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현장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있어서 정규직 노동조합의 역할 (일다)

새벽길 2009. 1. 8. 00:52

일다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있어서 정규직 노동조합의 역할을 다룬 인터뷰 글 두개를 실었다. 하나는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의 타결을 이끌어낸 증권산업노조의 김은하 교육선전실장의 인터뷰이고, 다른 하나는 2007년 6월의 단체협상에서 다른 금융사들의 '분리직군제'와는 달리 비정규직인 콜센터 상담원들을 정규직 임금체계와 승진체계에 편입시킨 CJ투자증권노조의 이성진 수석부위원장의 인터뷰이다. 특히 나름대로 알려져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과는 달리 후자의 CJ투자증권의 정규직 전환사례는 흥미롭기도 하고, 시사점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정규직 노조 조합원들의 동의이며, 그 동의와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조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물론 후자 인터뷰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코스콤 사례와 같이 단위사업장 밖과의 연대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단위사업장에서의 단체협상이란 외부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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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노조 해체위기까지 겪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희선, 2009/01/07 [16:35])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 이례적인 타결 끌어낸 김은아씨 
 
475일 간의 장기간 농성으로 이어졌던 코스콤 비정규직 사태가, 지난 달 29일 ‘65명 직접고용’ 등의 내용으로 노사합의를 이루었다. 현재 노동시장의 최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간접고용’ 문제가 해결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간접고용 문제로 장기간 갈등을 겪어온 기륭전자, KTX승무원 투쟁 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8년을 넘기기 전에 코스콤 비정규직 문제가 실마리를 찾았다는 소식은 간만에 들려온 기쁜 소식이었다.
 
그러나 직접고용되는 65명도 정규직과는 다른 별도의 직군으로 분리된다는 점, 11인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에 대한 시기 등에 대해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2009년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사회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있어서 정규직 노동조합의 역할을 묻기 위해 코스콤 투쟁의 한복판에 있었던 김은아 실장(전국증권산업노조 교육선전)을 만났다. 475일의 긴 파업여정 동안 그는 거리에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하며 교섭을 진행해왔다.
 
비정규직 투쟁 “연대와 지원 없으면 이길 수 없어” 
농성장은 철거되었지만, 아직 사측과 실무교섭 등의 일정들이 남아있어 김은아씨는 여전히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에게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묻자 “처음 노조 상담받았을 때는 파업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며 입을 뗐다.
 
-사측과 합의한 내용은 어떤 것인가. 
“조합원 76명 중에서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확인을 받은 65명은 별도의 직군제로 무기계약 직접 고용되고, 나머지 11명에 대해서는 실무협의를 통해 채용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근로조건 등은 이후 실무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코스콤 비정규직 파업의 과정을 설명해 달라. 
“증권사의 전산시스템 관리회사인 코스콤은 도급계약을 통한 하청업체와의 계약관계로 비정규직을 써왔다. 그런데 이 하청업체라는 것이 대부분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이었다. 게다가 하청업체 사장들이 코스콤 전직 간부출신 퇴직자들인 경우도 허다했다. 작년 비정규직 법안이 생기면서 2년 고용한 후엔 정규직화해야 하기 때문에, 5월에 20여 도급업체를 5개로 정리했다.
 
그래서 고용이 불안해진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그때까지 자신들이 비정규직인 것도 몰랐다. 노동조건이 정규직과 차이가 심하게 나니까 억울하긴 했지만, 하청업체 정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들을 다른 업체로 팔아 넘긴다는 점에 대해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자존심 상한다는 정도였지, 자신들이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은 그다지 없었다.
 
처음에 조합원들은 노조 이름도 ‘코스콤 협력사 지부’라고 하자 했다. 비정규지부라는 명칭을 꺼려했다. 그런데 현대 미포 하청업체가 협력사 지부라고 정했다가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서 명칭 때문에 패소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비정규직 지부라고 정하게 된 것이다.”
 
-기륭전자, 홈에버, KTX승무원, 코스콤 등이 근래 있던 주요 비정규직 투쟁이었다. 기륭노조는 오직 비정규직들만 싸웠고, KTX는 정규직 노조가 승무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지원했지만, 역시 비정규직 홀로 싸우는 양상이었다. 홈에버는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같이 파업을 했다. 그렇다면 코스콤 투쟁은 어땠나?
“처음부터 업종산별노조인 증권노조(정규직)가 재정이나 인력 면에서 전적으로 지원했고 사무금융연맹까지 전념했다. 비정규직들만 싸웠더라면, 재정과 인력문제도 있지만 오래되고 지치면 희망이 잘 보이지 않아 그만뒀을 수도 있다. 원래 노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새로 노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60여명 비정규직 투쟁을 5천명 단위 정규직이 지원했는데, 그러느라 2년간 증권노조는 거의 다른 사업을 못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내부 논쟁 때문에 임원진이 전원 사퇴하고 증권노조 자체가 해체할 위기도 있었다. 이만큼 비정규직 싸움은 힘들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의 지원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노조가 지원하기 가장 힘든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선 워낙 법제도의 보호가 없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사측과의 교섭권 자체가 없고, 간접고용의 경우 원청회사가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당사자인 비정규직도 싸움을 버텨낼 만한 경제적 기반이 없다. 싸움이 오래되면 해고되고 경제적 타격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사측은 그간 정규직 노조와 싸우느라 노조대응에 고수인데,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험이 없다. 그러니까 산별 단위든 연맹이든 책임지고 같이 싸우고 지원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정규직 노조 입장에서는 재정과 시간, 인력 등을 투자해야 하는 조직적 부담과 더불어, 정규직 노조간부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세심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난관이 있다. 정규직의 경우 노사관계가 이미 형성되었기 때문에 올해 임금동결이나 양보를 해도 다음해에 다시 요구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고용이 되냐 안되냐를 다투기 때문에 합의가 안되면 그냥 해고다.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다. 최소한의 조건이 고용이고 중간에 타협할 수 없다. 그런데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왜 양보 교섭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투쟁을 너무 원칙적으로 이끌어서 전부 다 잃는다고 한다.”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화되는 것이라고 본다. 비정규직 조직화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유럽의 노조운동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숙련노동자 중심의 노조였다. 노조는 기술이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수입을 보장하기 위한 폐쇄적인 단체였다. 비숙련 노동자와 여성노동자는 조합원으로 받지 않았다. 이런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보호받지 못하는 비숙련노동자를중심으로 산업별노조를 만든 것이다.
 
한국의 경우 60~70년대의 노동운동이 있지만, 1987년 이후 기업별노조를 중심으로 결성한 노조들이 지금 민주노총이다. 현재 숙련/비숙련, 남성/여성 등의 내부 노동자 구성에 대한 고찰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반이 없는 것이다. 지금처럼 외부의 노조 기반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으로 결성되면 전부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규직은 예전 영국의 숙련 길드처럼 자신의 높은 노동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받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기업별 노조로서는 비정규직 노조의 조직화를 이룰 수 없다.
 
코스콤도 한참 정규직과 감정이 안 좋았을 때, 홈페이지에 정규직들이 '머리 검은 짐승은 집안에 들이지 말라 했다'며 그간 일시켜준 것도 고만운줄 알아야지 하며 짐승만도 못하다는 표현도 쓰고는 했다. 다른 계급이라는 것이다. 정규직이 부러우면 시험 다시 보던지 토익점수 올려라, 좋은 대학 나오라고 한다. 다른 집단이라고 생각하니까 차별이 정당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과정을 통해 변화가 있어 정규직 노조 총회에서 75%가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찬성했다. 정규직 조합원의 의식을 바꾸는 것도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증권노조는 정규직 노조사업을 제쳐놓고 비정규직 투쟁을 지원했다. 어떤 기반이 있었던 것인가? 
코스콤이 타결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 증권사와 코스콤이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냈다 점이었다. 즉 증권사와 코스콤이 계약을 못하도록, 보이콧하도록 불매운동을 벌인 것이다. 입찰자체를 막은 경우도 있다. ‘노동자를 이렇게 대우하는 기업은 산업 내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증권산업에서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증권노조 소속이 아닌 노조까지 연대해줬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태도도 회사의 경영상태와 질을 좌우하는 사회적 기준이 된 것이다. 정규직노조가 이런 요구사항을 사측에 요구하고 불매운동을 벌였다.”
  
-다른 산업에서도 이러한 불매운동의 사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나? 
“이랜드 불매운동의 경우, 불매운동 주체 대상이 국민이다 보니 너무 광범위했다. 그런데 코스콤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라 증권사를 고객으로 하는 기업이다 보니 유리한 점이 있었다. 산업 내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나 파급력을 봐야 할 것이다.”
 
-코스콤 불매운동도 조선일보 광고중단처럼 회사측에서 소송 움직임은 없나? 
“그러잖아도 업무방해로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나도 조사받았는데 무혐의처리 되었다.”
 
-직접고용되는 65명은 임금이나 승진에서 정규직과 차등이 있는 별도의 직군으로 고용되는데, 정규직과의 격차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선 고용이 제일 문제니까 (얘기를) 아직 꺼낸 적은 없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너무 극심하니까 단번에 해결은 어렵다. 직군제 자체가 차별이기는 하지만, 우선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바꾸는 것만 해도 크다. 법적으로 해결해주면 몰라도, 노사교섭으로 해결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차별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475일 내내 파업대오에 동참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노숙농성을 4백일을 넘게 하리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공동체생활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관계에 있어 나이, 지역, 간부와 조합원 등 각자 입장에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고, 공동체를 삶에서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처음에 두 달 정도의 파업프로그램을 짰는데, 단순한 시간표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공간과 시간이어야 했다.
 
24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노조 내에서는 정보독점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 노조 내 민주주의는 결정과정의 표결문제가 아니라, 전 과정에서 구성원이 자기 삶과 직결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론 나도 모르는 과정에서 내 문제가 결정되기도 한다. 때로는 승리하기 위해서 민주주의는 유보되거나 묵살되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자치적인 민주적 조직에 대한 고민, 노조내의 권력과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비정규직이 노동운동의 희망이라는 것은 관계, 혹은 싸움의 결정과정 등에서 다른 전형을 만드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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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정규직 차별 해결에 모범적 선례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희선, 2008/01/11 [02:48])
정규직만 채용하는 CJ투자증권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이 2006년 발표한 증권산업 여성비정규직 고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40%정도라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코스콤(한국증권전산) 노동조합이 파업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체협약 체결을 반대하고 나와, 소속된 상급단체에서 제명된 사건이 있었다. 정규직 중심의 노조활동이 비정규직 차별을 어떻게 심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는 달리, 정규직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노동조합도 있다. 그 주인공은 CJ투자증권노조. 2007년 6월말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에서 비정규직인 콜센터 상담원들을 기존 일반직(정규직) 체계의 하위직을 신설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노조의 오랜 노력으로 콜센터 직원들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보호법안 실시 이후, 금융사는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을 두는 직군제로 묶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이랜드와 같은 대형 유통매장들의 경우에는 외주화 방식을 통해 비정규직 신분을 파견직으로 바꾸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차별적인 직군제, 혹은 외주화 방식으로 비정규직 보호법망을 피해가고 있어 ‘비정규직 보호법안 무용론’이 거론되는 요즈음, 사측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비정규직 전원을 기존 정규직으로 편입시키는 ‘일반직 전환’을 이끌어낸 CJ투자증권노조의 사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투자증권의 정규직 전환이 우리은행 등 기존 금융사의 ‘분리직군제’와 다른 점은, 정규직 임금체계와 승진체계에 편입했다는 점이다. 근속년수에 따른 자동승급으로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업무를 옮겨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복리후생과 임금인상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 받게 된 것이다. 즉, 기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이 사라졌다. 현재 CJ투자증권은 정규직으로만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한 CJ투자증권노조의 성과는 현재 증권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교섭을 진행했던 CJ투자증권노조의 이성진 수석부위원장을 만나서 단체협약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조의 활동 과정을 들어봤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합의내용을 간략히 설명해달라
“2007년 6월 정기 임금단체협약에서 20명의 콜센터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고 체결 후 바로 시행했다. 전환 인원이 20명인 이유는, 이미 2004년에 지점 텔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작년의 경우 마지막 남은 콜센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교섭이었다.
 
CJ투자증권은 M(부장급), S(대리급), J(사원급)으로 직급이 나뉘어져 있는데 콜센터 비정규직은 J급 안에 Ja1으로 전환했다. Ja1~Ja4까지 사원 급은 근속년수에 따라 자동 승급되고, 대리급 이상은 인사고과나 자격증 여부를 심사해서 승진한다. 당연히 전환된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부장급 이상까지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고 비정규직 채용규모도 줄였다. 현재는 전원 정규직 채용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같은 분리직군 제도를 통한 정규직 전환과의 차이점은?
“우리은행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무기계약 전환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정규직 전환이라는 용어가 맞지 않다. 업무, 승진, 임금, 복지제도 등에서 정규직과 다른 체계가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 노조의 합의는 지금 콜 센터에서 일하고 있더라도 다른 부서로 이동이 가능하고, 임금인상이나 복지제도 등이 정규직과 똑같이 적용된다. 물론 노조에도 전원 다 가입했다.”
 
-교섭 당시 사측 입장은 무엇이었나
“교섭 초기에 사측은 우리은행처럼 분리직군제로 전환하자고 했다. 때문에 노조 간부들의 교섭만으로는 정규직화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어려웠다. 조합원들의 동의가 절실했다.”
 
-비정규 직원들의 의견을 물었는가?
“비정규직 콜 센터 상담직원들과 수 차례 간담회를 했다. 처음에는 콜 센터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황하기도 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어차피 정규직 전환이나 직무 전환의 가능성이 없으니, 임금을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콜 센터 업무가 정신적 스트레스 등 노동강도가 워낙 심해서 오랫동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단기간 일하고 쉴 생각으로 임금을 더 받길 원한 것이다. 그래서 노조가 이끌어내고자 하는 정규직 전환이 단지 신분만 바꾸는 것이 아닌, 직무의 전환과 자기개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을 성의 있게 설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과정을 거치니까 노조의 생각을 믿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반발은 없었나?
“본격적인 단체협약에 들어가기 전에 조합원 분회토론을 한달 가량 진행됐다. 일인당 정액의 식비를 분회 별로 보내, 소속된 대의원 진행으로 점심시간에 분임토의를 한 것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급여인상도 중요한 문제지만, 임금보다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데 힘을 모으자는 입장을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분회 별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은 대의원을 통해 노동조합에 메일이나 팩스로 전달되었고, 노조 집행부는 이를 요구 안건에 반영하거나 사측에게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찬성하고 요구하고 있다는 근거자료로도 활용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규직이 양보한 부분이 있나
“2007년 교섭에서 외래진료비, 주택자금대출 등 복지비 일부를 양보하고서, 비정규직의 분리직군제가 아닌 동일한 정규직 전환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전 해에 임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인상시켰고 다른 수당 등이 있어서 실제 임금인상률은 전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임금 문제에 덜 신경 썼지만, 정규직 전환에 대한 조합원들의 한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교섭에서 힘을 발휘했다. 이것이 임금 교섭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교섭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거의 동의를 해주니까, 회사도 더 이상 분리직군 방식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정규직 전환은 조합원들의 이해와 동의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은 정규직 노조의 노력이라고 본다. 코스콤 문제에서도 드러났지만, 정규직 노조가 훼방을 놓으면 비정규직 투쟁이 진짜 힘들어진다. 노조 간부의 의지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조합원들의 동의가 중요하다. 동의와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이 노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규직 전환 외에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합의한 사항이 있는지
“고객을 상대하는 지점 창구에는 손님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전원 여성직원을 배치하고, 직책에도 없는 팀장을 붙여서 경력이 오래된 여성직원에게 창구관리 책임을 맡기는 게 금융사 관행이었다. CJ투자증권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지점 내 관리직 중 상급자가 창구에서 팀장을 맡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었다. 또한 모든 업무는 3년 이상 일하면 다른 업무나 본사로 전환하는 업무순환제도도 시행 중이다. 임신출산 휴가도 법정휴가보다 많은 100일로 했고, 육아휴직도 원하면 언제든 쓸 수 있다. 때문에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이후에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고 연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