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행정 정책/공공성, 행정이론, 행정이념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새벽길 2023. 9. 6. 22:14

들이 길지 않고 이해하기 쉬우니 링크된 글들을 모두 읽어보길 바란다.

매일 안전하게 출근해서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걱정 없이 병원에서 치료하고, 구석구석 편리하게 아름다운 한반도를 기차로 이동하는 상상을 합니다. 가능합니다. '공공성'과 '노동권'이 깊고 넓게 퍼진 한국 사회라면 우리의 미래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지하철, 의료, 철도 등 내 곁에 노동자들이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동 파업을 합니다. 이들은 먹고 살기 어려운, 불안이 불안을 낳는 시대의 대안은 시장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 확대라고 주장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일곱 편의 기고를 싣습니다. 프레시안 편집자주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81609343427308

요지경 속 김포공항역 이야기생색만 내고 요금 부담은 시민에 전가 (프레시안, 김정섭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미디어소통국장 | 2023.08.16. 14:00:05)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①

김포공항역은 전국에서 환승 노선이 가장 많은 역이다. 5호선, 9호선(1단계), 김포골드라인, 서해선(대곡소사선), 공항철도로 5개 노선이 지나고 있다. 김포공항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5개 노선의 지하철을 고루 이용한다. 많은 사람이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 이용하기도 한다.

매일의 이 풍경은 시민의 삶이며 일상이다. 일상에 대중교통 공익서비스(PSO)가 포함돼 있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탈 때 환승할인이 적용된다. 지하철은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 유공자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배려(무임)수송'을 한다. 시민이 일상에서 마땅히 불편함 없이 제공돼야 할 공익서비스(PSO)이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김포공항역은 하나의 역이지만, 실제 다섯 개 기관이 각각 역을 운영하는 요지경이다. 공공 운영 구간은 서울교통공사의 5호선과 코레일의 서해선이다. 민간 운영은 9호선, 김포골드라인, 공항철도다.

김포공항역을 이용하는 시민 누구에게나 차이를 두지 않고 환승할인과 배려수송을 포함한 공익서비스가 제공된다. 하지만 운영 기관별로 공익서비스 지원에 차이가 있다. 서해선과 공항철도는 배려수송에 대해 정부가 지원한다. 반면 5호선은 지원하지 않는다. 김포공항역에서 서해선과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어르신은 지원 받고, 5호선을 이용하는 어르신은 지원받지 못하는 것이다. 민자 구간인 9호선과 김포골드라인도 수탁업체 위탁 시 협약에 일정 수준 배려수송에 대한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같은 김포공항역이지만 운영 기관별로 지원에 큰 차이가 있다.

환승할인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이 협약으로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를 유지하기 위해 손실을 분담하고 있다. 환승할인에 대한 각 지자체의 손실 지원도 김포공항역의 5개 운영 기관에는 각각 달리 적용된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5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지원하지만, 서울시는 지원하지 않는다.

생색만 내고 책임은 나 몰라라 정치인들

시민의 권리이며, 복지인 공익서비스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생색만 냈지 책임에는 고개를 돌렸다. 6개 지하철 운영 기관에서 매년 배려수송에 대한 부담이 5000~6000억 원 발생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 부담도 매년 2000억 원 가량 발생한다.

서울의 지하철은 22년 기준 배려수송 3152억 원, 환승부담 1981억 원으로 22년에만 5133억 원의 부담을 감당했다. 그해 적자는 6420억 원이었는데, 공익서비스 부담은 5295억 원(정기권·조조 할인 162억 원 포함)으로 손실 대비 공익서비스 비중이 82.5%였다.

중앙정부는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국가유공자법의 시행령에 (배려)무임수송 할인율을 100%로 명시한 것은 맞지만 책임은 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코레일과 공항철도에 배려수송에 대해 지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서울시도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환승손실, 정기권·조조할인 부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며 중앙정부에 배려수송에 대해 책임지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서울시도 내로남불이다.

시민에 이중, 삼중 부담 전가 해법 아냐

그간 생색만 냈던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은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버스는 812300원 인상했고, 지하철은 150원 인상을 앞두고 있다. 준공영제를 노골적으로 악용하는 사모펀드의 배를 불리기 위해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했다.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으로 서울교통공사 운수 수입은 1600억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외면한 책임에 비할 수 없다.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기에 앞서 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익서비스(PSO)에 대한 책임을 계속 외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서울시는 요금 인상을 빌미로 대규모 외주화와 민간 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안전과 서비스의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결국 시민은 요금 인상, 안전, 서비스 저하라는 삼중의 부담을 떠넘겨 받은 셈이다.

공익서비스 정부 책임 강화해야

프랑스의 일드프랑스는 교통부담금이라는 독립적 재정 수입을 운영한다. 영국 런던은 중앙정부가 버스 운임을 할인하고, 지방정부의 의결사항에 따른 지원은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스코틀랜드는 중앙정부가 버스 운임 할인을, 지방정부 등이 버스 외 수단에 대해 부담한다. 일본 도쿄는 지방정부가 고령자, 저소득자를 지원한다. 또 비싼 요금으로 사업주가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도 부분 부담한다. 독일 9유로 패스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원을 분담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공공재인 대중교통의 운영과 공익서비스 재원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기업(사용자), 대규모 수송 유발 시설이 분담하는 것이 상식이다.

외국인들이 지하철을 소재로 제작한 콘텐츠가 많다. 한 마디로 놀랍고, 최고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자긍심 콘텐츠다. 실제 영국의 에센셜리빙이라는 기관은 전 세계 밀집도 높은 10개 지하철 중 서울 지하철을 20년과 21년 연속 최고로 선정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2021년 역과 열차, 열선 내장 좌석, 환승의 용이성, 전반적인 청결도 덕분에 한국 철도 시스템을 세계 최고로 평가했다.

이제 정치인이 상식에 응답할 순서다.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시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발생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배려수송은 중앙정부가, 환승부담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시민이 누려야 할 편익과 공익서비스를 정부 책임으로 제공해야 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81809312432371

지하철 재정난 주범이 정부 정책 실패인데, 왜 시민에게 부담을? (프레시안, 남원철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 | 2023.08.18. 09:35:33)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②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산지하철 승객은 감소했다. 부산시로부터 받는 재정지원금은 20192279억원에서 2022349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부산시는 최근 지하철을 포함한 대중교통 요금 30퍼센트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부산지하철 운영 기관인 부산교통공사는 2023년 노-사 단체 교섭을 앞두고 임금동결과 경영효율화 방안으로 역무 분야 업무 효율화, 기술 분야 관리분소제, 사업소 통합 등을 제시했다. 지하철 재정난을 이유로 부산시는 시민에게 요금 인상을,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 노동자에게 구조조정을 강요한다. 부산지하철 관리와 운영 책임을 가진 적 없는 부산시민과 노동자가 지하철 재정난 책임을 덮어쓰고 있다.

지하철 재정의 급격한 악화는 사회적 재난 코로나19 때문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이 줄었다. 지하철 재정난의 또 다른 요인은 노인, 장애인 등 교통 약자에 대해 복지 혜택으로 제공하는 무임 승차다. 정부가 법으로 공익서비스 제공을 규정했다. 무임승차로 발생한 재정 손실은 지하철 운영기관과 지방정부 부담으로 방치했다. 지하철 재정이 어려워진 건 정부 정책 때문이다.

신규 노선 건설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부산지하철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후 노선 늘면 구조조정'이라는 공식을 반복해왔다. 992호선 개통을 계기로 2인 승무에서 1인 승무로 전환하고 전동차 정비를 외주 용역으로 전환했다. 20043호선은 역사 관리역제와 역무시스템 자동화(무인화)와 함께 운행을 시작했다. 20114호선은 국내 최초로 기관사 없는 무인 운전을 시작했다. 효율성을 높이려고 최신 설비를 도입하면서 신규 노선 건설 비용은 급격히 증가했다. 1km당 건설 비용은 90년대 500억원대에서 2000년대 1,000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부산지하철은 외환위기 후 20년 이상 운영 및 편의시설을 자동화(무인화)하고 안전 인력을 계속 줄였다. 지하철 공공성은 훼손되고 시민 불편과 불안은 증가했다.

그렇다고 지하철 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21,490억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20213,490억원으로 증가했다. 운행 거리로 나눠서 비교하면 10년 사이 2.2배 증가했다. 건설 비용을 두 배로 들여 지하철을 건설했으나 효율성은 더 떨어져 지하철 재정난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도 부족해 연례행사로 일상적으로 경영 효율화를 발표한다. 시민 호주머니를 털어 30퍼센트에 달하는 요금 인상을 해야 할 형편이다. 한편에서는 지하철 노동자의 고임금을 제기하기도 한다. 공공기관 소속인 지하철노동자는 정부가 정한 임금가이드라인과 총액임금 한도 내에서 임금을 책정한다. 지하철 노동자 임금은 사실상 정부가 정한다. 지하철 재정난 원인이 지하철 노동자 고임금이라면, 정부가 지하철 노동자에게 임금을 퍼주었다는 말이다. 지하철 노동자 파업에 해고와 구속을 남발한 정부가 그랬을까? 거짓말이다.

정부 정책 실패가 지하철 재정난 주범

지하철은 세금으로 건설한다. 정부와 지방정부는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수익성을 포함한 면밀한 정책 분석을 통해 노선을 확정하고 건설한다. 이런 절차를 거친 전국 모든 지하철은 운영에 돌입하는 순간 재정난에 봉착하고 효율화와 구조조정이 당면 과제가 된다. 왜 이럴까? 결국 정부 정책과 지하철 운영 기관의 경영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재정 안정화에 효과 없는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는 왜 했을까. 정책 실패와 경영 실패를 은폐하고 지하철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서다.

지하철 요금 인상은 해법인가?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 시장 실패조차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목적으로 재정을 투입한다. 정부 정책과 경영실패로 발생한 지하철 재정난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으로 시민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지하철 재정난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정부 재정 투입이다. 재정난은 정부 정책과 지방정부 및 운영기관의 경영실패로 발생했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공익서비스 제공과 사회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각해졌다. 잘못하고 주체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부산지하철 노동자의 사회 공공성 강화·확대 투쟁은 지하철 재정난의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누군가 책임 은폐를 목적으로 재정난 논란을 일으켜 지하철을 흔들 때, 지하철 노동자의 투쟁으로 지하철이 안정화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지하철 공공성을 강화하기 우한 부산지하철 노동자의 투쟁이 성과를 낼 때, 부산지하철은 더 안전하고 편리해질 수 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82116513265013

의료 수가 인상이 건강보험 '보장 강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넌센스' (프레시안, 유재길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조 정책연구원장 | 2023.08.23. 17:16:27)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③

경북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피부염증이 궤양으로 변하고 암으로 발전해 병원에 입원했다. 실직 중인 남편, 주택 마련 대출과 대학생인 아들의 학비, 치매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시어머니의 병원비 등 경제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심히 치료받고 퇴원 수속 시 천만 원이 훨씬 넘은 영수증에 놀라고, 건강보험 '본인일부부담금 산정 특례'제도에 놀랐다고 한다. 본인부담금이 5%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제도가 국민의 가계 부담을 줄여주는 보장성 강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할 이유다.

역대 어느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없어

노무현 정부는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비 부담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본 계획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꾸준히 상승시켰다. 이명박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역주행했지만 '4대 중증질환과 희귀 난치성 질환' 보장성 강화로 법정 부담금을 낮췄다. 박근혜 정부 또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3대 비급여 개선' 등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7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로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 가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 관리, 긴급 위기 상황 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화 등 국민 의료비 부담을 해소하기 모든 질환에 급여를 확대, 예비급여를 도입해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부적정·과다 의료 이용 사례가 발생하고 외국인 의료 쇼핑으로 인한 재정 누수,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항목에 대한 일률적 급여화로 의료 남용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전 정부에서 급여 적용의 범위를 확대했던 뇌·뇌혈관 MRI 검사를 억제할 급여 기준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검사의 오남용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일부 인정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의 지출을 통제해 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절감된 비용을 필수 의료 기반을 강화하는데 투입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의료 기관이 부족한 지역은 공공정책 수가, 의사가 부족한 소아·응급과는 기존의 수가에 추가로 수가를 얻어주는 가산 수가를 활용하여 필수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국민의 진료비 부담을 높여 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재정 지출 절감을 통해 민간 병원의 수익을 지원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의료 기관의 90%가 수익만을 추구하는 민간 의료 기관인데, 수가를 올려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입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의 임금을 받고 있고 노동자 평균의 5~6배다. 외국과 비교해도 2~3배 높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실제 2009년 외과·흉부외과 수가를 2배 올렸으나 전공의 기피 현상은 변함이 없다. 현재 보건의료 전달체계 또한 대학병원 응급실은 환자가 넘쳐나는 반면, 인근 2차 병원 응급실 텅 비는 공동화 현상과 수도권 중심으로 경증환자 탓에 상급병원 중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등 의료 전달 체계가 무너지기 직전이다.

의료-건강보험 근본 개혁은 '행위별 수가제 개편''혼합진료 금지'반드시 선행돼야

현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강화''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은 의료 전달 체 계를 바로 세우고, 1~3차 병원 인력 간 원활한 네트워크 구축하고,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수가 제도를 개발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의 지적처럼 보장성 강화로 일부 항목의 의료 이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과잉 진료의 원인은 따로 있다. 우리나라는 진료·검사·수술 등 의료인의 진료 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을 책정해 지급하는 '행위별 수가제'이기에, 건강보험이 보장되는 영역도 행위량을 늘리려고 하고 비급여도 최대한 많이 적용하려고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보건의료 전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진료비 지불 제도인 '행위별 수가제 개편''혼합진료 금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국민 의료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은 행위별 수가제로, 이로 인해 민간 의료보험이 활성화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혼합 진료가 성행하고 있다.

결국 필연적으로 과잉 진료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켰다. 진료량에 제한이 없는 행위별 수가제로 진료 건수마다 본인 부담금이 발생하고, 그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은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어지는 상황이 됐다. 국민 대다수가 실손보험에 가입되자 의료인들이 급여와 비급여를 혼용 진료하는 혼합 진료가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무차별적인 혼합 진료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실손보험사 영업 손실을 키웠다. 결국은 애꿎은 국민만 건강보험료 폭탄, 실손보험료 폭탄을 떠안아 이중삼중의 고통에 내몰리게 됐다. 정부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진료비 급증은 컨트롤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공급자 영역의 지불제도 개혁은 사회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지불제도가 개혁된다고 하더라도 공급자들이 비급여를 확대해 보전한다면 국민 피해는 여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정기적으로 비급여 행위를 일제히 조사하고 항목을 정비해야 한다. 더불어 급여와 비급여의 혼용을 일절 금지하는 '혼합진료 금지'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760만 명이다. 이들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한국 사회를 주도해 왔다. 지금 이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건강보험료이고 병원비이다.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은 건강보험 하나면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82510384491210

'국민연금기금'인데 국민은 어디로? (프레시안, 은성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대외사업국장 | 2023.08.25. 11:00:16)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④

어떻게 하면 잘 옮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음 세대가 잘 기르게 물려줄 수 있을까? 요즘 인기 절정을 달리는 판다 '푸바오' 이야기가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래서 더 안쓰러운 코끼리 '국민연금' 이야기다. 흔히 국민연금 개혁을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한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복잡한 논의가 오간다. 5년 전 제4차 재정계산 때 4가지 복수안을 만들었으나 결국 코끼리를 옮기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연금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당선 후에는 연금·노동·교육을 3대 개혁 과제로 천명해 마치 이번에는 코끼리를 옮길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어째 이 코끼리가 더 야위어가고, 잠깐 한눈 팔면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다. 공공성을 축소하고 민영화에 열을 올리는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굶어서 야위어가는 코끼리, 국민연금 보장성 약화의 이면에는?

1988년 처음 시행된 국민연금은 2번의 개혁을 거쳐 덜 받고, 늦게 받는 형태가 됐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소득대체율을 깎고, 수급 연령도 늦췄으나 보험료율은 1998년 한 번 올린 후로 25년 동안 어느 정부도 올리지 못했다. 당장 체감되는 보험료를 올렸다간 심한 반발이 있을 테니 보장성만 축소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국민연금 노동자들이 20072차 개혁 때 연금 개악을 막기 위해 대국민 선전전을 하고, 총력 투쟁도 불사했으나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고 말았다. 기금 소진 시점은 늦춰졌으나 국민의 연금이 깎였다. 올해 4월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 540만 명 중 380만 명이 월 6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데, 짧은 가입 기간과 낮은 소득도 문제지만 소득대체율이 깎인 것도 저연금 수급자 양산에 한몫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2007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소득대체율 삭감은 유지한 채 보험료율을 높이고, 수급 연령도 더 늦춰질 것 같기 때문이다. 재정계산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할 최종 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을 40%까지 삭감하는 걸 유지하며 보험료율을 최소 12%로 올리고, 수급 연령을 68세까지 늦추는 방안 등이 담겼다고 한다. 소득대체율 인상이 담긴 소득보장안은 소득보장론자들이 수적 우위에 있는 재정안정론자들의 몽니에 시달린 끝에 삭제를 요구했고, 회의에서 퇴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고서대로 된다면 국민연금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식'으로 나빠질 것이다. 언론은 계속해서 보험료 폭탄, 기금 소진을 강조하며 국민(특히 청년들)이 국민연금을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말 보고서대로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국민연금지부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보험료율은 올리더라도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도 함께 올릴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운동장이 심하게 기울어졌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이라는 코끼리는 보장성도 축소되고, 국민의 신뢰도 잃으며 굶고 야위어갈 것이다.

그런데 코끼리가 작아지는 대신 다른 동물이 커지고 있다. 바로 사적연금 시장이다.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사적연금 활성화를 강조했으며, 실제로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 판매량과 적립금이 조() 단위로 뛰었다고 한다. 국민연금 불안에 대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이런 상황을 노린 것 같다. 이미 정부는 작년 6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생명보험협회의 입장을 대변하듯 말이다. '국민연금 불안하니 사적연금 가입하는 것 내 마음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여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지만, 사적연금은 상품에 가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챙길 뿐이다.

퇴직연금 또한 노동시장 양극화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다. '기초연금이 있으니 그거 받으면 되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재정 문제를 이유로 국민연금 보장성도 축소되었는데 나중에는 기초연금도 금액이나 범위, 혹은 둘 다 축소될지도 모른다. 결국 끝 없는 '각자도생' 속에 국민의 노후도 양극화가 더 커질 것이다.

검은 장막에 가려지는 코끼리, '국민연금기금'인데 국민은 어디로?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민주성이 점점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금 운용 거버넌스의 민주성이 후퇴하고 있다. 게다가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개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 이쪽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먼저 올해 3월에는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안건과 회의 진행 과정에 반발한 노동계 추천 기금 운용 위원을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해촉해버렸다.

문제는 그 안건에 있었다. 바로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 구성 변경 안건이다. 과거 국정농단 세력이 벌인 사건 중 하나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태 때 그들은 국민연금을 끌어들여 부당한 합병을 성사시켰다. 당시 외부 추천 인사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서 당연히 반대할 것 같으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만든 것이다. 이 일로 국민연금은 <참여연대> 추산 약 6천억의 손해를 봤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도 잃었다.

이후 정권과 자본이 결탁해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 기금을 멋대로 손대는 일이 없도록,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올바른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이 제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아래 기금위) 내에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를 만들었다. 또한 독립적 의사결정 구조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자·노동자·지역 가입자 단체 각 3명씩 9명의 위원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제1차 기금위에 상정된 개정 안건은 각 단체별 위원 3명을 2명으로 줄여버리고, 민간전문가 추천 전문가 단체에서 3명을 추천받아 복지부가 위촉하는 형태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사용자 추천 위원 2명에 복지부 위촉 전문가 3명이면 이미 과반수가 된다. 과연 그 전문가 3명이 경영계와 정부 의견에 반대하며 위원회에서 의견을 낼 수 있을까?

그것뿐만이 아니다. 기금운용본부 안에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를 설치했다(명칭은 변경됨). 현재 있는 위원회와 기능이 중첩되는데, 정부의 영향을 받는 이사장의 추천을 받는 외부 전문가 10인이 과연 수탁자 책임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 기업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 또 정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6'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4월 참석했던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관련 토론회에서는 한 토론자가 현행 기금위에서 노동계 등 추천 위원을 빼고 그 자리에 전문가를 앉히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토론회 뿐만 아니라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전문성을 높이라는 말이 수없이 나온다. 높은 수익률을 위해선 당연히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동계 등 가입자 대표들이 수익률이 떨어져도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은 함께 기금위에서 의사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가입자 대표성 확보는 곧 기금운용 의사 결정의 민주성을 의미한다. 그나마 민주적으로 결정해왔기 때문에 별말이 없었는데, 수익률 제고와 전문성 확보를 이유로 기금운용 거버넌스를 바꿔버리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자꾸만 코끼리가 장막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두렵다.

국민연금은 누구나 늙는다는 사회적 위험에서 국가가 적정한 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자 만든 제도다. 제도 본연의 목적에 따라 누구나 연금으로 행복하고 존엄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코끼리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023082816494347374

손으로 피를 막는 2시간 동안 사망한 이도, 호출 환자도 다행히 없었다 (프레시안, 김동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 | 2023-08-30 13:59:45)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누구나 한 번쯤 병원에 입원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병마와 싸우고 고비를 넘긴 뒤 병원을 둘러보면 많은 병원 노동자들이 보인다.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환자의 재활을 돕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와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돕는 방사선사, 임상병리사도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설과 보안, 청소 등 관리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병원 사업장에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노동 집약적인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의 안정적인 인력 운영은 환자의 생명, 의료의 질과 직결돼 있어 매우 중요하다.

환자 사망률·감염률 줄이려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로 간호사 수 늘려야

병원에서 의사보다 먼저 만나는 사람이 있다. 간호사다. 간호사들은 걸어 다니는 법이 없다. 하루 일하는 동안 4만보씩 뛰어다니고, 식사를 거르며 환자를 돌보지만 시간이 늘 부족하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너무 많아 치료와 회복 과정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기도 어렵다.

2022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하루 평균 22.6명의 입원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미국은 간호사 1인당 환자 5, 호주는 4, 일본은 7명을 담당하도록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에도 간호사의 정원 기준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정원 산출 방식이 모호하고, 강제 규정도 없어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처벌할 수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간호사 법정 정원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의료 기관이 7,147개다. 20214월 기준 전체 의료 기관의 30.3%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최근 7년간 행정처분이 내려진 병원은 150곳에 불과하다. 그러니 간호사가 평균 22.6명의 입원 환자를 간호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1명 증가할 때마다 환자 사망률이 8%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사망, 회복, 안전 등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국은 간호사의 담당 환자 수를 법으로 명확하게 정해 놓고 있다. 적정 간호 인력은 소생 실패, 패혈증, 병원감염률, 낙상, 욕창 등의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

인력 축소는 환자와 노동자 모두의 건강에 위협

병원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교대제로 일하는 병원 노동자들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과 교대 근무로 인한 건강 결과로 심뇌혈관질환, 정신질환, 수면장애, 대사질환, , 건강행태 변화, 임신 및 출산 관련 문제, 근골격계 질환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수면장애는 집중력의 저하 등으로 환자의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근무시간이 12시간을 넘어가는 경우 투약 오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대근무자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인력 충원이 돼야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은 적정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으며, 국립대병원은 기재부의 인력 통제로 노-사 합의한 인력조차 증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A병원 방사선사는 원활한 3교대를 위해서 30%의 인력 충원이 되어야 하지만 인력을 충원해주지 않아 2교대와 당직 근무로 업무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어려워 항시 연장 근무를 시키며 인력을 돌려막기 하고 있다. 병원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지만 노동자의 건강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야간근무의 인력 축소는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이다. 병원은 언제든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곳이지만 '야간에는 입?퇴원 환자가 없다', '검사 건수가 적다' 등의 이유를 대며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마저 제대로 배치하지 않는다. B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야간에 간호사 혼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의 몸을 닦아 주던 중에 목에서 출혈을 발견했어요. 손으로 급하게 지혈한지 30분이 지났지만 피는 멈추지 않았어요.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병동엔 혼자뿐이었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손을 떼면 환자는 과다 출혈로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라 계속 손으로 막고 있었습니다. 결국 2시간 만에 전공의를 불러 처치할 수 있었어요. 그때 제가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손으로 피를 막고 있는 2시간 동안 돌아가신 분도, 응급벨을 누른 환자도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명예보다 환자 살릴 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의료진들의 피와 땀이 서린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이에 공감하며 공공 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병원 노동자들의 헌신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도 병원 노동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명예나 영웅의 칭호가 아니라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인력이다.

물리치료사는 하루 30명의 환자를 맡으며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고, 환자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임상병리사도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채혈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검사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장비 1대당 2명의 기본 인력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력 1명이 장비 2대를 오가며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밀한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받아야 할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인력 기준 마련을 위해 6개 직종(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작업지료사, 물리치료사)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직무실태조사를 진행했으나 아직도 실태조사 결과와 인력 기준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적정 인력기준 마련을 통한 현장 인력 투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간호 인력에 대해 정부가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들처럼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를 명확하게 법으로 명시하고 지키지 않을 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법안, <간호인력인권법>이 국민동의청원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됐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내년 5월이면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사람을 살리는 공공의료의 시작, 인력충원을 위해 의료연대본부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살릴 병원노동자 인력 충원은 병원노동자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이제 국민들의 요구에 정부와 국회가 답을 해야 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83115224435856

, KTX는 수서로 갈 수 없을까? (프레시안, 이근조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정책실장 | 2023.09.01. 09:35:48)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⑥

"KTX는 수서에 안 가나요?"

등벽보에 붙은 '수서행 KTX 투입'이라는 글자를 보고 지인이 물었다. 답변은 가볍다. ", KTX는 수서로 가지 않아"

, KTX는 수서로 갈 수 없었을까?

KTX가 수서로 못 들어가게 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속철도 이용자가 지속해서 늘었지만, 서울역을 출발역으로 하는 열차 운행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국토부는 수도권에 새로운 고속철도 출발역을 수서에 신설하고, 수서에서 평택까지 새로운 고속철도 노선을 놓았다.

새로운 노선은 당연히 철도공사가 운행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국토부는 SR이라는 회사를 신설해서 고속철도의 운영을 맡겼다. 국토부는 SR의 이윤보장과 철도공사와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수서~평택 구간의 독점적 열차운영을 SR에 넘겼다. 고속철도가 KTXSRT로 나눠져서 서로 운행하지 못하는 배타적인 구간이 신설됐다.

나눠 운행하니, 불편과 피해가 생겼다

수서로 가는 고속열차는 부산과 목포에서만 출발했다. 여수, 진주, 포항 등 남부지역에서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신규노선이 생겼지만, 수서로 가기 위해서 환승하고, 별도로 표를 끊는 등의 새로운 불편이 발생했다.

철도는 고속선의 영업이익으로 교차 보조를 한다. 광역과 지방선의 적자를 보조해 지역의 공공교통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SR은 고속철도만을 운행하기 때문에 철도산업에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 SR의 확대는 철도공사 영업이익 축소-> 교차보조 축소-> 광역과 지방선 운영 축소로 이어진다. 더불어 동일한 업무를 철도공사와 SR 두 기관으로 나눠 운영하다 보니 중복비용이 발생했다. 공공철도 확대에 쓰여야 할 비용이 중복비용으로 잠식되었고, 국토부가 인정한 비용만 해도 연간 400억이 넘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SR, 국토부 특혜로 살아남다

SR은 신규사업자이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한 조건이다. SR은 철도공사가 41% 지분을, 투자자가 59% 지분을 갖는 구조로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국토부가 이익을 보증한다고 해도 수익이 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국토부는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연복리 5.6%의 이윤을 보장하고, 철도공사가 투자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는 비공개 주주간 계약서를 쓰며 투자자를 모았다. 결국, SR은 스스로 어떤 자본도 투자하지 않고, 철도공사가 자본금과 이자를 100% 책임지면서, 철도공사와 경쟁하는 회사로 설립됐다.

SR2020년부터 부채비율이 150%를 넘었다. 그리고 올해 투자자들의 자본금 회수로 부채가 1,600%를 넘게 되었다. SR은 신규노선 확대가 아니라 사업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SR은 국토부의 투자로 부채 비율을 150% 이하로 낮췄고, 신규 고속 차량 14편성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중복 기능을 축소하라는 정책을 펴는 것과 반대되는 일이 국토부의 특혜로 진행됐다.

부산발 SRT 좌석을 4,100(11%) 줄였다

9, 남부지역에서 고속열차가 나뉘어 발생하는 불편 해소를 위해 국토부는 여수, 진주, 포항에서 출발하는 고속열차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노선 확대 계획이 없던 SR은 추가 운행할 고속열차의 여유가 없었다. 국토부는 부산에서 출발하는 SRT 2편성을 빼서 다른 노선에 투입했다. 남부지역 민원해소를 위해 추진한 정책에 SR을 무리하게 끌어들이면서 부산~수서 간 고속열차 좌석 4,100(10%)이 줄어드는 피해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대책으로 KTX를 부산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 KTX는 부산에서 서울역으로 운행한다. 수서역로 가는 열차를 줄였는데, 서울역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KTX가 수서역으로 갈 수 없는 근거는 없다. 철도공사는 당연 사업자로 어떤 노선이든 운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SRT가 고장 또는 사고로 운행이 안 될 때 KTX를 수서까지 운행한 바가 있다. 고속차량이 부족한 SR은 신규노선이 가능한데, KTX는 수서로 못 가는 것일까?

SR은 위탁업무를 하나, 둘 민영화 중이다

SR은 스스로 철도산업을 유지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SR이 고속열차 SRT 운영과 수서, 동탄, 지제역 운영을 제외한 대부분 업무를 철도공사에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다. SR은 올해 고객센터 업무를 민간으로 넘겼으며, 27년에 도입될 신규 고속차량의 정비업무를 민간업체 로템으로 이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SR은 독자노선 선언이라는 명목으로, 위탁업체 변경이라는 이름으로 철도노조가 민영화에 반대하면 지켜왔던 철도 업무들을 하나둘 민간으로 이관하고 있다.

고속철도 통합과 공공철도의 확대

철도노조는 수서행 KTX 투입과 고속철도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으로 고속철도 좌석 3만석 증가, KTX 요금 10% 인하, 중복비용 연간 400억 절감, 환승 불편 해소 등 국민 편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철도의 확대이다. 보다 많은 시민이 열차를 이용하고, 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공공철도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차의 좌석을 늘리고, 운임을 내리면 굳이 자동차를 탈까? 철도산업 내의 소모적인 경쟁이 아니라, 도로와 철도의 경쟁에서 공공철도의 확대를 위한 고속철도 통합이 절실히 필요하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90609161609446

국민들 '난방비 폭탄'인데 가스 발전사는 '역대급' 실적 파티 (프레시안, 김정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대외협력국장 | 2023.09.06. 09:29:18)

[기고]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파업 ⑦

기후위기로 인한 추운 날씨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올겨울 또한 난방비 폭탄이 이어져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환율 상승에 따라 가스 도입 가격이 2020년 보다 20228배 정도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가스 도매요금은 국제유가를 반영하여 2021년 이후 꾸준히 인상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원가부담이 발생하는 와중에, 한국가스공사는 작년 한 해 12조 원의 미수금(민수용 9조원)이 발생해 부채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재무위험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폭등하는 원료비를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공공기관 재무구조 부실로 나타난 것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으로 구분된다. 도매요금은 '원료비'와 가스공사 공급비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료비는 유가와 환율에 연동해서 2개월 간격으로 조정하고, 공급비용은 1년마다 산정해서 조정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코로나19 시기의 물가인상 문제로 인해, 20207월 이후 민수용(주택용, 일반용) 요금에 국제가격이 인상된 만큼의 '원료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 민수용 가스요금은 원가 상승만큼 인상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방비 폭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왜 이럴까?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2년 말 기준으로 무려 12조 원이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은 기후위기와 국제 정세 불안정으로 인해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고, 인플레이션과 생활고로 요금 인상 여력이 매우 적기 때문에, 미수금 문제가 수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미수금은 부채를 숨겨진 형태로 회계 처리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이 부채는 주로 정부의 가격 통제 때문에 발생했다. 고로, 이 미수금을 국민에게 요금 인상으로 전부 떠넘길 일은 아니다. 그래서 미수금 해결의 방법도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나 LNG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수입부과금의 세율 인하를 통해서 장기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위와 같은 대안 대신에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구조의 위험을 계기로 민영화 정책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언론이 공공기관의 부실을 앞세워 에너지산업의 민영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기사를 연이어 쏟아내는 모습도 심상치 않다.

물론 정부가 예전처럼 직접적으로 '민영화'를 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02년 철도-발전-가스노동자의 공동파업으로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정부는 재벌이나 해외 자본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 도입''우회 도입 방식'으로 민영화 방법을 변경했다.

사실 정부의 민영화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가스산업에 경쟁이 필요하다고 하며 SK, GS 재벌 대기업의 민간 직수입을 허용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직수입자의 해외 재판매를 허용했다. 이 결과, 현재 민간 직수입자가 난립하고 있으며 민간의 수입량은 2020년 기준 국가 전체의 22%에 달하게 되었다.

민간 직수입사들은 국제 가스 가격이 저렴할 때만 직접 수입하고, 비쌀 때는 수입을 하지 않고 가스공사에게 떠넘기는 방식을 통해 이윤을 얻고 있다. 쉽게 말해, 가스공사가 모자란 물량을 채워서 국민들에게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하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값의 가스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가스공공성을 저해하고,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가스공사의 재정 안정성을 파괴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결국 국민들에게 '난방비 폭탄'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3대 직수입 민자 발전사의 영업 이익은 2022년 결산 기준 총 22989억 원으로 역대급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가스공사가 미수금 폭탄을 떠안고, 국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떠안을 때, 민간 직수입사들은 역대급 실적 파티를 한 것이다.

재벌을 중심으로 한 민간LNG산업협회는 완전한 경쟁 도입을 통한 민영화 방식의 도입을 위해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 힘 권명호 의원 또한 대표발의를 통해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두 법안 제정 및 개정의 공통점은 자가 소비용 직수입자가 수입한 천연가스의 판매를 제3자에게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곧 가스 민영화를 뜻하는 것이다.

에너지는 필수 공공재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여된 기본권이자 인권이다. 재벌만 배불리는 민영화 정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따뜻한 겨울을 함께 보내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2002년 철도-발전-가스 노동자의 연대 파업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을 유보시켰다. 또한, 2013년에는 한나라당이 시도했던 가스 민영화 법안을 저지했다. 이어서 2016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 파업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막고,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가스 민영화 법안을 막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가스공사 노동자들은 가스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꼼수 민영화 정책을 저지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공공 주도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시대로 함께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