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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기념 학술대토론회 -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민주주의는 지속 가능한가? (08-06-09)

새벽길 2009. 1. 18. 23:56


  

6월항쟁 기념 학술대토론회 -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민주주의는 지속 가능한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8/06/09) 

     
▶[기조강연]
□ 경제 양극화와 민주주의 / 이정우
□ 선진적 사회정책의 미래를 위하여 / 이종오
 
▶[제1세션] 경제와 노동
□ 친기업주의와 한국경제 / 홍종학
□ 노동양극화와 민주주의 / 이병훈
 
▶[제2세션] 민생경제와 생활정치
□ 주거불평등과 '욕망의 정치' / 변창흠
□ 사교육과 교육 불평등 / 김호기
 
▶[제3세션] 복지와 환경
□ 새로운 사회위험(new social risks)의 등장과 복지정책의 방향 / 문진영
□ 친환경시대의 '신개발주의' / 조명래
 
▶[종합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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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양극화와 민주주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I.  머리말: 문제제기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노동양극화의 심각성을 반증하듯 최근에는 학계와 노동계에 의해서 뿐 아니라 재계와 정부에 의해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동양극화에 대해 최장집(2005)은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에서 비롯되는 총체적인 노동 위기로 진단하고 있으며, 이병훈(2004)은 우리 노동조합운동의 연대성위기와 연관짓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동양극화는 참여정부 시절 재경부(2005)와 국책연구소(한국개발연구원 2006)에 의해 사회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경제양극화의 파생문제로서,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원(2006)에 의해서도 우리 경제의 선순환구조(수출증대→투자․고용 증대→소비증가)를 훼손시키는 소득양극화의 중대한 문제로서 받아들여지며 그 극복대안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노동양극화에 대한 문제 진단이 각계에서 다양하게 제시되는 가운데, 그 문제의 심각성과 극복대책 마련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제기되지 않는 듯하나, 전략적 대응방향과 구체적인 정책수단에 대해 성장-분배 또는 유연화와 형평성/보호를 둘러싼 논란만 분분하였다. 그 결과, 노동양극화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비롯한 주요 정치․경제영역의 주역들은 이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가혹한 고통을 안겨주는 정의롭지 못한 현실이 지속되어 왔다. 
 
노동양극화가 급격히 악화되는 시점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 그 위기 상황을 빌미로 우리 사회에 주입되어온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논리”가 오늘의 노동양극화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손쉽게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정부 관료와 재계 그리고 보수언론에 의해 지배적인 정책담론으로 설파되어온 신자유주의적 개혁논리는 국가경제 및 기업경영의 지배구조에 있어 정부권력의 주도성을 대신하여 시장 규율의 우위를 확립하였을 뿐 아니라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효율성과 국제경쟁력을 강조하는 21세기형의 성장우선주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주장되어 왔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정책담론은 시장왜곡의 독점구조, 과도한 단기 효율성 추구의 사회적 파급효과, 그리고 경쟁열패자의 양산과 승자독식 등과 같은 수반되는 문제들을 애써 무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양극화로 집약되듯이 "사회정의의 위기(crisis of social justice)"(이병훈 2007a)를 날로 심화시키는 '물신주의적 구조개악'의 현실 동력으로 거침없이 작동해오고 있다(이병훈, 2008: 52-53). 
 
II. 노동 양극화의 문제 실태
 
노동양극화는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을 포괄하는 노동체제 전반에 있어 고용형태․기업규모․성별의 3중 분단선(fracture line)이 중첩적으로 작용하며 분절적인 고용조건(segmented employment conditions)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지난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정규직 남성 노동자와 여타 잔여 노동자집단간에 임금 및 복지처우, 직업훈련, 고용조건 그리고 법적․조직적 보호 등에서의 분절선이 고착-심화되어 왔다(이병훈, 2008: 54).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간의 고용구조 양극화 추세는 복지 및 교육훈련에 대한 지출 규모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동보상의 격차가 갈수록 확대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소득불평등 역시 199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그 감소추이가 반전되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이병훈, 2008: 57). 지니계수의 경우 1994년에 0.272으로 최저점을 기록하였으나 이후 계속 증가하여 2005년에 0.317로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상위 10% 대비 하위 10%의 임금소득배율 역시 1994년의 3.74배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다가 2005년의 4.49배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임금소득의 격차가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전체 취업자 대비 임금노동자의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잠시 61.7%로 하락하였다가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 2006년에는 67.2%로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61.4%로 경제위기 이전의 수준(1996년 63.4%)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병훈, 2008: 57).
 
경제위기 이후 우리 노동시장의 고용상황에 있어 제기되는 또다른 핵심적인 문제로서 고용질의 악화와 특히 고용구조의 양극화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고용의 질 측면에서 대기업부문의 고용조정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decent job)가 크게 감소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문제시되기 시작하였다(이병훈, 2008: 58). 이처럼, 양질의 (제조업) 대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비정규직-중소사업장의) 나쁜 일자리(bad jobs)가 크게 늘어나는 고용구조의 변동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 경향을 야기하는 주범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는 바, 고용구조의 이러한 변화 추이에 따라 노동소득분배율과 도시가구 소득불평등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김유선 2005) 
 
구체적으로 산업별로 고용의 질 분포를 살펴보면, 제조업-생산자서비스-사회서비스부문에 대체로 좋은 일자리가 밀집되어 있는 가운데, 농림어업-건설업-개인서비스업-유통서비스업의 경우 나쁜 일자리가 집중되어 산업간 고용질의 격차가 현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노동양극화에 내재되는 또다른 문제로서 일자리이동의 기회가 매우 제한되는 노동시장부문들간의 폐쇄적인 분단성을 손꼽게 된다. 기존 연구들에서 비정규직과 청년 신규취업자들의 경우 노동시장의 하위 일자리가 보다 좋은 일자리로 이행하는 ‘징검다리(stepping stone)’로 기능하기 보다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려운 ‘함정(trap)'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이병훈, 2008: 59-60).
  
요컨대, 우리 사회의 노동양극화는 노동자계층내에 기업규모․고용지위 및 성별의 분절선에 따라 고용조건 전반에 걸쳐 차별구조가 현저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을 뿐 아니라, 양질의 중위임금 일자리 축소를 통해 저소득 취약노동자집단과 고임금 상위노동자집단이 상대적으로 과밀화되고 가운데 상향 직업이동의 기회 차단에 의해 노동시장의 폐쇄적인 분단성이 고착화됨으로써 심각한 사회불평등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III. 노동양극화의 배경요인들
 
세계화·개방화·탈산업화의 사회경제적 구조변동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에서 노동양극화를 촉발시켜온 직접적인 주범(主犯)으로 새로운 기업활동방식의 등장을 지목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및 주변노동부문 간에 경제양극화의 확대재생산구조가 확고히 자리잡게 됨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내부자(insider)와 외부자(outsider)간의 고용분절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물적 토대가 형성되고 있다(이병훈, 2008: 61).
 
이처럼, 1990년대에 들어, 특히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중심의 독식체제가 구축됨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탄생된 민주정부들은 재벌의 시장권력 비대화와 그로 인한 노동양극화의 확대에 대해 전혀 속수무책이거나, 심지어 신자유주의적 국가경쟁력강화 담론으로 무장하여 그 구조적 문제를 더욱 심화시켜 왔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정부들은 우리 사회에 노동양극화를 제어하기 보다는 오히려 촉진시키는 또다른 공범자로서 기여해왔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문민정부는 스스로 '세계화'정책의 기획을 통해 경제개방의 무리한 추진과 대기업의 방만한 투자를 촉발시켜 IMF 경제위기를 초래함으로써 노동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선행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IMF의 주문에 따라 충실하게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노동시장유연화정책을 전면 추진함으로써 사회불평등과 노동양극화의 현실조건을 공고히 하였다. 참여정부의 경우에는 정치개혁과 과거사청산 그리고 지역개발 등의 정치적 개혁의제에 몰입한 채 이전 정부들로부터 크나큰 빚으로 인수받게 된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해법찾기를 소홀히 하여 민생파탄의 책임을 독차지하게 되었다(최장집 2005). 이들 민주정부는 민주화 이후 재벌 대기업 중심의 수익독점 경제체제를 교정-규율할 만한 사회경제적 개혁의지와 정책수단을 갖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관료적 신자유주의의 성장우선 정책담론에 포획되어 성장-분배 또는 경제효율-사회형평의 선순환을 구현하는 사회민주적 개혁모델을 도외시함으로써 결국 노동양극화의 확대재생산에 중요한 원인제공자로 역할하였던 것이다(이병훈, 2008: 61-62).
 
한편, 사회구조변동과 자본수취체제 변화 그리고 민주정부들의 정책적 후원에 의해 노동자들간의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저지하여 노동연대성을 보존-강화하는 것은 노동조합운동의 마땅한 책무라 할 수 있겠으나, 날로 확대되는 노동양극화의 현실이 여실히 말해주듯이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서 노동계급의 연대성을 지켜내기에는 매우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우리 노동조합운동의 내부 주체적인 문제로 인해 노동양극화의 확대재생산을 실질적으로 ‘방조’함으로써 스스로 연대성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따갑게 제기되었다(이병훈 2004a). 미조직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를 위해서는 사회연대적 노동․복지․산업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대화 또는 정책참가가 절박하게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패한 정책협상경험과 정권차원의 불순한 의도 등을 문제삼아 장외 투쟁노선을 고집함으로써 사회민주개혁의 여지를 주체적으로 확대해나가지 못하는 전략적 편협성을 드러내기도 하였다(이병훈, 2008: 62). 
 
1990년대에 들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시민사회운동은 자유민주주의적 정치공간에 적극 개입하여 신사회적 개혁의제에 대한 적잖은 정책/제도개선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그 이면에 날로 심각해지는 노동양극화에 대해서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담지하지 못함으로써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에는 등한히 하였다. 반면, 주류 보수언론은 신자유주의 구조개혁논리의 전도사로서 국가경쟁력 강화 또는 성장우선의 정책담론을 설파하여 개체화된 시장경쟁의 정당성과 승자 우상화를 대중적인 사고인식에 널리 침유토록 함으로써 노동양극화에 대한 사회공동체적인 개혁해법 찾기를 이념적으로 봉쇄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처럼, 지난 10여년 동안 노동양극화가 고착-강화된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수익독식체제와 민주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 및 보수언론의 이념적 시장만능 담론화가 상승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더하여 노동운동의 폐쇄적인 실천관행과 시민사회운동의 문제인식 결여에 의해 그 양극화추세의 저지와 대안적 개혁방향의 모색을 이루는 데에 역부족이었다고 하겠다. 그 결과, 절차적 시민민주주의의 성숙과 달리 국민들의 사회적 시민권을 보장하는 사회개혁적 민주주의는 발달 지체(developmental lag)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이병훈, 2008: 63).
 
IV. 맺음말: 사회개혁적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진보적 과제
  
작금의 열화 같은 촛불집회에서 보여주듯이 '보이는 손(국가)'의 독단에 맞서 절차적 자유민주주의의 공고한 기반에서 표출되는 '적극적 시민역량'을 '보이지 않는 손(시장)'의 전횡에 따른 사회분배의 실패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진보개혁세력의 대중적 기반으로 전환-진화시키기 위한 진보운동의 새로운 기획과 실천조직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진보운동주체의 재정립을 위해 조직노동과 시민사회운동의 급진적 변신이 필요한 바, 노조운동은 조합원 이해대변의 폐쇄적 실천방식에서 벗어나 노동양극화의 분절성을 가시적인 실천으로 파쇄하려는 사회개혁적 운동의 전범을 창출-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며, 시민사회운동의 경우에도 자유민주적 개혁의제에의 경도한 기존의 활동관행을 탈피하여 사회경제적 구조문제에 전력투구하는 운동적 중심 이동이 요망된다. 아울러, 작금의 촛불집회를 통해 확인되는 바와 같이 거대한 국민적 민주역량이 건재하다는 현실 인식을 분명하여 조직노동과 시민사회운동 모두 국민과의 소통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소위 진보적 하방의 실천과 조직화가 못지않게 요구된다. 또한, 사회운동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해온 조직노동과 시민사회운동간의 존재해온 불신 틈새를 메우고, 사회개혁적 민주주의의 발양을 목표로 하는 운동적 지향과 전략전술의 공유를 굳건히 하는 진보적 연대네트워그의 구축이 필요하겠다. 반신자유주의적 담론에 대한 대안담론을 강구하는 일 역시 시급한 과제인 만큼, 제 진보운동주체의 전략기획역량은 총화-가동할 수 있는 진보적 씽크탱크허브를 공동 연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 요망된다(이병훈, 2008: 64).
 
<참고문헌>
르뽀문학모임 (2006),『부서진 미래: 세계화시대 비정규직 사람들 이야기』, 삶이 보이는 창.
박상훈 (2008), "한국은 진보정당 있는 민주주의로 갈 수 있을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13주년 토론회 토론문.
이병훈 (2004a),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연대성위기”,『아세아연구』118호, pp. 65-89.
______ (2004b), "한국 노사관계 지형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대화 전략" 민주노총 토론회 발제문.  
이병훈․김유선 (2003), “노동생활 질의 양극화에 관한 연구”,『경제와 사회』제60호, pp. 129-149.
최장집 (2005),『위기의 노동: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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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불평등과 ‘욕망의 정치’ 
변창흠(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1. 세계적 경쟁과 욕망의 정치
 
우리사회의 변화는 한편으로는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성이 반영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나타난 양극화 현상이 정치경제적인 지형속에서 왜곡되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체제에서 지역이나 개인은 이념과 사상보다는 생존과 경쟁력을 위해 더많은 자본, 더많은 일자리, 더 큰 이익을 추구하게 되고 그 결과는 대의제하에서 투표를 통해 나타나게 된다. 어떤 정당과 어떤 후보가 어떤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가보다는 내 지역의 발전과 내 소득과 재산의 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는가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지금까지의 이미지와 연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이익의 크기에 따라 선택하는 이익투표가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익투표의 극단적인 모습은 실현되기 어렵거나 사실상 실현될 수 없는 욕망에 표를 던지는 욕망의 정치로 나타나게 된다(김호기, 2008). 
 
2. 상품이자 투자자산으로서 부동산과 주거불평등 구조
 
1) 부동산을 보는 관점
어느 나라에서나 토지자원은 항상 공급부족의 문제, 과잉개발의 문제, 고지가의 문제, 소유 편중 문제, 개발이익의 편중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어 왔다. 때문에 각 국가별로 토지문제를 일반 상품과 구분하여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실제 어떠한 정책수단을 사용할 것인가는 토지라는 자원을 시장과 국가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따라 결정해 왔다.
 
토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크게 네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계획주의 패러다임, 죠지스트 패러다임, 마르크스주의 패러다임이 그것이다(한국토지공사, 2005, 이정전외, 2006).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서는 토지의 특수성을 부인하고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시장메커니즘에 의한 토지이용 결정과 토지의 상품화를 주장한다. 반면, 계획주의 패러다임에서는 토지가 일반상품과는 달리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계획-후개발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제시한 Henry George 방식의 토지문제 해결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죠지스트 패러다임에서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몰수하기 위해 토지단일세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토지의 사유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 패러다임과 차별화된다.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자본주의적 사적 소유에 의한 토지독점이 토지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공공에 의한 토지비축과 토지의 국공유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토지와 마찬가지로 주택의 생산과 배분을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가의 경제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자본주의 체제 국가에서도 민간부문이 아닌 국가 등과 같은 공공부문이 주택의 생산과 배분에 관여하고 있다. 반면, 사회주의 체제 혹은 사회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 기능을 불신하고 있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민간기업에 의한 생산과 자원배분은 착취와 과도한 이윤추구를 낳기 때문에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뿐만 아니라 형평성의 문제도 유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시장에서는 시장매커니즘을 통해 자원배분을 결정하기에는 완전경쟁시장의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주택이라는 상품이 공간적으로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효과가 크고 과부족 문제를 상품의 이동을 통해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택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재화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구매력을 갖지 못한 소비자도 반드시 주택이라는 상품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 투자자산으로 부동산을 인식하는 구조
우리나라는 투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지역지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토지이용규제 제도를 사용하는 국가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토지소유권의 관념에서 공익보다 사익을 가장 우선시 하는 국가로 평가될 수 있다.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도 특히 절대적 토지소유권의 개념을 중시하며, 토지이용과의 관계에서는 토지이용보다 토지소유를 우선시하며, 토지 상의 건축에 대해서는 건축자유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토지소유제도와 토지이용제도가 개발사업을 추동하며 과도한 개발을 유도하는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은 정책의 철학과 목표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못한 채 급격한 도시화와 소득수준 증가에 따른 주택공급에 치중해 왔다. 민간주택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토지제도 하에서 상업주의적 개발방식으로 공급되어 온 반면, 공공주택마저도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부재한 채 민간소유용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에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 왔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재정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방식인 공영개발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공영개발은 정부가 개발권을 장악하고 토지를 개발하지만 분양절차를 거쳐 토지의 소유 및 처분의 권한을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으로 토지의 이용 및 처분에 간접적으로만 개입한다. 그 결과 민간부문은 공공택지에 민간주택을 건설하여 분양함으로써 주택은 공공영역이 아니라 사적 재화로 등장하게 되었다.(변창흠, 2008: 73-74). 
 
3) 상품으로서의 부동산 현황
우리나라의 부동산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상품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부동산에 대한 높은 소유의식에서도 기인하지만 부동산의 투자와 거래를 통해 막대한 자산이익을 얻은 경험이 누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부동산의 상품화의 확대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 공동체 정신의 훼손, 노동윤리의 감소 등의 문제점을 낳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계자산 중 부동산 76.8%, 금융자산 20.4%, 기타자산 2.7%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동산 소유 가구가 미소유 가구보다 총자산 평균 금액은 9.2배, 순자산 평균 금액은 10.3배로 자산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주택을 자산으로만 인식하게 됨에 따라 단독주택, 다가구 주택의 급격한 멸실과 아파트 위주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의 주택가격은 전세계 92개 도시 중 5위를 기록(ECA 인터내셔널)하고 있으며, 2006년 전세계 92개 도시를 대상으로 방 3개 기준 고급주택의 월평균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서울이 평균 6천214달러(달러당 932원)로 런던, 파리 등을 제치고 5위를 기록하였다. 또한 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PIR)은 서울의 경우 8.8을 기록하여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택가격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4) 임대주택공급 정책의 평가와 한계
2005년 말 현재 전세 356만(22.4%), 월세(보증부월세 포함) 301만가구(19.0%) 등 임차가구는 657만가구로 총가구의 41.4%를 차지하고 있다. 총가구 중 자가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전․월세가구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주택보급률 증가, 저금리에 따른 주택구입능력 확대 등에 기인한다. 또한 저금리에 따라 전세의 월세 전환이 확대되고 월세형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월세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변창흠, 2008: 76).
  
건설임대 중 민간이 공적 자금(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지 않고 건설한 민간건설임대와 구입자금에 대해서 일부 자금지원을 받는 매입임대에 대해서는 임대의무기간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 개인이 임대하는 주택과 다를 바 없다.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등 공공부문이 직접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전체 임차가구의 80% 이상이 민간부문이 임대하는 주택에 거주함에 따라 주거의 불안정 상태에 노출되어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민간부문의 전․월세 입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임차인의 거주권과 임대료 상승률 제한, 임대보증금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임차인은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부담, 잦은 임대료 인상의 부담, 전세보증금 등의 임대보증금 미반환의 가능성, 임대인과 주택수선 유지비 부담을 둘러싼 갈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저금리 기조의 지속화에 따라 전세가 월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뿐만 아니라, 단독주택 재건축, 재개발사업, 뉴타운 사업 등의 재정비사업의 추진으로 저소득층이 거주할 수 있는 저렴주택의 재고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변창흠, 2008: 78). 
 
3. 성장과 개발의 욕망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와 불평등 불균형 문제
 
1) 개발을 촉진하는 구조
우리사회에서 성장과 개발의 욕구가 확대재생산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우선, 그동안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간 격차확대와 낙후지역의 지역개발 욕구를 들 수 있다. 둘째로는 각종 지역개발과 주택공급을 정치적 정당성 확보의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 셋째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 주기적인 순환을 반복하면서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자산을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 점이다. 넷째, 각종 개발공사가 끊임없이 조직의 확대와 역량 강화를 위해 개발의 확대를 추구해 왔다는 점이다(변창흠, 2008: 78).
 
(1) 불균등 발전과 개발의 욕구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압축적인 성장과정에서 수도권과 대도시, 동남권 지역 등에 개발과 산업이 집중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은 어떤 계기든 지역개발을 통해 균형발전을 모도해야 한다는 열망이 있어 왔다. 사업의 성공여부나 타당성과 무관하게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경우 개발예정지나 주변지역의 대부분의 주체는 확실하게 이익을 보지만, 그로 인한 손실이나 비용은 거의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선호하게 된다.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원주민과 토지소유자는 지가가 상승하고, 막대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재정적인 추가 부담 없이 도시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지방세수가 증대하게 되며, 지역 내 민원사업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도 있다.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지역의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 관료들도 손해볼 것이 없다. 지역개발사업 추진을 통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고, 자신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으며, 주민수가 늘어남에 따라 행정조직과 예산도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는 개발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건설수주 물량이 확대되고, 부대사업으로 도시개발을 수행하는 경우 개발이익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잔뜩 기대하고 있다. 
 
개발사업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각종 특별법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과거 주택건설촉진법이나 택지개발촉진법이 특별법으로 제정되어 주택건설이나 택지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를 거두어 왔지만, 특정지역이나 특정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은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던 참여정부부터 본격적으로 제정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이후 동북아 지역내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기 시작하여 현재에는 40여개의 특별법이 제정되어 운영중에 있다(변창흠, 2008: 78-79). 
 
(2)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개발의 확대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자본축적 지원과 정당성 확보 기능을 수행한다. 토지개발과 주택건설은 한편으로는 건설자본을 활성화함으로써 건설자본의 축적기능을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량의 주택공급을 통해 정당성 확보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정권의 정당성이 취약한 경우 건설경기를 활성화함으로써 자본축적을 지원하고 주택공급을 통해 중산층을 양산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와는 달리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가 주택정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주택정책은 주거복지보다는 정부의 정당성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정권의 정당성이 취약할수록 정권책임자들은 주택정책을 지지기반을 안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과 주택공급계획으로 나타나게 되었다(변창흠, 2008: 79-80).
 
정권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한 대규모 신도시 건설과 주택건설사업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조직적 기반을 수반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한 제도적 장치가 주택건설촉진법과 택지개발촉진법이었으며, 실행조직은 대한주택공사, 한국산업기지개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공사 등이라 할 수 있다. 
 
(3) 부동산 시장의 순환과 부동산 자산의 증대
3차 부동산 가격 폭등은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기간이 이연되어 IMF 경제위기 극복의 여파와 맞물려 장기간 지속되었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2003년 10.29 대책, 2005년 8.31 대책 등 주요 부동산 대책이 등장하게 되었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나타나게 되었다. 부동산 가격의 주기적 반복 과정에서 막대한 부동산 시세 차익을 취득한 계층이 나타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 부동산 자산보유자들이 경제위기 극복후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2002년 이후 부동산 투기열풍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변창흠, 2008: 80-81). 
 
(4) 개발공사의 역할 확대와 상품으로서의 주택공급 확대
경제개발과정, 산업화 과정에서 공공부문은 효율성과 능률성에 기반하여 스스로 자본축적업무를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이나 산업단지 개발, 주택건설 등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담당해 왔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개입의 형태는 정부의 재정투입을 통해 자원의 분배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의 공공부문과는 달리 정부의 재정 투입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재원을 조달하는 공기업방식을 채택해 왔다. 이에 따라 토지나 주택의 개발과 공급은 공공부문이 주도하되, 민간에게 개발된 토지나 주택이란 상품을 매각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공공부문이 주택공급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은 탈상품화된 공공재가 아니라 시장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거래되는 상품을 공급하게 되었고, 그 결과 공공부문이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변창흠, 2008: 81).
 
2) 뉴타운사업을 통해 본 개발사업과 주거불평등 문제
뉴타운사업은 기존의 재개발사업과 재건축사업이 갖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안된 서울시의 대안적 재정비 방식이었으나, 법률로 제정된 이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의 재건축사업이나 재건축사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안적인 재정비방식으로 제시되었다기보다는 민선 3기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안된 재정비방식이다. 강남지역에 대비하여 강북지역의 주택가격 상승, 재산가치, 주거환경, 재정자립도 등에서 격차가 확대되면서 강북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을 해소해야 하기 위해 강북을 중심으로 개발을 해야 한다는 뉴타운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명분을 통해 제안된 뉴타운사업은 서울시의 ‘지역균형발전지원에 관한 조례’에 입각하여 추진되었기 때문에 법률적인 근거도 없이 추진된 정치적인 사업이 되었다. 당초부터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국민임대주택단지로 개발예정이었던 진관내동와 진관외동을 ‘은평뉴타운’이라는 현혹적인 명칭으로 포장을 하고, 이미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었던 길음지역도 ‘길음뉴타운’으로 명명하여 왕십리뉴타운과 함께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지역개발사업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뉴타운사업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고 투기를 유발했지만 각구청과 국회의원, 시의원들은 경쟁적으로 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법률적인 근거없이 추진되어 투기억제방안, 개발이익 환수방안, 지구지정의 법률적인 요건 등을 전혀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폭등과 원주민의 추출, 상업적 개발, 도시계획과의 일관성 부족 등의 문제점들을 양산해 왔다. 서울시는 규제완화와 재정적인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05년 뉴타운특별법을 제안하여 마침내 2006년 7월부터 도시재정비촉진법이 시행되었다. 이 사업은 마침내 전국적인 도시재정비 사업으로 확산 중에 있다(변창흠, 2008: 82).
 
이 사업은 주민들의 지역개발 욕구, 부동산 자산가치 증식의 욕구를 선거에 활용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과 결부되면서 18대 총선에서 최대의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서울시에서는 4차 뉴타운사업의 추가지정과 관련하여 현재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단을 구성하여 이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뉴타운사업은 앞으로 지속성을 띠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변창흠, 2008: 82-83). 뉴타운사업으로 소형주택은 향후 3년간 약 10만호 정도의 세대가 철거될 예정이지만, 소형주택은 공급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장영희, 2008) 이 방식으로 도시재정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 저소득층의 주거안정과 원주민의 재정착률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뉴타운 사업이 실제는 원주민들을 현지에서 거주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원주민은 입주금 부담 때문에, 세입자는 임대주택 공급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에 현지에서 거주하기 어렵게 된다. 길음4구역의 경우 현지거주 조합원을 기준으로 한 재입주 조합원을 재정착으로 본 원주민 재정착률은 22.4%였으나 세입자를 포함하는 경우 17.1%에 머물렀다(서울특별시, 2007).
 
셋째, 모든 지역이 상업적 개발을 통해 강남과 같은 고급 주거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뉴타운 개발사업이 궁극적으로 강남지역의 주택수요를 대체하기 위한 고품격 주거지를 지향하는 경우 강남북간의 주거 수준의 격차 해소에는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기존 주민들의 부담능력과는 무관한 주택이 건립될 우려가 크다. 또한 서울시의 단독주택을 대부분 멸실하고 아파트 위주의 재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서울시의 경관의 획일성과 단조로움 때문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뉴타운사업은 주민들의 부담능력이나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재정비대상지역을 중대형 아파트 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에 불과하다. 
 
4.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점과 정책의 평가
 
1)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관점과 평가
참여정부의 주택정책은 기존의 주택공급 확대나 경기조절 수단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토지문제에 대해서는 계획주의, 주택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주의적 성격을 분명히 띠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성격은 2003년 10월 29일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에서부터 기존 정책과 차별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대책에서는 국세로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였으며, 개발부담금 제도를 전격적으로 부활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2005년의 8.31 대책에서 더욱 구체화되어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과 부동산 과표 현실화 등 부동산 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이 추가되었으며, 부동산의 보유와 개발로 인한 자본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와 개발부담금제도의 재부과 방침이 확정되었다. 2006년의 3.30 대책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재건축 규제 강화를 위주로 기존의 정책을 보완하였으며, 1.31 대책에서는 전체 주택재고의 20%에 이르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변창흠, 2008: 84).
 
그러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거안정이나 주택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첫째, 물량위주의 주택정책의 목표와 슬로건의 문제이다. 참여정부에는 역대정부와 마찬가지로 가시적인 주택공급의 목표를 주택보급률, 1인당 주거면적, 인구 1000인당 주택수와 같은 물량위주로 설정하였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에도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과 장기임대주택의 전체주택 재고의 20% 수준 확보 등은 물량위주 정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무주택자를 주택정책 대상의 중심으로 설정하는 데 실패하였다. 최저주거기준 이하 거주자, 최비닐하우스, 지하방, 옥탑방 등 주거극빈층 등을 주택정책의 중심에 설정하지 못하였다. 주택공급 물량위주의 정책으로 공급된 물량이 최우선적으로 누구에게 배분되는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주택자에게 자가주택보유를 지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금융, 세제상의 지원정책이 부족하였다.
 
셋째, 물량위주의 공급확대 정책 추진으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였다. 주택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수도권에서만 10여개의 신도시를 건설 중이며 그 대부분이 서울반경 40% 이내 지역에 집중하여 국토의 일극집중을 더욱 심화시킨 것도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단기적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도시 건설로 기존도시와의 연계성 부족, 보상금 유입으로 인한 기존주택 가격 상승 유발 등의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였다.
 
넷째,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의 기본원칙을 적용하는데는 실패하였다. 
다섯째, 대안적 주택공급 현실화에 실패하였다. 결과적으로 대안적 공공자가주택의 시범적 도입에 실패하여 향후 공공성 있는 주택제도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내용과 방향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부동산정책의 기본방향은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로 평가할 수 있으며, 특정계층이나 지역을 위한 조세 및 부담금 감소, 기존규제 폐지, 주택공급이 핵심과제, 중점과제, 일반과제를 구성하고 있다. 추진과제로 10여개의 과제가 선정되었으나 그 중 주거복지정책에 해당하는 과제는 단 한 개도 포함되지 않았다. 선거기간이나 인수위원회 활동기간에도 이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3)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
이명박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중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부동산에 대한 규제의 완화와 세제나 부담금의 감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출범 초기이후 시장환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정교화되었기 때문에 집권 후기에는 완성도가 높은 부동산 정책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기존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부인하고 재건축 개발에 대한 규제완화, 취득세 등록세율의 감소,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제안하였으나 부동산 가격의 급등, 지방재정 여건의 미비, 국민들의 반발 등으로 현재까지 시행된 제도는 하나도 없다(변창흠, 2008: 86). 
 
취득세와 거래세는 광역자치단체 세수의 30-50%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완화하는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과도한 주택거래와 잦은 이주가 특징인 우리나라 주택시장을 고려할 때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명박 정부가 제안한 특수유형의 주택분양제도나 특수계층을 위한 분양주택도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수위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의 의도적 실패와 전문가들의 제도 필요성에 대한 높은 지지(2/3이상이 찬성)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의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채 지분공유제 주택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무주택자의 주택구입 촉진을 위한 공공주택제도라는 영국 Homebuy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부동산 투자 중심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구축하였다. 신혼부부용 주택우선 공급 제도도 개편된 주택청약가점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 대상을 34세 이하의 기혼출산 부녀 가정에 한정함에 따라 불임여성에 대한 차별 등의 문제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는 경우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변창흠, 2008: 87). 우선,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크다. 부동산 정보의 확산과 예측가능성 확대로 규제완화의 효과는 즉시 해당 부동산의 기대수익률 제고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공급 확대로 가격이 안정될 수 있으나, 부동산 시장의 붕괴, 지속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등 등 향후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둘째, 정부가 바뀌면서 부동산 규제가 해제되면 부동산 규제는 언젠가는 완화된다는 신념을 재확신하게 되고,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확대될 것이다. 셋째, 토지이용 규제,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규제 완화, 세제 감면 등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지역과 주택은 수도권과 대형고급 주택으로 규제완화의 수혜자가 차등화된다. 이에 따라 소득간, 계층간, 지역간, 주택평형간 차이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5. 결론: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
 
1) 향후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정당성을 얻고 있으나,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부정만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제도의 완성도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부작용도 실제는 한국적 주택시장 특수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활용가능하고 의미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서민 주거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참여정부 기간 동안 마련된 부동산 제도는 참여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학습하고 경험하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나 서민주거 안정, 투기적 수요의 억제라는 부동산 정책의 기본틀을 근본적으로 훼손해서는 안된다. 특정계층이나 특정지역의 세부담을 경감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불가피할 지라도 기존의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변경된다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되는 경우 참여정부 기간 내내 고생했던 시장불안정의 비용을 다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최우선적으로,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정상적인 경제활동, 주거활동을 하기 힘든 수준임을 인식하고 이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을 부동산 정책의 목표로 설정하여야 한다. 농지, 공장용지, 택지, 상업용지 등이 본래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토지와 주택가격을 획기적으로 인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다만, 부동산의 단기간 폭락은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인 연착륙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변창흠, 2008: 88-89).
 
둘째,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은 1가구 1주택의 실현으로 설정하고 주택의 공급, 세제, 금융 등에 동일하게 이 원칙을 적용하여야 한다. 공공택지에서 건설하는 주택은 반드시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도록 하고, 기존 주택보유자가 신규 분양주택을 분양받는 경우에는 기존 주택을 매도하도록 의무화하여야 한다. 또한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세와 대출금리를 차등적용하여야 한다. 
 
셋째, 부동산의 개발, 건축, 보상, 소유, 이전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철저히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여야 한다. 토지보상기준과 방식을 개선하여 보상시 감정평가시점을 개발계획 발표 이전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환지보상을 통해 생활권을 보상하되 주변지역의 부동산 투기로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2)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정책 방안
공공자가주택제도를 도입하여 주택공급 유형을 다양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소득수준별로 주택공급 조건도 차별화하여 소득계층에 적합한 맞춤형 주택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변창흠, 2008: 89).
 
우선, 임대료 지불능력이 취약한 소득 1분위계층(생활보호대상자 등)에 대해서는 다가구주택 등 매입임대주택과 소형 국민임대주택 및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면서, 주거급여 지원을 확대하여 입주자 월부담액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자가주택 구입능력이 취약한 소득 2~4분위계층(차상위 계층 등)에 대해서는 중형 공공임대주택 및 소형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중소형 지분공유제 분양주택, 장기전세 임대주택 등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지원시 자가주택 확보가 가능한 소득 5~6분위계층에 대해서는 중형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의 공급을 추진하는 한편, 주택구입자금의 지원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자가주택구입이 가능한 소득 7분위 이상의 계층에 대해서는 시장에 그 기능을 일임하여 민간기업체의 의한 민간분양주택의 공급이 자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모기지론 등 자가주택 구입에 대한 금융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자가주택을 확충하는 것은 주거안정이나 정치적인 안정을 위해 중요한 정책목표일 수는 있으나, 모든 계층이 자가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전체적으로도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주택소유율은 EU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이며 세계적으로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도 아니다. 
 
세입자 주거안정제도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임대료 상승률 제한과 임차권의 보장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 상승률 제한과 계약기간 규정이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임차인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입증이 없는 경우 재계약 우선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도 연 5% 규정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여야 한다. 또한 임대료 수준 결정과 재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유발된 경우 이를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둘째, 월세지급이나 전세금 대출이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금리가 인하하면서 전세주택이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확대되고 있으나, 주택가격 수준이 높아서 임차가구의 월세 부담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따라서 보증부월세 임대업자에 대한 임대소득세 부과체계를 마련하여 전세의 월세 전환을 지연시켜야 한다. 임차가구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해 지불 월세액의 일정부분을 주거비용으로 인정하여 연말소득공제 대상에 편입하는 경우 전세의 월세 전환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월세 임대사업자의 세원포착이 가능하다.
  
셋째, 주택문제를 전담하는 국민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에 국민주택기금을 일부 출연하여 전세금특별계좌를 설치하여 전세금의 반환을 보장하는 제도인 전세금 보증센터를 운용하도록 한다. 전입세입자는 임대주의 확인을 받아 전세계약서를 전세금보증센터(신용보증기금 등)에 등록하고, 등록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이 경우 세입자는 확정일자 또는 전세권설정으로 주택담보조건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기존세입자의 이주시 신규 전입 세입자가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보증센터는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우선지급하고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임시담보를 설정하고, 나중에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하게 되면 일정부분 벌금을 부과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후까지 전세금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경매절차에 들어가도록 한다.
 
넷째, 공공등록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한다. 전세주택 및 월세주택 중 매년 전세금 인상율을 매년 5% 이내나 계약기간 중의 물가상승률 중 낮은 비율로 인상하고 장기계약을 시행하는 주택을 공공등록 민간임대주택으로 지정하여 전세금 인상률을 제한하고 전세계약을 장기화하는 공공등록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제도를 실시한다. 또한 모든 전세 및 월세주택에 대해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되, 공공등록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세 부과를 면제하도록 한다.
 
<참고문헌>
변창흠, 2006,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이념과 형성과정 분석”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
변창흠, 2005, “참여정부 개발사업 추진정책의 성격과 과제”, 한국공간환경학회⋅한국지역사회학회 춘계 공동심포지움 발표 자료집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균형발전정책 2년간 성과와 대안]. 2005.6.3.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2006,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가구별 임대료 차등화 방안에 관한 정책대안 검토”, 2006.10.
심광현, 2002, “이데올로기 비판과 욕망의 정치학의 절합:생태적 문화사회를 향한 문화정치적 도약”, [문화과학], 통권30호. 2002. 6, pp. 21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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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위험(new social risks)의 등장과 복지정책의 방향
문진영(서강대학교)
 
Ⅰ. 서론: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21세기에 접어든 현재 20세기 형 ‘관리가 가능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 with human face)'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1973년 석유 위기 이후에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는 예외 없이 고물가하의 저성장(stagflation)을 경험하였으며, 이에 따라서 복지국가를 떠받쳤던 핵심적인 정책이었던 완전고용정책은 폐기되었다. 또한 저출산과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하여 인구구조가 급속도로 고령화되면서, 세대간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을 전제로 한 연금제도도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가족의 차원에서도,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가족(atypical family)의 수가 생부와 생모 그리고 친자로 이루어진 정형가족(typical family)의 수를 넘어서게 되어, 정형가족을 전제로 이루어진 복지국가의 가족정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울러 사회 전반적으로 계급이념의 퇴조로 인하여 계급정치에서 이슈정치로 정치의 지형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복지국가의 강력한 우호집단이었던 조직화된 노동자계급의 세력이 약화됨에 따라서 복지국가에 대한 우파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문진영, 2008: 100).
 
더욱 큰 문제는, 한국이 사회경제적으로는 이미 21세기 형 후기 산업사회로 이행되어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분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통적인 의미의 복지국가의 면모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복지의 후진성에 있다. 즉 20세기 복지국가의 핵심적인 원칙인 국민기본선(the principle of national minimum)마저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21세기 형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산업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케인지안 복지국가의 건설(old risks, old welfare)’과 동시에 후기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위험에 대한 사회대응 모델의 구상과 실천(new risks, new welfare)’을 동시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꽤나 까다로운 이중적(二重的)인 과제를 가지고 있다(문진영, 2008: 100). 
 
Ⅱ.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적 현상
 
Ⅱ-1. 지구화: 생산방식의 지구적 확대
지구화된 자본의 운동은 개별 국민국가의 자율성을 심대하게 침식하여, 이제는 정부가 자국 시장의 통화정책, 고용정책 그리고 조세정책을 실시하는데 세계 시장(global market)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Mishra, 1997).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 처해있는 사회적 생활공간의 대부분이 지구화되는 과정에서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의 거리가 좁혀지고(distanceless), 국경의 구분이 희미해지고(borderless), 인간이 점차로 하나의 세계(single place)에서 활동”(Scholte, 1997: 14)하게 됨에 따라서, 국내 정책의 지구화(globalisation of domestic policies)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구화에 따라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부문 중의 하나가 사회정책일 것이다. 생산체제의 지구화란 결국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에 기초한 지구적 시장경제화를 의미하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신장되어온 사회적 권리를 약화시키는 한편으로, 사회정책을 자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국민국가의 정책형성 능력을 상당히 침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Andrews, 1994; Cerny, 1995; Simmons 1999). 금융시장의 국제화는 국가기능의 확대와 예산의 증대를 가져오는 사민주의적 사회정책을 실시하는 국가에게는 심대한 도전이 되고 있는 셈이다(Simmons, 1999: 68~69).
 
지구화는 사회정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일반의 인식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 미쉬라(R. Mishra, 1999: 15-16)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지구화는 국민국가의 자국경제에 대한 장악력을 약화시킨다. 둘째, 지구화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촉발하며, 노동의 분화에 따라서 단체교섭도 탈중앙화하게 됨에 따라서 임금과 근로조건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셋째, 지구화는 재정건전성을 위하여 사회지출을 억제하게 한다. 넷째, 지구화는 복지국가를 보위하였던 이념적 근거를 약화시킨다. 다섯째, 지구화는 국가로 하여금 노동과 자본 사이의 균형자에서 자본 쪽으로 힘을 싣게 한다. 여섯째, 지구화는 복지국가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중도좌파의 정책적 선택의 폭을 줄인다.
 
지구화된 자본의 힘은 날로 커지는 반면에, 복지국가의 창출자이자 수호자인 조직화된 노동자의 힘은 날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선진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이념의 시대가 퇴조하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이념에 기초한 계급정치(class politics)에서 일상의 생활에서 제기되는 이슈중심의 이슈정치(issue politics)로 전화하면서 복지국가의 이념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Ⅱ-2. 지식기반사회로의 이행과 노동시장의 변화
일반적으로 지식기반 경제란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과 함께 모든 경제활동에 있어서 여러 형태의 지식과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유, 확산, 활용함으로써 부가가치의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 가는 경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식기반 경제는 첨단산업 또는 지식집약적 경제활동을 지칭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에 있어서 지식의 창의적 개발과 생산적 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경제를 의미한다 (장석인, 1999: 314). 따라서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지식수준이 경쟁력의 척도가 되며, 첨단기술 및 지식집약 서비스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등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성립된다. 이러한 21세기 형 지식기반 경제는 자본기반 경제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및 사회 파라다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황인성, 1999: 5).
 
지식기반경제로 이행되면서, 지식이라는 생산요소나 제품의 생산, 저장 및 유통은 동일한 장소에서 동시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규모의 공장이나 작업장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으며, 노동 역시 정형, 정규의 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처럼 작업속성의 근본적인 변화와 기업조직의 혁신이 서로 상승작용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박래영, 2002: 40). 그 결과로 2000년 이후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근로형태의 변화는 바로 새로운 사회적 균열(social cleavage)을 상징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균열은 복지국가 급여체계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바이른(D. Byrne, 1999)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the socially excluded)은 하위계급(underclass)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산업예비군(reserve army)으로서, 불안정 저임금 고용형태를 반복하는 한편으로, 노동자계급의 힘을 견제함으로써 자본축적에 기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Byrne, 1999: 128; Kooten, 1999; BLP, 2002: 2). 한국 노동시장에서도 거의 동일한 근로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 처해있는 근로조건은 정규직에 비하여 매우 열악하여, 2006년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하여 평균적으로 62%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문진영, 2008: 105). 또한, 직장내 근로복지 수혜에서도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Ⅱ-3. 소득양극화 구조의 고착화
양극화에 대해서 개념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채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산층이 줄어드는 ‘소득양극화’와 계층간 소득분포가 고르지 못한 상태를 나타내는 ‘소득불평등’을 별 구분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은 뚜렷이 다른 개념이며, 우리가 현 시대의 문제를 중산층의 소멸로 볼 것인가 아니면 소득불평등의 심화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정책대상과 정책방향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양극화에 대해서 명확하게 개념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소득양극화는 소득집단간의 차이는 넓어지는 한편으로, 소득집단내의 차이는 좁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양극화는 “집단간 차이의 확대와 집단내 차이의 축소”가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 즉 중산층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Ⅱ-4.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한국은 산업화를 시작할 1960년대만 하더라도 농업국가로서 전형적인 다산(多産)국가이자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두터운 젊은 국가로 분류되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령화가 진행되어 국가 정체성의 위기까지 올 가능성이 있다(문진영, 2008: 108-109). 
 
Ⅱ-5. 비정형 가족의 급증
1975년과 2000년 사이에 나타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가족구조의 변화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가족구조(정형가족)은 쇠퇴하고 1인 가구 등 비정형 가족(atypical family)는 증가하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Ⅲ. 선진복지국가의 사회복지개혁과 한국에의 함의
 
선진복지국가의 복지개혁의 흐름에는 일정한 커다란 흐름(mega-trend)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은 (1) 기존의 공적 소득이전 정책 중심의 사회보장제도에서 개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고 있다. (2) 사회복지 제도가 인적자원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도록 변화하고 있다. (3) 사회복지의 생산과 전달에 있어서 민간부문의 역할이 부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4) 근로능력이 미약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대해서는 표적화(targeting)하여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선별주의적 접근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문진영, 2008: 112).
 
이러한 공통된 메가 트렌드 이외에, 기존의 복지국가를 개혁하는데 있어서 각 사례국가별로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유주의 복지국가레짐으로 분류되는 영미권의 영국과 미국은 근로복지형 개혁(workfare reform)을 강조하고, 아울러 조세복지(fiscal welfare)의 개혁이 복지국가 개혁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들 자유주의 국가와는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서있는 사회민주 복지국가 레짐에 속하는 스웨덴은 기존의 포괄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대체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연금에서만큼은 기존의 확정급여방식의 소득비례연금을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한 명목확정기여연금(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Pension)체계로 바뀌었다. 따라서 이제 소득비례연금은 자신의 과거 보험료 납입액과 그 세대의 기대수명에 의해 연금급여가 결정되게 되었으며, 개인구좌방식의 연금으로서 Premium pension을 도입하였다. 이외에도 미시적 수준에서 사회복지의 생산과 제공에 있어서 사적인 부문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보수주의 복지국가 레짐으로 분류되는 프랑스와 독일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서 수급자들을 노동시장에 통합시키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복지의 개혁방안을 나름대로 구상해보자면 몇 가지 노선이 비교적 뚜렷하게 떠오른다.
○ 사회복지 부문의 양적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 개별 복지제도에 대한 품질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
○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기능과 역할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 사회복지 개혁의 방향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서로 조화를 이루어가며 추진되어야 한다.
○ 사회복지의 개혁이 인적자원의 개발과 조화를 이루어가며 추진되어야 한다.
○ 근로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여야 한다.
 
VI.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방향: 기본적 사회투자국가의 건설
 
여기에서 기본적 사회투자란 국민기초생활의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제도적 틀 위에 현재 유럽에서 시도하고 있는 사회투자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소득 양극화를 한마디로 줄이자면 중산층의 몰락(disappearance of middle class)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을 복원시키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결국 논의의 초점은 어떠한 정책적 지향을 가지고 중산층을 저소득층으로 추락하지 않게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이에 관해서 제솝(B. Jessop, 1993)은 1990년대를 넘어서면서 기존의 케인지안 복지국가(KWS)는 자본주의 조절양식으로서 정합성을 잃게 되고, 따라서 새로운 축적체제에 적절한 사회적 조절양식이 필요한데 이를 슘페테리안 근로국가(Schumpeterian Workfare State: 이하 SWS)라 칭하였다. 이 근로국가는 기존의 복지제도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결합시켜서, 근로할 수 있는 중산층이 복지급여로 살아가는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근로의욕을 고취(혹은 강제)하는 제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길버트(N. Gilbert and B. Gilbert, 2001)는 능력부여국가(enabling state)로 칭하였으며, 영국의 기든스(1997)는 제3의 길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투자전략, 더 나아가서는 복지국가를 대체하는 사회투자 국가라고 표현하였다. 이러한 사회투자 국가의 핵심은 중산층 중에서도 새로운 축적체제의 등장에 취약한 계층의 능력을 배양시키고(Capacity Building), 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모델을 한국적 현실에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모색되어야 하는가? 이를 위한 방법으로서 기초생활권, 건강권, 주거권 그리고 교육권 등의 사회적 기본권을 확립을 기본적 제도구성으로 하고, 이를 기초로 복지체제(welfare)와 근로복지(workfare), 그리고 교육복지(learnfare)가 세워져 있는 기본적 사회투자국가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문진영, 2008: 114). 
 
1) Guaranteeing National Minimum
 △ 생애과정의 기초생활 보장
 △ 보건의료 제도의 공공성 강화를 통한 건강권 보장
 △ 최저주거기준 실현을 통한 주거기본권 보장
 △ 무상교육의 확대를 통한 학습권의 보장
 
2) Learnfare
 △ 평생학습체제 구축
 △ 직업훈련교육의 강화
 △ 교육복지사업의 체계적 구축
  
3) Welfare
 △ 노후소득보장의 사각지대 해소
 △ 저소득층들에 대한 소득지원 사각지대 해소
 △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서비스의 강화
 △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체계적 구축
 △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보험 거버넌스 체계 구축
 △ 사회지출구조 합리화와 복지재정 확충
 
4) Jobfare
 △ 사회적 일자리 창출
 △ 공공부조제도의 근로유인체계 구축
 △ EITC 제도의 안정적 정착
 △ 자산형성 지원제도의 정착 방안
 △ 자활지원정책 효율화 방안
 △ 아동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 활성화 
 
<참고문헌>
Burchardt, T., J. Le Grand and D. Piachaud(BLP), 1999. "Social Exclusion in Britain 1991-1995." Social Policy and Administration 33(3): 227-244.
Byrne, D. 1999. Social Exclusion. Buckingham: Open University Press.
Manning, N. and I. Shaw. 2000. New Risks, New Welfare: Signposts for Social Policy. Oxford: Blackwell.
Marquand. D. 1994. 'Reinventing Federalism: Europe and the Left' In D. Miliband(ed.). Reinventing the Left. Cambridge: Polity, 219~230.
Mishra, R. 1997. 'Globalisation and Welfare: An International Perspective on Social Rights', A paper presented to the XVIIth World Congress of the International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1997.
Mishra, Ramesh. 1999. Globalization and the Welfare State, Cheltenham: Edward Elgar.
Simmons, B. 1999. ‘The Internationalization of Capital’ In Kitschelt and others (eds). Continuity and Change in Contemporary Capitalism. Cambridge: Cambride University Press, 36~69.
Taylor-Gooby, P. 2004. New Risks, New Welfare: The Transformation of the European Welfare State. Oxford: Oxford Univ. Press.
Taylor-gooby, P. 2006. Social Welfare and Social Investment: Innovations in the Welfare State. Mimeo.
United Nations. 2001. World Population Ageing.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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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시대의신개발주의
- 이명박정부의 국토환경정책과 국가성격-

조명래(단국대)
 
1. 이명박 정부의 비전 : 신개발주의 꿈을 찾아서?
 
2. 이명박 정부의 신개발주의 프로젝트 : 국토환경정책을 중심으로
 
2.1 국토환경정책의 정체성 : 이명박 정부엔 환경정책이 없다?
최소한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 192개 중 국토환경 보전 관련 의제가 2개에 불과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토환경정책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발과 성장을 돕는 수단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 100일 동안 드러난 국토환경정책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거나 아니면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토환경정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선도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보면, 이의 정체성 혼란과 위기는 그만치 이명박 정부가 열어가는 한국사회의 전망이 불투명함을 시사한다(조명래, 2008: 121).
 
2.2 국토해양부의 출범 : 시대착오적인 토목권력의 부상
토건개발에 의한 성장과 발전을 선호하는 통치권자의 철학은 해체되어야 할 국토개발 부서를 거대권력부서로 재탄생시킨 정부조직재편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나 왔다. 토건회사 CEO라는 이력을 생각하면 초거대 공룡개발부처인‘국토해양부’의 출현은 이미 예정되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를 합쳐 탄생시키는 국토해양부는 우리나라 정부조직재편사에 가장 큰 규모의 조직으로 태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과거 성장시대 혹은 개발주의 시대에나 있음직한 개발행정이 다시 강화됨으로써 공공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국토환경에 가해지는 오만가지의 파괴적 개발과 그 생태환경적 폐해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국토개발과 운하건설을 주도해가는 가운데 국토해양부는 대내적으로 비(非)개발부처의 정책(특히, 여성, 복지, 환경, 문화 관련 부처)을 압도해 가고, 대외적으로 경부운하와 같은 정치적 의제를 앞장서 끌고 가면서 사회 전반에 토목권력의 지배를 관철시키게 된다(조명래, 2008a, 2008b).
 
2.3 환경부 환경정책 : 토건적 성장을 위한 들러리
 
2.4 한반도 대운하 건설 : 토목사업의 기만적인 추진과 자연의 기만
 
2.5 5+2 광역경제권 구상 : 수도권 규제 철폐와 승자독식 국토 구조
국토 및 지방 발전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인수위가 발표한‘5+2 광역경제권 구상’에서 가장 명확히 확인된다(조명래, 2008c). 새 구상에 의하면, 국토 전체를 개방해 다른 나라의 지역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광역경제권을 설정하고, 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해 투자와 개발을 활성화는 것으로 국토 구조가 바뀌게 된다. 한마디로 국토공간을 친시장적 경제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동반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광역경제권 구상의 최대 명분이다. 광역경제권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권역별로 지역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실제 광역경제권 구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이란 이름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지역 차원의 투자와 개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수도권 규제 철폐로 집약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입지규제가 까다롭지 않고 경쟁조건이 양호한 지역으로 발전의 기회가 빠르게 집중하는 반면, 그렇지 않는 지역은 이의 박탈을 겪게 되어, 국토 공간 전반이 ‘승자독식(신자유주의식) 구조’로 새로 짜여질 형편이다. 여기에 광역경제권 사업을 위해 중앙정부가 지역본부를 만들어 직접 장악하게 되면 신중앙집권주의마저 되살아 중심에 의한 변방의 지배란 종속적 국토 구조가 생겨나게 된다.
 
국토 공간을 탈 규제적이고 시장친화적이며 경쟁논리에 순응하도록 재편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 국토의 경제적 효율성을 구현하는 것으로의 재편을 의미하지만, 이는 그만큼 국토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제약하게 된다(조명래, 2008: 123).
 
2.6 부동산 규제 완화 : 2%를 위한 정책과 토지 불평등
 
2.7 물(공기업)의 민영화 : 국토환경의 공공성 위협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공기업의 민영화를 강조했고, 이를 위해 싱가포르의 공기업 지주회사인‘테마섹’모델의 도입을 약속했다(조명래, 2008d). 이 모델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 때 중단된 공기업 구조조정을 재추진하여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신자유주의 시대 공공부문은 사회적 공공성을 새롭게 생산하고 지키는 역할자로 재인식되고 있다(조대엽, 2008). 하지만 이런 추세를 모르는 듯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공공부문하면 무조건 비효율적이고, 그래서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고, 즉 ‘민영화’만능주의 사고에 빠져 있다. 이런 기계적인 사고에 의하면, 공기업이 담당해야 하는 물, 전기, 가스, 대중교통, 의료 등과 같은 사회적 필수재(사회적 공공재)조차도 철저한 민영화의 대상이 된다. 이 중 물의 민영화는 당초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최근 정부가 작성한 문건은 민영화 길을 교묘하게 열어놓고 있다.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물산업 지원법안’에 따르면 지자체는 상수도 사업을 위해 민간과 공동출자해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이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사실상 상수도 민영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법안은 가격 자유화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언제든 (민간 기업에) 지자체의 가격 통제권을 내줄 수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상수도를 권역별로 광역화해 전문기관에 위탁하되, 이를 위해 7개 특별시·광역시의 상수도는 공사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또한 수도 요금의 단계적 현실화도 추진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조명래, 2008: 124-125).
 
2.8 환경 거버넌스의 실종
규제완화와 토건적 개발을 통한 외형적 성장만 일방적으로 추구하게 되면, 환경과 같은 비경제영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소홀할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경제우선 정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또한 환경가치를 국정운영 시스템 속에서 구현해 낼 논의구조나 정책결정구조가 전반적으로 결여되어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실제 이명박 정부 내에서 환경부서는 배제내지 약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환경가치를 지키려는 시민사회 세력이 정부와 함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거버넌스 구조는 전반적으로 와해되어 있다.
 
국토해양부의 탄생은 이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통령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위상과 기능 약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천방법이라 할 수 있는 이해당사자 간 협력적 관리, 즉 거버넌스가 광범위하게 도태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조명래, 2008: 125).
 
3. 신개발주의의 제도화 : 이명박 정부의‘신개발국가’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신개발주의의 발호는 근본적으로 21세기 한국사회에 걸맞은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부실한 인사, 정책 혼선, 비민주적 의사 결정, 강압적 정책 추진, 국민통합 능력의 부재, 편향적 외교, 실용주의란 기회주의적 이념성 등은 모두 통치권자의 불도저식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 토건회사 CEO로서 익힌 리더십에 연유했다는 점에서, 불도저 리더십은‘토건적/토목적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토건적 리더십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토목건설과 같은 물리적, 하드웨어적 방식으로 창출되는 가치를 발전의 중심 가치로 간주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경부운하를 21세기 국운창출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토건적 리더십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발전의 사회학’을 이해를 하지 못하는 토건적 리더는 양적 성과와 효율성만 내세워 인사를 하고 정책을 펴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내각이‘강부자’로 구성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만, 강부자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저항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는 통치권자의 반응도 또한 토건적 리더십 소유자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둘째, 토건적 리더십은 이른바 ‘노가다식 추진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CEO가 손익을 계산한 뒤 나름대로 옳다고 판단되면 공정표에 따라 저돌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곧 토건적 리더십에 의한 일처리 방식의 특징이다. 때문에 개방적 논의, 민주적 숙의와 협의 조정 등은 별로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국민적 저항이 많은 경부운하를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고,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 대한 고시를 강행하는 등은 토건적 리더십이 일을 추진하는 방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토건적 리더십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프로젝트는 바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권을 향해 나가는 정치적 과정에서 대운하는 청계천 복원의 정치적 효과를 대권을 위한 것으로 연결시켜내는 토목정치적 프로젝트였고, 또한 국민적 논란을 정치적 지지로 이끌어내는 담론정치적 프로젝트였다. 덕택에 운하는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공약이 되었다.
 
그에게 대운하는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구하고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수단이고 또한 미래를 향해 국운을 재창출하는 국가경영 수단이기도 하다.
 
운하 건설이 헤게모니 프로젝트란 것은 동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도덕적 지배를 획득하는 것으로, 이는 지배세력들이 지배의 정당성이 획득하는 기제와 방식을 작동시키는 전략이나 시스템이기도 하다. 대운하 건설은 지배의 정당성을 획득하려는 지배세력의 권력에 대한 비전과 철학, 또한 이를 접근하고 작동시키는 정치기법 등을 모두 응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배와 권력을 작동시키는 기제와 방식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구조 및 국가정책운용 시스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운하는 이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라 봐야 한다. 때문에 운하 건설이 추진되지 않는다 해도 운하 건설을 통해 획득하고 구사하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권력은 큰 틀에서 그대로 작동할 것을 보인다(조명래, 2008: 127). 
 
3.2 이명박 정부의 국가 유형
운하 건설을 강행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토건세력을 응집시키고 또한 토건적 방식(노가다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운하 사업을 우선하는 국가재정의 배분, 국가조직의 재구성, 국가정책의 배열 등) 가운데 한국사회를 현대판 ‘수력사회’로 재편하고 국가도 현대판 ‘전제국가형’으로 바꾸어 갈 것으로 예견될 수 있다.
 
박정희 시대 등장한 한국적 개입주의국가인‘ 발전주의국가론’에 의거해 이명박 정부의 국가 성격을 재단할 수도 없을 것 같다. 그것은 권력을 형성하고 작동하는 물적 토대가 다르고, 또한 사회계급구조 나아가 자본주의체제의 내부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의 주변부적 발전주의 국가 유형과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운하 건설을 중심으로 국가권력이 재집중되는 방식은 여러모로 다르다. 이를테면 운하 건설을 위한 권력의 동원과 집중은 자본축적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자본영역(산업자본, 금융자본 등이 작동하는 영역) 대신 자연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듯하지만, 기실 그 이면에선 자본에 대한 지배와 자연에 대한 지배를 동시화 하고 있다. 이는 자본의지배가 인간세계(노동, 산업, 소비 등)에 대한 것에서 자연의 영역으로까지 뻗치고 있는 것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조명래, 2008: 128).
 
한국자본주의는 처음부터 국토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개발주의 성향을 띄어 왔고, 그 관성은 국가성격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조명래, 2006).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적 개발주의 국가는 힘이 커진 자본에게 시장의 규제를 맡긴 뒤, 자본이 직접 담당하지 않는 국토환경을 새로운 가치의 영역으로 변형시키고 재편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한 한국의 국가를 혹자는 토건국가로 부르지만, 필자는‘신개발주의 국가’로 부른 바 있다(조명래, 2006).
 
신개발주의 국가의 모습은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있던 것이라 한다면, 신개발주의 국가로서만 이명박 정부의 국가 성격을 온전히 규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참여정부와 비교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시장주의 정부이고 또한 보수주의 정권이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어정쩡한 좌파 신자유주의를 내세웠다면,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인 우파 신자유주의를 직접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이념적, 계급적 입장과 운하 건설이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취하는 전략적 선택의 입장 간에는 일정한 친화력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 성격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고리이자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가를‘신(자유주의)개발국가’혹은‘신자유주의 토건/토목국가’라 명명할 수 있다(조명래, 2008: 129).
 
3.3. 신(자유주의)개발 국가의 특징과 넘어서기
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권력의 구축과정은 개방적인 논쟁, 다양한 의견의 수렴 등을 보장하는 민주적 과정과는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운하건설을 정치적 과제로 추진하는 주도세력들이 갖는 반정치적이고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 결정된 것을 ‘불도저식으로 몰아붙이는 토목쟁이’들의 사업추진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파격적이고 독단적인 건설 절차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불가피피할 것이다. 말하자면 특별법 혹은 그에 준하는 특별한 제도장치는 운하 건설 절차의 반민주성을 정당화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조명래, 2008: 130).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반대가 심한 이명박 정부가 과연 운하를 본래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우선 이 사업은 초기의 진통을 거치더라도 다소간의 지연과 변형을 거쳐 추진될 것이라고 본다. 만약 추진하지 못하고 다른 정책을 우선으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이를테면 ‘5+2 광역경제권 구상’과 같은 사업 등을 통해 747 공약 같은 것으로 이행한다고 하면, 권력의 작용방식 측면에서 운하를 중심으로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운하를 헤게모니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가성격과 구조(혹은 정권의 성격과 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운하 건설과 같은 지대추구형 토건사업을 헤게모니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것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조명래, 2008: 131).
 
4. 신개발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제
 
4.1 ‘지속가능발전 대국’을 국가비전과 전략으로 수립
대안모델은 지금과 같은 토건적, 자연파괴적, 지대추구적인 개발이 아니라 체제전환적, 창조적, 상생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전제한다. 대부분의 앞선 나라들은 경제와 환경, 개발과 보전, 현재와 미래, 인간과 자연 간의 균형을 전제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국가발전의 대안적 전략으로 채택운용하고 있다.
 
4.2 토건행정/권력의 축소와 지속가능발전부의 설치 
행정조직을 슬림화한다고 하면서 현 정부는 미래지향적 사회적 의제(복지, 여성, 과학기술, 환경보전 등)를 다루는 부처를 위축시킨 반면, 시대착오적 토건적 개발을 부추기는 대규모 권력부서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행정조직의 편제는 통치권자가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관한 비전과 안목을 읽게 해준다. 한국사회의 진정성 있는 질적 성숙과 선진화를 원한다면 퇴행적 토건국가 조직을 대폭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국토해양부의 국토개발기능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해양부가 가지고 있는 국토계획기능은 환경부로 이관하고, 공공부문의 토지, 주택, 인프라 등과 관련된 업무 중 중앙정부 고유 업무만 특화해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개발부서와 보전부서는 통합해 ‘지속가능발전부’로 신설하고, 국정 전반을 지속가능발전 중심으로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조명래, 2008: 132).
 
4.3 공약사업의 관리 강화 및 개발특별법의 정비
운하 건설과 같이 충분한 논의나 검토를 거치지 않은 ‘혹세무민형’ 공약사업에 대해선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가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정책으로 선정되어 추진되기 전 그 타당성과 추진방법 등에 대한 국민적 인증을 받는 제도가 강구되어야 한다. 대개 이러한 공약은 통치권자와 그 측근에 의해 강압적으로 추진되고 또한 특별법과 같은 민주적 법을 제정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칭‘(가칭)국책사업관리법’을 제정해 이들의 집행을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노무현 정부 때부터 남발이 되어 온 토건국가를 떠받치는 수많은 개발특별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정상적인 일반법에 의한 국토환경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조명래, 2008: 132).
 
4.4 운하 건설의 백지화와 강유역권 중심의 생태국토관리 강화
 
4.5 균형발전을 전제로 한 광역경제권 구축과 계획규제의 강화
국토균형발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장시간에 걸쳐 추진되어야 할 국가대계이고, 국토공간은 경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오랜 세월 살아온 민족적 삶의 터전이어서, 이 두 가지는 친시장주의 정부라 하더라도 존중하면서 국토경영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균형발전을 전제하고, 또한 지방이 주도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진정한 동반발전이 될 수 있는 광역경제권 구축 방안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입지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치밀한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 이를 근간으로 국토공간을 관리하는 ‘계획규제’체제가 강구되어야 한다(조명래, 2008: 133).
 
4.6 국토환경자원(토지, 물 등)의 공공성 강화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은 현세대 내에서 자원이용의 형평성(사회적 지속가능성), 미래세대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용의 효율성(경제적 지속가능성),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을 담보하는 자원이용의 생태성(생태적 지속가능성)의 조건을 골고루 충족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자원이용을 위해선 토지나 물 등의 민영화를 최대한 억제하는 반면, 신자유주의 시대 공공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구현하는(예-생태적 공공성, 사회적 공공성 개념의 도입) 방식으로 자원이용이 규율되어야 한다(조명래, 2008d).
 
4.7 저탄소 경제의 구축과 대체에너지 및 혁신환경기술 개발의 박차
한국은 개발에 따른 국토환경에 대한 부하량이 세계에서 최고 높은 나라에 속하면서 동시에 세계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적인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고, 또한 국토환경 용량 내에서 경제를 꾸려가는 대안적 생산 및 소비방식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체에너지와 혁신환경기술의 개발에 국가적 노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대체에너지와 환경기술의 보유 정도는 곧 미래 국가 경쟁력의 진정한 원천이 된다.
 
4.8 지속가능한 거버넌스의 제도화
지속가능한 한국사회로의 발전 비전은 단순히 환경을 중시하는 개발을 뜻하는 게 아니라 생태환경을 섬세하게 배려하면서 그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국가경제를 발전시키고 참여민주주의 원리로 추진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의 설정과 실천 방식은 그 자체로 건강한 발전과 진보, 국민적 통합과 성숙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국가발전양식’이다. 이 시대 국가 지도자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통치권자는 눈을 크게 뜨고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또한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 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거버넌스의 제도화는 바로 이를 위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국민들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어 함께 논의하고 합의하면서 각자의 생활영역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실천해가는 절차나 방식의 강구가 곧‘지속가능한 거버넌스의 제도화’다.
  
참고문헌
·김철규, 2008, ‘환경갈등과 신개발주의’, 고려대학교 한국사회연구소 주최 <<갈등사회의 도전과 전망>>에 관한 심포지움 발제문.
·조대엽, 2008, ‘시장 실용주의와 공공성의 위기’, <<환경과 생명>>, 55호. ·조명래, 2006, <<개발정치와 녹색진보>>, 서울: 환경과 생명.
·조명래, 2007, ‘개발주의와 민주주의’, <<비평>>, 겨울호.
·조명래, 2008a, ‘신자유주의의 전면화와 환경위기의 심화’, <<환경과 생명>>, 55호.
·조명래, 2008b, ‘대운하와 이명박 정부의 국가성격’, 2008년 한국공간환경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문.
·조명래, 2008c, ‘후퇴하는 균형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지역균형발전협의체 등 주관 <<위기의 국가균형발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발제문.
·조명래, 2008d, ‘이명박 정부 공공부문개혁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주관 <<공공부문 정책방향 제시>>에 관한 토론회 발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