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노동, 고용, 노사관계

끝나지 않은 공무직 이야기 (참여와혁신, 2023.08.23-08.25)

새벽길 2023. 10. 22. 02:56

여와혁신에 실렸던 기사를 담아왔다.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의 제도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기사를 본다.

끝나지 않은 공무직 이야기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뜻하는 공무직. 본래 일용인부, 기타인부 등으로 칭해졌던 그들은 공공부문에 존재했지만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노동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명확한 정의가 없었다. 그랬던 그들이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통해 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대거 체결하게 됐다.

임금과 복지수준이 기관·지자체마다 다르고, 공무원과 각종 수당 등이 다른 공무직의 현안들을 논의하는 ‘공무직위원회’라는 기구도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해 꾸려졌다.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공무직위원회가 종료된 지금의 공무직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와 조명하기로 했다. 환경부 4대강 물환경연구소,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과기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공무직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75

코드 ‘260’ 환경부 공무직은 사람 아닌 사업 (참여와 혁신, 강한님 기자, 2023.08.23 15:48)

[끝나지 않은 공무직 이야기①] 4대강 물환경연구소 공무직 김정환·신경용 씨

억지로 쓴 ‘임금 삭감 계약서’, “공무직은 장갑 살 돈도 없다”

김정환 씨와 신경용 씨를 비롯한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직들이 10일 여의도에 모였다. 단기적으론 낮은 임금과 수당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예산을 내년에 편성해야 하고, 장기적으론 없어진 공무직위원회가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국회의원들에 전하기 위해서였다.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하는 이른바 공무직위원회법을 대표발의한 김주영 민주당 의원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이 만남에 응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의원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모두발언의 끝을 맺었다.

김정환·신경용 씨와는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따로 만났다. 신경용 씨는 공무직위원회가 가동됐을 때만 해도 일부 처우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식대와 명절상여금은 만 원이라도 매년 조금씩 올랐다. 무엇보다 정부부처 관계자들과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산적한 공무직들의 현안을 다뤘단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공무직위원회라는 창구를 잃은 후론 목소리를 내도 기재부라는 벽에 막혔던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김정환 씨도 공무직위원회에 기재부 담당자가 나오고, 고용노동부가 나오면서 국가를 상대로 한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의 기능도 사라지게 됐다공무직들은 기관별 교섭에선 못 하는 부분이 많다. 공무직위원회는 꼭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호봉제 폐지 동의하지 마

대신 내년에 나가면 돼

통일되지 않은 체계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공무직들이 말하는 각자의 문제는 기관별로 조금씩 다르다. 다만 큰 틀에서의 공통점은 찾을 수 있다. 김정환·신경용 씨의 임금은 인건비로 따로 잡혀있지 않고, ‘수계기금(코드 260)’이라는 사업비 예산에서 나온다. 수계기금은 환경부가 진행하는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집행하는 기금 중 하나다. 김정환 씨는 금강물환경연구소에서, 신경용 씨는 한강물환경연구소에서 하천의 수질과 유량을 조사하는 업무를 한다. 주로 환경이나 토목을 전공한 석박사급의 인력이 채용된다. 직급도 전문연구원이라 불린다.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4개의 강이 있지만 영산강 물환경연구소만 공무직 노동자들에게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나머지 물환경연구소는 직급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 호봉제를 쓰는 영산강 물환경연구소가 다른 강들보다 임금이 높다. 4대강의 임금 수준과 체계가 달라지게 된 이유는 나머지 세 개의 강에서 일하는 전문연구원 공무직들이 사측이 권유한 임금 삭감 계약서2019년경 사인했기 때문이다.

수계기금의 사업 중 공무직 인건비의 비중이 높으니 이걸 줄여 사업비를 늘려보자는 게 이유였다. 신경용 씨는 사업비가 계속 증액이 안 되고 인건비가 증가하다 보니까 예산이 부족하다, 너네 월급 깎아야 된다이런 식으로 계속 몇 번을 압박을 했다고 회상했다. 그 과정에서 협박도 공통적으로 있었다. 환경부 공무직 운영규정엔 업무량 변화와 예산 감축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때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단 조항이 있다. 김정환 씨는 “3분의 2가 동의를 안 하면 안 하겠다고 해서 부동의를 했는데, 동의를 안 하니까 실명을 적어서 내라고 했다“‘부동의해봐. 대신에 내년에 나가면 돼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차라리 잘리는 것보다는 월급이 깎이는 게 낫다고 다들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측은 구두상으로 깎인 월급만큼 수당으로 인건비를 보존해 주겠다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일정 조건이 채워지면 임금이 오르니 박사를 따고 들어온 신입이 10년 넘게 일한 선배와 같은 임금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전문연구원 공무직들에게 근속수당은 없다.

신경용 씨는 애초에 공무직의 임금을 유동적인 사업비에 편성한 것이 잘못됐다 말했다.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거죠. 예산을 10%를 줄여야 한다고 하면 인건비는 빼고 줄여야 하잖아요. 내년에 내 (임금에 대한) 예산이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를 걱정한다는 게, 그렇게 일하고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사업비에 인건비 포함돼

실제 사업비는 만성 부족

인건비가 사업비에 잡혀 있어 겪는 불편은 전문연구직들이 일할 때도 드러난다. 위에선 사업비를 줄이라고 압박하는데, 인건비를 더 줄일 순 없으니 필요한 물품을 사지 못하기도 한다. 김정환 씨는 내년에도 우리한테 사업비를 10% 줄이라고 하는데, 인건비를 줄일 순 없으니 우리가 줄여야 할 사업비는 10% 이상이라며 기름값을 줄일 수도 없고. 그러면 현장의 안전용품을 못 사게 된다. 올해도 돈이 없어서 장갑을 못 샀다. 몇 시간 동안 하천 가운데서 수질을 측정해야 하는데 온열 질환에 대한 대처 같은 경우도 당연히 전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김정환·신경용 씨는 문제를 해소할 실마리가 이들의 임금을 수계기금이 아닌 공무직 인건비로 따로 편성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러면 사업비론 사업만 할 수 있고, 사업비가 부족하단 이유로 인건비를 줄여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말들을 공무직위원회에서 더 하고 싶었다. 환경부와 교섭을 하면 기재부 지침 때문에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해 들을 뿐이었다. “기재부 지침이 노동법보다 우선되고 있잖아요. 오히려 법을 가볍게 여기고 지침을 중요시하는 건 정부 기관으로서 본인들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공무직위원회가 분명히 공무직들만의 산별 교섭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계속돼야 하는 거죠.” (김정환 씨)

저희가 환경부 공무직으로 교섭을 하면 교섭하는 사람이 환경부 장관의 위임을 받고 나왔다고 하지만, 뭘 이야기하면 이거는 우리 권한이 아니라고, 기재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해요. 도대체 우리는 누구랑 교섭을 해야 되는 건지. 저는 진짜 이거 이야기하고 싶어요.” (신경용 씨)

한편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로 돌아가서, 김정환 씨 옆엔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공무직인 전용학 씨가 앉아 있었다. “이 자리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자리였으면 좋겠고 정치적 퍼포먼스가 아닌 공무직들의 암울한 현실을 가슴 깊이 깨달으셨으면 좋겠다고 발언을 시작한 전용학 씨를 간담회 이후 찾았는데, “이럴 줄 알았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초반에만 앉았다 떠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환경부도 그렇지만 문체부 공무직들도 할 말이 많았다.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81

잘못된 건 꼭 고치고자싸우는 문체부 공무직들 (참여와 혁신, 강한님 기자, 2023.08.24 13:48)

[끝나지 않은 공무직 이야기②]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공무직 노동자들

대체인력 예산 없어 산재 악순환, 근속수당 없어 일할 맛 안 나

기사 좀 세게 써 주시면 안 돼요?”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공무직인 C씨가 부탁했다. C씨는 일터에서 일을 문제제기하는 인터뷰를 이미 해봤다고 했다. 그때마다 달린 댓글이 상처가 됐다. “우리 이야기를 하면 그럼 왜 거기 있냐. 더 좋은 데 가라는 악플이 항상 달려요. 그런데 뭐랄까. 여기가 잘못된 걸 왜 나한테 나가라고 하지? 나는 계속 여기 있을 거고 요구할 건데.”

C씨 옆에 앉은 A씨와 B도 문체부 공무직을 향한 날선 댓글에 마음 아픈 날이 많았다. “내년에 계약하고 싶으면 잘 열심히들 해라는 말을 매년 들었던 용역 시절부터, 공무직으로 전환되고 또 다른 부당함을 알리기까지 망설여지는 순간이 많았다. B씨는 나도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어느 정도 경력이 되면 인정을 받아 월급이 올라가면 좋겠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노동자들이 들려준 문제의 핵심은 예산이었다. 예산이 부족해 휴직자가 생기면 노동강도가 올라가 산재 위험에 놓이고,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인데 근속수당 등이 없어 오래 일해도 임금에 변함이 없다. 내년엔 기재부가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주길 소망하는 시설직 미화직 공무직 A씨와 시설직 B, 고객지원 업무를 하는 C씨의 이야기를 들으러 지난 8일 국립중앙박물관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A씨와 B, C씨의 실명은 쓰지 않기로 했다.

다쳐 휴직 냈는데도

비워진 자린 채워지지 않아

연중 휴관일 없이 문을 연다던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방학 땐 아이들을 데려오는 사람들로 더 바쁘다. 보통 평일엔 5,000명에서 6,000, 주말엔 2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청소 노동자 공무직 A씨도 쏟아지는 민원을 처리하는 데 하루를 쓴다. 요새는 화장실이 더럽다거나, 전시관에 토사물이 있다거나 하는 민원을 주로 받는다.

미화직의 업무 특성상 육체노동이 주라 어쩔 수 없이 힘들다는 걸 A씨는 안다. 다만 정해진 인원으로 일하고 싶단 바람이 있다. 병에 걸려 수술이 필요하거나, 일하다 다쳐 휴직하면 그 몫은 남은 동료들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지금은 전시관 한 층을 두 사람이 청소해야 한다. A씨는 박물관에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오는데 병가로 결원이 생긴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업무 강도가 세지고, 동료들의 스트레스도 점점 쌓여가고 있다보람을 느낄 때도 있는데 요즘에는 쌓인 게 너무 많으니까 사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차를 써야만 해 휴무자가 늘어났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미화직 공무직들은 연차수당이 따로 없어 연말까지 연차를 소진해야만 한다. A씨는 하루에 7~8명이 쉬니까 다른 자리까지 봐줘야 한다사측에 사람이 필요한데 대체 인력이라도 넣어 줘야 하지 않겠냐 말했는데 계속 연락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근속 인정되는 임금 체계로

일할 맛 나는 일터 만들자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만나온 C씨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기본급이 얼마나 인상됐는지 계산해 봤다고 했다. 1년에 평균 34,000원이 올랐던 걸 알고는 버는 게 우리 가족한테 도움이 하나도 안 되고 무용지물인 느낌을 받았다. C씨의 월급 실수령액은 200만 원으로,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점은 근속수당이 없어 오래 일해도 신입과 비슷한 돈을 받는다는 거다.

직업이라는 게 사람 인생에 있어서 되게 큰 부분이잖아요. 여기서 내 삶의 만족이나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는 좀 자괴감, 무기력감도 있고. 여기서 일하는 분 중에 결혼하신 분도 있고 아이가 있는 분도 있고 자취하는 분도 있는데 그냥 살고만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위해, 인간다운 삶은 없고 그냥 먹고 자고.” (C)

용역 때부터 일했던 베테랑 기술직 공무직인 B씨도 공감했다. B씨는 위험수당이나 명절 상여금 등 공무원은 받지만 공무직은 받지 못하거나 확연히 적은 수당이 잘못됐다고 느낀다. “차별이잖아요. 우리도 다 가족이 있고 먹여 살려야 할 자녀도 있는데. 기술직은 천장에 올라가 작업을 하는데 떨어지면 죽을 수 있잖아요. 그런 일을 하는데 기재부에서는 위험수당은 신설을 못 해준다,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해요. 저는 다른 젊은 친구들이 10년 일하고 20년 일했을 때 지금과 똑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B)

B씨는 젊은 친구들이 지금처럼 일하지 않기 위해문체부 공무직들을 대변하고 싶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했다. A씨와 B, C씨는 점심시간에 피케팅을 하고, 박물관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어 요구를 알리고 있다. “공무직 시켜놨더니 더 난리 친다는 말을 들어도 분하긴 했지만 활동을 그만둘 순 없었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교섭과 투쟁으로 각종 사업비로 편성돼 있던 인건비를 일부 통합하고, 근무성적 평가가 세 번 안 좋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애기도 했다. 공무직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도 훨씬 조심스러워졌다고 생각한다.

C씨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진짜 계속 느끼고 있다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지방박물관까지 해서 1,000명 정도의 공무직이 있다. 그 중 거의 80%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4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최저임금인 거다. 대학원을 졸업해도 전시를 기획해도 다 똑같다. 내가 나가도 이 잘못된 건 꼭 고치고 나가야지. 약간 그런 오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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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설계 불가과기부 공무직도 미래를 꿈꾸고 싶다 (참여와 혁신, 김광수 기자, 2023.08.25 16:00)

[끝나지 않은 공무직 이야기③] 우정사업본부 우정실무원 박창근·김미영 씨

“미래 안 보여···합계출산율 0.78명 이해 간다”

전국 1택배 우체국소포

밤새 소포 분류하는 우정실무원

우체국소포는 전국 1등 택배 서비스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전국의 택배 사업자를 대상으로 택배 서비스 능력을 평가해 발표한다. 우체국소포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우체국소포의 택배(소포) 개수는 연간 32,000만 통 수준이다. 10년 전인 2012(16,000만 통)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매일 87만 통의 소포가 우체국에서 보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소포는 누가 다 분류할까.

바로 우정실무원이다. 이들은 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공무직이다. 우정실무원의 업무를 이해하려면 우체국소포가 배송되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전국 각지 우체국에서 오후 6시까지 취합된 소포 등 우편물은 가장 가까운 우편집중국으로 보내진다. 해당 우편집중국에서 일하는 우정실무원들은 받은 소포를 밤새워 분류한다. 우정실무원들은 이렇게 매일 87만 통의 소포를 배송하기 좋게 분류한다.

우편집중국엔 공무직뿐 아니라 공무원도 있다. 팀장급 공무원은 우체국에서 넘어온 우편물의 분류와 배송에 대한 포괄적인 업무계획을 세운다. 그 후 일선의 주임급 공무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한다. 일선 공무원들은 계획을 세분화해 우정실무원에게 날마다 처리해야 할 우편물 물량의 규모와 작업순서 등을 알려준다.

고강도의 야간노동

일의 중요성에 비해 대접 못 받아

고중량 물건을 쉴 새 없이 나르는 우정실무원의 노동강도는 세다. 5년 차 우정실무원 박창근 민주우체국본부 동서울우편집중국지부 사무부장은 일이 건설노동만큼 고되다며 노가다라고 표현했다. 박창근 사무부장은 꾹꾹 눌러 담은 김치라도 맡게 되면 정말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민주우체국본부 동서울우편집중국지부 여성부장도 야간에 분류작업을 마쳐야 다음날 배송을 시작할 수 있어 우정실무원들은 주로 야간에 일한다. 강한 노동강도만큼 힘든 것이 바로 심야 노동이라고 토로했다.

우편물을 분류하는 우정실무원의 일은 고되지만, 우편물을 배송하는 일을 하는 우정사업본부에서 필수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정실무원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일의 중요도에 비해 대접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정실무원들의 취업규칙을 보면 이들의 업무는 우편물 분류가 아닌 단순보조업무로 정의돼 있다. 박창근 사무부장은 업무에 대한 정의만 봐도 우정사업본부에서 우정실무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했다.

박창근 사무부장은 이런 왜곡된 인식이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사무부장은 우리(우정실무원)가 공무원들과 같은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진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업무와 상관없는 복지수당은 같게 지급해야 하지 않나고 주장했다. 우정실무원들은 명절수당·가족수당·경영평가상여금 등 복지수당을 공무원보다 적게 지급받는다. 예를 들어 공무원은 기본급의 60%를 명절상여금으로 받는다. 우정실무원은 55만 원을 받는다. 202391호봉(기본급 177800)을 기준으로 해도 금액이 두 배가량 차이 난다.

공무직과 공무원 사이 복지수당 차등 지급이 차별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공무원과 공무직 간 직무와 무관한 수당 격차는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공무원과 공무직은 서로 다른 집단이므로 수당의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는 법원 1심 판결도 나온 바 있다.

나쁜 일자리공무직 변해야

정부가 모범사용자 역할 해야

분명한 것은 우정실무원을 비롯한 공무직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미영 여성부장은 인터뷰 도중 미래가 안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시급제로 운영되는 우정실무원의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하루에 6~8시간 정도 일하면 한 달에 220~27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 김미영 여성부장은 고강도·야간노동을 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여성부장은 게다가 근속수당도 1년에 1만 원 오른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근속수당이 20만 원이라며 “20년 이상 숙련을 쌓고, 로열티를 보여준 노동자에게 어제 들어온 신입사원보다 고작 20만 원 더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해 전국의 공공기관에 퍼져있는 대다수의 공무직은 우정실무원과 비슷한 처지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근속수당 또한 낮다. 복지수당에서 공무원과 차이 또한 크다. 또 공무직 노동조건에 관한 일관적 기준이 부재해 해당 기관장이나 상급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이런 노동조건마저 시시각각 변하곤 한다.

박창근 사무부장은 경력이 쌓이면 임금이 오르고, 그 돈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결혼해 아이를 낳는 등의 미래 설계를 할 수가 없다. 까놓고 말해 이게 공무직만의 문제겠나. 이런 일자리가 전국에 넘치니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도 한국은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의 격차가 크다. 일명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며 공무직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공부문에서부터 정부가 일자리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일자리 간 격차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모범사용자 역할을 하면 이 모델이 민간 등 전체 노동시장에 퍼져 노동조건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인 공무직조차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면 이것이 민간에선 공무직 같은 나쁜 일자리가 양산해도 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도 공성식 정책실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