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진보정당과함께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NPA) 내년 1월 출범

새벽길 2008. 11. 13. 17:35
며칠 전 뉴질랜드 총선에서 보수당이 노동당을 제치고 승리하였다는 소식이 오바마의 승리 뒷전으로 날라들었다. 오바마의 민주당이나 뉴질랜드의 노동당이나 자본주의 체제 유지에 복무한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꼴보수보다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희망은 역시 반자본주의를 내걸고 있는 좌파정당에 있다. 진보신당도 총선에 내걸었던 정책에 보면 반자본주의를 명시하고 있는 것에 보이는 것처럼 '반자본주의'가 무슨 대수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진보신당처럼 사이비로, 별 의미없이 이것저것 다 집어넣은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서 웬만큼 주의하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상징적 구호'하고는 다르다.
 
프랑스에서 LCR 주도로 신반자본주의당(NPA) 건설이 모색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대선에 출마했던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선전한 이후에 당 건설에 힘을 받은 모양이다. 브장스노는 2007년부터 현직 경찰과 공무원에 의해 자신의 사생활이 감시당해왔던 사실이 밝혀져서 충격을 준 바 있다(좌파정치인 사생활 감시 프랑스 발칵). 
 
그런데 잘 될까. 최근 NPA와 비슷한 모색을 했던 많은 많은 정당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독일의 좌파당(Linke Partei)이 그러했고, 이탈리아에서 민주좌파, 재건공산당, 이탈리아의공산당, 녹색당'이 모여 출범시킨 연합정당 '무지개좌파'의 몰락이 그러하며, 영국의 스코틀랜드사회주의당(SSP), 리스펙트, 그리고 브라질의 PSOL이 그러했다. 
 
한국에서 '반자본주의'를 내건 정당이 건설되고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노건추나 사노준의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냥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환호하는 것으로 그쳐야 할런지... 
 
프랑스 NPA 출범과 관련된 기사는 참세상과 레디앙에밖에 실리지 않았다. 관련 기사와 함께 LCR이 제작한 음반에 실린 노래 한 곡.

  
France LCR - MOTIVES, LE CHANT DES PARTIS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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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신반자본주의당(NPA) 내년 1월 출범 (참세상, 변정필 기자, 2008년11월11일 15시25분)
사회당의 대척점에 선 좌파의 새로운 실험
 
프랑스의 좌파의 새로운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는 '신반자본주의당(NPA, 가칭)'이 지난 8일, 9일 양일간 2차 전국위원회 모임을 가지고 당강령, 명칭 등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당 명칭은 아직 논의 중에 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 출신이자 2007년 대선에서 '집배원 대통령' 후보로 나서 4퍼센트가 조금 넘는 지지율을 획득했던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9일 신반자본주의당(NPA) 건설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신반자본주의정당(NPA)은 2007년 5월 대선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어, 올해 1월 29일 공식 준비모임을 발족했다. 2009년 1월 31일과 2월 1일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대선 직후부터 우파 사르코지 정부의 노동권에 대한 공격이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전통적 좌파가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폭넓고 새로운 반자본주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에 따르면 신반자본주의당(NPA)은 현재 400여개의 지역 및 부문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약 만 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약 3,5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 조직원의 수와 현재 신반자본주의당(NPA) 참가자 수를 비교해 보면 '폭넓은 반자본주의 정당'의 필요성에 대한 꽤 열띤 지지를 확인할 수 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또, 2005년 유럽헌법 반대투쟁의, 2006년 최초고용법안(CPE)반대투쟁을 통해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 주도의 신반자본주의당(NPA)이 추동력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또 있다. 지난 대선선거에서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 후보였던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일약 '스타'로 부상했고,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대선에 대해서 성공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올해 6월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 LCI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베트르랑 들라노에 파리시장(13퍼센트)을 따돌리고 17퍼센트의 지지를 얻으며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맞설 좌파 호적수로 꼽혔다. 사회당의 대선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은 9퍼센트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신반자본주의당(NPA)는 선거정당이 아닌 활동가들의 조직으로 위상을 갖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투쟁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사회당과는 독립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신반자본주의당(NPA)은 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좌파를 폭넓게 통합해 "21세기 새로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적 전망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반자본주의, 국제주의, 생태주의, 여성주의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사회당은 당권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흐름(신반자본주의당의 등장)에 대해 워킹그룹을 만들고 있다"고 스페인의 에스더 비바스 사회운동연구소 연구원과 호세 마리아 비엔토 수르 편집위원은 분석했다. 프랑스에서 좌파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던 사회당이 "급진주의의 일극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비상이 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에스더 비바스 연구원과 호세 마리아 편집위원은 "공산당은 우익에 반대하는 '단결'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당과 협력하면서 역사적 위기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녹색당은 새로운 생태주의적 블록을 형성하고 있으나, 사회당과의 전략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며 프랑스 사회당의 대척점에 새로운 좌파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신반자본주의당(NPA)의 창립총회에 앞서 내년 1월 29일 해산총회를 40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이번에 만들어지는 신반자본주의당(NPA)이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확대판이 아닌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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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해 반자본주의 정당 불가피" (레디앙, 2008년 11월 13일 (목) 09:55:54 박지연 / 파리통신원)
[현장]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 첫 대회…브장스노 "사회당과 연대 No"
  
지난 11월 6일 저녁 8시. 반자본주의신당(NPA)을 위한 제안대회가 파리의 한 공제조합 강당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2천명 수용이 가능한 강당 1, 2층은 이미 참가자들로 가득 찼고, 계단과 통로까지 사람들로 넘쳐나 행사장은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따로 밖에서 삼삼오오 대화를 이어갔으며, 각종 정치단체나 소그룹들은 자신들의 기관지를 팔면서 홍보를 하고 있었다. 강당 안의 열기가 밖으로까지 뿜어져나왔다.
 
이날 행사는 2명의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들의 증언이 먼저 연대차원에서 시작되었고, 그 외 산별 노조에서 온 노동자, LCR (혁명적 공산주의동맹) 당원을 비롯하여 LCR의 대변인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발제자로 참여하였다.
 
불법체류자 발언으로 시작된 대회
마지막에는 올리비에 브장스노의 연설이 대미를 장식하였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그의 연설은 원고지 한 장 없이 시작되었으나 어느 한군데 막힘도 없이 조금은 격앙된 어조로 이어갔다. 그는 “세상이 우리를 짓밟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세상을 바꾸자”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경제위기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그리고 이 위기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장부에서 시작한 것이다. 사르코지와 그의 내각은 은행에 대한 협력만을 약속하며 진실을 숨기기만 한다." 공감의 분위기가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전달됐다.
 
그는 이어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지금, 명확하게 반자본주의 기치를 내거는 좌파정당도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우리는 이 상황을 책임지며 모여야 하고 통합을 이루어 내야한다” 고 말하면서, 이미 자유경제체제를 옹호하며 우경화된 사회당과는 연대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전날 있었던 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을 놓고는 “위기의 중심 속에 서 있는 한 나라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이 자율적인 힘은 자본주의를 흔들어 놓았고, 선거판에서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진 대중운동으로 풍부하게 변화되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자본주의 구원투수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미래가 마냥 분홍빛은 아니다. 왜냐하면 버락 오바마는 유산자계급의 거대 정당의 후보가 되길 택했으며, 그들은 그들의 이익과 자본주의를 구조할 수 있는 방안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보여줬다.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이어 환경, 인권, 성문제에 대한 반자본주의적 대안을 이야기했다. 그가 “우리는 이제 다른 선택을 찾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다다랐다. 이것은 우리의 생존이다”라며 연설을 마쳤을 때, 강당 안의 모든 참가자들이 일어나서 감동과 동의의 기립박수를 쳤고, 모두들 한 손을 치켜들고 인터내셔널가를 불렀다.  

   
  ▲대회현장 (사진=박지연 통신원)
젊은이를 비롯해서 그 곳에 모인 수많은 60~70대 어른들이 주먹을 쥔 손을 힘차게 올렸을 때 그 곳은 당파와 나이를 넘어선 반자본주의를 위한 진정한 연대의 순간이 되었다.
 
모두들 강당을 나온 뒤에도 흥분이 가셔지질 않아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소그룹을 지어 거리에서 대화와 토론을 이어 나갔다. 왜 모두들, 심지어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좌파가 아닌 이들까지 올리비에 브장스노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우리와 같기 때문이다. 평범한 우편배달부고 그는 아직도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돌린다. 동네 조기 축구회원이고, 매주 자기 동네 아저씨들과 축구경기에 참가한다. 그냥 우리 같이 젊고, 우리 같이 봉급자이고, 우리 같이 동네축구도하고, 또 우리처럼 직장 파업에도 참여한다. 그는 엘리트 정치관료 출신이 아님에도 TV 대담프로에서 장관들을 상대로 이긴다. 그래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는 것이다."
 
피는 혁명 아니라 반동이 부르는 것
하지만 올리비에 브장스노의 비전은 정말 혁명적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는 늘 혁명을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혁명이 지금 현실에서 가지는 정확한 의미가 무엇이며 대중에게 다가가서 혁명을 얘기할 때 어떻게 설명할까. 사람들은 말했다.
 
"우리의 혁명은 피를 부르지 않는다. 피를 부르는 것은 혁명의 반동들이다. 너희 나라의 광주를 떠올려보라. 광주시민들이 폭력적이었나? 아니다. 그 반동인 군부가 폭력적이고 피를 불렀다. 그것은 우리 프랑스 역사의 파리코뮌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모든 것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었지만 결국 혁명의 반동들이 피바다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목표는 이 사회의 다수가 되는 것이다. 그런 프로그램 안에서 LCR을 해체하고 반자본주의신당으로 가려 하는 것에 동의한다. 물론 사회의 다수가 된다는 것이 선거혁명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이가 많은 LCR의 원로 당원 가운데 한 사람은 "나는 70년대에 감옥을 세 번 갔다 왔다. 그리곤 80년대부터 지금까진 프랑스에서 정치사상범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노조운동으로, 정치운동으로... 이것이 자본주의 체제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였다.
 
마지막 지하철 시간에 쫓겨 모두들 거리에서 지하철역으로 내려와서도 노래하고 어깨동무를 하며 반자본주의신당 제안대회에서의 다짐을 가슴에 남기며 아쉽게 헤어졌다. 마치 큰 축제에 다녀온 사람들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