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진보정당과함께

오세철 교수 등 사노련 관련자들 영장 또 기각

새벽길 2008. 11. 19. 09:56
2008/11/18 00:49
오세철 교수 등 사노련 활동가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되었다. 오세철 교수는 판사에게 국가변란이 목적이라고 진술했다지만, 법원은 사노련의 실제 활동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 적어도 사노련 정도의 활동만으로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이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북과 연결된 활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말이다. 
 
폭력시위를 주도했다는 명목이기는 하지만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활동가들은 구속시키면서 사노련의 활동가들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이 현실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보기엔 정권의 안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되는 광우병 시위 관련자보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진정 그런 활동을 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시위를 주도하지 않았기에 얽을 매개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이 덜 위험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활동이나 그에 대응하는 무엇인가도 하지 않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쑥쓰럽기는 하다.
 
그나저나 국가보안법은 어떻게 철폐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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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위반' 오세철 교수 영장 또 기각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2008-11-17 19:24)
법원 "추가자료도 범죄소명 부족"..경찰 "100% 자신했는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의 오세철(65) 연세대 명예교수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영장이 재청구된 사람들은 오 교수를 비롯 사노련 운영위원인 정원형, 양효식, 최영익, 박준선 씨 등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일부 추가된 범죄사실을 포함한 영장 재청구 이유를 살펴보더라도 사노련이 실제 활동에 있어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들이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 등은 지난 2월 사노련이 출범한 이후 '혁명적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 등을 강령으로 내세우며 국회와 군대 등 국가체제를 부정하는 문건을 제작·배포하는 등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혐의 등을 받아왔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8월 이들을 포함한 사노련 회원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당시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전원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검경은 2개월 여 동안 보강수사를 거쳐 지난 14일 오 교수 등 5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영장 기각 소식을 들은 경찰 관계자는 "영장 발부를 100% 자신하고 신병을 확보할 준비까지 하고 있었는데…"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검찰과 경찰이 서로 의지를 갖고 수사를 한 것인데 어쩔 수 있겠느냐"며 조만간 검찰측과 후속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사노련측은 "경찰에 압수된 자료들은 대부분 공개된 회의자료나 굳이 공개할 필요도 없는 자료들이었다"면서 "(검경이) 코미디를 한 것 같다"며 수사당국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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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9
오세철 교수의 필서를 담은 참세상 유영주 기자의 글을 보고 추가해서 쓴다.
 
나 또한 오세철 교수의 주장과 활동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속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담담하게 자신의 운동에 대한 신념을 피력하면서 이를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그를 존경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회주의 정당을 향한 오세철 교수와 사노련의 실천이 좀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내 책상에는 오세철 교수가 최근에 출간한 <사회주의와 노동자 정치> 대신 1980년대에 오세철 교수가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들기 전 번역했던 <조직사회학>(가레쓰 모르간 지음, 현상과 인식)과 그 개정판이 놓여져 있다. 아직까지 내가 관심 있는 대목은 오세철 교수의 본격적인 사회주의 활동보다는 그 이전의 학문세계와 가까운 셈이다. 오 교수와 같이 질적인 비약도 필요하고 의미 있지만, 나의 경우는 가능하면 지금 공부의 결실이 사회주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쪽으로 진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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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의 기품 (참세상, 유영주 기자, 2008년11월18일 10시15분)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구속되면서' 글을 보고
 
기자는 오늘만큼은 오세철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운영위원장을 존경하기로 했다. 오세철 교수는 17일 구속될 걸 염두에 두고 A4 한 장 분량의 필서를 남겨놓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갔다. 글에는 사회주의운동의 대중화의 갈망과 지난 20년간 지켜온 운동의 신념이 오롯이 담겨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이번에는 구속될 걸로 보았다. 영장이 재청구된 5명 중 전원은 아니더라도 2-3명은 구속될 거라는 예상이었다. 경찰이 기필코 구속시킨다며 두세 달 공을 들였고, 이명박 정부의 입김도 작용할 거라고 봤다. 촛불 이후 공안탄압 분위기에다 최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회원 4명이 이미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바 있었고.
 
염치없지만 오세철 교수가 구속되길 바랬다. 취재 과정에 그가 남긴 필서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구속되면서’를 독점해놨기 때문이다. 독점 소스는 취재를 하면서 얻는 일종의 덤인데, 결과적으로 구속되지 않아 안타깝기(아깝기) 그지 없다.
 
 
20년이라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오세철 교수의 운동 경력은 기자와 같다. 오세철 교수는 1987년 6월항쟁을 겪으며 진보운동, 그러니까 사회주의 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했다. 1943년에 태어나 1975년 경영학의 조직행동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정치경제학과는 거리가 먼 조직행동 이론, 사회심리학, 연구 방법론, 한국 사회변동과 조직 등을 강의했다.
 
1990년 오세철 교수는 장기표, 김문수, 이재오 등과 민중당을 도모했고, 1992년에는 노원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이후 민중회의, 민중정치연합, 정치연대, 노동자의힘의 대표를 맡으며 연구자이자 활동가로서 좌파운동의 대표 격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2004년에는 정년을 5년 앞두고 명예퇴직해 본격적인 활동가로의 삶을 선택해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부침과 고비를 겪었겠는가. 오세철 교수의 이력은 지난 시기 좌파운동의 흥망의 세월을 웅변한다. 기자는 오세철 교수의 정치적 행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1997년 대선 당시 국민승리21의 개입을 통한 전술에 요지부동 반대했고, 2002년 대선 시기에는 공투본-공선본(신자유주의 반대 공동투쟁전선과 공동선거운동본부) 전술을 비판적으로 대했다. 당시 공투본 전술의 성패는 곧 좌파운동이 대중적으로 유의미한 흔적을 남기며 탄력을 받느냐 그렇지 않고 꾀죄죄한 써클운동으로 전락하느냐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이 즈음 오세철 교수는 대표로 활동하던 노동자의힘을 탈퇴하며 사회주의정치조직 건설을 주창했다. 오세철 교수의 입장에서만 보면 올해 1월 출범한 사노련은 그의 사회주의운동의 성과가 압축된 조직인 셈이다.
 
사노련 영장재청구와 거듭된 기각. 이 사태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것이다. 임대환 남대문경찰서 보안과장은 어젯밤 M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야 자신있으니까 한 거지. 충분하다고 보고. 이런 건(사노련) 놔뒀을 때 계속 노동자들이 모이고 조직이 확산되면 국가 변란인데 그때는 늦는 거지”라며 목멘 소리를 했다. 공안 계통에 꽤 실력자로 알려진 그의 체면이 상당히 구겨진 장면이다.
 
법원의 ‘소명 부족’ 판단은 ‘실질적인 체제 위협이 되지 못하는 조직’임을 거듭 확인한 의미도 없지 않다. 역시 돌아볼 일이다. 4만9천 점이라고는 하나 거품이고, 경찰이 보강 수사에서 주목해 내놓은 껀이라고는 사노련 총회, 사노련 회원의 비정규직공동투쟁단 회의에서의 발언, 사노련 회원의 현대차노조 대의원대회 참가 정도. 심지어 기자가 1차 영장 기각 후 양효식 편집위원장을 인터뷰한 내용조차 범죄사실로 엮어놓았다 하니.
 
오세철 교수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기각 이후 현장 결합도 강화했고, 신문도 발간하는 등 더 열심히 싸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법부는 대한민국의 사회주의운동이 체제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을 거듭한 셈이다. 사노련에 대한 판단이 이러하다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유사한 단체들의 처지도 다르지 않을 거다.
 
물론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상식에 한참 모자라 중구난방 탄압을 일삼기는 하지만, 부르주아민주주의 발전에 따른 사법부의 최소한의 독립적 기능, 그리고 사회주의를 하나의 이념과 정치적 경향으로 보고 포용하는 시민사회의 성숙 등이 맞물려 빚어낸 시대적 자화상의 의미도 있는 거니까.
 
본론으로 돌아가서, 기자는 오늘만큼은 오세철 교수를 존경하기로 했다고 썼다. 17일 기자회견 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검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기자는 오세철 교수와 동행했다. 오세철 교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경향신문을 말아넣은 손가방 하나 달랑 들고 있었다. 담담한, 의연한. 그렇게 구속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기품(아우라)이 있는 것이다.
 
오세철 교수는 사노련공대위 집행위원회에 구속을 예비하고 필서를 남겨놓았다. 어쩜 이렇게도 거시적이고 총체적이고 군더더기가 없을까. 글은 격문이라 잔잔한 감동을 주지는 않으나, 공권력의 폭력 바로 앞에 서서 조금도 움츠린 기색 없는, 초연하게 자신의 신념을 유포하는 배짱. 고집을 꺾지 않는 사회주의운동 20년의 관록이 배어있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좌파나 우파나 할 것 없이 실리 하나 따내는 걸 실력으로 치환하는 운동 풍토를 고려하면 유쾌상쾌한 글이 아닐 수 없겠다.
 
오세철 교수는 “작은 실천이나마 열심히 해왔고, 그 길만이 우리 사회를 노동해방의 희망으로 이끌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해왔다”고 했다. 지난 영장 기각 후에도 사회주의적 실천을 열심히 했다고 썼다. 계속해서 “저희들은 몸이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감옥 안에서 열심히 사회주의 투쟁을 할 것”이니 “밖에서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하는 모든 사회주의자들을 보다 전면적이고 대중적인 사회주의 실천을 가열차게 해주시기를” 호소했다.
 
필서에서 보여준 오세철 교수의 사회주의와 사회주의적 실천에 대한 신념, 기자는 진심으로 존중하고 존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존중과 존경이 곧 오세철 교수의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뢰, 그것은 오세철 교수가 표방하는 사회주의적 실천이 시민사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도달할 때, 우리 사회의 급진적 발전을 추동하는 동기를 부여할 때, 그 때 가서야 비로소 생기기 마련이다.
 
영장재청구를 한 검경에 맞서며 오세철 교수와 사노련 회원들이 열어놓은 사회주의적 실천의 작은 지평, 당대 활동가 모두의 자산으로 삼아 마땅한, 흐뭇한 일이다. 오세철 교수의 허락을 받아 글을 공개한다.
 
 ▲  17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영장재청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오세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