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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비정규직 457명 해고…그 자리엔 정년 연장 정규직이

새벽길 2009. 1. 7. 20:04
 상당히 황당하다. 무기계약직의 노조가입을 허용했다고 하여 KB국민은행 노조를 높게 평가한 것이 작년 12월 초였는데,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고 그 자리에 정년 연장 정규직을 집어넣은 국민은행의 조치에 대해 국민은행 노조는 방관하고 있다고 한다. 무기계약직과 이번에 해고된 비정규직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하지만 보호되어야 할 이들은 이처럼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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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비정규직 457명 해고…그 자리엔 정년 연장 정규직이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9-01-07 오후 5:16:16)
"구조조정 1순위는 역시 비정규직…노조의 대응책 마련 시급"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가운데 KB국민은행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475명이라는 큰 규모의 비정규직을 계약 해지했다. 이들의 자리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정년이 연장되는 정규직이 앉게 됐다. "정규직의 고용을 위해 비정규직이 안정판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말 내부 통제 점검 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직에 대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은행 점포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일을 하던 사람들로 대부분 3~4년 동안 국민은행에서 일을 해 왔다.
 
하지만 경제 위기 한파가 금융권에 대대적으로 불어 닥치면서 해고 1순위가 된 것이다. 이들은 본인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대로 올 연말까지 차례로 은행을 떠나게 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정년 연장 인력의 담당 업무 확보를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본인이 희망할 경우 58세의 정년을 넘기고도 60세까지 더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담당할 업무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대규모로 계약해지한 것이다.
 
또 계약해지된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이미 명예퇴직했다가 다시 재고용된 인력이라는 점도 이번 조치의 정당화 근거로 꼽히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5년 2198명을 명예퇴직시킨 바 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를 연봉 2400만 원 수준에서 비정규직으로 재고용했다.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이미 명예퇴직하면서 퇴직금 등을 다 받아간 뒤에 재고용의 기회를 받은 것이므로 보통의 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도 "이들은 창구 텔러나 콜센타 직원 등 3년 이상 일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비정규직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지부 성낙조 수석부위원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이들이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노동조합이 이들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화 상대가 있는 노사관계의 특성상 100%를 다 (노조가) 가질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수석부위원장은 "어떤 업무에 어떤 인력을 배치하는지는 회사의 고유권한"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도 사실상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인 셈이다.
 
하지만 논란은 존재한다. 특히 빈 자리를 기존 정규직이 대신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비판 지점이다. 국민은행은 "이들에게 KB신용정보 등 자회사에 취업 알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규직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용을 보장받으면서 저임금의 우리만 비정규직이라고 쉽게 우선적으로 해고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만들고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근속 연수 3년 이상 비정규직 5000명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노조도 최근 총투표를 통해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바 있다. 그래서 노조의 소극적 대응에 대해 "조합원만 고용이 보장되면 되는 거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정규직이 대거 잘려나갔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이번 경제 위기에서는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부터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며 "현실적 힘의 논리에 대한 한탄을 넘어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구체적 고민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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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조, 무기계약직의 노조가입 허용 2008/12/02 11:40
 
어제 한겨레신문에서 국민은행 노조가 무기계약직의 노조 가입을 조합원 총투표 결과 87%의 찬성으로 허용한 것에 대해 한국노총의 사업장이 참 대단하군 하는 생각과 함께 혹시 또 무슨 다른 이면이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의 노조 직가입을 부결시킨 것에 비해서는 훨씬 진일보한 것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변혁산별이 주장한 것처럼 비정규직은 방패막이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비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랜드 일반노조의 투쟁경험과 함께 김경욱, 이남신 동지도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바가 아닌가. 비정규직을 방치해놓고선 정규직 또한 안정될 수 없다고...

  
"비정규직이 방패막이? 비수될 것" (레디앙, 2008년 11월 18일 (화) 17:23:51 주간 변혁산별)
현대차, 대우버스 주목해야…눈앞 현금에 날아간 '노조 힘' 
 
그런 의미에서 국민은행 노조가 무기계약직의 노조가입을 허용한 것은 한계가 있을지언정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물론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그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만, 그 밑에 깔린 연대의 의미와 함께 산별노조가 이를 가능케 한 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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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노조, 무기계약직 가입 허용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8-11-30 오후 11:55:57)
총투표 결과 87% 압도적 찬성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케이비(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27일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87.5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케이비국민은행지부의 전국 1300여 분회는 1일부터 사흘 동안 무기계약직 5천명을 대상으로 가입원서를 받을 예정이다.
 
금융권에서 우리은행, 부산은행 노조 등이 비정규 노동자의 직가입을 허용한 적은 있지만, 조합원 총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노조 가입 문호를 ‘활짝’ 연 것은 처음이다.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의 노조 직가입을 허용하는 안을 두고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세 차례나 부결되는 등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끌어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강현 케이비국민은행지부장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을 포용해 ‘한가족’이 되고 노조가 더 단단해질 수 있으려면 총투표를 통해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중점사업으로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추진하기로 하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점을 꾸준히 홍보·교육한 덕분에 높은 찬성률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비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노사 합의를 통해 텔러·텔레마케터직 등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노동자 5천명을 지난 1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킨 바 있다. 이후 순차적으로 나머지 계약직 3천여명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계약을 맺는다는 점에서 정규직과 비슷하지만, 급여·복리후생 등에서 정규직과 차이가 있다. 케이비국민은행지부는 “무기계약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7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내년 7월까지 동일한 복리후생 혜택을 주기로 회사와 합의한 상태”라며 “내년 1월 이후에는 2년 초과 근무자의 무기계약직 전환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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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위기 속 비정규직 껴안은 빛나는 연대"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 2008-12-01 오후 3:20:15)
KB국민은행노조, '무기 계약직 5000명 조합원으로'
 
잔업·특근 중단, 감산 등 외환 위기 때의 구조 조정 공포가 온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비정규직 5000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결정은 금융 산업에서 가장 큰 기업이 전체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이뤄진 것. 정규직 가운데 무려 88%가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찬성했다. 무기 계약직 전환으로 고용을 보장받은 사람은 이번 노조 가입을 통해 차별 해소의 길마저 얻은 셈이다. 국민은행은 근속 3년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가 합의했기 때문에 현재 기간제 비정규직 3000명의 노조 가입도 단계적으로 가능해진다.
 
전문가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경험 속에 오랜 시간 비정규직 문제의 단계적 해결을 고민해 온 연대의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민은행노조의 결정은 10년 전처럼 고용 조정으로 경제 위기를 넘기는 것을 노조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전 조합원 찬반투표…88%가 '비정규직도 조합원으로!'
국민은행지부는 1일 지난 11월 27일 전체 조합원 1만4569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벌인 결과, 88.8%의 투표율에 87.56%의 찬성률(1만1340명)을 보였다고 밝혔다. 반대는 1508명으로 11.7%에 불과했다. 새롭게 노조 가입 자격을 얻게 되는 무기 계약직은 모두 5006명이다. 유강현 국민은행지부장은 "다음 주 중으로 전국 1339개 분회에서 노조 가입 원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5년 6월말 기준으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45.66%에 달해 외환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대표적인 은행이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서도 비정규직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이다. 지난 2006년 국민은행의 비정규직 규모는 1만1010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우리은행(4455명)과 비교해서도 2배 수준이었다.
 
그런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이미 우리은행이 지난 2006년 3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별도의 직군을 만드는 '직군 분리제'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킨 뒤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사례가 있지만, 이는 먼저 정규직 전환 후에 노조에 가입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은행지부와는 차이가 있다.
 
조합원으로 우선 끌어안고 임단협에서 '하위 직군화' 요구
무기 계약직이 조합원 자격을 얻는 것은 강력한 비정규직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 일단 조합원이 되면, 노동조합이 이들의 고용을 정규직의 고용과 똑같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노동조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놓고도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유강현 지부장이 "최근 불어닥친 경제 위기의 파장이 얼마나 깊고 클지 모르는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KB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이 향후 불어닥칠 구조 조정 가능성에 맞서 '노동자의 연대와 나눔'을 실천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자평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유 지부장은 이어서 "이미 국민은행은 노사 합의를 통해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정규직 임금 인상률의 2배 수준을 비정규직에 적용하고 대부분의 복지 항목을 정규직과 동의하게 적용하는 등 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조치가 이런 노력을 더욱더 가속화하리라고 전망했다.
 
당장 국민은행지부는 올해 임단협을 통해 무기 계약직을 '하위 직군화'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현행 4직급 체계에 새로운 직군을 신설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인사보수 체계를 적용하자는 제안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하위 직군제는 승진에서 까다로운 절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금 및 승진 체계가 완전히 분리되는 분리 직군제나 차별 해소에 별다른 대책 없이 고용 안정에만 머물 수도 있는 무기 계약직화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하루 아침에 된 것 아니다"…4년간의 노력의 결실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 조합원의 '비정규직 껴안기'는 하루 아침에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다. 유강현 지부장은 이번 투표 결과를 가능케 한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4년 전부터 회사 및 조합원을 상대로 꾸준히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에 앞서 자체 노사 합의를 통해 3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5000명의 무기 계약직 전환을 받아내고, 3년 미만 근무자의 경우도 단계적으로 무기 계약직 전환을 하기로 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최근에는 조합원 총투표를 준비하며 홍보 및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총 1만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상시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데 비정규직은 72%, 정규직은 71.4%가 찬성 의사를 피력했다.
 
파트 타임이라도 원하는 사람 있다고?…정규직 못해서 비정규직 됐다"
 
국민은행지부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 방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에 "파트 타임으로라도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주장을 펴며 일자리 확대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지부의 설문 조사 결과,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4189명 가운데 무려 47.9%가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금융 업무를 배우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20.7%, "비정규직이라도 노동 조건이 좋아서"라는 대답이 19.5%였다. "개인 사정 및 육아와 가사 등 가족 사정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다"는 대답은 고작 11.8%에 불과했다. 이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원해서 하는 사람의 비율은 매우 적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확산이 '싼 값'에 사람을 사용하려는 기업의 요구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비정규직도 구조 조정은 안 된다'는 정규직의 의지 표현"
한국노총은 산하 사업장의 이 같은 결정에 고무된 표정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경제 위기 시기에 850만 비정규직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비정규직법 기간 연장을 시도하는 정부에는 경종을 울릴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을 자기 조합원으로 받는 노조는 중소기업의 경우 종종 있지만 대규모 사업장은 드물다"며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스스로 '비정규직을 먼저 치면 그 다음은 우리'라는 위기감 아래 구조 조정을 비정규직과 함께 막아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을 받아들임으로써 '누구든 구조 조정은 절대 안 된다'는 강한 의사 표현을 한 셈이라는 것. 은 연구위원은 "노조가 고용 조정에 동의해줬던 외환 위기 때와 달리 고용 외에 임금 등을 먼저 조정하자는 시그널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의 원동력에 대해 은 연구위원은 산별노조의 힘을 얘기했다. 그는 "보건의료노조와 금융노조처럼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함께 연대해 왔던 경험이 중요한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제 위기가 노동자를 보수적으로 만드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