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여기저기 쉴 곳은 많아(국내여행)

용궐산 하늘길, 강천산 여행 (2022.3.27-3.28)

새벽길 2022. 4. 6. 21:00

1. 합정역에서 출발 (22.03.27(일) 06:25 맑음)
7시까지 합정역에 도착하려면 조금 더 일찍 출발했어야 하는데, 이제야 마을버스가 움직인다. 첫 캠핑(?) 아니 산행이다 보니 뭘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날씨도 애매하다.
결국 어제 저녁에 한시간 정도 잔 것으로 퉁 치고 날을 샜지만, 신문기사 정리를 다 못했다. 당연히 기재부 개편 관련 정리도 거의 못했다. 이 때문에 오늘 내일 산행하면서도 머리 속은 수요일 회의 준비, 기재부 개편 대안 마련으로 어지러울 듯하다. 이럴 거면 걍 안간다고 했어야 하나. 그냥 깨끗하게 이를 머리에서 지우고 즐겨야겠다. 차안에서는 조금 자고 말이지.
서두르다 보니 스틱을 챙긴다고 했는데, 잊었다. 그리고 책도 하나도 안가져왔다. 소설책 하나는 가져왔어야 하는데... 사실 배낭이 작아서 더 넣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두유와 콘 프레이크, 빵을 못챙긴 것도 아쉽다. 날 샌 것 땜에 지금 눈이 똑똑히 보이지 않는다. 정말 차안에서 약간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스틱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크게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 어제 자전거를 탄 게 좀 걸리지만, 그렇게 체력이 딸리지는 않겠지? 오늘 산행은 사람들과 많이 얘기를 나누는 데 초점을 둔다. 그리고 앞으로 산행을 어떻게 즐길지 예비하는 자리로 하기도 하고...
신도림역을 지나는 지금 6시 47분이다. 늦지는 않을 듯하다.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좀더 이것저것 잘 챙기자. 그리고 남을 배려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자. 사실 그런 부분이 나에게 부족한 것 아니었나? 이를 고쳐나가는 자리.

2. 용궐산 하늘길 산행
용궐산 하늘길은 잔도길이 최고다. 500여미터 정도가 바위절벽에 데크를 달았는데, 잔도길을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이만한 잔도길도 없을성 싶다. 순창 전반적으로 데크가 많다. 자연을 파괴하는 느낌은 있지만, 경치가 너무 좋아서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최근에 데크를 설치하여 사람을 불러모으는 곳이 많은데, 이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용궐산 하늘길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찾았다. 우리가 11시반경 용궐산 치유의숲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더라. 주차장도 거의 꽉 찼고... 그 주차장의 섬진강 반대편에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가 있다. 
개방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하늘길은 엄청나게 유명해진 듯했다. 하늘길 자체뿐 아니라 하늘길에서 본 섬진강의 풍경도 너무 황홀하다. 
용궐산 하늘길뿐만 아니라 다음날 방문한 강천산에서도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는 비중만큼 경상도 사투리도 흔하게 들렸다. 그 만큼 용궐산 하늘길과 강천산이 널리 알려졌다는 얘기.

하늘길을 지나 용궐산 정상까지 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긴 했지만, 하늘길이 열리지 않았다면 정상까지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 그래도 정상 근처에서 본 섬진강 자락의 경치도 나름 훌륭했다. 또한 자리를 펴고 점심 대용으로 깨강정과 찐달걀 등을 먹은 것도 좋았다.

3.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의 캠핑장
- 용궐산 하늘길이 지난해 다닐 수 있게 된 이후에 캠핑장이 개장한 게 틀림없다. 블로그에도 변변한 사진 한장 없었기 때문이다. 쉘터가 없어 쉘터가 아니라 둘러싼 텐트 옆 야외에서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한 우리들을 사진찍어도 되겠냐고 관리자가 한 것도 이해가 되었다. 2만 4천원에 캠핑장을 대여한 게 싼 건지, 그렇지 않은건지 잘 모르겠다.

- 오랜만에 텐트생활을 했다. 그것도 일인용. 텐트가 구형이라, 아니 대부분의 텐트가 이런지 모르겠지만, 텐트 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묵은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는 용궐산 하늘길이 개방되고 난 이후에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 아직 블로그에 사람들이 묵고 있는 사진도 없어서 어제 밤에 우리가 저녁식사와 술 마시는 장면을 찍어가더라. 이른 봄의 밤 날씨는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텐트를 한시간 반 정도만에 치고(쉘터가 없었음에도 그렇게 시간이 걸렸다. 다들 초보라...) 5시반경부터 저녁식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7시반이 되니 춥기도 하고 배는 부르고.. 그래서 9시가 조금 넘어 술자리를 접었다. 하지만 차안에서 마져 술을 마시자는 구우의 제안에 따라 맥주 6캔을 사와서 2시간여가량 얘기를 나눴다. 역시 이런 얘기 나누는 맛이 캠핑의 핵심 아닐까.

침낭까지 준비했지만 초봄의 밤은 장난 아니었다. 물론 쑥이 준 핫팩을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낮과는 달리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만큼 추웠다. 나중에 다시 이런 시간에 캠핑을 한다면 오늘을 잊지 않아야겠지.
아침에 일어나서 캠핑장 뒷쪽의 데크에 올랐다. 캠핑장 뒷쪽에 있는 데크는 아마도 많은 이들이 묵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일 터이다. 여기도 괜찮은 경치이긴 한데, 내 휴대폰 카메라가 망가져서 제대로 찍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 22.03.28. 09:41에 섬진강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를 떠났다. 텐트를 접는 것은 쉬웠다. 남쪽으로 이동하여 섬진강변에 있는 카페에 둘러보기로 했다.  

4. 향가유원지
- 우리가 다닌 곳은 섬진강 상류라서 그러한지 강이라기보다는 개천 느낌이 났다. 그래도 섬진강가를 따라 난 도로의 풍경을 보면서, 섬진강 시인이라는 김용택 시인이 생각났다. 어디 표지판 가운데 김용택 시인과 관련된 것도 있었는데, 물론 가보지는 않았다. 
캠핑장에서 밤에 있을 때는 섬진강 물소리가 거의 파도소리처럼 들렸는데, 낮이 되니 그냥 개울소리로 들리더라. 섬진강물은 매우 탁했다. 상류니까 더 맑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건 아마 전전날 비가 왔기 때문일 터이다.

- 섬진강변은 자전거길이 전반적으로 잘 되어 있다. 우리가 묵은 곳(여기에 장군목 인증센터가 있다) 위쪽에 있는 요강바위에서부터 향가유원지에 이르기까지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나 있다. 나중에 자전거를 타고 이 코스로 다녀보는 것도 좋을 듯 했다. 
이렇게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 자전거 대여사업을 해도 좋을 듯 했다. 지자체간 연계 또는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그래야 자전거길도 활성화되고 길을 닦은 효과가 배가되지 않을까. 

향가 유원지 자전거 인증센터 바로 옆에 향가터널이 있다. 바깥은 해가 떠서 따스했지만, 터널 안은 서늘하더라. 터널 안도 아이들의 작품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5. 카페 자연다울수록
용가리가 모닝커피용으로 검색 끝에 찾은 곳이다. 여기는 조경이 잘 되어 있다. 커피 맛은 평범했지만, 카페 안팎의 꽃들이 너무 예뻤다. 특히 완전히 피지는 않았지만, 수선화가 조성된 꽃밭은 나중에 수선화가 만개할 때 다시 와보면 좋을 성 싶었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실려 있다)와 이를 노랫말로 만든 이지상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검색해보니 양희은도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버전도 들을 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6vKWw_hsDic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6. 순창군 인구
강천산 가는 길에 순창군 인구가 얼마일지 맞춰보라고 해서 따져봤는데, 그래도 5만명은 되겠지 했지만, 2만 7천명밖에 안된단다. 서울의 한 자치구의 인구가 50만명이 넘는데, 이에 비하면... 게다가 갈수록 줄고 있다니 이게 순창군만의 문제는 아닐 듯 하더라. 순창군은 아마도 관광으로 경기를 끌어올리려 하는 듯한데, 그걸로 될까.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텐데, 쉽진 않을 듯.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없고, 자꾸 악순환의 연속이다. 어떻게 끊어낼까.
 
7. 여암 신경준
이번 순창군 여행에서 가장 눈에 띈 이름은 여암 신경준이었다. 신경준은 실학자로 한국사 책에서 훈민정음운해, 산경표 등을 쓴 학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의 고향이 순창이었고, 그래서 순창 여기저기에 그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것이다. 용궐산 하늘길에도 그의 글씨가 보였고, 강천산에도 그의 흔적이 있었다. 그는 순창을 갈고 다닌 모양이다.

8. 강천산, 구장군폭포
- 검색해보니 강천산은 순창에 가면 반드시 가야할 곳 중 하나였다. 순창9경 중 으뜸이고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단다. 하지만 단지 군립공원에 불과해서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가보니 입장료 3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산 중턱에 있는 강천사도 산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현수교를 제외하면 강천사의 거의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게 바로 강천사의 멋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강천산은 봄은 벚꽃길, 여름에는 계곡 물놀이, 가을에는 애기단풍터널, 겨울에는 설경, 이렇게 사시사철 즐길거리가 있어서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간 무렵에는 초봄이라 애매한 시기였고, 또한 코로나의 영향도 있어서인지 그리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우리는 강천산 군립공원 제3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켰는데, 그 위로 관리사무소까지 차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걸어가는 길도 경치가 좋아서 나쁘지 않았다.

- 강천산을 막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병풍폭포도 멋있어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에 담았는데, 산을 더 올라갈수록(경사가 완만해서 올라간다고 하기 어렵다) 더 훌륭한 경치가 나타났다. 계곡 가운데 있는 두꺼비바위는 아무 것도 아니고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들을 보듬어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무슨 폭포도 메타세콰이어 옆에 있었는데, 메타세콰이어에 가려 빛을 잃었다.
강천산은 경사가 완만하다고 했는데, 길 또한 편하게 갈 수 있다. 노약자도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지라고 해야 하나. 특히 신발을 벗고 걸어가보라는 2.3km가량의 맨발산책로에서는 정말 맨발로 1km 정도를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아직 초봄이라 발이 시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걸을만했던 것 같다. 그만큼 길이 좋았다. 물론 무슨 효과가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름에는 이렇게 걷고 난 다음 계곡에 발을 담으면 그만이겠다 싶더라.
무슨 야경조성작업을 했다고 나오고, 실제 자연스런 조명이 여기저기 조성되어 있어서 밤에 오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반드시 저녁 무렵에 다시 들려서 이 야경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 강천산의 최고는 구장군폭포다. 아홉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치열하게 싸워 승리를 쟁취했다는 전설을 기려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를 떠올리지 않으면 이름이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애초에는 폭포가 두 줄기였는데, 전전날 온 비 때문인지 폭포가 세 줄기였다. 세번째의 폭포는 물이 내리는 듯 마는 듯해서 물줄기가 더 신비롭더라. 
암튼 그 폭포 앞 벤치에 앉아 10분 넘게 경치를 즐겼다. 그랗게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 구장군폭포까지 사진도 찍고 하면서 여유롭게 가면 한시간 정도 거리인데, 경사가 평지나 다름없이 완만하고 반반한 흙길이라서 어머니와 함께 오면 좋겠다 싶었다. 너무 거리가 긴 편인가?
현수교는 엄청난 급경사의 철제 계단을 올라야 갈 수 있는데, 주위 풍경과 어울리지 않아서 올라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구장군폭포 가는 길에 있는 ㅇㅇ폭포와 수좌굴은 약간만 올라가면 볼 수 있을 듯해서 나중에 다시 올 때는 반드시 들리리라 마음 먹었다. 수좌굴은 들어가서 소원을 말하면 한 가지가 반드시 이뤄진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데크가 놓여지지 않았으면 무척 험난한 길임에 틀림없었고, 과거에 그렇게 수좌굴에 갔다면 소원은 반드시 들어줘야 할 듯 했다. 하지만 이젠 데크가 놓여져 쉽게 갈 수 있기도 하고, 소원이 단지 한가지밖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싶어 이번에는 수좌굴 방문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 그렇게 강천산에 갔다가 3시가 다되어 점심식사를 위해 검색을 통해 함양식당에 들렀는데, 정말 점심이 꿀맛. 배가 고팠기에 당연하겠지만, 9천원 가격에도 푸짐한 반찬이 식성을 돋구었다. 한마디로 값어치를 하는 느낌.

9. 해산과 평가
- 8시가 조금 못되어 합정역에 도착하여 이번 캠핑 모임이 해산되었다. 
이번 산행의 일을 경험 삼아 조금 더 준비하는 걸 잊지 않아야겠다. 이번 캠핑에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차안에서 상당시간을 졸았던 점이다. 산행 첫날에는 출발하기 전에 미리 해야할 일을 처리하고 가려고 해서 일을 다 마무리하지도 못했으면서도 날을 샜기 때문에 용궐산 하늘길 가는 차안에서 절반 정도는 졸았다. 그  바람에 다른 이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다들 오랜만이거나 처음 동행하는 이들이어서 나름 할 얘기가 많았을 텐데 말이다. 
또한 서울로 오는 길에도 새벽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통에 역시나 상당부분을 졸았다. 물론 차안에서도 잠을 잘 자는 건 좋은 점이지만, 그나마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잠이라는 것으로 나만의 시간을 보낸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이래서야 다른 이와 여행이나 캠핑을 잘 다닐 수 있겠나. 다른 이들과 여행을 다닐 때에는 잠도 제대로 자두고 또한 여행시에 신경쓰는 게 없도록 다른 일처리도 깔끔하게 한 후에 내 시간을 온전히 여행에만 투여하도록 해야겠다.  
- 해외여행도 그렇지만, 국내여행, 산행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의 캠핑이라서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다음 번엔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캠핑도 나름의 멋이 있긴 하지만, 더 편하게 여행을 즐기는 게 나에게 맞지 않나 싶다. 보고 먹고 즐기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아서 그러하다. 물론 이런 걸 섞는 게 좋을 듯하다. 
캠핑을 하려면 나름 가격이 나가는 캠핑도구를 사야 한다. 그것도 만만치 않다. 나는 가능한한 대여하는 쪽으로... 다양한 여행이 좋다. 혼자 하는 것도 좋고, 캠핑여행도 괜찮고, 편하게 호텔이나 모텔, 게스트하우스 등을 이용해도 좋다.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도 좋고, 자전거 여행도 할만하며, 차를 대여하여 다녀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