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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몇 가지 문제

새벽길 2022. 2. 8. 04:05

얼마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이틀동안 몰아봤다.
이른바 K-좀비의 탁월성을 보여주었달까.
오징어게임이나 지옥만큼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도 많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정작 주인공들은 이런 문제들과는 무관하게 보이고, 또한 피상적인 수준의 문제제기에 머무르다 보니 별 것 아닌 듯이 취급되는 것 같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폭력이 정당화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건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는 있다. 다만, 초반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학교폭력과 성폭력이 자세하고 현실적인 것처럼 묘사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황진미 샘의 지적에 동의.

“문제 제기를 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어떤 문제를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것이 마치 그 현상을 비판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폭로의 의미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성폭력 같은 경우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해당 장면을 재현하고 디테일하게 그리면서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특정 장면만 포르노처럼 편집돼 유통될 수 있는 지금의 매체 환경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는 비판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맥락이 있으니 다 괜찮다’고 묻어버리고 갈 수 없다. 굳이 익숙한 폭력을 디테일하고 끔찍하며, 현실적이게 다뤄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넷플릭스에서 (폭력적인) 작품들이 ‘수출 상품’으로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작품의 도덕성을 이야기하는 윤리적 담론들이 국익 이데올로기에 가려져 무색해지거나, 무의미한 것처럼 후퇴하고 있다.” “한국은 문화적 인식이 나름대로 선진적인 국가다. 작품의 흥행만 볼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 잘 나간다’는 사실이 윤리적 지적에 면피가 될 수는 없다.”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02071643001#c2b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문제 보이시나요 (경향, 오경민 기자, 2022.02.07 16:43)
‘국익 이데올로기’에 퇴보한 ‘윤리적 담론’
학교폭력을 액션 장면처럼 연출
피해자의 고통을 볼거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