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아직 가고픈 곳이 많은데... (해외여행)

몽골여행 7박8일 3일차 - 욜린암

새벽길 2023. 8. 16. 01:44

■ 몽골여행 3일차

ㅇ 05:51 맑음
5시 반에 일어났다. 사실 그리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늦게 잠들었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이다. 3시반경에 잠시 눈을 떴고, 또 4시반에도 일어났다. 그리고 5시반 기상. 이 정도면 잠을 잘 잔 거라 하기 힘들다. 암튼 게르는 그리 춥지 않았고, 오히려 이불을 차내고 잘 정도였다. 다른 곳도 이런 식이면 추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여행자 게르라서 그러한가? 차강소브라가의 게르는 대부분이 우리가 묵은 곳과 같은 구조던데...

암튼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갔는데, 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어제 밤 늦게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새벽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전기도 되지 않아서 불도 들어오지 않고... 그래서 대변도 물을 내리지 못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려나? 
당연히 샤워도 할 수 없었고, 샤워장 샤워기의 남은 물로 손만 씻었다. 이러다가 물티슈로 세수만 하고 떠나야 하는 건 아닐까?
세면하러 이것저것 챙기다보니 어제 울란바토르 숙소 화장실에 마이비데를 그대로 놔두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밤에 캐리어를 정리하면서도 마이비데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다른 친구들도 가져왔다고 하니 나중에 빌려야겠다.
5시반에도 이미 해는 떠있었다. 다만,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가 않더라. 꿈 속에서 운전기사와 가이드가 차강소브라가 일출을 보러 간다고 하여 나도 함께 가자고 했던 게 떠오른다. 차강소브라가에서의 일몰, 일출이 그리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암튼 이제 뭘하나? 바깥 산책이나 더 해봐야겠다. 옷만 갈아입고...


ㅇ 08:36
애초에는 8시경 나서려 했는데, 어찌하다보니 8시반이 넘어서 출발하게 되었다. 
아침은 어제 먹고 남겨두었던 밥과 제육볶음으로 비벼서 먹었다. 남기지 않고 운전기사님까지 다 먹었다. ㄹ이 아침식사를 먹지 않아서 충분했는지도...
아침에 발전기가 고장이 나서 물이 나오지 않았던 모양. 7시반이 넘어서야 고쳐졌다. 그래서 다들 뒤늦게 세면과 양치질을 하였다. 샤워까지는 어려운 시간이다. 나도 다시한번 세면을 했다. 샤워까지는 못하고...
암튼 첫번째 게르는 그럭저럭.
다음 일정을 위해 차가 출발하는 걸 기다리다가 어제 보았던 작은 도마뱀을 보았다. 너무 빨라서 사진에 담는 것도 힘들었다. 그리고 드넓고 삭막한 초원(?)을 배경으로 다른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배경이 단순해서 그러한지 사진이 괜찮게 나온다. 나도 게르촌을 배경으로 한 컷.

이제 욜린암으로 가던가. 가이드가 다른 게르촌에 들러 길을 물어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차체가 넘 흔들린다. 더이상 글을 못쓰겠다. 이상.
 
ㅇ 11:36
11시20분경 사막으로 가는 입구 비스무리한 곳에 멈춰 화장실에 갔다. 역시 푸세식이다. 조금 지나서 시내가 보이고 대형마트가 보였는데, 그 마트는 공사중이었다. 그래서 다른 마트로 이동했다.
9시반경부터 포장도로에 들어섰다. ㄱ이 리무진을 탄 느낌이라고 하여 모두 공감하며 웃었다. 그리고 나서 잠들었다.
그 전 10시경에 낙타들이 떼로 모여 있어서 환호성을 질렀는데, 가이드가 내리자고 하여 잠시 쉬면서 낙타를 찍었다. 낙타들이 귀엽다. 

 
ㅇ 14:11
욜린암으로 가는 중. 앞으로 30여분 가면 도착한다. 다들 피곤한지 졸고 있다. 나도 잘까말까 하다가 메모를 하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나중에 복기하기도 귀찮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11시 20분경 Өмнөговь аймгийн угтах хаалга라는 곳에 도착했다. 고비사막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환영문이다. 여기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럴싸하게 나온다. 화장실도 있는데, 역시 푸세식이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그냥 점심 식사할 때 이용하는 게 낫다.

다른 이들과 같이 반대편 도로를 배경으로 설정 샷.

11시39분에 마트에 들어섰다. 여기도 노민마트다. 오늘 것뿐만 아니라 내일과 모레 장을 봤다. 다음부터는 마트 가기가 어려워서 그렇단다. 그래서 술과 안주 등 3일치를 몽땅 샀다. 총 비용은 29만 5천 투그릭. 11만여원어치다. 보드카 3병과 맥주캔 15개 등을 샀는데도 그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에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난 몽골 아이스크림을 포함 2개를 샀다. 욕심이다. 다른 걸 덜 먹어야지. 아이스크림은 대부분 러시아 또는 중국제이고 몽골제 아이스크림은 거의 없다. 
그리고 나서 고기를 파는 수퍼마켓에 들러 저녁식사용 삼겹살을 사고, 현지식당으로 이동. 여기서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당연히 화장실은 푸세식은 아니다. 한국에서 대부분이 푸세식이었던 예전엔 그게 자연스러웠는데, 이젠 푸세식에 잘 적응이 안 된다. 라오스나 캄보디아 여행도 그러하겠지?
식당은 한식도 있었다. 몽골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ㄴ, ㄹ을 배려하여 닭도리탕과 불고기를 시켰다. 음식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구글맵 리뷰에 메뉴가 너무 늦게 나온다는 평이 있어 우려도 했지만, 준수한 수준이었다. 닭도리탕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먹을 만했고, 불고기는 맛있었다. 그래도 ㄴ은 볶음고추장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나도 다음 점심부터는 볶음김치 캔을 하나씩 꺼내놓기로 했다. 시원한 콜라도 함께 마셨다.

그리고 나서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몽골식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몽골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것 중에 몽골식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울란바토르에서 길거리음식으로 팔았는데, 거기서는 먹지 못했고, 여기에 와서 먹게 된 거다. 하나에 2000투그릭이다. 애초에 ㄴ이 먹자고 하여 울란바토르에서 먹지 못했던 나와 ㄱ까지 3명만 먹었는데, ㄴ은 인증사진을 찍고 한입 먹더니 약간 맛이 진하다며 못먹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도 ㄱ의 차지. 이전 마트에서 사먹었던 몽골 아이스크림과 유사한 맛이었다. ㄴ에게 몽골은 잘 안맞는 모양이다. 그래도 별 보는 건 좋았다고...

난 삼디다스 슬리퍼를 가지고 왔는데, 다른 친구들이 신은 샌들이 괜찮아보였다. 다음 여행 때는 그걸 준비해야지.
2시 35분 다시 비포장도로다. 글쓰기는 이만...

ㅇ 17:43
5시반이 넘어 욜린암을 나섰다. 이제 숙소로..
피곤하다.

다음은 다음날 아침에 쓴 내용. 
(추가: 2시 40분경 욜린암에 도착한 줄 알았더니 무슨 자연사박물관이다. 몽골에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보여준다. 박제가 잘 되어 있어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조금 애처로운 감도 있고... 그 옆에 있는 기념품가게에도 들렀는데, 별 볼 게 없었다.

3시가 넘어 20여분 차로 달려 욜린암 협곡에 도착했다. 욜린암(Yolyn Am/Ёлын Ам (Lammergeier Valley))은 원래 조류보호구역으로 특히 ‘열(맹금류조류)’이라는 새를 관찰하는 곳이었으나, 여름에도 서늘하여 4계절 내내 녹지 않는다는 얼음골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6월말이 지나면 골짜기의 얼음을 볼 수 없다고 하였지만, 우리는 녹지 않은 얼음을 볼 수 있었다. 
욜린암은 고비여행코스 중 승마체험이 가능한 유일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욜린암으로 가거나 오는 길에 말을 탄 이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크래킹 코스로 욜린암을 추천할 만하다. 주변의 훌륭한 경치도 보면서 천천히 걷는 맛이 넘 좋다. 함께 간 친구들도 고비사막과 함께 욜린암이 제일 좋았다고 얘기하더라. 왕복 4km 정도 된다.

이날은 가는 길에 선글라스를 썼다. 선글라스는 항상 어색하다.

욜린암은 차강소브라가보다 더 볼만했다. 7월의 날씨에 그런 얼음덩이가 있다니... 욜린암까지 가는 2km 남짓한 트래킹도 할 만했다. 도중에 미끄러져서 운동화와 반바지가 물에 젖었는데,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젖은 것도 금방 말랐고..
돌산인 주변경관도 볼 만하더라. 그리고 방목한 말과 야크를 보는 맛도 그럭저럭... 다만, 욜린암이 말타기 코스가 가능한 곳이라서 말을 타는 이들이 꽤 많았는데, 약간 동물학대 느낌이 들어서 거시기했다. 이러다가 테를지에서도 말을 타지 않을지도...
욜린암 트래킹코스는 하류로 내려가는 것이라 갈 때보다 올 때가 더 힘들었다. 물론 혼자라면 금방 갔다올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이런 곳은 절친과 얘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트래킹하는 게 정석일지도... 

거대한 얼음덩이 위에서 한 컷

욜린암의 끝까지 가면 막힌 곳이 나올 줄 알았더니 가는 길이 하류였다. 길이 막혀있지 않고 다른 길로 연결된다는 얘기. 그래서 다른 이들이 오지 않는 곳까지 가서 되돌아왔다. 오는 길에 야크도 보고... 새끼 야크가 귀엽다. 

그리고 숙소로. 숙소는 그리 멀지 않았다. 욜린암 근처의 숙소는 어제 묵었던 곳보다 훨 나았다. 우선 화장실과 샤워실을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숙소마다 전기를 쓸 수 있다는 점, 그것만으로 족하다. 그리고 식당 냉장고에 술과 물, 반찬 등을 넣어놓을 수 있었다. 역시 여행자게르가 그나마 낫다. 나중에 다시 오더라도 여행자게르로...
여기는 우리가 함께한 여행사의 본거지 같다. 게르들 앞에 늘어선 차량들이 대부분 렛츠고다. 차량도 푸르공이긴 한데, 우리 차와는 다르다. 렛츠고 마크가 찍혀 있고, 좌석이 편해보였으며, 상대적으로 신형이었다. 우리끼리 얘기해본 결과 우리가 여행사에 호구 잡힌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경험많은 가이드와 침낭만을 요구했는데, 쓸 일이 없는 침낭만 있고, 나머지는 충족되지 않았다. 보트카 가이드도 갑작스레 섭외가 되었고, 차량도 여행사 차가 아니다. 우리 푸르공은 운전기사의 개인차량이어서 그런 로고도 없었다.ㅠㅠ 우리가 불만사항이나 요구조건이 별로 없다 보니 그래도 되는 팀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역시 여행사에 많은 주문과 요청을 해야 좋은 취급을 받는 모양이다.
여기 게르는 옆 게르의 소리가 잘 들린다. 그만큼 묵는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다. 대부분 한국인, 그것도 20대의 젊은 친구들이고... 클레임을 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뭐 즐겁게 잘 지내고 있으니...
ㄴ의 말을 들으니 렛츠고여행사는 러브몽골에 들어가지 않은 여행사라고 한다. 러브몽골에 돈을 내지 않으니 같은 가격이라도 좀더 낫지 않을까 싶어 계약을 했다는데, 우리에게 이런 대우를 하다니... 9월에 다시 몽골에 온다면 이런 면을 고려해야겠다. (다른 여행사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는데, 왜 우리만 이런 취급을...ㅠㅠ)
저녁식사는 삼겹살. 역시 삼겹살은 어디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만, 가이드가 너무 넉넉하게 사는 바람에 많이 먹었어도 상당히 많이 남았다는 게 문제. 다른 곳도 우리와 비슷하게 삼겹살을 먹는 곳이 있을 텐데, 개가 문 앞에 와서 지켜보는 통에 술안주로 쓸 구운 삼겹살을 그 개에게 던져주었다. 이를 기억해서인지 아침에도 우리 게르 앞에서 어슬렁거리더라. 그래서 다른 여행객들이 우리가 데려온 걸로 착각하기도...

식사 후에 다시한번 술판. 역시 보드카 한 병과 맥주 한 캔씩.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2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