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로 가는 길/진보정당과함께

진보신당 내의 전진 논쟁

새벽길 2008. 10. 21. 16:10
2008/09/07 16:44
진보신당 누리집 내에서 진행되었던 전진 논쟁은 과연 어떠한 성과를 남겼을까. 전진으로 인해 유발된 것이기는 하나, 전진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던 논쟁이다. 이를 통해 전진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광범위하게 토론되고 논의가 확산되었다면 유의미하겠지만, 진보신당 누리집 내의 게시판을 통해 한달여 가량 글들이 쏟아지다가 지금은 잠잠한 상태이다.
 
그래서 뒤늦게 이런 것도 있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레디앙의 기사 두 편을 담아놓는다. 물론 한석호 동지의 글을 포함하여 관련된 다른 글들도 있지만, 여기에 그리 동의하지 않기에 올려놓지 않는다. 찾기도 귀찮고...
 
진보신당은 누리집의 자유게시판에 딱딱하고 논쟁적인 글이 올라오면 물을 흐린다고 하여 토론게시판을 따로 만들더니 드디어 정치조직의 일상적인 활동마저 제약당하는 그런 상태에 있다. 전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이들이 진보평론이나 여타 진보적인 잡지에 실린 논문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정말 궁금하다.
 
실제 전진의 총노선 글이 딱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류의 글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쓰여진다. 물론 좀더 '독자 프렌들리'하면 더욱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사회주의와 관련된 논의가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진중권이 상당히 부정적인 언사를 내비쳐서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박노자가 한 마디를 했고... 진중권은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에 자신의 책이 올라가지 않았다고 농담조로 투덜거린 바 있는데, 솔직히 진중권의 글 중에 몇몇 선동글 빼고 체제위협적인 게 있나. 물론 사노련의 문건들도 불온서적의 목록 안에 들어있지 않기는 하다.
 
진보신당 내의 전진의 총노선 제출과 관련한 일련의 논쟁을 거치면서 내가 진보신당을 탈당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그 당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거기에 있는 대중들은 어떻게 할까? 과거 내가 민주노동당 당원일 때 당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가 바로 당 안의 대중 핑계를 대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논리가 변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내가 대중이라고 하면 되나. 진보신당 내의 대중들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지들에게 맡겨두어도 될 듯 싶다.
 
진보신당의 당원들은 스스로 발랄하다는 것과 누리집에 접속자가 많다는 것을 상당히 내세운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이미 개혁당 등에서 실험했던 것이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깨고 나왔던 것은 단지 종북주의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 조직, 활동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진보신당의 모습은 그러한 것을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여기에 노심으로 대표되는 인물당의 성격마져 가미된데다 대의체계도 엉망이어서 이전에 민주노동당의 지역조직을 장악했던 이들이 진보신당에서도 마찬가지로 짱을 먹고 있다는 점에서 더 악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소위 확대운영위 등에 등장하는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새로운 당을 만들자고 했을 때 이런 모습을 기대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러한 문제를 전진 등의 정치조직의 탓으로 돌린다면 무능력한 전진이 아주 섭섭해할 것이다.
 
헛소리가 길었다. 그냥 간단하게 기사만 담아온다고 했는데...
나는 노건추라는 틀에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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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건설에 관한 정치방침
 
I. 분석과 평가

 
1. 정세
 
출범 초기부터 오만함과 무능함을 함께 드러낸 이명박 정권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중적 저항에 직면했다. 그러나 촛불투쟁이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공안정국을 조성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공권력을 동원한 노골적인 탄압과 함께 방송장악과 인터넷 통제 등 언론장악을 시도하고 있으며 극소수 가진 자들만을 위한 반동적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비록 집권 초기에 위기국면을 겪으며 민심이 이반됐으나, 이명박 정권은 5년의 대통령 임기와 압도적 의석을 가진 4년의 국회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공안탄압은 강화될 것이며 일시적으로 후퇴한 사회공공성 파괴 정책도 언론장악 등으로 조건이 호전된다면 언제라도 다시 추진할 것이다.
 
대중의 자발적인 투쟁이 거대하게 분출하는 상황에서도 진보진영의 대응은 무기력했다. 실제로 준혁명적 상황에 가까운 정세 속에서도 진보진영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수양당 모두가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음에도 진보진영은 여전히 대안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노골화하는 이명박 정권의 반동적 성격과 경제위기로 인한 대중의 분노가 분출하는 시기에 진보적 대안을 준비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되었다.
 
2. 진보정당 건설의 당면한 경로
 
진보정당운동 분리 이후 총선을 앞두고 진보신당이 급조되었다. 진보신당은 총선 대응을 위한 연대기구이며 총선 이후에 본격적 창당을 시작할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본격적인 창당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전진에서도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에 관한 정치방침은 아직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그간 조직진로에 관한 논의에 매몰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보신당 이외의 추진주체에 대한 고민도 결정을 미루는 요인이 되었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데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각 부문의 추진주체들을 세워나가고 대중을 결집하여 각각의 주체들을 하나의 구심으로 모아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 토대를 가진 유의미한 추진주체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이러한 주체가 가까운 시일 내에 형성되리라는 전망도 찾을 수 없다. 진보적 대안을 시급히 준비해야할 현 정세 속에서, 언제 조성될지도 모를 이상적 조건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존재하는 공간에 개입하여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야한다. 이제는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현실적 실체인 진보신당에 대해 판단할 때가 되었다.
 
3. 진보신당에 대한 간략한 평가
 
(1) 당원 구성의 불안정성과 가능성
진보신당은 총선 이후 이른바 ‘지못미’ 현상과 촛불투쟁을 계기로 당원이 급속히 증가했다. 과거 진보정당 활동을 경험하지 않았던 당원이 다수를 이루게 됐다. 당원들 중 다수는 총선 또는 촛불투쟁 등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입당했으며, 정치적 의식은 천차만별이다. 당원 구성상 매우 불안정한 분포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당원들이 진보정당을 스스로 찾아온 대중들이라는 점이다. 과거 민노당의 (운동권 활동가들을 제외한)평당원들에 비하면 훨씬 높은 관심과 자발성을 갖고 있다. 최근의 투쟁국면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스스로 넓혀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왕성한 지적 욕구를 갖고 있다. 토론하고 조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진보적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현재의 불안정한 당원 구성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 조직노동자의 저조한 참여
진보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을 비롯하여 비조직 대중이 많은 대도시 지역에서 선전한 반면, 울산과 경남 등 조직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직노동자의 저조한 참여는 당원 구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라는 제약조건이 작용하기도 했으나, 본질적으론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에 따른 원심력 작용의 결과다. 조직노동자의 저조한 참여는 당의 계급적 토대를 취약하게 하여 진보정당으로서 치명적 결함
이 된다.
 
(3) 우경화 가능성
총선 과정에서 심상정 후보의 단일화 파동, 노회찬 후보의 녹지공간 축소 발언 등 우려할만한 일들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내에는 특히 당원게시판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시민정당적 지향이 존재한다. 민주노총의 정당과 운동권 정당을 탈피한다는 당위성이 마치 노동배제적이며 의회주의적 지향으로 오도되는 역편향이 작용하고 있다. 계보정치 형성 가능성과 함께 탈계급적 우경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를 극복하고 노동계급 중심성과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당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