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쉬어가며 보는 영화

영화 '러브레터', '윤희에게'

새벽길 2021. 3. 3. 04:26

영화 '라스트 레터'를 보려고 하다가 그 전에 영화 '러브레터'를 다시 보기로 했다. 라스트 레터가 러브레터의 속편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얼마 전에 김 모씨와 대화를 하는 도중 일본여행 얘기가 나오고 나중에 러브레터 배경이 되는 도시에 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때는 그 도시 이름이 생각이 안 났다. 김희애가 주연한 영화 '윤희에게'의 배경이 되는 도시라고도 했고, 이 두 영화 때문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샷포로 옆에 있는 그 도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던 이유는 뭘지...

지금은 당연히 오타루가 떠올랐고, 러브레터와 윤희에게에 나왔던 장소들을 구글맵의 '가고 싶은 장소'에 표시를 해두었다. 그런데 언제나 가볼 수 있을지... 영화 러브레터 속 후지이 이츠키가 살던 집은 오타루가 아니라 거기서 조금 떨어진 제니바코에 있었다는데, 지금은 화재로 소실되고 없다고 한다. 아쉽다. 

러브레터는 다시 봐도 좋은 영화다. 사람들은 그 영화의 대사 "오겡키데스카, 와타시와 겡키데스!"밖에 떠올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참 안타깝다. 히로코는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다던 이츠키가 실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이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잊지 못하고 이츠키가 조난당한 산에다 대고 "잘 지내고 있나요"라고 묻고 자신도 잘 지내고 있다고 답하는 것을 마냥 좋은 장면으로 기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뭐, 인상적이긴 하다만, 이를 최고의 멜로영화라고 할 수 있을지... 여자 이츠키의 입장이라면 다르겠지만...

히로코 역과 여자 후지이 이츠키 역을 맡은 나카야마 미호, 그리고 소녀 시절 이츠키 배역인 사카이 미키는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이다.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러브레터는 REMEDIOS가 작업한 OST도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 11번 트랙인 A Winter Story가 제일 유명한데, 전주만으로도 느낌이 온다. 난 Joni Mitchell의 Both Sides Now를 리메이크한 10번 트랙 He loves You So도 좋더라. 아마 대부분은 빈폴 CF에 나오는 Nina Roussou의 버전으로 기억할 거다. 

'윤희에게'도 좋은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아래 편지글과 특히 그 안에 담긴 추신이 인상적이다. 

"오타루의 겨울은 매서워. 특히 운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매워서 난 운하 시계탑을 싫어해. 그곳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거든. 그렇지만 내 마음까지 얼리진 못했어. 나의 마음은 이미 얼어버린 지 오래여서 오타루의 바람도 소용없어.
시계탑 앞에서 고모를 기다리며 사람들을 구경했어. 추운 날씨에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는 학생들, 연인의 손을 잡고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들, 저마다 삶의 어려움이 있겠지? 그렇지만 모두 행복해 보여.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 나만 외로운 것 같아. 왜 일까? 내 마음엔 큰 구멍이 있어. 그 구멍을 채우지 않으면 나의 행복이 다 빠져나가버릴 것 같아.
아마도 그 구멍을 매울 수 있는 것은 사랑일 거야. 나의 어린 시절, 나를 행복하게 했던 그 시절의 사랑. 아직도 그녀가 꿈에 나와.
이런 생각이 들 때, 그녀가 보고 싶을 때면 애써 그녀의 얼굴을 떠올려봐. 헤어진 지 오래되고 오래되어 잊힐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애써 떠올려."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영화 러브레터 (Love Letter) OST - 11. A Winter Story

영화 러브레터 (Love Letter) OST - 10. He loves You 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