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2023년 9월 몽골 홉스골 여행기 1 - 몽골 출발 전

새벽길 2023. 10. 7. 12:17

해외여행은 사전에 계획하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뭘 먹을까, 무엇을 볼까, 어디서 잘까, 경로는 어떻게 할까, 이동수단은 어떻게 할까... 이와는 달리 몽골 여행은 보통 여행사를 끼고 하기 때문에 이런 즐거움이 반감된다. 이번 9월 몽골 홉스골로의 여행도 그러할 줄 알았는데, 여행사를 접촉하고, 밀고당기는 과정이 여행을 계획하는 다른 여행에 못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여행후기들을 보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도 의미 있었고...
여행을 다니는 동안 틈틈히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두어 여행 당시를 기억하기 쉽도록 하긴 하지만, 여행후기를 쓰는 것은 그리 땡기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 갔다가 와서 다른 급한 업무가 있을 경우 미적대다가 머리 속에만 넣고 그냥 잊어버리거나 아니면 심플노트에 적은 메모를 그대로 후기라고 올리기도 한다. 보여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리 하려다 조금만 이번 주말에 조금 여유가 있어 9월에 홉스골 다녀온 후기를 쓰기로 했다. 물론 후기라고 해도 인플루언서들이 남기는 그런 건 아니고 메모를 조금 다듬은 수준이다.
  
몽골 출발 전

여행 출발 20일 전 즈음에 동행끼리 사전오프모임을 가졌다.

기존 성원인 50대 중반의 나와 50대 초반 남성 한명, 40대 후반 여성 한명, 이렇게 3명에서 50대 후반 및 20대 후반인 모녀, 이렇게 5명이 강남역 근처 치킨집에서 오프를 가진 것이다. 여행사를 끼고 몽골로 여행하는 대부분이 20~30대라서 40~50대는 동행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번 동행 5명은 불가피하면서도 괜찮은 조합이었다.

여행사 컨택은 대략 여행 출발 40여일 전부터 시작했다. 성수기인 7~8월에 몽골여행을 한다면 숙소 문제 때문에 최소한 두달 정도는 여유를 두고 여행사를 물색하는 게 좋을 듯하다.

애초에는 고비사막 쪽으로 가려했으나, 이미 7월경에 다녀왔고, 또한 동행 중에 홉스골 여행을 원했던 친구도 있어서 홉스골을 67일 코스로 다녀오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문제는 울란바토르 입국 항공편이 오후시간대라는 것. 홉스골은 이동거리가 고비사막 코스보다 더 길어서 67일은 상당히 빡빡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홉스골에서도 최소한 2박을 해야 하고...

그래서 러브몽골 카페 여행코스, 일정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견적 요청 글을 올렸다.

   

아래와 같이 홉스골 2박, 6박7일 투어 일정을 짜봤는데요, 이런 여정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견적은 어느 정도인지 문의드립니다.

특히, 저희는 테르흐 차강 호수와 신에데르에서 각 1박 하는 대신 약간 무리가 되더라도 중간지점인 자르갈지구르에서 1박하고 홉스골에서 2박을 하려 하는데, 이와 관련한 견적 부탁드립니다.

9.13. 오후 징기스칸 공항 도착 →<4시간반 소요> 엘승타사르하이 미니사막((Elsen Tasarkhai (Sand Dune Mini Gobi)), 9.13. 1박) →<3시간반 소요> 쳉헤르온천(Tsenkher hotspring(Duut spa & resort), 9.14. 1박) →<6시간 소요> 자르갈지구르(Jargal Jiguur Tour Camp, 9.15. 1박, 온천욕 가능) →<6시간 소요> 홉스골(Khövsgöl Hatgal, 9.16-17. 2박) →<7시간 소요> 에르데네트(9.18. 1박) →<5시간반 소요> 울란바토르(9.19. 1박) → 9.20. 오전 징기스칸 공항 출발

 

이렇게 견적요청을 하니 8군데 여행사에서 연락바란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7월에 함께 했던 여행사와 몽골여행기 검색에서 괜찮은 평을 받은 여행사를 포함하여 10곳에 카톡으로 문의를 했다.

우리가 컨택했던 여행사들에서는 우리 일행이 제시한, 엘승타사르하이와 쳉헤르 온천, 그리고 자르갈지구르를 거쳐 홉스골까지 사흘만에 가는 여정은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힘들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일정과 관련하여 저희는 홉스골 2박, 6박7일 투어 일정이고요, 1. 일반적인 테르힝 차강 호수와 신에데르 대신 자르갈지구르(자르갈지구르 투어 캠프)에서 1박을 했으면 하고요, 2. 볼강 말고 에르데네트를 경유했으면 하며, 3. 첫날 오후3-4시경에 공항에서 출발한다는 점이 고려되었으면 합니다. 4. 그리고 숙소는 모두 온수샤워와 전기가 가능한 여행자게르(캠프) 이상으로 했으면 하고요. 일정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요청드리고 있어요. 물론 확정이 되면 다른 요청사항도 있지만요.”

이렇게 일정과 관련하여 요청을 했더니 3곳은 답변을 하지 않거나 답변이 부실했고, 구체적으로 접촉했던 7개 여행사 중에서 2곳은 무리한 일정이라며 포기를 했으며, 2곳은 숙소가 부실하거나 투어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요구하여 제외했다. 그렇게 남은 세 군데 여행사 가운데 신생여행사가 아니고(신생여행사는 일처리에 미숙한 경우가 많다는 여행후기를 봤다) 숙소와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그리 높지 않은 투어비용을 제시한 다ㅇㅇㅇㅇ투어를 선정했다. 그리고 몇 가지 요청사항을 추가하고 궁금한 사항을 문의했다.

 

1. 일정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정된 숙소 중심으로 제시해주세요. (코스별 숙소 확정 요망)

2. 애초에 계획했던 숙소 등이 갑작스레 바뀌거나 엉뚱한 곳에 묵게 되는 불상사가 있는 경우 어떻게 되는지?

3. 각 숙소에서 온수샤워 가능하고, 24시간 전기 사용 가능하도록 해주세요. (전기장판 가지고 있는 사람 있음)

4. 홉스골 숙소는 라디에이터 등의 난방이 되도록 해주세요.

5. 첫날 공항에서 점심은 생략하고 출발하며, 도중 마트에서 장보면서 간단하게 식사(피자나 햄버거 등)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한 명이 고기를 먹지 못하므로 한명분은 덮밥류 제외하고 맨밥만 제공해주세요. 반찬 등은 별도로 준비하겠다고 합니다.

6. 차량은 스타렉스 신형으로 해주세요.

7. 가이드는 경험 많은 여성 가이드로 해주시고, 한국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8. 홉스골에서 후스링 하드 구경이 무슨 의미인가요?

9. 제트보트체험(보트 타고 소원의섬 갔다 오는 것)은 투어비용에 포함되어 있는지?

10. 울란바토르에서 자이승 전망대 트래킹을 포함해주세요.

11. 항공편에 수하물 중량 제한으로 침낭을 가지고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불포함 사항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침낭 제공 가능한지요? 아니면 대여한다면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침낭, 에어베드 대여 가능하며 대여비 5000원 하는 여행사도 있었음).

12. 유심은 한국에서 구매하라고 했지만, 칭기스칸공항에서 유심 구매할 예정입니다. (일부는 통화 때문에 로밍 예정). 가능한지요?

13. 공항 픽업 및 샌딩과 관련하여 저희 일행은 픽업은 없고, 샌딩은 2회입니다. 9월 20일 11시 10분 출발 1인, 14시 10분 출발 4명입니다. 추가비용이 필요한가요?

14. 계약금은 얼마고, 잔금은 어떻게 지불하나요?

15. 이상의 내용을 포함해서 구체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해주실 수 있는지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여행사 선정은 무난했다. 위와 같이 구체적으로 요청사항을 적시했지만, 그것으로도 사실 조금 부족했다. 가능한 한 구체적인 사항을 명확히 하는 게 좋다.  

여행 출발하기 4일 전에 동행에게 기존 여행후기를 참고하여 준비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지했다. 다들 성실하게 준비했더라. 그에 대한 코멘트까지...

 

개인 준비물

여권: 유효기간 6개월 이상 될 것.

여행자보험 가입

비자는 필요 없음

선글라스: 9월에도 햇빛이 강해서 필요할 수 있음.

목 베개: 차량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 끝이 서로 끈으로 연결되어서 장착시 고정 가능한 걸로 준비. 이동중에 수시로 목이 뒤로 꺾이는 터라 하나 있어야 이동 중 꾸벅꾸벅 졸 수라도 있습니다.

슬링백: 필요한 물품들 가지고 다니기

우산: 초원에서 급하게 일처리할 때 필요. 의외로 여행 중에 비가 올 수도 있음. 가지고 가서 버려도 되는 것으로 챙기기

선크림: 햇빛 보호를 위해 챙기기. 그 외에 수분공급과 자외선 차단 위주로 수분크림 등 화장품 챙겨가면 좋음.

보조배터리(충전기): 2만 암페어 1~2개 정도 챙길 것. 이동시간이 길어서 필수적임. 전기가 들어온다는 숙소들도 거의 저녁 7~ 10시에만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그것도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충전 가능. 홉스골 쪽은 여행자숙소에 묵을 경우 필요하지 않음.

멀티탭: 전자제품을 가져갈 경우 USB 배터리로 충전 가능한 것으로 챙겨야 합니다. 플러그 개수도 한정되어 있으므로 멀티탭도 챙길 필요. 남성 숙소는 제가 챙기므로 여성 숙소용으로 한 명이 챙겨야 합니다. 여행자숙소에 묵을 경우 불필요

손전등: 밤에 화장실 등을 갈 때 필요함. 휴대폰으로 대체할 수도 있으나, 별보기 컨셉용으로 필요할 수도. 저는 USB 조명 가져감.

침낭: 없으면 얼어 죽는다. 침낭은 필수다. 침낭 등을 챙겨야 되기 때문에 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버려도 되는 옷들을 왕창 챙겨 와서 입고나서 하루하루 버리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사에서 무료 대여하므로 준비하지 않기로 했음. 이번 여행에서 침낭은 전혀 사용하지 않음. 여행자숙소의 경우 불필요.

장갑: 말이나 낙타 탈 때 손의 피부가 까질 수 있기 때문에 보호를 위해 착용. 버릴만한 것 챙기기.

슬리퍼/샌들: 숙소 내에서 유용하며 차에서도 사용 가능. 씻을 때도 필요함.

운동화: 버릴만한 것으로 준비하면 좋음.

두꺼운 외투/롱패딩: 밤에 별 볼 때 필수이며, 숙소가 추울 경우에도 입고 자야 할 수 있음. 초겨울 날씨라고 생각하면 되고, 일교차가 심하다는 점도 고려할 것.

목도리, 목토시: 이런 것도 챙기면 좋음.

반바지: 필요할까요? 저는 하나 준비할 예정 9월에는 입을 경우가 없을 듯.

: 옷가지가 준비물 중 2/3 정도 차지함. 땀 흘릴 일이 별로 없어서 필요한 것들만 챙겨가면 될 듯. 알아서 준비하세요. 잠옷용 편한 트레이닝(수면바지) 준비.

속옷, 양말: 일주일 분량 준비. 간단하게 세면장에서 빨래하여 재착용할 수 있음.

끈이 달린, 챙이 넓은 모자: 햇빛 가리기 충분한 정도. 끈이 없으면 바람에 날아가버릴 수도 있음.

수영복: 쳉헤르 온천에 간다면 반드시 챙길 필요

의약품: 진통제, 멀미약, 소화제, 김기약, 물파스, 모기약, 밴드, 벌레 기피제 등. 멀미약은 반드시 챙기세요.

세면도구(샴푸, 린스, 바디 워시 등): 현지 구매 가능하나, 휴대용으로 챙기는 게 좋음. 세면 파우치도 챙길 것

칫솔 & 치약: 현지 구매 가능하나, 휴대용으로 챙기는 게 좋음.

수건: 숙소에서는 어메니티가 대부분 구비되어 있지 않음. 버릴만한 것으로 2-3개 정도 챙길 필요(빨래가 빨리 마르는 편임) 우리는 모든 숙소에 수건이 있었음. 그래도 1~2개는 챙길 필요

스킨, 로션: 알아서 챙길 것

휴지, 물티슈: 현지 구매 가능하나, 가지고 가는 게 맘 편함. 이는 가이드가 구매할 것임.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는 경우가 많음.

마이비데: 저는 하나 챙김.

간이 옷걸이: 한 두개 챙긴다.

섬유탈취제: 있으면 좋음. 없어도...

마스크: 코로나와 무관하게 몽골이 매우 건조하므로 써야 할 때가 있음. 모래바람 방지용. 1-2개만 준비.

여행용 스프레이 통 : 요거 하나 챙겨가서 생수 조금 넣고 수시로 미스트 겸 얼굴에 뿜뿜하면 좋다고 하나, 저번에 가지고 갔는데 거의 사용하지 않았음. 이번엔 준비하지 않을 예정

노끈 : 의외로 많이 쓰일 수도. 수건 널어놓기 등등.

: 이동 중간에 해야지 하고 챙기려는 모든 것들은 포기하라는 조언이 있음. 차량이 흔들거려서 절대 못하고, 가끔 안흔들거릴 때는 무조건 졸게 된다고. 타당한 조언이지만, 저는 심심풀이로 한권 정도 가져갈 예정. 결국 한 페이지도 못 봤음.ㅠㅠ

핫팩: 9월부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함. 준비를 했으나 우리 여행에선 쓰지 않았음.

팔토시: 9월여행에는 불필요할 듯.

인공 눈물: ?

유심칩: 공항에서 구매하든지, 로밍할 것

접어서 보관하는 바가지: 세면할 때 물 부족한 경우 유용하게 쓸 수 있음. 우리는 불필요할 듯 홉스골 쪽은 불필요

 

개인 기호품

술과 안주, 간식은 공금으로 현지 마트에서 구매

가성비나 맛을 고려하여 칭기스 골드, 에덴 구매. 소맥처럼 마시려면 ARKHI. 소연보도 마셔본다. 보드카에 타마실 수 있는 것으로 Töe 라고 써있는 쥬스류 중에서 오렌지가 가장 무난함. 레몬향이 난다고 하는 스파클링워터 아무거나 믹스해도 됨

Töe 이브랜드의 요거트들 진짜 맛있습니다. 추천

좋은 풍경 앞에서 좋은 술 한 잔 하는 즐거움을 아신다면 면세점에서 위스키나 꼬냑, 와인 등 취향에 맞춰서 한 병 사가면 좋을 듯. 몽골 마트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음.

몽골에서 구할 수 없을 만한 것으로 음료수, 간식 챙길 것. 자신이 좋아하는 컵라면 등을 챙길 것

쯔란, 볶음김치, 볶음고추장 등: 몽골음식이 안맞을 수 있으므로 챙기는 게 좋음. 물론 몽골 마트에서도 컵라면, 고추장 등도 판매함.

, 땅콩, 피스타치오, 육포 등 식품류도 노민마트(국영백화점 1, 지하)에서 구입.

 

공동 준비물

블루투스 스피커: 여행 필수템이기는 하나, 이동시간에 우리가 노래를 그리 많이 들을까요? 제가 챙김. 그런데 운전기사가 몽골 노래만 틀어줘서 짜증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할 수도.

카메라 삼각대 : 야간사진 찍을 생각이면 무조건 챙겨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없어요. 별사진 찍을 때 정말로 필요했음.

돗자리: 있으면 좋은데, 저는 별도로 준비하지 않을 예정. 가져온 사람이 있어 유용하게 썼음.

캠핑용 의자: 있으면 좋음.

작은 코펠 & 버너: 있으면 완전 좋음. 수시로 뜨거운 물 필요. 부탄가스는 조그만 마트에서도 판매하며, 가이드가 블루스터를 챙길 수도 있음. 숙소에 있는 난로를 잘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코펠 하나 챙겨와서 자기 전에 뜨거운 물 좀 얻어놨다가 위에 올려두면 자연 가습기가 됩니다. 가이드가 음식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면 블루스터와 냄비, 코펠 등도 여행사에 요청할 필요. 우리 일행은 한명이 가저온 버너에 어렵게 부탄가스를 연결하여 삼겹살을 구워먹었으며, 라면을 끓여먹었음.

보드게임 한 두 개: 인터넷이 안되는 숙소에서 밤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음. 저는 준비하지 못함. 화투라도? 보드게임 없이 잘 지냈지만, 화투라도 있었으면 더 재미 있었을 듯...


이 정도로 하고 드디어 홉스골 여행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