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재미/노래도 부르고

진혼곡 등 김영남의 노래

새벽길 2022. 6. 11. 03:51

1988년 11월 전남대학교에서 개최된 제1회 전국대학생 통일노래한마당에서 고려대 노래얼의 김영남이 부른 진혼곡은 서울한마당에서 입상한 곡 중의 하나로 하여 초청곡 형식으로 불리워졌다. 이 노래는 대상 수상곡인 '통일의 나라로 가자'보다 더 널리 불리워졌다. 아마도 김영남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고음 때문일 것이다.

통일노래한마당은 제1회가 가장 성황리에 개최되었고, 공연실황이 테입으로도 남아 있다. 테입 1은 경연곡들이 나오고, 테입 2는 경연곡 일부와 함께 초청공연으로 광주 노래패 '친구'와 서울 민문연, 그리고 서울한마당 입상곡이 실려 있다. 제1회는 심사위원도 빵빵했다. 노동은 교수, 이영미 평론가, 오창규 PD, 문병란 시인(직녀에게를 작사한 분이다), 박치음 교수(반전반핵가, 내 사랑 한반도를 만든 분이다)가 참여했다. 초청곡 외에도 나중에 널리 알려진 노래들도 많다. 한양대 통일사랑의 '오! 통일이여'(윤민석의 연주곡집에도 실려있다), 입상곡들인 고려대의 '이름없는 전사에게', 서울대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김남주 시인의 시에 변계원 님이 곡을 붙여 만든 곡으로, 요즘도 불리워지는 그 노래 맞다), 한양대의 '우리들의 땅', 조선대의 '통일의 나라로 가자' 등.

지금 다시 떠올려보니 조국과 청춘 1집에 실린 '그대 눈물 마르기 전에'를 부른 목소리도 김영남이다. 전대협노래단의 '동지여 굳세게'도... 노래얼과 조국과 청춘, 전대협노래단은 그리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데, 어떻게 된 것인지... 언젠가(이것도 거의 30여년 전이다) 대학 여자 동기가 술자리에서 이 노래를 부르길래 이 노래를 어떻게 알지 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뜬금 없이 진혼곡을 얘기하는 이유는 '쏴!쏴!쏴!쏴!탕'이라는 뮤지컬 영화에 이 노래가 가사를 바꿔 실린 것을 봤기 때문이다. 나온지 30년도 넘은 노래인데도 진혼곡의 가사가 또렷하게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만큼 민중가요를 좋아하고 자주 불렀기 때문이리라.

영화 '쏴!쏴!쏴!쏴!탕'은 원작이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 가운데 있는데, 영화에서는 진혼곡을 비롯하여 포장마차, 오월의 노래1, 친구2, 오월의 노래2, 광주출정가, 임을 위한 행진곡, 고백 등의 상당한 민중가요가 나온다. 맨 처음 '아, 대한민국'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렇게 민중가요로만으로 노래 넘버를 채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 노래가사를 상황에 맞게 바꿔서 부르기에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암튼 여기 나오는 다른 민중가요들도 모두 내가 아는 곡들이고, 좋아하는 노래들이다. 
 
고려대 노래얼(김영남) - 진혼곡


포연이 자욱히 피어오르는 저 언덕 묘지 위에
비에 젖은 흐느낌 울려 퍼지어 살아 귓가에 넘실거린다.
피분수 솟구쳐 붉게 드리운 흰옷의 꽃망울
상처 남은 가슴 위로 분노의 염원이 숨쉰다
 
떨리는 저 몸부림 목 메인 그 함성으로
쓰러져 간 그대 원혼 가슴에 남아
타올라라 복수 복수를 위해
굽이쳐라 해방을 위해
 
총성이 아련히 멀어져가는 메마른 흙무덤에
핏발서린 눈동자 잠들어 있고 깊은 어두움만이 고였다
불꽃에 휩싸여 재가 되버린 흰옷의 옛사랑
타다 남은 잿더미에 피의 이 산천이 숨쉰다
 
떨리는 저 몸부림 목 메인 그 함성으로
쓰러져 간 그대 원혼 가슴에 남아
타올라라 복수 복수를 위해
굽이쳐라 해방을 위해
https://www.youtube.com/watch?v=EcuRz6zm-l8 

 
전대협노래단(김영남) - 동지여 굳세게
전대협 우리의 자랑이여(1991), 윤민석 작사/작곡

햇살 푸른 교정의 맑은 봄날에 그대는 야위였소
수척해진 두뺨에 흐르는 눈물 우리들의 햇살이었소
빼앗긴 땅 부둥켜 일으키고져 분노로 사랑하며
굵은 창살 안에서 젊음 찾으며 아프지만
결코 굴하지 않는 
그대 눈물로 견디는 기나긴 이 밤
그대를 위해 나 여기에 촛불 밝혀두고
지나온 새벽전선 위에 흙빛 붉은 진달래처럼
동지여 꺽이지 않는 들꽃처럼 굳세게
https://www.youtube.com/watch?v=mRrKFguRbPw&t=3s

 
조국과청춘(김영남) - 그대 눈물 마르기 전에
조국과 청춘 1집(1992), 류형선 작사/작곡
  
벗이여 슬퍼마오
젖은 소매 마를날 있으니
온누리 마른품 저마다 소리쳐
푸른 날 있으니
벗이여 슬퍼마오
내 항상 그대곁에 있으니
이 시절 언제나 넉넉한 미소로
그대 곁에 있으니
 
*앞서간 벗들의 피눈물 그리움 따라
기꺼이 내딛는 걸음
늘어진 그대의 허리띠
내 다시 묶어주리니
벗이여 슬퍼마오
그대의 눈물 마르기 전에
이 아픔 모두어 흐느낌 모두어
밝아올 새날 있으니
https://www.youtube.com/watch?v=iLyihn0tpbg 


고려대 노래얼(김영남) - 이름없는 전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