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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생명이다 - 안전관리기관의 사유화는 안된다! (프레시안 연재글)
갈수록 안전에 관한 수요는 늘어가는데, 이에 책임있게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안전관리 분야는 말 그대로 수익성이 아니라 별도의 지표를 통해 평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 이를 사유화하여 경쟁시킨다고 하여 안전이 더 잘 확보되지는 않는다.
5개의 글 중 맨 마지막에는 전문가들의 토론이 실려 있고, 네번째 글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담겨 있다. 이 네번째 글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겠다. 아무튼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려 연재가 완결되었는데, 의미 있는 기사였다. 아래 글은 발췌한 것(물론 대부분 전재하였다)이니 더 자세한 사항은 원문을 참고하라.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3차 발표가 나오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처리 구상'이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이미 발표된 1차와 2차 방안만으로도 이곳저곳이 시끄럽다.
국민들의 시선도 다소 과거 정권 때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으로 촉발돼 100일 넘도록 이어 진 촛불 정국에서 쇠고기 수입 협상 다음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이 바로 '민영화'였다. 정부는 '괴담'으로 치부했지만, 국민들은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공기업의 민영화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는 듯 했다.
이런 가운데 각종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기관의 노동조합 8개가 모여 최근 전국안전기관노동조합협의회를 만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전을 감시 감독하는 승강기안전관리원, 가스 안전을 점검하고 검사하는 가스안전공사 외에도 산업안전공단, 전기안전공사, 에너지관리공단, 교통안전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의 노동조합이 상급단체 등의 차이를 넘어 한 자리에 모였다.
일상에서는 무시되기 쉽지만, 한 번 터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안전 관리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들 기관의 공공성의 유지는 중요하다. 효율성과 경쟁력을 명분으로 이뤄지는 현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기조가 위험천만하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은 안전노조협의회와 함께 연속 기획 '안전은 생명이다'를 5회에 걸쳐 진행한다. 이 기획을 계기로 공기업 선진화가 되려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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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 이러다 군대까지 민영화할라…" (프레시안, 김철홍/인천대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2008-09-12 오후 4:07:26)
[안전은 생명이다①] 안전관리기관 사유화는 안 돼!
'2MB 정권'에서는 외눈박이 불도저라는 별명에 걸맞게 '선진화'라는 얄팍한 단어로 재포장하여 앞뒤보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인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스, 물, 전기와 같은 공공재를 생산하는 사회적 인프라인 공기업의 사유화 시도는 물론 지난 8월 소위 '공기업 선진화' 대상에 포함된 전기안전공사의 저압부문 등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안전관리 기관마저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권은 공기업 '민영화'를 얘기하며 작은 정부의 구현과 공기업의 효율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큰 정부는커녕 너무나도 작은 정부임이 명백하다. 공무원의 수가 대국민 서비스의 질의 향상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짐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완화로 인해 안전관리 기관은 그 투자우선 순위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려남으로 인하여 사회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권은 항상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한 예로 원래 2인 승무제였던 철도에서 구조조정으로 1인 승무제가 도입된 이후 철도기관사들은 2배 이상의 사고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도시철도 승무원들이 전 국민 남성 평균에 비해 우울증 2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4배, 공황장애 7배 이상의 유병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효율을 빙자한 구조조정의 대가로 대중의 안전과 생명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사회 안전 수준을 평가하면 안전의 무시, 왜곡, 소외라는 삼중고(三重苦)로 표현된다. 첫째, 자본에 의한 무시이다. 안전제일을 외치지만 예방에 대한 투자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사후처리에서도 노동자의 부주의와 책임으로 돌리며, 그 책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으며, 정권은 각종 규제완화로 화답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자본과 일부 전문가 집단에 의한 왜곡이다. 소위 '안전 불감증' 운운하며, 모든 사고와 재해의 책임이 개인의 부주의와 실수에 있는 것처럼 사회적, 구조적 모순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정부기관과 이에 결탁한 일부 전문가 집단에 의해 재해발생의 원인과 실상이 철저히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대중의 관심으로부터의 소외이다. 환경문제와 산업재해는 자본의 이윤추구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일한 문제임에도 환경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관심에 비해 산업재해는 상대적으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해물질이 공장 밖으로 배출되면 공해문제이고, 작업자가 호흡하면 산업재해가 되는 동일한 구조적 모순임에도 대중의 인식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환경이나 노동건강권보다는 성장의 논리만 주입시켜온 편향된 교육제도의 모순으로 인해 재해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되어 우리 모두의 문제임에도 마치 재수 없으면 겪게 되는 남의 문제로 인식되어진 것이다.
국제기구에 따르면 가스, 전기, 물 등 사회적 인프라의 수요는 평균적으로 매년 5%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에 따른 사회적 안전관리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며, 안전관리 기관의 역할과 수요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에서 항상 1순위로 안전부문이 거론되는 것이 한국의 사회 안전의 수준이다. 익히 알듯이 한국은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해공화국이다. 하루에 7-8명의 노동자가 삶의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으며, 2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등 재해로 인한 사고율은 세계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초국적 자본의 욕심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도 안전부문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보수정권인 지난 고이즈미 정권에서 조차도 우리나라의 공기업평가위원회에 해당되는 국회 차원의 독립행정법인평가위원회에서 안전관리 기관은 채산성을 기대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기관으로 평가하고 민영화의 대상이 아님을 선언했다. 나아가 일본 국회는 안전관련 기관의 업무의 효율화와 전문성의 강화를 위해, 재해조사 및 예방을 위한 연구체제 등을 정비하고 강화할 것을 결정했다.
공공부문의 사유화는 국가기능과 책임의 포기이다. 한마디로 국가가 국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주권을 위임받는 정부가 스스로의 존재성을 포기하고 자본의 노예가 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더 많은 예방적 투자와 전문성, 철저한 감시와 규제가 이뤄져도 보장되기 힘든 안전관리의 공공부문마저 '민영화'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를 포기하고,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아직도 이 정권은 촛불의 교훈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국방을 책임진 군이 이익을 못 낸다고, 경영성과가 떨어진다고 민영화 할 것이며, 경찰과 사법부가 경영성과가 없다고 민영화 할 것인가? 머지않아 우리 모두 서부시대처럼 총을 차고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제 생명권마저 상품화한다면 국민이 세금 내고 주권을 위임한 국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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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일본 신자유주의자들을 배워라" (프레시안, 양준호/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2008-09-18 오후 2:24:19)
[안전은 생명이다②]일본이 산업안전연구소 민영화를 취소한 까닭
MB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안전 및 생명과 관련한 안전관리기관의 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MB정부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정치 그룹들이 매번 '18번'으로 부르짖고 있는 아젠다여서, 예상치 못한 개혁(?)조치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국민들의 각종 안전 사안과 관련한 기관들이 그 숙청 대상으로 설정되고 있다는 것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MB정부의 안전관리기관 민영화 시도는 과연 '글로벌'한 것일까? 가까운 나라 일본, 아니 MB정부와 비슷한 정책 성향을 가진 정치그룹들이 연속적으로 집권해오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체국 민영화마저 강행했던 일본의 '과격한' 신자유주의자들도 안전관리기관 민영화에는 명확한 '반대'였다. 일본의 신자유주의자들보다 사적 기업에 의한 이윤 추구를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귀한 것으로 생각하는 MB정부가 더 과격한 '시장숭배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에는 산업안전연구소가 있다. 이 곳의 주요 업무는 일본 내 각 사업장의 노동재해 예방에 관한 조사·연구 및 제반 행정이다. 우리의 산업안전관리공단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기관은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재해 원인의 해명 및 재해방지 기술의 개발에 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적 기관의 개혁 방향과 관련하여 일본의 자민당 의원 및 우익 성향이 짙은 학자들로 구성되는 공기업평가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바 있다. 공기업평가위원회는 일본의 신자유주의자들의 모임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평가위원회조차 산업안전연구소의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 결론을 내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렇다. 일본의 노동재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연간 1600명을 넘고 약 53만 명의 노동자가 여전히 재해 피해를 당하고 있다. 국가로서 노동재해 방지 대책을 계획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또 최근 들어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발과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위해 산업안전연구소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두 번째로, 일본 국내에 산업안전연구소가 담당하는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안정정책의 기초가 되는 조사와 연구 작업에서 신뢰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체가 될 만한 기관도 없다. 때문에 일본의 공기업평가위원회는 이 기관의 민영화나 업무 축소, 조직 개편 및 이관 등을 취소했다.
셋째, 일본의 산업안전연구소가 실시하고 있는 '조사 작업'은 노동안전행정의 기초연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채산성 또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무원으로서의 중립적이고도 공정한 입장에서 국내 외의 노동안전에 관한 기준 책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기업평가위원회는 노동안전과 관련한 행정기관은 본질적으로 공공적일 수밖에 없음을 시인했다. 국가에 의한 재해 원인 규명이 곤란한 폭발재해 등의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즉각 현장에 출동해 그 원인을 규명하는 긴급 조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재해는 조기에 재해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주변 주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설비 정지도 장기화돼 결국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공기업평가위원회도 인정했다.
또 재해원인 규명에 관한 조사는, 기업이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제조기술 등의 기업비밀에 관해서도 청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최근 기업의 기술 정보 누출에 대한 방지 대책이 매우 엄격하게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업무를 민간이 시행하게 될 경우 기업이 정보 제공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결국 재해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기가 힘든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사례는 산업안전 관련 업무는 본질적으로 공공적으로 이루질 수밖에 없는 것임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국회도 자민당 및 민주당과 같은 자유주의적 정당에 의해 독식되고 있다. 2001년 이후 일본 정부 역시 공기업 민영화 및 사회보장지출 삭감을 통한 재정건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외치는 신자유주의적인 '네오콘'에 의해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들도 자본가의 이윤 독식을 보장한다는 신자유주의의 기본적 인식을 적어도 국민의 안전 및 생명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공적 안전기관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산업안전과 관련한 공기업의 역할과 본질이 일본과 우리가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 일본의 신자유주의자들의 판단과 논리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첫째,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안전위생법 위반에 관한 원활한 사법처분도 불가능하다. 법 집행이라 함은 신자유주의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니 유일한 제도적 장치이지 않은가! 제발 신자유주의자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둘째, 기업 비밀이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꺼려하여 산업재해와 관련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재해 원인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게 되거나, 아니면 민영화된 산업안전기관이 이윤을 추구하는 그들의 본성대로 기업 비밀을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해 사적으로 남용하게 된다. 정보 공개와 지적재산권 보호. 이 역시 신자유주의자들이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이지 않은가!
MB정부에 대해, 안전관리기관 민영화는 결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상품화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면서 안전업무가 갖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까지 그들의 민영화 안을 비판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것들을 이윤 추구의 대상이자 이윤 추구의 방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우이독경이다.
다만 그들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것은, 제발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신자유주의자다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맹신하고 있는 시장경제는 사회적 안전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견지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노동안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그들이 이윤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노동착취 역시 불가능하다. 아마도 일본의 신자유주의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들이 그렇게도 집요하게 수호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적 자유시장경제 마저 처절하게 무너지게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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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구지하철ㆍ성수대교 참사를 보려 하는가?" (프레시안, 이강준/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 2008-10-09 오후 3:25:53)
[안전은 생명이다③] 공기업 선진화는 '언어도단'이다
안전 분야를 시장의 논리로 접근한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안전 상태를 점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이윤을 위해 피검사자의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는 곧 부실한 검사·검증으로 이어지고, 다시 사고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2007년 현재 산재 사망자는 2406명, 산재 피해자는 무려 9만147명이고 피해 액수도 15조8000억 원에 달한다. 산재 예방 교육 및 자료 배포, 안전 기술 지원 등을 담당하는 산업안전공단의 경우 1300여 명의 한정된 인원으로 전국의 사업장, 약 140만 개를 관리하고 있다. 혹 정부가 예산 삭감을 하면 중소 규모의 영세한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공단의 무상 지원도 따라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의 근로자가 지게 된다. 우리나라 재해의 80% 이상이 100인 이하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영세 업체 노동자가 가장 먼저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들 중소 규모 사업장에게 돈을 내고 안전을 확보하라는 것은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최근 4~5년 간 대형 가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가스안전공사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지난 1995년에 약 500건에서 2007년 100여 건으로 가스 사고의 절대 건수는 상당히 줄었지만, 100만 톤 당 가스 사고는 35건으로 선진국의 18건에 비하면 여전히 2배나 높다. 더구나 가스 산업은 매년 7~8%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가스안전공사의 영업 이익은 1998년 220억 원에서 2007년 660억 원으로 무려 3배 증가했지만, 인력은 같은 시기 1240명에서 1198명으로 오히려 줄어, 노동 강도가 매우 세졌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붕괴를 계기로 준 정부기관으로 설립된 국가 유일의 시설물 안전관리 전문 기관이다. 주요 교량이나 발전용 대형 댐과 주요하천의 제방과 수문, 터널이 시설안전공단이 관리하는 시설물들이다. 공단이 설립된 이후 공단이 전담하는 시설물 관련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공단은 설립 이후 13년 간 국가 주요 대형 시설물 235개의 안전 진단,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분야의 기술연구와 관련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시설물의 무사고를 달성했다.
물론 이상 기후에 의해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피해 규모는 줄일 수 있다. 매년 평균 약 2조 원 정도의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저수지, 하천, 비탈면, 소규모 안전취약 시설물 등 자연재해발생 시설물에 대한 예방안전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의 설치나 기존 안전관리기관 중에서 이런 업무를 추가해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의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
승강기는 건물 내 필수적인 설비로 기능하고 있지만, 자동차, 비행기 등과 같은 다른 여타의 기계 설비와 마찬가지로 부품의 고장이 바로 인명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재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설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강기는 자동차와 달리 개인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승강기 안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승강기 사고 및 피해와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승강기 사고 및 피해가 양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119 구조대의 승강기 안전사고 발생 통계에 따르면 승강기 안전사고 발생율은 전체 승강기 대수의 약 2%에 이르고 있으며, 전체 구조 사고건수 중 상위 5위권 내에 랭크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기·가스·산업·시설·승강기·보일러·선박·교통 등 사회 각 분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기업은 환경·치안·국방 등과 같이 공공성이 매우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일반국민이 피해를 입는다. 안전관리도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국가의 의무에 해당한다. 그 의무를 이들 안전 분야 공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소득과 의식수준에 걸 맞는 안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공기업 선진화의 실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것이라면, 이는 국가의 기본적 임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오히려 안전 분야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공기업 선진화의 핵심 내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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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안전관리 민영화에 찬성하는가? (프레시안, 김철홍/인천대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2008-10-23 오전 10:37:22)
[안전은 생명이다④] 여론의 실체부터 파악하라!
이명박 정권은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주장하며, 많은 국민들이 공공기관의 민영화에 찬성하고 있다는 근거를 댄다. 또, 공공기관이 경영효율은 떨어지고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증이 인다. 과연 다수 국민들은 공공기관의 문제를 단순한 경영논리로만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정부 주장대로,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정말 높을까. 진짜 실상은 지난 쇠고기 문제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명박 정권이 스스로 근거 없는 괴담으로 여론과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 아닐까?
노동과학연구소와 <프레시안>은 공동으로 두 가지의 여론 조사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안전관리 공공기관의 민영화에 대한 여론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우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안전관리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안전관리 공공기관 직원 대상 설문조사
먼저 7개의 안전관리 공공기관(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안전공단, 전기안전공사, 승강기안전관리원, 교통안전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전체 62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개인신상정보, 작업환경에 대한 평가, 민영화에 대한 의견, 그리고 표준한국형 설문지를 이용한 직무스트레스 조사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약 한 달간에 걸쳐 각 사업장별로 설문지를 배포하고 사업장별 조사담당자들에게 자세한 설문취지와 작성요령을 교육하여 응답자들이 설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후 설문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전체 5457명의 대상자 중 총 2087명이 응답하여 응답률은 약 38.2%로 파악되었다. 이중 일부 부족한 응답자를 제외한 총 2072명을 유효응답자로 하여 다양한 통계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자세한 항목별 설문결과가 <표1>에 나타나 있으며 설문조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된다.
▲ ⓒ프레시안
1)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40.05세(±7.14세), 평균근무경력12.2년(±6.6년)으로 나타났다. 또한 평균 일일평균 근무시간은 8.6시간(±1.9시간)이며, 이중 내근이 약 4시간 외근이 약 5시간으로 검서 및 검증이 많은 안전관리 기관의 업무특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2) 68.9%가 지난 5년간 근무시간이 늘었으며, 77.4%가 업무량이 증가한 것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43.6%가 임금이 늘었다고 답한 반면, 72.7%가 신규업무가 늘었으며, 업무적 요인 등에 의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79.6%에 이르렀다.
3)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지난 5년간의 업무내용이 경쟁강화, 경영평가 위주로 강화되어 안전의 전문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향후 5년간의 안전관리 수요는 68.7%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만약 민영화가 될 경우 사회안전망의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는 응답이 86.7%에 달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응답자의 95.6%가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 또한 한국형 표준조사 도구를 활용한 직무스트레스 조사에서는 총 스트레스 점수가 47.25로서 한국인 평균인 49.03에 비하여 다소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항목별로 보면 직무자율성, 보상의 적절성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는 스트레스가 한국인의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직무요구도 항목에서는 한국인의 평균 점수인 52.40(100분위 값으로 높을수록 직무요구도 관련 스트레스가 높음)보다 훨씬 높은 61.19로 나타나 직무자율 및 근무조건은 상대적으로 좋은 반면 높은 직무 요구도에 의한 스트레스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관리 업무에서 작업자의 과도한 직무 요구도는 안전관리 업무의 질을 저하시키고 이는 안전수준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 ⓒ프레시안
온라인 여론 조사
일반 국민들의 안전관리 공공기관 민영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인터넷을 이용한 cyber poll 형태로 진행하였다. <프레시안>, <레디앙>, <일다>의 홈페이지에 배너형태로 설문조사를 게시하고 자발적인 응답에 기초한 설문조사를 7월 한 달간 실시하였다. 여론조사 항목은 전체 6문항으로 안전관리기관에 관한 인식도, 업무수행도, 민영화에 대한 입장, 개선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전체 314명의 응답자중 10대에서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하였으며, 직업군 또한 일반직장, 공무원, 자영업자, 경영자, 학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제시된 7개의 안전관리기관에 대하여 68.8%가 일부 알고 있으며, 28%가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하여 안전관리기관에 대한 인지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수행도는 32.8%가 잘하거나 아주 잘한다고 응답한 반면, 17.5%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하였으며, 절반이 보통이라고 답하여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프레시안
2) 안전관리 기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운영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82.5%가 안전업무의 전문성이라고 답하였으며, 8.3%와 9.2%가 경영효율성과 친절성이라고 답하여 대부분의 국민들이 안전관리 기관은 일반 기업과 같이 경영효율보다는 안전에 대한 전문성의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민영화 근거로 내세우는 경영논리가 허구임을 입증하는 사실이다.
3) 안전관리기관의 민영화에는 응답자의 70.4%가 반대하였으며, 3.2%만이 전적으로 찬성하였다. 일부 찬성한 26.4%도 민영화가 아닌 경영혁신 등의 내용을 주문하고 있었다. 또한 안전관리기관의 변화와 개혁 방향으로는 76.1%가 인력추원, 예산확충 등을 통한 전문성의 강화를 주문하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관리기관의 변화방향은 민영화가 아닌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위한 전문성 강화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전관리 전문성과 민영화는 양립 불가
안전관리 공공기관의 민영화와 관련하여 기관의 직원들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거의 모든 안전관리 기관 구성원들이 경영성과 위주의 안전관리 기관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예산과 인력의 확충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 국민들도 안전관리 공공기관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가 더욱 필요하며, 그에 따라 대다수가 민영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웃 일본의 대표적 보수정권인 고이즈미 정부에서도 안전관리 기관의 민영화에 대한 국회차원의 조사결과, 안전관리 기관은 이윤 중심 경영성과로 평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전문성의 강화를 위하여 안전관리기관의 민영화를 기각한 사실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도 일본정부의 조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안전은 어떤 이유로도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외치는 안전제일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안전과 생명이 담보되지 못하는 발전과 효율이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이며, 과연 누가 안전관리 공공기관의 민영화에 찬성하는지 이명박 정권과 추종 세력은 그 근거를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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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MB처럼 사고하진 않는다" (프레시안, 여정민/기자, 2008-10-27 오전 9:32:13)
[안전은 생명이다ㆍ끝] 공기업 민영화, 그 위험한 도박에 대하여
비록 안전 관리 기관 가운데 완전한 민영화 대상으로 '간택'된 곳은 없다. 하지만 윤영만 한국가스안전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미 안전 기관의 경우 상당수 주요 업무가 민간 시장으로 넘어가 있다"고 밝혔다. "기관이 공중 분해된 것은 아닐지라도, 사실상 민영화와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가스나 승강기, 선박, 한강 다리와 같은 대형 시설의 안전을 담당하는 이들 기관에 대해 정부는 똑같은 '경영 효율성'의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 이들이 "아이들도 그렇게 통계도 없이 비과학적으로 사고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 정부 정책이 계속 이어질 경우, 우리 국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들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하고 있다"는 말로 그 답을 대신했다.
윤영만 : 안전 기관에 대해 규제가 강화되지는 않겠지만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안전 관리 대상을 조금씩 바꿔 전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큰 그림에서는 그렇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결국 인력과 예산의 감축이다. 여러 부처 얘기를 종합해보면 정부의 투자기금을 10% 정도 줄이고 효율은 3% 늘려, 종합적으로 효율성 13% 향상을 목표로 한다.
더 답답한 것은 소통의 채널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업무가 민영화되는 곳은 없지만 이미 안전관리 기관의 대부분은 민영화가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공단은 가장 산재가 많이 일어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없고 인력도 없다. 관련된 여러 협회나 민간 대행사들이 이미 깊숙이 침투해 있다.
승강기 안전 관리 업무도 승강기안전관리원 외에 2곳이 나눠서 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용 LPG 검사가 업무의 절반이었는데 지금은 이 일을 민간 기관에서 다 하고 있다. 도시 가스 사용 시설이나 냉동 제조 시설도 민간과 검사 경쟁을 하고 있다. 즉, 기관이 공중 분해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각 기관의 업무에 민간이 침투해 있는 것이다. 민간이 하면 더 좋을 것 같지만, 검사 품질에 대한 만족도는 더 떨어진다.
김철홍 : 검사 비용을 기업이 부담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해할 수 있다. 돈 주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 관리 기관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제일 중요하다.
윤영만 : 민영화나 검사 기관의 다원화, 복수화로 안전 관리가 과연 가능할까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이미 검사 기관이 다원화돼 있는 승강기의 경우 처음에 승강기관리원이 독점했을 때의 불합격률은 3~4%였다. 그런데 검사 기관이 다원화되고 소위 검사가 시장 경쟁으로 넘겨지면서 불합격률이 0.5% 미만으로 떨어졌다. 200년 마다 한 번씩 고장이 난다는 얘기다. 검사 기관이 다원화되고 시장 경쟁 논리에 맡겨지면서 검사 의뢰자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게끔 진행될 수밖에 없다.
민간 검사 기관의 불합격률은 0에 수렴한다. 가스안전공사의 불합격률은 2%대다. 그런데 이 2%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이다. 시장에 완전히 맡겨지면? 당연히 0에 가까워진다. 사고는 계속 나는데 검사만 하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말이다.
김철홍 : 승강기는 1990년도에 2만4000개였다. 지난 2004~2005년에는 30만 개가 넘어섰다. 증가율이 매년 10~20%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승강기의 안전을 감시‧감독하는 사람의 숫자는 정체돼 있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한다. 그러니까 실제 한 사람당 담당해야 하는 승강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윤영만 : 안전 기관에 대해서도 정부가 장기적 관점이 없다. 오랜 통계를 바탕으로 그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최근에 큰 사고가 났느냐 안 났느냐가 중요하다. 사고 나면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해당 기관이 잘 관리해서 사고가 줄어들면 없애야 한다고 난리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만들어진 시설안전관리공단도 생긴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공단이 일을 열심히 해서 대형 시설 사고가 줄었다. 그러면 시설안전관리공단이 이제 필요 없는 것인가? 사고의 사례가 없으면 없애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논리다. 가스안전공사도 지난 1995년 대구 지하철, 아현동 폭발 사고 이후 조직이 2배로 늘었다. 가스 사고는 1995년 기준으로 연간 530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건 수준으로 줄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안전 관리 대상 가스 시설은 3배나 늘어났다. 인력은? 오히려 그 당시보다 100명 줄었다.
이런 통계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대형 사고가 있었냐 없었냐만 따진다. 경영 효율화만 하더라도 담당 업무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관리 대상은 얼마나 늘었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 기관은 나태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것이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된다.
김철홍 : 공공기관의 평가 잣대의 80~90%가 모두 경영 성과가 기준이 된다. 공기업의 전문성 기준은 거의 없다. 기업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가 민영화 대신 '선진화'란 용어를 쓰는 것도 시장의 논리다. 하지만 안전은 사후 대처가 아니라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성과로 판단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 공공 서비스의 질은 매우 낮다.
산업재해 발생율은 0.7%로 세계에서 제일 낮다. 유럽은 보통 4~5%수준이다. 그런데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높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가 100배나 높다. 산재 발생은 최저인데 사망자는 최고다? 죽지 않는 사고는 모두 은폐되거나 조작된다는 말이다. 공상 처리를 하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보상하고 치료해 주면 산업재해로 안 잡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부터가 잘못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더 시스템이 부실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조승수 : 국회의원 시절 공기업 관련 보고를 많이 받았지만, 공기업 경영 평가의 모든 초점은 인력과 예산을 얼마나 절감했는가 뿐이다. 공공서비스의 확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든지 숫자로 장난칠 수 있는 항목이다. 이 잣대를 가지고 예산의 배정까지 이뤄진다.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다.
윤영만 : 경영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계량 평가다. 올해까지의 평가 항목을 보면 노동생산성이라는 것이 있다. 인력을 분모로 놓고 총 검사 수행 횟수를 분자에 두는 것이다. 작년보다 월등히 높아져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관리 대상 시설이 늘어나도 기관장들이 인력을 뽑지 않으려하는 것은 바로 이 노동생산성 지표 때문이다. 즉, 분모를 그대로 두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결국 검사가 엉망이 된다.
또 하나의 기준이 작년보다 얼마나 돈을 많이 벌었나이다. 안전관리기관이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기관이 아님에도 돈 벌이를 하라고 정부가 부추기는 것이다. 결국 갑의 입장에 있는 기관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강요할 수 있다. 고유의 일은 등한시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이런 평가 기준에 장기간 시달리다 보니, '검사를 대강하면 할수록 기관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인식이 조직 내에 퍼진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인질극을 벌이는 셈이다.
조승수 : 공기업의 비효율이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보수 이데올로기에 의해 착시되는 측면도 있겠지만 많은 국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직접 느끼는 부분도 있다. 각 부처의 산하 기관이 전반적으로 보면 일정 정도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위 공직자들이 한 자리 차지하기 위해서다. 공무원 노동조합이 그런 것을 스스로 견제해야 한다.
윤영만 : 안전은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것인데 규제가 없으면 기업은 당연히 안전에 투자 절대 안 한다. 중앙대 윤기봉 교수가 1000명의 국민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용역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안전 분야는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안전노조협의회에서 진행한 용역 결과를 보더라도 안전기관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영 효율화가 아니라 기술력 강화를 통한 전문성 확보라는 대답이 제일 많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자본이 고용이나 세금으로 국민에게 그 이득을 돌려줄까? 지난 10년의 경험으로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자본만 살찌우는 규제완화다.
안전 관리 기관은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인력이 더 필요하다. 이 분야는 대부분 사람이 품을 팔아 관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 관리는 오랜 경험이 필수적이다. 장비나 프로그램이 못 찾아내는 것을 사람이 감각적으로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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