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재미/노래도 부르고

미성의 가수, 박창근, 그리고 이유

새벽길 2022. 12. 28. 02:18

북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박창근의 '이유'는 과거 밥꽃양 시절에 흘러나왔던 맛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어 들어보았더니 과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미성을 자랑하지만, 거의 20여년 전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더 좋게 다가오는 건 기분 탓일까?
여기서는 1999년 ‘Anti Mythos’라는 제목으로 나온 박창근의 첫 독집음반에 실린 버전과 그가 밴드 ‘가객’을 결성해 2002 노래마라톤에서 불렀던 노래들을 모은 2002년 공연실황음반 <아야(我也)>에 실린 버전을 추가해서 올린다.

박창근 - Anti-Mythos - 03. 이유

가객 밴드(공연실황) - a4.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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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01:13

아직도 가수 박창근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아니 어느새 잊혀졌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썼던 글을 조금 바꿔서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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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0 22:21 
박창근은 지금은 홀로 노래를 부르지만, 예전에는 가객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창근이 대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알려낸 것은 2002년 미군장갑차에 깔려 숨진 미선이, 효순이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그리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자신의 고운(?) 음성을 드러내면서라고 알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남자인 줄 알지만, 그의 목소리만을 듣는 사람들은 여자로 착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남자라고 말하면 설마하면서 의문부호를 찍곤 했다. 그런데 여전히 그런가 보다.
 
예전에 민지네에서 인터넷방송을 할 때면 한곡 정도는 박창근의 노래를 선곡했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저 바람처럼', '내 노래는', '아야', '이유', '짬뽕', '너에게', A-MEN' 등 버릴 노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4WRhnRlsgU 

박창근 작사/곡/노래 - 이  유
 
내게 목을 죄는 쇠사슬을 준다면
나는 순순히 응하진 않을거야 물어볼거야
내게 사랑을 원하고저 한다면
나는 쉽게 그것을 말하진 않을거야 침묵할거야
왜 내가 인정해야 하는지 왜 내가 상처받아야 하는지
그 대답을 들어야만 할까봐
그것이 내가 줄 최선의 것인지
나는 어떤 책임을 다 할 수 있는지
창문을 열어 새벽바람을 맡을까봐
 
꽃이 피는 이유를 꽃이 지는 이유를
함께사는 이유를 시기하는 이유를
기뻐하는 이유를 미움받는 이유를
죽어가는 이유를 기도하는 이유를
난 물어보고 싶어 살아가는 이유를
난 물어보고 싶어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1999년 나온 박창근의 독집앨범 'Anti Mythos'에 실린 '이유'는 파병반대집회에서도 박창근이 불러 앵콜을 받기도 했지만, 현대자동차 식당노조의 여성조합원들의 정리해고투쟁을 다룬, '밥.꽃.양'이라는 여성노동자 영상보고서(3년간에 걸쳐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를 상영할 때 흘러나왔던 노래로 더 유명하다. 아마 밥.꽃.양을 본 사람이면 다 기억할 것이다. 최근에 박창근은 이유두번째이야기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박창근은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withus.wo.to/)에서 이 노래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얘기한다.
 

제일 대답하기 힘든 가사입니다. 이유의 첫 가사는 인위적인 제약에 대한 불복종과 어떤 현상에 대한 탈출을 말한 것. 후렴구는 존재론적인 물음에 대한 것입니다. 육체와 정신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부딪치는 것들과 묻고 싶은 많은 것들, 이유가 있는 것과 없는 것, 그 모두는 살아가는 이유. 혼자라는 것과 함께 한다 라는 것. 아!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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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독특한 미성의 가수 박창근 (2008 09/02 뉴스메이커 790호, 최영진 기자)
“불러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지난 8월 16일 저녁 8시 서울 남산N서울타워에서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은 남자 가수가 미성으로 부른 ‘님은 먼 곳에’를 듣고 가던 길을 멈춰섰다. “아니 어떻게 남자한테서 저런 목소리가 나오나”라는 수군거림도 잠시, 사람들은 해금과 통기타 그리고 미성이 어울린 작은 무대에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TV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삶을 노래하는 가사에 반했기 때문이다.
독특한 미성을 자랑하는 가수는 박창근이다.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오랫동안 민중가요판에서 활동해 온 가수다. 지금까지 ‘안티미노스’(1999)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2005)이라는 앨범을 내놓았다. 특히 2집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 평론가들이 주목한 올해 음반에 선정됐다.
“대학생 때는 소리꾼의 ‘구음’과 같은 강렬하고 약간 거친 소리를 내고 싶어서 매일 몇 시간 동안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다. 하지만 원하는 목소리로 변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음색이 독특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가끔씩 여자 아니냐고 물어보는 팬도 있을 정도다. 이젠 현재 목소리 색깔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노래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지역 문화운동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구를 고집하겠다는 사명감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서울로 가서 복잡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대부분 서울로 가서 살려고 하는데, 그런 것이 내게는 깨뜨리고 싶은 벽같이 느껴진다”고 대답한다. 그는 현재 대구에서 곡을 만들고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보낸다. 하지만 창작자가 한곳을 터로 삼아 활동하면 타성에 젖기 쉽다는 생각에 대구지역의 가수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그를 불러주는 곳이라면 여행 삼아 떠나 공연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삶을 노래한다. 우리가 왜 사는지, 왜 싸우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의 고민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래가 무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노래 속에 살아가는 데 느끼는 희망과 절망, 막막함 등 진실한 목소리를 담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다. “숨을 쉬기 위해 노래를 한다”는 그의 말처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 가수 박창근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의 희망은 매일 노래할 수 있는 작은 소극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동정심과 이해가 살아 있는 세상’을 꿈꾸며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