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몽골여행 7박8일 6-8일차 - 테를지, 울란바토르

새벽길 2023. 8. 16. 07:03

■ 6일차

ㅇ 08:41 맑음
8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8시 반에 묵었던 게르를 나섰다.
9시 6분경 운전기사인 아므가가 배가 아프다며 차를 멈추고 약을 찾았다. 약을 제대로 찾았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걸음걸이가 가벼워졌다.
방금 멈춘 곳에 푸세식 화장실도 있고, 만달고비 표지판(웰컴 투 만달고비)도 있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여기도 돌탑이 있다.
아침애는 7시가 넘어 일어났다. 어제 3시가 넘어 잠을 잔 탓이다. 6시로 맞춰놨던 알람이 울리자 ㄷ이 끄고 나머지 그 이후의 알람은 내가 끄고 잔 거다. 7시가 되자 어제 술을 마시지 않았던 ㄱ이 지금 샤워장에 사람 없다고 샤워를 하라고 나를 깨웠다. 그래서 바로 세면도구를 들고 화장실로... 오늘 잠은 잘 잤다. 허리 아팠던 것도 사라진 듯하고...
화장실 샤워기는 혼자 사용하면 그나마 물이 괜찮게 나왔지만, 누군가 세면대를 사용하면 물이 쫄쫄쫄 나온다. 그래서 샤워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면도도 하긴 했는데, 말끔하게 되진 않았다. 게다가 화장실은 입구가 남녀공용이어서 옷을 갈아입기가 불편했다. 그래도 샤워를 하긴 한 셈이다.

게르로 오자마자 아침식사시간인 7시반이어서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는 해외호스텔이나 게하에서 보통 나오는 조식이었다. 그래서 입 짧은 두 여성분들도 함께 잘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조식은 울란바토르에서나 가능했을 듯...

스타렉스 팀도 우리와 비슷한 시각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여유가 있을 듯하여 양치를 하고 화장실을 이용했다. 여기 화장실엔 화장지가 없어서 물티슈로 해결.
오늘 날씨가 화창할 듯 하지만, 지금 당장 쌀쌀해서 반발 티셔츠에 점퍼를 챙기고, 긴바지를 입었다. 나와 보니 적절한 선택이었던 듯...

ㅇ 09:30
양떼가 모여있는 곳에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우리가 다가가자 양들이 더 빠른 속도로 도망간다.  양떼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그래서 양들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양떼를 배경으로 ㄷ네 부부 사진만 찍어주었다. 나도 찍긴 했는데, 너무 작아서 누군지 분간이...

잠을 자려다 깬 터라 다시 자려 했는데, 도로사정이 안좋다. 메모를 쓰기도 애매하고...

ㅇ 10:25
10시경에 아므가가 약을 지으러 약국에 왔다가 그 근처에서 축제를 하길래 잠시 다녀왔다. 국가축제는 7월 16일로 끝났지만, 마을축제는 마을마다 따로 한단다. 

씨름경기도 있다고 해서 그것까지 볼까 했는데, 그렇지는 못하고 경기장 주변에 늘어선 노점 구경을 하다가 몽골식 호떡을 먹고 나왔다. 호쇼르(?)는 모양은 우리 호떡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속에 양고기가 들어 있다. 세개를 사서 나눠 먹었는데, 결국은 남자들만 하나씩 먹은 셈이 되었다. 그간 먹은 양고기 요리 중에서는 가장 먹을만했다고 해야 하나. 특히, 이를 간장에 찍어 먹으면 약간 남은 냄새마져 사라지게 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ㅇ 12:35
1시간 반 정도 잠을 잤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은 포장도로이긴 한데, 도로상태가 그리 좋진 않다.
10시반 그러니까 다시 테를지로 가려는 도중에 5분도 채 되지 않아 또 차를 세웠다. 또 무슨 일이지 하며 첨에는 약간의 짜증도 났는데, 근처에서 경마경주가 있어서 구경을 하자는 거였다. 
우리로 따지면 초등생 정도가 경마경주에 나선 것인데, 25km 달리고 나서 곧 결승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백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했고, 당연히 아이의 가족들도 있으니 구경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뿌연 먼지가 보이고 이후에 선도차량이 보이고, 경기를 이끌어가는 수십대의 차량이 나타났다. 그래서 자동차경기인가 했다. 그런데 선두의 세 마리의 말이 치열하게 달려오는 거다. 첨에는 기수가 아이들인지도 몰랐다가 들어오는 걸 보고 이를 알게 되었다. 막판에 역전극이 벌어져 선두로 들어온 친구가 기뻐 날뛰더라.
계속해서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5마리 정도가, 10여마리가 간격을 두고 결승지점으로 들어왔다. 선두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을 텐데도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속도를 내기 위해 계속해서 말을 채찍질하는 모습에 말이 조금은 안쓰렀더라. 
운전기사가 아픈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 그리고 나서 출발한 게 11시가 조금 못되었고, 12시 반까지 내리 잤다. 이후 30분 정도는 비포장도로여서 잠을 자기도, 여정을 기록하기도 애매했다. 그냥 언제 도로 사정이 나아지나 고대했는데, 울란바토르 근처에 온 탓인지 견딜만해졌다. 그리고 비포장도로로 간 것은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서였다.
어느새 1시 반이다. 점심은 피자로 한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다.

ㅇ 13:43
경찰이 차를 세운다. 무슨 일일까.
다른 차량도 세우는데, 다들 무슨 증서 같은 걸 경찰에게 내민다. 아므가가 무슨 스티커를 받아 차량 뒤에 붙이고 나서 출발한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결국 확인하지 못했다.ㅠㅠ)


ㅇ 14:30
13:55에 어딘가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저번에 아침 8시 직후 들린 노민 마트다. 쇼핑을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점심식사를 피자로 하려는 거였다. 비비큐 피자와 치즈 피자 각 한판, 그리고 닭다리 5개였는데, 다 먹을만했다. 난 피자 5조각을 먹었다. 배부르다. 대식가인 아므가가 배가 아파서 먹지 않는 바람에 피자를 다 먹어 치우느라 힘들었다.

화장실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푸세식은 이용하시 힘들어서 점심식사 때 딸린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는데, 남성용은 좌변기가 하나 뿐이라 눈치를 봐서 재빠르게 다녀왔다.
마트에 딸린 아이스크림은 몽골식은 아닌 듯했다. 그래서 우리 5명 모두 하나씩 먹었다. 이것은 가이드가 지불한 것이다. 아마도 식비가 많이 세이브된 모양.

2시 40분 출발.
 
ㅇ 15:22
이제 30여분 안에 테를지에 도착한다.
근처에 오니 도로사정이 넘 좋다. 4차선 도로는 울란바토르 말고 처음 본다.

ㅇ 16:04
방금 전에 휴게소 같은 곳에 들러 김치 호쇼르를 먹었다. 호떡 모양에 속에 김치와 양고기가 들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는데, 난 오전에 먹은 양고기만 든 호쇼르보다는 김치 호쇼르가 더 나았다.


ㅇ 16:23
테를지에 도착했다. 테를지 주변은 울란바토르 남쪽과는 완전 딴판이다. 이래서 몽골 사람들도 휴양지로 테를지를 선택하여 자주 오나보다. 우리는 우선 승마체험을 하러 가기로 했다.

ㅇ 16:51
말타는 장소에 왔는데, 비가 와서인지 대기하고 있다. 이번 말타기도 스타렉스 팀과 함께다. 우리는 오는 도중에 나담축제도 보고, 아이들 경마경주도 보고, 호쇼르도 먹고 그랬는데, 스타렉스 팀은 그 사이에 뭘 했을까? 궁금하다. 우리는 기사님이 배가 아파서 부수적으로 다양한 체험(?)을 했는데 말이지.
우리 숙소는 거북이바위 근처에 있단다.
 
ㅇ 17:25
계속 대기중이다. 비도 약간 오는 듯해서 이러다가 말도 못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에 모임방에 사진을 올렸다. 일단 내가 찍은 건 모두 올렸다. 동영상도...
나중에 보니 사진보다 동영상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23.07.23(일)에 기억나는 대로 적으려다 못적고 말았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시간대를 더듬어 일지를 추가한다. 나는 별 볼 일 없더라도 이런저런 풍경 사진이나 인물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내 자신을 찍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진에 시간이 남기 때문이다. 사진이 찍힌 시간대를 보면 대략 당시에 뭘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몽골 여행에서도 그러했다.
그렇게 대기하다가 앞팀이 승마를 한 후 6시경에 우리 팀도 드디어 말을 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혼자서 탄 건 아니고 ㄷ과 ㄹ은 우리 가이드인 보트카가 말을 타고 리드하고, 나머지 세명은 현지 가이드가 앞장서 말을 타면서 리드를 했다. 보트카는 어릴 때부터 말을 탔다고 한다. 낙타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있더라. 물론 약간이라도 속도를 내서 달리면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면서 충격이 왔다. 꼭 딱딱한 자전거 안장에 앉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15분 정도밖에 승마체험을 하지 못한 것, 그리고 좀더 적극적으로 혼자서 말달리지 못한 것, 그런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나중에 다시 말을 타게 되면 좀더 장시간으로 가이드에 의존하지 않고 말을 타고 싶다.

그리고 독수리체험. 도망가지 못하도록 눈이 가려진 독수리를 장갑을 끼고 날려보는 것이다. 장갑은 아래위가 아니라 좌우로 흔들어야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괜찮은 샷이 나온다고 한다. 투어비용에 포함되어 있기에 나도 독수리 체험을 하긴 했지만, 독수리 학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눈이 가려진 채 앉아있는 독수리가 불쌍해보였고...
나는 동영상을 찍었다. 이런 건 동영상으로 남기는 게 좋겠다 싶어서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더라도 독수리체험은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저녁식사로 허르헉을 먹기 전까지 자유시간. 애초 일정에는 트래킹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다들 피곤한지 트래킹은 사양. 나도 뭐 굳이... 사실 트래킹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뭐가 좋고, 이런 점들을 가이드가 충분히 소개했다면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하지 않아서 트래킹을 포기한 거다. 암튼 몽골 전통마을에서 기르는 개, 고양이, 양, 염소 등과 함께 사진도 찍고, 노는 재미가 그럭저럭...

7시경에 저녁식사로 허르헉을 먹었다. 허르헉은 몽골에서는 나름 고급요리이고, 상당히 신경을 써서 가이드도 준비를 한 것 같은데, 우리 팀에는 그리 인기가 없었다. 물론 양고기와 함께 나온 감자는 다들 잘 먹었지만, 양고기는 남자들만 겨우 먹었다. 허르헉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의 입맛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이 다 일어선 후에도 상당히 남아 있는 허르헉. 즐겨 먹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나서 거북바위로 향했다. 거북바위는 테를지에 가면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곳이다. 우리는 거북바위를 오르기도 했는데, 안전펜스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상당히 위험해보였다. 물론 다들 조심은 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안전장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북바위는 올라가지 말고 그냥 그 형태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거북바위를 손 위에 올려놓는 퍼포먼스도 혼자 해봤다.
사실 거북바위를 끝까지 올라가봤자 별 볼 것은 없다. 거북바위 안쪽에 조그마한 공간이 있고, 거기에 있는 큰 돌 위에 지폐들이 올려져 있다. 이는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것과 비슷할 듯하다. 몽골 화폐는 동전이 없으니 이런식 으로...

거북바위 옆 기념품가게에도 들렀다. 우리가 거기 들렀을 때에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우리 말고 스타렉스 팀도 함께 왔는데, 기념품가게가 문을 닫아서 헛수고를 한 셈이 된 거다. 하지만 가이드가 전화연락을 해서 다시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문을 닫은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바로 우리를 위해 다시 열었다. 이 때가 8시 20분경.

여기에서 낙타양말을 샀다. 다른 건 몰라도 낙타양말은 여기가 국영백화점 등 다른 곳보다 더 싼 것 같았다. 그래서 네 컬레 구매. 마그네틱도 상당히 다양한 것들이 있었는데, 많이 탐이 났다. 하지만 비싼 것 같아서 사지 않았는데, 나중에 국영백화점의 마그네틱을 보고 여기서 마그네틱을 살 걸 하는 후회를 했다. 낙타인형도 있었는데, 이건 바얀작보다 더 가짓수도 적고, 비싸다. 낙타인형은 바얀작의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하는 게 좋다.

그리고 나서 숙소로 이동. 여기서부터는 사진을 찍지 않아서 구체적인 여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숙소가 다른 곳보다 고급스러웠고, 난방까지 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다만, 몽골인들도 많이 묵고 있어서 12시경까지 노래방 소음 땜에 시끄러웠던 게 아쉬웠던 점. 
투어의 마지막 밤이어서 가이드 보트카와 운전기사 아므가와 함께 술을 마시려 했는데, 숙소로 오지 않더라. 그래서 우리끼리 보드카 한병과 맥주 한 캔씩을 마셨다. 안주도 함께... 하지만 여전히 술과 안주가 많이 남았다. 
 
■ 7일차

ㅇ 09:19 흐림
9시 5분경 테를지 숙소를 떠났다.
여행자게르인 숙소는 다른 지역의 어느 게르보다 시설은 괜찮았다. 비로 인해 쌀쌀했기 때문에 난방까지 된 점이 돋보였다. 주변 경치도 훌륭하고... 여기서 다른 곳에선 볼 수 없었던 청솔모까지 보았다. 하지만 아침에 샤워를 하려 할 때 샤워실 문이 잠겨 있어서 샤워는 그냥 포기하고 세수와 면도만 할 수 있었던 건 아쉬운 점이다. 이는 관리상의 문제다.

아침식사는 미역국이다. ㄴ과 ㄹ도 미역국을 잘 먹어서 동행 모두가 아침식사를 제대로 먹은 건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나도 먹을 만했다. 다만, 뱃속이 안좋아서 화장실에 가려고 빨리 먹고 나왔다.
그렇게 테를지 숙소와는 작별. 테를지는 몽골인들의 휴양지라서 그런지 여기 게르촌에서는 몽골인들도 많이 묵었고 어제 밤에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라. 가이드인 보트카도 몽골인들이 많으니 문단속을 잘하라는 말을 남겼다. 

ㅇ 14:53
고비 캐시미어 매장이다. 여기에 한 시간 넘게 있었던 듯하다. 물론 난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몇 가지 구매욕을 당기는 게 있었지만, 캐리어의 무게 제한도 있고, 어찌보면 예정에 없던 여행에서 뭘 구매하는 게 부담스러워 캐시미어 구매를 포기했다.

고비 캐시미어 매장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물론 이 매장의 구매객은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당장 자신이 입을 것보다는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하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목도리가 제일 잘 나간다. 한국에선 8만원 수준인데, 여기선 5만원 수준이니 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만, 나같은 사람은 굳이 살 이유도 없다.
여기서의 쇼핑 선도는 모두 여성들의 몫이다. 남성들은 소극적이거나 피곤해하는 눈치다. 나도 그런 류인가? 남성매장보다는 여성매장이 훨씬 북적북적하다. 계산 줄도 엄청 길다. 

암튼 구경은 잘 했다. 중간에 패션쇼도 하더라. 나중에 다시 몽골에 올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이들과 상의해서 그 때 구매를 해야겠다.
오늘은 몽골여행의 거의 마지막 날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친구들은 내일 아침 항공편이라 새벽에 나선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아니 하고 싶은 것도 제한적이고...
다음에 몽골에 오게 된다면 시행착오를 줄여 좀더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차안에서 졸다가 깨어보니 울란바토르다. 10시반 정도에 울란바토르 국영백화점에 들렀다. 이 또한 투어 일정에 포함된 거다. 12시반까지 두 시간의 쇼핑시간이 주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나만 시간을 오버했다. 애초에 딱히 쇼핑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어영부영하다 시간을 보낸 것이다.
몽골여행기에 다른 나라 여행기에서는 거의 포함되는 면세점 방문기가 없어 몽골은 면세점이 없나 했는데, 공항 면세점이 있긴 했다. 하지만 관세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면세점보다 국영백화점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국영백화점에서 쇼핑을 해결한단다.
하지만 실제 살 것은 그리 많지 않았고, 주된 것은 식료품, 주류, 과자류였다. 1층 매장에 있는데, 여기는 대형할인매장인 노민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지하엔 신선식품류가 있다. 첫날 여기에서 술(몽골 로컬 맥주)과 안주를 구매한 적이 있고, 공동경비로 구매한 대부분의 것은 노민마트에서 구매한 거였다. 
우리는 넉넉하게 일인당 7만원(17만 투그릭)씩을 걷어 공금으로 이용했는데, 거의 매일 각자 맥주 한캔과 보드카 한병을 마셨는데도(물론 안주도 함께) 상당히 많은 몽골 돈이 남았다. 거의 모든 물품을 노민마트에서 샀기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1인당 4만 투그릭씩을 분배하고, 공금으로 4만여 투그릭을 남겨두었다. 오늘 저녁식사용으로 하면 될 듯하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3층부터인가 건물 일부에 정전이 되었다. 국영백화점인데도 대낮에 정전이 되다니 놀라운 일이다.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정전이 된 곳에서 나가라고 했단다. 아마도 CCTV도 작동하지 않아서 보안 때문에 그랬던 모양. 

6층은 기념품매장이다. 낙타인형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념품이 있었으나, 바얀작이나 테를지의 기념품샵보다 조금 더 조야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그나마 마그네틱이 더 싼 편이어서 만 투그릭에 두개를 샀다. 하지만 맘에 드는 마그네틱이 있었던 테를지 거북이바위 옆 기념품 가게에서 살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3, 4층에 메이커 제품을 몽골에서는 좀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신발, 가방 등 거의 모든 게 그리 싸지 않더라. 메이커 제품은 아니더라도 가방(백팩) 중에 가성비 갑인 제품이 있으면 나중에 하나 사야겠다.
3층 매장에는 캐시미어 제품이 있었는데, 면세점보다는 싸고, 캐시미어 전문매장과 가격은 동일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비 캐시미어 매장에 오후에 가게 되고 전문매장에 더 다양한 제품이 많아 3층도 패스했다.

1층 매장은 노민 마트다. 한국 여행객들은 투어 중에 마트에서 사서 먹었던 과자 중에 맘에 들었던 것을 다시 사서 챙긴다. 그리고 한국 제품이지만 한국에선 팔지 않는 것을 구매하기도 한다. 동행중에 여성 동지들이 그리 하더라.
난 선물용으로 낙타 등 몽골과 관련된 그림이 포장지에 나와 있는 골든 고비 초콜릿을 4개 정도 샀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먹었던 알펜 골드 초콜릿도 한국에선 팔지 않길래 그것도 몇 개 샀다. 초콜릿 중에선 알펜 골드가 맛있는 편이다.
사람들은 초코파이나 초코송이 가운데 한국에 없는 걸 사기도 했는데, 난 굳이...
그리고 몽골 보드카인 칭기스 골드 0.7l짜리를 한 병 샀다. 에덴과 소욤보도 살까 했는데, 술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구하려면 구할 수 있을 듯해서다.
탈모방지 샴푸도 사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고 12시반에 다시 모이기로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포기했다. 다 합하여 7만 투그릭이 조금 넘는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몽골 돈을 거의 다 사용했다.
그리고 나서 점심식사. 여성 동지들이 몽골음식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피자를 선택했다. 라운드 테이블 피자라는 곳인데, 훌륭한 선택이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먹은 피자와 다르지 않았다. 난 네 조각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고비 캐시미어 매장으로. 여기도 투어에 포함된 거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매장에서 보냈다. 물론 난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동행들은 여기서 상당히 많은 돈을 썼다. 카드도 되고 선물도 살겸 그리한 듯 보이는데, 난 캐시미어 관련하여 구매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다시 들른다면 나름 충분한 조사 후에...
한국보다는 싼 게 맞는데, 당장 내가 필요하지 않은 걸 싸다는 이유로 구매하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다.

ㅇ 15:26
이제 숙소로 간다. 푸르공과도 헤어질 시간이다.
가는 길에 울란바토르의 몇 가지 문제들이 보였다. 우선은 배수 문제. 그리 자주 오지 않는 폭우에 대비를 하지 않은 탓인지 울란바토르는 배수 문제가 심각해보였다. 시내 곳곳에 공사판이 벌어진 것도 배수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고질적인 교통체증도 문제다. 몽골 인구의 절반이 사는 울란바토르는 대중교통보다는 승용차가 많고, 시내 중심가는 교통체증이 있다고 한다.  

ㅇ 추가: 이 시간대 여정 정리도 비어있구나.
4시경에 투어를 마치고 숙소인 자야호스텔로 들어왔다. 첫날 묵었던 룸에 다시 묵었다. 2시간 가량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난 숙소에서 27일 토론회 발제문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고, 다른 두 커플은 쇼핑 등을 하러 나섰다.
이 때부터 내 스마트폰의 데이터가 안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숙소에서는 와이파이가 되어서 이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카톡의 보이스폰으로 ㄷ으로부터 밖으로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저녁식사는 숙소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술도 함께 할 수 있는 동대문포차라는 곳에서 하기로 했는데, 같이 가자는 거다. 밖으로 나가면 데이터도 안되고, 와이파이도 안되서 구글맵을 사용할 수가 없어 찾아가기 힘들었는데, 연락을 줘서 다행.
동대문포차는 거의 한국 느낌이 났다. 음식도 먹을 만했고... 그래서 술과 안주를 상당히 많이 먹었다. 물론 비용은 1/5씩 나누었고...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들어왔지만,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대로 보낼 순 없는 일. 호스텔 주방 사용은 10시까지여서 남은 술과 안주로 지난 일주일간의 여행을 평가하면서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일행 가운데 4명이 새벽에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보드카를 먹기엔 과할 듯해서 이미 운전기사인 아무가에게 선물로 주었고, 맥주 캔으로 충분했다. 약간 부족할 듯해서 ㄱ이 맥주 두 캔을 추가로 사와서 주방 냉장고에 넣어놓았는데, 주방문이 잠기는 바람에 이를 마시지 못했다. 결국 이는 그대로 호스텔 냉장고에 놔두고 다른 이들이 먹도록 했는데, 아무런 표시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도 냉장고에 그대로 있을 수도... 

■ 8일차

ㅇ 12:53 흐림
12시 20분경에 출국수속을 밟았다. 
오늘 일정 정리.
사실 별로 한 게 없다. 8시반 항공편으로 출발하는 다른 친구들이 5시에 일어날 때 함께 일어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지 않고 있다. 아, 숙소에서 공항으로 올 때 차 안에서 20여분 졸았구나. 푸르공에서 자기도 했더니 눈을 감으면 승용차 안에서 자는 건 껌이다. 
6시반에 몽골에서 마지막 샤워를 하고 7시 20분경 숙소에서 주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는 것 말고는 숙소에 틀어박혀 27일 토론회 발제문 작성을 했다. 어느 정도 초안을 써놓았기 때문에 몽골 여행 동안 노는 것에만 전념하다시피 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일요일 밤에 서울 도착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과연 발제문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런데 숙소에서 5시간 동안 작업을 했더니 거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나름 여유가 있는 상태다. 그래서 이렇게 여정 정리도 가능한 거고...
뒤늦게 다운로드 받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 지락실이 넘 웃겨서 여정 정리 진도가 안나간다.
보딩 타임이 1시 40분으로 나와 있는데, 1시 55분이 되어도 보딩 줄이 없다. 분명 2번 게이트가 맞는데 말이지.
공항 출국장에 놓여있는 안락의자(수면의자?)가 있는데, 여기에 누워본 것도 거의 처음인 듯하다. 편하긴 하네. 

11시에 과연 샌딩이 제대로 될까 약간은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10시반부터 계속 시간을 보고 10시 40분경에는 카톡으로 샌딩 확인도 했다. 그런데 여행사 가이드에게서 아무 대답이 없어 약간 불안했다. 카톡 전화까지 해도 답이 없다. 다행히 10시 50분이 약간 넘어 가이드에게서 아까부터 대기하고 있었는데, 다른 통화를 하느라고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지금 나오라고 한다. 다행...
바로 짐을 꾸려 나오는데 2분. 호스텔에 룸 열쇠를 건네고 체크아웃한 후 바로 나왔다. 속이 안좋아서 오늘만 숙소에서 화장실에 두 번이나 갔는데, 화장실을 여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샌딩한 차로 공항에 도착하니 11시 40분. 그 사이에 여유가 있어 울란바토르 도심풍경을 볼 수도 있었는데, 조금 귀찮더라.
2시 19분 이제 보딩을 한다.

ㅇ 14:39
곧 바행기 출발한단다. 2시 50분경에 이륙하겠네. 약간 지연되어선지 안내사항 얘기를 하는 도중에 비행기가 움직인다. 이리 하면 좀더 빨리 이륙하겠군.
다시 출국수속. 제주항공은 해외출발 항공편의 경우 일본 일부노선을 제외하고 온라인 탑승권을 제공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수하물 수속을 하면서 체크인과 항공권 발급을 함께 했다.

그 전에 공항 밖에서 한 컷.

수하물 수속에서 캐리어에 이것저것을 마구 넣었더니 역시나 17.8kg이 나오더라. 직원이 1kg 정도를 빼라고 한다. 그래서 우산과 남은 누릉지 등을 캐리어에서 꺼냈다. 그랬더니 17.0kg. 더 빼야 하나 했더니 그대로 통과. 좌석은 7D.
억지로 모두 백팩에 집어넣기는 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비행기에서 혹시나 먹을까했던 과자를 먹고 과자봉지를 버렸다. 빵도 먹고... 그러니 백팩이 조금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보안심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기 줄도 적고... 징기스칸 공항 자체의 게이트가 6번까지밖에 없다.

비어있는 안마의자가 있어 앉아보았다, 아니 누워보았다.

출국장으로 들어오니 12시 20분. 밖에서 과자 먹고 물을 마신 시간을 빼면 출국심사에 30여분밖에 안 걸렸다. 몽골도 일찍 나서지 않아도 되는구나.
피곤하다. 자야지. 이런 정도의 좌석이면 넘 편하다.ㅋ

ㅇ 18:09
자고 있는 사이에 시간대가 바뀌었다. 
2시간 정도 잤는데, 그리 편하지가 않다. 역시 비행기에서 잘 자는 것은 한계가 있다.

ㅇ 18:39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이 늦어서 미안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국에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