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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빅3 위기 ‘강성노조’ 아닌 ‘경영실패’ 탓

새벽길 2009. 1. 3. 17:57

GM, GE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위기를 강성노조 탓으로 몰아부치려는 시각이 꽤 있었다. 이에 대해 경영실패가 가장 큰 이유인데, 강성노조를 위기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하종강의 노동과 꿈 사이트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정태인 씨와 다른 이들 사이에 있었는데, 관련글을 찾아보려니 지금 찾기가 어렵다. 
 
아마도 이에 대한 논란은 한국에서 자동차노조의 힘이 강한 이상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기에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 아래 글들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고민의 단초를 던져줄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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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기업에는 미래도 없다 (내일, 구본홍 기자, 2008-12-08 오후 1:44:12)
GM·GE, 단기수익만 추구하다 몰락의 길로 
 
구글·P&G, 창의성과 혁신중시 … 금융위기에도 끄덕없는 경쟁력
 
미국 서브프라임사태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세계적인 기업들에게도 엄청난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GM은 생존을 위해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에 목을 매달아야하는 처지로 추락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자산으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또 세계 최고 기업으로 꼽히는 GE마저도 정부의 채권지급보증을 받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등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구글, P&G, 애플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도 없지 않다. 이들 기업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내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몰락의 길로 접어든 기업과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릭 왜거너 GM회장은 “이번 위기는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경영전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며 GM의 경영난을 외적 요인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기업들을 설명하지 못해 일면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위기의 충격으로 쓰러지고 있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단기 수익에만 급급해 위험관리를 게을리 하거나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뚜렷한 경영철학과 원칙 없이 수익만 좇으면서 기업의 생존력과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위기는 이처럼 내부에서 시작된 몰락의 씨앗이 현실화되는 계기를 만들었을 뿐이다.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 = 크리스 페인이 지난 2006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를 보면 GM 몰락의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는 1835년 최초로 개발됐으나 휘발유차에 밀려 곧 역사 속으로 묻히고 만다. 그러던 전기자동차를 되살려낸 것은 다름아닌 GM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배기가스 제로법’을 만들자 GM이 전기자동차 ‘EV1’을 개발해낸 것. 하지만 EV1의 뛰어난 성능이 알려지면서 휘발유차 판매가 위협받기 시작하자 자동차업계와 석유업계, 자동차부품업계 등은 전기자동차 죽이기에 나서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장선 데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전기자동차를 부활시킨 GM이었다.
 
휘발유차량 판매 감소로 수익악화를 우려한 GM은 전기자동차의 배터리가 불안하고 비용이 비싸다는 악의적 주장을 퍼뜨렸고, 막강한 로비력을 동원해 결국 2003년 배기가스 제로법을 철폐시켰다. 배기가스 제로법이 폐기되자 GM은 EV1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관련 직원들을 해고하는 한편 팔려나간 EV1을 모두 회수해 폐차 처리했다. 만약 GM이 계속해서 전기차를 생산해 팔았다면 최근 고유가와 환경오염 등으로 전기차의 필요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를 선도했으리란 전망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처럼 파산위기에 내몰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GM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탈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든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정작 GM은 단기 이익에만 급급해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 버리고 말았던 셈이다. 사실 이런 근시안적 경영은 오래전부터 GM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2003년 일찌감치 미국 자동차산업의 추락을 예견했던 뉴욕타임즈 자동차담당 기자인 미쉘린 메이너드는 그의 저서 ‘디트로이트의 종말’에서 GM의 몰락 이유를 ‘제품’에서 찾았다. 그는 “GM은 현대차를 원하는 이들의 요구, BMW를 원하는 이들의 요구 어느 쪽도 맞춰내지 못했다”며 그 원인으로 단기수익에 치중한 경영을 지적했다. CEO가 임기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품질향상을 게을리 한 결과 GM 제품은 경쟁력을 상실해버렸다는 것. 실제 GM은 꾸준히 수익을 내던 대형차에만 몰입해 소형차 기술을 아예 사장시켜버렸고, 경쟁업체들이 연비 개발과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릴 때에도 의회 로비에만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일본과 한국 자동차업체에게 미국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GM몰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방만함도 원칙 없는 경영의 산물이었다. GM은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도 전직 근로자와 가족들의 의료비와 연금까지 부담해주고 있다. 이는 강성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와의 관계에서 ‘좋은게 좋다’는 의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계 노출한 GE식 경영 =가장 이상적인 경영모델로 꼽히던 GE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이유도 경영원칙에서 벗어나 단기성과에 매몰된 데서 찾을 수 있다. GE의 경영이념은 ‘일등주의’로 요약된다. GE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낸 잭웰치의 ‘‘1~2등이 아니면 고치거나 매각하거나 아니면 폐쇄하라’는 말은 일등주의를 잘 보여준다. 물론 잭웰치가 강조한 일등은 중장기적인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미래 관점에서 성장가치가 있는 사업, 일등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차별 감원, 불필요한 비용 삭감, 핵심역량 집중, 식스시그마 등 잭웰치가 정형화시킨 GE의 경영모델은 단기 성과주의로 귀착될 개연성이 컸다.
 
지난 2000년 3M CEO에 취임한 제임스 맥너리의 사례는 GE식 경영의 단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잭윌치의 핵심 추종자였던 맥너리는 3M의 CEO로 선임되자마자 GE식 경영이론에 맞춰 효율성을 기치로 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식스시스마를 도입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대대적으로 삭감했으며, 무차별적 감원을 단행했다. 그 결과 3M은 당장 주가가 오르고 회사 순익도 증가했다. 
 
하지만 맥너리 취임 이후 3M은 회사의 간판이었던 탁월한 창조력이 빛나는 기술 및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창의성이 깃든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시행착오를 맥너리는 단순히 없애야 할 낭비로 본 까닭이었다. 
 
결국 창조력과 혁신 역량이 고갈되고 있다고 판단한 3M은 맥너리를 해임하고 엔지니어 출신인 버클리를 새 CEO로 취임시켰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는 이처럼 단기성과주의로 전락한 GE식 경영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GE가 위기에 빠진 원인으로 ‘선단식 경영’을 지목했다. 사실 GE는 ‘미국 경제의 축소판’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해왔다. GE의 사업영역은 전구와 제트엔진에서부터 영상미디어 사업, 금융업 등을 망라한다. GE가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게 된 것은 성장성 있는 사업, 일등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인 M&A와 사업재편을 추진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GE는 자신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일등으로 키우는데 주력하지 않았다. 대신 한쪽이 부진하면 다른 한쪽에서 만회하는 식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 잭윌치 재임 기간에는 보험이 다른 사업부의 손실을 메웠고, 제프리 이멜트 취임 이후에는 상업부동산사업부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같은 ‘돌려막기’식 전략이 막혀버리면서 GE의 선단식 경영은 오히려 GE의 생명을 위협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금융위기 속 빛난 원칙경영 = 현재 GM, GE와 대비되는 기업을 꼽으라면 ‘구글’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가 “구글과 같은 회사가 매년 하나씩 나와야 한다”고 칭찬할 정도로 구글은 최근 경제위기 국면에서 더욱 인정을 받고 있다. 실제 구글의 주가는 이번 경제위기로 크게 하락했지만 실적만큼은 흔드리지 않았다. 전년 동기대비로 매출은 34%, 영업이익도 32.2%나 증가했으며 주당순이익도 25.8%나 늘었다.
 
구글의 저력은 원칙에 입각한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의 사시는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다. 고객이 왕이라면서도 뒤로는 고객을 우롱하는 기업들과 달리 구글은 잔재주를 부리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구글은 검색엔진에 광고를 띄우지 않는다. 검색이라는 고객의 원래 목표에 가장 충실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구글은 또 직원들이 최대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왔다. 모든 직원들이 업무시간의 20%를 자신의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쏟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단적인 예다. 검색분야 세계 1위 업체라는 점에 자만하지 않고 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혁신을 유도했다.
 
창의성과 혁신을 중시하는 또 다른 기업으로는 P&G를 꼽을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기업은 지금도 ‘소비자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상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연계개발(C&D)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자체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혁신 아이디어 중 50%를 외부에서 가져올 수 있도록 한 것. 그 결과 2000년까지 외부 아이디어로 개발된 제품이 전체 제품의 15%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35%로, 지난해에는 42%까지 늘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P&G는 세계 불황속에서도 3분기 순익이 늘었으며, 고용도 확대하고 있다. 구글과 P&G의 공통점은 세계 최고 기업이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직원들의 창의성과 혁신을 기반으로 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단기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철학에 근거한 경영만이 위기를 돌파하는 정도임을 이들 기업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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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이 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MB의 거짓말 (프레시안, 윤태곤 기자, 2008-12-19 오후 6:24:10)
[기자의 눈]차라리 노조활동금지법을 만들면 어떨까?
 
"GM은 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인가 보다. 개인이 무슨 소신을 갖든지 그건 자기 자유지만 대통령이 잘못된 소신을 공공연하게 설파하고 또 정책화하고 나서면 그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대운하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식의 소신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9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GM이 위기에 내몰린 것은 노조의 과잉 요구를 CEO들이 모두 들어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19일에는 인천 GM대우 자동차 회사에 들렀다가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의에 참석해 "GM자동차도 외국인 사장이 미국의 GM과 다르다. 거기는 노동조합 때문에 망했지만 우리는 노사가 화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일까?
 
널리 알려진 이 대통령의 노조관
이 대통령의 노조관은 이미 널리 잘 알려져 있다. 각목테러로 잘 알려진 노조파괴전문가 '제임스 리'가 울산바닥을 휩쓸고 다니던 1980년대 후반, 이 대통령이 회장을 지내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진공업에서도 노조위원장에 대한 테러가 왕왕 있었다. 노조에 얽힌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이야기도 많다. 당시 나온 노조 관련 발언록은 이 대통령의 노조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도에 가보니 소위 대학 출신 종업원들이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며 평시에 오버타임(초과근무)을 해도 수당을 안 받는다고 하더라.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도 만들지 않는다던데, 만들 수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는데도 스스로 프라이드(자부심)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대학 교수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의 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서울시 오케스트라가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다. 아니, 음악하는 사람들이 민주노총에 가 있는데, 그것도 전에는 금속노조에 가 있었다. 아마 바이올린 줄이 금속이라서 그랬나 보다."
 
이런 게 대통령을 꿈꾸는 이 대통령의 노조관이었다. 이 대통령이 쏟아내는 요즘 노조 관련 발언의 인식적 뿌리에 해당한다. 하지만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결과를 낳는 법이다. GM노조, 정확히 말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문제가 많은 조직인 건 맞다. 한국의 완성차 노조들이 걷고 있는 길을 먼저 걸었던 이들은 하청 업체나 자신들의 생산품을 수송해야 하는 팀스터노조 등을 아랑곳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전미산별노조연맹(AFL-CIO)가 노쇠화되고 부패한 데에도 '공'이 큰 조직이다. 그렇다고 이 대통령 말대로 과연 노조 때문에 GM이 망했을까?
 
GM과 도요타 인건비 격차의 비밀
미국 자동차 빅3 몰락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거의 일치한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3사들이 지난 신자유주의 10여년의 과정에서 기술경쟁력 강화를 도외시하고 GMAC(GM Acceptance Corporation)과 같은 금융부분을 키워 단기수익을 추구하다가 결국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또 유럽과 일본,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소형차 개발에 한창 일 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단가와 마진을 높이기 위해 대형 SUV 생산에 매진했다. 수요도 없는데 중대형 아파트만 올리다가 미분양 사태를 만난 한국 건설업체들과 닮은꼴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인건비가 높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노조 때문일까? GM과 도요타 자동차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각각 29.78달러와 30달러로 오히려 도요타가 미세하게 높다. 하지만 연금과 의료보험비를 포함한 시간당 총노동비용은 GM이 70달러로, 48달러의 도요타를 압도한다. 이 대통령이 "노조 때문에 망했다"고 한 주장은 아마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일 터이다.
 
그런데 왜 GM 사측은 연금과 의료보호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건 '공공부문은 악이다. 모든 걸 민영화하라'는 주장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이 대통령 같은 보수정치인들과 보수진영 때문이다. 일제고사 반대하는 교사들도,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는 기자들에게도 '좌파' 딱지를 붙이는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파들은 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해서도 '공산당식 제도'라며 크게 반대한다. 오바마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의료보험 공공성 확대이지만 만만치 않은 저항은 그래서 나온다.
 
여하튼 공공의료보험 제도가 없고 민영 보험료는 하늘을 찌를 정도이니 자동차 노조가 회사에 임금인상 아니면 의료보험비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빅3의 몰락은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결국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극명하게 웅변하고 있다. 이걸 두고 '노조 때문에 망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건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수준'의 문제다. 실속도 없고 사실관계도 부정확한 주장을 하느니 차라리 노조활동금지법을 제정하면 어떨까? 나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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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빅3 위기 ‘강성노조’ 아닌 ‘경영실패’ 탓 (한겨레, 김광수 소장(cafe.daum.net/kseriforum), 2008-12-29 오전 11:55:45)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유가상승·시장포화 예측 못하고 중대형차 생산 주력
복지비는 큰 타격 안줘…회생계획에 정부 지원 달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빅3 자동차사’의 경영위기가 강성 노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모르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르면서 아는 체 떠들면 자신의 무식함과 무지함만이 탄로날 뿐이다. 흔히 빅3의 경영위기 원인으로 퇴직자의료보험 등 종업원들에 대한 무리한 복지비용 부담 문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만일 근로자와 퇴직자의료보험 부담이 빅3 경영난의 근본원인이라고 한다면, 이 부담을 없애면 3대 자동차회사가 회생할 수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자동차산업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빅3 경영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2000년 이후 빅3의 경영전략의 실패다. 세 회사는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들인 만큼 엄청난 자만심에 빠진 경영진들이 남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승용차 판매는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90년대 초 930만대에서 2008년에는 670만대로 260만대나 줄었다. 반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 등 경트럭 판매는 90년대 초 460만대에서 2004년에 940만대로 무려 480만대나 증가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것은 3대 자동차회사였다. 일본과 한국 등의 공세에 밀리고 판매 감소를 보이는 승용차 시장에서는 마진이 높은 고가 중대형 차량 생산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경트럭 시장에서 고가 대형차 위주의 생산전략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2005년부터 경트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부터는 유가 상승이 지속됨에 따라 연비가 떨어지는 중대형 차량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세 회사는 현금할인 판매경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고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한 2008년에는 파국적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상의 분석 결과로부터 빅3 경영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근로자에 대한 복지비용 증가 때문이 아니라 빅3의 경영전략 실패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빅3 구제금융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수많은 자동차 전문가와 분석가들, 그리고 의회 등 정책결정자들과 언론이 모두 바보라서 빅3 지원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대형차 위주의 생산·판매 전략을 취해온 빅3의 전략 실패는 구제금융을 해준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중대형차 위주의 생산라인을 중소형차 라인으로 바꿀 수도 없으며, 하루아침에 중대형차 위주의 판매전략을 중소형차 판매전략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중소형차 위주로 바꾼다고 해서 당장 이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나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돈을 퍼주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파산을 검토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뿐만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이 세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영향 또한 지대하다는 점에서 파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죽했으면 캐나다와 독일 정부가 자국내 지엠(GM) 생산공장 구제에 나서겠다고 하겠는가! 바로 이런 고민 때문에 빅3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구제금융을 해주지만 그 대신 납세자인 미국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영회생 계획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며 경영진이든 근로자든 희생을 감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빅3 노사가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일정기간 후에는 반드시 회생할 수 있다는 납득할 수 있는 회생계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파산시킬 수밖에 없다. 3대 자동차회사가 아무리 크다 한들 언제까지나 미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연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의 말처럼 무식하게 좌파 빨갱이 식의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찌들어 빅3 문제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을 시대착오적 이념으로 접근하려 하는 한 한국 경제는 계속 퇴보할 수밖에 없다. 특권계층 위주의 이념에 빠져 무지하고 무능하면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른 채 우왕좌왕할 뿐이다. 한국 경제의 불행은 작금의 국내외 경제위기보다도 바로 시대착오적 이념에 빠진 집권세력의 무지와 무능으로 인해 경제 전체가 우왕좌왕하며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