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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 기각 결정

새벽길 2023. 7. 26. 10:35

재는 국회가 제기한 △사전 재난예방 조치 의무 △사후 재난대응 조치 의무 △부적절한 발언 등의 문제가 재난안전법·국가공무원법 등 법령이나 헌법 위반까지 이르진 않았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헌법재판소가 존재가치를 부정했다”며 반발했다. 그럴만하고, 당연한 반발이다. 헌재는 정치적 사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헌재는 '정치적'이라는 측면에 너무 소홀하다.
중앙일보는 거야의 무리한 '정치탄핵'이라고 하고, 조선일보는 거야의 탄핵소추로 '안전 공백'이 발생했다고 했다. 탄핵소추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더욱이 이상민 장관이 있었다면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헌재 결정이 면죄부는 아니다. 헌재 벌개 의견에서도 이상민 장관의 법령 위반 소지를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법적 책임은 몰라도 정치적 책임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를 어떻게 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며 야당 책임론을 꺼내는 윤석열 정부나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을 보면 뻔뻔함의 정도를 넘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에겐 책임정치라는 게 없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향후 이와 유사한 국가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국가와 관료들이 책임을 면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 없다. 더욱이 더 중요하게는 이번에도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헌재는 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 이것은 국가가 아니면 누가 담당해야 할까? 세월호 참사 때도 국가는 없었다. 헌재의 존재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소추에 대해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리기까지 관련 기사를 담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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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7638 
끝내 불발된 이상민 탄핵... "그럼에도 그는 책임 있다" (오마이뉴스, 23.07.25 15:57 l 박소희(sost))
헌재 소수의견 '공무원 의무 위반' 지적... "잘못 인정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 자진사퇴 촉구도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 압사 참사 대응이 탄핵에 이를 정도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소수의견은 파면 사유가 아닐 뿐, 그가 공무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맞다고 했다. 야당도 "면죄부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헌재 결정 후 페이스북에 "많은 국민이 생명을 잃은 국가적 참사 앞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 부끄럽다"며 "대통령,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경찰청장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또 "민주당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묻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헌재 결정을 존중하나 헌재가 행안부 장관의 책임까지 면제해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라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함께 해야 할 무거운 책임도 확인했습니다. 여전히 국가의 책임과 행안부 장관의 직무유기는 명백하게 남아 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또 "행안부 장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국민 사과"라며 "지금이라도 겸허한 자세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다. 유가족을 찾아뵙고 고개를 숙이시라. 원망과 질책을 달게 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행안부 장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을 해임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도 밝혔다. 
"국민은 이미 판결 내려… 이상민, 국민 세금 축낼 건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로 "헌재 결정, 매우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또한 "오늘 헌재의 탄핵안이 기각됐다고 해서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장관이 이태원 참사 책임의 면죄부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미 국민들은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고 짚었다. 이어 "장관 무늬만 달고 국민 세금 축내는 무용한 삶을 살 것인지,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정치적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일지는 이상민 장관의 몫"이라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역시 "그럼에도 그(이상민 장관)는 책임이 있다"며 헌재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최근 50명이 사망하고, 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극한 호우 참사에서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똑같다"며 "'대통령이 간다고 달라질 게 있냐'는 대통령, '오송에 갔다고 해도 상황 바뀔 것 없었다'는 충북도지사의 입장은 참사를 대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이상민 장관뿐만 아니라 정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탄핵심판 기각이 이상민 장관이나 윤석열 대통령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법의 영역, 정치의 영역, 윤리의 영역은 각기 다른 것이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권의 책임은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감사원은 연말로 미룰 게 아니라 당장 이태원 참사 감수에 착수해야 한다"며 "무능했던 박근혜 정부도 세월호 참사 뒤 곧장 감사원 감사에 착수했다. '세월호 7시간'도 수사했던 윤 대통령이 박근혜만도 못한 태도와 무책임으로 일관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https://www.news1.kr/articles/5120298
이상민 탄핵 기각에 "헌재 마저 상식 외면" vs "탄핵소추권 남용"(종합)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김예원 기자, 조현기 기자, 정지형 기자, 김정률 기자 | 2023-07-25 17:09) 
유가족·야당 "헌재, 상식적 요구 외면…李에 정치적 책임"
대통령실·여당 "참사마저 정쟁 삼아…국민 심판 받을 것"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장관 탄핵 청구에 기각 결정을 내리자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상반된 반응을 내놓으면서 상대편을 겨냥했다. 이태원 유가족들은 이날 기각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를 비판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헌재가) 상식에 기반한 요구를 외면했다"면서 이 장관을 겨냥해 "부끄러움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장관이 참사 수습 과정에서 희생자의 존엄과 유가족의 권리를 훼손하고 국가의 재난 안전 총괄 의무를 회피하는 등 파면 이유는 차고 넘쳤다"고 주장했다.
보수단체가 이태원 참사와 북한이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양측이 충돌해 유가족 2명이 실신하고 1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 민주당 "이상민 정치적 책임 여전…감사원 당장 감사 착수해야"
민주당은 헌재가 법적 책임을 묻진 않았으나 이 장관이 정치적·정무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용진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법의 영역, 정치의 영역, 윤리의 영역은 각각 다른 것이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권의 책임은 온전히 남아있다"며 "감사원은 연말로 미룰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이태원 참사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충남 부여군 수해복구 지원활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제1책무이며 행안부 장관은 그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직책"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탄핵소추 추진이 무리했다는 여당의 주장에는 "헌법이 보장한 탄핵이 기각됐다고 해서 탄핵 추진이 반헌법적이라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행위를 국회가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라며 "무리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 대통령실·국힘 '야당 책임론' 언급…"탄핵병 죗값 치를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재 결정 직후 "탄핵소추권 남용"이라며 "이런 반헌법적 행태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 피해만 가중한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은 죗값을 치를 것"이라며 "국민적 참사를 정쟁 수단으로 삼아 국정의 컨트롤센터를 무력화하는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단 한 명의 재판관도 예외 없이 탄핵 사유가 없다고 인정했다"며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근거가 없고 정쟁을 위한 과장된 탄핵소추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결정으로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이 장관은 이날 오후 5시쯤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남 청양군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101693.html
[사설] 이상민 탄핵 기각, 참사 대응 실패 면죄부 아니다 (한겨레, 2023-07-25 18:36)
헌법재판소가 25일 이태원 참사 대응 책임을 묻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 장관의 대처나 관련 발언이 적절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탄핵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데 재판관 9명의 의견이 일치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장관의 부적절한 참사 대응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결론이다.
헌재는 이 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더 신속하게 설치·운영하지 않은 점, 현장에서 더 적극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에 나서지 않은 점 등이 곧바로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이 장관이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탄핵을 하려면 더 명백한 법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은 이 장관이 재난 대응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운전기사가 서울 강남 자택까지 장관 관용차를 갖고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다가 현장으로 출발하는 바람에 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은 “총괄 조정 책임자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으며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거나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등의 무책임한 망언을 한 것은 “재난 및 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 행위”라고 지적했다.
비록 헌재가 탄핵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이 장관의 언행이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점은 재판관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다 체감한 바다. 민심의 심판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 장관은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안도하거나, 무죄 판결이라도 받은 양 의기양양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엄존하는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9개월이 지나도록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단 한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형 참사 때마다 ‘국가의 부재’에 이어 ‘책임의 부재’라는 똑같은 풍경이 재연된다. 그사이 집중호우로 인한 참사가 또 반복됐다. 이러고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101694.html
법 만능주의 윤 대통령, 국민정서 외면…‘책임정치’ 어디로 (한겨레, 김미나 기자, 2023-07-25 18:38)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으로 결론 내면서 재난·안전 관리의 총책임자였던 그에게 요구됐던 ‘법적 책임론’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사법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를 막아섰던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법적 책임도 없다’는 이날 헌재 판단으로 159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의 책임은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게 됐다. 국민 주권의 원리에 따라 국가가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책임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헌재 결정 직후 “거야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이 장관 탄핵심판을 청구한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이번 탄핵소추의 시작점인 이태원 참사와 부실 대응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 대신 대통령실은 “탄핵소추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국회의원 173명의 동의를 얻은 탄핵소추안 가결이 “반헌법적 행태”였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정부와 이 장관에게 제기된 책임론을 강하게 반박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같은 달 10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는 “막연하게 정부 책임이라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듭 사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을 최우선시했다. 들끓는 여론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2월8일에는 대통령실 명의로 “의회주의 포기”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탄핵소추를 야당의 ‘정치 공세’로 몰아갔다.
이는 과거 행정기관의 부실 대응이나 시민 안전 보호 의무 불이행 등으로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국민 사과나 책임자 사퇴 등으로 국민 정서를 다독이고 위기를 돌파하려 했던 과거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사법적 책임 소재를 따지며 정치적 책임을 피해가는 한편, 정치적 책임 요구를 ‘정쟁’으로 치부한 것이다. 반면, 불리한 상황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올해 수해 상황에서 순방 일정 연장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 장모 최아무개씨 구속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김 여사의 ‘명품 쇼핑’ 논란 등에 대통령실은 꿋꿋이 침묵을 지켰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날 <한겨레>에 “기존 정권에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민심을 반영하는 노력을 했다면, 현 정부에서는 법리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모양새”라며 “유권자는 정치인에게 윤리적·도의적·정치적 책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면에서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진 정부에서 책임을 느끼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책임정치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탄핵소추안이 정쟁 소재로 전락하고 여야의 대치 전선이 너무나 뚜렷해진 상황에서 ‘책임정치’라는 의미가 불명확해진 상태”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1704.html
‘참사 책임은 인정, 파면까진 아냐’…이상민 탄핵 기각 72쪽 결정문 (한겨레, 정혜민 권지담 기자, 2023-07-25 19:10)
헌재 재판관 전원 기각 판단…결정문 살펴보니
“9인의 재판관 전원이 기각 판단했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서 이같이 주문을 낭독했다.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중대한” 법률·헌법 위반은 없었다는 결론이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이태원 참사 때 이 장관이 보여준 행보를 두고는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법정의견은 그것이 헌법이나 법률 위반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봤고, 별개의견은 법률에 어긋나지만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72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법정의견(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을 보면,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은 재난 및 안전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사회 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피청구인은 참사의 예방 및 대비, 사후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함을 반성해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의 쟁점인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 등을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던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결론은 이태원 참사가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라”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애초에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으며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교육·안내가 부족하였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참담한 결과이기에, 이 장관에게 그 책임을 오롯이 묻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2022년 10월30일 긴급 현안 브리핑)거나 ‘(수행비서를 기다리다 낭비된 105분에 대해) 이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2022년 12월27일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라는 이 장관의 발언도 법정의견은 “부적절”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곧바로 사과한 것을 보면, 참사의 원인을 왜곡하거나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내어 이 장관의 발언 등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도 파면에 이를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지만 중대한 법 위반이 아니라며 헌재는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정의견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다. 헌재 구성 이후 4차례의 탄핵심판에서 이 법정의견은 반복해 확인되고 있다.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인 관점에서는 당연한 결론이기 때문에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이 나왔다고 본다”며 “헌재는 일관되게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라 법적인 부분으로 파면 여부를 판단해왔다”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관은 대통령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선언을 한 셈”이라며 “국민들이 느낄 안전에 대한 불안 등을 고려하면 아쉬운 판단이다”라고 비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72516060005221?did=NA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 의식했나... 첫 일정으로 수해 현장 둘러본 이상민 (한국일보, 청양·세종= 정민승 기자, 2023.07.25 20:00)
헌재 탄핵 기각 직후 청양 현장 방문
행안부 "앞으로 정책 힘받는다" 환영
일각에선 "대국회 관계 악화" 걱정도
"참담합니다. 오랜 공백이 있었던 만큼 두 배, 세 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결정에 따라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곧바로 충남 청양군의 수해 현장을 찾은 뒤 던진 말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청양은 최근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이날 오후 5시 청남면 인양리 들판을 찾은 이 장관은 무너진 제방을 재축조하는 현장과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둘러봤다. 감청색 민방위복과 검정 등산복 바지에 장화를 신은 이 장관은 대민 지원을 나온 군 장병을 격려하고, 터진 둑을 넘어 온 물에 침수된 주택 복구 현장을 찾아 수해민을 위로했다. 청남면장에게는 금일봉을 전달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최대 현안은 재난이라서 수해 복구 현장을 점검하는 것을 장관의 복귀 첫 일정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세종으로 이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마련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호우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장관이 첫 일정을 '수해 현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관계기관의 대응 미비 탓에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국무조정실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경찰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행안부는 경찰 지휘·감독 부처이자 재난 안전 주무부처임에도 상대적으로 그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헌재가 탄핵 청구를 기각한 이날 행안부는 비서실과 대변인실 등 장관 복귀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간부급 직원들은 대체로 탄핵심판 때문에 빚어진 5개월 여간의 수뇌부 공백이 마무리됐다며, 이 장관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 국장급 간부는 "직무대행(한창섭 차관)이 열심히 했지만, 대국회 업무와 관련 부처와의 협업 등에서는 차관의 메시지만으론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장관의 복귀로 주요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와 분권 △재난안전 대비 △정부혁신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장관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뒤 대외적으로 부처 위상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이 장관의 복귀가 조직의 대외적 위상 강화로 이어지길 바랐다. 한 사무관급 직원은 "장관 부재 때문에 새로 시작하거나 크게 벌이는 사업이 거의 없었다"고 현 상황을 평가하며 "앞으론 조직에 활기가 돌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업무 정지 기간 동안 멈췄던 부처 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이동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태원 참사 책임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한 이 장관이 복귀하게 되면, 재난안전 주무부처로서 쉽사리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이태원 참사 여파로 직무가 정지된 장관의 복귀 시점이 (하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직후"라며 "각종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행안부가 국정운영 주요 부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법적 책임은 벗었지만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장관 부재 중에 차관이 국회를 가면 야당 의원들도 크게 모나게 대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러나 대통령의 복심인 이 장관이 행안부를 다시 이끌게 된 만큼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의 공격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7252108015
이상민 탄핵 기각…“참사 전후 미흡한 조처와 발언, 부적절하지만 법 위반은 아냐” (경향, 김혜리 기자, 2023.07.25 21:08)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심판 쟁점별 기각 이유
① 사전 조치 “이 장관, 위험 징후에 관한 내용 보고받지 못해”
② 사후 대응 “장관이 긴급구조 직접 지휘할 근거 규정 없어”
③ 참사 후 발언 “분명히 부적절했지만 정확한 정보 없을 시점”
‘이태원 참사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으나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위법·위헌적인 행위는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사유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 장관의 재난대응 방식이 미흡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사유 3가지를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는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후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유가족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 장관이 법률에 규정된 의무를 등한시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은 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국가 재난안전 관리 주무장관인 이 장관에게는 재난예방조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밀집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 없는 지역축제에서 벌어진 것이라 법 규정상 이 장관에게 예방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다수 언론이 핼러윈에 이태원에서 수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다중밀집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은 아니었고, 이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으로부터 위험 징후에 관한 내용도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선 피청구인에게 참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긴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중 ‘사후 재난대응 조치’ 부분도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재난 시 초동조치·지휘를 위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지 않았을뿐더러, 그 상위 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참사가 발생한 지 4시간15분이 지난 후에야 가동됐다고 문제를 삼았다.
헌재는 “이 사건 참사는 159명의 사망자와 32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사회재난으로 지역경찰 및 소방, 의료지원단, 지자체와의 통합대응이 요구되는 사건”이라며 “재난안전법이 예정한 대표적 재난대응기구인 중대본과 중수본을 신속하게 설치·운영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의 더딘 대응을 비판적으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 장관의 사후 대응조치가 미흡해 보이더라도 재난안전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장관이 피해 규모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물리적·시간적 한계가 있었던 점, 초동조치 단계에서 중대본이나 중수본이 수행하는 기능이 일부 이행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헌재는 경찰 등 대응 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국회 측 주장도 “재난안전법에는 행안부 장관이 재난 현장에서 긴급구조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 피청구인이 소방재난본부장이나 경찰청장으로부터 특별한 협력 요청을 받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난안전법을 위배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이 장관이 미흡한 대처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국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사후적인 평가의 관점에선 더욱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를 했더라면 인명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직무집행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직무수행을 태만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이 장관의 참사 이후 발언들이 “분명히 부적절”하다면서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참사 다음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현장에 소방이나 경찰 인력이 배치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이 장관의 해당 발언에 대해 헌재는 “사후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고 했다. 다만 발언의 취지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발언 시점이 참사 다음날이라 이 장관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시간이 없었던 점, 이 장관이 문제의 발언 다음날 설명자료를 배포해 유감을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7252108005
“이태원 참사 인지하고도 100분가량 원론적 지휘에 허비” 재판관 3명 ‘성실·품위유지 의무 위반’ 별개의견 (경향, 이혜리 기자, 2023.07.25 21:08)
책임회피성 발언엔 4명 소수의견…“국민에게 큰 실망 안겨”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공무원의 법상 의무를 어겼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은 25일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 결정에서 이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제63조는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품위유지 의무를 규정한다.
3명의 재판관은 이 장관이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1시20분쯤 재난안전비서관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참사 발생을 처음 인지하고도 원론적 지휘에 시간을 허비한 점을 문제 삼았다. 대규모 재난이 될 수 있어 신속한 상황 판단이 긴급했는데도 이 장관이 재빨리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이 장관이 참사를 처음 인지하고 10분 후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전화를 받은 뒤에야 현장 상황의 신속한 파악 등을 지시했고, 아무 대응을 하지 않다가 18분 뒤 재난안전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고 현장 파악 등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구급과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뒤였다.
재판관들은 또 이 장관이 서울 압구정동 자택에서 경기 일산시에 거주하는 수행비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바람에 참사 다음날 0시42분쯤 열린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짚었다. 이 장관은 0시45분쯤에야 참사 현장 인근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20분이 지난 오전 1시5분쯤 현장지휘소에 갔다.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이 장관)의 사후대응은 긴급상황에서 재난·안전관리의 총괄·조정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평균적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즉각적이고 신속한 의사소통을 위해 적극 노력하지 않았고, 원론적인 지시는 현장의 구체적 위험에 관한 인식이나 급박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며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현장지휘소 도착까지 약 85분에서 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최소한의 원론적 지휘에 허비해 행안부는 물론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했다.
이 장관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서는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뿐 아니라 정정미 재판관까지 4명이 품위유지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장관은 ‘특별히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거나 경험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며 “참사 직후 퍼져나간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결합해 다중밀집 이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일으킬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참사 경위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재난 수습 초기 단계에서 기초적 사실관계 확인이나 객관적 분석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들이 참사 발생의 원인을 오인하게 하거나 경찰·소방 공무원의 의무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이었다”며 “이는 재난·안전관리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품위손상행위”라고 했다. 정정미 재판관도 “책임 회피에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고, 이는 참사 피해자와 유족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7252113015
‘국민 목숨 못 지킨 국가’에 세월호 때 이어 또 면죄부 (경향, 김희진·이혜리 기자, 2023.07.25 21:13)
헌재 “주최자 없는 축제, 책임 없다” 이 장관 주장 되풀이
전문가들 “모든 재난에서 책임 회피할 구멍 만들어준 셈”
탄핵심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나아가 윤석열 정부에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을 마지막 기회였다.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도심 한복판을 걷거나 축제에 나온 시민이 위험을 인식하지 않고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이 장관 탄핵심판 선고에서 이는 “국가기관의 당연한 의무”라면서도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장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태원 참사 유족과 시민사회는 참사 이후 269일간 수없이 되물었던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의 답을 헌재로부터도 듣지 못했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를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재난안전법상 주최자 없는 축제에 대해선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점, 정부 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재난 상황에서 행동요령 등에 관한 홍보·교육·안내가 부족했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참사 책임을 이 장관 개인에게 돌리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논리다.
이는 이 장관 측 주장과 판박이다. 이 장관 측은 ‘주최자가 없는 축제’는 행안부가 사고 예방책을 마련 할 주체가 아니며, 이 장관은 참사 대응 과정에서 경찰과 소방 등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태원 참사는 “예측할 수도, 대응책도 없는 특별한 재난”이라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선 헌재가 법을 협소하게 해석해 이 장관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참사 초기부터 전문가들은 매뉴얼과 주최자 유무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용산경찰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다중 인파 안전사고 대책을 포함한 ‘핼러윈 치안대책’을 세웠고, 특히 2020년 대책에선 ‘압사’를 직접 언급하며 주요 골목 10곳에 경찰기동대 60명을 배치하고 현장 질서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헌재는 그런데도 “이 사건 참사와 같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서 발생한 다중밀집 사고는 재난안전법이나 그에 근거한 매뉴얼이 명시한 적용대상은 아니다” “사건 참사 발생 전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파 밀집을 예상한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다중밀집 사고를 예상하거나 우려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재난은 계속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는 추세인데 구조적 원인을 이유로 ‘예측이 어렵다’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는 이유를 인정해주면 모든 재난에서 책임 문제는 회피될 수밖에 없다”며 “재난안전법은 행안부가 재난 상황에서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라는 차원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생겼는데도 계속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 태스크포스 천윤석 변호사는 “헌재가 재난안전법 등에 명확히 규정된 부분의 법 위반 여부를 다루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장관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이 장관의 당시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관점으로 따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선고를 앞두고 ‘기각’ 결정을 점치는 의견이 다수였다. 탄핵심판이 맥이 빠진 채 진행됐기 때문이다. 헌재는 세 번의 준비기일과 네 번의 변론기일 만에 심리를 마쳤다. 이 장관의 위법 여부를 따지기 위한 구체적 사실관계들은 청구인 측 주장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다퉈졌다. 진행 중인 형사재판 기록을 재판관들이 넘겨받는 것으로 갈음했다. 증인으로 나온 행안부 안전관리 책임자 2명과 경찰·소방의 안전관리 담당자를 상대로도 대부분 피상적인 질의만 오갔다. 국회 측 소추위원인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첫 변론기일에만 출석해 “행안부 장관의 공백이 우려되니 신속한 결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만 했다. 이 장관은 변론기일을 제외하고는 이날까지 재판정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헌재가 이날 이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사회적 참사에 대해 공무원의 헌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 사례가 또다시 추가됐다. 헌재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심판 때도 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헌재는 “헌법상 대통령으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면서도 “성실한 직책수행의무와 같은 추상적 의무규정의 위반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헌재는 어떤 경우라야 사회적 참사에 대한 장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기준을 제시했다.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 법익을 비교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의 경우 비선출직인 장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에 비해 파면에 따른 사회적·정치적 부담이 한결 덜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선거에 의해 선출돼 직접적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과 비교할 때 행정 각 부의 장은 정치적 기능이나 비중, 직무 계속성의 공익이 달라 파면 효과 역시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1719.html
이상민 탄핵 기각…이태원 유족 “159명 희생됐는데 면죄부” (한겨레, 권지담 정혜민 손지민 기자, 2023-07-25 23:29)
국무위원 첫 탄핵심판
167일 만에 업무 복귀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태원 참사 대응이 미흡했더라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법률이나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장관은 167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라며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 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이상민 장관)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회가 지난 2월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 내세운 탄핵 사유인 △사전 재난예방 조치 의무 △사후 재난대응 조치 의무 △부적절한 발언 등에 대해 법정의견(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참사 발생 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유형의 재난에 대한 예방·대비 조치를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거나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참사 발생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을 제때 설치하지 않았다는 탄핵 사유에 대해서는 “피청구인이 중대본 운영보다는 실질적 초동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참사 원인이나 ‘골든타임’과 관련해 이 장관이 국회에서 부적절하게 답했다는 탄핵청구 사유에 대해서는 “부적절하지만 발언 전체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재난·안전 관리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히 실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내어 이 장관의 사후 재난대응 조처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또 정정미 재판관까지 포함한 4명은 이 장관의 발언이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켜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고도 판단했다. 다만 이런 위반이 이 장관을 탄핵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봤다.
이 장관은 헌재 기각 결정이 나온 직후 “저의 탄핵소추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이번 기각 결정을 계기로 10·29 참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각 결정 3시간 만에 충남 청양군 일대의 호우 피해 현장을 찾는 등 복귀 후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기각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상민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467 
이상민 탄핵기각에 중앙 “무리한 정치탄핵” 한겨레 “정치적 책임 남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2023.07.26 07:38)
[아침신문 솎아보기] 헌재 전원일치로 탄핵소추 기각
국무위원 첫 사례… 조선 “167일 안전공백” 중앙 “거야 무리수”
결정문 뜯어보면 참사 책임 언급 한겨레 “정치적 책임 고심해야”
2분기 0.6% 성장 ‘불황형 흑자’에 정부 재정지출 주문한 신문들
이태원 참사 대응 문제로 제기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청구가 기각됐다. 부적절한 발언 등 대처가 미흡했던 점은 있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것. 헌법재판관 9인 전원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을 놓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거대 야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고 비판했고,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참사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며 탄핵 기각이 ‘면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헌법재판소가 존재가치를 부정했다”며 반발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지 167일 만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회가 제기한 △사전 재난예방 조치 의무 △사후 재난대응 조치 의무 △부적절한 발언 등의 문제가 재난안전법·국가공무원법 등 법령이나 헌법 위반까지 이르진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이상민 장관이 재난관리 주무부처 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난 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상민 장관이 재난관리 주무부처 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재난 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 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수해현장 찾은 이 장관 보도… 조선 “행안부, 안도 분위기”
국무위원이 탄핵소추된 헌정사 첫 사례였던 이번 사건을 중앙일보는 거야의 무리한 ‘정치탄핵’으로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거야의 ‘정치 탄핵’ 헌재 만장일치 기각> 기사를 내 “야당이 정쟁을 사법화하다 못해 탄핵소추를 남발해 국가 최고 재판권인 헌법심판관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중앙일보에 “헌재도 이런 부실한 사건을 6개월이나 끌다가 전원일치 기각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의 탄핵소추로 ‘안전 공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장관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167일 동안 장관 자리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기각 소식을 전하며 “야 3당이 정치적 공세를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탄핵소추가 결국 재난 주무 부처 장관을 사실상 공석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5개월 동안 ‘안전 사령탑’ 공백 상태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장관이 자리를 비운 167일 동안, 정작 안전 대책을 위한 법 개정은 정쟁(政爭)에 밀려 표류하고 있다. 행안부는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이후 핼러윈 축제처럼 ‘주최자가 없는 행사’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도록 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했지만, 8개월 넘게 국회에 머물고 있다”며 “핼러윈 참사 이후 최근까지 여야 국회의원들은 40여 건에 이르는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냈다. 이 중 20건 이상이 핼러윈 참사처럼 인파 재난 예방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상민 장관이 탄핵이 기각되자마자 수해 현장으로 간 것에 주목했다. 이 장관은 업무 복귀 첫 일정으로 충남 청양군 지천 일대 수해 현장을 찾았다. 중앙일보는 4면에 <167일만에 복귀한 ‘실세장관’…곧바로 청양 수해현장으로> 기사를 내고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와 지난 5월 서울시가 민방위 경계경보를 오발령한 사건 관련 보고도 예정돼 있다”며 “행안부는 ‘장관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면 톱사진에 수해 현장 작업 중인 군 장병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장관 사진을 걸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 의원들도 탄핵이 기각될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수 의석을 내세워 탄핵을 밀어붙였다.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정치 공세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민주당은 장관이 안전 총괄 책임을 못 했다고 탄핵했지만 거꾸로 5개월 넘게 안전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을 초래했다. 폭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지만 담당 부처의 장관이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장관은 이날에야 비로소 업무에 복귀해 수해 현장으로 갔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큰 사고만 나면 합리적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은 뒷전이고 음모론과 한풀이 정치판이 벌어지는 행태도 이제는 끝나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난 사고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원인이 다 밝혀졌는데, 없는 원인을 찾는다고 정치판만 벌이다가 정작 중요한 안전은 거꾸로 간 것”이라고 했다.
부적절한 발언 등 대응 미흡 재판관들 지적 “국민에 커다란 실망감”
‘탄핵’은 기각됐지만 결정문 내용을 뜯어보면 헌재는 이 장관의 법령 위반 소지를 지적하고 있다. “(이 장관이) 사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현장 인근, 지휘소 도착까지 85∼105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전념성 내지 상황 해결에 대한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별개 의견이 있었다. 이 장관은 참사 당시 경기도 일산에 사는 운전기사가 서울 강남 자택까지 장관 관용차를 갖고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다가 현장으로 출발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국가공무원법 56조가 규정한 공무원의 ‘성실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초기 각종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일례로 참사 원인에 대해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한 것을 놓고 4명의 재판관은 “근거가 없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정조사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아닌지’ 물음에 ‘주관 기관은 없다’고 답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 회피”와 “국민의 혼란”을 일으킨 “품위 손상행위”로 규정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피청구인(이상민)이 한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다”며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고 믿고 기대하는 일반 국민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에 <“159명 죽음에 아무도 책임 안 져…각자도생의 사회 살아야”> 기사를 내고 유가족의 반발을 전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유가족들은 지난해 10월29일에 느꼈던 아픔을 오늘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국가와 행정기관은 159명의 죽음을 외면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행정부 수장뿐 아니라 국가기관의 장은 참사 책임으로부터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유가족을 조롱하는 보수단체도 나타나자 충돌 과정에서 유가족 1명이 실신했고, 2명은 탈진 상태로 구급차를 타고 이송했다.
경향신문은 4면에 <‘국민 목숨 못 지킨 국가’에 세월호 때 이어 또 면죄부> 기사를 이어 배치하며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도심 한복판을 걷거나 축제에 나온 시민이 위험을 인식하지 않고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에선 헌재가 법을 협소하게 해석해 이 장관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고 했다.
정부가 이번 기각을 ‘면책’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률적 책임은 지워졌어도 ‘정치적 책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헌재의 탄핵심판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 여부를 따지는 절차”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이 장관 해임 건의를 일축하면서 정치적 책임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의 멍에를 벗었다고 해서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이상민 탄핵 기각, 참사 대응 실패 면죄부 아니다>에서 “비록 헌재가 탄핵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이 장관의 언행이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점은 재판관들뿐 아니라 온 국민이 다 체감한 바다. 민심의 심판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장관은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안도하거나, 무죄 판결이라도 받은 양 의기양양할 처지가 아니다. 오히려 엄존하는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고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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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1078884.html
헌재로 넘어간 공…‘재난 대응 실패’ 탄핵 사유 되는지가 쟁점 (한겨레, 엄지원 조윤영 전광준 신민정 기자, 2023-02-08 18:34)
이태원 참사 103일째를 맞은 8일 국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이 장관 책임을 둘러싼 공방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겨졌다.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권은 이 장관이 159명의 희생을 야기한 참사 대응에 실패해 헌법과 재난안전법·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반한데다 국정조사에서의 위증 혐의까지 있어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전례 없는 국무위원 탄핵소추로 정치적 폭발력이 큰 만큼, 재난 대응실패 책임이 탄핵사유에 해당하느냐를 두고 헌재 탄핵심판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 그 장소에서 못다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결단의 시간 앞에 있습니다. 2022년 10월29일, 그날 그 장소에서 우리가 못 다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장관 탄핵안 제안설명에 나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며 이 장관을 탄핵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의원 176명이 공동발의한 탄핵안에서 야권은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해야 하고 이를 통해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 피소추자(이상민)의 직에 부여된 임무의 핵심”이라며 “그 어느때보다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적절한 직무수행이 강력하게 요청되는 위기 상황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참사 직후 재난대책본부·수습본부 신속 설치 등 재난안전법상 행안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방기해 적절한 구조·구급 활동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를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야권은 이 장관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도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이 장관이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를 받고도 집에서 운전기사를 기다리느라 참사 현장에 80분 이상 허비하는 등 의무를 저버리고, 부적절한 발언들을 반복하며 유가족에게 상처를 준 데 대해서도 야당은 국가공무원법의 성실·품위유지 의무 등에 위배된다고 봤다. 국정조사에서 유족 명단 확보 등을 놓고 위증을 한 혐의도 탄핵안에 담겼다. 김 의원은 “이같은 총체적인 대응 실패로 피소추자 이상민 장관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의 직책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헌재 심판 험로 예상
헌재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넘겨받아 조만간 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이 장관 탄핵을 주장해야 하는 소추위원이 되는데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소추위원이 법적 지위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활동할 수밖에 없고 (탄핵 사안이) 아닌 걸 맞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내용면에서는 이 장관이 재난 대응 주무장관으로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는지가 탄핵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다. 헌법을 전공한 한 법학과 교수는 “(위반했다는 규정으로는) 헌법보단 구체적인 법률을 적용돼야 하는데, 재난안전법의 책임도 직접적으로 행안부 장관 책임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부분을 국회 소추위원이 증명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이 성실하게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논쟁적인 사안인 만큼 헌재가 좀 더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10조는 국가의 책임, 의무와 연결되는 조항으로 이를 선언에 불과하다고 여기면 헌법은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 법 위반도 따져야 하지만 헌재 입장에서도 헌법이 추구하는 ‘국가적 책임’과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이 문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탄핵은 일종의 ‘징계 절차’ 속성을 지니고 있다. 형사기관의 무혐의 처분과는 속성이 다르다”며 “결국 이 장관이 중징계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한 불성실’을 저질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재판관 사이 상당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탄핵안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런 전례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야당에게도 이 장관 탄핵심판의 향배는 큰 정치적 부담이다.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탄핵심판 기간은 180일이지만 강행규정은 아니다.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윤석열 정부를 흔들기 위해 무리한 탄핵에 나섰다’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민주당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내년 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에 다수 의석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는지 분명히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향후 본회의, 법사위원장 탄핵소추위원, 헌법재판소 인용이라는 세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며 “하나하나가 무척 높고 단단할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양심, 국민의 상식, 국가의 책임이라는 세개의 힘으로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302082020005
[사설]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윤 대통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경향, 2023.02.08 20:20)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총 투표 수 293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09표, 무효 5표로 통과돼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헌정 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소추로, 이 장관은 헌재의 탄핵 심판 때까지 직무 정지된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헌법적 책무를 지닌 국무위원이 한낮에 159명의 시민이 숨졌는데 주무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탄핵은 정치공세가 아니라 시민의 뜻을 반영한 야당 정치권의 선택이다.
이 장관의 그동안 행태를 보면 이날 탄핵은 늦은 감이 있다. 이 장관은 책임을 회피하고, 수시로 유족과 시민들을 모욕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경찰과 소방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했다. 국가 기관이 아무리 노력해도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인데, 효율적·선제적인 재난 안전 조치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주무장관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 장관은 또 수시로 유족들과 시민을 우롱했다. “제가 놀고 있었겠느냐”고 항변하는가 하면, “나도 폼나게 사표를 내고 싶다”는 말로 유족들의 가슴을 후벼팠다. 행안부가 유족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공개해도 좋다는 유권해석을 받았음에도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유족 명단이 없다고 거짓말했다. 국회에 대한 명백한 위증이다. 이런 사람이 장관직을 유지하도록 놔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수치이다. 시종 이 장관을 두둔한 여권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과거에 자신들이 야당일 때 무슨 주장을 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헌정 사상 초유의 장관 탄핵이 나온 데는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 대형 참사가 벌어졌는데 주무장관이 책임지지 않고 버틴 사례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도 하지 않았고, 고교·대학 후배인 이 장관을 감싸기만 했다. 여권의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니 초유의 장관 탄핵에 이른 것이다. 대통령실은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추진할 수 있다”며 이 장관은 그런 위반을 한 것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재난·안전 주무장관이 시민이 안전하게 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만큼 이 장관을 헌재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 헌재는 위헌성 여부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 탄핵안 가결을 무겁게 보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 또 민심에 맞서려하다가는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446 
이상민 탄핵안 헌법·법률 위반 보니 “‘안전 총괄자’, 위기상황 역할 방기”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2023.02.09 18:44)
이태원 참사 행안부장관 헌법 재난안전법 국가공무원법 등 10여건의 헌법·법률 위반
사전예방조치 없고 사고즉시 수습본부 설치 뒤늦게 현장 도착후 조치없이 이탈
참사후에도 부적절 발언 반복, 국회 위증까지 신뢰 추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에 담긴 탄핵사유의 핵심은 수백명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위기 상황에서 안전을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자로서 역할을 방기했다는 데 있다. 이밖에 참사 사후 수습의 노력 부족 뿐 아니라 책임회피를 위한 반복적인 부적절한 발언과 유가족에 대한 2차가해성 발언 등도 주요 헌법 법률 위반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국회가 지난 8일 야 3당의 의석 합계보다 3석 많은 179석의 찬성으로 가결한 이상민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보면, 이 장관의 잘못된 행위가 어떻게 헌법과 법률에 위배됐는지를 상세히 따졌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안의 사유를 헌법재판소가 인용할지 여부는 아직 남아 있다.
탄핵은 공무원의 공직을 파면하는 것을 뜻한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는 요건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의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에 나온 헌법 법률 위반 행위는 크게 △참사를 사전에 예방조치 미비 △사고 즉시 수습본부를 설치 등 역할을 방기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가 별다른 조치없이 이탈 △참사 이후 원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반복 및 유가족과 국민에 2차 가해 △국회에서 여러 위증으로 불신 초래 등이다.
국회는 “이 장관이 재난 및 안전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하여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참사 예방하기 위한 다중밀집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참사 발생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대통령 지시조차 제때 이행하지 않은 채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고 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현장통제,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가 지연되는 한편 참사현장에서의 적절한 구조·구급활동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국회는 또 이 장관이 참사발생 이후 자택에서 참사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85분 동안 관용차가 오기를 기다리다 뒤늦게 참사현장에 도착했으나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구체적 지시나 조치없이 현장을 떠났다며 “참사 다음날 새벽 2시30분경에야 중앙대책본부가 가동되었는데 그 전에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참사대응·수습과정에서도 적절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국회는 “이 장관이 참사 이후에도 참사경위·원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줬고, 국회에서 참사수습과정에서 필수적인 유가족 명단 등의 확보, 중대본 설치 등에 관한 질의에 거짓으로 답변하기도 했다”고 썼다.
이 같은 행위를 두고 국회는 우선 헌법 제34조 제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문을 위반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국회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 제6조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도록’ 한 것을 비롯해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등 다양하게 규정된 의무를 들어 “이상민 장관의 의무는 바로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마땅히 해야하는 의무)”라고 해석했다. 국회는 국정조사와 검경수사, 언론보도, 피해진술 등에서 나타난 진술을 볼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을 지는 행정안전부장관의 행태는 단순히 무능하거나 무책임함을 넘어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서는 엄중한 헌법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①사전예방대책 수립 시행,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의무 방기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안전법에 재난이나 각종 사고의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고(제6조), 기본계획과 집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제22조 제3항, 제23조 제1항), 재난 예측 및 체계 구축, 예방조치 의무(제25조의2)가 있을 뿐 아니라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운영과 사용의무(제34조의8 제1항)가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매년 핼러윈 데이 때마다 대규모 인파가 밀집되고 다중밀집 사고가 사회재난의 한 유형으로 예상됐는데도 다중밀집사고 사전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지 않았고,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및 고도화 연계 의무를 수행하지도 않아 재난안전법상 사전 재난예방 조치의무와 재난안전통신망법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②참사 인지 직후 위기상황 역할 방기
이 장관의 참사를 인지한 이후 대응도 재난안전법상 의무 위반의 사례로 지목됐다. 국회는 이 장관이 자택에 머물다 재난 발생 후 1시간5분이 지난 23시20분경에 재난안전비서관의 문자보고로 재난 발생을 인지했는데, 인지한 이후에도 늑장 대응을 하며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책임자로서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즉시 중앙대책본부를 가동하지 않았고, 중앙대책본부장으로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소집도 하지 않았으며, 재난현장 대응지원, 현장상황관리관 파견, 수습지원단 파견 등 조정·총괄 지휘 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당일 23시49분경 재난안전비서관에게 ‘현장 상황파악 및 현장 방문 준비’를 지시한 것이 전부였고, 관용 차량을 기다렸다가 재난 발생 2시간30분이 지난 10월30일 0시45분에야 현장 부근에 도착해 도보로 이동했다. 이 시간 동안 현장에서는 일부 출동한 소방 인력만으로는 효율적인 긴급구조가 어려웠으며, 현장을 통제할 경찰병력 파견도 제대로 안 됐고, 길거리에서 사상자들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등 상황관리 및 대응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이 이후 1시5분경 참사 현장 부근에서 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고, 현장상황판단회의 참석 후 1시30분경 현장방문을 종료했다.
국회는 이를 두고 “재난 발생 이후에도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받고 현장방문 이외에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최상위 재난관리책임기관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서 재난대책본부 미가동, 신속한 수습본부의 미설치 등으로 재난의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재난안전법 제4조 제1항, 제14조, 제15조, 제15조의2, 제18조, 제22조, 제23조, 제25조의2 등에서 규정한 행정안전부장관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위반했다고 제시했다.
국회는 재난안전법 상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공무원에 부과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제56조)도 위반했다고 해석했다. 국회는 이 장관의 행위를 두고 “이 사건 참사와 관련한 직무수행은 그 조치의 적절성이나 충실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무색할 만큼 현저히 부족하고 불성실하다”고 판단했다.
③참사 이후에도 부적절한 언행의 반복과 유가족에 상처
국회는 이 장관이 참사 사후에 보여준 부적절한 언행의 반복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제63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장관이 참사 이튿날인 10월30일 브리핑에서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라고 답변해 반발을 샀다. 국회는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여 희생자 유가족 및 부상자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장관이 지난해 12월27일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에서 최초 인지 시점인 23시20분부터 현장 도착 시점인 0시45분까지 85분 동안 중대본 설치를 않고 무엇을 했느냐는 윤건영 의원 질의에 “이미 골든타임을 지난 시간이었다.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습니까”라고 언급한 것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국회는 그 시각이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현장에 도착해 응급의료활동을 개시한 시점으로, 현장응급의료소 설치 후에도 이송 환자가 계속 발생했다며 일률적으로 골든타임을 확정하기 어려운 것이 이번 참사의 특징이라고 반박했다. 국회는 “이 장관이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는 근거 없는 발언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족들에게 한 번 더 상처를 입혔다”며 “자신의 불성실한 직무수행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태도는커녕 ‘놀고 있었겠느냐’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은 고위공직자의 언행으로서는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이 장관이 △12월23일 행안부 현장조사 당시 “소방서장이 현장 지휘하면서 응급조치하는 게 중요하지 중대본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한 발언 △12월27일 국조 1차 기관보고에서 “오히려 그 당시 중대본이 구성됐다면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중대본에 참여해 긴급구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 발언 등도 사건의 몰이해를 나타낸 사례로 제시됐다.
④‘유가족 명단 없다’, ‘압사 표현 삭제 지시 모른다’ 등 위증 혐의
특히 위증과 관련해 이상민 장관은 사망자 정보 제공 관련 위증 의혹을 받았다. 국회는 서울시가 지난해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3차례에 걸쳐 행안부에 사망자 파일(일부 유가족 성명과 연락처 등 유족 명단)을 제공했으나, 이 장관이 11월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행안부는 유족 전체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명단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고, 연락처는 물론이고, 그 명단을 누가 가지고 있고 연락처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는 따로 확인을 해 봐야 되는 문제”라고 발언한 사실을 제시했다. 12월27일 국조 1차 기관보고에서도 이 장관은 서울시에서 명단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압사’ 표현 위증 의혹도 받았다. 국회는 참사 이튿날 대통령 주재 회의 이후 보건복지부 모바일상황실 등에 ‘압사 또는 피해자라는 말을 쓰지 말라’라는 제안과 관련해 지시한 주체가 누구냐는 윤건영 의원 질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가 물어봤더니 담당 국장께서 주재자를 좀 헷갈리셨고 그거는 행안부의 안내에 따라 가지고……”라고 진술했다고 제시했다. 그런데 이 장관은 1월6일 2차 청문회에서 “그런 제안을 누가 했다는 기억은 전혀 없다”고 허위진술했다고 국회는 탄핵소추안에 기재했다. 국회는 “이와 같은 거짓진술, 말바꾸기는 고위공직자로 국민을 기만하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헌법과 법률 위반에 중대성이 있어야 한다는 반론과 관련해 국회는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사유로 피소추자의 헌법·법률위반이 중대할 것을 명문으로 요구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역시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공직자의 경우에는 파면결정으로 인한 효과가 일반적으로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위반행위에 의해서도 파면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상민 장관 탄핵의 필요성을 두고 국회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본질적이고 핵심에 해당하는 직무집행에 관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장관으로서 적절한 직무수행이 강력하게 요청되는 위기상황에서 주어진 역할을 방기하거나 소홀히 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으며 △참사 후 대응이 국민의 기대를 현저히 저버렸을 뿐 아니라 △그 결과 159명의 희생자와 196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침해된 법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대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규 변호사는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기각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부서 책임자라는 선언적 추상적 법규범은 있지만 ‘어떤 업무를 하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까지 인정해서 파면시킬 정도에 이를 것이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장윤미 변호사는 “인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까지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도 추상적 지침적 법규들도 탄핵 사유의 근거 규범이 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선민 KBS 기자는 지난 8일 저녁 <뉴스9> 스튜디오에 나와 “인용되지 않을 거란 견해가 조금 더 많아 보인다”며 “법적 책임이 명확지 않고, 파면까지 가려면 중대한 불법이 확인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기자는 “반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앞으로 변론 과정에서 위법 여부가 더 드러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5200900011
‘중수본 설치 미이행’ 이상민 탄핵심판 핵심 될까 (주간경향, 송윤경 기자, 2023.05.20 09:00)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예측한 사람 있었나” 전략
재난관리주관기관장 의무·국회 위증 여부 등 쟁점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그거(이태원 참사) 예측한 사람 있습니까? 저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9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양측 입장을 듣고 쟁점을 정리한 재판부는 특별히 더 진술할 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이상민 장관 측 윤용섭 변호사(법무법인 율촌)가 즉석 발언에 나섰다. 윤 변호사는 탄핵 청구인 측이 “국가는 재난 예방의무가 있으므로 행안부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비약’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참사를) 예측한 사람이 있느냐” 등 그의 발언은 이날 재판을 다룬 보도에 일제히 소개됐다.
윤 변호사의 이날 발언은 이상민 장관 측 ‘변론 전략’의 요체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쟁점 중에서 ‘재난 예방의 의무’를 주로 파고들었다. 윤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의 어느 좁고 경사진 골목길에 그 수많은 사람이 운집할 것을 예상하고 용산경찰서, 용산구청에 ‘미리 대비해라’ 이런 걸 내리지 않았다면 탄핵당해야 하느냐.”
마치 이상민 장관이 참사 전에 실무진에 별도 지시를 내리지 않아 탄핵소추를 당했다는 듯한 뉘앙스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를 왜곡하는 언급이다. 이 장관의 탄핵소추 사유는 크게 3가지로, ‘재난 예방조치 의무 위반’, ‘재난 대응 의무 위반’, ‘참사 이후 부적절한 언행’이다. 그중 재난 예방의무에 해당하는 ‘인파 안전 대책 미수립’ 문제와 관련해 국회는 행정안전부에 “총괄적 역할과 책임”(국정조사 보고서)이 있다고 봤다. 즉 이상민 장관에게 포괄적 책임이 있는 대목을 일부러 내세우며 직접적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이 문제냐고 따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탄핵심판이 이상민 장관 측의 전략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탄핵심판의 쟁점을 10가지(표1 참고)로 구체화했다. 다중밀집 예방 대책 마련은 그중 첫 번째 쟁점이고, 나머지 쟁점 중 7가지가 참사 직후의 대응에 해당한다. 즉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라는 주장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지만(경찰 특수수사본부조차 “예상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그것만으로는 ‘참사 직후 장관의 법적 의무 위반’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없다. 재판부가 정리한 쟁점 다수가 ‘참사 대응’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 탄핵심판을 통해 “참사 직후 장관으로서 무얼 했느냐”는 질문에 집중적으로 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상민 장관은 왜 재난 발생 시 초동조치·지휘를 위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참사 직후 경찰·소방 등 기관 간 혼선이 극심했을 당시 그는 무엇을 했을까, 국회 국정조사에서 충분히 따져묻지 못한 질문을 이제 헌법재판소가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 간 소통 혼란, 중수본이 있었더라면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소방·의료팀 등 기관 간의 혼선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인명 구조를 위한 현장 통제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현장에 진입했던 한 소방대원은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이런 증언을 했다. “구조한 사람들을 놓을 장소조차 마련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통제되지 않았다. 경찰 출동을 엄청나게 요구했지만, 초기 현장에서 경찰은 2명 봤다.” 이 소방대원은 ‘경찰, 지자체 등 다른 기관들의 지원이나 대응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지 않다, 너무나 외로웠다. 소방관들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이 없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추정시각은 10시 15분. 소방은 10시 18분부터 경찰에 수차례에 걸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10시 59분 유선전화를 받고서야 심각성을 인지했다. 참사 발생 후 1시간이 지나는 동안 인근 경찰들만 투입한 이유다. 기동대 투입 결정은 11시 17분에야 내려졌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경찰 측은 소방의 요청 내용만으로는 ‘참사 발생’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경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당시 경찰 112상황실에는 압사 우려 신고가 빗발치고 있었다. 경찰 판단이 지나치게 안이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기관 간 혼선이 경찰·소방 사이에서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경찰은 9시 38분과 11시 16분 이태원역 측에 무정차를 요청했으나 두 차례 모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현장에 진입하려는 재난의료지원팀(DMAT)을 경찰이 통제를 위해 막아서는 일도 있었다.
만약 재난안전법이 명시한 대로 재난 발생 직후 중수본이 구성돼 ‘초동지휘’를 했다면 어땠을까. 각 기관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상황을 빠르게 전파해 대응 체계를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참사 직후 중수본이 설치됐더라면 단 한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천윤석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위 변호사)
■그는 ‘중수본부장’이어야 했다
재난안전법은 재난 발생 때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신속하게 중수본을 설치·운영해야 하며, “재난정보 수집·전파, 초동조치 및 지휘를 위한” 중수본 상황실 역시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은 중수본부장이 된다.
이태원 참사에서 중수본을 설치했어야 할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은 누구였을까. 재난안전법의 시행령은 재난유형별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분류해 놓고 있다. 학교에서 발생한 재난사고는 교육부, 감염병 재난은 보건복지부, 환경오염 사고는 환경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되는 식이다. 시행령에 제시된 유형에 속하지 않는 재난이라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국정조사 당시 이상민 장관은 자신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했는지 여부부터 ‘오락가락’ 답변을 했다. “이태원 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은 없다”고 답했다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은) 참사 직후 바로 행정안전부로 정해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새벽 1시 50분의 국무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에서 자신의 구두발언을 통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행정안전부로 정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재난관리주관기관 지정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상민 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으로서 했어야 할 중수본 설치·운영의 ‘미이행’ 사실은 그대로다.
이태원 참사에서 중수본은 끝내 설치되지 않았다. 중수본의 상위 조직인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참사 발생 4시간이 지난 새벽 2시 30분 국무총리 주재로 가동됐다.
이상민 장관 측은 참사 직후의 구조는 ‘긴급구조통제단장’(소방청장이나 소방서장)이 지휘하기 때문에 중수본 설치는 급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긴급구조통제단장은 현장 인력을 지휘해 구조에 집중할 뿐 전체 상황을 파악해 인력과 장비가 얼마나 어디에 더 필요한지까지 신경쓸 여유는 없고, 그런 여유가 있다면 한명이라도 더 구조하는 게 우선이라는 게 소방 측의 설명”(청구인 측 노희범 변호사)이라는 반박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실·품위유지 위반 여부도 쟁점
이상민 장관의 국회 위증 여부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특히 탄핵 청구인 측은 유족 명단을 둘러싼 이상민 장관의 위증이 가장 심각했다고 본다. 지난해 11월 16일 이상민 장관은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민병덕 의원 질의에 “유가족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아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어 “행안부에서는 유족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유족 전체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은 유사 질문이 나올 때마다 “유족 명단조차 없다. 연락처는 (없는 것은) 물론이다”, “윽박지른다고 (없는) 정보가 저절로 생기느냐”, “국무위원의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느냐”며 항변했다. 이후 국회 국정조사에서 서울시가 10월 30일~11월 2일 세 차례에 걸쳐 65명의 유가족 명단이 포함된 파일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추궁하자 이상민 장관은 “유족 명단의 개념” 문제를 들고나왔다. “행안부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파일은 ‘사망자 현황 엑셀 파일’이고, 마지막 난에 유가족 65명 정도만 기재된 아주 불완전한 정보여서 ‘유가족 파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상민 장관은 지금까지도 유족 명단과 관련한 그간의 발언이 위증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그밖에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제가 그사이 놀고 있었겠느냐” 등의 발언도 탄핵심판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청구인 대리인단은 국회 위증은 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참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발언은 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6272110005
이상민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서 발언권 얻은 유족 “이 장관 파면, 국민 못 지킨 국가의 최소한의 조치” (경향, 김희진 기자, 2023.06.27 21:10)
이 장관, 이날도 재판 불출석
7월 말~8월 초에 선고할 듯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주영의 아버지’로 자신을 소개한 이정민씨가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섰다.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딸을 잃은 지 240일 만이다. 그동안 국회와 방송사, 길거리 곳곳에서 숱하게 농성과 기자회견을 한 그에겐 ‘이태원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이란 낯선 명칭이 붙었다.
2022년 10월29일. 저녁을 먹고 TV를 보던 이씨는 울며 “이태원역으로 와달라”는 딸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밤 12시30분 이태원역에 도착했다. 그는 경찰이 통제선을 치고 있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이 심하게 밀집돼 있었고 경찰과 시민이 다투는 소리, 음악 소리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사 발생 2시간이 지나도록 그런 아수라장이 돼 있었는지 납득이 안 됩니다.”
이씨는 딸이 다목적체육관에 이송됐을 때도, 아무런 연고 없는 의정부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병원에 도착했을 때도 경찰이나 소방으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참사 이후 유족들이 숱하게 답을 구했던 질문을 재판관들 앞에서 다시 물었다.
“참사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고, 죄책감은 생존자들에게 돌리는 정부가 도저히 납득이 안 됩니다.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살리려고 온 힘을 다하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이씨는 “이 장관은 (당시) 집회와 대통령 경호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돼 있었으며 이는 이태원 참사란 결과를 일으켰다”고 했다.
그는 9명의 재판관 이름을 하나씩, 또박또박 호명하며 말했다. “존경하는 유남석 헌재소장님, 주심을 맡은 이종석 재판관님, 그리고 김기영, 김형두, 문형배, 이미선, 이영진, 이은애, 정정미 재판관님. 이상민 장관의 파면은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의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참사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에게 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참사에서 교훈을 얻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씨가 마지막으로 말한 문장은 울음에 삼켜져 잘 들리지 않았다. 그가 발언을 마치자 대심판정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씨가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 장관은 첫 번째 변론기일 이후로는 이날까지 쭉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측의 최종진술을 들은 후 국무위원으로는 헌정사상 처음 탄핵심판을 받는 이 장관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이날로 마무리했다. 선고기일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7월 말이나 8월 초쯤 헌재가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98551.html
이상민 탄핵심판은 이태원참사 정부책임 물을 최후의 장치 (한겨레, 한상희 |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07-03 18:41)
[왜냐면]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의 의미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은 지난 6월27일 4차 변론기일까지 마무리하면서 선고만 남겨놓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새달 초 나올 선고를 앞두고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해 이번 탄핵심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3차례에 걸쳐 다룬다.
“청와대는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피하려고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며 또다시 자신의 책임없음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을 통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해 줄 것을 약속했다. 반복되는 참사와 정부의 책임회피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기고백에 불과하다.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고 생명을 보전해 공포를 제거하는 것은 17세기 토마스 홉스의 사회계약론부터 이어져온 근대 자유주의 국가의 핵심 의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 존재이유를 저버렸다. 재난상황에서 스스로 컨트롤타워이기를 거부한 대통령과 정부, 떠나간 가족을 애도할 권리조차 외면하는 국가, 이윤을 위해 살인적 노동환경을 방치하는 중대재해기업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국가,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당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자기 정체성조차 부정해 버린 국가, 지금 우리에게는 적어도 근대적 의미의 국가는 사라져 버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이 점에서 너무도 중대한 사건이 된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의 생명안전에 대해 매우 구체적 역할과 의무를 재난안전법을 통해 부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다루는 탄핵심판은 의무를 저버린 장관을 국가와 헌법의 이름으로 내침으로써 국민의 생명보장이라는 국가 의무를 복원하는 자리다.
정의는 합법성의 가면 아래 너무도 손쉽게 매몰된다. 이태원 참사처럼 정부의 총체적 실패와 실수가 누적된 사건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떤 장관이나 행정기관의 장에게 중대한 잘못이 있어도 처벌 근거가 되는 법률규정이 없어 제대로 처벌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의 경우 현 정부의 구조적 문제들이 집합돼 발생한 사건이다. 일종의 총체적 정책실패에 기인한 것이고, 따라서 형사처벌보다는 정치적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그 일환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사실 우리 3권분립 체제에서 정부 실정에 책임을 물을 장치는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이 유일하다. 그래서 국회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을 해임건의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의사를 무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은 장관의 해임을 거부하는 어떠한 근거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해명해야 할 책무마저 저버리면서 우리 헌법이 정하는 정부 견제장치가 졸지에 무력해져 버린 셈이다.
그래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절실하다. 정부가 국회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상황에서는 탄핵만이 최후의 정부견제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재난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함에도 무능하고도 무력하게, 심지어 의지조차 없이 이태원 참사를 방치하고 방관했던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길이 탄핵심판이다. 국가가 국가다울 수 있기 위하여, 헌법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하여 우리 국민은 이 탄핵심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절실한 과제를 제시한다. 사람의 생명 앞에서 눈 감지 않는 정부, 국민의 안전을 자본의 뒷켠에 두지 않는 정치, 우리의 인간됨을 다른 어떤 것의 수단으로 삼지 않는 사회, 그런 국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뤄져야 하고 그 부정의에 대한 책임은 빠짐없이 물어야 한다. 그럴 때만 반복된 참사에서 끊임없이 죽게 만드는 이 죽음의 정치를 끝낼 수 있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고자 하는 ‘우리 대한국민’이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상민 장관의 탄핵은 그 중심에 자리한다. 헌법의 수호자인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상민 장관을 파면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이 우리 모두의 헌법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헌법임을 증명해야 한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1393 
이상민 장관 탄핵-파면, 시작에 불과하다 (오마이뉴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3.07.04 06:53)
[연속기고①] 이태원 참사 관련 행안부장관 탄핵의 헌법적 의미와 과제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 서울 이태원에서는 안전관리 미흡으로 159명이 압사하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난 총괄, 지휘업무의 책임자인 행정안전부장관의 법적·실질적 책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탄핵 심판의 사회적·헌법적 의미를 짚어보려 합니다.[기자말]
이태원 참사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법률 용어로서 '사회적 참사'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 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막상 해당 법률에 그 개념 정의는 없다. 다만,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의 명시적인 공통 요소는 "다수의 희생자와 피해자"의 발생이다. '참사'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생명을 잃은 다수의 희생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해당 법률에서는 가해자 또는 책임의 주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법적인 책임 문제가 뒤따름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이란 형용사가 단순 수식어가 아니라면, 사회적 참사에 대한 접근은 국가의 정치적 책임을 전제로 법적 책임 그리고 국가의 배상 또는 보상 책임을 포함해야 한다. 사회적이면서 공적(公的)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법적 조치는 진상규명, 관련자의 형사 또는 징계 문책, 국가의 배·보상, 재발 방지 대책, 사회적 기억 등 필수적인 요소를 법률에 담아내야 한다. 특히 국가의 책임은 법적·정치적·경제적 치유와 돌봄 등 해당 시점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하도록 명시해야 한다. 시민의 인권을 중심에 놓는 헌법 체제는 그렇게 한발씩 진보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참사의 예방에서도,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의 사후 수습에서도, 그 이후의 책임에서 국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부작위의 폭력이다. 오히려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은폐하려고 피해자들을 사찰하거나 비난하며 적극적으로 폭력을 가한다. 피해자들이 온몸을 던져 목소리를 내야 겨우 특별법을 제정한다. 알맹이 없는 특별법은 국가의 '부재 방증'(알리바이)이자 무책임의 방증이면서 결국은 자기 사면이다. 이러한 무책임의 되풀이가 사회적 참사의 악순환을 낳는다.
국가의 존재 이유, 시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 
국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생명을 보존하고 안전을 확보함에 있다. 사회적 참사는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국가는 지속한다. 과거 국가의 실책은 망각할 수 없고, 단절하지 않으면서 계속 이어진다.
과거와 같은 유형의 사회적 참사가 다시 일어났다면, 국가의 운영에 책임 있는 공직자들은 누적돼 가중된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영역에서의 책임 공동화(空洞化), 관료적인 무책임 그리고 기업과 사회 영역에서 무책임과 조직적 부작위 구조에 기인한다. 이태원 참사는 관료적인 무책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직적 부작위 구조 그리고 양 정부 사이에서 협동의 부재로 인한 책임 공동화 탓이다.
공권력은 다양한 사안의 발생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치주의는 일정한 조건에서 행정청의 처분을 의무화하거나 금지함으로써 구속하면서 동시에 행정이 처리할 수 있는 재량(裁量)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다만 재량의 영역은 규율 없는 상태가 아니라 헌법 규범에 따라 시민의 자유를 인정하는 의미에서는 공권력 행사의 자제(과잉 금지)를, 사회적 권력관계에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거나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영역에서는 적극적인 국가의 돌봄 조치를 명령하는 방향성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 경향이 짙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 영역에서 국가는 억압적으로 작동하는 한편 국가의 지원을 요청하는 영역에서는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엄벌주의의 횡행은 국가의 무능함을 은폐하는 것이다. 법치주의에서 공권력 재량은 인권에 터 잡은 민주주의 구현을 최우선 가치로 할 때 헌법에 부합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탄핵은 국가의 연속선 위에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사전적 예방, 해당 사건 시점에서 대처, 사건 발생 이후의 수습 과정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 책임을 부정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의 한 방법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 건의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직무를 총괄하는 공직자로서 부여했던 신뢰를 회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헌법에 구현된 주권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헌법재판소의 재량적 판단 또한 제한적이다.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이상민이라는 자연인이 아니라 행정안전부장관의 직을 맡은 공직자로서 국가의 연속선상에 있는 책임이다. 공직을 수행하는 자연인은 개별적이고 단절적이지만 공직 자체는 연속한다. 따라서 행정안전부장관은 이태원에서 다수의 사람이 운집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과거 있었던 사회적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해야 하는 헌법적 책무가 가중돼 있었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국가의 책임을 공무원 개인의 고의 또는 과실 책임으로 한정하거나 공무원 개인의 문책 없이 국가의 배·보상 책임으로 대체할 수 없다. 사회적 참사의 국가책임을 실무 담당의 개별 공무원으로 분산한다면, 국가 작용에서 정책 결정자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고위 공직자가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책임을 확보할 수 없다. 그것은 시민의 인권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공무원 또는 국가는 광범위하게 면책됨으로써 고위 관료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반민주적인 위헌 상황으로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민의 안전 관련 주무 부처의 장으로서 행정안전부장관을 탄핵하는 것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책임을 인정하는 방안 중 필수 불가결의 일차적인 수단이다.
법치주의의 중심은 입법이다.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에도 입법자로서 재량권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의 입법재량을 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의 관점에서는 입법재량 역시 제한적이다. 국회가 국민이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제기하지 못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결정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주권자에 대한 위헌의 정치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제까지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회의 입법은 정치인들의 흥정과 거래 그리고 입법기술자들의 관성에 갇혀 있다.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서 전적으로 피해자 인권의 보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피해자의 인권은 먼저 사건의 진실 규명에 대한 권리로서 조사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포함한다. 두 번째는 정의에 대한 권리로서 배·보상 재판을 청구할 권리, 사고 원인 또는 피해 확산 관련자의 민·형사 책임과 행정적·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권리 보장을 포함한다. 마지막은 배상에 대한 권리로서 원상회복, 금전배상, 재활, 재발 방지의 보증을 포함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 고용·교육 및 사회적 편익 등 기회의 상실, 물질적인 손해와 잠재적 소득의 상실을 비롯해 소득의 상실, 정신적 고통, 법적·의료적·심리적·사회적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포함하며, 재활 조치로서는 의료적·심리학적 보살핌뿐만 아니라 법률적·사회적 서비스까지 포함한다(이재승,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의 인권, 민주법학 제60호(2016.3), 145~179쪽 참조).
사회적 참사에 대한 예방과 대응 그리고 이후 조치 문제는 대한민국의 영토 안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문제다. 사회적 참사에서 사건의 원인은 물론 사회적 구조와 국가의 대응 체제의 원인까지 분석·평가하고, 관련자에 대한 다양한 책임을 추궁하며,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구제 조치를 한 다음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잊지 않고 성찰하며 기억한다면, '사회적 참사'의 트라우마를 당사자들은 물론 온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파국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주권자의 명령
이를 위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탄핵을 통한 파면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상민 장관의 파면 이전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수반으로서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한 다음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법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이 열린다면 사회적 참사에서 국가책임은 중대한 인권침해이므로 기존의 국가책임 범위를 넘어서는 법리를 전개해야 한다.
국회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물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참사에 대해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고 국가의 배·보상 책임 등을 포괄하는 사회적 참사 관련 법제를 제정 또는 개정하는 등의 정비를 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참사 관련 기구를 구성하는 경우 단순히 여야의 재량에 위원 구성권을 맡겨서는 안 되고 피해자의 인권 관점에서 피해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파면은 인권의 주체이자 주권자인 국민이 살아 있고 국가가 시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1974 
'책임 회피' 이상민, 그의 문제적 주장 셋 (오마이뉴스, 임한결 민변 이태원참사TF 활동 변호사, 23.07.06 11:04)
[연속기고②] 행안부장관 탄핵심판에서 나온 주장을 반박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아래 행안부) 장관 탄핵심판의 변론이 어느새 마무리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6월 13일 3차 변론기일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4차 변론기일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그동안 이상민 장관 측의 변론 중 일부를 발췌해 비판하고자 한다.
"재난안전법상 군중이 밀집해서 즐기는 것 자체는 재난으로 인식되지 않고 실제로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야 비로소 재난으로 인식된다."
이상민 장관 측은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 재난의 정의부터 왜곡하고 있다. 재난 발생 시기를 최대한 뒤로 늦출수록 이상민 장관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구체적인 법적 책임이 발생한다는 논리로써, 재난에 관한 사전 예방 의무를 회피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재난안전법 제3조는 "재난"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재난관리"는 재난의 '예방·대비·대응 및 복구'를 위해 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한다. 즉 재난의 기본은 예방에서 출발하며,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부터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민 장관의 주장대로라면 경찰의 최초 신고가 있었던 때도 재난으로 인식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난관리의 주무부처인 행안부장관에게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운 항변이다.
재난 발생 불과 3주 전 인도네시아 축구장 압사 사고로 174명이 사망했다. 12일 전 부산에서 열린 BTS 콘서트는 대규모 인파에 따른 위험이 우려돼 공연장소가 변경됐다. 또한 이태원 참사 불과 2주일 전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축제는 안전대책과 현장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하지 않았다.
군중밀집으로 인한 재난을 희생자 발생 후에야 인식할 수 있다면, 도대체 같은 달에 있었던 행사는 어떻게 재난을 예상하고 대비했는지 의문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부랴부랴 세운 다중인파사고 대책들은 이상민 장관의 주장대로면 '사전에 인지할 수 없는 성질의 재난'인데 어떻게 수립했는지 역시 의문이다.
"군중 밀집을 강제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비록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통제조치이다."
이 주장은 앞으로도 대규모 인파가 예상되고 사고 위험을 인지해도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나 노조의 활동에 대해서 '엄정대응'만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렇게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사려 깊은 마음으로 통제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민 장관의 책임은 매년 모이는 축제를 안전하게 즐기고 돌아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날 모이는 것 자체를 막지 못했다고 탓하는 게 아니다. 이태원 참사는 운집한 군중을 강제적으로 해산해야만 막을 수 있었던 재난이 아니다.
군중인파사고의 단계는 '군중유체화-군중충돌-군중붕괴'로 이뤄진다. 첫 단계인 군중유체화 현상은 인파밀집도가 높아도 인파의 '흐름'만 유지된다면 발생하지 않는다. 사고가 발생했던 이태원 골목에 펜스를 설치하여 양방향 소통을 확보하거나 한 방향으로 통행하도록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다.
"행안부 장관은 중앙긴급구조통제단장(소방청장)을 직접 지휘·통제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는 사전 예방뿐만 아니라 이후 대응에도 실패했다. 참사 이후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인파 및 교통통제를 위한 경찰력의 배치가 지연됐다. 소방재난본부나 소방청에서 총 18회 현장 통제를 요청할 정도로 경찰력의 배치가 지연됐다.
구조인력이 부족했고, 재난의료지원팀(DMAT)도 현장에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긴급환자 후송도 지연됐고, 병원도 적정하게 인원을 분산·배치해야 하는데 혼선이 컸다. 지하철 무정차 통과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모든 문제를 이상민 장관은 간단히 "현장 지휘 권한이 없다"는 말로 회피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례로, 2018년 1월 26일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화재신고로부터 1시간 30분 후 헬기를 타고 현장을 찾았다. 행안부는 당시 김 장관이 현장 지휘 등 수습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한 이태원 참사 당시 긴급구조통제단장이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긴급구조통제단장인 용산소방서장은 교통 통제, 재난, 응급의료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없었다"라며 "혼란한 당시 상황에서 빨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져서 각 영역별·부처별로 통제하고 조정했다면 긴급구조통제단장이 한 명이라도 구조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이상적인 조건이 될 것 같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민 생명권 보호의 방법
이상민 장관은 행안부의 재난에 대한 책임은 추상적 의무와 정책 수립 정도에 국한될 뿐, 이태원 참사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상적 의무와 정책 수립이라도 조기에 이뤄졌는가?
이상민 장관은 참사 발생 이후 70일이 지나서야 행안부가 이태원 참사의 재난주관관리기관임을 인정했다. 재난안전법상 주최자가 없는 군중밀집행사에 대한 예방과 대비는 행안부장관의 몫이라는 점을 피할 수 없다.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이 기각된다는 것은 곧 그의 행안부 복귀를 뜻한다. 자신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무지와 무능함은 죄가 아니다'라는 전략을 펴고 있는 장관이 다시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생명권은 모든 국민들이 누리는 기본권의 대전제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장관을 파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할 것을 촉구하는 바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99519.html
[왜냐면] 중대본·중수본도 구별 못한 주무장관…헌법적 징벌 당연 (한겨레, 천윤석 | 변호사, 2023-07-10 18:32)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의 의미②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닮았다. 수많은 사람이 재난 상황에 처했고, 이들을 구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국가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다. 심지어 참사 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조차 닮았다. 그래서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당국이 재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희생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재난 대응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희생은 재난 대응방식을 개선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현행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이다.
재난안전법의 골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통합 관리방식이다. 이전에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주무부처가 각자 자기 일을 알아서 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그러다 보니 행정력을 불필요하게 중복 투입하거나 정작 필요한 곳에는 투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재난 관리를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컨트롤타워 지휘 아래 각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보다 효과적으로 재난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난안전법은 행정안전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상시 설치하고 중대본이 모든 재난에 관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재난의 유형에 따라 주무부처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둬 상황 관리 및 수습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교육부에 중수본을 설치하고, 군부대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국방부에 중수본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대본-중수본 체제는 재난안전법의 뼈대라 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중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다. 어떤 재난이든 행정안전부에 중대본을 설치하기 때문에, 결국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중대본과 중수본을 설치하고 가동하는 것은 모두 행정안전부 장관의 의무다.
그런데 이상민 장관은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중대본이 가동한 때는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2022년 10월30일 새벽 2시30분이었다.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4시간 이상, 이상민 장관이 참사 발생을 인지한 때로부터 2시간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그나마 국무총리가 중대본 가동을 주관했고, 이상민 장관은 뒤늦은 가동 과정에서조차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이상민 장관은 이처럼 중대본 가동이 늦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장 긴급구조 업무가 중요할 뿐이라며 중대본의 역할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수본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상민 장관은 중수본을 아예 설치하지도 않았다. 그는 행정안전부에 중수본을 설치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중수본을 중대본으로 “확대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중대본과 중수본은 기능과 역할이 달라 서로 대체할 수 없다. 게다가 이상민 장관은 중대본 가동 과정에 아무런 역할도 안했는데 “확대 운영”했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이태원 참사는 뜬금없이 터진 돌발사고가 아니다. 거리두기 해제 뒤 첫 핼러윈 축제여서 이태원 거리에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경찰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전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사람들이 인파에 휩쓸려 넘어지고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다음날 같은 자리에서 158명이 사망했다. 그 상황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헌법적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장관에게 헌법적 차원의 징벌을 가하는 것은 곧 헌법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것은 희생이 헛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길이기도 하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2847 
이상민 장관이 이태원참사 당시 하지 않은 것 (오마이뉴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법학박사, 23.07.11 10:31)
[연속기고③]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재난 총괄·조정업무란 무엇일까?
"그 당시 상황에서 가장 긴급한 것은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구성됐다고 한다면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중대본에 참여하는, 오히려 긴급구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2022년 12월 27일,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회의 중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답한 내용이다. 여기서 해당 의원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긴급구조 이후 수습단계에서 필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장관은 동의하면서 1차 긴급구조가 중요하지 중대본 설치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고, 중대본은 수습 단계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답한다. 그렇다면 이상민 장관의 답변은 타당한 것일까?
중대본과 통합적 재난관리
답을 찾기 위해선 재난관리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난관리란 다양한 재난 발생을 예방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최소화 시키며, 발생한 재난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정상상태로 복구를 돕는 일련의 활동을 뜻한다. 예방-대비-대응-복구 4단계로 이뤄진다.
재난관리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재난의 종류별로 관련 부처에서 분산해 관리하는 '유형별 분산관리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재난을 통합된 하나의 기관이 관리하는 '통합관리 방식'이다. 전자인 유형별 분산관리 방식은 재난에 따른 개별 특징을 강조하는 전통적 재난관리 방식으로, 개별 재난은 다를 수밖에 없고 대응은 관계기관이 가장 잘할 테니 각 책임기관을 재난 유형별로 다르게 배정해 관리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방식은 유사기관간 중복 및 과잉대응의 문제를 낳았고 난해한 계획서의 비현실성, 기관간 조정·통제의 어려움 등 반복되는 문제들을 야기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것이 통합관리방식(IEMS)이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설립의 이론적 근거이며, 어떤 재난이든 대응방식은 유사하다는 인식 아래 재난관리의 전체과정을 하나의 기관이 종합 관리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자원을 하나의 기관에 통합 관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통합재난관리기관이 대응 기능별 책임기관을 지정하는 한편, 재난대응 참가기관들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수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국가위기관리학회 엮음, 재난관리론, 27~28쪽 요약)
중대본의 총괄·조정 업무? 재난대응의 코디네이터!
국정조사 중에 있었던 이상민 장관의 답변을 해석하면 ①재난의 대응·복구 중 대응은 긴급구조에 해당하니 이는 소방이 알아서 하고 중대본은 복구 업무에 집중하면 되고 ②총괄은 사전적 의미로 모든 일을 한데 묶어 관할한다는 의미이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추상적인 명령이라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우리는 이미 2004년 재난안전법을 제정하면서 통합관리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정이유서를 살피면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중략)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안전관리업무에 대한 총괄조정 기능 보강'을 명시하고 있다. 재난안전법 제14조 제1항은 "대규모 재난의 대응·복구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둔다"고 규정한다.
즉, 우리 역시 재난의 통합관리방식을 이미 19년 전에 도입했으므로 중대본은 통합적 재난관리 수행기관으로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이태원참사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중대본부장으로서 긴급구조가 끝날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소방청'이 구조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박차를 가하도록 독려했어야 했다. 현장이 인파로 뒤덮히고 차들도 오갈 수 없어 원활한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신속히 확인해 '경찰청'으로 하여금 통로를 확보하고 현장을 통제하도록 지시했어야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환자를 응급실로 신속히 후송하여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는지 확인했어야 했으며,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용산구'가 신속히 신원을 확인하게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 장례 등 지원을 원활히 하도록 독려했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를 하지 않았다.
이상민 장관이 탄핵돼야 하는 이유
"중대본 역할의 핵심은 국가와 지자체의 재난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것이고요. '구조는 소방이 하는 거니까 중대본은 방해하면 안 된다' 이런 얘기는 중대본의 책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중략) 10.29 이태원 참사 대응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중대본이 이런 상황 총괄 통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을 해요." - 장혜영 위원
국정조사 중 장혜영 의원의 발언은 중대본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태원 참사 당시에는 어떤 일을 하지 않았는지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2004년 재난안전법 제정 이후 중대본이 갖는 재난대응의 '총괄·조정' 임무는 추상적인 내용이 아니다. 재난대응에 필요한 대응 기능별 책임기관을 지정하고 참가기관들을 조정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하라는 구체적 명령이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참사 직후부터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의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국민의 생명권은 침해됐다. 그가 탄핵돼야 하는 이유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3805 
이상민 탄핵심판, 법률적 공방보다 실체적 진실에 집중해야 (오마이뉴스, 최희천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산하 진상규명시민참여위원회 위원, 23.07.12 10:02)
[연속기고④] 대한민국 재난관리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심판의 변론 등 공방을 보고 있자면 159명이 목숨을 잃었던 과정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법률에 기재된 단어의 사전적 해석에 집중하는 등 법적 공방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책임을 판단하려면 먼저 재난관리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이해한 뒤 왜 문제가 됐는지가 충분히 검토돼야 하는데 곧바로 법적 책임 소재를 둘러싼 주장만이 부각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재난의 총괄·조정 역할'이라는 개념에 있어 청구인 측은 '각 기관의 역할을 배정해 참여 기관 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역할'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데 비해 피청구인(이상민) 측은 단순한 '정책적 방향 설정이나 관리'적 차원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엇갈린 시각은 탄핵심판이 우리의 재난안전법이나 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에 기반해 진행된다기보다는 마치 협소하고 엄격한 인과관계가 중요시되는 형사사건처럼 대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재난의 총괄·조정'은 예방-대비-대응-복구의 과정을 상정하는 현행 재난관리 법체계상 여러 부분에서 다차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압사사고에 적용해 보면, 예방이나 대비 단계에서 '총괄·조정'은 '압사 사고에 대해 전국적 차원에서 위험의 파악'이나 '관련 메뉴얼의 정비를 위한 전국적 표준안의 마련이나 지자체의 관리상태 점검'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는 '압사사고 예방 책임 여부'와도 관련되는데, 참사를 사전에 막지 못하고 대응활동을 준비하지 못했던 예방이나 대비 활동에 관한 책임은 '핼러윈 데이 당일 이태원 현장'에 한정해 이해해선 안 된다. 예방 활동이란 '판교 환풍구 사고, 상주 체육관 압사사고' 등 기존 인파 사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정책 기능을 수행했는지의 차원에서도 검토돼야 한다.
특히 '조정(coordination)'의 개념은 대응 단계에서 그 의미가 부각되는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참여 기관들의 정보를 통합하여 각 기관들이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게 하고, 기관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효과적으로 재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정리하는 구체적인 기능"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참사에 이르는 과정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선 우리의 재난관리 체계가 관련된 주요 기관 모두에게 대응의 책임과 강력한 기능 등 중첩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는 재난관리학의 글로벌 표준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재난관리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에도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재난안전법은 관련 기관들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관련 법령에 기재된 재난관리의 여러 개념이나 용어들은 여러 스펙트럼을 내포하고 있다. 
탄핵심판이 진정한 법적 책임을 가리고 우리 재난관리 시스템의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의 활동이 재난관리법의 취지와 맥락에 맞게 실제 수습에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법률적 용어들 또한 우리의 법체계를 왜곡해 해석되지 않도록 선택적 적용이 아니라 재난관리 체계의 맥락적·기능적 관점에서 판단돼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00055.html
[왜냐면] 헌재가 정부의 무책임 인정하면 각자도생 시작된다 (한겨레,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2023-07-13 19:55)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의 의미③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리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 대한 규제”라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정부의 안전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군중이 밀집해 다칠 가능성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집회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정부의 철학, 정책 방향, 중요 가치에 따라 예상치 않은 재해나 위험이 잘 관리되기도 하고, 사회적 참사가 되기도 한다.
헌법 34조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세계인권선언도 제3조에서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말한다. 생명·안전을 시민의 권리로, 그 권리를 지키는 것을 정부의 책무로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재난의 예방과 대응, 재발방지대책 마련의 모든 과정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길을 걷거나 축제를 즐기는 시민은 그 시간이 위험하리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시민이 위험을 인식하지 않고 일상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이태원 참사는 시민의 안전권이 훼손된 사건이며, 정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실패한 사건이다. 정부는 참사 뒤 “국민안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지만 실질적 책임을 진 바 없다. 피해자들이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면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를 언급하며 법적 책임만을 책임인 양 말한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훼손한 책임을 사법적 책임으로 국한할 수는 없다. 공직자의 사퇴나 파면, 경질 등도 그런 책임의 범위 안에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모든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이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난 대응의 총괄책임을 지닌 주무부서의 장관이기 때문에 159명이 사망한 큰 참사가 닥쳤을 때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은 책임회피 발언을 하고, 이태원 참사 수습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국정조사에서는 거짓증언을 해 진상규명을 흔들었다. 국회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켰으나 대통령이 거부했고, 결국 국회에서 탄핵소추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상민 장관은 이런 참사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자신은 알 수 없었고, 수습의 책임도 현장의 긴급구조통제단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법령에 근거해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여부만을 따질 경우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재난참사의 책임을 사법적 책임으로 국한했다가 책임을 묻지 못할 경우, 정책의 방향을 왜곡하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유지해 위험을 가중시킨 이들이 재난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게 된다. 결국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만든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과 관행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재난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부정을 인정해버리면, 정부는 참사 뒤에도 우리 사회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안전보다 이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우리를 지켜주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참사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돌리기도 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정부에 통제를 요구하거나 사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야말로 각자도생 사회다.
생명과 안전은 모든 시민의 권리다. 그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정부에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재난과 참사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혐오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재난참사로부터 제대로 배우고 실수, 공백, 관행, 잘못된 시스템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바꾸기 위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기를 요구한다. 재난 안전에 대한 총괄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탄핵돼야 하는 이유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4964 
공무원에겐 '설명 책임'이 있다, 그러나 행안부장관은... (오마이뉴스, 천윤석 민변 이태원참사TF 활동 변호사, 23.07.17 14:01)
[연속기고 ⑤] 공무원의 '책무성'과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상 행위의 과정 및 이유를 보고하고 그 행위의 타당성을 설명할 책임을 진다. 이것을 공무원의 '책무성(Accountability)'이라고 한다. 자신의 직무 수행에 대해 설명해야 하므로 공무원은 자신의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책무성은 공무원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는 개념이다.
공무원제도에 대한 헌법적 논의는 신분보장 및 정치적 중립에만 집중된 경향이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례 역시 위 두 가지 쟁점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공무원이 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러나 사실 공무원의 책무성을 구체화한 규정은 상당히 많다. 책무성의 원칙에 관한 총론적 규정이 없을 뿐이다. 예컨대, 국무총리, 국무위원, 정부위원이 국회에 출석해 국정 처리 상황을 보고할 의무(헌법 제62조 제1항), 대통령이 긴급명령 또는 긴급재경경제명령을 했을 때 국회에 보고해 승인을 얻을 의무(헌법 제76조 제3항), 공무원이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거나 관련 서류를 제출할 의무(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국회법 제65조 제1항, 제128조 제1항) 등은 모두 공무원의 책무성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이같이 개별적인 규정이 여러 법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법의 영역에서 공무원의 책무성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책무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한 제재와 벌칙에 대한 논의도 빈약한 상태다.
이태원 참사에 관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이상민 장관의 행위는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할 수 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주로 문제된 것은 재난안전법상 의무 위반이었고, 생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생명권의 규범적 지위를 경시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가 정치적 책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이 공무원의 책무성을 망각한 문제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가장 해야 할 일이 많았던' 장관이다. 당연히 직무수행행위의 과정과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 가장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을 가장 불성실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이상민 장관이다.
탄핵소추의결서의 "고위공직자로서 국회에서 한 진술" 항목 부분에는 이상민 장관이 몇가지 사항에 관해 위증을 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그중 특히 문제되는 것은 유족명단 확보 여부 및 재난관리주관기관 지정에 관한 위증 부분이다. 이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상민 장관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알 수 있다.
이상민 장관의 책무성 망각 하나
첫째, 이상민 장관은 유족 명단 확보 여부에 관하여 발언하면서 책무성을 망각한 태도를 보였다.
이상민 장관은 2022년 11월 16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행정안전부는 유족 명단 및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국무위원이 하는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라고까지 했다. 또한 이 장관은 2022년 12월 27일 국정조사 제1차 기관보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울시가 유족 명단을 넘겨주지 않는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다. 행정안전부는 참사 이틀 뒤인 2022년 10월 31일 서울시로부터 유족의 이름과 연락처가 정리된 자료를 전달받았고, 이를 활용해 각 지자체에 지방세 감면 대상 유족 명단을 통보했던 것이다.
유족들은 서로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해 여러차례 유족 명단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것은 유족들이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요구였다. 견디기 어려운 충격을 받은 유족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위로할 필요도 있었다. 사실 행정안전부가 유족의 명단과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데다 명단을 주지 않을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정권에 부담을 주는 사건으로 번지는 것을 꺼려 이상민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일 이상민 장관이 유족 명단 확보 여부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였다면, 단정적으로 명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게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답변하겠다고 했어야 한다. 적어도 이상민 장관이 유족 명단 확보 여부에 대하여 직무상 행위를 정확하고 성실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상민 장관의 책무성 망각 둘
둘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과 관련해서도 이상민 장관은 더할 수 없이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상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은 중수본을 신속하게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재난안전법 및 같은 법 시행령 해석상 이태원 참사의 경우 재난관리주관기관은 명백히 행정안전부이기 때문에, 이상민 장관은 신속하게 중수본을 설치해 운영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중수본을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심각한 업무 태만이다.
그 후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이상민 장관은 2022년 12월 27일 제1차 기관보고에서 "10.29 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이 누구냐"는 질문에 "지금 재난관리주관기관은 따로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1월 6일 제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했는지 여부에 관하여 계속 말을 바꾸며 횡설수설했다. 심지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중수본을 구별조차 하지 못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했기 때문에 중대본을 구성했다"라는 엉뚱한 말을 했다. 당시 발언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 발생 두 달 뒤까지도 중대본과 중수본의 기능 및 역할,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처럼 자신의 업무가 무엇인지 파악도 하지 못했으니, 직무수행에 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상민 장관의 책무성 망각 셋
책무성이 정무직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국무위원과 같은 고위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대외적 책무성은 보다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갖는다.
즉,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해 직무수행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원리를 구체화한 권력통제제도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무위원이 국회에서 성실한 태도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상민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은 헌법적 문제이다. 따라서 '위증'이라는 형법 용어가 정확한 것인지 따지거나 위증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것이다. 이상민 장관이 책무성을 망각해 헌법적 문제를 일으킨 만큼, 그에 대한 헌법적 제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국회가 탄핵소추라는 헌법적 수단으로 대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그동안 법의 세계에서 관심 밖에 있던 책무성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면, 이번 탄핵사건은 헌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5984 
또 '정치적 실패' 반복할 건가... 이상민을 파면하라 (오마이뉴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이상민탄핵TF 간사, 23.07.19 13:03)
[연속기고 ⑥-마지막] 재난 트라우마의 보수화·개별화를 넘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고 있다. 이는 참사 당일 이상민 장관의 안일함을 넘어선 무책임한 대응의 문제를 넘어선다.
만약 참사 당시 구조와 수습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후 사고조사와 수습 그리고 사회적 회복의 과정에서 장관 본인의 거취가 걸림돌이 되고 장관 자신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정이 뒤따랐다면, 다시 말해 재난에 대한 총괄적인 직무로서 행정안전부장관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국회가 이상민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이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상황은 불필요했을 것이다.
'길'은 공공의 영역... 핼러윈은 전국적 축제다
장관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다시 이태원 참사의 본질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태원 참사는 '길'에서 발생했다. 이 '길'은 누구의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장소가 아니라 공공의 영역이고 국가가 관리하는 공간이다. 길을 무단으로 점유하거나 훼손한다면 이에 대한 규제와 처벌 그리고 복원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지는 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태원 참사는 그 '길'에서 대규모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또 하나,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고 해서, 핼러윈이 이태원에서만 진행되는 축제는 아니다. 서울에서만 홍대, 신촌 등지에서, 그밖의 번화가와 상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인파가 몰린다.
참사가 발생한 2022년, 충북 청주에서는 충북 지역 최대규모의 '핼러윈 페스티벌'이 열려 70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인천에는 동인천 신포동, 주안역 상가, 남동구 로데오거리, 부평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핼러윈 축제가 열렸다. 부산에서는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핼러윈 퍼레이드 페스티벌'이 열렸고 총 5만 명이 참여했다. 대구, 청남 청양, 광주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핼러윈 축제가 열렸다. 이렇듯 핼러윈은 몇몇 극성맞은 'MZ 세대들'만의 놀이가 아니라 이미 전국적인 규모의 동시다발 축제다.
윤석열 정부는 6월 1일부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3년 4개월만의 일상 회복 선언을 한 것이다. 6월부터 참사가 발생한 10월 29일까지, 각종 행사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놓친 것은 코로나 이전 그나마 미약하게라도 실행되고 있었던 인파관리 예방이었다. 사람들이 몰려서 위험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라도 있었던 조치들이 뒤따르지 않아 위험이 증가했다. 이태원 참사는 정부가 위험에 대응하지 않아서 발생한 참사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이태원 참사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행안부장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
이상민 장관의 책임 회피는 이태원참사의 사고조사와 수습과정상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진단하는 사회적 과정을 지연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상민 장관과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협소화하고 왜곡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사회적으로 유가족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고, 참사의 '목격자'로서 우리 사회가 참사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집단적 노력을 분산시키고 있다.
재난에 대한 사회적 해결이 극단적인 갈등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해결이 어려워지게 되면 우리사회는 재난을 해결할 수 없는 집단적인 정치적 무능력과 냉소에 빠지게 된다. 그러한 사회는 '연속적인 재난상황'에 놓이게 된다. 시민들은 재난상황이 마치 자연스러운 일상인 것마냥 '체념적 순응상태'에 젖어들게 된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직후부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해왔다. 이는 참사에 대한 당혹감으로 인한 우발적인 심리적 방어를 넘어선다. 국정조사에서 장관의 태도와 발언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 4차에 걸친 대응 논리는 단지 이상민 장관 자신의 책임을 거부하는 태도를 넘어 이태원 참사의 사건성을 부인하려는 조직적·체계적인 이데올로기적 실천을 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조직적 부인(부인주의, denialism)의 덫에 걸리면 진실 규명의 사회적 노력이 봉쇄되면서 재난 피해자와 목격자가 분리된다. 참사의 부인과 부정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책임이 없다' '이태원참사를 예측한 사람 있나'(1차 변론시 장관 측 변론)는 식의 반복적인 주장으로 나타난다. 이런 주장은 행안부장관이 재난 참사 상황에서 어떠한 책임이 부여돼 있으며, 어떠한 책임을 저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가로막는다.
이상민 장관의 책임을 묻는 유가족들은 '분노와 울분에 찬 도덕적이고 비합리적인 집단'으로 매도되면서 피해자와 목격자간의 분리와 피해자의 사물화가 이어진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빌리면, 피해자의 사물화는 피해자의 얼굴을 지움으로써 목격자와 피해자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강화한다. 이는 이태원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재난 트라우마를 보수화하고, 개별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런 사회에서 재난은 또다시 사회적 회복의 계기가 아니라 정치적 실패로서 반복된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듯 다른 이태원 참사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비교한다. 정확하게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자신의 감정과는 다른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한다. 세월호 참사와는 달리 이태원 참사에 대해 드는 감정은 '무력하고 피곤하고 알고 싶지 않다'라고 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새로운 의미의 생성이 차단되고 해결과정이 답보 상태에 놓인 지점에 이상민 장관의 탄핵과 참사에 대한 부인과 부정의 정치가 놓여있다.
이상민 장관의 탄핵은 이태원 참사의 해결이 지연되고 답보되는 지점을 드러내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출발할 수밖에 없다. 이상민 장관에게 정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720132451004?input=1195m 
헌재, 25일 이상민 탄핵심판 선고…소추 167일만(종합)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2023-07-20 16:27)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 고려해 특별기일 지정"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탄핵 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여부가 25일 결정된다. 헌재는 이 장관의 탄핵 심판 사건 선고 기일을 25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선고는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헌재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임을 고려해 신속한 심리를 진행해 특별 기일을 잡아 선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지 167일 만에 나오는 결정이다.
국회는 올해 2월8일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 총투표수 293표 중 찬성 179표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발의에 참여했다. 탄핵소추안은 2월9일 헌재에 접수됐다.
헌재는 주심인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리를 검토하고 두 차례 준비 기일을 열어 쟁점을 정리했다.
사건의 쟁점은 이태원 참사를 전후해 이 장관이 ▲ 재난 예방조치 의무를 지켰는지 ▲ 사후 재난 대응 조치는 적절했는지 ▲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를 지켰는지로 압축된다.
헌재는 네차례 공개 변론을 열어 국회 측과 이 장관 측의 주장을 들었다.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6월27일 마지막 변론에는 참사 희생자 유족이 직접 나와 진술했다.
헌재가 탄핵소추를 받아들이면 이 장관은 즉시 파면된다. 이태원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인정한 셈이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이 장관은 다시 직무로 복귀하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무리한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