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대안사회, 대안이론
참여정부 국가전략연구: 네트워크형발전모델을 중심으로 (조형제 외, 2005. 12)
새벽길
2007. 3. 25. 18:23
아래 글은 정책기획위원회에 제출된 연구용역과제인 「참여정부 국가전략연구: 네트워크형발전모델을 중심으로」을 정리한 것이다. 이중 제2장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은 조형제․정건화․이정협(2006).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의 모색. 『동향과전망』 2006년 여름호(통권 67호): 58-92.에도 실렸고, 참여정부 3주년 기념 심포지엄(2006. 2. 22) “민주주의 선진한국, 국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에 조형제 교수의 발제문으로 실렸으며, 진보정치연구소에서도 2006년 7월 24일의 토론회에서 발표되었다. 조형제 교수의 발제에 대한 토론문도 함께 올린다.
조형제 외(2005). 「참여정부 국가전략연구: 네트워크형발전모델을 중심으로」. 서울: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조형제(2006). “네트워크형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 모색.” 참여정부 3주년 기념 심포지엄(2006. 2. 22) “민주주의 선진한국, 국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자료집.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조형제․정건화․이정협(2006).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의 모색. 『동향과전망』 2006년 여름호(통권 67호): 58-92.
조형제․정건화․이정협(2006).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의 모색. 『동향과전망』 2006년 여름호(통권 67호): 58-92.
「참여정부 국가전략연구: 네트워크형발전모델을 중심으로」
정책기획위원회 2005. 12
책임연구위원: 조형제 교수(울산대)
연 구 위 원: 이정협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안병진 교수(창원대), 정상호 교수(한양대), 전병유 박사(한국노동연구원)
제1장 시론: 시나리오식 예측을 넘어 미래적 비전으로............................1
1. 문제제기: 단순한 시나리오예측을 넘어설 필요성...............................1
2. 지구적 현황................................................................................3
3. 한국사회 내부의 현 단계...............................................................5
4. 소결론: 한국적 모델을 향하여........................................................9
제2장 신진보주의 발전모델 .............................................................13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배경.........................................................13
2.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과 가치체계.........................................14
3.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국가운영전략: 민주적 발전국가(Democratic Developmental State).20
4. 평화체제의 구축과 개방적 민족경제의 확립.....................................29
5. 혁신친화적 경제발전 모델............................................................33
6. 통합적 사회정책의 구축...............................................................35
7. 결론.........................................................................................39
제3장 시민참여 책임정치.................................................................42
1. 시민참여와 공공성정치의 사상적 기반: ‘ 시민적공화주의(Civic Republicanism).42
2.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원리와 전략 .................................................48
<국문초록>
해방 후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당 정도로 진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부작용과 난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대내외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한국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나쁜 균형’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본 연구는 기존의 진보주의가 지닌 긍정적 요소를 계승하되, 새로운 가치체계를 제시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진보의 내용을 실현하는 ‘신진보주의’(new progressivism) 발전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발전 과제를 체계적으로 집약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어떤 것인가?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중심 가치로서 개방, 혁신, 연대를 제시한다. 개방(openness)이란 외부 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의 환경변화를 고려하면서도 능동적으로 그것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열린 가치를 지칭한다. 혁신(innovation)이란 현실에 매몰되거나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가치를 지칭한다. 연대(solidarity)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사회적 일체감을 공유하는 가치를 지칭한다.
신진보주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진보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국내외의 사회 변동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신진보주의는 민주화를 추진해 온 기존의 사회운동 세력 뿐 아니라, 성장하는 시민사회에 기반을 둔 신사회운동 세력을 포함하여 모든 진보 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지향한다.
우리는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가치체계를 한국사회의 각 영역에 적용하여 구체화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이룩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개방, 혁신, 연대의 중심 가치가 대외관계, 국내경제, 사회문화 등 국가 하위시스템에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 국가운영전략으로서 민주적 발전국가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정당정치의 강화를 넘어서는 ‘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연관을 강화하는 데 있다.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현실에서 국가와 시민사회 간 연관을 강화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의 원리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는 결사체 민주주의(associative democracy)의 원리를 도입한 새로운 코포라티즘(neo-corporatism)을 중심으로 하는데, 이러한 국가를 우리는 ‘민주적 발전국가(democratic developmental state)’로 명명하고자 한다. 민주적 발전국가는 과거 발전국가와 달리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집단들을 정치영역에 참여시키되, 조정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중심에 놓고 사회의 핵심계층 집단간 힘의 불균형과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와 관행을 통해 분배연합(distribution coalition)과 생산성연합(productivity coalition)을 동시에 추구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담아내는 틀로서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개념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 개념은 폐쇄된 모델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끊임없는 참여를 통해 발전하는 열린 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특히 북한과 통일, FTA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현안 이슈들을 함께 시뮬레이션해 봄으로써 여기서 제시된 개념을 더욱 정교화하고 이들 주제들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논리적인 진보진영의 대안을 마련해 가고자 한다.
제 1 장 시론 : 시나리오식 예측을 넘어 미래적 비전으로
1. 문제제기 : 단순한 시나리오 예측을 넘어설 필요성
2. 지구적 현황
지구적 현황에서 드러나듯이 미래는 “누가 보다 열린 ‘확장적 공동체’를 국내외적으로 부드럽게 구축하는가?”가 사활적으로 중요해진다. 긍정적인 것은 현재 동아시아는 자동차, 전자 부품 등을 중심으로 생산네트워크가 정교하게 발전하며 개방형 경제체제를 성숙시켜 가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70%를 기록하는 중규모 국가는 열린 네트워크로의 경향에 소극적이고 폐쇄적으로 대응해서는 그 미래를 담보할 수가 없다(이일영 2004). 오히려 주도권을 쥐고 경제적 네트워크의 확대가 보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대한 지향성 및 정책을 새로운 발전 모델로서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한국 사회 내부의 현 단계
재벌의 헤게모니 강화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는 한국이 기존의 권위주의적 국가 모델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으로 재정립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적인 연대 의식을 가진 자율적 시민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있다. 왜냐하면 이는 한국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태로 변모시키면서 엄청난 사회적 긴장을 창출하고 기존의 갈등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사회적으로 지나친 경쟁주의와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빈곤의 증가 등은 시민들의 내면을 피폐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우울증, 스트레스 등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국 국민들의 자살율이 OECD 국가들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까지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문제의 근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통해 해결되기 보다는, 다국적 기업이 생산해내는 약물 구입에 의존하는 약물주의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후 닥쳐올 미래와 관련하여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구조의 문제가 지역적, 지구적 통합의 가속화와 비례하여 더욱 심각한 병리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구적 통합의 증가로 미국 등 선진국 대학출신들이 서서히 새로운 주류 엘리트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한국사회 계층구조의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었던 서울대 엘리트들을 대체해 가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와 인구증가율 감소, 3D 업종 기피 등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노동력 유입이 가속화됨으로써 한국은 다인종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으며, 동남아 이민자들이나 탈북자, 중국 교포 등이 최하층인 ‘계급 이하의 계급’(underclass)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들 새로운 상층 엘리트들과 계급이하의 계급들은 한국 사회를 급격히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선 선진국 출신 엘리트들 중 일부는 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가진 선진국으로 계속 흡수되어 갈 것이다. 동시에 한국 사회로 유입되는 엘리트들은 그들만의 페쇄적 연줄망을 창출하고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주도하면서 한국에 첨단 자본주의적 기법을 이식해 나가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표피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미국적 가치를 쉽게 내면화하는데 이미 익숙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현재처럼 이들의 유포하는 미국적, 신자유주의적 헤게모니를 매우 자연스럽게 수용해나갈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의 문화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은 이를 시사한다.
반면에 계급 아래의 계급으로 편입되는 층들은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잔혹성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얼마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파리소요 사태에 버금가는강도의 사회적 저항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래도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화주의적 의식과 분배 정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많은 농촌총각들이 동남아 여성들과 결혼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결혼후유증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다인종에 대한 관용 수준이 매우 낮고 신자유주의적 재편 속에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공적 의식이 갈수록 퇴화하고 있으며 교육, 의료 등에서 최상과 하층간의 양극화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단지 이후 한국 사회 내부의 통합력의 약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더욱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내적 통합력의 약화가 이후 동북아 차원의 지역적 통합을 선도할 한국의 추동력마저 떨어뜨릴 것이라는 점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적대적 힘의 과도할 표출을 억제하고 완화시킬 반작용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은 ‘중립성’이라는 왜곡된 정치담론의 영향 하에 제한되고, 의회는 내부적으로 갈등을 완화시키는 제도적, 정치적 기능을 상실하였으며, 정당은 아직도 지역적 균열 구조를 넘어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들을 해결해나가며 독자적인 사회적 기반을 형성해나가고 있지 못하다. 또한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제 담론을 대체하는 제왕적 사법부 담론이 지배적으로 영향을 발휘하면서 헌법 등의 이슈에 대한 자율적 시민의식의 생산적 표출을 왜곡시키고 있다(안병진 2004). 지금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황들은 “무엇이 미래지향적 민주공화국”이며 “어떻게 이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4. 소결론: 한국적 모델을 향하여
첫째로 새로운 발전 모델은 단지 기존에 존재하는 하나의 선진국 모델의 단순한 이식이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새로운 모델은 한국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정세와 한국이 현재 지니고 있는 제도적 배열과 문화를 고려한 모델이어야 한다.
둘째로 새로운 모델은 단지 규범적 지향성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해야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모델이 단지 막연히 미래에 실현되었으면 하는 희망들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적 배열에 따른 경로의존성을 고려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방식들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발전 모델은 국내외적으로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서 일관된 정합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동북아에서 민주적 평화 공동체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건설함에 있어서 국내적으로 시민 참여적이고 상호 공존적인 민주 공화국의 구축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국내의 열린 ‘확장적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확산으로서 지구적, 지역적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정책기획위원회 2005. 12
책임연구위원: 조형제 교수(울산대)
연 구 위 원: 이정협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안병진 교수(창원대), 정상호 교수(한양대), 전병유 박사(한국노동연구원)
제1장 시론: 시나리오식 예측을 넘어 미래적 비전으로............................1
1. 문제제기: 단순한 시나리오예측을 넘어설 필요성...............................1
2. 지구적 현황................................................................................3
3. 한국사회 내부의 현 단계...............................................................5
4. 소결론: 한국적 모델을 향하여........................................................9
제2장 신진보주의 발전모델 .............................................................13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배경.........................................................13
2.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과 가치체계.........................................14
3.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국가운영전략: 민주적 발전국가(Democratic Developmental State).20
4. 평화체제의 구축과 개방적 민족경제의 확립.....................................29
5. 혁신친화적 경제발전 모델............................................................33
6. 통합적 사회정책의 구축...............................................................35
7. 결론.........................................................................................39
제3장 시민참여 책임정치.................................................................42
1. 시민참여와 공공성정치의 사상적 기반: ‘ 시민적공화주의(Civic Republicanism).42
2.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원리와 전략 .................................................48
<국문초록>
해방 후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당 정도로 진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부작용과 난관에 직면해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대내외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한국사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나쁜 균형’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본 연구는 기존의 진보주의가 지닌 긍정적 요소를 계승하되, 새로운 가치체계를 제시함으로써 능동적으로 진보의 내용을 실현하는 ‘신진보주의’(new progressivism) 발전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발전 과제를 체계적으로 집약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어떤 것인가?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중심 가치로서 개방, 혁신, 연대를 제시한다. 개방(openness)이란 외부 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의 환경변화를 고려하면서도 능동적으로 그것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열린 가치를 지칭한다. 혁신(innovation)이란 현실에 매몰되거나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가치를 지칭한다. 연대(solidarity)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사회적 일체감을 공유하는 가치를 지칭한다.
신진보주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진보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국내외의 사회 변동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신진보주의는 민주화를 추진해 온 기존의 사회운동 세력 뿐 아니라, 성장하는 시민사회에 기반을 둔 신사회운동 세력을 포함하여 모든 진보 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지향한다.
우리는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가치체계를 한국사회의 각 영역에 적용하여 구체화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이룩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개방, 혁신, 연대의 중심 가치가 대외관계, 국내경제, 사회문화 등 국가 하위시스템에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 국가운영전략으로서 민주적 발전국가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정당정치의 강화를 넘어서는 ‘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연관을 강화하는 데 있다.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현실에서 국가와 시민사회 간 연관을 강화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의 원리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는 결사체 민주주의(associative democracy)의 원리를 도입한 새로운 코포라티즘(neo-corporatism)을 중심으로 하는데, 이러한 국가를 우리는 ‘민주적 발전국가(democratic developmental state)’로 명명하고자 한다. 민주적 발전국가는 과거 발전국가와 달리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집단들을 정치영역에 참여시키되, 조정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중심에 놓고 사회의 핵심계층 집단간 힘의 불균형과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와 관행을 통해 분배연합(distribution coalition)과 생산성연합(productivity coalition)을 동시에 추구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담아내는 틀로서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개념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 개념은 폐쇄된 모델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끊임없는 참여를 통해 발전하는 열린 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특히 북한과 통일, FTA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현안 이슈들을 함께 시뮬레이션해 봄으로써 여기서 제시된 개념을 더욱 정교화하고 이들 주제들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논리적인 진보진영의 대안을 마련해 가고자 한다.
제 1 장 시론 : 시나리오식 예측을 넘어 미래적 비전으로
1. 문제제기 : 단순한 시나리오 예측을 넘어설 필요성
2. 지구적 현황
지구적 현황에서 드러나듯이 미래는 “누가 보다 열린 ‘확장적 공동체’를 국내외적으로 부드럽게 구축하는가?”가 사활적으로 중요해진다. 긍정적인 것은 현재 동아시아는 자동차, 전자 부품 등을 중심으로 생산네트워크가 정교하게 발전하며 개방형 경제체제를 성숙시켜 가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70%를 기록하는 중규모 국가는 열린 네트워크로의 경향에 소극적이고 폐쇄적으로 대응해서는 그 미래를 담보할 수가 없다(이일영 2004). 오히려 주도권을 쥐고 경제적 네트워크의 확대가 보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대한 지향성 및 정책을 새로운 발전 모델로서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한국 사회 내부의 현 단계
재벌의 헤게모니 강화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는 한국이 기존의 권위주의적 국가 모델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으로 재정립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적인 연대 의식을 가진 자율적 시민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있다. 왜냐하면 이는 한국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태로 변모시키면서 엄청난 사회적 긴장을 창출하고 기존의 갈등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 사회적으로 지나친 경쟁주의와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빈곤의 증가 등은 시민들의 내면을 피폐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우울증, 스트레스 등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국 국민들의 자살율이 OECD 국가들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까지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문제의 근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통해 해결되기 보다는, 다국적 기업이 생산해내는 약물 구입에 의존하는 약물주의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후 닥쳐올 미래와 관련하여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구조의 문제가 지역적, 지구적 통합의 가속화와 비례하여 더욱 심각한 병리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구적 통합의 증가로 미국 등 선진국 대학출신들이 서서히 새로운 주류 엘리트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한국사회 계층구조의 최상층에 위치하고 있었던 서울대 엘리트들을 대체해 가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와 인구증가율 감소, 3D 업종 기피 등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노동력 유입이 가속화됨으로써 한국은 다인종 사회로 변모해가고 있으며, 동남아 이민자들이나 탈북자, 중국 교포 등이 최하층인 ‘계급 이하의 계급’(underclass)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들 새로운 상층 엘리트들과 계급이하의 계급들은 한국 사회를 급격히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선 선진국 출신 엘리트들 중 일부는 보다 더 나은 삶의 질을 가진 선진국으로 계속 흡수되어 갈 것이다. 동시에 한국 사회로 유입되는 엘리트들은 그들만의 페쇄적 연줄망을 창출하고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주도하면서 한국에 첨단 자본주의적 기법을 이식해 나가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표피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미국적 가치를 쉽게 내면화하는데 이미 익숙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현재처럼 이들의 유포하는 미국적, 신자유주의적 헤게모니를 매우 자연스럽게 수용해나갈 것이다. 현재 서울 강남의 문화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은 이를 시사한다.
반면에 계급 아래의 계급으로 편입되는 층들은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잔혹성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얼마전 프랑스에서 일어난 파리소요 사태에 버금가는강도의 사회적 저항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래도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화주의적 의식과 분배 정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많은 농촌총각들이 동남아 여성들과 결혼한 이후 나타나고 있는 결혼후유증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다인종에 대한 관용 수준이 매우 낮고 신자유주의적 재편 속에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공적 의식이 갈수록 퇴화하고 있으며 교육, 의료 등에서 최상과 하층간의 양극화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는 단지 이후 한국 사회 내부의 통합력의 약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더욱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내적 통합력의 약화가 이후 동북아 차원의 지역적 통합을 선도할 한국의 추동력마저 떨어뜨릴 것이라는 점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적대적 힘의 과도할 표출을 억제하고 완화시킬 반작용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은 ‘중립성’이라는 왜곡된 정치담론의 영향 하에 제한되고, 의회는 내부적으로 갈등을 완화시키는 제도적, 정치적 기능을 상실하였으며, 정당은 아직도 지역적 균열 구조를 넘어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들을 해결해나가며 독자적인 사회적 기반을 형성해나가고 있지 못하다. 또한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제 담론을 대체하는 제왕적 사법부 담론이 지배적으로 영향을 발휘하면서 헌법 등의 이슈에 대한 자율적 시민의식의 생산적 표출을 왜곡시키고 있다(안병진 2004). 지금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황들은 “무엇이 미래지향적 민주공화국”이며 “어떻게 이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4. 소결론: 한국적 모델을 향하여
첫째로 새로운 발전 모델은 단지 기존에 존재하는 하나의 선진국 모델의 단순한 이식이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새로운 모델은 한국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정세와 한국이 현재 지니고 있는 제도적 배열과 문화를 고려한 모델이어야 한다.
둘째로 새로운 모델은 단지 규범적 지향성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해야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모델이 단지 막연히 미래에 실현되었으면 하는 희망들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적 배열에 따른 경로의존성을 고려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방식들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발전 모델은 국내외적으로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서 일관된 정합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동북아에서 민주적 평화 공동체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건설함에 있어서 국내적으로 시민 참여적이고 상호 공존적인 민주 공화국의 구축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국내의 열린 ‘확장적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확산으로서 지구적, 지역적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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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신진보주의 발전모델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배경
김대중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 모델 또는 참여 정부의 ‘동반성장’ 모델은 새로운 발전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 모델들은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재벌의 시장지배를 강화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확대하였다(최장집, 2005).
현재의 지구적, 한국적 상황은 새로운 발전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지 선진국 모델의 단순한 이식이어서는 안되며 한국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정세와 한국의 현 제도적 배열과 문화를 고려한 모델이어야 한다. 이는 또한 국내외적으로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일관된 정합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규범적 지향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제도적 배열 하에서 작동 가능한 모델이어야 한다(정책기획위원회, 2005: 14).
2.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과 가치체계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사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신진보주의 (new progressivism)’ 발전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진보주의란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 상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롭게 추구해야 할 중심 가치와 발전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진보주의’를 출발점으로 한다. 따라서 신진보주의는 현 상태의 기득권 유지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보수주의 세력과는 입장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진보주의 세력이 간과하고 실패해 온 측면을 솔직히 인정하고 보완해 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진보주의와도 일정한 선을 긋고자 한다.
진보주의는 발전국가에 맞서 민주화를 추진해 온 사회운동 세력이다. 이들은 발전국가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쟁취했을 뿐 아니라 분배, 복지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제기하고 일정 정도 관철시켰다. 그러나 진보주의 세력은 분배와 복지 등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에 몰두한 가운데,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합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무능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즉, 냉전체제의 붕괴, 국민국가의 약화, 환경 파괴 등 국내외적으로 새롭게 출현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기존의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상태에서 이것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정책기획위원회, 2005: 15).
신진보주의는 민주화를 추진해 온 기존의 사회운동 세력 뿐 아니라, 성장하는 시민사회에 기반을 둔 신사회운동 세력을 포함하여 모든 진보 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지향한다. 신진보주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진보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국내외의 사회 변동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신진보주의는 다원화되고 불확실성이 커가는 사회에 대응하여 개방, 혁신, 연대 등의 새로운 가치를 중심 가치로서 추구하고자 한다.
또한 신진보주의는 기존의 진보주의와는 달리 개인의 가치에 대해서도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기존의 진보주의는 집단적 가치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개인의 자유와 창의력을 인정하고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이 있었다. 현대 사회는 자율적이고 성찰적인 개인을 기본 단위로 한다. 경제적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면 개인은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실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신진보주의는 다양하게 표출되는 개인의 욕구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 기반 위에서 복지, 연대 등의 집단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요컨대, 신진보주의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기존의 진보주의가 지닌 긍정적 요소를 계승하되, 사회 변동에 대응하여 개방, 혁신, 연대 등의 새로운 가치를 통해 능동적으로 진보의 내용을 실현하고자 한다.
<표 1> 신진보주의의 자리매김
제 2 장 신진보주의 발전모델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배경
김대중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 모델 또는 참여 정부의 ‘동반성장’ 모델은 새로운 발전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 모델들은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재벌의 시장지배를 강화하고 사회적 양극화를 확대하였다(최장집, 2005).
현재의 지구적, 한국적 상황은 새로운 발전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지 선진국 모델의 단순한 이식이어서는 안되며 한국이 대내외적으로 처한 정세와 한국의 현 제도적 배열과 문화를 고려한 모델이어야 한다. 이는 또한 국내외적으로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일관된 정합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규범적 지향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 제도적 배열 하에서 작동 가능한 모델이어야 한다(정책기획위원회, 2005: 14).
2.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과 가치체계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사회를 새롭게 이끌어 갈 ‘신진보주의 (new progressivism)’ 발전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진보주의란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 상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롭게 추구해야 할 중심 가치와 발전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진보주의’를 출발점으로 한다. 따라서 신진보주의는 현 상태의 기득권 유지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보수주의 세력과는 입장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진보주의 세력이 간과하고 실패해 온 측면을 솔직히 인정하고 보완해 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진보주의와도 일정한 선을 긋고자 한다.
진보주의는 발전국가에 맞서 민주화를 추진해 온 사회운동 세력이다. 이들은 발전국가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쟁취했을 뿐 아니라 분배, 복지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제기하고 일정 정도 관철시켰다. 그러나 진보주의 세력은 분배와 복지 등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에 몰두한 가운데,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합적으로 변화해 가는 것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무능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즉, 냉전체제의 붕괴, 국민국가의 약화, 환경 파괴 등 국내외적으로 새롭게 출현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기존의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상태에서 이것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정책기획위원회, 2005: 15).
신진보주의는 민주화를 추진해 온 기존의 사회운동 세력 뿐 아니라, 성장하는 시민사회에 기반을 둔 신사회운동 세력을 포함하여 모든 진보 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지향한다. 신진보주의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진보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국내외의 사회 변동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자 한다. 신진보주의는 다원화되고 불확실성이 커가는 사회에 대응하여 개방, 혁신, 연대 등의 새로운 가치를 중심 가치로서 추구하고자 한다.
또한 신진보주의는 기존의 진보주의와는 달리 개인의 가치에 대해서도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기존의 진보주의는 집단적 가치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개인의 자유와 창의력을 인정하고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경향이 있었다. 현대 사회는 자율적이고 성찰적인 개인을 기본 단위로 한다. 경제적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면 개인은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실현하는 데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신진보주의는 다양하게 표출되는 개인의 욕구를 인정하는 가운데, 그 기반 위에서 복지, 연대 등의 집단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요컨대, 신진보주의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기존의 진보주의가 지닌 긍정적 요소를 계승하되, 사회 변동에 대응하여 개방, 혁신, 연대 등의 새로운 가치를 통해 능동적으로 진보의 내용을 실현하고자 한다.
<표 1> 신진보주의의 자리매김
|
‘새로운 가치’ | ||
소극적 |
적극적 | ||
사회경제적 가치 |
소극적 |
보수주의 |
신보수주의 |
적극적 |
진보주의 |
신진보주의 |
2) 가치체계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중심 가치로서 개방, 혁신, 연대를 제시한다(이일영 외, 2005). 개방(openness)이란 외부 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고려하면서도 능동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열린 가치를 지칭한다. 혁신(innovation)이란 현실에 매몰되거나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가치를 지칭한다. 연대(solidarity)는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사회적 일체감을 공유하는 가치를 지칭한다.
개방의 가치는 연대와 혁신의 상충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수용해야 할 운영 원리로서 자리매김된다. 개방은 자신의 폐쇄된 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타자와 협력해 가는 방법론적 원리를 의미한다. 기존 발전모델의 한계는 모든 것을 내부화하여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폐쇄된 구조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는 소위 ‘문어발’식 확장을 시도했던 재벌집단, 그리고 중앙집권적 위계에 의존했던 발전국가를 비롯하여 한국사회의 주요 행위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문제점이다.
재벌 대기업은 개방을 통해 타 기업과의 수직적 위계서열 관계를 극복하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다. 이는 네트워크적 협력을 통해 혁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과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완화하는 연대의 효과를 지닌다. 또한 중앙집권적 국가는 개방을 통해 분권과 지방화를 실현할 뿐 아니라, 거버넌스를 형성하여 사회구성원들의 참여를 증진시킬 수 있다. 이는 지방자치를 진전시킴으로써 혁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과 동시에,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연대의 효과를 지닌다.
개방이라는 방법론적 원리를 실현함으로써 한국사회는 자본주의에 내재된 혁신과 연대 간의 상충을 지속적으로 보완, 개선해 갈 수 있다. 즉,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의 가치체계는 사회 발전의 주체 세력이 혁신과 연대를 지향하면서 개방을 통해 이를 보완해가는 3차원의 가치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3) 중심가치와 하위시스템의 관계
네크워크형 발전모델은 대외적으로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혁신 능력을 조직적으로 유연하게 배양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안정적으로 고양시키는 발전모델이다. 이 세 가치는 한국사회의 특정 하위 시스템에 일 대 일로 대응하기보다, 모든 부분에 동시적으로 관철되는 공통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특정 과제는 해당 하위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는 가운데 구체화될 것이다.
3. 국가운영 전략 : 민주적 발전국가(democratic developmental state)
1) 새로운 국가운영 전략의 필요성
1987년 이후 한국사회는 대통령 직선제를 계기로 오랜 군부독재의 시대를 마감하면서 정치적 민주화가 크게 진전되었다. 그러나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취에 상응하는 민주주의의 내실화는 커다란 진전의 계기를 맞지 못하고 병목상태에 빠져있다.
민주화 이후 안정적으로 제도화되지 못한 정치적 경쟁은 국가능력을 급격히 제약하였다. 한국에서 정치적 경쟁은 사회갈등의 조율과 조정이라는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정치적 리더십의 확보를 어렵게 하였다. 특히 여소야대 하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은 국가자율성은 물론 국가능력을 심각하게 저하시켰고 이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 위기를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각주, ‘동아시아의 기적’으로 불린 과거 한국경제의 급속한 발전시스템의 핵심에는 국가자율성과 국가능력이 있다. 양재진(2005)에 따르면, 국가의 자율성은 ‘강력한 이익집단들의 개별이익 추구적 행동(즉 집합행동)을 억누르거나 조율하여 국부의 증진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자율적인 국가의 존재’를 말하며, 국가능력은 (1) 장기적 시계에서 합리적인 자원배분과 시장형성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관료제의 정책능력과 (2)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적 리더쉽이다. 지난 시기 한국경제의 성공은 이처럼 사적 이익집단에 포획되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대한 선별적 개입과 진흥, 세계경제로의 전략적인 ‘선별적 통합’을 통해 전략산업 육성에 성공한 국가가 있는 것이다. 전병유(2002)도 발전국가의 성공요인으로서 ① 투자를 위한 자원의 동원 메커니즘과 ② 동원된 자원이 효과적으로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게 하는 정치적․사회적․제도적 메커니즘 ③ 그리고 이러한 정책과 제도가 집행될 수 있는 대외적 경제환경을 들고, 그 중심에 자율성을 가지고 이해집단을 통제하고 동원하였던 국가의 역할을 든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국민국가간 경계는 약화되어가지만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제도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단위는 여전히 국민국가일 수밖에 없다. 국가는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필요한 국가경쟁력 강화에 정책역량을 쏟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 과정에서 필연화되는 양극화와 사회통합의 위기를 수습하고 해결할 책임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국가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국민국가라는 공간구조 속에서 경제순환구조의 통합성을 증진시키고 계층간, 지역간, 산업부문간 이해관계의 조정과 그에 기초한 상생(win-win)의 발전전략, 즉 형평과 효율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발전전략을 실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정당정치의 강화를 넘어서는 ‘정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연관을 강화하는 데 놓여있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서는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현실에서 국가와 시민사회 간 연관을 강화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의 원리를 모색하고자 한다. 이는 결사체 민주주의(associative democracy)의 원리를 도입한 새로운 코포라티즘(neo-corporatism)을 중심으로 하는데, 이러한 국가를 우리는 ‘민주적 발전국가(democratic developmental state)’로 명명하고자 한다(<그림 3>). 즉 민주적 발전국가는 과거 발전국가와 달리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집단들을 정치영역에 참여시키되, 조정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중심에 놓고 사회의 핵심계층 집단간 힘의 불균형과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와 관행을 통해 분배연합(distribution coalition)과 생산성연합(productivity coalition)을 동시에 추구한다.
정책 방향의 측면에서 보자면, 민주적 발전국가는 대내적 차원에서 혁신적 경쟁을 중시하는 산업정책과 연대를 실현하는 사회정책을 강조하며, 대외적 차원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개방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민주적 발전국가는 과거 발전국가 모델이 지니는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된 국제, 국내적 환경 속에서 개방과 혁신, 연대의 원리에 기초하여 공동체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발전을 위한 새롭고 적극적인 국가 역할을 주창한다.
2) 국가운영전략의 원리 : 결사체 민주주의와 새로운 코포라티즘
민주적 발전국가는 정치영역에서 정당 중심의 대의제 정치와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한 결사체 민주주의의 결합을 강조한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노정하고 있는 결함을 시정하고 이를 개선․보완하기 위한 대안적 민주주의로 제시되는 것이 심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결사체 민주주의(associative democracy) 등이다(임혁백, 2000).
특히 결사체 민주주의는 심의민주주의의 원리인 ‘참여의 문제’를 시민 개인보다는 결사체들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결사체 민주주의는 소외되었던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자신들의 경제적, 사회적 분야의 관심영역을 중심으로 결사체를 결성하여 심의와 토의를 통한 조율과 조정의 방식으로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사체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집단들을 공적인 의사결정 영역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세계화의 시대에 위축된 국가와 불완전한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강조되는 결사체 민주주의는 시장의 자기파괴성, 국가의 경직성과 억압성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대안적 민주주의이다. 특히 노동, 복지, 실업, 보건의료, 교육, 범죄 등의 분야에서 시민 결사체는 국가와 시장을 능가하는 문제해결능력과 집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사체 민주주의는 외부의 강제나 타율적 규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한 위임과 결사체 내부의 자율적 규제에 의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물론 이때의 결사체들은 수직적․폐쇄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수평적․개방적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가는 방관자가 아니라 사려깊은 조정자로서 민주적 관여를 수행하면서 결사체를 통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형성과 민주적 거버넌스(democratic governance)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정부의 개입이 과거에는 시민사회의 성장을 왜곡시켰지만 분권화된 국가에서는 사회자본의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민주적 거버넌스에서는 사회의 각 행위주체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국가의 역할이 변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여전히 중요한 행위자인 것도 분명하다.
한편 코포라티즘(corporatism)은 ‘대규모 이해관계 사회집단간 이익조정과 협상의 체계’ 혹은 ‘대규모 사회집단의 정책결정 참여형태’ 등으로 정의된다. (각주, 코포라티즘이란 하나의 이익대표체계이다. 그 구성단위는 제한된 수의 위계적, 기능적으로 분화된 범주들로 이루어지며 단일적이고 강제적이며 비경쟁적인 특성을 갖는다. 그것은 국가에 의해 인정되거나 허가를 받음으로써 각개의 독자적 대표성을 확보하는 대신 지도자의 선출이나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요구와 지지의 표명에 있어서 국가의 통제를 받아들인다(최경구 1993에서 재인용).
우리는 이 개념을 국가와 시민사회 간 연관을 강화하고 특히 결사체 민주주의의 원리를 적용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지칭하는데 사용하고자 한다. 코포라티즘은 서구사회에서 현저한 기능적 퇴조를 보여 온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를 보완하여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또 사회적 요구의 분출을 합리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국가에 가해지는 과도한 사회적 부하를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오랜 기간 사회적 균열구조를 대변하지 못하고 지역주의의 한계라는 심각한 덫에 갇혀있음을 고려할 때, 코포라티즘의 도입과 실현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는 더욱 커진다.
코포라티즘을 고려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한국경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경우 이른바 유럽 강소국(强小國)으로 불리는 민주적 코포라티즘 국가들이 중요한 전범(典範)이 되기 때문이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지향형 개방경제인 한국은 스웨덴, 핀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소위 유럽의 강소국과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경제구조를 지닌 유럽 강소국들의 사회적 합의모형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양재진, 2005; 김용철, 2000; 정병기, 2004).
그러나 코포라티즘적 합의기제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낡은 유물이거나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세계화시대를 맞아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회집단간의 조정(coordination)과 협력(cooperation)은 사회안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 조건이 되었다.
3) 국가운영의 시스템적 특징 : 새로운 코포라티즘
새로운 국가전략으로서 코포라티즘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후발개도국의 캐치업(catch-up) 발전전략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확대와 상호신뢰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구성의 원리에 대한 관심에 기초한 것이다.
IMF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러 차례 시도되었던 코포라티즘적 타협 시도(노사정위원회 사례)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영역이나 노동시장에서 노동운동 정상조직(peak organization)의 조직 장악력이나 대외협상력이 취약했고 국가 스스로 노동시장에서의 유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진영과의 호혜적 타협이 실현될 여지는 애초에 별로 없었다. 더욱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구조화된 대립적 노사관계와 그에 따른 상호신뢰 부족, 타협경험 부재는 국가, 자본, 노동이 서로 한치의 양보 없이 강경책을 선택함으로써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는 데 기여했다(신정완, 2005).
그러나 유럽 강소국의 새로운 코포라티즘(공급측면 코포라티즘 혹은 경쟁 코포라티즘)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의 코포라티즘 모색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이들 나라들에서 국가는 생산성연합(productivity coalition)과 분배연합(distribution coalition)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의 협약은 생산성 증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국제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노동시장에서의 패배자나 탈락자에 대한 보호와 재취업 기회제공, 불공정해고의 제한과 비정규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 그리고 경제성장 과실에 대한 공정한 분배 등의 이슈를 패키지로 묶어서 해결했다. 과거 사회협약이 완전고용, 노사관계의 안정, 사회복지의 확대를 주요 의제로 삼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이호근, 2002; 정병기 2004).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분배연합을 형성하려면 사회협약의 전통적 당사자인 기업(기업가 단체)과 노동조합의 특권적 지위를 어느 정도 양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실직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취약집단들의 이해가 반영되는 협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체 사회의 이익과 화합하고 유대감을 확립할 수 있는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개혁지향적 사회집단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것이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넓히고 사회적 연대와 결속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코포라티즘의 또 다른 특징으로 코포라티즘의 외연을 수직적,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코포라티즘과 결사체 민주주의의 결합을 의미한다.
새로운 국가전략으로서 코포라티즘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후발개도국의 캐치업(catch-up) 발전전략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확대와 상호신뢰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구성의 원리에 대한 관심에 기초한 것이다.
IMF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우리 사회에서 여러 차례 시도되었던 코포라티즘적 타협 시도(노사정위원회 사례)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영역이나 노동시장에서 노동운동 정상조직(peak organization)의 조직 장악력이나 대외협상력이 취약했고 국가 스스로 노동시장에서의 유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진영과의 호혜적 타협이 실현될 여지는 애초에 별로 없었다. 더욱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구조화된 대립적 노사관계와 그에 따른 상호신뢰 부족, 타협경험 부재는 국가, 자본, 노동이 서로 한치의 양보 없이 강경책을 선택함으로써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지는 데 기여했다(신정완, 2005).
그러나 유럽 강소국의 새로운 코포라티즘(공급측면 코포라티즘 혹은 경쟁 코포라티즘)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의 코포라티즘 모색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먼저 이들 나라들에서 국가는 생산성연합(productivity coalition)과 분배연합(distribution coalition)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의 협약은 생산성 증대,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국제경쟁력을 강조하는 한편, 노동시장에서의 패배자나 탈락자에 대한 보호와 재취업 기회제공, 불공정해고의 제한과 비정규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 그리고 경제성장 과실에 대한 공정한 분배 등의 이슈를 패키지로 묶어서 해결했다. 과거 사회협약이 완전고용, 노사관계의 안정, 사회복지의 확대를 주요 의제로 삼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이호근, 2002; 정병기 2004).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분배연합을 형성하려면 사회협약의 전통적 당사자인 기업(기업가 단체)과 노동조합의 특권적 지위를 어느 정도 양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실직자 등을 포함한 사회적 취약집단들의 이해가 반영되는 협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체 사회의 이익과 화합하고 유대감을 확립할 수 있는 사회적 협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개혁지향적 사회집단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것이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국민적 이해를 넓히고 사회적 연대와 결속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코포라티즘의 또 다른 특징으로 코포라티즘의 외연을 수직적,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코포라티즘과 결사체 민주주의의 결합을 의미한다.
4)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의 우회적 추진 경로 : 지역사회협약
참여정부는 그동안 희망제안, 선진사회협약, 투명사회 협약 등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 재계, 시민단체 등 우리 사회의 경쟁적 관계에 있는 각 분야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의 성격을 띤 제안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05년 10월에는 우리 사회의 경제, 사회적 의제를 다룰 사회적 협의의 틀로서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종교계, 농민, 전문가와 정당 등이 참여하는 가칭 '국민대통합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제안은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나 추진계획 미비, 사회주체들간의 신뢰부재, 특히 사회정책과 노동진영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있는 정책의지나 역량에 대한 신뢰부재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전국 수준에서 코포라티즘 모델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장기에 걸쳐 형성된 안면관계와 신뢰라는 사회자본을 이용하여 지역 차원에서의 실험, 즉 다양한 지역사회협약의 성과를 축적하면서 성공 케이스의 확산을 통해 중앙단위, 전국단위의 사회협약을 준비해가는 경로가 동시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동반성장연구팀, 2005). (각주. 역이라는 단위는 행위주체들간의 상호작용과 제도화을 통한 사회자본의 축적을 실험해볼 수 있는 적절한 공간단위라 할 수 있다. 퍼트남은 지역은 하나의 독자적인 사회체제로 관리될 수 있는 총합적 역량의 신장이 필요하고, 지방정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풀뿌리조직이 육성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사회적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지역사회의 사회자본의 크기에 따라 지역사회의 복지, 경제성장이나 지방정부의 성취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보았다 (Putnam, 2000).) 지역은 참여정부 핵심정책들의 계획과 실행의 단위이다. 지방분권, 지역균형 발전 등 참여정부의 핵심정책들은 모두 지역과 연계되어 있다. 이는 한편으로 우리 사회 내에서 지역간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화 경향이 지역경제의 중요성을 더욱 증대시킨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정건화, 2003).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정책의 성패는 새로운 지역 거버넌스의 창출 여부에 달려있다. 여기서 지역 거버넌스(local governance)란 지방정부 등 제도화된 공공 부문 외에 민간 부문의 여러 행위자들까지 포함하여 의사결정과 집행이 이루어지는 상호조정의 메카니즘을 의미한다(옥원호, 2002). 그리고 지역사회협약은 민주적인 지역 거버넌스를 창출해내는 결정적 기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4. 평화체제의 구축과 개방적 민족경제의 확립
4. 평화체제의 구축과 개방적 민족경제의 확립
1) 개방경제체제와 대내외 정책기조의 확립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개방과 협력을, 정치ㆍ군사 측면에서 평화와 협력을 장기적ㆍ상호보완적 관계로 설정한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을 강조하는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며, 평화와 공동번영의 동시 추구를 지향하는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단 여기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할 장기전략 개념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개방과 협력을, 정치ㆍ군사 측면에서 평화와 협력을 장기적ㆍ상호보완적 관계로 설정한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정착을 강조하는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며, 평화와 공동번영의 동시 추구를 지향하는 참여정부의 ‘동북아 구상’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단 여기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할 장기전략 개념이라는 점을 제시한다.
2) 대외경제 및 외교안보 전략
FTA는 개방과 협력이 조화되는 차원에서 추진한다. 한국은 FTA의 파트너로 ASEAN 국가와 일본을 먼저 설정하고, 이들과의 FTA를 모범으로 하여 미국, 중국과 협상을 추진하도록 한다. 남북한 통합을 국제적 질서와 조화시키기 위해 남북한 간에도 FTA를 체결하는 것이 좋다. 개방과 경제통합은 협력과 연대의 가치와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동북아-남북한 협력과 통합을 위해서는 소득격차 및 기술격차를 급속히 확대시키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구조기금’, ‘연대기금’ 등 협력을 위한 제도적ㆍ재정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5. 혁신친화적 경제발전 모델
1) 혁신친화적 경제발전의 방향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서는 혁신클러스터 육성전략을 유효한 전략적 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혁신클러스터 조성의 기본적인 원리로서 동북아시아의 개방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혁신과 연대의 네트워크 조성을 지향한다. 이러한 혁신클러스터의 조성을 통해 한편으로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통합경제의 주도를 지향한다.
2) 네트워크형 모델과 혁신클러스터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에서는 우리나라가 현재 당면한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여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네트워크형 모델’을 성장과 발전의 기본방식으로 삼고자 한다. (각주. 네트워크형 발전 모델이란 이전의 개발독재형 발전 모델이 지닌 자기중심성과 폐쇄성을 극복하고, 다른 부문과 수평적이고 상호보완적 협력을 하는 가운데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모델이다. 시장 및 위계조직과 구분되는 네트워크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상원(2005)을 참조.) 네트워크형 모델은 기존의 여러 갈래로 분절된 경제구조를 극복하는 길이며, 나아가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governance structure)를 통하여 경제적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길이기도 하다.
FTA는 개방과 협력이 조화되는 차원에서 추진한다. 한국은 FTA의 파트너로 ASEAN 국가와 일본을 먼저 설정하고, 이들과의 FTA를 모범으로 하여 미국, 중국과 협상을 추진하도록 한다. 남북한 통합을 국제적 질서와 조화시키기 위해 남북한 간에도 FTA를 체결하는 것이 좋다. 개방과 경제통합은 협력과 연대의 가치와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동북아-남북한 협력과 통합을 위해서는 소득격차 및 기술격차를 급속히 확대시키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구조기금’, ‘연대기금’ 등 협력을 위한 제도적ㆍ재정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5. 혁신친화적 경제발전 모델
1) 혁신친화적 경제발전의 방향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서는 혁신클러스터 육성전략을 유효한 전략적 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혁신클러스터 조성의 기본적인 원리로서 동북아시아의 개방적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혁신과 연대의 네트워크 조성을 지향한다. 이러한 혁신클러스터의 조성을 통해 한편으로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통합경제의 주도를 지향한다.
2) 네트워크형 모델과 혁신클러스터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에서는 우리나라가 현재 당면한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여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네트워크형 모델’을 성장과 발전의 기본방식으로 삼고자 한다. (각주. 네트워크형 발전 모델이란 이전의 개발독재형 발전 모델이 지닌 자기중심성과 폐쇄성을 극복하고, 다른 부문과 수평적이고 상호보완적 협력을 하는 가운데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모델이다. 시장 및 위계조직과 구분되는 네트워크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상원(2005)을 참조.) 네트워크형 모델은 기존의 여러 갈래로 분절된 경제구조를 극복하는 길이며, 나아가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governance structure)를 통하여 경제적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길이기도 하다.
새로운 네트워크형 모델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그리고 중소기업들 간의 새로운 분업구조를 지향하되, 그것이 대외에 개방된 형태로 이루어짐으로써 수평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하고, 첨단기술 뿐 아니라 현장기능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혁신역량을 네트워크 전체가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부가가치의 창출 능력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적극적이고, 또한 사회적 견제와 내부자 감시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함으로써 네트워크 내부의 분배 공정성이 사전적으로 확보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조성재 외, 2005).
이러한 한국경제 내외부의 연결망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그리고 기업들 간의 관계뿐 아니라 대학, 연구소,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의 공간으로서의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포괄하는 혁신클러스터의 조성은 네트워크형 모델의 전략적 수단으로 부각된다. 클러스터의 조성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대기업을 포함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들의 집적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산업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강현수⋅정준호, 2004).
6. 통합적 사회정책의 구축
1) 연대의 현재조건과 지향
외환위기를 계기로 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 모델의 성격이 크게 변하면서 사회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성장과 분배 고리가 단절되고 생산-고용-교육-복지 간의 연계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즉, 글로벌화와 기술변화, 구조조정 등의 환경 변화 속에서 글로벌 수출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간의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성장의 분배 효과(trickle down effects)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에 따른 사회경제적 단절과 배제 현상의 배후에는 성장-고용-분배 간 선순환 구조의 해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즉, 성장과 분배의 단절에는 고용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어, 성장이 양질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고, 고용이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용 질의 향상이 생산성 향상과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회정책의 목표는 단순히 소득이전을 통해서 빈곤을 해결하고 빈곤층에 기회를 높여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추구하는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의 사회정책은 경제 부문간 사회계층간 분절화 경향을 치유하고 개방화·시장화 및 혁신 활동의 증가가 개인에게 초래하는 위험을 사회화함으로써 사회정책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을 매개로 하여 교육․훈련 및 복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사회정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러한 유기적, 통합적 사회정책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초래한 사회적 탈락자들을 사회 내로 더 나아가 노동시장 내로 통합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시장의 실패와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위험을 사회화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통합적 사회정책은 경제 주체들의 단기주의적 행위 양식을 교정하고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줄여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개인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정책이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사회정책과 결합되지 않고서는 능동적인 개방과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이라는 국가전략의 성공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2) 통합적 사회정책의 기본 방향
지금의 상황은 생산성과 고용, 고용의 양과 고용의 질, 고용증대와 빈곤감소 등이 모두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또한 개인들에게 닥친 위험의 증대는 경제 주체들의 단기주의적 행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기업의 단기주의적 고용전략과 노조의 단기주의적 임금전략이 대립적 노사관계의 나쁜 균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국가 단위의 고용전략을 기초로 한 통합적인 사회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전병유, 2005). 첫째, 최저임금제의 도입과 하도급 구조개선 등을 통해 저임금-저생산성 영역의 비중을 줄이고, 공공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창출을 통해 고용구조의 선진화를 달성하는 것, 둘째, 고용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높이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및 사각지대의 해소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노사관계 안정의 기초를 다지는 것, 셋째, 사회협약 정치의 활성화와 중층적 노사관계의 구축을 통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7. 결론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사회 발전의 주체 세력이 혁신과 연대를 지향하면서 개방을 통해 이를 보완해가는 3차원의 가치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대외관계, 국내경제 및 사회문화 등 국가 하위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는 가운데 구체화되도록 설계하였다. 이들 각각의 하위시스템은 민주적 발전국가의 국가운영전략을 통해 일관성과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민주적 발전국가는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연관을 강화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결사체 민주주의의 원리를 도입한 새로운 코포라티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민주적 발전국가는 대내적 차원에서 혁신경쟁 우위의 산업정책과, 연대를 실현하는 사회정책을 강조하며, 대외적 차원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개방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민주적 발전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 이외에도 평화와 분권, 생태 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개방지향적인 평화외교를 통해 세계의 평화지향적인 국가들과의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세계적 평화체제의 정착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평화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서는 개방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국민국가 내의 하위 지역들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다층적 가버넌스 창출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분권의 가치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 기초한 대안적 경제체제는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환경 즉, 생태에 대한 관심을 중요한 가치로 설정한다. 지식기반 경제의 창출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삶과 생활을 시장과 선순환적으로 결합하고, 제도로서 네트워크 환경에 체화된 지식자본으로 글로벌 경제 내에서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로컬 영역의 창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시스템은 생태친화적인 시민사회와 공존하는 메커니즘을 성립함으로써 위험사회가 아닌 ‘안전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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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국경제 내외부의 연결망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 그리고 기업들 간의 관계뿐 아니라 대학, 연구소,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의 공간으로서의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포괄하는 혁신클러스터의 조성은 네트워크형 모델의 전략적 수단으로 부각된다. 클러스터의 조성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대기업을 포함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들의 집적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산업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강현수⋅정준호, 2004).
6. 통합적 사회정책의 구축
1) 연대의 현재조건과 지향
외환위기를 계기로 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 모델의 성격이 크게 변하면서 사회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성장과 분배 고리가 단절되고 생산-고용-교육-복지 간의 연계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즉, 글로벌화와 기술변화, 구조조정 등의 환경 변화 속에서 글로벌 수출대기업과 영세 중소기업 간의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성장의 분배 효과(trickle down effects)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에 따른 사회경제적 단절과 배제 현상의 배후에는 성장-고용-분배 간 선순환 구조의 해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즉, 성장과 분배의 단절에는 고용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어, 성장이 양질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고, 고용이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고, 고용 질의 향상이 생산성 향상과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회정책의 목표는 단순히 소득이전을 통해서 빈곤을 해결하고 빈곤층에 기회를 높여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추구하는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의 사회정책은 경제 부문간 사회계층간 분절화 경향을 치유하고 개방화·시장화 및 혁신 활동의 증가가 개인에게 초래하는 위험을 사회화함으로써 사회정책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을 매개로 하여 교육․훈련 및 복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사회정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러한 유기적, 통합적 사회정책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초래한 사회적 탈락자들을 사회 내로 더 나아가 노동시장 내로 통합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시장의 실패와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위험을 사회화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통합적 사회정책은 경제 주체들의 단기주의적 행위 양식을 교정하고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줄여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개인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정책이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사회정책과 결합되지 않고서는 능동적인 개방과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이라는 국가전략의 성공도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2) 통합적 사회정책의 기본 방향
지금의 상황은 생산성과 고용, 고용의 양과 고용의 질, 고용증대와 빈곤감소 등이 모두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또한 개인들에게 닥친 위험의 증대는 경제 주체들의 단기주의적 행위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기업의 단기주의적 고용전략과 노조의 단기주의적 임금전략이 대립적 노사관계의 나쁜 균형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국가 단위의 고용전략을 기초로 한 통합적인 사회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전병유, 2005). 첫째, 최저임금제의 도입과 하도급 구조개선 등을 통해 저임금-저생산성 영역의 비중을 줄이고, 공공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창출을 통해 고용구조의 선진화를 달성하는 것, 둘째, 고용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높이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및 사각지대의 해소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도모하고 노사관계 안정의 기초를 다지는 것, 셋째, 사회협약 정치의 활성화와 중층적 노사관계의 구축을 통해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7. 결론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사회 발전의 주체 세력이 혁신과 연대를 지향하면서 개방을 통해 이를 보완해가는 3차원의 가치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대외관계, 국내경제 및 사회문화 등 국가 하위시스템의 특성에 따라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는 가운데 구체화되도록 설계하였다. 이들 각각의 하위시스템은 민주적 발전국가의 국가운영전략을 통해 일관성과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하였다.
민주적 발전국가는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연관을 강화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결사체 민주주의의 원리를 도입한 새로운 코포라티즘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민주적 발전국가는 대내적 차원에서 혁신경쟁 우위의 산업정책과, 연대를 실현하는 사회정책을 강조하며, 대외적 차원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개방적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민주적 발전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개방, 혁신, 연대의 가치 이외에도 평화와 분권, 생태 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개방지향적인 평화외교를 통해 세계의 평화지향적인 국가들과의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세계적 평화체제의 정착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평화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서는 개방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국민국가 내의 하위 지역들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다층적 가버넌스 창출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분권의 가치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에 기초한 대안적 경제체제는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환경 즉, 생태에 대한 관심을 중요한 가치로 설정한다. 지식기반 경제의 창출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삶과 생활을 시장과 선순환적으로 결합하고, 제도로서 네트워크 환경에 체화된 지식자본으로 글로벌 경제 내에서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로컬 영역의 창출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시스템은 생태친화적인 시민사회와 공존하는 메커니즘을 성립함으로써 위험사회가 아닌 ‘안전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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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장 시민참여 책임정치
1. 시민참여와 공공성 정치의 사상적 기반: ‘시민적 공화주의’(Civic Republicanism)
1) 문제의식
새로이 들어선 참여정부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공화제의 정치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구성해나가려 한 최초의 정부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민주적 갈등 해결 시스템 구축 시도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것처럼 백가쟁명식 갈등의 양상을 노출시켰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그간 필연적으로 발현되어야 할 것들을 표출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의 진보이지만 부정적 측면에서는 이러한 갈등 해결의 기준선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문제들을 낳고 있다. 사실 유감스럽게도 참여 정부는 민주공화제 구축의 문제의식을 단지 정치 개혁, 시민 참여 강조 등에 그칠 뿐 보다 깊이 있고 일관된 철학적 원리의 차원으로까지 상승시키지를 못했다(정책기획위원회, 2005: 42-43).
이러한 한계 속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한국 정치의 문제를 몇 가지 나열하자면, 우선 첫째로 정치 시스템 내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결시키고 민주공화국의 원리에 걸맞게 민주적 갈등을 표출시키는 과정에서 의회, 행정, 사법간 갈등이 지나치게 격화되고 있다. 고전적 공화주의의 전통에서는 갈등 자체를 부정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스템 내부의 갈등이야말로 정체와 타락을 방지하는 혁신적 동력이다. 하지만 현재의 갈등 양상은 공화주의적 의미에서의 생산적 긴장을 위한 갈등이라기보다는 독일의 파시즘 사상가인 슈미트가 말한 적대적 갈등에 더 가깝다.
반면에 이러한 적대적 힘의 과도한 표출을 억제하고 완화시킬 반작용들은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스템 내의 대통령의 정치적 활동은 중립성이라는 왜곡된 담론의 영향 하에 제한되고 의회는 내부적으로 갈등을 완화시키는 제도적, 정치적 기능을 상실했으며 정당은 아직도 지역적 균열 구조를 넘어서는 사회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형성해나가고 있지 못하여 책임정당 정치는 정착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제 담론을 대체하는 제왕적 사법부 담론은 지배적으로 영향을 발휘하며 정치적 갈등의 생산적 표출을 왜곡시키고 있다. 흔히 한국에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의 건국의 시조들조차 제퍼슨은 물론이고 심지어 메디슨까지도 ‘모든 결정의 최종 심급으로서 판사 등의 엘리트가 아닌 민중’(Kramer 2004)이라는 관념을 공화제의 당연한 원칙으로 사고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는 상당한 보수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메디슨 같은 자유주의자조차 한국에서 활동한다면 좌파 포퓰리스트로 매도를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시스템을 규제할 바깥의 운동적 힘들이 내부로 투입되는 구조와 기회들을 창출하고 있지 못하고 이러한 운동적 힘들의 투입을 불건강하게 생각하는 협소한 대의제 민주주의 담론이 보수뿐 아니라 민주개혁 진영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으로 역동적 균형을 상실한 정치 시스템 내부의 갈등 구조는 향후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의 진전을 가로막을 암초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제도권 내부를 넘어서서 전 사회적으로도 냉전적 시절의 잔재인 볼세비즘적 전투성과 수구적 보수 같은 극단적 경향들이 강하게 잔존하면서 갈등의 생산적 해결과 유연한 타협의 지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자는 노동계일각에 여전한 전투적 조합주의 경향, 진보 진영 일각의 북한에 대한 호의적 시각의 뿌리를 이룬다. 반면에 후자는 독점 수구 언론 및 구 보수 진영의 잔존을 부단히 재생산시키고 있다. 이 양자는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로 서로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상호간의 존재의 정당성을 강화하며 생산적 갈등과 의미있는 사회적 협약을 저지한다. 냉전적 정치 갈등 이외에도 사회, 문화적 차원에서도 갈등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의 가치, 도덕주의 등 토크빌적 합의주의 문화와 보헤미안적인 문화 취향의 그람시적 반문화가 생산적으로 공존하기 보다는 서로 간에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향후 이 두 가지 힘 간의 생산적 균형을 잡아내는 것은 한국이 IT 등의 창조적 영역의 성공과 사회적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로 시장주의적 가치관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이는 정치의 생산적 갈등 해결 능력을 부단히 침식한다. 세계화 이후 급속히 도입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모델은 전 사회적으로 공적 의식을 생성시킬 싹을 아예 배제하고 자본의 협소하고 단기적인 경제논리에 사회가 실질적으로 포섭되도록 만들고 있다. 기존의 권위주의적 발전국가는 가족 단위 모델을 국가에까지 확대한 가부장적 국가에 국민이 수동적으로 복속되는 것을 의미해 왔기에 한국에서는 헌법상 공화국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적이고 자율적인 시민들은 창출되어 오지 못했다. 아직 이 잔재가 존속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신자유주의에 따른 개인주의화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사회를 부가시켜 엄청난 사회적 긴장을 창출하고 갈등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한국 사회는 제도 정치 시스템 내 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갈등 해결 시스템 및 능력에 있어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더욱 심각한 갖가지 병리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내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할 국가로 정립될 수 없으며 북한 및 동북아 국가들과의 생산적이고 민주적 통합을 더욱 늦추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갈등 해결을 위한 철학에까지 소급한 치열한 모색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심의적 시민참여와 공공성의 확대를 통해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데서 시작된다.
2) 주목되는 대안적 패러다임과 그 한계
(1) 거버넌스 이론
아직까지는 거버넌스 이론의 주된 경향이 보다 더 깊은 철학적 차원의 지반을 심화시키기 보다는 기술주의적인 통치의 기예에 더 강조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때 위험한 점은 거버넌스의 지향점이 단순히 푸코가 말한 ‘통치력(governability)의 확대’로만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통치력 확대가 곧 보다 민주적이고 공적인 질서의 구축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거버넌스 이론은 보다 규범적 지향점을 명확히 하여 자율적 시민들의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한 공적 질서의 구축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거버넌스 이론의 주된 경향이 보다 더 깊은 철학적 차원의 지반을 심화시키기 보다는 기술주의적인 통치의 기예에 더 강조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때 위험한 점은 거버넌스의 지향점이 단순히 푸코가 말한 ‘통치력(governability)의 확대’로만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통치력 확대가 곧 보다 민주적이고 공적인 질서의 구축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거버넌스 이론은 보다 규범적 지향점을 명확히 하여 자율적 시민들의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한 공적 질서의 구축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2) 전통적 공동체주의
각 나라마다 맥락은 다르지만 지구적으로 갈등 확산, 개인주의화, 정치 신뢰 저하, 공동체 약화, 퇴폐적 현상 등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면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인간을 강조하는 공동체 이론이 새롭게 주목받아 왔다. 공동체주의는 기원이 서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관이고, 동양은 불교의 연기설이나 유가사상등이며 그간 현대 자유주의의 반사회적 개인주의에 반기를 들고 공동체의 전통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개인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대개는 자유주의와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이라는 의미에서 공동체주의적 자유주의(comunitarian liberalism)로도 불린다.
하지만 에치오니, 왈쩌 등의 공동체주의자들은 지나치게 공동체의 합의된 공공선을 강조하고 자율적 시민들의 잠재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9.11 테러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의 중도적 리버럴 분파인 DLC(Democratic Leadership Council) 등을 중심으로 현재 모병제를 도입하여 미국 국민들의 애국심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미국 사회의 민주적 활력을 더욱 저하시킬 것으로 보인다.
(3) 고전적 공화주의의 부활과 한계
현재 개인주의적 함의를 가진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등 서구 사회 일각에서는 시민적 덕성을 강조하는 공화주의에 새로이 주목해 왔다. 공화주의의 어원은 res publica 로서 정치 공동체 구성원의 공적인 일을 가리킨다. 이 어원에 근거하여 홍윤기 교수는 한국 헌법 1조의 공화국이란 규정의 정치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정치 공동체 차원에서 제기되는 공적인 사안에 관해 공적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관점에서 단지 통치자뿐만 아니라 피통치자인 정치 공동체 구성원까지 그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을 정치적 의사형성과 권력 행사의 토대현장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가리킨다” (홍윤기 2004, 14)
고전적 공화주의의 부활은 여전히 공동체주의의 결함처럼 선험적이거나 공유된 가치의 우선성을 강조하고 개인의 자율과 다양성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또한 이들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태계 등 포괄하는 타자에 대한 공감의 철학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 과거 동양의 인(仁) 이란 개념에 담긴, 단지 사람뿐 아니라 천지만물을 포함한 타자에 대한 공감의 문제의식이 부재한 것이다. 반면에 마키아벨리의 공화주의처럼 매우 남성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 (평화의 철학이 아니라) 덕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렌트와 같은 근대적 공화주의도 남성주의적 철학으로부터 분명히 단절하고 있지 못하다.
2.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원리와 전략
1) 현황: 위기의 87년 체제
일본의 55년 체제가 잘 보여주었던 것처럼 장기 지속되었던 체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체제를 유지ㆍ재생산하는 지배적인 사회경제적 연합(dominant coalition)이고, 둘째는 체제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정치경제적 제도이며, 세 번째 요소는 핵심적인 공공 정책이다(Pempel, 1998: 20-25). 팸펠의 체제 전환(regime shift)의 논거를 한국에 적응해 보자면, 한국의 87년 체제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지배 연합의 차원에서 볼 때, 87년 체제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치적 동원과 지지에 성공하였던 ‘자유주의적 정치세력의 집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조희연, 2005: 68-9). 아무튼, 이 수준에서 87년 체제는 신생 자유주의 정권에 의해 반부패ㆍ인권ㆍ삼권분립 등 절차적 민주주의 혹은 일반 민주주의가 시대적 과제로 인식되고 추진되었던 시기로 정의할 수 있다.
둘째, 제도 차원에서 87년 체제를 이전의 것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직선제 선출방식에 의한 단임 대통령제의 헌정구조와 단순다수 소선거구제이다. 박명림은 87년 체제를 헌정제적 관점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87년 헌법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5년 단임제는 안정적 민주 헌법체제의 구축보다는 당시로서는 급박한 과제였던 장기집권을 방지하는 것에 있었다. 동시에 그것은 한편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3대 협약 세력의 이해의 교환의 산물이었다(박명림, 2005: 5). 아울러, 87년 체제는 정치적 대표 체계의 선출방식으로써 1인1표에 의한 단순다수 대표제에 근거하였다. 승자독식의 원리인 단임 대통령제와 소선구제는 3김 지배의 지역주의 체제와 맞물려 서로를 확대재생산하는 증식 기제로 작용하여 왔다.
셋째, 정책의 수준에서 87년 체제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대기업 주도의 성장 중심 정책과 적극적인 세계화 전략을 채택하였다. 팸펠은 일본의 55년 체제를 장착된 중상주의(embedded mercantilism)로 규정하고, 그것의 구성 요소로 정부주도의 산업정책, 경제적 집중, 수출 지향성을 지적하였는데, 이는 한국의 ‘61년 체제’ 즉 권위적인 군사정권에 의해 시도되었던 강력한 국가주도 산업화 전략과 크게 다를 바 없다(손호철, 2000). 그리고 이러한 유사성은 ‘유능한 정부의 효율적 경제개입’이라는 존슨의 발전국가로 정식화되었다(Johnson, 1999: 37-39). 87년 체제는 국가주도의 경제개입 전략이 종결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체제와 확연히 구분되지만, 여전히 대기업 주도 수출성장전략을 지향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배와 복지를 성장과 발전의 보완적 부속 개념으로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지닌다.
안정된 체제하에서 세 가지 요소는 시너지 효과나 선순환을 통하여 서로를 강화시키게 되며, 체제의 작동과 운용의 중심축을 강화시킴으로써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증진시킨다. 반대로, 세 가지 변수가 잘 조응하지 않을 때는 역(negative) 시너지에 따른 마모가 발생하고, 예측가능성과 균형이 잠식되면서 결국 수명을 다하고 곤두박질치게 된다. 오늘 한국의 87년 체제는 여러 가지 점에서 후자의 상황(downward spiral)에 놓여 있다.
(1) 민주정부의 정책 실패(policy failure)
반독재투쟁의 결과로 수립된 민주화 이행기의 신생 정부들이 안고 있는 공통점은 정책의 취약성이다. 그들은 일찍이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정책이 정치를 결정'한다(policy shapes politics)는 공리를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경구가 함의하는 바는 87년 체제의 때 이른 붕괴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 공공정책, 특히 새로운 사회정책의 도입을 통해 정치를 재구성하는데 실패한 자유주의적 개혁 정부의 무능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민주주의가 다수 시민들의 실질적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내용 없는 형식’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이럴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철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반독재투쟁의 결과로 수립된 민주화 이행기의 신생 정부들이 안고 있는 공통점은 정책의 취약성이다. 그들은 일찍이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정책이 정치를 결정'한다(policy shapes politics)는 공리를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경구가 함의하는 바는 87년 체제의 때 이른 붕괴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이 공공정책, 특히 새로운 사회정책의 도입을 통해 정치를 재구성하는데 실패한 자유주의적 개혁 정부의 무능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민주주의가 다수 시민들의 실질적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내용 없는 형식’에 불과하게 될 것이며, 이럴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철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87년 체제하에서 민주적 개혁정부의 정책적 과제
첫째는, 민주정부의 위상을 사회정책의 전면적 쇄신을 통해 성장의 결과물을 고르게 분배하는, 즉 재분배 기능을 통해 시장 경쟁의 부정적 결과를 교정하는 자비로운 정부(benevolent government)로서 재설정하는 것이었다. 논지는 복지
와 분배를 통해 정치를 재구성하는 것, 즉 정부 시스템ㆍ정책ㆍ담론의 기능과 역할을 이를 뒷받침할 목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 IMF 위기 속에서 출발한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을 통해 이에 대응하려 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한 시도들은 열패자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안전망 관점에서 보수적으로 고안되었으며, 세계화가 드리운 극심한 양극화의 파고를 막아내기에는 너무나 소극적인 처방이었다. 한편, 위기의 극복과정에서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그 역할은 ‘신자유주의 유도관’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의 불참 등으로 절름발이 운영을 면하지 못하였다(박태주, 2004: 35). 노무현 정부의 사회정책 역시 예산 상의 뚜렷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괄할 정책 패키지와 정치담론이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분산적이고, 파편화된 형태로 제시되었다.
둘째는 이러한 사회정책과 잘 조응될 수 있는 적실성있는 성장모델을 정식화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민주적 발전모델을 고안ㆍ실천하기 위한 자유주의적 개혁정부의 시도들은 대체로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하에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지향하였지만, 임기 말에 이르러 ‘민주적 시장경제 모델’은 민주없는 시장경제 모델로 전락하였다. 노무현 정부 역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동반성장 모델’을 제창하였지만 임기 중반 이후 2만불 성장 담론이 압도하면서 동반성장모델은 정부의 국정운영 지침에서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한국의 민주정부들은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 일방적으로 정치적 영역에 한정된 과제들의 해결에만 치중하여 왔다. 즉 정치적 억압과 폭력에 대항하는 일반민주주의 투쟁에 익숙하였던 자유주의 정부들은 경제적 빈곤과 불평등을 근절하기 위한 포괄적 계획을 작성하는데는 대체로 게을렀고 다소 무심했다.
(2) 작동하지 않는 제도와 심화된 사회갈등
87년 체제는 최근 주요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통치의 위기(regime without governance)에 당면하고 있는데, 그것은 세 개의 상이한 영역에서의 정책 결정의 위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헌정제도의 위기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현행 헌법은 제시된 ‘해결책이 문제이다’(solutions are the problem)라는 오랜 경구를 떠 올리게 한다. 왜냐하면, 정부의 운영 원리와 체제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규범을 규정한 헌정제도가 오히려 현실의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보다는 또 다른 문제들을 끊임없이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87년 헌정 체제는 태생적 한계로서 제정 주체의 대표성(representatives) 문제와 제정 과정의 심의(deliberation)의 결핍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현실의 구체 수준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의 한계를 안고 있다. 조기 레임덕과 교착상태를 주기적으로 지속시키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 권력구조와 분점정부를 초래하는 양대 선거주기의 불일치, 정치의 사법화를 강화시키는 경직된 법치국가 관념, 직접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비약적 발전을 수용하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 노동ㆍ복지 등 사회국가 관념의 결여, 영토조항ㆍ국가보안법체제ㆍ이주노동자 문제 등 탈냉전 및 세계화 상황에의 취약한 대비 등이다(박명림, 2005: 3-4).
둘째는 극단적 분점정부가 가져온 입법 과정의 위기이다. 일반적으로 분점정부 상황은 정치적 ‘대치와 교착’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분점정부하에서의 각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의회와 행정부 중 자신들이 장악한 영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여 다른 편의 정책 주도를 저지하는 경향이 강하며,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점차 강화된 당파성은 결국 정부의 좌초를 촉발하기 때문이다(박찬표, 2002).
물론 분점정부 상황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파국에 따른 정책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문제는 분점정부 상황에서 촉발되기 마련인 교착(gridlock)과 파국(deadlock)을 해결할 어떤 제도나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잦은 정쟁과 대립에 따라 의원들의 자율성과 재량권은 제한되었고, 비주류 출신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멸시와 반감 때문에 청와대의 대 의회 설득력이 작용할 여지는 애초에 제한되었으며, 이념의 근사성에도 불구하고 정당간의 적대감은 격렬하였다(정상호, 2004). 그렇다고, 시민단체의 낙천ㆍ낙선운동이 전국민적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의원 빼오기나 의원 꿔오기를 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었다.
극단적 분점정부가 일상화되면서 의회와 정당정치의 기능이 위축되었고, 그 결과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의 ‘정치적’ 역할이 비약적으로 증대되었다. 결국, 국가보안법을 포함해 대통령 탄핵,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 양심적 병역거부, 호주제 등 의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할 핵심 의제들이 헌법적 결정에 의존하게 되는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 경향이 더욱 심화되어 갔다.
셋째는 다층화ㆍ조직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계급ㆍ계층ㆍ지역 사이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조정 메카니즘의 부재이다. 이 문제 역시 갈등 자체가 위기라기보다는 국가ㆍ시민사회ㆍ정치사회 누구도 이 과제를 해결할 신통한 방안을 제도적으로 구비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익의 표출과 조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87년 체제와 이전 체제를 구분하는 결정적 잣대는 코포라티즘의 작동 여부이다.
명령ㆍ위계ㆍ선별적 포섭으로 상징되는 국가 코포라티즘은 해체되고 있지만 오늘까지도 이를 대신할 이익대표체계는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다. 개혁적 자유주의 정권과 전교조ㆍ민주노총의 관계가 화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적대적 관계로 변질되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장기 휴업 상태의 노사정위가 보여주는 것처럼 노동ㆍ인권ㆍ복지 분야에서 시도되었던 사회 코포라티즘의 시도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3) 정치적 기반의 약화
정치적 관점에서 우리가 보다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87년 체제하에서 진행된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과 계급의 하강 분해가 중산층 귀속의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심각한 것은 적어도 심리적 귀속의식 측면에서 중산층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5.1%였으며, ‘속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무려 74.9%에 달하였다.
정치적 관점에서 우리가 보다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87년 체제하에서 진행된 비정규직의 대량 양산과 계급의 하강 분해가 중산층 귀속의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심각한 것은 적어도 심리적 귀속의식 측면에서 중산층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5.1%였으며, ‘속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무려 74.9%에 달하였다.
(4) 악마의 맷돌: 정당없는 민주주의의 문제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은 파괴적 시장이 모든 악을 낳는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이었던 것처럼 87년 체제의 위기는 정당없는 민주주의, 즉 책임과 능력이 결핍된 정당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홀은 케인지즘의 정착이 일찍,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국가들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집권당의 성향(governing party's orientation)이었다고 한다. 노동자-농민의 계급연합에 우호적이었던 스웨덴의 사회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이 케인지즘을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가장 먼저 채택하였다. 그렇지만 홀이 집권당을 주목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그에 따르면, 정보와 자원을 통제하는 재무성 관료들에 의해 경제정책이 독점적으로 이루어지는 영국보다는 관료 외부의 전문가 집단이나 자문 그룹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었던 미국이나 스웨덴에서 케인지즘의 적용이 보편적인데, 이는 ‘관료기구에 대한 정당의 민주적 통제 능력’에 기인한것이라는 점이다(Hall, 1989: 376-377).
87년 체제의 정책 실패가 관료의 집단적 저항과 태만에 의해 초래되었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렇지만 분명한 점은 민주정부의 출범과 국정운영 과정 속에서 전문 관료가 배타적으로 행사하여 온 기술관료 주도 발전모델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청사진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시도되었다 하더라도 대체로 실패하였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 모델이나 노무현 정부의 동반성장 모델은 햇볕정책이나 분권정책과 같은 대통령의 의제로 부상하지 못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주체의 형성이나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못하였다. 이 시기 기술관료 문제에 대한 자유주의 정부의 접근은 일부 개혁적 경제학자를 중용하여 변화를 꾀하는 것이었는데, 그러한 낭만주의적 시도들은 대개 실패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집단적 이념이 아니라 개인적 성향에 의존하는 이러한 실험으로는 기술관료 조직을 통제할 수 없었고, 기업ㆍ언론ㆍ야당으로 이루어진 성장 연합의 조직적 반발을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조기 실각 원인은 개인적 역량 때문이 아니라 실현가능한 민주적 발전모델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유능한 정책집단을 갖고 있지 못한 집권당과 정부의 제한된 능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적 책임정당의 부재는 87년 체제의 통치의 위기를 가속화시켜 왔다. 87년 체제 이후에도 ‘당’이 정치의 중심으로 작동하거나, 정권 출범의 의미가 후보가 아닌 당의 집권이거나, 정부가 정당의 공약과 지지 기반에 구속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2)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원리
(1) 정당과 시민사회의 상호 강화 전략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두 가지 민주주의 원리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하나는, 달, 듀베르제, 키, 샤트슈나이더 등 신고전주의 학자들이 주창하였던 대중정당 민주주의이다. 이들의 논의는 정치 엘리트간 경쟁의 증진은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정치인과 정당의 경쟁적 노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시민참여를 제고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지도자와 정당간의 정력적 경쟁의 결과가 공회(public forum)와 대표성(representation)을 강화시키며, 일반 시민들을 적극적 시민(active citizen)으로 만드는 역동적 과정에 주목한다(Crenson and Ginsberg, 2002: 5-6). 대중민주주의는 유권자를 원자화된 고객으로, 정치인을 효율적인 경영관리인으로, 시민들에게 정치와 행정에 대한 개별 접근권을 제공함으로써 집단행동의 필요와 빈도를 감소시키고 있는 사적 민주주의(personal democracy)와 정면으로 대립한다(Crenson and Ginsberg, 2002: 234-256).
다른 하나는 자율적 시민의 직접 참여이다. 발전되고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위해 경쟁적 정당과 엘리트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제도는 그것이 내재한 관료주의적 습성과 점증주의적 타성때문에 항상 대중의 참여 욕구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제도의 능력과 활력을 위해서는 자율적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부단한 혁신운동이 필수적이다. 액커만(Bruce Ackerman)은 미국헌법의 전통을 정부에 의한 일상적 정치결정과 특별히 고양된 순간의 민중에 의해 결정되는 이원적 민주주의로 정의하였는데, 이 개념은 민중적 참여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헌법적 내용을 혁신해 나가는 역동적 과정을 포착하고 있다(안병진, 2004: 40-51). 본 연구는 애커만의 문제의식에서 더 나아가 특별히 고양한 조건이 아닌 일상적 정치에서도 시민들의 다양한 공적 참여를 강조하고자 한다.
자율적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정당을 비롯한 정치체제의 항구적 혁신을 시도하려는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정당과 시민운동의 연계를 강화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확장하자는 영(Iris Marion Young)의 제안에 가장 근접해 있다.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전제는 대의민주주의가 지속되는 한 정당의 대의 기능은 무엇인가에 의해 보완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대체될 수는 없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깊이 있는 통합과 표출, 비판과 견제를 증진하는데 시민운동의 기여가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시민운동이 민주주의와 정의를 제고하는데 있어 정당과 국가보다 더 나은 대안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정당이 민주주의의 필수요소인 이해의 집약과 조정, 공적 영역의 확장, 대의 통치를 수행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을 갖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러나 동시에 정당 체계와 때때로 긴장관계에 있는 시민참여와 시민운동이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부정의, 특히 국가권력과 시장권력의 불공정성을 제거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시민참여는 정치사회와 시민사회 모두를 활성화시키며, 양자의 연계를 강화시키는 핵심적 기제이다. 먼저 투표, 캠페인, 공직자와의 접촉, 조직 가입, 시위 등 자발적 정치참여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주인과 대리인(principal-agent)의 대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정치적 분업의 고착화로 시민과 대표들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정치전문가들이 주권자인 시민을 대체하는 기술관료적 민주주의를 극복하고, 대표들이 시민보다 지배적 이익집단의 이익을 극대화는 특수 이익집단의 지배적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임혁백, 2001).
요약하자면,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시민의 이해에 보다 밀접하고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할 새로운 정치의 출현을 위해 정당과 시민사회 사이의 연계(linkage)의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Young 2000: 154-193)에서 출발한다.
(2) 책임정당정부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제1 요소로 대중정당을 강조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정당의 저발전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정체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현실적 인식 때문이다. 민주주의란 “정당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이 국가와 시민사회를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그리고 정당이 정부를 만들고 정책적 수단을 통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심적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정당정치를 중심으로 하는 체제”라 할 수 있다(최장집, 2003). 둘째, 정당은 번햄(Walter Dean Burnham)의 지적에 따르면, 여전히 서민대중과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이해와 요구를 집약하고 표출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제도이다(Berry 1984, 66).
그런데, 시민참여 책임정치에서 제안하고 지향하는 구체적 정당모델은 ‘사회균열에 기반을 둔 정치적 대표체제의 구축과 정책 경쟁’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적 대중정당 모델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보다 정확한 표현은 '시민참여 책임정당정치'라 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 정치생활의 기본 단위는 개인이 아니라 분명한 소속감을 갖고 여타 집단과 확연히 구분되는 사회집단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집단들간의 경쟁, 갈등, 협력에 관한 것이며, 정당은 이러한 집단들을 대리하여 정치에 참여하고 국가에 주장을 전달하는 대리인(agent)으로서 궁극적으로 핵심 공직에 자신들의 대표를 위치시킴으로써 국가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 모델에서 모든 집단들은 고유한 이익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정당의 강령으로 구체화되며, 이러한 강령은 단순한 정책의 집합이 아니라 일관되게 논리적으로 연결된 총체이다. 따라서, 당의 통일성과 규율은 조직운용의 관점에서 실용적 이점만이 아니라 규범적으로 정당한 것이 된다. 대중정당 모델에서 정당성은 당의 강령과 정책의 형성에 있어서 직접적인 대중들의 참여 정도에 달려 있다. 조직적 관점에서 이것은 정당의 정책결정에 대중적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지부나 지회의 광범위한 조직화를 필요로 하며, 원외정당 특히 당원의 전체 의사를 대변할 대의원 대회의 우위를 요구한다.
책임정당정치가 추구하는 두 가지 가치는 민주적 책임성(accountability)과 대표성(representation)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강조하는 책임성은 클린턴 행정부의 혁신(Reinvent) 프로그램에서 강조되었던 정부의 시민에 대한 반응성(responsibility)의 의미와는 다른 맥락에 있다. 클린턴 행정부의 신공공 행정학에서 책임성의 대상은 단지 정부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객체인 고객(client)이며, 이들은 시장에서 사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는 개별적 구매자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책임정당정치에서 책임의 대상은 정보를 소유한 주체로서 시민(informed citizen)이며, 이들은 정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역사적 실체로써 공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한다(Crenson and Ginsberg, 2002:
8).
책임성은 선출된 대표가 주권자의 충실한 대리인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준칙인데, 여기에는 수평적 책임성과 수직적 책임성이 있다. 수평적 책임성은 정부기구들의 상호견제와 감시를 통해 권력의 불법, 탈법 행위를 제거하고 시민의 이익에 봉사하게 강제하는 것이다. 권력분립을 통해 지지 기반, 선출방식을 달리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대표를 독점할 수 없게 하는, 즉 대의기구간의 상호견제와 균형의 작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수직적 책임성은 정부나 정당이 선거를 통해 시민에게 직접 책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정치 하에서 이러한 집행권과 입법권의 위임은 대통령 개인이나 개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당에 대한 선택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책임정치는 곧 ‘책임정당정치’라 할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시민의 의사를 위임받은 정당이 정부를 구성할 뿐 아니라, 집행부와 의회를 융합하면서 정책을 힘있게 실현하고 그 결과에 대해 다음 선거를 통해 시민에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책임정당정치 또는 정당정부는, 민주주의 초기의 엘리트주의적 간접민주주의를 극복하고, 선거를 통해 나타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과정에 반영시킴으로써 국가정책 및 정치권력에 대한 주권자의 통제를 가능케 하는 핵심적 장치이다.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정부를 총괄하는 대통령직(presidency)의 민주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공익은 갈등적인 정책 논쟁을 거쳐 정치적 대통령에 의해 가장 잘 대변되는 반면, 대통령이나 연방법원의 공적 통제에 종속되지 않는 특수 이익은 분절된 행정 시스템인 지역 정치에서 가장 강력하게 발현되기 때문이다(McConnell, 1966). 아울러, 강력한 사회적 기반을 갖춘 정당 지도자로서 대통령은 특수이익의 로비보다는 일반 대중의 이해를 실현하는데 두드러지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민주적 다원주의를 강화시켜 왔다.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바람직한 대통령 모델로써 기업가형(CEO) 대통령이나 행정형 대통령을 부정하고 정치창출형(making politics) 대통령을 지향한다. 행정형 대통령은 대통령이 정당의 정치지도자로서 여당과 함께 집권당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국정운영과 무관한 당파적 이해의 추구라고 공격하면서 대통령의 ‘탈정당화’, ‘탈정치화’, ‘당정분리’ 등을 촉구한다. 행정형 대통령은 기존의 국가목표와 가치, 재분배 구조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단지 목표의 효율적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 개발에 치중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정치창출형 대통령은 정당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일반 시민의 이해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고려하여 국가의 목표 및 기능에 대한 재규정과 이를 위한 자원의 재배치를 적극적으로 선도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이때, 리더십은 좁은 의미에서의 권력 행사가 아니라, 시민의 핵심 요구를 국정지표이자 국정이념으로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지지를 동원하며, 당ㆍ정ㆍ청을 통괄하여 국정 아젠다를 집행하는 일종의 기획가로서(political entrepreneur)의 정치 리더십을 의미한다.
(3) 자율적 시민의 직접 참여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정치의 영역을 정당과 선거의 제도로 한정하는 선거민주주의나 민주주의를 운영의 효율성 관점에서 평가하려는 기능적 민주주의에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정당과 선거 그리고 그것의 반영물로서 공공 정책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을 갖고 잘 조직화되어 있는 집단과 그 구성원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Grady, 1993: 19-20).
우리는 무엇보다도 정치의 새로운 주체로써 자율적 시민을 설정하고 있다. 이 자율적 시민이란 개념은 기존 자유주의 주류에서 강조하는 개인의 이성적이고 독립적인 능력보다는 사회의 급진적 재구성을 지향하는 주체이다. 동시에 전통적인 민중, 인민, 국민들 같은 근대적 주권 국가하의 유기체적인 개념보다 탈근대적인 존재양식인 자율성, 관계성, 다양성, 아래로부터의 능동성, 유동성, 불확정성을 더 정확히 표현하는 개념이다.
특히, 어떤 분야의 전문가보다도 일반 시민들의 다양한 경험과 정보, 지식과 이해를 반영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참여(bottom-up participation)를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시민의 참여를 단순한 투입 압력과 한정된 정부 영역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ㆍ결정ㆍ집행의 전 과정에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즉 관료적 국가기구들의 변혁을 지향하고 있다(Fung and Wright, 2003: 16-18).
효율성보다는 대표성, 경쟁의 자유보다는 기회의 평등을 강조하는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자율적 시민의 자발적이고 공정한 참여를 민주주의의 본질로써 강조한다. 민주적 참여의 핵심으로서 평등을 강조하는 까닭은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관심사에 대한 정부의 반응뿐만 아니라 개별 시민들의 이해에 대한 동등한 고려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한 참여속에서 시민들의 주장(voice)은 명료(clear)하여 정책결정자들이 시민들의 관심사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힘이 있어서(loud) 시민들의 소리에 귀 귀울이는 것이 인센티브로 작동하게 된다(Verba, 2002: 509-511).
그렇지만,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정치참여에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삶의 기반인 지역에 근거한 다양한 결사체 활동이 이상적 민주사회의 본질적 요소임을 이해하고 있다. 토크빌이 언급한 “접근가능한 작은 영역내에서의 다스리는 기술“은 시민적 삶을 윤택하게 하고 사회의 협동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사회자본을 생산하게 된다. 다양한 결사체 활동은 참여과정을 통해 집합적 활동방식과 집단 토론 및 의사결정을 학습하게 하는 정치사회화 과정이며, 관용과 공동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시민의 덕성을 배양하여 준다(Skocpol, 1999: 68). 또한, 정치나 공공 정책과 상관없는 비정치적 제도와 기구에의 참여가 시민들의 조직적, 의사소통상의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정치활동을 촉진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Verba, 2002: 18). 시민참여 책임정치에서 자율적 시민들은 당원이나 지지자로서의 정치적 활동에 적극적이며, 동시에 공익적 시민단체 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3) 시민참여 책임정치 구현을 위한 4대 전략
(1) 공공성의 정치로의 전환
자유주의 정부의 정책적 프레임 자체를 사회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지적(조희연, 2005: 68-9)은 문제를 관통하고 있다.
공공성의 정치는 ‘정책이 정치를 결정’한다는 실천적 정향(practical orientation)을 제1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실천적 문제에 구체적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의 적대적 태도를 협력과 우애의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Fung and Wright, 2003: 16-18).
공공성의 개념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공식적인 것(officialness)으로서 국가 또는 정부의 범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권력과 권위의 공식적 행사를 지칭한다(백승현, 2002: 222). 다른 하나는 공적인 것(res publica)으로, 이는 공동의 이익과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한 자율적 시민들의 사회적 활동과 영역을 뜻한다.
공공성 정치의 구체적 표현은 사회정책 혹은 공공정책이다. 사회정책은 사회문화적 프로젝트로서 공공선을 지향하는데, 사회정책을 둘러싼 정치 담론과 정당의 경쟁 과정이 공적 생활(public life)을 형성시킨다. 즉, 공공선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정책을 매개로 사회 행위자들에 의한 개별적, 집단적 정체성의 형성과 재형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게 된다(Calhoun, 1998: 20-22). 또한 공공선은 공동체주의에서 주장하듯이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정책을 매개로 심의민주주의적 기제를 통해 부단히 형성, 재형성의 과정을 거친다(Honohan 2002). 이처럼 정치의 혁신은 공공성 구현을 위해 사회정책 중심으로 정치ㆍ정부ㆍ정당의 운용 시스템을 새롭게 고안(reinvent)하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절박한 시민의 이해와 요구는 주택ㆍ교육ㆍ고용 등 시민의 삶과 밀착된 사회적 의제에 대한 본원적 문제해결로 집약될 수 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진보정당의 강령대로 ‘완전 무상교육, 무상의료 체계’를 희망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 서비스의 질을 훼손함이 없이 성실한 다수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혁신적 사회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혁신이 요구된다. 정부의 예산과 조직구조가 안보 및 발전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재편되어야 한다. 구체적 방향으로는 첫째, 고용정책이 복지정책과 연계될 수 있도록, 노동부-복지부-여성부를 통합하여 노동복지부로 개편한다. 둘째는 정부 예산 구조를 적극적 사회재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대책들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목적세로서 복지세의 전격적인 도입이다. 셋째는 주택ㆍ교육ㆍ고용의 3대 생활정치 영역에 있어서 기존의 시장 자유주의 프레임에서 탈피하여 과감하게 급진 자유주의 정책 프레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가령,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8.31 관련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후속 조처로 사유재산 절대주의와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구 정책 프레임을 넘어 주택의 전면 원가공개 등 공공재로의 토지개념에 기반하는 적극적인 토지 공개념 정책 차원으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
(2) 다자간 코포라티즘으로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대립하는 사회세력간 협력의 증진과 합리적 의사소통의 확대를 통한 연대의 정치를 지향한다. 첨예한 사회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사이의 의사소통 확대를 통해 합리성을 증진시키고 협력의 영역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대립하는 사회세력간 협력의 증진과 합리적 의사소통의 확대를 통한 연대의 정치를 지향한다. 첨예한 사회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사이의 의사소통 확대를 통해 합리성을 증진시키고 협력의 영역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① 민주적 코포라티즘의 이론적 유효성과 현실적 한계
사회협약정치는 일차적으로는 노동ㆍ자본ㆍ국가사이의 정치적 교환과 계급ㆍ계층 갈등의 제도화를 통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위기관리 메카니즘이지만,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사회적 균열과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여 사회안정을 이룩하는 통합의 메카니즘이기도 하다. 그러나 1980년대 신자유주의 모델의 등장에 따라 조합주의 모델은 몇 가지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첫째는 효율성이다. 사회코포라티즘의 장점으로 거론되었던 제도적 장치들은 시장경제의 유연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되었고, 합의적 정책결정은 경직성의 덫에 걸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없으며, 다양한 사회적 하부이익을 고려하지 못하는 중앙집중적 협약은 관료적, 획일적인 것으로 지적되었다(강명세, 1999: 32).
둘째는 민주적 대표성이다. 다원주의나 민주적 조합주의는 집단의 조직력에 비례하여 발언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특
히 조직 노동과 조직 자본의 발언권에 우선 순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협상권이 부여된 이익에게는 조직의 독점과 특권을 보장하며 확정된 게임 밖에 있는 열외자(outsider)들에게는 소외와 배제를 조장하는 차별에 근거한 이익체계이다.
셋째는 한국에서의 작동가능성이다. 노사정위원회의 도입으로 출발한 한국의 사회협약정치는 정치경제적 조건이 부재하여 명백한 한계와 결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정치적 교환으로서의 성격을 갖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계급타협을 조성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저항을 무마하려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출발하였다는 태생적 한계가 사회협약정치의 제도적 발전을 제약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작동을 멈춘 노사정위원회는 한국의 사회협약정치가 노동계급의 대표성을 제도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합의적 경제운용에 의한 정치체제의 통치능력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선학태, 2004: 186).
본 연구는 한국에서 사회협약정치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결정적 요인의 하나로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대안(solutions)이 아니라 문제(problem)’라는 우파적 인식은 일정 부분 정당하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노동과 복지를 포함한 사회정책의 부재가 ‘노동없는 민주주의’를 양산해 왔기 때문이다(최장집, 2002). 또한 현실에 있어서도 그간 민주정부의 노동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감정적 태도가 노사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악화시켰고, 소모적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기 때문이다. 노동의 문제를 귀족화된 대기업의 정규직 문제로 환원시키는 편협한 인식, 사회협약의 부진을 노조 내부의 부패로 귀속시키는 책임 전가 태도, 노동을 선진민주사회의 견고한 기반이자 동반자가 아니라 단순한 이해당사자(affiliation)로 간주하는 개별 이익집단의 관점이 문제의 발단이다. 정부의 노동에 대한 발본적 인식 전환이 사회협약정치의 온전한 작동을 위한 선결과제임에 틀림없다. 이에, 기존의 사회협약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방안으로서 협력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② 다자간 코포라티즘으로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
민주적 조합주의의 대표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자치역량이 있는 참여적 거버넌스’(Empowered Participatory Governance, EPG)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Fung and Wright, 2003: 266).
【표 3-2】거버넌스 레짐의 유형
견제력의 정도 저 ----------------------------------------- 고
거버넌스 제도
하향식(top down) 행정 Ⅰ. 포획된 하위정부 Ⅱ. 적대적 다원주의
참여적 협력 Ⅲ. 호선, 참여적 분장 Ⅳ. EPG
(window dressing)
포획된 하위정부(Ⅰ)는 종속된 하위 이익들이 동원되지 못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관료와 특수이익의 결탁이 공공정책을 왜곡하는 이익집단 정치의 전형이다. 적대적 다원주의(Ⅱ)는 집단 동원의 정치에 해당된다. 1960년대의 인종운동, 1970년대와 80년대의 환경운동, 20세기 코포라티즘하의 노동정치가 전형적인 사례이다. 호선, 참여적 분장(Ⅲ)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취약하여 중앙의 권한 이양이 지역토호세력의 강화에 기여하는 경우이다. 즉 현장에서의 견제력이 부재하다면 분권이나 참여민주주의의 실험은 국가의 축소, 탈규제로 전락할 것이다. 이 속에서 대립세력들은 호선되거나 중립적이 될 것이며, 협력적 참여는 단지 분식회계로 그칠 것이다.
EPG(Ⅳ)은 Ⅲ과 마찬가지로 권력을 분산화된 정부단위에 위임하며, 일반시민을 포함한 광범위한 이해 당사자들에게 정책결정을 공개하고, 외부의 규칙을 부과하기보다는 시민참여를 통해 공적 문제의 해결에 주력한다. EPG(Ⅳ)이 Ⅲ과 다른 점이 중요한데, 첫째는 조직화된 이해당사자만을 정책결정과 협의의 주체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사정 3자만이 아니라 공신력있는 공익적 시민단체나 지역현안일 경우 풀뿌리 단체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한다. 또한, 종속된 혹은 산재된 개별 시민이 아니라 다양한 이익과 단체의 조직화를 지원하며, 그럼으로써 보다 평등한 조건에서 다양한 집단간의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EPG 모델에서 제안된 참여적 협력 거버넌스는 이념적 적대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보다 실용적 접근과 심의(deliberation)를 통한 집행력의 제고를 지향한다. 또한 그것은 기존의 적대적 거버넌스와 연대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Fung and Wright, 2003: 280).
참여적 협력 거버넌스의 구축은 협상 및 토의과정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협력(joint action)과 상호지원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문제해결을 위한 행위자간의 공동 노력과 상호 지원은 신뢰와 우애를 증진시킴으로써 협약의 성공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고한다. 구체적으로 이 과정은 협약체결을 가로막고 있는 상대방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참여자들의 공동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정부와 자본은 분산적이고 파편화된 기업노조주의를 부문ㆍ업종ㆍ산별노조로 전환시키려는 노동조합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산별노조를 통한 노동운동의 강화는 계급타협의 조건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시민으로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참여적 협력 거버넌스는 비단 노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치적 대립의 해소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가령, 정부는 냉전반공시대의 적대적 대북정책을 유지하여 온 한나라당에 더 많은 정보와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나라당의 합리적 보수정당으로의 변신을 지원할 수 있다.
(3) 결사체 민주주의를 통한 조직 민주화
민주적 코포라티즘을 통한 사회통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힘있는 조직들이 편협한 자기이익(self-interest)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공공선을 창출하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Mansbridge, 2003: 176).
결사체 민주주의는 이러한 과정이 외부의 강제나 타율적 규제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권한 위임(devolution)과 결사체 내부의 자율적 규제에 의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런 점에서 결사체주의는 사회가 자발적이고 민주적으로 자율적인 결사체에 의하여 운영될 때 인간의 자유와 복지가 가장 잘 구현될 수 있다는 확고한 규범적 주장을 공유하고 있다(Hirst, 1994: 25). 특히, 결사체 내부의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슈미터의 사적 이익정부(Private Interest Government)는 매우 유용하다. 이 개념은 ‘결사체적이거나 이익에 기반한 집단행동이 공공정책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게 되는 일련의 구조’이자 적절하게 설계된 제도에 따라 전체 이익에 공헌하도록 만들어진 특수 이익을 갖는 사회집단으로서 자율적 규제를 시행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슈미터는 이러한 자율규제 기관(self-regulating agency, regulated self-regulation by organized interest)은 집행의 효율성과 정당성 측면 모두에서 국가의 규제에 앞선다고 주장한다. 슈미터는 자율규제의 경우 조직 구성원들의 상황과 관심에 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해당 결사체의 리더십과 스텝에 의해 집행되기 때문에 국가규제보다 덜 형식적이고 더 유연하며, 정책 대상자들에게 수용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규제는 전체 이익을 명분으로 특정 집단의 희생을 강제하며, 국가 개입의 적절한 범주와 역할을 둘러싸고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유발하는데 반해, 사적 이익정부에 의한 자율규제는 외적 통제를 내적 규율로 전환시킴으로써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던 대립적 이익과 갈등적 이념의 효과적 수렴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Streeck and Schmitter, 1985: 16-20).
결사체 민주주의를 통한 조직 내부의 민주화는 협약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개별 구성원들의 편협한 조합주의적 이익 관점을 극복하는데 매우 유용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본다.
① 노조
노동조합이 결사체적 자율 규제(associative self-regulation)를 적극 수용하여 활용하였다면 취업비리와 같은 노조의 내부 비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 가지 수준에서 결사체적 규제를 고려할 수 있는데, 전국적(national) 수준의 정상 노조는 정부의 각종 지원에 대한 공적 기준의 설정, 산별노조와 같은 정부의 혁신 프로그램의 마련, 관련 영역에서 정부에 대한 정책적 자문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수준에서의 사례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소득이전 및 분배정책, 환경정책 등이다. 둘째, 지역 노조와 같은 결사체들은 지방과 부문(regional and sectorial) 수준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이익결사체인 노조의 협력은 유연생산화의 특징인 공급측면의 조율에 필수적 요소이며, 특히 중소기업간 정보와 자원의 공유와 교류를 용이하게 해 준다. 끝으로, 지방 및 기업간(local and intrafirm) 수준, 특히 현장(on the ground) 조직인 노조에 의한 자율규제는 공장에서의 각종 산업 및 환경규제의 집행과 감시에 탁월한 효과를 갖는다(Cohen & Rogers, 1995: 59-61).
② 시민감사원 제도의 신설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투명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시민감사원(가칭)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정부지원을 받는 단체들은 전문성과 신망을 갖춘 인사로 구성된 시민감사원의 회계 감사를 받도록 규정한다. 시민감사원에 의한 자율 감사는 정부의 형식적 서면 감사보다 훨씬 실효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③ 전교조가 솔선하는 교원평가제
④ 실효성 있는 윤리강령 제정
변협이나 의협과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단체들은 물론 공적 기능을 표방한 단체들은 보다 실효성 있는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이를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윤리위원회 등 이를 담당할 기구에 관련 시민단체와 외부 인사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개방형 사외이사제의 도입).
그동안 한국정치와 시민사회는 국가권력을 민주화하는 운동과 프로그램에만 매진하여 왔다. 그것이 시민 결사체이든 아니면 이익 결사체이든 아래로부터, 혹은 안으로부터 조직의 운영과 활동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만들려는 노력들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결사체 민주주의로의 전진은 이중의 전환과정(double transi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위임과 분권을 통해 국가와 결사체의 일방적이고 종속적인 관계를 보다 평등하고 협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리더십과 일반 구성원의 내적 관계, 혹은 결사체 조직간의 상호관계를 보다 민주적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방관자가 아니라 사려깊은 조정자로서 민주적 관여를 수행한다. 민주적인 집단정치의 협상과 규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엄격한 국가통제라는 다모클레스(Damocles)의 칼은 언제든지 결사체의 머리위로 떨어질 것이다(Schmitter, 1985: 18).
(4) 개방형 정책 네트워크의 구축
과거 정책집단의 육성과 충원은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지도자의 개인자문 그룹이나 전문적 관료 집단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왔다. 정당의 정책ㆍ이념과 상관없이 개인적 친분과 전문성만이 강조됨으로써 행정부의 정책 주도 현상이 과도하게 표출되고, 정책 전 과정에서 타당성과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룰 정책 전문가 집단이 의회-학계-시민단체-관료-민간기업으로 다변화되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 왔다.
과거 정책집단의 육성과 충원은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지도자의 개인자문 그룹이나 전문적 관료 집단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왔다. 정당의 정책ㆍ이념과 상관없이 개인적 친분과 전문성만이 강조됨으로써 행정부의 정책 주도 현상이 과도하게 표출되고, 정책 전 과정에서 타당성과 문제점을 심도 있게 다룰 정책 전문가 집단이 의회-학계-시민단체-관료-민간기업으로 다변화되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 왔다.
민주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정당을 중심으로 유능한 ‘정책 네트워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특히, 주택ㆍ교육ㆍ고용 등 3대 생활정치 영역속에서 대안을 조직화 해내는 유능한 의원 그룹, 개혁적 지식인 그룹,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정책 네트워크의 구축은 전문 당원 확보가 어려운 한국정치의 풍토 속에서 정책정당화를 견인할 현실적 경로이다.
민관협력의 정책네트워크는 무엇보다도 관료적 전문성을 탈피하여 추진단계별로 정부부처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관료에 의한 정책 독점과 공익의 왜곡을 견제할 수 있다. 또한, 정책 이슈 네트워크는 정책 전문가 사이에 비판적이고 혁신적인 사고의 소통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개혁적 사고와 처방을 확산시키는 장점이 있다.
유력 정치인들의 개별 자문가 그룹을 당 연구소 및 정책위원회의 정책집단으로 공식화ㆍ제도화ㆍ통합시키고, 이러한 정책 네트워크에서 생산된 대안들이 선거 과정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되고 집권 이후에는 정부의 국정 지표로서 발전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 정책집단들이 정부위원회를 비롯한 주요 정부 요직에 기용되어 정책의 일관성을 제고하고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담당하여야 한다.
정당구조개혁에 못지않게 보다 중요한 과제는 정당체계의 개혁이다. 이 문제는 냉전반공주의 혹은 협애한 이념에 기반한 ‘보수독점의 엘리트 정당체계’와 사회의 다양한 집단이익에 조직적, 재정적 기반을 두지 않는 ‘사회적 기반 없는 정당구조’의 개혁과 연관되어 있다(최장집 2002: 18-22).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은 현행 선거제를 이미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변경하는 것이다. 아울러, 4년 중임 정부통령제와 결선투표제의 도입 역시 적극 검토하여야 한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선거제도의 변화는 경쟁하는 이익갈등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정당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대표성 제고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고질적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4) 맺음말: 변형주의와 신진보정치의 두 가지 길
위기에 처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취할 수 있는 경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보수적 지배블럭이 주도하는 변형주의(transformismo)의 경로이다. 변형주의는 정치사회가 시민사회의 이익을 대표하고 이들에 대해 책임을 지기보다는 그들 스스로의 독자적 이익을 실현하는데 더 골몰하는, 구체적으로는 의회의 다수파를 형성하고 정권을 획득하거나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치엘리트 융합의 메커니즘을 의미한다(최장집 1998: 203). 우리는 다양한 변형주의적 시도들이 특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생하였음을 주기적으로 목격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정당과 아래로부터 시민참여의 역동적 선순환을 강조하는 시민참여 책임정치의 신진보주의 경로이다. 신진보주의는 과거의 진보노선과 마찬가지로 정치경제적 평등과 공공성 실현을 지향하지만 이념적으로 덜 경직되어 있으며, 훨씬 더 정책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고 실천적이다. 시민참여 책임정치는 거시적 방향설정에 도움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유용하지 않는 교조적 이념들을 부정한다. 또한, 전략적 수준에서 그것은 명분없는 정당통합을 통한 보수화의 경로가 아니라 사회정책의 혁신을 통해 중도세력 전체를 진보적으로 결합시키는 민주적 확장(democratic enlargement)의 경로를 지향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는 ‘무상교육, 무상의료’의 근본적 유토피아도 아니고, 사회적 서비스를 소비자의 지급능력에 따라 제공받는 ‘차별과 배제의 신자유주의’도 아니다. 근면하고 선량한 보통의 시민들이 주택ㆍ교육ㆍ고용 등 일상영역에서 질 높은 생활을 향유하는 합리적인 공공성의 정치가 새로운 진보정치의 콘텐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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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에 대한 의견(1) (2006.7.24)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조진한(경제학)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과 가치체계에 대하여
○ [표 1]에서, 신보수가 ‘새로운’ 가치에 적극적이다? 신진보는 ‘새로운’ 것인가?
- 신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에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것으로 판단. 따라서 ‘신자유주의’가 가지는 ‘시장’근본주의적(libertarian) 성격에 ‘기독교’근본주의가 가해진 것. 이러한 신보수주의가 이른바 자유, 평화, 생태와 같은 새로운 가치를 적극 수용했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자의적인 것. 신보수주의는 여전히 시장을 만능으로 하는 시장지상주의이며 이들의 개방과 혁신은 시장확장적 사고임. 미국의 신보수주의적 전략은 FTA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비교우위론으로 포장, 궁극적으로 시장통합을 얻어내려는 것. 따라서 신보수주의가 새로운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전제는 신진보주의의 ‘미러 이미지(mirror image)’를 형상화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설정은 아닌가?
- 신진보주의는 ‘90년대 이후 한국에서의 진보가 이른바 사회경제적 가치를 표방하는 전통적 좌파(민주노동당으로 대변되는)와 시민적 가치를 내세우는 새로운 진보(참여연대로 대변되는)로 재편되었고 이미 공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또다시’ 새로운 가치를 표방하는 것은 조직적 연대와 통합(진보+민주개혁세력)에 그치는 수사적 전략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즉 이미 ‘구’진보와 ‘신’진보가 동시대에 공존하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신진보를 외치는 것은 블레어주의로 나타나는 ‘제3의 길’처럼 기존 정치권에서 개혁파의 입지를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이른바 ‘정치적’ 절충주의.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조진한(경제학)
1.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과 가치체계에 대하여
○ [표 1]에서, 신보수가 ‘새로운’ 가치에 적극적이다? 신진보는 ‘새로운’ 것인가?
- 신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에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것으로 판단. 따라서 ‘신자유주의’가 가지는 ‘시장’근본주의적(libertarian) 성격에 ‘기독교’근본주의가 가해진 것. 이러한 신보수주의가 이른바 자유, 평화, 생태와 같은 새로운 가치를 적극 수용했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자의적인 것. 신보수주의는 여전히 시장을 만능으로 하는 시장지상주의이며 이들의 개방과 혁신은 시장확장적 사고임. 미국의 신보수주의적 전략은 FTA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비교우위론으로 포장, 궁극적으로 시장통합을 얻어내려는 것. 따라서 신보수주의가 새로운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전제는 신진보주의의 ‘미러 이미지(mirror image)’를 형상화하기 위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설정은 아닌가?
- 신진보주의는 ‘90년대 이후 한국에서의 진보가 이른바 사회경제적 가치를 표방하는 전통적 좌파(민주노동당으로 대변되는)와 시민적 가치를 내세우는 새로운 진보(참여연대로 대변되는)로 재편되었고 이미 공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또다시’ 새로운 가치를 표방하는 것은 조직적 연대와 통합(진보+민주개혁세력)에 그치는 수사적 전략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즉 이미 ‘구’진보와 ‘신’진보가 동시대에 공존하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신진보를 외치는 것은 블레어주의로 나타나는 ‘제3의 길’처럼 기존 정치권에서 개혁파의 입지를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이른바 ‘정치적’ 절충주의.
○ 가치체계인 개방, 혁신, 연대에 대하여 : 상충문제는 없는가? - 진보세력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개방과 혁신이라는 점에 동의. 그러나 연대는 진보 특히 좌파세력의 상징이자 아이콘(icon). 따라서 ‘신진보’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면 기존 좌파세력에 개방과 혁신을 추가하는 정도일 것. 만약 열린당같은 중도우파세력이 신진보를 표방한다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연대일 것이며 개방과 혁신은 이미 ‘충분히’ 추진되었음.
-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저자가 지적했듯이 ‘연대와 혁신’의 상충임. 상충은 즉 상쇄관계(trade-off)이며 연대를 강조하면 혁신이 줄어들고, 그 역도 성립됨. 그 해결기제로 개방을 중시하는데, 과연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이익을 유보할 만큼의 개방성을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이때의 개방성은 ‘연대’로도 설명가능).
- 일례로 발제문에서 예로 든 “재벌대기업은 개방을 통해 타기업과의 수직적 위계서열 관계를 극복하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현실을 고려치 않은 주관적 상상. 국가의 압박 없이는 단 한푼도 공익을 위해 내주지 않는 재벌(대기업집단)이 스스로, 연대의 정신으로 중소기업을 동등한 파트너의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임. 즉, 시장에서의 불합리한 하도급거래관행이 성립된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여 초과이윤을 얻어낼 수 있는 제도가 성립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이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과 같은)를 만들고 국가가 이를 엄격히 집행(페널티를 부여함으로써 학습효과 형성)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
- 따라서 개방과 관련해서는 대외경제적 기조에 맞추어야 하며 “폐쇄된 민족경제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개방을 실현하는 가운데 호혜적 경제협력과 다자간 안보협력을 통해 동아시아 차원의 열린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
- 결국 개방은 대외경제의 불균등과 사회내적인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것일 뿐, 위에서 거론한 ‘연대와 혁신의 상충’을 해소하는 가치체계로서는 여전히 미흡한 것 아닌가? 차라리 개방과 연대를 중심으로도 우리사회의 효율적 개선과 통합을 달성할 수 있는데 굳이 혁신을 덧붙인 이유는? 따라서 혁신을 대체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연대의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은 아닐까? (어차피 시장경제시스템을 전제하는 사회라면 시장의 역동성이 이미 혁신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데 또다시 혁신을 핵심개념으로 상정하는 것은 혁신에 대한 과도한 설정은 아닌지?)
2. 신진보주의 발전모델, 이른바 민주적 발전국가에 대하여
○ 민주적 발전국가모델: 한국에서 노-사-정의 균형이 가능한가?
- 새로운 생선성연합과 분배연합이 필요하다는데 동의. 사회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에 대해 사회적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데 역시 동의.
- 새로운 생선성연합과 분배연합이 필요하다는데 동의. 사회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에 대해 사회적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데 역시 동의.
- 그러나 현실적 경로는 생략한 채 당위만 나열된 느낌. 한국사회에서 삼자협의체제(tripartism)가 성립되려면 강한 재벌과 약한 노동(또는 미조직된 노동)간의 힘의 균형이 재조정되어야 함. 따라서 국가는 재벌보다는 노동쪽에 힘을 실어서 이른바 비대칭적인 시소적(seesaw) 균형이 이뤄져야 함(한쪽엔 재벌이 다른 한쪽엔 노동과 국가가). 이렇지 않고 국가가 가운데 안고 양쪽에 노동과 재벌(총자본)이 설정된다는 기계적 균형론은 실재하지 않는 이상적 균형일 뿐.
- 이러한 정태적인 이론이 아닌 동태적인 타협모델이 존재해야 설득력있는 발전국가모델이 제출되지 않을까?
○ 노동-자본과 시민단체가 동일한 정상(peak)조직?
- 그림 3의 민주적 발전국가 모델은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동-자본-국가와 시민단체(또는 이익단체)가 동일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가의 등가성 문제.
- 그림 3의 민주적 발전국가 모델은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동-자본-국가와 시민단체(또는 이익단체)가 동일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는가의 등가성 문제.
- 노동과 자본은 협상에 있어 주고 받을 것을 제시해야 함. 즉 노동은 산별노조를 통해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대신 비정규노동 차별금지, 사회안전망과 복지확대 등을 요구하며, 자본은 조세부담을 통해 복지를 확대하고 계열사와 협력사를 통해 비정규노동에 대한 차별을 금지할 수 있음.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 따라서 시민단체나 이익단체가 산별노조나 경총과 같은 정상조직이라는 가설은 적절치 않으며, 외부의 자문기관으로 설정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은가?
3. 혁신친화적 경제발전모델, 혁신+클러스터는 적절한 전략인가?
○ ‘혁신’ 클러스터만이 경제발전의 동력인가?
- ‘혁신’ 클러스터모델은 IT, BT, NT 등 이른바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 그러나 전 국토의 클러스터가 모두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설정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실제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는 이 정책은 경쟁적으로 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하다보니 중복투자의 문제점이 등장. 지역균형발전과 연계된 이 정책으로 모든 지역에 골고루 혁신클러스터를 배정하다보니 생긴 문제. 세계경쟁 이전에 우리내부의 클러스터간 경쟁이 더 큰 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음. 자원배분의 실패.
- ‘혁신’ 클러스터모델은 IT, BT, NT 등 이른바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 그러나 전 국토의 클러스터가 모두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설정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실제로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는 이 정책은 경쟁적으로 혁신클러스터를 유치하다보니 중복투자의 문제점이 등장. 지역균형발전과 연계된 이 정책으로 모든 지역에 골고루 혁신클러스터를 배정하다보니 생긴 문제. 세계경쟁 이전에 우리내부의 클러스터간 경쟁이 더 큰 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음. 자원배분의 실패.
- 또한 혁신클러스터 모델은 첨단, 즉 미래에 잘나가는 분야를 육성하는 것이지 기존의 재래산업이나 퇴보하는 산업에 대한 대안은 아님. 왜냐하면 사멸하는 것과 새롭게 등장하는 것 사이에 일정한 시간적 간격이 있기 때문. 따라서 클러스터는 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전자의 문제를 해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 구체적으로 대구의 섬유산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 따라서 영미식의 혁신클러스터 모델을 중심으로 첨단산업을 조성하려다 기존의 재래산업마저 ‘전환’ 또는 ‘혁신’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음. 따라서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모델처럼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이 아닌 재래산업을 리모델링하는 클러스터도 필요함. 첨단과 재래산업의 균형잡힌 클러스터 정책 필요.
○ 대기업-중소기업간 클러스터와 ‘자발적’ 네트워크형 모델이 가능한가?
- 대기업은 산하 R&D센터와 정보처리능력을 보유. 중소기업간 클러스터가 필요하지만 대기업주도의 클러스터가 현실적일 것임. 그러나 대기업이 클러스터에 참여한 필요성을 느낄 것인가? 울산지역의 오토밸리에서 현대차가 다른 중소기업과 클러스터를 형성할 유인이 있을 것인가? 이 문제를 대기업집단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 대기업은 산하 R&D센터와 정보처리능력을 보유. 중소기업간 클러스터가 필요하지만 대기업주도의 클러스터가 현실적일 것임. 그러나 대기업이 클러스터에 참여한 필요성을 느낄 것인가? 울산지역의 오토밸리에서 현대차가 다른 중소기업과 클러스터를 형성할 유인이 있을 것인가? 이 문제를 대기업집단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 클러스터는 국가가 중추적으로 추진하는 산업정책(균형발전정책+과학기술정책 포함).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별도기구 필요. 현재처럼 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는 클러스터는 실패가능성 농후. 이탈리아 모델도 ‘ERVET’이라는 공공적 성격의 RDA(지역개발기구)가 주도하였으며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집적형태임.
※ [참고] 이 지역 제조업 노동자(78,108명)의 64%는 50인이하 소기업에 종사, 70%가 100인이하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단지 7%만이 5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비제조업 종사자를 가산하면 99%의 인력이 50인이하 소기업에 종사)
※ [참고] 이 지역 제조업 노동자(78,108명)의 64%는 50인이하 소기업에 종사, 70%가 100인이하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단지 7%만이 5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비제조업 종사자를 가산하면 99%의 인력이 50인이하 소기업에 종사)
4. “통합적 사회정책을 위해 ‘고’성장을 추진” - ‘신’진보주의는 ‘신’성장주의?
○ 통합적 사회정책의 ‘목적’이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위한 것인가?
- 사회정책의 목적은 사회구성원의 삶의 안정을 위한 것. 그 삶의 안정을 위해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적 안정성을 띄어야 하는 것. 그러나 발제문은 이것이 도치됨. 자본주의 경제의 변동(fluctuation)을 최소화시키고 장기적 성장을 위해 사회정책을 펴는 것은 아님. 이런식으로 구도를 형성한다면 사회정책은 경제정책의 일개변수로 취급되어 경기변동에 따라 사회정책도 ‘널 띄듯이’ 변동하여 민중의 삶은 불안정해질 것임. 결국 자본주의 경제의 고성장을 위해,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통합적 사회정책을 펴야 한다는 논리는 복지정책을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결국 신고전파 경제학자가 거론하는 안전망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즉, 성장정책은 통합적 사회정책의 수단으로 종속되어야 함. 경제성장이 더디더라도 통합적 사회․ 복지정책, 생태주의적 反(반)개발정책에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신’진보의 철학이나 정책기조가 되어야 함. ‘신’진보도 성장주의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 사회정책의 목적은 사회구성원의 삶의 안정을 위한 것. 그 삶의 안정을 위해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적 안정성을 띄어야 하는 것. 그러나 발제문은 이것이 도치됨. 자본주의 경제의 변동(fluctuation)을 최소화시키고 장기적 성장을 위해 사회정책을 펴는 것은 아님. 이런식으로 구도를 형성한다면 사회정책은 경제정책의 일개변수로 취급되어 경기변동에 따라 사회정책도 ‘널 띄듯이’ 변동하여 민중의 삶은 불안정해질 것임. 결국 자본주의 경제의 고성장을 위해,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통합적 사회정책을 펴야 한다는 논리는 복지정책을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결국 신고전파 경제학자가 거론하는 안전망에 그치는 것은 아닌가? 즉, 성장정책은 통합적 사회정책의 수단으로 종속되어야 함. 경제성장이 더디더라도 통합적 사회․ 복지정책, 생태주의적 反(반)개발정책에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신’진보의 철학이나 정책기조가 되어야 함. ‘신’진보도 성장주의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 경제성장은 사회정책의 뒷받침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인적자원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학기술정책을 국가가 주도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안정’된 성장 아닌가? 일례로 프랑스가 높은 실업과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대등한 경제력과 생산성을 보유하는 것은 CNRS(국가과학연구센터) 주도의 강력한 과학기술정책과 과학기술자 양성에 있다고 평가될 수 있음(프랑스는 일만수천명의 과학기술자를 국가에서 공무원으로 채용하여 CNRS와 계약을 채결한 대학에 배치). 특히 우주․항공, 신약개발, 첨단운송수단(TGV), 정보통신분야의 원천기술 등에서 우수한 기술보유로 높은 부가가치 창출. 이것이 프랑스 사회복지정책의 밑바탕이 아닌가?
5. 결론에 대신하여
○ 신진보에서 지향하는 가치, 즉 개방, 혁신, 연대는 개별적으로 모두 타당한 가치임.
- 그러나 좋은 것을 모아놓았다고 해서 시스템전체가 발전하는 것은 아님. 특히 추상수위를 낮추어놓고 각 제도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고 설정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 특히 혁신과 연대처럼 충돌하는 가치와 제도형태의 조화로운 배치, 나아가 충돌하지 않도록 사전에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
- 그러나 좋은 것을 모아놓았다고 해서 시스템전체가 발전하는 것은 아님. 특히 추상수위를 낮추어놓고 각 제도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고 설정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 특히 혁신과 연대처럼 충돌하는 가치와 제도형태의 조화로운 배치, 나아가 충돌하지 않도록 사전에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
○ ‘개방’ : ‘구’진보(민주노동당?)에서 필요한 가치.
- 진보주의자가 무조건적으로 개방에 알레르기를 보이거나 회피하는 것도 무능력에 다름아님.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하며 또한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음. 이후 신진보주의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임. 결국 우리에서 필요한 가치는 개방과 연대. 구성원들에 의해 합의된 로드맵에 따라 개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협의하여 처리하는 것.
- 진보주의자가 무조건적으로 개방에 알레르기를 보이거나 회피하는 것도 무능력에 다름아님.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하며 또한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음. 이후 신진보주의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임. 결국 우리에서 필요한 가치는 개방과 연대. 구성원들에 의해 합의된 로드맵에 따라 개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협의하여 처리하는 것.
○ ‘연대’ : 진보의 트레이드 마크.
-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실제적 과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포함한 유연안정성(flexicurity) 에 대한 검토 필요.
-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실제적 과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포함한 유연안정성(flexicurity) 에 대한 검토 필요.
○ ‘혁신’ : ‘고’성장의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는 없나?
- 한국사회는 선진국에 비해 공공부문의 비중과 역할이 저조. 시장에 대한 의존이 과도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혁신의 강조가 혹시 시장중심으로의 모멘텀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됨. 혁신의 과제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조정의 문제를 어떻게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해 해소하는가가 중요.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면, 진보주의자의 연대(solidarity)와 ‘어울리는’ 자유주의자의 혁신(innovation)의 과제를 찾는 것이 문제. 이를 단순히 재벌의 CSR이나 첨단산업위주의 ‘혁신’클러스터에서 찾기는 여전히 미흡.
- 한국사회는 선진국에 비해 공공부문의 비중과 역할이 저조. 시장에 대한 의존이 과도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혁신의 강조가 혹시 시장중심으로의 모멘텀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됨. 혁신의 과제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조정의 문제를 어떻게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해 해소하는가가 중요.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면, 진보주의자의 연대(solidarity)와 ‘어울리는’ 자유주의자의 혁신(innovation)의 과제를 찾는 것이 문제. 이를 단순히 재벌의 CSR이나 첨단산업위주의 ‘혁신’클러스터에서 찾기는 여전히 미흡.
- 혁신의 의미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클러스터정책은 그 설계의 특성상 불균등발전을 내포하고 있는 단점이 있음. 특정지역에(광역이라 할지라도) 집적되어 있는 것이 클러스터이므로 그 외 지역의 산업활성화가 부재하다면 과연 네트워크경제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음. 수도권과 특정지역(울산, 창원 등)의 클러스터 이외 다른 지역은 어떤 전략으로 전체적인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 의문으로 돌아가야 할 때임.
- 이런 의미에서 혁신보다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의제(‘생태주의와 안전사회’을 양적 성장보다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를 발전시켜 안정된 사회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떨까? 이런 의미에서 (신)진보도 서비스산업(성장)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과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됨. (끝)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에 대한 의견(2)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에 대한 의견(2)
민주노동당 정책위 정책연구원 이영제(정치학)
1. 신진보주의 모델을 논하기에 앞서
○ 기존 모델은 왜 실패했는가?
-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 전략이 한국의 현실에 합당한 모델인가 그리고 작동 가능한 모델인가를 검토하기에 앞서 기존 모델들이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김대중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 모델과 참여 정부의 ‘동장성장’ 모델은 왜 성공하지 못하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 ‘신진보주의 발전’모델과 ‘민주적 발전국가’ 전략이 한국의 현실에 합당한 모델인가 그리고 작동 가능한 모델인가를 검토하기에 앞서 기존 모델들이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김대중 정부의 ‘민주적 시장경제’ 모델과 참여 정부의 ‘동장성장’ 모델은 왜 성공하지 못하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 기존에 제시되었던 모델들의 실패가 모델 자체의 오류, 즉 기존 모델이 제시하고 있는 자치와 운영원리, 작동체계 등이 잘못 고안되었기 때문인지, 모델을 적용하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모델의 오류도 아니고 적용 가능한 모델이었지만 그것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주체의 문제?), 예기치 못한 환경의 변화에 의해 작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모델로 대치된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새롭게 제출된 모델이 그 합당성과는 별도로 실패의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손쉽게 정당성을 획득하게 해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의 위상과 가치체계
○ 신진보주의의 과거는 없는가?
- 새롭게 제출된 모델이 전통적인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발전국가 등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에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한국에서의 모델들, 또는 ‘제3의 길’과 같은 모델들과 어떠한 점에서 유사점이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떠한 점에서 차이점과 단절성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솔직한 대화의 전제조건이 됨으로써 새로운 모델과 새로운 주체에 대해 신뢰를 부여할 수 있다.
- 새롭게 제출된 모델이 전통적인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발전국가 등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에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한국에서의 모델들, 또는 ‘제3의 길’과 같은 모델들과 어떠한 점에서 유사점이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떠한 점에서 차이점과 단절성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솔직한 대화의 전제조건이 됨으로써 새로운 모델과 새로운 주체에 대해 신뢰를 부여할 수 있다.
- 신진보주의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라는 추상적인 구분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를 고찰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신진보주의의 과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신진보라는 새로운 주체의 모호함
-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을 통해 형성될 또는 재구성될 새로운 주체의 상이 불명확하다. 모델이 작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정치세력(신진보주의 세력)을 매개로 하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그 정치세력이 다수의 지지를 획득한다는 의미에서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획득하여야 한다. 사회운동(민주화 세력), 신사회운동 세력(시민사회) 등 모든 진보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지향한다고 할 때, 결집의 정도와 합의 가능성이 모델의 성패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
- 신진보주의 발전모델을 통해 형성될 또는 재구성될 새로운 주체의 상이 불명확하다. 모델이 작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정치세력(신진보주의 세력)을 매개로 하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그 정치세력이 다수의 지지를 획득한다는 의미에서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획득하여야 한다. 사회운동(민주화 세력), 신사회운동 세력(시민사회) 등 모든 진보세력의 새로운 결집을 지향한다고 할 때, 결집의 정도와 합의 가능성이 모델의 성패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
- 현실적으로 어떠한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해야 이 모델의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신진보주의와 진보주의의 차이는 신진보세력과 진보세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신진보주의가 진보주의의 발전인가 아니면 다양한 진보주의의 한 형태인가? 신진보세력은 진보세력의 발전된 형태인가 아니면 진보세력 중 하나의 세력인가? 진보세력에서 신진보세력의 분리인가 아니면 진보세력의 신진보세력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인가?
- 신진보주의 모델은 각 세력과 주의, 모델 등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이 모델의 주체는 형식적으로 모든 세력(발전의 주체였던 보수주의, 발전의 주체인 보수주의적 경제 집단, 민주화의 주체였던 진보세력, ‘진보성’을 잠재적으로 지닌 신보수주의)이 될 수 있다. 자유주의 세력은 어디에 위치하며 신진보주의 세력과 함께할 수는 없는 것인가?
○ 발전에 눈뜬 진보?
- 신진보주의의 위상과 가치체계에서 ‘진보주의(연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것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라 표현되는 자유주의적 가치체계(혁신과 개방?)를 받아들이고 있다. “신진보주의의 발전모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중심 가치로서 개방, 혁신, 연대를 제시한다.” 여기서 진보주의와 신진보주의의 차이는 새롭게 출현하는 환경과 문제들에 대한 적응과 관심의 유무이기 보다는 ‘발전’에 대한 태도(발전세력과의 파트너십?)에서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진보주의의 위상과 가치체계에서 ‘진보주의(연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것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라 표현되는 자유주의적 가치체계(혁신과 개방?)를 받아들이고 있다. “신진보주의의 발전모델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중심 가치로서 개방, 혁신, 연대를 제시한다.” 여기서 진보주의와 신진보주의의 차이는 새롭게 출현하는 환경과 문제들에 대한 적응과 관심의 유무이기 보다는 ‘발전’에 대한 태도(발전세력과의 파트너십?)에서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진보주의는 보수주의가 아니라는 것에서 정체성을 찾고 있다. 이와 같은 출발점이 보수주의가 아닌 모든 주의의 뿌리는 진보이며 거기에서 자유주의와 만나고 있다. 즉, 신진보주의의 가치는 교조적인 보수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아닌가?
- ‘현 상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롭게 추구해야 할 중심 가치와 발전 방안을 구체화’ 하는 ‘과정’에서 신진보주의의 가치와 방향이 명확해져야 한다. 왜 새로운 진보주의는 신진보주의인데 새로운 발전국가는 신발전국가가 아니라 민주적 발전국가일까?, 코포라티즘은 왜 민주적 코포라티즘이 아니라 새로운 코포라티즘일까? 동어반복적일 수도 있지만 ‘발전을 위해서 어떠한 가치가 필요한가’와 ‘어떠한 가치를 위해 발전을 도모할 것인가’라는 것은 상이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발전을 위한 철학적·사회적·경제적 조건을 찾는다는 점에서 신진보주의는 신발전주의라는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즉 ‘발전’은 가치중립적 개념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 요구된다.
○ 신진보주의 모델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절충주의?
- 중심가치와 하위시스템의 관계에서 ‘개방·혁신·연대의 세 가지 가치가 공통원리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각 가치들은 하위 시스템마다 선후차성(중요성)을 달리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산업정책에서는 ‘혁신적 경쟁’이, 사회정책에서는 ‘연대’가, 대외정책에서는 ‘개방’이 각각 중요한 가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각 정책에서 나머지 두 개의 가치는 보완가치인 셈이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대외적으로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혁신 능력을 조직적으로 유연하게 배양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사람을 질을 안정적으로 고양시키는 발전모델이다.” 각 정책에서 주된 가치가 이전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신진보모델은 전혀 새롭지 못한 타협(절충)모델이 아닌가?
- 중심가치와 하위시스템의 관계에서 ‘개방·혁신·연대의 세 가지 가치가 공통원리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각 가치들은 하위 시스템마다 선후차성(중요성)을 달리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산업정책에서는 ‘혁신적 경쟁’이, 사회정책에서는 ‘연대’가, 대외정책에서는 ‘개방’이 각각 중요한 가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각 정책에서 나머지 두 개의 가치는 보완가치인 셈이다. “네트워크형 발전모델은 대외적으로 개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대내적으로는 혁신 능력을 조직적으로 유연하게 배양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사람을 질을 안정적으로 고양시키는 발전모델이다.” 각 정책에서 주된 가치가 이전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신진보모델은 전혀 새롭지 못한 타협(절충)모델이 아닌가?
○ 하위 가치체계는?
- 개방·연대·혁신의 하위 가치체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 개방·연대·혁신의 하위 가치체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3. 국가운영 전략: 민주적 발전국가 : 현실 정치세력의 한계를 반영한 것인가?
○ 민주적 발전국가의 환경: 신진보세력의 집권과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비신진보세력?
- 새로운 국가운영 전략의 필요성에서 여소야대 하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문제로 인한 시스템적 위기에 대한 진단은 현실 정치세력(참여정부와 386?)에 기초한 평가이며, 발전주의 국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만약 신진보주의 세력이 의회에서 다수가 될 경우에도 ‘여소야대’는 사회의 시스템적 위기를 야기하는가? 신진보주의 세력이 집권하고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민주적 발전국가의 상에 전제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시스템의 위기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주체의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 새로운 국가운영 전략의 필요성에서 여소야대 하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문제로 인한 시스템적 위기에 대한 진단은 현실 정치세력(참여정부와 386?)에 기초한 평가이며, 발전주의 국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만약 신진보주의 세력이 의회에서 다수가 될 경우에도 ‘여소야대’는 사회의 시스템적 위기를 야기하는가? 신진보주의 세력이 집권하고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민주적 발전국가의 상에 전제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시스템의 위기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주체의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 참여인가? 정당성의 동원인가?
- ‘민주적 발전국가’ 모델에서 결사체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집단들을 공적인 의사결정 영역에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모델에서 참여시키고자하는 결사체는 ‘시민결사체’이다. ‘시민결사체’들은 시민의 대표가 아닌 대변자라는 점에서 ‘대표성’의 문제와 ‘책임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으며, 가치지향적인 당파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 ‘민주적 발전국가’ 모델에서 결사체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집단들을 공적인 의사결정 영역에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모델에서 참여시키고자하는 결사체는 ‘시민결사체’이다. ‘시민결사체’들은 시민의 대표가 아닌 대변자라는 점에서 ‘대표성’의 문제와 ‘책임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으며, 가치지향적인 당파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 ‘시민결사체’를 대안으로 인정한다 할지라도 수많은 시민결사체중 어떠한 결사체를 선택하고 참여시키는 과정에서 편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즉, 결사체 민주주의가 장점만을 갖는 원래 선하며 그 결과도 선한 것이 아니라면 결사체 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코포라티즘을 극복하기 위해 결사체 민주주의가 결합되었다면 결사체 민주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 새로운 코포라티즘은 심의 민주주의에 의해 운영되는 것인가? 합의와 조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새로운 코포라티즘은 어떠한 대안을 갖고 있는가? 다수결인가? 새로운 코포라티즘에 의한 협약을 실현하는 주체는 국가인가? 국가가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이 국가의 중립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정당체제의 문제에 대한 의도적 외면
- 결사체 민주주의와 새로운 코포라티즘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정당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정당의 실패와 한계는 결사체 민주주의와 새로운 코포라티즘을 통에서 해결될 수도 있지만 (성장주의자 일색으로 수십년간 지속되어온)정당체제의 개혁을 통해서 해결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코포라티즘의 성패가 정당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정당에 대한 외면은 권위주의 정권의 발전주의 모델, 즉 국가중심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 결사체 민주주의와 새로운 코포라티즘을 고찰하는 과정에서 정당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정당의 실패와 한계는 결사체 민주주의와 새로운 코포라티즘을 통에서 해결될 수도 있지만 (성장주의자 일색으로 수십년간 지속되어온)정당체제의 개혁을 통해서 해결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코포라티즘의 성패가 정당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정당에 대한 외면은 권위주의 정권의 발전주의 모델, 즉 국가중심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닌가?
- 노사정위원회의 실패 요인 중 하나는 정당이 작동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공정하지 못한 정당시스템, 자율성을 갖지만 가치중립적이지 못한 공정하지 않은 국가가 실패의 요인 중 하나이며,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집행과정에서 국가에 의해 왜곡될 여지도 존재한다. 이 점에서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에서는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에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 정책집행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4. 총괄적 논의
○ 발전에 대한 강박관념과 정치적 이해관계의 은폐: 발전모델이자 통치모델
- 민주화 이후 진보세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발전’에 대한 강박관념과 핸디캡이 가치중립적 개념으로서의 ‘발전’을 재탄생 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즉, 발전을 중립적 가치로 재구성하고 신진보적 가치로의 전용이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진보주의는 발전과 민주주의의 조화를 의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발전과 민주주의의 타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발전연합’의 새로운 구성이다. 이전의 발전연합이 권위주의적 국가(보수주의)와 재벌로 이루어 졌다면 새로운 발전연합은 진보주의가 아닌 신진보주의와 재벌의 연합으로 구성된다. 국가부문의 세력교체는 이루어 졌지만 여전히 재벌은 국가의 파트너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즉, 재벌은 고정적 파트너이고 교체의 대상은 국가부문인 셈이다.
- 한국에서 형식적 민주주의와 관련되어 차별성을 갖는 세력들 간의 정권교체, 즉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정권교체는 있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 즉 경제·사회적 차별성을 갖는 세력들 간의 정권교체는 이루어진 적이 없다. 이것은 과거의 다양한 모델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는 과거의 정권들과 차이를 갖지만 ‘발전’이라는 측면, 그리고 ‘발전연합’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고도의 연속성을 보이고 있다. 신진보주의 역시도 이와같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이해관계와 가치의 조율에 대한 문제
- 어떻게 충돌하는 가치를 조율한 것인가? 다양한 가치의 비중은 어떻게 조율되어야 하는가? 개방·혁신·연대라는 세 가지 중심 가치, 그리고 그에 기초한 다양한 하위가치들은 현실적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제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신진보주의는 지극히 이상적이다.
- 어떻게 충돌하는 가치를 조율한 것인가? 다양한 가치의 비중은 어떻게 조율되어야 하는가? 개방·혁신·연대라는 세 가지 중심 가치, 그리고 그에 기초한 다양한 하위가치들은 현실적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제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신진보주의는 지극히 이상적이다.
- 사회가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은 다양한 가치가 ‘항상’ ‘동시적으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가 ‘교대로’ 그 우선순위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즉, 개방·혁신·연대가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가치의 비중을 달리하는 상이한 집단들 간의 주도권 다툼 속에서 세 가지 가치가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룰 수 있는 모델(정치세력)이 아니라 성장에 보다 강조점을 두는 모델(정치세력)과 분배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모델(정치세력)의 교체 과정에서 사회는 장기적으로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사회의 위기는 성장과 분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델(정치세력)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분배에 상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모델(정치세력)이 한 번도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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