 등), 업무개시명령이 이러한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번 업무개시명령과 유사하게, 그리스 정부가 조종사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업무복귀를 명하고 이에 불응한 이들에게 형사 제재를 가했던 사안에서, ILO는 위 명령이 제29호, 제105호(강제노동 철폐) 협약에 반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여기에서 ILO는 "국가경제나 국가의 이해에 반한다"는 것은 강제노동이 예외적으로 가능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나. 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 위반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제87호 협약은 노동자가 차별 없이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이에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방해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제2~4조).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일관적으로 이러한 권리는 국내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보장된다고 하면서, 명시적으로 '일반적인 자영 노동자'도 보호범위에 포함됨을 밝혔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의 화물운수종사자가 문제됐던 제2062호 사건에서도 결사의 자유를 누리는지 여부는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으며, 화물운수종사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같은 취지의 권고는 제3237호 사건에서도 반복됐다. 그리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에 대해 정한 제98호 협약과 관련해 ILO는 파업권의 행사 대상을 단체협약 체결 가능성만으로 제한해서는 안 되고 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ㆍ사회적 사항에 관해 널리 인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화물운수종사자는 근로자가 아니고, 안전운임제는 정부 정책에 관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화물연대의 파업은 불법"이라는 점을 전제한 금번 업무개시명령은 ILO 제87호, 제98호 협약과 이에 대한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해석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이상 두 협약에 관한 내용을 앞서 본 화물자동차법 제14조의 해석과 연결해 보면, 화물운수종사자는 그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ILO 제87호, 제98호 협약상 결사의 자유와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으므로, 이러한 권리의 행사로서의 '운송거부'는 불법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사유' 있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과 행정 제재라는 불이익을 무기로 강제노동을 명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5. 결론을 대신해
19년 전 업무개시명령이 도입될 때 법률가들은 "화물노동자들, 지입차주들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그들에게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노동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사고이고, ILO 협약에도 배치된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오로지 경제라는 목표에 종속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년이 지난 지금에도 같은 취지의 비판이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한 사람의 법률가로서 유감스럽다. 입법, 행정의 역할과 더불어 사법부에서 향후 적확한 판단을 통해 위헌ㆍ위법성을 확인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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