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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평가와 정책 제언, 코리아연구원 정책보고서 특별기획 23호(2008-10-17)

새벽길 2009. 1. 12. 02:56

원래는 공기업 민영화를 다룬 안현효 교수의 글을 보려고 하다가 다른 글들도 짧아서 함께 옮겨놓았다. 이 글들을 평가하면, 중도진보적 입장에 서서 MB노믹스를 평가하고 대안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달까. 근본적인 대안은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쉽게 표현하면 노무현 정부 시절로 돌아가자는 정도의 대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1년 동안의 MB정책을 충실하고 쉽게 정리해놓았다는 정도의 의의는 있겠다. 
 
안현효. 2008. 공기업 민영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 코리아연구원 특별기획 제23호, MB노믹스 평가와 정책 제언. KNSI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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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평가와 정책 제언
코리아연구원 정책보고서 특별기획 23호
, 2008-10-17
 
[1] MB노믹스 거시 및 성장정책의 문제점과 제언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9/25>
[2] 공기업 민영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교육과) <9/19>
[3]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와 이명박정부의 부동산정책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9/30>
[4] 감세정책, 경제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이룰 수 없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10/17>
  
MB노믹스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성장률 제고⇒ 적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통한 분배개선을 추구하며, 감세, 민영화, 규제완화, FTA, 강력한 노동규율 등을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쟁점분야를 중심으로 MB노믹스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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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노믹스 거시 및 성장정책의 문제점과 제언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9/25 >
Ⅰ. 머리말
Ⅱ. 거시변수를 둘러싼 시장과 정부의 게임
Ⅲ. 정책혼선의 근본원인: 성장정책의 문제점
Ⅳ. 이념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성장전략을 모색할 필요
Ⅴ. 맺음말
 
▶[2] 공기업 민영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교육과) <9/19>
Ⅰ.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중요성
Ⅱ. 새 정부 공기업 선진화 계획의 본질은 무엇인가?
Ⅲ.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
Ⅳ. 민영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Ⅴ. 민영화의 논리적 근거의 실체는 무엇일까?
Ⅵ. 공기업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Ⅶ. 투명성과 참여가 더 필요하다
 
▶[3]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와 이명박정부의 부동산정책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9/30>
Ⅰ.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Ⅱ. 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철학과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
Ⅲ.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의 본격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의 무력화
Ⅳ.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의 본격화: 공급확대 정책
Ⅴ. 보유세 무력화 정책의 문제점
Ⅵ. 공급확대 정책의 문제점
Ⅶ. 글을 맺으며: 약간의 제안
 
▶[4] 감세정책, 경제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이룰 수 없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10/17>
I. 이명박 정부, 감세의 논리
II. OECD 평균보다 낮은 조세부담률, 적은 복지지출
III. 감세정책, 경제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불가능하다
IV.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적극적 재정, 조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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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23-1호
MB노믹스 거시 및 성장정책의 문제점과 제언
하준경(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Ⅰ. 머리말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변수들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환율과 금리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시장은 불확실성 속에 빠져 있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도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 거시경제의 불안상황은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추어 대외적 충격에 대한 국내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으면서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경제는 세계에서 6개밖에 되지 않는다. 즉, 우리 경제의 위상은 국제적 자본이동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단순한 “소규모 개방경제”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과도한 불확실성은 대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대내적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단적인 예가 “9월 위기설”이다. 2,400억 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67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이 두려워 요동을 치는 현상은 대외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대내적 요인으로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리더십 실종사태를 꼽을 수 있다. 시장과 정부 사이의 게임에서 정부의 대응이 적절치 못할 경우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불안정성이 증폭된다. 시장이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게 되면 정부가 자신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이 정부를 불신하는 상황은 정부가 하는 말이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정부의 진정한 선호와 배치될 때 발생한다.
 
Ⅱ. 거시변수를 둘러싼 시장과 정부의 게임
 
거시경제변수를 둘러싼 시장과 정책당국 사이의 게임은 항상 있어왔지만 현 경제팀이 출범한 이후 그 양상은 크게 격화되었다. 환율정책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경제팀 출범 초기 정책당국자들은 환율상승을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했고 그 때마다 시장은 환율상승에 과감한 베팅을 했다. 물론 그 베팅은 성공적이었고 성공의 확신이 커질수록 베팅의 강도도 세어져 갔다. 경제팀이 환율상승을 선호한다는 점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확고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시장이 정부를 잘 따라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경제에 너무나 큰 충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당시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와 국제유가 폭등 속에서 원화가치를 달러보다도 더 약세로 끌고 가는 것은 대외적 충격을 증폭시켜 물가폭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내수를 급격히 위축시키면서 서민경제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이 사태로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실종되었고 경제팀의 리더십은 급속히 약화되었다. 한 번 문제가 생기자 이에 파생한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야기되었다. 즉, 물가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자 정부는 거꾸로 환율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마침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던 시점에 이루어진 시도라서 워낙 쉽지 않은 게임이었다. 그나마 고환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제팀 수장이 재신임되면서 환율안정 정책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정부가 정말로 정책기조를 바꾼 것인지 아니면 소나기만 피하고 가려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팽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정부의 달러 매각을 통한 환율안정 시도는 외환보유고만을 소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고, 환율안정의 목소리는 이른바 9월 위기설 속에 묻혀버렸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달러 매각은 달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싼 가격에 달러를 사겠다고 나선 시장참가자들, 그리고 좋은 조건에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고 싶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공급이 늘 때마다 더 많은 달러 수요를 만들어냄으로써 정부의 시도를 무력화해 버렸다.
 
이상의 에피소드에서 문제는, 정부가 환율의 방향성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냄으로써 시장이 이를 이용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이다. 시장참가자들은 항상 이윤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정부가 가격변수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이들은 “투기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손쉽게 돈을 벌 기회를 정부가 제공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환율과 같은 가격변수의 통제는 경제규모가 작았던 시절에는 시장의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었겠지만 가격통제가 궁극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진 상황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방향이 정책담당자의 진정한 선호와 배치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과감한 투기가 유발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정부와 시장 사이의 게임에서 시장은 항상 정부의 진정한 선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한다. 시장은 정부의 효용함수를 추측한 후 정부의 효용극대화 문제를 풀어 그 답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그 답을 활용해서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 경제팀은 환율상승에 대한 원초적 선호,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가격변수에 대한 통제욕구 등 자신의 선호체계를 뚜렷이 보여줌으로써 의도와는 정반대로 투기를 부추기고 만 것이다. 고환율을 바라는 경제팀의 등장은 그 자체로서 투기적 공격의 재료가 되었고, 한술 더 떠 고환율을 좋아하는 바로 그 경제팀의 환율안정 시도는 국내외의 “투기꾼”들을 불러들이는 데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적어도 투기꾼들이 볼 때는 정부가 환율상승에 대한 베팅의 성공확률을 높여준 다음 저렴하게 달러를 공급해주는 이상적인 상황이 조성된 셈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진정한 선호와 정책방향이 일치하느냐의 문제는 정부의 신뢰성과 리더십을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정부의 선호와 정책방향이 일치할 때에는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고 이를 따르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선호와 정부가 표명한 정책방향이 불일치할 때에는 시장은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의 정책방향과 반대로 움직임으로써 이윤기회를 얻고자 한다. 이는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앉으면 실제 금리인상을 별로 하지 않아도 물가가 안정되는 반면, 인플레이션을 선호하는 인물이 총재가 되면 똑 같은 정책을 펼 때 물가가 더 많이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아울러 정책의 신뢰성은 그 실현가능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궁극적으로 실현가능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할 때 정책은 시장으로부터 신뢰성을 상실한다. 전 세계적인 달러약세 시기에 원화약세를 추구하거나 달러강세 시기에 원화강세를 추구하는 것은 흐름을 거스르는 무모한 시도이므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 경제팀이 진정한 선호와 정책방향 사이의 마찰, 그리고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불신 등의 문제를 일으킨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그 대답은 아마도 현 정부의 성장주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Ⅲ. 정책혼선의 근본원인: 성장정책의 문제점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은 경제성장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단기성과를 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흐름이나 국내 거시경제 상황은 경기부양보다는 경제안정을 요구하는 쪽으로 가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정부를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정부의 성장주의가 현실에 기반을 둔 최적의 성장전략이었다기보다는 하나의 이념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정말로 “실용주의”적 성장정책이었다면 경제환경이나 대내외적 조건을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며, 최근과 같이 물가가 불안해지고 경제안정이 중요해진 시기에는 단기적 경기부양보다는 구조조정과 미래를 대비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더 중점을 두었을 것이다.
 
“MB노믹스” 성장정책이 이념에 가깝게 된 것은 그 주요 작동 메커니즘이 현실성을 결여하게 된 데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한 기업투자확대라는 명제는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기존 기업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졌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투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규제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정글로 변화시켜 건전한 투자를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즉, 규제완화 그 자체가 절대적인 선은 아니며, 규제완화가 세간의 우려대로 대기업 편향적이 될 경우 오히려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감세도,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에게 과연 투자를 늘리게 하는 유인이 될지 불확실하다. 오히려 재정 건전성에 문제를 일으켜 꼭 필요한 정부지출을 제약함으로써 성장잠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편 “기업투자 확대를 통한 고용 확대와 성장률 제고”도 상식과는 달리 증명되지 않은 명제이다. 경제구조가 IT산업 등 노동절약적 산업 중심으로 바뀌고 자동화 투자가 늘면서 제조업 부문의 투자 확대는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투자율을 높인다고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지도 실증적으로 뚜렷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투자의 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투자가 경제성장을 유발하는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만다.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투자를 늘리자는 주장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흑자는 해외부문의 수요 증대와 동시에 내수의 상대적 위축을 수반하게 되는데,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투자증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가 크게 늘었던 1990년대 중반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고, 외환위기 이후 비교적 최근까지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졌었으나 투자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또 환율과 금리를 경기부양에 활용하겠다는 생각도 그 반시장적 속성 때문에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전 세계적인 물가불안 앞에서는 더더욱 무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MB노믹스 성장정책의 주요 연결고리는, 적어도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의 한국경제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B노믹스의 성장정책은 이념이 되어버렸고 엄혹한 현실 앞에 진퇴양난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이 성장주의를 계속 추구해도 별 성과가 없고 그렇다고 그토록 신봉해온 “성장”을 버릴 수도 없게 된 것이다.
 
Ⅳ. 이념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성장전략을 모색할 필요
 
필자는 경제성장론 전공자로서 경제성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 경제팀이 믿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이념적 성장주의는 성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스스로의 손과 발을 묶어 정책의 신축성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시장으로 하여금 정부의 성장 조급증을 이용해 돈을 벌고 싶게끔 유도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성장주의에 얽매이기보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개도국의 성장전략으로 어떠한 대안들이 모색되어 왔는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먼저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형성된 와싱턴 컨센서스를 상기해 보자. 와싱턴 컨센서스는 IMF, 세계은행, 미국 재무부 등의 경제학자들이 만든 제안으로서 시장 근본주의에 가깝다. 규제완화, 민영화, 자유무역 등이 개도국의 성장을 위한 주요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며 정부의 경제개입은 회피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안은 중남미 국가 등에 적용되었으나 현실에서 잘 작동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수정된 와싱턴 컨센서스가 나오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최초의 와싱턴 컨센서스에서 가정했던 “트리클다운 효과”(적하효과), 즉 부자나 기업 등 경제적 강자가 잘 되면 소비도 늘고 일자리도 생겨나 경제적 약자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온다는 가설이 잘 작동하지 않는 데 대한 반성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 구축,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 강화, 부패 척결, 건전한 자본개방 등 정부의 역할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모든 개도국들의 성장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의 지원 하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클 스펜스를 중심으로 성장론의 대가 로버트 솔로우를 포함한 프로젝트팀이 꾸려져 새로운 와싱턴 컨센서스를 모색하게 되었는데, 2008년 5월에 나온 이들의 보고서를 보면 모든 나라들에 공통된 단일의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즉, 발전단계별로 각국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성장전략을 써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와 같은 중간소득국가에서는 혁신과 고등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스펜스의 새로운 컨센서스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는 최근 경제성장론의 연구성과를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즉,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요소투입과 물적자본 중심의 (물적)투자주도형 성장전략이 유효한 반면 경제가 어느 정도 발전한 이후에는 기술혁신과 인적자본 중심의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성장전략은 물적 투자보다는 혁신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물적 투자는 훌륭한 인재와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많은 경우 자동적으로 유발되는 속성을 갖기 때문에 사람을 키우고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우선적인 과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또한 성장과 분배 사이의 전통적 상충관계를 보완관계로 바꾸어 주는 역할도 한다.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를 늘리는 것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분배의 형평성도 개선하는 좋은 정책수단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말로 실용적인 성장정책은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에 걸맞은, 사람과 지식·기술에 대한 투자의 확대, 그리고 이러한 투자가 기업의 창업과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역동적 시장구조의 확립을 꾀하는 것이다.
 
Ⅴ. 맺음말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려면 MB노믹스의 성장정책을 이념에서 해방시켜 우리 현실에 맞는 성장전략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공허한 트리클다운 효과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람과 지식·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도록 교육부문에 대한 공적 투자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 또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방향으로 시장질서를 바로잡아 좋은 아이디어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기업가정신” 친화적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가격변수에 영향을 주어 단기적 성과를 꾀하고자 한다는 시장의 인식을 철저히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현실에 기반을 둔 올바른 성장전략을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비롯된 신뢰와 리더십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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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23-2호
공기업 민영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안현효(대구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Ⅰ.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중요성
 
공익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은 조정비용이 막대하고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뿐 아니라 되돌아갈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원의 97%를 수입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에너지공급의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과연 사회적 편익이 증가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에 답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너지공기업 민영화와 구조개편을 추진하여 사회적 분열과 조정비용을 지불해 왔는데, 최근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민영화를 다시 추진하여 이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안현효, 2008: 8).
 
Ⅱ. 새 정부 공기업 선진화 계획의 본질은 무엇인가?
 
새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으로 이름을 바꿔달아 두 차례 발표되었고 곧 세 번째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다.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민영화를 비롯하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기술, 지역난방공사의 49% 지분매각 그리고 14개 공적자금 투입기관의 매각 등 민영화 계획과 주택공사·토지공사 통합, 기보·신보 통합 등 공공기관 통합 등이 주된 내용이다. 요약하면 1차 선진화 계획에서는 41개 공기업 중 민영화 대상이 27개(14개 공적자금투입기관 포함)로 핵심은 민영화, 민간위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3차 선진화 계획에서 발표할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는 원래의 논의보다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자회사의 민영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천연가스시장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가스공사의 경우 공기업으로 유지하되 천연가스 도입 및 도매시장을 2015년부터 경쟁체제로 바꾼다는 것과 한국전력은 민영화에서 제외하지만 인력·예산 10% 감축 등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를 한다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간략히 살펴보면,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기업이 토지, 공항, 건설, 관광, 자원 등 국민의 편의 생활과 직결되는 공기업이어서 민영화 이후 관련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한다면 물가 등 민생 관리에 큰 애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기업들의 민영화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서비스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안현효, 2008: 9).
 
두 번째로는 민영화 공기업이 수익성이 안 좋아서 민영화하는 건지, 수익성이 좋아서 민영화하는 것인지 도무지 원칙이 없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우량 공기업인데 민영화한다고 하고, 공항공사가 보유한 일부 지방공항은 적자라서 민영화한다고 한다. 적자인 공항이 팔릴 것 같지 않으니 흑자인 공항과 짝을 지어서 판다는 것이다. 우선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수익성이 2007년 기준으로 매출 9,714억 원에 영업이익이 4,606억원, 당기순이익이 2,701억 원의 우량기업이다. 또 전체 인력의 87%에 이르는 6천여 명을 38개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이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869명이라는 점에서 방만한 경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민영화로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49%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이다. 공항공사에 대해서는 적자인 공항의 손실을 흑자인 공항이 메우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발생해서 매각해야 한다고 하니 흑자인 경우는 흑자이므로, 적자인 경우는 적자이므로 매각한다고 하는 논리를 피고 있는 셈이다. 공항의 민영화가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는 것은 민영화된 히드로공항에 비해 국영의 홍콩(첵랍콕), 싱가폴(창이)과 인천공항이 훨씬 서비스도 좋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세계 수준의 허브공항으로 육성한다"는 것 외에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는데 그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안현효, 2008: 9-10).
 
이런 식이라면 우량 공기업의 매각은 국부유출 및 친재벌 정책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를 결국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외자와 대기업으로 자원을 배분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이다. 정부출자 기관 민영화만 해도 그 규모가 엄청나다. 예를 들어 민영화 대상인 산업은행은 100% 정부소유인데 추정 가치가 29조 136억 원(자산 총액122조6천159억 원, 부채 104조293억 원, 자본금 8조2천419억 원, 당기순이익 2조476억원)이며,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15조1천934억 원, 하이닉스는 11조9천170억 원, 대우조선해양은 9조8천758억 원, 현대건설 9조7천837억 원(산업은행이 14.68%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은 9조7천261억 원(자산관리공사가 74.7%를 보유하고 있다) 등 민영화 대상기업 중 자산총액이 1조원을 넘는 대형기업의 숫자가 16개로 지불능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대형기업을 인수할 수밖에 없어 대기업과 해외자본의 잔치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안현효, 2008: 10).
 
Ⅲ.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
 
이러한 우려는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었다. 공기업 민영화가 주된 내용인 1차 선진화방안이 나온 후 실시된 선진화방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1.5%로 '지지한다'는 의견 34.9% 보다 높아 비판적 기류가 우세하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008.8.14일 발표한 주간 정기여론조사 결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8월 12일과 13일 양 일간 실시).
 
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지나치게 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정치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생각한 것은 아닌가? 세계에서 그 유례가 없는데, 순서를 정해서 민영화 및 통·폐합을 추진한다든지, 일부가 아닌 전체 공기업과 그 구성원을 부도덕한 공공의 적으로 설정함으로써 공기업과 국민을 격리시키고 있는 것 등이 그러한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특히 공기업 개혁 대상의 양적 규모만을 강조한 나머지 정책적 우(愚)를 범할 경우 그 모든 폐해는 국민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산업은행의 해외채무의 65%인 213억 달러가 중·장기채무이기 때문에, 민영화될 경우 해외채권 기관들의 조기 상환요구로 자칫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의 주장)(안현효, 2008: 10).
 
또 다른 이유로 새 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인한 정부 수입 축소의 재원을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충당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도 있을 수 있다. 이 역시 공기업을 그 자체로 평가하지 못하여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잘못된 민영화의 동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공기업 민영화가 감세의 대안이 되지도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감세의 효과는 영구적인데, 민영화한 재원은 일시적으로만 동원되기 때문이다(안현효, 2008: 11).
 
Ⅳ. 민영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공기업 민영화는 전두환 정부(1980년), 노태우 정부(1987년), 김영삼 정부(1993년), 김대중 정부(1998년) 등 정부 개편 때마다 끊임없이 시도된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민영화 과정 자체를 잘 살펴보면 실제 원래의 계획대로 된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원래의 계획을 대부분, 경우에 따라서는 초과달성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김대중 정부시기에 포항제철,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한국중공업 등이 모두 완전 민영화되었고 한국가스공사도 지분의 일부를 매각했고, 한국전력공사 역시 일부 지분 매각과 발전소 매각 을 실시했다.
 
이런 기조에서 보면 김대중 정부보다 확실히 더 신자유주의적이며, 전방위적 민영화를 정책 목표로 내세운 새 정부가 산업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1998년의 김대중 정부 시기와 정세적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1998년은 우리나라의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은행과 IMF 등 외부에서부터 공공부문 구조개편이 강력히 요구되었지만 2008년, 지금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작한 미국발 금융공황에, 전 세계적으로 강타한 에너지 위기가 결합되어 대외로부터의 야기되는 민영화 요구는 매우 위축되어 있다. 또 1998년에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화 열망을 이용하여 민영화의 국민적 지지를 얻었지만 2008년, 지금은 민영화 정책이 수도, 의료, 교육 등으로 전방위로 확산되자 국민들이 민영화가 생계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어 민영화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악화되어 있다(안현효, 2008: 11).
 
1998년의 민영화는 대내·외적으로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하였다. 1999년 에너지 부문 구조개편 계획이 입안되고, 2001년 전력산업에서 발전사를 분리하여 6개의 발전공사를 한국전력공사의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또한 가스공사의 도입권을 3분할하여 2개 부문을 민영화하는 계획도 수립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드라이브도 해당 노조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여 3년 만에 실행이 중단되었다. 2008년의 대내·외적 상황은 당시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 이런 시점에 공기업 민영화의 전방위적 추진은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전환의 사회적 비용이 막대할 것이 확실하다(안현효, 2008: 12).
 
Ⅴ. 민영화의 논리적 근거의 실체는 무엇일까?
 
또한 공기업의 민영화의 논리적 근거 역시 항상 논란이었다. 한편으로는 수익률(방만경영)을 외치지만, 정작 대상 공기업들은 다수가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도 많아 앞뒤가 모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이 독점기업이므로 도산의 우려가 없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실제로 있느냐는 것은 항상 쟁점이었다. 구체적으로 공기업의 수익률, 비용 효율성 등을 통해 측정해보면 우리나라 공기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대체로 효율적이다. 더욱이 공기업을 민영화한다고 해서 더 효율적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실증연구에 의하면 민영화하면 해당 기업의 재무효율성(수익율) 등은 나아지지만 사회적 효율성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공익서비스의 가격이 상승한다. 공기업의 존재이유를 무시하고, 단순히 수익률로만 평가하는 일괄적인 잣대도 문제지만, 그 잣대도 일관되게 적용하지도 않는다(안현효, 2008: 12).
 
또 공기업을 분할하여 경쟁시키면 효율성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당 공기업을 분할하면 공기업의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규모를 키워서 해외경쟁을 시켜야 할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즉 경쟁의 압력을 국내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국내에서 공기업을 분할하여 경쟁시킨다는 생각은 소탐대실의 우려가 있다(안현효, 2008: 12).
 
물론 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라는 큰 명분을 포기하고 선진화라는 명분을 찾은 것은 사고의 전환으로 환영할 일이다. 공기업 선진화는 공기업을 좋게 해보자는 것이고 민영화는 수단을 목표로 삼은 것이기 때문에 선진화가 더 낫다. 하지만 1차 발표는 민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별 공기업의 상황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개별 공기업의 주어진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개혁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특히 절차상의 합의과 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주공·토공의 경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는 논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강행 시 사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특히 민생 경제 표방하는 정책 기조와는 완전히 모순되게 재벌과 외국자본에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큰 문제이다. 선진화라는 용어가 무색하지 않게 공기업의 기량을 선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제시해야 할 것이 아닌가?(안현효, 2008: 12-13)
 
Ⅵ. 공기업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첫째, 공기업의 올바른 개혁은 해당 공기업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당 공기업마다의 문제점을 단순히 비효율성이라는 일반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기업별로 자체적인 분석과 외부 평가를 통해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함으로서 해당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두 번째, 공기업은 정부정책의 효과적 수단이므로 장기적으로 공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 민영화가 추진되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분명히 발생한다. 한국전력의 경우 일괄하여 10% 감축하는 논의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민영화를 하지 않더라도 이에 준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기후퇴기에 대기업의 고용을 많이 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시점에서 공기업의 고용 촉진 정책을 써 왔던 과거의 전례와 비교하여 보면 공기업 역시 고용 촉진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민간 기업의 고용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해봐야 효과가 날 리 없다. 반면 공기업은 정부가 경제 정책을 수행하고자 할 때 매우 효과적인 정부의 수단이 될 수 있다(안현효, 2008: 13).
 
다음으로 우리나라 공기업의 경우 제일 큰 문제는 정부의 자의적인 간섭이다. 이 문제는 이번에도 아주 극심하게 나타나 이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임기 전 산하단체장의 사표종용으로 나타났다. 임기가 남았던 아니든, 정치적 기구든 아니든 무차별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국가의 과잉간섭이 현재의 문제라 할 것이다. 이는 민영화냐 아니냐는 소유구조의 관점에서 풀 문제가 아니고 책임경영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의 지배구조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즉 국가와 해당 공기업 수장이 경영계약서를 쓰고 이에 맞춰 예상할 수 있게 국가가 공기업을 관리해야 하는 문제이지, 민영화를 해서 털어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을 민영화의 대상으로 보는 오래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기업이 그 자체로 경쟁력 있고 효율적이면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공기업 스스로의 발전비젼을 정부가 먼저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말고 경영 목표를 합의하고 그 목표의 달성을 사회의 관심집단과 함께 감시하는 역할로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 선진화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안현효, 2008: 13-14).
 
Ⅶ. 투명성과 참여가 더 필요하다
 
공기업의 개혁을 지나치게 정치적 관점에서 보거나, 무조건 민영화가 좋다는 경직된 논리로 바라보지 말고 공기업의 설립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대부분 공기업의 문제는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다른 곳에 있다. 정보의 공개, 시민의 참여 이런 과제가 더 시급하지 않을까? 이것이 공기업이 진정 국민의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200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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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23-3호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와 이명박정부의 부동산정책
전강수(대구가톨릭대 부동산통상학부 교수)
 
Ⅰ. 부동산 시장만능주의
 
이명박 정부 부동산정책의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 적이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정부가 나서서 그것을 막으려 하는 것은 잘못이다.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기만 골라내서 억제할 수 없고, 또 투기는 부동산 값의 변동 폭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에 억제할 필요도 없다. 사실 외국에서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요란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없으며, 정부의 잘못된 개입은 오히려 부동산 값 상승을 부채질할 뿐이다. 보유세 강화를 통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은 일회성 효과밖에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집값이나 임대료를 상승시킨다. 정부가 굳이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투기 수요를 억제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토지 공급을 묶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서 토지와 부동산의 공급이 원활하게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부동산 신화는 없다』, 후마니타스, 2008, pp.120~21).
 
투기방임론, 공급확대론, 세금폭탄론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1990년대 초반 무렵부터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다. 이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기까지는 보수 언론의 지원이 큰 힘을 발휘했다. 보수 언론들은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과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이론과 주장을 수시로 소개・인용하며 핵심 무기로 활용했던 것이다. 보수 언론들의 보도 내용과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비교해 보면 거의 차이가 없어서, 언론들이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베껴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Ⅱ. 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철학과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동산 시장주의의 세례를 받았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가진 사람이 더 좋은 아파트로 가겠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되,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복지 차원에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하면서 투기방임론을 피력하는가 하면,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아파트 값을 세금으로 잡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하면서 보유세 강화 정책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투기 수요 억제 정책은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켜 서민경제를 어렵게 만든다고 하면서 공급확대론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며, 강남의 재건축 완화나 강북의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서울 시내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는 복지 차원에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말에 걸맞은 주거복지 정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가 제시한 주거복지 정책이라곤 고작 신혼부부용 아파트 공급 정책이 전부였다.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집권 후 부동산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인수위 시절부터 지난 7월까지는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인수위가 제시한 192개 국정과제 가운데 주택 공급 확대와 장기 보유 1세대 주택 양도세 경감이 들어 있었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라든가 보유세 무력화 등은 빠졌다. 부동산 세제 완화를 1년간 유예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는 시장 안정이 담보되고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가 완비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었다.
 
이처럼 인수위가 시장만능주의적인 부동산 정책들을 자신 있게 국정과제로 제시하지 못한 데는 당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큰 변수로 작용한 것 같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존 입장대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당장 부동산 값이 폭등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주거복지 정책으로는 지분형 주택과 신혼부부용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설익은 정책들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Ⅲ.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의 본격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의 무력화
 
그러나 7월 23일 당정 합의로 재산세 완화 결정을 하면서부터 이명박 정부는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날 정부와 한나라당은 2017년까지 매년 5%씩 인상해서 100%가 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재산세 과표 적용률을 50%로 동결하고, 공시가격 6억 원 이상의 주택에 한해 50%로 설정되어 있던 재산세 세부담 인상률 상한(3억 이하는 5%, 3억~6억은 10%)을 2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재산세 세부담이 작년에 비해 급증했다는 일부 언론의 거짓 보도를 빌미로 노무현 정부 보유세 강화 정책의 한축을 무너뜨리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 공급확대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과 보유세 무력화를 내용으로 하는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8.21대책, 9.1세제개편안, 9.19대책, 9.23종부세 개편안 등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이 대책들이 보유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을 어떻게 무력화시키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8.21대책에서는 ▲지방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기준 완화, ▲비수도권 3억 이하 주택을 1호라도 매입, 임대 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종부세 적용 배제 등의 조치가 발표되었고, 9.1세제개편안에는 ▲양도세 세율 인하, ▲1세대 1주택자 양도세 적용 기준(고가주택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 ▲장기보유특별공제 최고 비율(80%) 도달 기한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 ▲종부세 과표 적용률 동결 및 세부담 인상률 상한 200%에서 50%로 인하, ▲2010년부터 종부세 부가세인 농어촌특별세 폐지 등의 조치가 포함되었다.
 
이로써 2009년까지 계속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던 종부세 강화 정책이 중단되고 양도세가 부분적으로 완화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의 근간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정부 정책은 이때까지만 해도 제도에 구멍을 내는 수준이었다.그러나 9.23종부세개편안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이라는 둑을 완전히 허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편안은 '금년도 개편방안'으로서 ▲종부세 부과 기준 인상을 통해 과세 대상을 대폭 축소, ▲세율 인하, ▲고령자 세액공제 도입, ▲사업용 토지에 대한 세부담 대폭 경감, ▲과표 산정 방법을 공시가격 기준에서 '공정시장가액' 기준으로 전환 등의 내용을, 그리고 '중장기 개편방안'으로서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 ▲보유세 세율 구조를 단일세율 또는 낮은 누진세율 체계로 개편, ▲기존 종부세 재원을 재산세율 인상과 자치단체 간 재정조정제도를 통해 보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실로 ‘화끈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보유세 무력화의 결정판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중장기 개편방안'까지 갈 것도 없이 '금년도 개편방안'만 국회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종부세 대상자는 극소수로 감소하고 세부담도 크게 줄어들어서, 종부세는 유명무실한 세금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은 노무현 정부에 의해 보유세 강화 정책이 시작되기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 방안에서는 재산세율을 인상해서 줄어드는 세수를 보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재산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꾸었으니, 종부세와 재산세로 이루어진 보유세의 부담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게다가 종부세 부가세인 농특세도 폐지된다).
 
Ⅳ.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의 본격화: 공급확대 정책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정책 무력화 조치와 함께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핵심 정책 수단인 공급확대 정책 또한 본격화한다. 이것은 주로 8.21대책과 9.19대책에 들어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8.21대책에서는 재건축 규제의 일부 완화(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폐지와 층수 제한 완화)와 신도시 2곳 추가 지정을 통해 공급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9.19대책에서는 향후 10년간 도심(재개발․재건축 등)과 도시근교(그린벨트, 산지․구릉지 등)를 중심으로 연평균 50만호, 총 500만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 대책 모두 공급확대를 지향하고 있지만, 9.19대책에서는 공급확대의 목표치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도 그것을 도심내 공급 위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서민들을 위해 2018년까지 보금자리 주택 총 150만호를 공공이 직접 지어 공급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되어 있지만, 노무현 정부가 2007년 발표했던 1.31대책에 비해 공공임대 주택 공급 계획이 크게 축소되었다는 점에서 립 서비스 정책의 성격이 짙다. 민간 건설업체로 하여금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대량의 주택을 공급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투기나 개발이익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Ⅴ. 보유세 무력화 정책의 문제점
 
9.19대책과 9.23개편안은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추가대책이 더 나올 수는 있겠지만, 양 대책에 의해 정책의 골격은 완전히 드러났다고 해야 한다. 그러면 이런 정책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살펴보고 또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망해 보기로 하자.
 
첫째, 이명박정부의 보유세 무력화 방침은 우리나라 부동산 조세제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짓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동산 문제가 유독 심각한 양상을 보여 왔다는 사실과, 그것이 지나치게 낮은 보유세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조세구조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보유세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고 거래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기형적인 형태를 갖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수 십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보유세를 강화하고 다른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학자들과 일반 국민들로부터 광범한 지지를 받아 왔다.
 
비록 중도에 좌절하고 말았지만,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가 모두 이 정책을 추진하려고 시도했던 것은 바로 이런 사회적 합의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2017년까지 장기 로드맵을 갖춘 보유세 강화 정책을 법제화함으로써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오랜 숙제를 처음으로 해결했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보유세 강화 정책의 핵심이다. 이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진 보유세 강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과 보수 언론들은 노무현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온갖 말도 안 되는 주장과 논리를 개발·유포해 왔다.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라는 주장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실효세율 기준으로 볼 때, 노무현정부 임기 중에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보유세는 0.1%대에서 0.2%로 증가했을 뿐인데도, “참여정부의 보유세는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을 쉴 새 없이 퍼부었고, “보유세는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없다”, “소득 대비 보유세 부담은 선진국보다 낮지 않다(혹은 오히려 높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보유세는 전가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라는 식의 거짓 주장들이 난무했다.
 
9.23대책은 이들의 거짓 주장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조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로는 흔히 실효세율,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부담 비율, 조세총액 대비 세부담 비율 등이 사용됨에도 이 세 가지 비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소득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이라는 정체불명의 지표를 산출 근거도 밝히지 않고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
라, 이름만 비슷할 뿐 보유세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재산과세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내세워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보유세 부담이 높다고 강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은 종부세가 소수의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징벌적 세금이기 때문에 조세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노무현 정부 보유세 강화 정책의 진행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억지 주장이다.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도 함께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단지 종부세 대상자들의 경우 강화의 속도와 목표를 재산세 대상자들보다 높게 잡았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의 재산세 강화 정책에 대해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 그리고 보수 언론들은 한결같이 서민들에게 퍼붓는 세금폭탄이라고 비난했다. 그 결과 원래 50%로 되어 있던 재산세 인상률 상한이 공시가격 3억 이하에 대해서는 5%, 3∼6억에 대해서는 10%로 내려갔고, 그로 인해 재산세 강화 정책의 속도가 늦추어졌던 것이다. 재산세 강화를 방해했던 현 집권 세력이 이제는 종부세가 유별나게 강화된 것을 두고 소수에게 부과하는 징벌적 세금이라고 비난하며 그것마저 폐지하려고 하다니 가당치가 않다. 이명박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방침이 선의에 바탕한 것이라면 종부세를 무력화하는 대신 전체 보유세를 강화한다는 사실을 먼저 밝히고 그 목표와 방법을 제시해야 함에도,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보유세는 양극화의 주범인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 보유세가 제대로 부과된다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다량 보유하면서 저사용 상태로 방치하는 경향이 사라질 것이므로 부동산 이용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또 부동산 가격 변동의 진폭이 축소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도 줄어든다. 특히 종부세는 세수의 상당 부분이 교부세로 지방에 배분되어 균형 발전과 취약 지역의 복지·재정 수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보유세 무력화 정책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런 유익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대한민국은 투기 공화국, 부동산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Ⅵ. 공급확대 정책의 문제점
 
둘째, 이명박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연착륙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부양시켜 투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고, 중기적(中期的)으로는 공급 과잉을 심화시켜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경착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공급확대 정책이 장기정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의 성격이 짙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사업을 접은 지금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부동산 경기 부양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역사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전체 경기 부양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거시경제가 침체하면 역대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전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책을 시도했고 그것은 몇 년 뒤 어김없이 부동산 투기 광풍을 불러왔다. 그래서 부동산 경기를 전체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역대 정부 경제정책의 고질병이라고 불린다.
 
중기적으로 보면,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의 결과 실제 공급이 이루어지는 시점과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는 시점이 겹칠 경우, 부동산 시장은 엄청난 경착륙을 피하기 어렵고 그럴 경우 거시경제와 금융도 위기에 빠지기 십상이다. 원래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이 없어도 공급 결정과 실제 공급 간의 시차로 인해 가격 하락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명박 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이 시점에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를 두고 ‘건설업 프렌들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경제학자도 이런 정책을 시장주의적이라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강하게 시장주의적 정부임을 자처하는 이명박 정부가 이런 반시장적인 정책을 쓰겠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공급확대 정책을 무리없이 추진하려면 개발이익에 대한 대비책이 필수불가결하다. 특히 도심내 재개발·재건축은 ‘불로소득의 향연장(饗宴場)’이라 불릴 만큼 개발이익 문제가 심각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개발이익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 없이 도심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한다면 해당 지역에서 투기 광풍이 일어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그 외에도 이명박정부의 시장만능주의적 부동산 정책에서는 주거복지 정책이 부실하다는 결정적인 문제점도 드러나지만, 그에 관한 논의는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Ⅶ. 글을 맺으며: 약간의 제안
 
노무현 정부 임기 중의 한국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정책의 실험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고,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었으며, 정책의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무엇보다도 먼저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떨쳐버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문제투성이의 시장만능주의를 벗어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노무현 정부 정책 집행의 성과와 한계를 진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정부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보의 보고(寶庫)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종부세의 문제점을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보유세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버리고, 보유세 강화 정책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전제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은퇴 고령자 문제, 세부담 증가의 속도 문제, 재산세 강화 문제, 건물 보유세 경감 문제 등 현행 보유세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검토하고 보완할 수 있다. 국정을 책임진 위치에서 있으면서 건설업이라는 특정 산업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속히 고쳐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조급증도 속히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부동산 정책에서도 과거회귀적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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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제23-4호
감세정책, 경제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이룰 수 없다
정세은(충남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I. 이명박 정부, 감세의 논리
 
지난 9월 발표된 세제개편안, 내년도 예산안 및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안을 통해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재정조세정책의 기조는 예상했듯이 감세와 작은 정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조세정책의 기조는 지난 10년간의 소위 ‘좌파정부’ 하에서 사회복지지출의 증가로 조세부담률이 높아졌고 높은 조세부담이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률 저하, 양극화 심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정부는 감세정책을 펴게 되면 민간부문이 활성화되고 투자가 촉진되어 ‘저부담→고투자→고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이를 통해 우리 경제는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감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강한 의지는 최종적으로는 조세부담률(GDP 대비)을 현재 22% 수준에서 OECD 최저인 20% 수준으로 인하하겠다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감세와 함께 재정지출도 향후 엄격하게 관리될 계획이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 증가율은 경상성장률보다 낮게 관리될 것이고, 이에 따라 2012년까지 균형재정도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높은 조세부담과 복지지출이 국가 경쟁력을 하락시키고 성장 부진과 양극화심화를 가져왔다고 할 정도로 우리의 조세부담과 복지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인지, 또한 대기업, 부유층에 혜택을 주는 감세를 실시하게 되면 정부의 주장대로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될 것인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II. OECD 평균보다 낮은 조세부담률, 적은 복지지출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에 복지지출이 확대되고 조세부담률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 GDP의 4.76%였던 사회복지지출이 2003년에는 7.87%로 증가하였다. 한편 OECD 자료에 따르면 총조세부담률(조세부담률+사회보장관련 부담)은 GDP의 19.4%에서 25.3%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두 정부가 복지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증세를 택한 결과는 아니었다. 세원확대 등으로 자연스럽게 세수가 증가하자 그 중 일부를 복지지출로 돌린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조세부담수준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보았을 때 과도한 것인가? 2004년 우리나라의 총조세부담률은 GDP 대비 24.6%인데, 이는 30개국 중에서 29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상위국가군에 속하는 스웨덴은 50.4%, 중간국가군에 속하는 영국은 36%, 하위국가군에 속하는 미국, 일본은 각각 25.5%, 26.4%를 차지하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시기에 조세부담률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36% 정도인 OECD 평균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하위국가군에 속하는 미국, 일본과 주로 비교함으로써 우리의 조세부담 수준을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
 
주요 감세 대상이 되는 법인세의 경우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비해 높지만, 조세수입 자체가 적기 때문에 GDP 대비 비중으로는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즉 2004년 법인세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E 평균은 3.4% 인데 우리나라는 3.5%로써, 법인세 부담이 과도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저해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기 때문에 우리도 이러한 추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다. 정부는 특히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소규모 국가들의 낮은 법인세율 성공담을 들어 법인세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규모가 작아 외국기업의 유치가 성장의 관건인 국가들의 조세정책이 우리의 모범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소규모 국가들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서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더욱이 법인세 외에 기업들이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OECD 평균보다 낮은 비율로 부담하고 있어 기업들의 전체적인 부담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소득세의 경우는 OECD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적게 걷히고 있다. OECD 평균적으로 소득세가 GDP 대비 9.1%만큼 걷히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3.4%에 불과하다. 실제로 근로소득자 2명 중 1명, 종합소득자 3명 중 1명 이상은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들이다. 평균 실효소득세율을 비교해보면 2005년에 OECD 전체적으로는 세율이 15.6%, 미국은 15.7%였는데 우리나라는 2.7%였다. 이렇게 낮은 세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광범위한 탈세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이 확산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소득포착률은 70%까지 높아졌지만, 여전히 소득 30%는 세금 탈루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와 있으나마나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 불로소득에 우호적인 조세제도도 사회전반적인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직접세인 소득세가 적게 걷히기 때문에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미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보다 소득세 세율을 더욱 낮추거나 양도세, 상속세, 종부세 등을 대안 없이 낮추거나 없애는 것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와 같이 낮은 조세부담률에 더하여 적은 재원을 주로 성장 위주로 집행하다보니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OECD 국가 중 여전히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2003년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경우 OECD 평균은 21.83%였는데 우리나라는 7.87%에 불과했다. 주요 OECD 국가들 중 미국이 우리 다음으로 낮았지만 그래도 16.59%에 달하였다. 한편 대처 정부 이후 복지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영국도 GDP의 21.43% 정도를 사회복지에 지출하였으며 북유럽 복지선진국인 스웨덴은 31.87%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복지지출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른다면 우리나라는 현재보다 오히려 대폭 복지지출을 늘려야만 한다. 현재의 조세부담률, 복지수준에서 고려해 보았을 때, 감세와 작은 정부가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 사회복지지출이 증가하게 되면 경기침체기에 저소득층의 삶이 안정될 뿐 아니라 이것이 자동적으로 경기안정화 역할을 함으로써 경기침체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있다.
 
III. 감세정책, 경제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불가능하다
 
감세정책은 원래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공급 중시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1980년대에 파격적으로 실시한 정책이다. 이들에 따르면 소득세율 인하는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노동공급을 확대하고 법인세율 인하는 자본의 한계비용을 낮춰 투자를 증대시키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기대한 효과가 실제로 실현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레이건과 부시 정부 시기 모두 경제성장률은 좋았다. 하지만, 정부가 감세와 더불어 재정지출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감세의 효과인지 재정지출 증가의 효과인지 불분명하다. 일본의 예를 살펴보면 감세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구조적인 경기불황을 해결하기 위해 1994년, 1998년, 1999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감세정책을 시행하였으나 당초 의도했던 소비 확대 등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성장 효과가 의심스러운 반면 감세는 오히려 세수부족, 그로 인해 재정적자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레이건과 부시 정부 시절에 감세 정책 시행 후기대와는 달리 재정적자가 급증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감세정책이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소득재분배 악화이다. 우선 감세의 직접적인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집중된다. 미국 의회예산처에 따르면 부시행정부의 감세정책 이후 소득 최상위 1% 가구의 감세혜택이 평균 40,990달러로 중간소득 계층인 3분위 가구의 40배에 달하였다. 감세로 인해 소득재분배가 악화될 수 있는 다른 이유는 감세 이후 재정건전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복지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레이건 정부 시기의 재정악화로 인해 90년대의 클린턴 정부시절에 복지프로그램이 축소된 것이 좋은 예이다.
 
현 정부의 예산안을 보면 감세정책이 투자와 소비를 진작해 경제성장률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히 낙관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산안을 세울 때에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가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2009년 실질 경제성장률이 4.8∼5.2%가 되고, 이후 더욱 높아져 2012년에는 6.6~7.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예측치는 정부의 바람을 반영해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조세수입 및 재정지출이 정부의 계획과 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당장 내년도의 예측치는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를 감안한다면 쉽게 달성하기 힘든 수준인데, 실제의 경제성장률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수입이 계획보다 줄고 지출이 계획보다 늘어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낙관적인 경제성장률이 실현된다고 해도 감세기조로 인해 당장 복지지출 위축, 남북경협 교착, 지방재정 악화 등 재정지출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 예산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 6.5%보다 높은 10.7%인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증가된 예산 가운데 참여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법 집행을 위한 자연 증가분, 즉 법정지출경비를 제외하면, 재량지출은 오히려 1.4% 감소하였다. 한편 남북경협비용도 예년에 비해 50%가량 대폭 삭감되었다. 이는 주로 10·4선언 이행관련 예산과 개성공단 활성화 관련 예산 삭감에 기인한 것으로서 남북 교류와 경제협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종부세 개편에 따른 2조 2천억 원 정도의 지방재정지원 감소분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도 문제이다. 정부는 ‘2%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머지 98%의 세부담을 늘린다’는 비판을 회피하고자 재산세는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그 경우 어떠한 방법으로 종부세 감소분을 메울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감세의 결과로 복지지출 위축, 남북경협 교착, 지방재정 감소라는 부작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감세의 직접적인 혜택은 주로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감세의 혜택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높이고 세율을 낮춤으로써 혜택을 받는 기업이 전체 법인의 90.4%인 32만개로 늘어나게 되고, 소득세의 경우 소득세율을 전 소득구간에 대해 2%포인트씩 인하하고 소득공제액을 높임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층의 세부담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전체 법인의 0.1%인 324개 기업이 법인세 세수의 61%를 낸 것으로 미루어보면 법인세율 인하의 혜택은 주로 대기업에 집중될 것이다. 소득세도 총급여 2천만 원인 4인 가구의 세부담액은 4만 원 줄어드는 데 비해 총급여 1억 원인 가구는 99만 원이 줄어들게 되어 소득수준이 5배인 가구의 소득세 감세 혜택이 25배에 달하게 된다. 정부는 감세의 직접적인 혜택이 대기업, 부유층에게 집중되더라도 이들의 투자 및 소비확대가 증가하게 되면 이것이 경제 전체의 활력을 높이는 ‘트리클다운 효과’(낙수효과, trickle-down effect)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불확실하다.
 
IV.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적극적 재정, 조세정책
 
이명박 정부는 감세, 규제완화, 민영화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미국경제모델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 경제의 현재는 암울하다. 돌이켜보면 미국의 감세정책은 부유층에게 주로 혜택을 주는 것이었고 경제는 주로 금융부문의 과도한 팽창, 재정적자, 경상적자에 의해서 지탱되어 왔다. 이렇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시스템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예언해 왔고, 실제로 그 예언은 실현되었다. 그리고 부동산 대박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서민층은 이제 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물론 세계 기축통화를 찍어내는 미국은 망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부유층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찾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고통은 고스란히 미국의 서민층이 떠안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미국발 금융위기는 감세정책으로는 경제성장도 양극화 해소도 이룰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따라서 ‘진정한’ 실용정부라면 이러한 현실에서 교훈을 얻어 과감히 감세정책을 수정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곧, 대기업, 부유층에게 혜택을 주는 감세보다는 식어버린 아랫목을 직접 데우는 정책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 경기침체기에 고통을 겪게 될 서민층을 보듬어 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만일 꼭 감세를 추진해야 한다면 중소기업, 중산서민층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수단을 강구하는 편이 옳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정책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재정수지 악화와 소득재분배 악화라는 문제를 낳는다. 따라서 인기영합적인 감세를 무분별하게 외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세수를 복지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복지 확대를 위해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그 재원을 국민들이 어떻게 공평하게 부담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조세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무분별한 공기업 매각방안이 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해야 한다. 정부는 2012년까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매각하여 여기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재정지출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예상보다 세수가 많이 부족하게 될 경우 이를 핑계로 무분별하게 민영화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공기업 선진화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로서 민영화가 능사가 아니다. 정부는 감세정책의 성공을 위해 민영화해서는 안 되는 공기업마저도 민영화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2008/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