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몽골여행 7박8일 1-2일차 - 울란바토르, 차강소브라가

새벽길 2023. 8. 15. 23:12

래 여행기는 정리해서 쓰는 편이지만, 귀찮아서 여행 도중에 끄적였던 것을 가다듬어서 걍 올린다. 내가 무슨 여행전문 유투버나 여행기로 책을 쓸 것도 아니고... 오타 같은 걸 바로 잡으면서 다시 읽어보니 여행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사진과 동영상도 함께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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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차

  
ㅇ 08:22
8시 7분에 인천공항 도착.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고 봤는데, 제주항공 카운터로 가니 탑승권 있는 이들은 수하물 부치는 줄로 가란다. 그 줄엔 울란바토르 가는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지로 가는 이들도 섞여있어서 줄이 길다. 앞으로 15분 이상 줄서서 기다려야 할 듯하다.  
 
ㅇ 08:37
줄이 들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안심사, 출국심사 때문이 아니라 수하물 수속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구나. 저번에 후쿠오카 갈 때는 수하물이 없어서 이렇게 수속 줄이 길 줄은 몰랐다. 어쩌면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여름휴가철이라 이렇게 수속 줄이 긴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잘 지나가겠지?
 
ㅇ 10:03
- 제주항공 7C5203편에 탑승했다.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국제선임에도 usb포트가 없다. 혹시나 해서 케이블을 호주머니에 넣었는데, 별 의미가 없게 되었다.
이 비행기에 탄 한국인들이 대부분 나와 비슷한 코스로 여행을 다니지 않을까 싶다.
보안심사까지 마치고 난 시각이 9시 9분. 탑승수속 시작시까지 40분 정도 남더라. 그리고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고 셔틀열차를 타서 탑승구로 이동한 후 102번 탑승구에 도착한 시간이 9시반.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은 듯하다. 항공편을 기다리면서 뭐라도 작업해보려 했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니 이미 탑승 시작.
아, 이건 기록에 남겨 기억해야겠다. 제주항공의 경우 수하물 제한이 15kg이었는데, 셀프수하물수속을 할 때 보니 15.2kg이었다. 김치류는 기내휴대가 되지 않아 볶음김치도 배낭에서 꺼내어 캐리어에 집어넣었더니 약간 오바한 거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옆에 수속을 지원하던 직원에게 문의하니 여기서 검사할 때는 17.5kg까지 가능하다는 답을 하더라. 그래서 무사히 수하물 수속 완료. 생각해보니 그랬으면 배낭에서 우산 등 몇 가지를 꺼내어 캐리어에 집어넣는건데, 이건 나중에 생각이 났다.
암튼 현재까지는 지난번 캐나다 미국 여행 때처럼 어드벤처 영화를 찍지 않고 걍 일상을 다룬 지루한 영화가 되었다. 앞으로는 어떠할지...
그리고 출국하는 이들 복장을 보니 반바지에 샌들 차림을 한 이들도 많더라. 몽골에서 여차하면 운동화를 버리고 슬리퍼를 신고 한국에 입국해야겠다.
일부 승객 기다림으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단다. 곧 출발할 예정이라고...
내 옆자리의 승객은 몽골인인데, 계속해서 통화를 한다. 그리고 승무원이 뭐라고 해서 한국말 하는 지인과 승무원이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기내 캐리어에 들어있는 전자담배를 폐기하고 들여왔다는 것. 전자담배는 기내소지 불가능해서 그렇게 했다며 양해 부탁한다고... 그렇게 되는군. 스프레이 등도 아마 회수될 듯...
10시 25분 이제 출발한단다.
나는 잠이나 자야겠다. 아까 102번 탑승구로 가면서 약국에서 5천원 짜리 종합감기약을 사서 한 알을 복용했고, 새벽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기에, 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빵 한조각을 먹기도 해서 그냥 자기로 했다. 기내방송이 나오지만 눈이 감긴다. 나중에 봅시다.
 
ㅇ 12:40
현지시간이다. 한국은 1시 40분이다.
곧 징기스칸공항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러면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나?
길들이 초원과 확연히 구분된다. 신기하다.

현지시간 12시 50분에 징기스칸공항 도착.
느낌은 많이 색다르다. 내리면 또 다르겠지?
 
ㅇ 12:59
공항이 조그만해서 입국심사를 받는데, 제주항공을 타고온 우리밖에 없는 듯하다. 여권만 있으면 되겠지?
 
ㅇ 13:18
수하물 나오는 곳에서 캐리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수하물이 빨리 안나오니 갑자기 퀘벡에서의 악몽이 떠오른다. (몸은 도착했는데, 수하물은 경유지인 LA에서 묶여 도착하지 않아 퀘벡에서 이틀동안 난감했었다) 캐리어가 나오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공항에서 이번 여행에 동행하는 이들이 도착할 때까지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니...
 
ㅇ 13:42
징기스칸공항은 작은 공항이다. 대합실도 작은 편이고.. 부산 김해공항보다 작다고 해야 하나.
패스트푸드점과 커피매장은 당연히 있다. 화장실도 있고... 공용와이파이도 된다.

다만, 공항에는 콘센트나 usb포트 같은 건 잘 보이지 않는다. 혹시 2층에는 있으려나? 출발하는 곳에서는 있을 수도 있겠다. 암튼 공항에서 뭔가 일을 해보려던 계획은 불발될 듯...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여행사와 함께 떠났다. 이제 다른 비행기로 오는 지인을 기다리는 듯한 몽골사람들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혼자 있으니 짐을 놔두고 어디 가기도 거시기하다.
하늘은 맑다. 
공항 대합실로 나와서 빵을 먹었다. 집에서부터 가지고 오길 잘 했다. 눈치만 안보면 닭강정도 꺼내서 먹을 텐데, 내가 그런 배짱은 없다.
콘센트 있는 곳에서 휴대폰 충전도 하고 작작업도 하면 딱인데... 한번 찾아봐야지.
 
ㅇ 14:10
콘센트 있는 곳(특히 다른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와서 노트북 충전도 하고 심플노트로 글도 쓰고 있다. 의자까지 있으면 딱인데, 그것까지 바랄 수는 없을 듯하다. 이 자리가 최선이다. (나중에 공항 2층 대합실에 작업할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 콘센트까지 있는 걸 알았다.) 
이제 작업을 해보자.
노트북을 쓰려고 보니 가지고 온 마우스가 반응이 없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방전된 모양. 쩝... 이것도 나중에 국영백화점에서 구입해야겠네.

징기스칸공항 앞 풍경

 
ㅇ 17:09
픽업차량을 타고 숙소로 가고 있다.
이미 울란바토르에 접어든 것 같지만, 여기 경치를 볼 것은 없고...
4시 10분에 ㄱ,ㄴ 커플이 짐을 찾아 나와서 가이드와 만났다.
그리고 가이드가 알려준대로 공항 2층 환전소에서 환전. 국영백화점에서 환전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단다. 이미 ㅇㅈ이가 준 투그릭이 있었지만, 공금으로 개인당 7만원씩, 총 72만 5천투그릭을 환전했다.
 
■ 2일차

ㅇ 05:11 맑음
알람은 5시40분경으로 맞춰놨는데, 예상대로 4시경에 눈이 떠졌다. 화장실로 가서 일을 보고 샤워까지 하고 나니 5시가 다 된다. 그 사이에 ㄱ씨도 일어났는데, 나 때문에 깬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암튼 핸드폰을 다시 껐다가 켜니 데이터가 잡힌다. 애초에는 데이터가 되면 카톡으로 통화를 할 수 있는 폰으로 갈아타려 했는데, 귀찮아서 이번에 새로 산 공기계에 그대로 몽골유심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카톡통화할 일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장소에서 데이터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진 않을 듯하다.
ㅇㅈ이가 준 몽골돈이 32만 6천 투그릭 정도 되었다. 1원이 2.7투그릭이고, 100투그릭은 37원이다. 12만원 정도 되는 건가?
암튼 공항에서 자야 호스텔까지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운전하는 직원이 숙소 장소는 알았지만 한국말을 못해서 그와는 아무 말도 못했다.
가는 도중에 유심을 갈아끼웠는데, ㄴ의 아이폰은 되고, 안드로이드인 내 것과 ㄱ의 것은 안된다. 그래서 어제는 ㄴ의 폰의 구글맵으로 울란바토르의 여기저기를 찾아다녔다.

자야호스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가이드가 그것까지 체크를 해야 했던 모양이다. 운전사는 호스텔 앞까지만 우리를 데려다주고는 그냥 가더라. 그래서 난감했는데, 다행히 호스텔에서 나오는 한국 친구들이 있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 3층의 프론트도 엘리베이터로 바로 갈 수 없었고, 4층까지 가서 3층으로 내려와야 했다.
3층에 샤워실이 딸린 화장실이 3곳이고, 우리가 머무는 방도 그럴싸했다.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3인실 1인당 하루 2만천이었고, 그래서 그 돈은 카톡송금으로 이틀치 4만 2천원을 보냈다. 이것도 카톡이 되어야 하는구나. 3인실에 6만3천원이면 적절한 건가?
그리고 나서 전날 울란바토르에 도착해있던 ㄷ,ㄹ 부부를 만나러 국영백화점 쪽으로 이동했다. 구글맵과 카톡 통화가 있어 쉽게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국영백화점 옆 레스토랑 &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더라. 그들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우리 셋은 저녁식사하러 이동. 
ㄷ네 부부를 만난 시간이 6시경이고, 검색하여 바로 옆 식당으로 갔는데, 거기는 몽골식을 파는 곳이어서 몽골식 음식은 일주일 동안 자주 먹게 될 거라 대신 구글맵을 검색하여 평이 좋은 레스토랑으로 갔다. 5분쯤 걸었나. 지하보도를 통해 갔다. 낙서가 많이 되어 있는 거기도 사진을 찍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통과.
우리가 간 곳은 Rosewood Kitchen + Enoteca라는 이탈리아 식당이다. 식당에서 추천하는 건 고기가 1그램당 135투그릭인가 되어서 상당히 비싸다는 생각에 피자와 파스타를 시켜서 먹었는데, 결과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맥주도 로컬 맥주로 해서 500ml 한 잔씩 마셨는데, 1인당 3만4천투그릭이 나왔다. 1만3천원 정도 되는 건가? 물론 몽골인들에게는 꽤 되는 가격이지만, 우리에게는 괜찮은 가격이었다. 추천할 만하다. 대기시간도 꽤 되었지만, 이 정도면 몽골에선 준수한 수준.

그리고 국영백화점으로 와서 ㄷ네 부부와 만나 어떻게 할까 논의하다가 술을 사가지고 가서 숙소에서 먹기로 했다. 1층과 지하에 마트가 있었는데, 그럭저럭 싼 편이다.

숙소에 돌아와서 다른 이들이 오기 전에 샤워를 하자고 하여 씻고 주방으로 모인 시간이 8시 50분 정도. 시간이 잘 가더라.
10시 정도까지 마셨는데, 술과 안주가 다 맞아떨어졌다. 한국에서 가지고 간 닭강정도 다 해치웠다.

그리고 나서 취침한 시각이 11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눕자마자 골아떨어졌다고 하는데, 코를 좀 골았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이 불편할까 걱정된다. 오늘부터는 내가 제일 늦게 잘까?
동행들이 모두 괜찮은 친구들이다. 호칭 정리도 하여 나를 형님이라고 하기로 했는데, 여성인 ㄴ과 ㄹ은 첨에 삼촌이라 하려 했단다. 쩝.. 그럴 나이이긴 한데, 듣는 삼촌이 서운...
이번 여행은 ㄴ과 ㄹ이 주도를 하고 ㄱ과 ㄷ은 따라가는 식이다. 나도 이런 식이면 좋을 텐데, 올해 초까지 사귀었던 친구는 여행 다닐 때 내가 적극적이고 주도하길 원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게 헤어진 이유 중의 하나일지도...
5시간으로 수면이 충분할까? 난 차 안에서도 잘 잔다고 자위해본다.
여기까지... 오늘부터의 여행이 기대된다.
현재시간 5시59분. 잠깐이라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볼까. (자야호스텔에서도 와이파이가 되었다).
 
ㅇ 07:39
푸르공을 타고 투어 시작했다. 우선 11시 마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간단다.
7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숙박 결제가 이중으로 되는 바람에 숙소 매니저와 실강이를 하는 통에 정작 컵라면과 떡국, 누릉지를 거의 못먹고 나왔다. 물론 나는 먹을만큼 먹었고...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도 7시부터라 여기에도 손을 못댔고...
추가액을 공동분담하기로 했는데, 20달러 추가하는 선에서 호스텔 측과 조정을 했다. 이건 나중에 결산하는 걸로.
짐은 미리 다 꾸려놨으나, 어영부영하다 보니 내가 밤에서 제일 늦게 나왔다. 그래서 5~10분 늦게 투어일정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타는 푸르공은 생각보다는 넓은 편이었으나 차 자체가 노후해서인지 포장도로에서도 상당히 흔들렸는데, 비포장도로에서는 어떠할지 상당히 우려된다.
일단 선크림을 바르고 시작. 자리도 다 같은 게 아니어서 돌아가면서 자리를 바꿔 앉아야할 듯하다. 
7시 51분 기름을 넣으려고 어느 주유소에서 멈췄다. 드디어 가이드와 대화. 가이드 이름은 보트카, 운전기사는 아므가라고 한다. 보트카는 한국에서 3년 있었고,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한다. 다행이다.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아서 혹시 한국말로 소통이 안될까 걱정을 했다.

ㅇ 08:02
이제 초원이 계속된다. 수많은 말들과 게르가 이어진다. 앞으로 사막 말고는 이런 풍경이 계속되겠지? 푸른 초원이라 눈이 힘들지는 않다.

아침이라 그러한 것이겠지만, 창문 사이로 바람이 잘 들어와서 에어컨이 없어도 그리 덥지는 않다. 한낮에는 어떠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걸 타고 움직이긴 쉽지 않을 듯하다.
초원 사이사이에 전봇대가 보인다. 그걸 통해 전기가 공급되겠지?
숙소에서 상당히 많은 이들이 묵었던 듯하다. 우리가 떠날 때 즈음인 7시에 젊은 한국 친구들이 식사하러 나왔고, 6시경부터는 모두 세면장을 쓰고 있어서 샤워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역시 일찍 서두르는 게 남는 장사다.
함께 잠을 잔 두 친구에게 물어보니 난 불을 끄자마자 잠에 들었다고 한다. 코도 골았다고 하고... 다행히 계속 그런 건 아니고 골았다 말았다... 난 몰랐던 사실이다. 다음부터는 내가 맨 마지막에 잠들어야 하나 싶다.
푸르공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구조는 아니고 뭔가를 해야 하는데, 다들 조용한 편이다. 부부, 커플끼리 조용하게 대화를 나눌 때가 있고..

ㅇ 08:21
좀전에 기름을 채울 때 화장실에 다녀왔다. 급하진 않았지만 야외 화장실 사정이 어떠한지 궁금해서...
정말 열악하다. 푸세식이고 똥파리가 엄청 많아서 대변을 보기는 힘들고, 소변을 보려고 해도 많이 망설여야 할 듯하다.
일행에게 그리 얘기했더니 자신들은 차라리 풀숲에서 하겠다고... 그런데 과연 그게 쉬울까. 하긴 앞으로는 더 사람이 없을테니...

ㅇ 12:26
여전히 초원을 달리고 있다. 지금은 포장도로. 10시경에 비포장도로가 시작된 뒤에 푸르공에서 잠을 자긴 틀렸구나 싶었다. 하지만 모두들 그 흔들림 속에서도 잠을 잔다. ㄱ은 내가 제일 잘 자더라고 한다. 하긴 한국에서도 회의시간에 잘 졸았으니 이 정도는...
8시반경에 마트에 들려 장을 봤다. 마트 이름은 nomin이다. 이게 상호인지, 마트의 다른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영백화점에서와 같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게 대형할인마트다. 몽골 전역에 몇 개 되지 않는다.) 거의 매일 마트에 들린다고 하여 공용비용으로 로컬맥주와 보드카, 오렌지쥬스, 과자 등을 샀다. 컵라면도 샀는데, 아무래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듯하여 산 것 같다. 나는 별도로 내 취향을 드러내지 않기로...

포장과 비포장이 교차하는 길 속에서 바깥풍경은 점점 풀이 줄어드는 초원으로 바뀌는 듯하다. 말을 키우는 곳뿐만 아니라 염소와 양을 기르는 곳도 보인다.
이제 12시 반이 넘어서 배가 고프다. 거의 2시간을 비몽사몽으로 왔던 내가 눈을 뜬 것도 배가 고파서일지도 모른다. 차가 언제 멈추게 될까.

ㅇ 13:35
다시 주유를 한다. 연비가 안좋아서일 수도 있고, 상태가 안좋은 도로를 상당히 멀리 다녔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12시반이 조금 넘어 몽골식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양고기류다. 역시나 ㄴ과 ㄹ은 잘 먹지 못한다. 나는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근처에 식당이 없어서인지 몽골인들도 많이 와서 식사를 한다. 메뉴를 다양하게 하려면 양고기 외에 다른 고기로 음식을 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물론 메뉴는 상당히 다양하다. 모두 양고기로 만든...

버스가 몽골사람들을 대절해서 식당에 왔다갔다 한다. 
이제 드디어 구릉 같은 것도 없다. 그냥 멀리까지 초원이다.
잠은 잘만큼 잤고, 차안에서 뭘 하지? 차강 소브라가까지는 3시간 안쪽이다.
 
ㅇ 15:41
오전에도 차에서 잠을 잤기에 오후엔 졸음이 오지 않을 줄 알았더니 잠을 자는 거 말고 할 게 없었다. 벌써부터 책을 읽을 순 없고 읽을 환경도 안 되고... (책을 두 권 가져 갔는데, 몽골여행을 마칠 때까지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다, 아니 읽지 않았다)
그래서 1시간이 넘게 잤다. 인간은 신기한 동물이다. 환경에 맞게 잘 적응한다. 아마 어르신들은 이런 차로 다니기 어려울 듯하다. 나도 상대적으로 어르신이긴 하지만...
이제 차강 소브라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몽골의 그랜드 캐넌이라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일몰 때는 어려울 듯하고, 내일 일출 때 여기에 다시 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가이드가 그런 유드리는 없을 듯한데...
  
ㅇ 17:29
차강소브라가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 도착했나?
(추가: 울란바타르에서 남쪽으로 약 480km 떨어져있는 차강소브라가(Tsagaan Suvraga / Цагаан суварга)는 몽골어로 ‘하얀불탑’이라는 뜻을 가진 지형을 말한다. 높이 60미터, 넓이 400미터의 이 지역은 과거 바다였던 곳으로 오랜세월 풍화, 침식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하는데, 생각한 것만큼 근사하진 않았다. 물론 시간 여유도 있고, 날씨가 흐리지 않았다면 좀더 시간을 보내면서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그 정도까지 무리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 눈치여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
다들 절벽의 경치에만 신경쓴 나머지 추강소브라가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하얀불탑에는 신경을 쓰지 않더라. 뭐든 알고 봐야 제대로 보이는 게 아닐까.
다시 차량으로 돌아오니 우리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 차량에 올라가 온갖 포즈를 잡고 있는 거였다. 정말 예의 없는 넘들. 아마도 스타렉스로 이동하는 친구들일 텐데, 푸르공을 가지고 뭔가 괜찮은 그림을 남기고 싶었다면 양해라도 구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들 때문에 살짝 맘이 상했다.)  

(차강소브라가로 가는 길에 가이드가 도마뱀을 잡았다. 나중에 몽골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이 도마뱀은 엄청나게 재빨랐는데, 가이드는 어떻게 잡을 수 있었는지... 작아서 그러한지 엄청 귀여웠다.) 

 
ㅇ 다음날 00:19 맑음
게르에서 잔다. 많이 얘기되었던 것처럼 그리 춥지도 않고 오히려 너무 덥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판이다. 더워서 게르 윗쪽을 열었더니 시원하기도 하고, 경치도 멋있다. 해질 무렵의 노을도 

이게 8시 40분경 사진이다.

10시반 넘어서까지 일행들과 술을 마시고(로컬 맥주 한캔씩과 에덴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섞은 걸 마셨다) 이후에 별을 보았다. 별이 쏟아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 터이다. 한국에선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보지 못했던 듯하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무지개를 본 것은 날씨가 흐린 데 따른 덤. 

별과 관련된 여러 노래들을 들으면서 함께 별을 보는 맛이 이런 것이었나? 이를 눈에만 담고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저녁식사는 양고기가 나오는 식당밥 대신 가이드가 사온 제육볶음에 밥을 먹었다. 나름 만족스러웠다. 제육볶음으로 맛없기는 힘들다. (다만, 나중에 설겆이를 하는 걸 보니 물티슈로 쓱싹쓱싹.ㅠㅠ 위생이 걱정스러웠다.)

가이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모객을 하고 여행사를 섭외했던 ㄴ이 여행사에 요구조건으로 침낭과 경험많은 가이드를 원했다던데, 사실상 사기를 당한 거다. 크레임을 걸어야 하나. 다만 가이드가 착한 분이어서 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알아보니 올해 몽골에서 한국인의 여행수요가 폭발적이어서 가이드 난이 발생했다고 한다. 가이드들도 좀더 대우가 좋은 곳으로 쉽게 옮기고... 여행사간에 가이드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해는 되었다. 우리 가이드도 우리와 만나기 전날 섭외되었다니 알만하지 않은가? 가이드는 거의 우리와 함께 여행을 즐기는 수준.ㅠㅠ)
암튼 푸르공을 타고 이동하는 건 고역이었지만, 별을 본 것은 넘 좋았다. 이 맛에 몽골에 오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번 여행에서 별을 제대로 본 것은 이날을 포함하여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비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여름에도 밤에는 쌀쌀해서 밖에서 계속 별 보고 있기 힘들었다. 별보기에만 초점을 맞춰 몽골을 찾아서는 안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