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여기저기 쉴 곳은 많아(국내여행)

봄에 해파랑길 1코스 걷기

새벽길 2021. 2. 27. 13:00

지난해 가을 스카이민가 모임 번개가 부산에서 있었을 때 여유가 되면 해파랑길을 걷고 싶었다. 하지만 부산 자체에 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감천문화마을, 송도구름산책로, 오륙도 스카이워크, 자갈치시장, 태종대 등을 가는 걸로 만족했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가능한 한 기사에 나온 것처럼 봄에 해파랑길 1코스를 걷고 싶다.


[ESC] 부산, 여름 말고 봄! 해파랑길 1코스 걷기 (한겨레, 부산/김선식 기자, 2021-02-26 09:34
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약 18㎞
숲, 절벽, 해변, 항구, 도심 잇는 길
부산을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
봄바람 부는 날, 부산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북적이는 여름 해변에선 볼 수 없었던 도심 풍경과 자연을 만나는 길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약 18㎞를 잇는 해파랑길 1코스다. 살랑거리는 봄바람 맞으며 설렁설렁 걸으면 6~7시간 걸린다. 부산 대표적인 여행지 이기대 공원, 광안리 해변, 마린시티, 동백섬, 해운대 해변이 그 길에 있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약 750㎞에 이르는 해파랑길의 시작이다. 2016년 개통한 해파랑길은 10개 지역에 50개 코스가 있다.
남수정 대표는 “부산 4개 코스 중 1코스는 바다를 가까이 보며 걷는 절벽 숲길, 멀리 광안대교와 마린시티를 보며 걷는 해안 길,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도심 길 등이 이어진 이색적인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다채로운 길이란 뜻이다. 해파랑길 1코스 들머리 격인 ‘이기대 공원’은 지난겨울, 한창 손님맞이 채비를 했다. 데크(덱) 보수 공사 등을 진행했는데, 24일 현재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부산 남구청은 현재 일부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통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끼고 있는 이기대 공원은 해안 절벽 따라 울창한 숲이 약 5㎞ 이어진다. 절벽 숲은 쪽빛 바다 전망을 심심찮게 내어준다. 무시로 밀려드는 파도는 절벽 골을 파고들고, 통통하게 살 오른 딱새는 천연덕스럽게 사람 주위를 맴돈다. 좁은 오솔길과 데크를 오가는 이들은 앞으로 걸으며 옆을 바라본다. 호젓한 숲과 역동적인 바다 사이를 걸으며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간다. 해안 절벽 따라 농바위, 치마바위, 어울마당 솔숲을 지나면 바다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이기대’라는 지명의 유래는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로 몸을 던진 두 기생의 무덤이라는 설이 있다. 으스스한 전설을 곱씹다가 잠시 길을 이탈해 해식동굴이 있는 해변으로 내려갔다. 얕고 둥근 웅덩이가 듬성듬성 팬 너럭바위를 지나 동굴 쪽으로 걸었다. 해변에 쪼그려 앉아 썰물 따라 몽돌 구르는 소리 ‘도르륵 도르륵’을 한참 동안 들었다. 사람 한명 간신히 들어갈 만큼 입구가 좁은 해식동굴은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이기대 공원 끝자락에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구간이 있다. 다리 아래 거센 파도와 쪽빛 바다, 우둘투둘한 거친 절벽을 내려다보느라 발걸음이 느려지는 곳이다.
해파랑길 1코스에서 길을 헤매지 않으려면 스티커를 찾아야 한다. 길바닥, 표지판, 난간 등에 붙어 있다. 빨간 해파랑길 스티커 또는 파란 ‘부산 갈맷길’ 스티커를 따라가면 된다. 파란색 해파랑길 스티커와 자주색 부산 갈맷길 스티커는 반대 방향인 이기대 공원 쪽으로 가는 길을 일러준다. 해파랑길 1코스 전 구간은 부산 갈맷길 2-1코스, 2-2코스와 겹친다. 
남천동이다. 그쯤부터 내내 광안대교와 마린시티를 바라보며 걷는다. 어느덧 해파랑길 1코스 중간지점 격인 광안리 해변이다. 신축년을 맞아 우람한 소 조형물이 해변을 지키고 있다.
해파랑길 1코스는 도심에서도 모퉁이를 돌 때마다 특색 있는 길이 튀어나와 짜임새 있다는 느낌을 준다. 광안리 해변과 민락항을 지나면 나오는 약 1㎞ 데크 길이 그렇다. 수직으로 높이 솟은 빌딩 숲 한복판, 1차선 도로와 데크 길이 평행선을 그리며 뻗어 있다. 도로엔 차가 달리고, 데크엔 사람들이 걷고 달린다. 그 옆으론 수영만을 가득 채운 바닷물이 출렁인다.
초고층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 리조트가 우뚝 솟은 신도시 ‘마린시티’ 해안은 ‘해운대 영화의 거리’다. 해안 800m 거리에 1.2m 높이 울타리를 따라 길을 꾸몄다. 영화 <도둑들>, <해운대>, <친구>, <범죄와의 전쟁> 등 ‘1000만 관객 영화’나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포스터, 귀여운 만화 캐릭터 등을 벽화로 그리고 <스파이더맨> 조형물 등을 세웠다.
‘영화의 거리’를 지나 도착한 ‘동백섬’에선 다시 자연을 만났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주 산책길만큼이나 섬 중앙을 가로질러 가는 숲길도 매혹적이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룬다. 섬을 가로질러 주 산책길로 내려가는 길엔 등대 있는 아담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길은 해안 데크로 이어진다. 숲과 바다 사이로 걷는 데크 길은 앞서 지나온 이기대 공원 탐방로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길지 않아 못내 아쉬운 그 길은 해운대 해변으로 이어진다.
작은 풍경을 마음에 담다 보니 어느새 해운대 해변 끝, 미포항이다. 해파랑길 1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되는 곳. 거기 멈춰 서니 이 길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ESC] 부산, 여름 말고 봄! 해파랑길 1코스 걷기

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약 18㎞숲, 절벽, 해변, 항구, 도심 잇는 길부산을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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