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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경제학 (대학신문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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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경제적 인간은 허구 -주류의 틀을 깨고 현실과 조응하는 대안경제학으로
양준호 교수(인천대 경제학과), 2008년 03월 15일 (토) 20:44:59 대학신문
합리적 경제인과 사회적 경제인
지금의 경제학계에서는 경제 주체의 합리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 이론에서는 경제 주체 간의 상호작용이 오로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정보만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주체는 모순 없는 효용함수와 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보유한 자원 제약 하에서 가능한 최대의 만족을 달성하고자 행동한다. 이러한 합리적 경제인(Homo economicus)이 경제와 관련해 각자 행동한 결과 모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게 돼 결국 경제적 균형이 달성된다고 역설한다. 한국의 경제학 교육에서도 신고전학파의 이론은 가히 지배적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합리적 행동에만 주목하고 있는 이 이론은 몇 가지 구성상의 약점을 갖고 있다. 첫째, 개인의 합리적 행동에서 사회적 합리성을 도출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온다고 확신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그 조화론적 비전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경제행동이 이해관계를 심각하게 대립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해관계의 심각한 대립이 존재한다면 원인을 자유로운 경제행동에 대한 장애 요소의 존재로부터 찾는다. 둘째, 환원주의적 수리화 작업만을 중요시해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구조를 이론 체계 속으로 끌어안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고전학파의 경제학자들에게 있어서 사회관계 및 문화적 특성은 사후적으로 부가되는 이차적인 조건에 불과해, 이론 속에 사회적·역사적 요소를 편성하는 것은 엄격히 부정된다.
이에 반해 경제이론 틀 내에 사회적·역사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내고 있는 경제학이 바로 ‘대안경제학’이다. 이는 이와 같은 의미에서 곧잘 ‘사회경제학’으로도 불린다.
신고전학파 경제학과 ‘대안경제학’의 차이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비롯한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으로 불리는 ‘대안경제학’의 특징을 상호 비교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두 경제학은 기본적인 사고방식 자체가 서로 상이하다.
‘주류경제학’은 L.왈라스의 순수교환경제 모델을 그 이론적 핵심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생산과정을 포함하지 않는 이론구성 등 비현실적인 기초가설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이론과 현실을 결합하지 않는, 바꿔 말하면 이론을 단순한 도구로 설정해버리는 ‘도구주의(Instru-mentalism)’의 입장을 의미한다. 반면에 대안경제학은 기초가설과 현실과의 관련성이 설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주류경제학’에서 사회는 개인의 합의에 의한 구성체로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행동에서 출발해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설명해야 한다는 이른바 ‘방법론적 개인주의’의 입장을 취한다. 반면 ‘대안경제학’은 개인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과 또 그 개인은 사회로부터 제약된다는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인간의 경제행위를 방향 짓는 가장 유력한 지표는 개인의 합리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성은 다양한 논의들에 의해 서로 다르게 파악되고 있는데, ‘주류경제학’은 합리성을 개인의 머릿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하거나 때로는 완전한 합리성을 가진 개인의 존재를 가정한다. 반면 ‘대안경제학’은 개인이 가지는 시야의 한계 및 계산능력의 한계 등을 이유로, 한정된 합리성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또 그 합리성은 개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제도화된 절차로서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안경제학에서는 제도의 형태 및 그 변화의 분석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진화경제학과 실험경제학에서는 복잡계 및 진화게임과 같은 개념과 실험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같은 새로운 수법을 활용하여 주류경제학이 파악하지 못했던 사회제도의 특징과 역사적 시간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의 활동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행동경제학은 심리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등의 관점을 원용하여 왜, 어떻게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이상적 존재일 수 없는지를 검증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은 다양한 제약 조건 하에서 희소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핵심적인 연구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 메커니즘은 ‘시장’에 의해서만 성립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시장의 기본적인 조정패턴은 어떤 공간에서나 또 어느 시대에서나 이른바 ‘가격조정’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대안경제학’의 중심적인 연구과제는 어떻게 사회경제시스템 전체가 안정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다. 이는 곧 ‘대안경제학’이 사회경제학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와 관련해서 ‘대안경제학’은 대부분의 자원을 신고전학파 경제학처럼 희소성을 가진 것으로 보지 않고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늘리기만 하면 수요에 맞게 증산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생태주의 경제학은 ‘시장’이 초래한 환경 등의 생태계 파괴를 막고 환경과 개발의 공생 및 생태계와 경제계의 접점에 대한 접근법과 판단기준을 어떻게 형성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또 이는 다양한 제약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주체에 대해 일정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을 ‘시장’의 주요 기능으로 인식한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은 시장의 조정패턴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또 가격조정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수량조정에 의한 것도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제도경제학은 시장에 의한 조정뿐만 아니라 제도에 의한 조정도 중요한 역할을 다한다고 본다.
‘협의의 경제학’을 넘어서
우리나라 주류경제학자들이 성경처럼 모시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이윤추구’라는 자본의 욕구를 ‘이기심(self-love)’으로 불리는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도출하고 있다. 그러나 『국부론』 의 ‘인간’을 고찰해보면, 이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적 자본가가 되기 전의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었던 당시의 중간시민이었으며 역사적으로 규정된 당시의 사회관계 하에서 생산물을 제조하거나 상업을 영위했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국부론』의 ‘인간’이란 역사적으로 규정된 특수한 형태의 인간에 불과하며, 이는 곧 지금의 주류경제학이 전제조건으로 설정하고 있는 ‘인간’ 또는 ‘개인’은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을 담아낼 수 없기에 현실을 반영할 수 없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이처럼 ‘협의의 경제학’으로 규정될 수 있는 주류경제학을 극복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그 자체가 인간의 경제활동 중에서도 특정 역사적 단계에서 생성·전개된 것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대안경제학’이다. 이는 다양한 역사적 단계에 있어서의 인간의 경제활동을 전제로 한 사회경제시스템을 분석하고자 하는 학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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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적’이론을 넘어 ‘실제적’인간을 고찰한다 (대학신문, 2008년 03월 22일 (토) 16:16:46 류원식 기자)
실제 인간을 고려하지 않고서 경제학을 논할 수 있을까? 신고전학파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Paul Anthony Samuelson)은 『경제학』에서 “인간의 행동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통제된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기존의 경제학은 사회학, 심리학 등과 달리 경험적 연구를 불필요한 영역으로 간주해 왔다. 이 때문에 경제학 이론은 기술적 이론이 아닌 ‘규범적 이론’으로 불린다. 인간의 행동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행동의 규범만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가정을 하고, 가정이 옳다는 전제하에 이론을 전개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주로 실험을 통해 경제이론의 ‘기본 가정’ 자체를 연구한다. 그리고 실험경제학은 가정을 통해 도출된 ‘이론적 예측’을 검증한다. 실제 인간의 행동을 고려하지 않는 주류경제학에 비해 실험·행동 경제학은 ‘실험’을 경제학 분석에 적용함으로써 좀 더 현실적으로 경제를 조명한다. 이들은 경제학이 실제 인간이 하는 ‘진짜’ 경제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류경제학은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전제로 경제를 설명한다. 이 경제적 인간은 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만족)이 가장 커질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자들은 “사람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입수할 수 없고, 입수했다 하더라도 그 정보를 완전히 분석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인지능력의 한계를 들어 ‘제한된 합리성’을 제시한다. 야구에서 외야수가 높이 뜬 공을 어떻게 잡는지 생각해보자. 공의 낙하점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공의 속도, 풍향과 풍속, 공의 회전 등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야수가 이런 복잡한 정보들을 일일이 계산하고 있을 리 없다. 행동경제학은 ‘제한된 합리성’을 지닌 외야수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의사결정 방법인 ‘휴리스틱(heuristic, 주가 되는 정보만을 우선적으로 분석해 판단하는 방법)’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한다.
행동경제학자인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제시한다. 프로스펙트 이론은 준거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대상의 가치(효용)가 결정된다고 본다. 주류경제학의 기대효용이론이 절대적인 준거점으로부터의 변화로 가치를 결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프로스펙트 이론은 “사람들이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작을 때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커짐에 따라 작은 변화에 둔감해진다”고 설명한다. 만원을 가진 사람이 천원을 잃는 것과 천만원을 가진 사람이 천원을 잃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에서는 합리적인 손익계산보다 주체가 느끼는 손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른바 계산에서 감정으로의 전환이다.
실험·행동 경제학은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정책의 유효성과 문제를 미리 파악할 수 있어 현재 재무관리, 마케팅 등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진용 교수(서울산업대·경제학과)는 “실험·행동경제학은 수학적으로 측정하기 복잡하고, 실제 사회와 똑같이 실험을 구성하기 어렵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실험·행동경제학이 전통경제학과 달리 실험을 이용해 경제학에 현실성을 부여했다”며 실험·행동 경제학의 의의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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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생태계'를 경제학속으로 (대학신문, 2008년 03월 29일 (토) 17:41:12 홍유인 기자)
‘생태 경제학’과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 이론들이 매우 ‘정치적일 것’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담론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여성과 생태계는 소외된 이들의 대표처럼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이론은 ‘정치적’으로 여성과 생태계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경제학적’ 관점에서 주류경제학의 이론적 결함을 지적하고 보완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환경문제를 인간 외부의 문제로 이해한 결과 ‘시장실패’의 문제에 봉착했다. 물론 신고전학파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이러한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려는, 다시 말해 환경문제에 가격을 설정해 왈라스(Walras) 표준모델의 ‘일반균형’을 회복하려는 시도로서 ‘환경경제학(Environmental Economics)’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은 환경 경제학의 접근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강조한다. 생태경제학자들은 “자연환경을 단순히 ‘자원’으로만 생각하는 ‘외부효과의 내부화’가 성공해도 ‘자원이 아닌 자연’이 파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류경제학의 시장논리는 기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가역적”이라며 이는 “한 번 파괴하면 되돌리기 힘든 생태계의 비가역성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대표적 생태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조지스쿠-로젠(Nicolas Georgescu-Roegen)은 자연과학의 열역학 제2법칙에서 ‘닫힌계에서 총 엔트로피(무질서도)의 변화는 항상 증가하거나 일정하며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는 ‘엔트로피의 비가역성’ 개념을 생태경제학에 도입한다. 그는 생태계의 수용능력에 맞게 ‘지속가능한 규모’라는 개발의 한계선을 설정할 것을 주장한다.
여성주의 경제학(Feminist Economics)은 주류경제학의 성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따르면 신고전학파의 기본 전제는 현실 경제, 특히 여성의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 여성주의 경제학자인 폴라 잉글랜드(Paula England)는 “신고전학파의 전제인 ‘자유롭고 합리적인 경제인의 이익극대화’라는 행위 자체가 역사와 사회의 제약에 매어있는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경제학을 넘어서-페미니스트 이론과 경제학』에서 마리안느 퍼버(Marianne A. Ferber)는 “신고전학파가 주로 집중하는 ‘시장적 행위’의 분석에서 여성이 담당하는 ‘가계생산’과 ‘가사노동’은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거시경제학에서도 비시장재나 재생산노동은 별 어려움 없이 조달되는 것으로 가정되는데, 역사적으로 이를 무급으로 담당해온 것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현재 여성주의 경제학의 주도적인 연구경향인 ‘신고전학파 여성주의 경제학’은 “신고전학파 방법론 자체가 성편향적인 것이 아니라 신고전학파 연구자들의 가부장성이 문제”라고 진단해 “오히려 실증주의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이들은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로 여성학자의 수를 늘려 성차별을 해결할 것을 강조한다.
이 ‘대안경제학’들이 일반균형 이론과 같은 ‘보편적’인 경제학으로 발전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상호 강사(가톨릭대․법경제학부)는 『경제학, 더 넓은 지평을 향하여』에서 “생태경제학은 세계적 규모의 환경문제와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 등에 대한 말끔한 해법을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시인한다. 또 홍태희 교수(조선대․경제학과)는 “여성주의 경제학 논의 대부분도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일 뿐 일관된 이론체계를 정립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만 주류경제학의 세계에는 없었던 ‘여성’과 ‘생태계’라는 개념을 경제학 안으로 가지고 들어옴으로써 경제학의 시각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두 이론은 충분히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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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우선성은 허구, 시장도 ‘제도’다 (대학신문, 2008년 04월 05일 (토) 17:54:52 류원식 기자)
“태초에 시장이 있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시장을 탈역사적 산물로 간주한다. ‘시장의 우선성’ 가정을 바탕으로 모든 경제행위를 시장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반면 제도경제학은 시장은 생물의 기관처럼 자연선택돼 태어난 제도의 하나로 보고, 수요-공급 곡선 뒤에 숨어 있는 다양한 제도에 주목한다. 그들은 제도가 어떻게 구성되고 이루어지는가에 집중해 현실 경제를 연구한다. 때문에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하나의 자본주의 형태를 상정하는 반면 제도경제학은 제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임배근 교수(동국대·경상학부)는 “주류경제학은 시장이라는 한 분야에만 집중하지만 제도경제학은 시장을 포함한 모든 제도를 통해 포괄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제도경제학은 시대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신고전학파 경제학를 비판, 보완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구제도경제학은 제도경제학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은 경제를 분석할 때 가격기구뿐만 아니라 법률, 관습 등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신고전학파에 대해 “제도가 변해가는 진화과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경제학은 진화론적 과학”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를 정태적·기계적 체계로 파악하기보다 동태적·유기적 존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는 미시적 입장에서 제도의 기원을 분석하는 신제도경제학이 등장했다. 이들은 “완전경쟁시장에서 완벽한 합리성을 가지고 완전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개인은 굳이 기업을 만들 필요가 없다”며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기업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올리버 월리엄슨(Oliver Williamson)은 제한된 합리성과 자산의 특수성 개념을 로날드 코즈(Ronald Coase)의 거래비용 개념과 결합해 경제조직을 설명한다. 유동운 교수(부경대·경제학부)는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적이어서 거래비용이 발생하며, 거래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기업이 만들어지고 계약을 지배하는 구조도 달라진다”며 그의 이론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건설업자와 목수가 한 번만 함께 일한다면 한 번의 계약서만 작성하면 된다. 그러나 그들이 계속 같이 일할 경우 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해야 하므로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그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인 조직적 관계 즉,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제도경제학은 국가 간 제도를 비교하는 경험적 연구방법을 취해 통일된 이론체계가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경험적 연구방법을 통해 제도와 관련된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주의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케임브리지대·경제학과)는 『국가의 역할』,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제도경제학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실패는 궁극적으로 시장과 그 외의 다른 제도들 간의 상호관계를 균형 있게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도주의적 접근은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유독 경제학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양준호 교수(인천대·경제학과)는 “유럽의 경우 신고전학파 경제학과 함께 제도경제학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류경제학에 가려 아직도 그 논의가 미약하다”며 “제도경제학의 비시장적 요소를 통해 주류 경제학의 맹점을 지적하고 부동산 투기, 족벌경영 등 현실의 문제점을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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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에 대한 재해석으로 경제학을 다시보다 (대학신문, 2008년 04월 12일 (토) 21:20:47 홍유인 기자)
지난 200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학생들은 「경제학의 문호개방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해, “주류경제학 외의 대안적인 시각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케인즈(John M. Keynes)를 배출한 케임브리지대가 전통적으로 ‘이단적’ 경제학의 본산을 자처해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칼레츠키, 스라파, 로빈슨 등의 걸출한 비주류 경제학자들도 ‘케임브리지 학파(Cambridge School)’라는 이름 아래 활약했고,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Post-Keynesian Economics)과 스라피언 경제학(Sraffian Economics)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경제학사에서 케인즈의 이름을 계승한 학파는 많다. 사무엘슨 등의 ‘신고전학파종합케인지언(Neoclassical Synthesis Keynesian)’, 맨큐·스티글리츠의 ‘새케인지언(New Keynesian)’ 등은 모두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각각 다르게 해석하며 출발한다. 하지만 정작 포스트케인지언 학파는 케인즈의 계승자를 자처한 이들을 모두 ‘신고전학파’로 규정한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은 “케인즈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주류경제학의 근저에 있는 사고방식 자체”라며 “‘케인즈혁명’의 의미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기반에는 절대적인 연역논리를 요구하는 ‘환원론·이원론적 사고방식’과, ‘항상 경제는 균형을 향한다’는 결정론에 근거한 ‘기계적 시간’의 개념이 존재한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은 ‘미래는 현재의 선택에 따라 변하므로 안정적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시간’ 개념을 경제에 도입해 “경제의 이행경로 자체가 최종균형상태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공급은 수요에 순응한다”는 케인즈의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원리가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도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파의 특징이다.
스라피언 경제학은 ‘거시경제 쟁점에서의 모형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포스트케인지언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신고전학파 이론의 내부구조 비판에 주력한다’는 특징 때문에 별개의 경제학 분파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스라피언 경제학은 1920년대 학계를 지배하던 마셜경제학의 결정적 모순을 지적하며 등장한 천재 경제학자 스라파(Piero Sraffa)를 계승한 학파다. 1960년대의 ‘자본논쟁’에서 스라파는 “‘수요와 공급의 교차점에서 가격과 양이 동시에 결정된다’는 신고전학파의 한계주의 접근법은 경제를 너무 단순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생산수단이자 생산품인 자본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이 접근법의 전제인 “우하향하는 자본의 수요함수를 만들어내는 ‘생산과 소비에서의 대체’ 현상은 현실에서 발생하기 어렵다”며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스라파는 ‘대체되는 것들의 희소성’에 근거한 ‘교환’의 개념보다는 ‘경제의 규모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라는 ‘생산’의 개념에 초점을 맞춰, 경제를 재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잉여(surplus)’를 분석하는 접근법, 리카도로부터 내려오는 고전학파의 ‘잉여접근법’을 부활시켜 대안으로 제시했다.
스라파의 이론을 계승한 스라피언 경제학자들은 경제학 전반에서 신고전파를 대체할 유의미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스티드먼(I.Steedman)은 스라파의 주장처럼 자본을 ‘이질적인 자본재들의 집합’이라고 이해할 때 주류경제학 국제무역이론의 ‘헥셔-올린-사무엘슨 모형’이 낙관하는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항상 교역당사국 모두에 이득이 발생한다’는 명제가 틀릴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 스라피언 경제학자들은 ‘공급과잉된 상품을 처분하는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류경제학자들의 비현실적 가정을 공격하며 이들이 간과하는 ‘환경문제’를 스라피언 경제학의 이론체계 안에 포함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박만섭 교수(고려대·경제학과)는 “고전학파 경제학의 이론체계를 발굴해 주류경제학과는 그 기초가 전혀 다른 경제학을 성립시키려는 현대적 노력의 시발점이 됐다”며 스라피언 경제학의 의의를 평가했다.
포스트케인지언·스라피언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이 “신고전학파보다 더 일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자신감은 그들이 주류경제학의 맹점을 지적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이를 대체할 체계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사실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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