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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에도 국정 방향은 옳다는 윤석열 대통령

새벽길 2024. 4. 22. 08:24

석열은 이번에도 예상대로 전혀 변하지 않았구나. 자기 할 말만 하고 마네. 종편에서까지 비난하는 걸 보면 얼마나 문제인지 알 수가 있다. 아무래도 남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36841.html
국정 방향 옳다는 윤 대통령…“국민 인내할 거라 착각 말라” (한겨레, 김채운 기자, 2024-04-16 16:10)
총선 참패 뒤 첫 입장에 시민단체들 비판
‘국정운영 방향은 옳다’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4·10 총선 참패 뒤 첫 공개발언을 두고 시민단체들은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은 발언’이라며 ‘국민이 끝까지 인내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 발언 어디에서도 쇄신에 걸맞을 만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며 “‘올바른 국정의 방향’ 운운하며 재벌 감세와 긴축재정이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었다고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생 없는 윤석열표 줄푸세’ 정책들만 줄줄이 내놓았던 민생토론회를 지속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미래를 망쳐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며 “코미디 같은 이 발언은 대통령이 과연 민생과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윤 대통령은 민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의 엇나간 국정운영의 방향과 불통을 끝없이 인내할 것이라 착각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군인권센터도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센터는 “대통령은 준엄한 표심을 국민이 정부의 정책과 노력을 잘 몰라 나타난 현상쯤으로 치부하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채 상병 순직 사건과 수사 외압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태도로 보아 순순히 특검을 수용할 리 만무해 보인다”며 “투표장으로 모였던 국민의 분노가 어디로 쏟아져나올지 두려운 마음으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에 외압을 가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야당과의 협치 강화 방안 등에 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41616012458930
尹대통령, 비공개로 "죄송하다" 사과…'야당' 빼고 소통 강화?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 2024.04.16. 16:20:47)
대통령실 "국정방향 옳지만 방식 문제라는 게 다수의견…영수회담, 시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향후 국정운영 기조에 '현상 유지'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총선 패배에 따른 국정 쇄신책을 내놓고 후유증 수습에 나설 것이라던 관측과 어긋난 처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대통령부터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어진 대통령실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 "국민을 위해서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고 한다. 또한 "선거 결과는 한편으로는 당의 선거운동이 평가를 받은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국정운영이 국민들로부터 평가 받은 것이다.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얼마나, 어떻게 잘하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회초리를 맞으며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초리를 맞으면 아프니까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손 모아 빌며 용서를 구할 수 있겠지만, 매 맞으면서 뭘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반성한다면 사랑의 회초리의 의미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생중계로 공개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선 총선 패배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해석될만한 "죄송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비공개 자리에서의 사과인 데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이은 마무리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관련 이슈,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등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아 '반성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할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며 현재의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의 정당성을 강조한대로, 큰 틀의 방향 전환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국정기조 방향은 지난 대선을 통해 응축된 우리 국민의 총체적인 의견"이라며 "그 뜻을 받아서 윤석열 정부가 집권을 했고, 그 뜻에 따른 국정운영이기 때문에 단순한 사건이나 선거 때문에 국정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정의 방향은 옳지만, 그 국정을 운영하는 스타일과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가 절대 다수의 의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총선 민심과 대선 민심은 별개이며, 지난 2년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총선 패배로 귀결됐더라도 대폭적인 변화를 모색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추진해왔던 국정 기조나 원칙, 방향은 가져가되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 소통 문제라든지 예산 문제, 입법 문제 등은 잘 조화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소통 강화'를 주문한 대목 역시 향후 민생토론회를 지속하며 정부 정책 설득에 주력하는 '선택적 대국민 소통'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관들과 공직자들에게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고 여러번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통이라는 게 단순히 몇 번 만나거나 민생 문제를 개략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의 니즈(요구)를 세밀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이 한 분 한 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보편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의 요구를 일일이 만족시킬 수 없을지 모르지만, 왜 이 문제 해결이 어려운지, 앞으로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지를 다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현안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민생을 살리는 데 큰 도움된다고 생각한다"며 "민생토론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36876.html
윤 대통령, 성찰 없었다…민심은 틀렸다는데 “국정 옳았다” (한겨레, 이승준 장나래 기자, 2024-04-16 17:58)
구체적인 국정 쇄신책 내놓지 않은 채
2년 정책 나열하며 ‘성과 있었다’ 자찬
4·10 총선 엿새 만인 16일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소통과 세심함이 부족했을 뿐 국정 기조엔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민들이 여당에 참패를 안기며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반을 바꾸라고 강력히 경고했음에도, 경로 수정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12분가량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세심·세밀함과 배려 부족을 언급하며 민생과 소통,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비공개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 못 할 게 뭐 있느냐” “매서운 평가의 본질은 더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는 경우를 예로 들며 “회초리를 맞으면 아프니까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손을 모아 빌면서 용서를 구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매를 맞으면서 내가 뭘 잘못했고,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성을 한다면 어머니가 주시는 그 사랑의 회초리의 의미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발언 전반의 방점은 지난 2년간 국정 운영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그는 “부동산 3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했다”, “탈원전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살리고”,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해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등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 폐기 △교육 정책 △물가 관리 △건전 재정 △공매도 금지 같은 정책을 세세히 거론하며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 대신,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 “보완해야 될 부분이 많다”며 문제를 ‘성과 부족’과 소통으로 돌렸다.
폭등하는 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며 “경제 회생의 온기를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확산시키는 데까지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무리 국정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 데 부족함이 많았다”고도 했다. 또 총선 전 24차례나 실시하며 야당으로부터 ‘관권 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민생토론회를 재개하겠다고 밝히며, 장관들에게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추진 중인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했다. ‘정권 심판’으로 나타난 총선 결과에서 확인된 민심은 기존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아니라 국정 방향이 틀렸으니 바꾸라는 뜻인데, 윤 대통령은 전혀 동떨어진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 뒤인 지난해 10월18일 윤 대통령이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 챙겨야 한다”고 한 뒤에도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과 유사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국정 기조나 방향이라는 것은 지난 대선을 통해 응축된 국민의 총체적인 의견이다. 그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 때문에 국정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기술적 문제나 소통, 예산, 입법 문제는 잘 조화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머리발언의 6분의 1가량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경제에 미칠 우려와 정부 대비에 할애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 태세를 유지해달라”며 경제·안보 위기를 부각했다. 총선 이후 레임덕 위기에 휩싸인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공직 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잡아달라. 기강이 흐트러진 게 없는지 늘 점검해달라”는 지시도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남 탓을 하는 듯한 발표였다. 대통령은 열심히 했는데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기술적 문제가 있다고 본 것 같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반성, 성찰을 통해 나아가는 게 아니라, (국민과 상관없이) 직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도 “98%는 다 훌륭한데 2%는 부족하다는 ‘자화자찬성 사과’”라고 비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36882.html
민심 경청하겠다던 윤 대통령, 또 국무회의서 자기 할 말만 했다 (한겨레, 장나래 기자, 2024-04-16 18:15)
머리발언으로 총선 패배 입장 밝혀
질의 없이 준비된 원고로 메시지만 내놔
대통령실 “앞으로 다양한 소통 기대”
국무회의는 각 부처 장관에게 대통령이 각종 지시를 내리는 자리로, ‘대국민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기자들과 질의응답이 오가는 기자회견과 달리, 국무회의에선 준비된 원고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만 내놓을 뿐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그 첫발부터 제대로 된 소통은 아니었던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무회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도 전달된다”며 “국무위원들이 함께 자리하기 때문에 국정운영 차원에서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발언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36885.html
[사설] ‘국정방향 옳다’는 대통령, 그럼 국민이 바뀌어야 하나 (한겨레, 2024-04-16 18:26)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집권여당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그러나 국민이 심판한 일방적 국정 기조를 반성하는 대신, 또다시 ‘내가 옳다’는 아집과 독선만 드러내 국민들에게 큰 실망만 안겨주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비공개회의에선 “국민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쇄신 방안은 없었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을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로 규정했다. 오히려 고금리·부동산·원전·청년 정책 등 그동안의 정책을 일일이 열거하며 자화자찬했다. 숱하게 보아왔던 ‘윤석열 연설’ 판박이다. 그러면서 “국민이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국정 쇄신은커녕 ‘나는 잘했는데,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국정 기조 변화나 인적 쇄신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 5년 내내 여소야대 국회를 마주한 대통령이 됐는데도,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공허한 말만 반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회담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대통령실이 스스로 심판론을 점화한 사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의-정 갈등 해법 등 국민적 관심사에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늘 그랬듯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보다 하고 싶은 말만 반복했다. 이마저도 국무위원 앞에서 읽어 내리는 방식을 택했다.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도, ‘이재명 대표와 만남 가능성 열려 있다’ 등의 보충설명도 모두 나중에 참모의 별도 설명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이 총선 엿새 만에 내놓은 메시지는 형식과 내용 모두 너무나 실망스럽다. 총선 전과 하나도 다른 게 없어 놀라울 정도다.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도 이를 외면한 채 ‘지금껏 하던 대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말로만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으니, 국민더러 바뀌라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지금 국민 마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36888.html
민심의 경고에도…윤 대통령 “국정 방향은 옳다” (한겨레, 이승준 강재구 기자, 2024-04-16 18:36)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여당 참패와 관련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엿새 만에 처음 직접 입장을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정권 심판’이라는 결과를 놓고도 ‘국정 운영 방향은 옳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국민 앞에 머리 숙여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내가 이건 잘했다’고 하는 걸 보니 앞으로 3년이 걱정된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송으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마무리 발언에선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이날 오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12분 가까이 생중계된 머리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물가 관리, 이자 부담 완화, 부동산 정상화, 탈원전 정책 등을 성과로 강조하고,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며 국정 운영 방향과 기조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외압 혐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등 여당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각종 논란과 장기화한 의-정 갈등 해법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 지속 추진을 강조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을 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과의 소통에 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는 듯한 발언은 생중계가 아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때인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 및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한편으로는 당의 선거운동을 평가받은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부 국정운영이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매서운 평가의 본질은 소통을 강화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또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만남에 대해 “누굴 만나느냐는 모두 열려 있다”면서 22대 국회 개원(5월30일) 일정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은 필요하다”고 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반성은커녕 지금까지처럼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4162021005
“국정 방향 옳았다”는 윤 대통령, 그대로 간다 (경향, 유정인 기자, 2024.04.16 20:21)
총선 참패 관련 첫 입장 표명
“최선 다했지만 국민 체감 못해”
반성·성찰 요구 민심과 거리감
비공개 회의선 “국민들께 죄송”
야당선 “변명만 늘어놨다” 비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여당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를 두고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국정기조,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좁히는 속도전을 다짐했다. 국정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 총선 민심과 동떨어진 입장을 내놔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취임 이후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직접 총선 참패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생중계된 모두발언에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국정기조와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었지만 국민들에게 전달이 미흡했다는 취지다. 이어 물가, 고금리, 부동산, 주식시장, 수출, 탈원전, 청년과 교육 정책 등을 나열하며 그간의 국정을 짚었다. 각 분야에서 정부가 최선을 다했지만 “정책과 현장의 시차” 등으로 부족함이 있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윤 대통령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국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밝힌 데도 이 같은 인식이 반영됐다.
총선 참패의 이유를 국정기조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서 찾는 발언은 생중계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기존 국정운영 궤도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국정 쇄신 방향은 드러나지 않았다. 쇄신 의지에 대한 평가 잣대로 꼽히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방안은 빠졌다. 향후 국정 주도권을 쥐는 거대 야당과의 협치 의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총선 참패 후 국정 방향타 설정이 ‘마이웨이’에 그치면서 야당과의 관계 설정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각종 국정현안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 사이 충돌과 이로 인한 정국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방향은 옳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만 늘어놨다”며 “지금까지처럼 용산 주도의 불통식 정치로 일관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었다”고 밝혔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더욱 심기일전해 민생을 더 가까이, 국민 소리를 경청하며 진심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4162035015
물가 “총력” 부동산 “낮춰”…정당화에 치중, 쇄신책은 전무 (경향, 유정인 기자, 2024.04.16 20:35)
윤 대통령, 총선 참패 관련 첫 입장 표명
채 상병·김 여사 특검법 언급 전무…협치·쇄신 빠진 메시지
비공개 자리선 “국민의 매서운 평가, 본질은 소통하라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밝힌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은 ‘국정 방향과 정책은 옳고 정부는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에 전달되기에 미흡했다’로 요약된다.
자성과 변화보다 기존 국정운영 정당화에 방점을 찍어 총선 패배에 따른 쇄신 메시지로서의 의미는 사라졌다. 또 협치 대신 국정 방향을 둘러싼 대결의 장을 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여권의 4·10 총선 참패 뒤 처음으로 직접 내놓는 대국민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사실상 대국민 담화 성격으로, 앞서 밝힌 국정 쇄신의 구체적인 방향을 어떻게 제시할지가 관건이었다.
12분가량 진행된 발언에서 전면적, 전향적 쇄신책은 전무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그간의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치중했다.
총선 참패의 원인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 데서 찾았다. 발언 중 “국정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해도”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고 실천에 최선을 다했음에도”라며 여러 차례 정부 방향이 옳았다고 강조했다.
세부 분야별 진단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물가 문제에 대해 “총력을 다했다”면서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을 낮췄다”며 “그러나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살렸지만 중소기업 등에 전달이 미흡했고, “청년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 지원을 엄청나게 늘리긴 했지만” 청년들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 해결 방향도 제시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겨 듣겠다”고만 밝혔다. 의료계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면 논의할 수 있다던 기존 입장의 반복이다. 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 전공의들이 현장을 이탈한 상황이고,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이면 병원을 떠날 수 있어서 갈등 해결 시한은 다가오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은 기존 국정 기조를 그대로 지키면서 국민 체감을 높이는 소통 강화, 속도전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야당에 압도적 힘을 실은 총선 민심은 정치권 안팎에서 정권심판이자 국정 대전환 요구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정 고수’라는 답을 내놓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한편으로는 정부의 국정 운영이 국민들로부터 매서운 평가를 받은 것”이라며 “매서운 평가의 본질은 더 소통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 기조, 국정 방향은 지난 대선을 통해 응축된 우리 국민의 총체적인 의견”이라며 “그 뜻을 받아 윤석열 정부가 집권했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므로 선거 때문에 국정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면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통해 분열된 민심을 아우르는 통합 메시지도 없었다. 이날 윤 대통령 발언에서 ‘협치’ ‘통합’ ‘야당’이란 단어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총선 참패로 임기 내내 입법 주도권을 야당이 쥐는 상황을 고려해 여당 내에서도 적극적인 협치 주문이 나왔지만 이날 메시지에선 빠졌다.
대신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하는 원칙적인 발언을 내놨다. 공식 연설마다 통합과 협치 메시지에 인색했던 기존 기조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야당이 추진하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 범죄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법안 등에 대한 입장은 담기지 않았다.
총선 국면에서 대표적인 ‘용산발’ 악재로 꼽힌 이종섭 전 호주대사 도피 출국 의혹 등에 대한 입장도 포함되지 않았다. 조만간 이어질 인적 쇄신에 대한 원칙도 빠졌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36909.html
“남은 임기 3년 진짜 걱정…김건희·이종섭 언급도 없다니” (한겨레, 이주현 기자, 각 부서 종합, 2024-04-17 05:00)
여당 총선 참패 뒤 첫 공식입장에 시민들 ‘실망감’
“바짝 엎드려도 모자란데…이해력 부족한 사람”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의 총선 참패 뒤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 기존 국정운영 방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자,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생중계된 국무회의 머리발언을 통해 “민심을 경청하겠다”면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데 대한 사과나 이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쇄신책을 내놓지 않았다.
시민들의 첫 반응은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달라지지 않은 데 대한 놀라움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유아무개(45)씨는 “너무도 분명한 정권 심판 메시지를 받아들고도 ‘정부 정책 방향은 옳았으나 국민이 몰라줬다’는 말만 반복하더라. 담화를 보고 나니 앞으로 3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 늘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아무개(40)씨는 “바짝 엎드려 머리를 숙여도 될까 말까한 상황에서 ‘내가 이건 잘했다’를 장황하게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력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는 데 충격 받았다”고 했다.
2022년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30대 공무원 정아무개(경남 창원)씨는 “심지어 전 정부의 잘못을 고치려고 애썼는데 국민이 몰라줘서 섭섭하다는 투였다. ‘합리적 의견은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라고 하던데, 그 말은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말만 골라서 듣겠다는 소리 아닌가. 그냥 하던 대로 쭉 가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 50대 자영업자는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본인 잘못이다. 생중계 보다가 텔레비전 부술 뻔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충분하지 않았다” “노력이 부족했다” “전달이 미흡했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정작 애초 잘못 설정한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을 안 하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민심은 국정 기조가 잘못이라는 걸 표로 보여줬는데 이를 바꿀 생각은 없고 민심을 더 듣겠다고만 하니 앞으로 정쟁이 더 심해질 것 같다. 너무 걱정스럽다.”(경기 남양주 거주 프리랜서) “포퓰리즘·카르텔·마약 등 힘주어 말한 단어는 윤 대통령이 계속 꽂혀 있던 단어들이다. 심지어 공직 기강도 강조하던데, 그건 ‘나는 잘하는데 밑에서 안 도와준다’는 의미 아니냐”(대전 거주 50살 남성)
시민들은 특히 정권심판론을 타오르게 만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 등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 회사원 안아무개(40)씨는 “윤 대통령이 계속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하는데 세심한 영역이 무엇인지, 뭐가 부족한지 전혀 안 드러났다”며 “이종섭 대사·김건희 여사 건 등 총선 패배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으니 반쪽 담화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급박한 현안인 의대 증원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실망이 표출됐다. 회사원 임아무개(43·인천 서구)씨는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2000명이란 숫자를 못박아 놓고 절대 양보 못 한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 의료 현장도 한계에 이르렀고, 과도한 전공의에 의존하는 실태가 드러난 만큼 의사들과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책을 논의하려는 시도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회사원 이아무개(33·서울 관악)씨도 “의사들이 집단행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당장 의대생을 2천명 늘리는 것은 무리하다는 지적도 있지 않느냐. 나도 의사 증원에 찬성하지만 의료개혁이 숫자 내건 캠페인처럼해서 될 일이 아니다. 돌파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면 현실적 타협안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런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짚었다.
대선은 물론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던 이들조차 평가가 싸늘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이번에 투표를 포기할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투표소에 나갔다”는 최아무개(64·서울 도봉구)씨는 “그래도 자신이 거부권(법률안 재의 요구권) 9번 사용한 것,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까지 거부한 데 대해 뭐라도 한마디 할 줄 알았다. 특검 안 하려면 어떤 수단으로 진실을 국민에게 설명할지 대안이라도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직장인(54)은 윤 대통령의 물러섬 없는 태도를 걱정하면서 “이번에 민심을 확인한 만큼 허심탄회하게 야당 대표와도 소통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418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정방향 옳다’는 尹, 동아일보 “사실상 국민에 대한 불만”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2024.04.17 07:34)
尹 총선 참패 입장 표명에 혹평
경향 “국민과 싸울 건가” 한겨레 “국민이 바뀌어야 하나” 
여당 당선자 총회에 조선일보 “총선 참패에도 너무나 조용”
당대표 연임론 띄우는 친명계에 경향 “방탄용 비판 예상”
‘국정 방향과 정책은 옳고 정부는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 미흡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내놓은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에 ‘실망스러웠다’는 신문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국정기조 변화 의지와 반성 없이 ‘정부는 옳다’는 메시지만 강조한 대통령 발언에 ‘민심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사실상 국민에 대한 불만”으로 들렸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모자랐다”고 말했다. 12분 가까이 생중계된 머리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물가 관리, 부동산 정상화 등을 성과로 강조했다. 이후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와 참모진 회의에서 대통령이 “국민들께 죄송하다” “대통령인 저부터 잘못했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김승재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는 <사과는 국무위원이 아닌 국민에게 해야>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썼다. 김 기자는 “대통령의 공개 발언 이후 여론이 심상치 않자 사과 발언을 추가로 공개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서 국민이 지켜보는 생중계 때가 아니라 비공개 회의 때 국무위원들 앞에서 한다는 건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자성과 변화보다 기존 국정운영 정당화에 방점을 찍어 총선 패배에 따른 쇄신 메시지로서의 의미는 사라졌다”며 “협치 대신 국정 방향을 둘러싼 대결의 장을 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한겨레도 “‘정권 심판’으로 나타난 총선 결과에서 확인된 민심은 기존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이 아니라 국정 방향이 틀렸으니 바꾸라는 뜻인데, 윤 대통령은 전혀 동떨어진 대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쇄신 의지에 대한 평가 잣대로 꼽히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해소할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 의정 갈등 및 의료 공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관련해 동아일보는 “일방통행식이란 비판을 받은 국정 운영 방식, 태도에 대한 변화보다 국정 기조 정당화에 방점이 찍힌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반면에 ‘불통 논란’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음에 따라 대통령실과 야권 간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대부분 발언이 ‘정부가 맞다’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요 아침신문은 모두 윤 대통령의 총선 입장 관련 사설을 내놨다. 다음은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변화 의지 없는 윤 대통령, 남은 3년도 국민과 싸울 건가>
한겨레 <‘국정 방향 옳다’는 대통령, 그럼 국민이 바뀌어야 하나>
조선일보 <국민 앞 아닌 비공개 자리서 “죄송” 말했다는 대통령>
중앙일보 <윤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제대로 깨닫고 있나>
동아일보 <尹 대통령, 총선 민의와 정치 현실 제대로 읽고 있나>
한국일보 <변화 안 보이는 윤 대통령, 협치 바라는 민심 안 들리나>
국민일보 <소통·협치 약속한 윤 대통령, 실천이 중요하다>
서울신문 <“더 낮은 자세로”…당정, 소통으로 국정 과제 추진을>
세계일보 <기대 못 미친 尹 대통령 반성 메시지…소통 방식부터 바꿔야>
한겨레는 “총선 민심을 확인하고도 이를 외면한 채 ‘지금껏 하던 대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말로만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지만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으니, 국민더러 바뀌라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윤 대통령은 왜 국민들이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형식·내용 모두 총선 민심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오기만 확인한 총선 입장에 앞으로 남은 3년도 내내 국민과 싸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냉정한 민심에 대한 섭섭함, 정부의 정책 성과를 몰라준 데 대한 억울함의 토로로 들리기에 충분했다”며 “일방통행식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선택해 마치 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비쳤다. 더욱이 부족과 미흡의 책임을 내각에 돌리고 장관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모양새에서 진정성이 느껴질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실상 국민에 대한 불만으로 들릴 만했다”며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요구와 당면한 정치적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듯하다. 여당이 패배했지만 국정 기조엔 잘못이 없다는,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독선으론 앞으로 국정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총선 참패에도 너무나 조용한 與”
윤 대통령이 총선 관련 입장을 내놓은 16일 국민의힘 당선인들은 총회를 열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패인 분석이나 자성·쇄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단 평가가 나온다. 2시간 가량 이어진 총회의 절반이 초선 의원들의 자기소개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르면 6월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총의를 모았다. 
조선일보는 “여당 리더십이 사실상 진공 상태”라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한 참석자는 조선일보에 “당이 비상 상황인데 너무 한가롭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정부·여당에 실망한 민심 회복과 거리가 먼 행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된 총회는 새내기 당선인 자기소개에 절반가량이 할애됐고, 자유토론에선 100여 명의 참석자 중 8명만 공개 발언을 했다”며 “참석자 일부는 일정을 이유로 중간에 회의장을 떴다. 당선인들끼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포옹하고, 셀카를 찍는 모습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 당직자는 중앙일보에 “이럴 거면 왜 모였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총선 메시지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영남 지역 재선 당선인은 동아일보에 “의정 갈등 국면 때 낸 담화와 똑같이 알맹이 없는 메시지만 나왔다”며 “결국 한 대 맞을 것 열 대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당선인은 “결국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사과한 건데, 본인이 직접 사과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은 사과할 일이 있으면 했다”고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에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정리된 생각을 밝히고 질문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연임론 띄우는 친명계에 경향 “방탄용 비판 예상”
더불어민주당 친이재명계(친명)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재명 대표 연임론을 띄우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 대표 체제로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으니 통합에 유리하단 주장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까지다.
경향신문은 “다만 이 대표가 연임을 택한다면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방탄용이란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종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직을 방탄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도 “민주당 당대표의 연임은 전례가 없는 일인 데다 ‘방탄 시즌2’라는 비판이 예상되지만, 왜소해진 비주류 진영에서 제동을 걸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라고 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민주당은 2022년 대선과 전당대회, 이번 총선을 거치며 당의 체질 자체가 완전히 ‘친명당’으로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며 “야권 전체적으로는 조국혁신당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421
TV조선 앵커, 尹대통령 향해 “왜 국민한테는 이렇게 박절한 건가”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2024.04.17 10:58)
뉴스 시작과 끝 날선 비판 “김건희, 여러 의혹 언급 없어…왜 참모에 자세 낮추나”
김주하 MBN 앵커도 “尹 사과? 한국말 끝까지 들어봐야”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패배 후 밝힌 입장에 거의 모든 방송사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총선 전후로 윤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해왔던 TV조선은 앵커가 뉴스의 시작과 끝에 “왜 국민이 아닌 참모들 앞에서 자세를 낮추느냐”, “대통령이 모든 국민을 박절하게 할 수 없다고 해놓고 국민에 왜 이리 박절한가”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김주하 MBN 앵커도 윤 대통령의 비공개 사과를 두고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16일 저녁메인뉴스 ‘뉴스9’ 톱뉴스 <“저부터 잘못…국민 뜻 받들지 못해 죄송”>의 앵커멘트에서 윤 대통령의 총선 패배후 첫 입장 발표에 “하지만 국민앞에 직접 서지 않고, 참모들과의 회의인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였다”며 “형식에 대한 논란은 그렇다치더라도, 대통령이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뭐가 잘못됐는지, 앞으로 그럼 어떻게 고쳐나갈지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국민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윤 앵커는 “부족하고, 모자랐고, 미흡했다는 표현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만, 거기까지였다”며 “몇 시간이 지나서야 한 참모의 입을 통해 ‘대통령인 자신부터 잘못했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을 비공개회의 때 했다고 알려졌는데, 왜 굳이 참모들 앞에서만 자세를 낮춘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앵커는 뉴스 끝부분에 방송하는 ‘앵커칼럼 오늘’ 코너 <답답합니다>에서도 “선거 후 첫 육성 메시지여서, 뼈를 깎는 반성과 진솔한 사과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적어도 ‘송구하다’는 한마디쯤은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윤 앵커는 이어 “그런데 목소리는 당당했고, 내용은 신발 신고 발바닥 긁듯 미지근했다”며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보다 많이 소통하고 경청하겠다’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윤 앵커는 “정작 국민이 가장 듣고 싶어했을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 처리를 비롯해 민심을 결정적으로 돌려세운 논란과 의혹들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에게 늘 상징처럼 따라붙는 본인의 어록인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를 들어 윤 앵커는 “그래도 당연히 성심껏 섬겨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민”이라고 지목했다. 윤 대통령이 KBS와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이렇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말한 점을 두고 “그런데 왜 국민한테는 이렇게 박절한 건가”라며 “지금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도 부족하다. 그런데 도리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주하 MBN 앵커도 이날 ‘뉴스7’ 톱뉴스 <대국민 소통 강화…국정 기조는 유지> 앵커멘트에서 “윤 대통령이 … 사실상의 반성문을 쓰고, 비공개 마무리 발언 때는 국민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는데,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누가 그랬죠”라며 “국정운영의 소통을 강조했지만, 핵심 국정 과제를 비롯한 국정 기조의 방향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김 앵커는 “지금까지 해왔던 국정 운영방향은 옳은데 소통이 잘 안된 것이라고 보는 걸까”라고 되물었다.
JTBC도 이날 뉴스룸 <‘잘한 것’ 알린 뒤 “하지만”>에서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걸 국민이 충분히 체감하지는 못했다’고 한 구조의 문장이 13번 되풀이됐다는 점을 들어 “총선 참패와는 무관하게 국정 운영과 정책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단 뜻으로 풀이된다”며 “정책의 방향은 옳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의지가 없다는 걸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JTBC는 “선심성 정책을 발표한다는 논란이 있었던 민생토론회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영민 채널A 기자는 ‘뉴스A’ ‘아는 기자’ 코너 진행을 위해 스튜디오에 나와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은 생중계 때 직접 했어야지 왜 비공개 참모진과의 자리에서 한 뒤 참모들에게 대신 전하게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MBC도 ‘뉴스데스크’ <‘민심 수용’ 밝혔지만‥협치 인적 쇄신 ‘침묵’>에서 “기자회견도, 대국민담화도 아닌, 오늘, 십 여분 간의 짧은 입장표명 형식은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보이는 거 같아 우려스럽다”며 “변화의 의지는 있는가에 대한 의심 역시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는 ‘뉴스9’ 톱뉴스 뒷부분에 기자가 “일각에서는 오늘(16일) 소통 방식 역시 일방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ㅇ “그러나” “하지만” 15번, 사과한 거 맞나. (슬로우레터 4월17일)
- “더 낮은 자세와 더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습니다.”
- 윤석열(대통령)이 총선 이후 6일 만에 입장을 밝혔다.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생중계로 잠깐 내보낸 게 전부였다. 그나마 “~했지만”, “~하더라도”, “~했음에도”, “~그러나” 같은 변명으로 채웠다. 동아일보가 세 봤더니 15번이었다.
결국 열심히 했는데 국민들이 몰라줘서 아쉽다는 이야기다. 한국일보는 “성찰 없는 반성문”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국정 방향 옳았다’는 윤석열, 그대로 간다”다. 한겨레도 “국정 방향은 옳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사설에서는 “그럼 국민더러 바뀌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 “불통-협치-의료 해법 없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성난 민심 앞에 국정 최고지도자로서 책임과 자성의 메시지는 미약했고 향후 국정 전반의 변화와 쇄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도 “정책보다는 정치가, 스타일과 태도가 문제였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 여론이 안 좋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을까. 4시간 뒤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을 만나 비공개 회의 발언을 흘렸다. 조선일보는 “비공개 회의에서 ‘국민께 죄송’”을 제목으로 뽑았다. “국민들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36969.html
[김영희 칼럼] 김건희 여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한겨레, 김영희|편집인, 2024-04-17 14:15)
무엇을 상상하든 늘 그 이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6일 국무회의 머리발언 생중계는 왜 했는지 알 수 없는 이벤트였다. 범야권의 기록적 압승으로 끝난 4·10 총선의 결과를 두고 모두가 대통령을 원인으로 가리키는데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조차 없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논란이 최고조에 오른 지난 2월7일에 한 한국방송(KBS)과의 대담도, 전공의 파업 장기화 속 가진 4월1일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도 그랬다. 사람이 쉽게 변하겠냐마는 ‘이 정도는 하겠지’라는 보수층의 예상마저 번번이 깬다. 카메라가 꺼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비공개로 “저부터 잘못”이라고 했다는 대통령실 ‘마사지’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17일 아침엔 일부 언론에서 야권 인사 총리·비서실장 기용설이 나왔다. ‘물타기’ 내지 대통령실 내 의견 대립에서 나온 언론플레이가 아니라면, 전날 발언부터 달랐어야 했다. 
어느 정권이나 국민이 자신들의 진심을 몰라준다는 서운함은 갖기 마련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차원이 다르다. 장황한 발언 속엔 서운함을 넘어 ‘몰라주는 국민이 문제’라는 시각이 누가 봐도 명확하다. 하긴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건희 여사를 넉달이나 두문불출시켰으니, 대통령 부부로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김 여사는 5일 혼자 용산 근처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에스엔에스에 말이 나돌자 뒤늦게 대통령실이 사실만 확인해줬다. 대통령 부부가 임기 중 치르는 선거에서 따로 투표하는, 그것도 한명은 몰래 투표하는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 외려 김 여사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는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법정 제재가 두려운 방송 패널들은 ‘김건희 특검법’을 ‘도이치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라 해야 한다. 민영화된 와이티엔(YTN) 수장으로 취임한 김백 사장의 첫 과제는 김 여사에 대한 과거 보도 등에 대한 사과였다. 14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문화방송(MBC) ‘스트레이트’의 ‘세계가 주목한 ‘디올 스캔들’ 사라진 퍼스트레이디’ 방송에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 위원은 “‘백’이라고 하지만 명품 파우치이기 때문에 명칭부터 정확성을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총선 결과와 의미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지만, 난 국민들이 권위주의와 ‘반동의 정치’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 생각한다. 3월과 4월 각각 나온 스웨덴의 연구소 두곳의 발표는 시사적이다. 예테보리대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연례보고서는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전환하는 국가”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언론 자유 위축을 지적하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 침해는 가혹한 독재국가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국제민주주의와 선거지원연구소’(IDEA)가 19개국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민주주의 인식’ 보고서는 의회나 선거를 무시하는 비민주적이고 강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여론이 각국에 상당히 퍼졌다고 진단했는데, 한국은 유독 이에 대한 반대가 가장 강한 국가(반대 의견 73%)였다. ‘촛불’을 경험한 우리 사회의 도드라진 양상 아닐까. 한국 역시 ‘진영 대결’과 ‘정치 혐오’ 현상이 커지지만, 국민들이 독재로 향하는 독선과 아집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사를 ‘심판 선거’로 드러냈다. 야당 또한 진정 두려워해야 할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독선, 불통의 국정 스타일 정점에 김 여사 문제가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가족 수사를 받아들였던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그는 ‘김건희 특검법’은 숙고의 시늉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2부속실 설치 가능성은 케이비에스 대담에서 대통령이 스스로 치워버렸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이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재해 현장에서 90도 허리 숙여 인사했던 건 이번 총선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였다. 아내를 지키려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이 적잖게 됐다.
이제 조국혁신당이 예고한 ‘김건희 종합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뿐 아니라 양평고속도로, 명품 가방 의혹까지 더해졌다. 설사 민생에서 협치를 한다 해도, 국민의 심판 뜻을 분명히 확인한 야당이 김 여사 문제까지 타협할 가능성은 적다. 당장은 채아무개 상병 특검이 쟁점이지만, 5월 말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 여사는 다시 중심에 설 것이다.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해도 이번엔 국회 재의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니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어려울수록 정도를 갈 수밖에 없다. 김 여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스스로 수사를 받겠다고 나서는 것뿐이다. 그다음은 국민의 평가와 법적 판단을 기다리시라. 대부분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예상할 때일수록,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시라.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4172159025
윤석열은 갑자기 별나라에서 왔나 (경향, 안홍욱 논설위원, 2024.04.17 21:59)
4시간 뒤 나온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이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결과를 모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 뻔했다. 총선 엿새 뒤 발표된 윤 대통령의 12분짜리 공개 입장 표명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상투적 표현을 빼면 이렇게 요약된다. ‘국정 방향은 옳았다. 최선도 다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 건 내 책임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이겼더라면 겸손함을 보여줬을, 괜찮은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처참하게 졌다. 역대 대통령처럼, 자포자기 심정으로 “역사는 나를 평가해줄 것”이라는 임기 말 ‘역사와의 대화’ 증상이 시작됐다고 보일 순 있겠다.
윤 대통령은 야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첫 대통령으로 정치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 오욕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납작 엎드려 살려달라고 해도 시민들의 성난 마음이 풀릴까 말까 한데, 자기 마음을 몰라줘 억울하다는 투다.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그의 말에 절박함은 읽히지 않았다. 총선 이튿날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독한 56자 메시지를 3700여자로 늘려놓은 게 성의라면 성의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여러 번 ‘국민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대선 승리 후 첫 일성이 “오직 국민 뜻에 따르며 국민만 보고 가겠다”였다. 처음이자 (아직까진) 마지막인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지난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다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다. 고집불통 국정으로 지지율이 뚝 떨어지고, 선거에서 지면 몸을 낮췄다가 상황이 나아진다 싶으면 고개를 들었다. 비극의 전조는 반복됐다.
대통령이건 누구건 실수를 한다. 한두 번은 달라지겠거니 생각하고 기회를 준다. 하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면 무지·무능한 거다. 오만, 불통, 위선, 책임 회피는 더는 감춰지지 않는 ‘윤석열 정치’를 상징한다. 국민이 가라는 길로 갔다면 윤 대통령의 처지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가 국정의 분수령이 될 것임을 알고, 이기려고 애를 썼다. ‘디올백’ 김건희 여사 얼굴을 숨기고,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로 빼돌리고, ‘관권선거 시비’ 민생토론회를 24번 열었다. 하지만 ‘대파’당할지 몰랐던 걸까. 부글부글 끓는 민심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참패 이후다. 정권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는데도 위기 대응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민심이 회초리를 들었으면 광장에 나와 매 맞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판에, 요리조리 피하는 데 급급하다. 정무 감각 좋고, 소통 능력 뛰어난 인물을 찾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국무총리·대통령실 인선 하마평에 들어 있는 이름들에선 위기의식도, 정치력·상상력도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백명 천명의 인재를 모셔온들 소용없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데뷔 8개월 만에, 역대 최소 표차로 신승했다.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시민들도 많은 걸 기대하진 않았을 게다. 그저 대선 슬로건처럼 ‘공정과 상식’의 국정운영을 바랐지만, ‘불공정과 몰상식’으로 일관했다. 변하지 않는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고, 박수쳐줄 국민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제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하나 제 뜻대로 할 수도,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할 수도 없다. 고작 시행령 고치는 수준으로 뭘 얼마나 바꿀 수 있겠나. 그런데 윤 대통령은 ‘협치’란 말조차 하지 않는다. 제1 야당 대표와의 만남은 지금도 ‘검토 중’이다. 이런 식이면, 윤 대통령이 향후 3년도 이전과 달라질 게 없을 것이란 회의감이 짙어진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에게 반성과 성찰을, 국정 기조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한다.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졌고, 가장 큰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어서만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임기가 3년 남은 국정 최고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국정이 표류하면 민생 위기는 깊어지고, 내 삶은 더욱 나빠질 게 자명하다. 국민들은 간절한데 윤 대통령은 간절하지 않은가. 지키는 게 보수라지만 때로는 변해야만 지킬 수도 있다. 지금 윤 대통령에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는 마음’이 필요하다. 국민의 바람을 이뤄주는 것이 최고의 정치라면, 국민과 싸우는 것은 최악의 정치다. 윤 대통령이 후자를 택한다면, ‘별나라에서 온 대통령’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시간만 때우다 직을 내려놓을 것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3334
[안혜리의 시선] '잘못이 잘못이 아닌' 대통령의 남은 3년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2024.04.18 00:30)
'병식이 전혀 없네.' 여당의 4·10 총선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첫 육성 입장표명 자리였던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생방송 직후 한 젊은 의사가 SNS에 올린 글이다. 이 포스팅을 보자마자 좀 과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썼는지 묘하게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었다. '병식(病識)의 부재'는 병에 걸렸지만 인지를 못 하거나 아예 부정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의학용어인데, 오죽 답답하면 이런 표현까지 썼을까 싶었다. 대통령이 이번에도 또, 진솔한 사과를 기대한 국민을 배반해 화만 더 돋웠으니 하는 말이다.
형식·내용 부적절한 담화 반복
강서 보궐 참패 때도 "웬 호들갑?"
총선 참패 불구 태도 변화 없어
지금껏 민심과 어긋난 게 어디 사과의 타이밍뿐인가.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할 때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구하기는커녕 정부 내의 공론화 과정조차 없이 대통령 혼자 어느 날 뜬금없이 불쑥 관련 이슈를 꺼내 방침을 지시하곤 했다. 이렇게 나온 대통령 말 한마디로 입시(사교육)·연구 개발(R&D)·의료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여러 시스템이 한순간에 초토화되다시피 하는 걸 국민은 무기력하게 목격해야 했다. 취임 후 2년 넘게 지속해온 이같은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의 원인을 놓고 그동안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라느니 '대통령실 내 특정 강성 문고리 권력의 오판', 혹은 '참모의 무능' 등 여러 해석이 분분했다. 공식적인 보고 라인을 통한 결정과 집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고들 느꼈기에 나온 반응들이다. 이런 추측을 하다 하다 '병식의 부재'라는 상상력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디올백'으로 상징되는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을 작위적 연출의 KBS 사전 녹화 대담으로 어물쩍 넘기려던 것이나, 출국금지까지 당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피의자인 전 국방부 장관을 굳이 대사로 임명하고 서둘러 출국시켜 외교적 망신을 자초한 일, 1999나 2001은 절대 안 되고 꼭 2000명이어야만 하는 오로지 대통령만 납득 가능한 의대 증원 수 지침 탓에 단 한 발도 앞으로 못 나가고 교착 상태에 빠져버린 의료대란까지….
잘못은 알지만 고집을 꺾기 싫어하는 성정의 발현이거나, 적당히 버티면 해결될 거라는 오판에서 내린 결정일 거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뭐가 잘못인지에 대한 인식이 국민과 사뭇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특히 정권 초부터 반복되는 인사 참사를 볼 때마다 이런 의구심이 더 강하게 든다.
이번 총선 참패의 예고편과도 같았던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몇 주 뒤 대통령 최측근 중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들려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잠시 복기해보자면 국민의힘 소속 김태우 당시 강서구청장의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3개월 만에 윤 대통령이 무리하게 특별 사면을 하고, 바로 그 보궐 선거의 귀책 사유자를 다시 강서구청장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하도록 한끝에 결국 17.1% 포인트의 큰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완패했다. 여당의 선거 전략 실패라기보다 측근만 계속 돌려쓰는 윤 대통령 인사의 결정적 실패였다. 언론의 비판이 들끓었던 것은 물론이요, 여당 내에서도 독선적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작 그런 민심을 가장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윤 대통령이 선거 다음 날 이 최측근에게 "그깟 구청장 선거 하나 진 걸 갖고 웬 호들갑이냐"고 오히려 타박하더란다.
총선 참패와 관련해 겉으로는 참모를 내세워 비공개 대리 사과를 했지만, 이번에도 속으로는 "웬 호들갑이냐"며 의아해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결코 비약이 아니다. 요직을 검사와 지인으로 돌려막는 인사 스타일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사례가 차고 넘친다. 여당의 총선 열세가 점쳐지던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이 여론은 아랑곳없이 갑자기 없던 자리를 만들어 본인의 20년 지기인 검찰 수사관 출신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을 민생특별보좌관에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측이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지원한 그를 안정적 당선권 밖 순번에 배치한 데 따른 분풀이 인사였다. 국회의원 자리를 거저 주지 않는다고 대통령 측근이 몽니 부리는 꼴도 볼썽사나운데, 대통령이 이를 만류하는 대신 그 엄중한 시기에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다니 정말 뜨악했다. 특히 정권 초기 주 특보 아들을 대통령실에 불러들여 이미 사적 채용 논란을 일으킨 전력을 고려하면 국민 입장에선 더더욱 해석 불가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3년, 정말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