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여성,소수자,인권,가족

13개 대학 청소 노동자, "명문 대학이 노동조건 개선 앞장서라"

새벽길 2022. 8. 1. 07:05

게 마지막 글이 되기를...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72717354877758
13개 대학 청소 노동자, 연세대에 모여 "명문 대학이 노동조건 개선 앞장서라"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 | 2022.07.27. 17:47:04)
"우리는 새벽에 와서 일하는 그림자 없는 귀신이 아니다"
서울지역 13개 대학·빌딩 청소, 경비, 주차 시설관리노동자들이 27일 연세대학교에 모였다.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는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이날 서울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집단교섭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만이라도 (임금을) 올릴 것을 요구했지만 대학은 코로나를 핑계로 저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진짜사장 총장님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생활임금을 보장해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등을 요구했으나 원청인 연세대학교가 교섭에 응하지 않아 농성에 나섰다. 연세대 재학생이 집회중인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며 관련 문제가 부각되자 학교는 지난 26일 청소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간담회 학교대표인 총무처장의 코로나 확진으로 8월 초로 연기됐다. 
김현옥 연세대 분회장은 "우리는 새벽에 와서 일하는 그림자 없는 귀신이 아니다"라며 "나라에서 440원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만 임금을 올려 달라"고 강조했다.
대학 내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는 비단 연세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이화여대, 숙명여대, 홍익대, 덕성여대, 인덕대 청소노동자들도 참여해 "큰 대학, 명문 대학인 연세대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덕대 분회장 A씨는 이날 "인덕대는 다른 큰 대학에 비해 전문대라서 (처우 개선을) 빨리 못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연세대에서 합의를 하면 인덕대가 따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덕성여대 분회장 B씨도 "학교의 어려운 사정도 알지만, 저희도 한식구라고 생각하고 교섭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땀 흘려 노동하고 옷이 마르면 등에 하얗게 소금꽃이 핀다. 그리고 나서 퇴근할 때는 땀냄새가 진동하는데 버스를 어떻게 타겠냐"며 "노동자가 일하고 씻을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로 이렇게까지 투쟁해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이어 "적어도 일한 사람이 나가서 악취로 외면받고 푸대접 받지 않게끔 노동 조건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연세대 학생들도 참여해 연대했다. 연세대 비정규공대위 소속 해슬은 "많은 사업장에서 연대하러 온 것을 보니 이 문제는 연세대만의 일이 아니"라며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해서 싸우는 일이 나의 노동권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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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960
연대생 고소 청소노동자 문제, 언론은 어떻게 다뤘나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2022.07.16 09:20)
[비평] 재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이후 언론 관심 쏠려…현장의 열악함 드러내는 르포부터 원·하청 구조 문제 짚는 보도 등 눈길
연세대학교 재학생 3명이 교내에서 ‘임금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집회중인 청소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래에 겪을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고려한 정신적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재학생들의 청소노동자 고소로 언론의 관심이 연세대로 쏠렸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년 지속되어 왔지만, 이번처럼 언론보도가 집중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장은 15일 미디어오늘에 “(언론의 관심이) 실감이 많이 난다. 그전에는 학교 안에서만 우리 목소리를 내곤 했었는데, 이번에 공론화가 많이 돼서 학교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더욱 창피해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언론보도는 어땠을까.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2일 ‘“약자는 무조건 선하냐”…연대 청소노동 시위 고소인의 항변’ 기사에서 소송을 제기한 3명의 연대생 가운데 한명인 ‘고소인 A씨’의 발언을 실었다. A씨는 “(일부 언론은) 마치 강자인 우리가 약자인 청소노동자 분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서술했다”며 “민노총은 조합원 수만 100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다. 단순히 청소 노동자, 혹은 경비 노동자라는 프레임으로만 보도하니까 마치 그분들이 약자인 것처럼 그려진다”고 주장했다.
현장 열악함 보여주는 르포, 원하청 구조 짚는 보도 이어져 
청소노동자 투쟁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보도도 많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투쟁 보도는 ‘고소’라는 단발성 이슈에만 그치지 않고 연세대 나임윤경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청소노동자 고소 행위 비판, 3000명이 넘는 학생·졸업생·시민들의 연서명을 통한 지지 의사표명, 연세대 출신 변호사들의 학내 청소노동자 소송 대리인단 구성 등 관련 사안이 나타날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고려대 청소노동자 시급 인상 및 휴게 공간 개선을 위한 점거 농성에도 다수의 언론이 취재하며 노동자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고소 학생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가령, YTN은 지난 6일 ‘[팩트와이] 연세대 청소노동자 월급 300만 원 넘는다?’ 기사에서 “지난 5월 명세서를 보면 208만2000원이 찍혀 있다. 세금과 고용 보험료 등을 떼고 난 실수령액은 194만7000원. 용역 업체에 지급하는 수수료 등 청소노동자 한 명을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대학 측의 비용까지 모두 합쳐도 300만 원 안팎”이라며 “청소노동자 월급이 300~400만 원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직접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을 찾아가거나 일터에 동행하며 현장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르포 기사들도 많았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 기사 ‘[르포] 새벽부터 대학 칠판닦는 60대 청소부…‘땀냄새’에 휴게실서도 쉬지 못했다’는 연세대 청소노동자 김모씨(66)를 새벽 3시부터 따라다녔다. 연합뉴스도 지난 14일 ‘“청소하고 나면 땀범벅인데…칸막이도 없는 수돗가에서 씻어”’ 기사에서 고려대 법학관(구관) 지하 휴게실을 찾아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시설과 샤워실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그들의 요구를 전했다.
경인일보는 지난 9일 ‘내 쉴 곳은 복도·계단·화장실, 여전히 열악한 대학가 청소노동자 쉼터’ 기사에서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가운데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역시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국대 죽전캠퍼스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취재했다. 
재학생의 고소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된 이번 사건이 ‘학생’ 대 ‘청소노동자’의 단순 대결 구도로 소비되는 것을 우려하며 본질적 문제는 학교와 원하청 구조에 있음을 짚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15일자 아시아경제 ‘갈등 치닫는 대학내 노동자 문제 해법은 직고용’ 기사는 “각 학교 재학·졸업생들은 대학 본부가 노동자들을 직고용하지 않고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 원·하청 구조가 갈등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동국대의 경우 2018년 청소노동자 97명을 직접 고용한 후 학내 집회 등 갈등 요인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도 2017년 200여명의 학내 노동자들을 직고용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자 한겨레 기사 ‘연세대, 5800억 쌓아놓고 ‘시급 440원’ 인상 요구에 “재정 어렵다”’에선 “지난 3월3일 지방노동위원회는 연세대를 포함한 13개 대학에 노조와 용역업체 간의 조정을 통해 청소노동자는 시급 400원, 경비노동자는 420원을 올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원청인 연세대와 용역업체가 200원 인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연세대의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5800억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 붙어있는 학생들 대자보. 사진=윤유경 기자.
지난 8일자 뉴스1 기사 ‘넉달째 '해법' 못찾는 연세대… '균열일터' 문제 집약판’에선 “연세대는 청소경비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에 맡긴 상태다. 원청과 하청, 노동자로 이어지는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문제와 판박이”라며 “우리사회가 비정규직, 외주, 하도급 문제를 오랜 기간동안 방치했던 것이 연세대 사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손승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언론보도 관심이 촉발된 계기는 재학생의 민사 손해배상청구다. 근본적으로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데, 대학 내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안타깝다”며 “언론 등에서 관심을 가져주니 이 문제가 공론화돼서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언론에서도 처음에는 단순히 임금문제, 샤워실 문제로만 접근하다가 임금과 샤워 시설이 왜 열악할 수밖에 없는가 들여다보며 간접고용, 원하청 문제 등 근본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가 조금씩 공론화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기회를 통해 향후 입법이나 원천 사용자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앞으로도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현장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207162204538271
"10분 만에 땀범벅"...대학 청소 근무 환경 어떻길래? (YTN, 황윤태 기자, 2022년 07월 16일 22시 04분)
새벽에 복도·화장실 청소 10분도 안 돼 ’땀범벅’
샤워장 5년 동안 방치 후 최근 재개장
노동자들 "샤워 시설 설치 요구"…시설은 열악
휴게실도 열악한 환경…매연·소음에 환기 어려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1258.html
고려대 청소노동자는, 씻고 싶을 때 ‘대걸레 빠는 곳’ 갑니다 (한겨레, 서혜미 기자, 2022-07-17 16:40)
[현장] 새벽 4시 반부터 청소하는데
에어컨은 아침 8시부터 틀어줘
마스크 땀에 절어 하루 3개 쓰기도
휴게실 있는 지하까지 승강기도 없어
“샤워실·400원 인상 요구, 부당한가”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1284.html
[세상읽기] 연세대 청소노동자와 학생의 권리, 어느 게 우선일까 (한겨레, 김만권 |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2022-07-17 18:28)
연세대 일부 재학생들이 교내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노동자들은 지난 4월부터 시간당 임금 청소노동자 400원 경비노동자 440원 인상, 인원 보충,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매일 1시간가량 집회를 벌였다. 이를 두고 일부 재학생이 집회 소음 때문에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고소했다.
이 사안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개인들의 기본 권리가 충돌할 때 누구의 어떤 권리를 우선해서 보호할 것인가? 20세기 영미 정치철학사에서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는 권리론자들 사이에도 유사한 맥락의 논쟁이 있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자유주의자 존 롤스와 자유지상주의자 로버트 노직 사이의 논쟁이다.
1971년 출간된 롤스의 <정의론>은 사회적 공익이나 편의라는 명목으로 소수자의 권리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롤스가 내세운 정의의 두 원칙은 ‘사회적 경쟁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정의로운 사회라면 언제나 ‘최소수혜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의론>이 권리로 보호하고자 했던 주요 대상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이었다. 민권운동이란 시대적 맥락을 고려해보더라도 권리가 우선해서 방어하는 대상은 사회적 약자임이 분명했다.
롤스의 하버드대 동료였던 젊은 철학자 노직은 1974년 출간한 <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에서 <정의론>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직은 자유지상주의자답게 국가란 개인들이 어쩔 수 없이 자기보호를 위해 마련한 ‘보호협회’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를 설명하는 와중에 노직은 국가의 영토 안에는 자기 자신을 지켜낼 능력이 충분해 국가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독립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개인들을 보호하는 기구로서 국가가 온전히 작동하고자 한다면 이런 독립인들이 국가에 편입되며 감수해야 하는 불편을 먼저 보상해야 한다고 노직은 역설했다. 이런 논리는 사실상 ‘강자들의 권리를 먼저 방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강자로서 독립인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보상되지 않는다면 보호기구로서 국가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노직의 주장에 미국 엘리트 계층이 열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출간 이듬해 노직은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롤스와 노직의 권리론 사이에는 약자의 생존과 강자의 불편이라는 명백한 대립이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 권리를 먼저 보호해야 할까? 이에 답하기 위해 소개하고픈 또 다른 사례가 있다. 2008년 어려움에 처한 청소노동자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은 학생들이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연을 들은 학생들이 노동조합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학생들은 다른 대학의 사례를 참조하고 외부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노동자들이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2008년 같은 연세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비록 시기는 달라도 연세대의 두 사례는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구성원들을 어떻게 달리 대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준다. 하나는 어려움에 처한 구성원들을 위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며 연대했고, 하나는 이를 견디지 못해 고소했다.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관계 맺음과 상관없이 나의 권리만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더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취할수록 한 사회는 약자들/소수자의 생존보다 강자들/다수자의 불편이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권리가 있지만, 기본적 권리들이 충돌할 때 보호해야 할 우선순위가 있다. 상식적으로는 권리가 다루는 대상이 약자의 생존과 강자의 불편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35%)이 긍정적 응답(23%)보다 높다는 여론조사(한국리서치, 2022년 6월3~6일)를 보면 요즘 우리 사회는 강자/다수자의 불편에 더 가치를 두는 듯하다. 누군가는 성공을 향한 치열한 경쟁 속에 남겨진 자의 상황은 무시하는 능력주의 사회의 당연한 귀결이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밝혀두자면, 말년의 노직은 삶을 돌아보며 더는 그런 입장을 갖지 않고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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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9 23:19
세대 재학생 3명이 지난 5월 청소·경비노동자(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후 최근 10여일 동안 나왔던 기사들을 모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0091.html
[슬기로운 기자생활] 지금, 혐오와 싸우는 자 (한겨레, 이우연 | 이슈팀 기자, 2022-07-07 18:02)
“기자님은 지금 이 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취재 도중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식사 자리에서 물어왔다. 며칠째 사람들에게서 받은 질문이라곤 ‘오늘 저녁 뭐 먹을 거냐’ 같은 것뿐이었는데, 왜 이런 시련이…. 답을 주저하자 그가 침묵을 끊어줬다. “제가 최근에 청년들 대상으로 이 질문으로 앙케트 조사를 해봤거든요. 가장 많이 나온 답이 ‘혐오’였어요.”
확실히 몇년 새 ‘혐오’가 사회문제가 됐다는 것에 동감한다. 혐오시설과 같은 단어로만 접하던 혐오가 이제 모든 소수자에게 붙어도 어색하지 않다. ‘여성혐오’, ‘성소수자혐오’, ‘이주민혐오’, ‘장애인혐오’, ‘노조혐오’, ‘난민혐오’…. 사회적 약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노력 없이 떼쓰는 집단’이라는 손가락질이 따라붙는다.
올해 쓴 기사를 찬찬히 돌이켜보니 혐오에 맞서고 연대하는 이들에 관한 기사가 여럿 눈에 띄었다. 여러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하기 일쑤인 트랜스젠더에게 친화적인 의료공간을 만든 성형외과 의사, 성소수자가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 성공회대 학생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지각한 직원의 근무기록을 ‘연대’로 기재하겠다는 회사 대표, 에스피씨(SPC)의 노조 파괴에 맞서 파리바게뜨를 불매하겠다는 대학생들, 늘어나는 노키즈존 카페에 맞서 ‘예스키즈존’을 내건 카페 사장까지. 대단한 활동가라서가 아니라, 그저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마음속 정의로움을 꺼내 외칠 용기가 부족했기에, 냉소하고 조롱하는 대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함께 고양됐다.
이제는 혐오뿐만 아니라 ‘피시(PC·정치적 올바름)주의자’라는 조롱과도 싸우고 있다는 한 취재원의 말을 들었다. 자신이 나온 기사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져 ‘혼자 정의로운 척하는 사람’이라는 욕을 먹고 있어 무척이나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마침 ‘피시충(PC+벌레) 인터뷰하니 좋냐?’라는 누군가의 메일을 받았을 즈음이었다. 과도하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다가 자신만 옳다는 독단에 빠지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의 처지를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말이 ‘피시주의’라는 말로 뭉뚱그려 비판받는 상황은 의아하다. 이미 몇몇 유명인들은 전장연 후원 사실을 알리며 장애인 시위에 연대하자는 글을 올렸다고, 난민 차별에 반대한다고 피시주의자라는 욕을 먹었다. 라벨링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2010년대 초반 반값등록금 시위에 나갔다가 친하지도 않은 학교 사람에게서 빨갱이 소리를 듣고 상처받았는데, 기껏 목소리 낸 시민들이 그런 말에 위축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에브리타임’에 쏟아내는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하는 대학이 맞는가 회의감을 갖게 한다.”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는 학내에서 시위해온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일부 학생들을 비판하며 수업계획서에 이렇게 적었다. 그의 말처럼 아직 내 눈에는 너무 피시해서 문제가 된 사례는 보이지 않고 너무 혐오해서 문제인 것이 차고 넘친다. 정말 피시주의자들의 엄숙주의로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면 제보 좀 부탁한다. 그 전에는 혐오에 맞서겠다는 시민들을 더 열심히 만나겠다. 마침 지난 6일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연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옆에는 청소노동자 집회를 지지하는 3000여명의 명단이 적힌 팻말이 서 있었다. 지금, 혐오와 싸우는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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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46876
"학생들 청소노동자 고발, 부끄럽다"...수업계획서로 일침 놓은 연대 교수 (오마이뉴스, 22.07.01 11:40 l 김성욱(etshiro)) 
[스팟 인터뷰] '에타 고찰' 수업 개설한 나윤경 교수 "학생들 공정 감각, 왜 약자를 향할까"
수업목표 및 개요 : "20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2030 세대 일부 남성들의 '공정 감각'은 '노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분배'라는 기득권의 정치적 레토릭인 능력주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중략)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에 대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연세대 몇몇 학생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 또한 같은 사안으로 보인다. (중략)"
하나의 수업계획서가 '청소노동자 고소'로 시끄러운 연세대학교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수업계획서(syllabus)는 보통 대학교 수강신청 전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교수가 작성하는 것으로, '수업목표 및 개요'란에는 과목에 대한 짧은 설명 정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수업계획서는 '수업목표 및 개요'란에 적힌 글만 무려 1200자를 넘긴다. A4 한 장 분량이다. 내용은 더 흥미롭다. 수업 목표가 아예 각종 차별과 혐오 발언으로 지적 받고 있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다뤄보는 것이다. "본 수업을 통해 '에브리타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모색하겠다"고 적혀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상에선 '지금 에타(에브리타임)에 떠서 난리 난 수업계획서', '한 주차 주제로 삽입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강의 진행 방식이 에타(에브리타임) 분석이라니 이런 정면배틀 좋아요' 등 학생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이 수업계획서는 특히 최근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임금 인상·인원 감축 반대를 요구하며 학내에서 시위를 한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형사고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일부 학생들의 "공정 감각"이 유독 "사회나 정부 등 기득권이 아닌 불공정을 감내해온 약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목의 명칭은 '사회 문제와 공정'. 수업계획서를 작성한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에게 6월 30일 전화로 물었다. 그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임기를 마치고 올 2학기부터 학부 수업에 복귀한다. 
"학생들의 청소노동자 고소, 기성세대로서 당혹감 느낀다" 
- 수업계획서가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어떤 취지로 썼나.
"화제가 됐는지 몰랐다. 사회과학 수업이고, 이 사회에 맞게 수업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늘 이런 식으로 쓴다."
- 이번뿐만 아니라 원래 이렇게 장문으로 수업계획서를 쓰나.
"그렇다(웃음). 이번이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다."
- 수업계획서 내용을 보면 최근 연세대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를 형사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대한 지적도 담겼다.
"이번 일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당혹감을 느낀다. 특히나 이런 일이 우리 학교에서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서, 같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부끄럽다. 한 명의 선생으로서 더더욱 부끄럽다.
지금 자신이 누구의 그림자 노동 위에서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지를 모르는 거다. 우리 사회는 가장 큰 불공정함을 딛고 서 있는 사람들이 공정을 얘기하고 있다. 내가 선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수업을 개설해서 이를 담론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공정이라는 감각에 대해서 학생들과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나는 이런 문제가 비대면 상황이 길어져서 생기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대학에 다니다 보면, 사회운동이나 사회변혁에 뜻이 있든 없든, 하루에도 몇 개의 대자보를 보게 되지 않나. 대면 상황에서는 학생·교수 등 구성원들과 알게 모르게 상호작용하면서 그 공동체가 대충이라도 합의하는 내용의 방향을 접한다. '아 이 사안을 이렇게 생각해야 되는구나'라는 감을 잡아가고 서로 성장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대면 기간이 2년이 넘다 보니 대학생이라고 해도 자신의 생각이 공동체의 지향 방향 중 어디쯤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자기 객관화하고 상대화하는 훈련이 안 된다. 고등학교 정도의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 명의 선생으로서 이런 생각도 해본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 A씨에게 정말 자신이 믿을 만한 교수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A씨에게 정말 괜찮은 어른이 없었던 건 아닐까? 더구나 A씨가 정치외교학과, 그러니까 우리 사회과학대 소속이라고 하더라. 어쩌면 우리 학교, 우리 학과의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 수업 목표가 '에브리타임'에 대한 고찰이다.
"에브리타임도 코로나 비대면 국면이 이어진 최근 2년간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들었다. 이번에 A씨도 '에브리타임'에서 같이 소송할 학생들을 모집하지 않았나. 이 세대가 '댓글 세대'로서의 특수성도 있는 것 같다. 소통이 상호작용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이다. 한 번 발화하면 끝이다. 그냥 말을 내뱉고 '아싸, 내가 저것들 작살냈어' 하고 마는 것이다.
언어가 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값어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사실 그거야 말로 반지성이다. 그런 언어를 쓰는 학생들이 학력자본을 갖고 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되겠나.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런 멸시의 언어가 범람하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을과 을이 싸우면 누가 득 볼까?"
- 이번에 학생들에게 고소당한 연세대 청소·경비 노조의 경우, 2007년 결성 당시엔 학생들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 수업계획서 글에서도 "2030 세대의 공정 감각"을 지적했는데, 교육 현장에서 최근 학생들이 과거와 다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체감되나.
"굉장히 다르다고 느낀다. 저는 이번 일이 저번 '인국공 사태(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어느 다른 공항보다도 빨리빨리, 깨끗하게 운영되는 이유가 뭐였나. 싸게 많이 고용된 비정규직 직원들 때문이었다. 청소·경비·보안 등 비정규직 노동의 토대 위에 정부 평가도 잘 받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아서 정규직들의 인센티브나 급여가 높아진 것 아닌가.
학교도 마찬가지다. 청소노동자들이 일주일만 파업하면 어떻게 될까? 학교 못 다닌다. 교수는 없어도 된다. 인터넷에 돌고 도는 게 사회과학 서적이고 지식이다. 단언컨대 교수 없어도 된다. 근데 청소하는 노동자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얻은 교훈이 뭔가. 무엇이 '필수 노동'이고 무엇이 '필수 노동'이 아닌지가 완전히 드러났지 않나. 연세대학교라는 학교가 지금 누구의 희생과 불공정에 토대하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 수업계획서 글에서 2030 세대들의 '공정 감각'이 강자가 아니라 약자를 향한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은 뭔가.
"사회의 가치가 다양하지 않아서다. 우리 세대의 책임이다. 사회의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모두가 대기업을 가야 하고 정규직이 돼야 한다면 옆에 있는 누군가를 쓰러뜨리고 밀치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나. <오징어게임> 같은 거다. 그 드라마에서 누굴 밀치나. 노인과 여자들, 약자들이다. 지금 세대 학생들이 자기 이익에, 눈앞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것을 못 견디는 이유다."
- 연세대 청소노동자 고발 건을 두고서도 '을과 을의 싸움'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런 면이 있다. 드라마 <38사기동대>에 나오는 악역이 하는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한국이 좋은 게 뭔지 아냐? 을들이 자기네끼리 싸운다는 것. 그래서 나는 가만히 있어도 돼.' 나는 이 대사가 그 드라마의 백미라고 봤다.
지금 학생들이 청소노동자와 싸우면서 가장 득을 보는 주체는 누굴까? 학교다. 학생들에게 수업권을 보장해야 하는 주체는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는 학교 아닌가? 군가산점제도 마찬가지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여자도 군대 가라'며 싸울 때 가장 좋은 건 누굴까? 정부다. 남자들은 군대 내 시설과 인권을 강화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뭔가 심각하게 놓치고 있다."
- 근래에 '20대 남성(이대남)'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그건 어떻게 봤나.
"사실 이들을 '유권자'로만 생각하지 않았다면 많은 개입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이 역시 기성 세대의 잘못이다. 이들은 단순히 '유권자'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성장할 여지가 많은 젊은 집단이고, 사회와 기성세대로부터 많은 걸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세대다. '청년'이라면서 어디로 모셔가고 자리를 주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이런 얘기하면 '꼰대' 소리 듣는다지만, 이 시대는 진짜 어른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역할 하라고 어른들이 월급 더 받는 것 아닌가. 받는 만큼 할 노릇은 해야 되는 것 아닌가."
-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대학에 있는 사람이니까 대학 얘기를 하겠다. 학교가 할 일이 많다고 본다. 계속 학생들 얘기를 듣고, 또 가르쳐야 한다. 기성세대가 계속 학생들 기 죽이는 말로,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입을 막아선 안 된다. 그래서 무슨 대화와 사유가 진전되나. 특히나 나는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희망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얼마 전 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시작했다. '가족과 문화'라는 수업인데 하루하루 학생들 표정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학생들에게 이런 식의 상호작용할 기회가 필요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페미니즘에 관한 얘기를 하는데, 학생들에게 그랬다. '페미니즘이 답이다, 이것만 옳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 게 아니다. 페미니즘의 사유 방식과 당신의 기존 생각을 경합시켜보라는 거다. 그래서 사유의 폭을 넓히고 확장해라. 그게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나는 당신들을 민주시민으로 만들 의무가 있어서 그렇다. 페미니즘을 꼴페미라고 단정짓고 귀 닫고 분노하지 말고, 당신의 기존 생각과 경합시키는 과정만 내게 보여달라. 그거면 된다.'
내가 남학생들 표정을 계속 보고 있는데, 점점 표정이 진지해지는 걸 확실히 본다. 어제까지 엎어져서 자던 두 명의 남학생들이 오늘은 질문도 하더라. 그게 대학의 역할이다. 근데 사실 쓰고 보니 '에브리타임' 수업은 폐강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웃음). 신청자가 20명 미만이면 폐강인데. 학생들이 수업계획서 보고 지원하지 않는 거 아닐지..."
이 수업은 폐강되지 않고 개설될 수 있을까? 다음은 나 교수의 수업계획서 중 '수업목표 및 개요' 전문이다.
 
"에브리타임이라는 학생들의 일상적 공간을... "
20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2030 세대 일부 남성들의 '공정 감각'은 "노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분배"라는 기득권의 정치적 레토릭인 능력주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한국의 현 대통령은 늘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한다고 하면서 검사들만을 요직에 배치한다.) 기회와 자원에 있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상대적 박탈'을 경험하는 한국의 2030이 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권을 향유하는 현재의 기득권을 옹호하는지는 가장 절실한 사회적 연구 주제다.
이들의 지지를 업고 부상한 30대 정치인은 '청년 정치'가 줄 법한 창조적 신선함 대신 '모든 할당제 폐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20년간 이동권을 주장해온 장애인 단체의 최근 출근길 지하철 투쟁에 대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그렇지 않아도 기득권 보호를 위해 한창 채비 중인 서울의 경찰 공권력 개입을 강하게 요청했다.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나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초래할 때,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축적된 부당함에 대해 제도가 개입해 '내' 눈 앞의 이익에 영향을 주려 할 때, 이들의 공정 감각은, 사회나 정부 혹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속한 민노총에 대해 수업권 방해를 이유로 연세대 몇몇 학생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것 또한 같은 사안으로 보인다.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 눈앞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향해서 어떠한 거름도 없이 '에브리타임'에 쏟아내는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할 수 있는 대학이 맞는가 하는 회의감을 갖게 한다. 현재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대학 내 혐오 발화의 온상이자 일부의, 그렇지만 매우 강력하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를 자처하는 청년들의 공간이다.
대학이 이 공간을 방치하고서는 지성의 전당이라 자부할 수 없다. 연세대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고등교육기관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수업을 통해 '에브리타임'이라는 학생들의 일상적 공간을 민주적 담론의 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모색하고자 한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330.html
연세대는 뭐하고…청소노동자에 수업권 소송, 이것이 공정인가 (한겨레, 장나래 기자, 2022-07-01 17:06)
연세대생 3명, 청소노동자 임금인상 시위에
“수업권 침해” 형사고소 이어 ‘월급 3배’ 소송
“강의실 청소노동 있어야 수업권도 보장”
2학기에 ‘공정 감각’ 논의 수업 개설도
2011년 3월 연세대를 비롯해 고려대·이화여대 청소·경비노동자 800여명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3개 대학 학생 등 4만여명이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요구는 분명했다. 학교가 노동조건 개선을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양질의 수업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양질의 강의 못지 않게 강의실과 화장실 곳곳을 매일 쓸고 닦고 안전을 지키는 양질의 청소·경비노동이 있어야 한다는 자각이 노학연대로 분출한 것이다.
11년 뒤에도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낮은 임금 인상과 샤워실 마련 등 기본적 요구들이다. 학생 등 2300여명이 이들을 지지하는 연대의 뜻을 밝힌 가운데, 연세대생 3명이 “소음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한 데 이어 손해배상소송까지 낸 사실이 알려졌다. 학교당국 등 권력을 쥔 이들이 아닌 약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우리 사회 일부의 그릇된 ‘공정 감각’을 두고 학내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세대생 이동수(23·정치외교학과)씨 등 3명은 최근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을 상대로 수업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노조의 교내 시위로 1~2개월간 학습권을 침해받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638만6000여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다. 등록금, 정신과 진료비, ‘미래에 겪을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고려한 정신적 손해배상액(1인당 100만원) 등이 포함된 액수라고 한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평균 임금(월 190만원)의 3.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은 지난달 노동자들이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며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노조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김현옥 분회장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음량을 낮춰 집회를 진행해 왔다. 15년째 해마다 같은 장소에서 농성을 해왔지만,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소한 학생들도 있지만, 함께 연대 발언을 해주거나 응원한다며 음료수를 건네주는 학생들도 정말 많다”고 했다.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학교를 다니는 우리 모두가 청소·경비노동자의 노동에 빚을 지고 있음을 기억하며 연세대학교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고 지지서명을 받았다. 지난 30일까지 학생과 졸업생, 시민 23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한다. 공동대책위는 이를 대학 총무처에 전달했다.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는 해슬(22·사회학과)씨는 “학생들이 아닌 학교에서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연세대 총무처 관계자는 “용역업체와 노조와의 임금 협상 문제다. 원청인 학교가 아예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집회를 중앙도서관 앞에서 열다 보니 학교와 학생이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에서는 오는 9월 학생들과 함께 사회문제와 공정의 관계를 논의하는 교양수업이 개설된다. 나윤경 교수(문화인류학)는 강의계획서에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노동자에게 있지 않다.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들 향해 소송을 제기하는 공정 감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등을 논의해보자”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7020300015
[시선] 권리들의 전쟁터 (경향, 오수경 자유기고가, 2022.07.02 03:00)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임금 인상과 인력 충원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석 달 가까이 집회를 하고 있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뉴스를 접하고 눈을 의심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집회를 이어 가는 동안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 업체와 학교를 상대로 한 게 아니라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봤다. 학교에서 소음을 내면서 시위하는 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며 “추후에 장기적으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청구한 금액은 638만원. 한 학기 등록금을 기준으로 주말을 제외하고 수업 일수를 나눠 피해 일자를 따져 산출하고, 정신적 손해배상 금액까지 더했다. 그 꼼꼼한 계산 내역을 보고 감탄하다가 새삼 궁금해졌다. 그렇게 피해액(?)을 산출하는 능력이 노동자들이 석 달 가까이 집회를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파악하고 그 노동자의 권리를 누가 박탈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왜 사용되지 못했을까?
소송을 건 학생들 개인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비단 그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가수 싸이가 여는 ‘흠뻑쇼’라는 이름의 콘서트에 물 300t이 뿌려진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다. 배우 이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에 관한 비판적 견해를 밝히자 논란은 확산되었다. 연예인의 한 줄 글이 논란씩이나 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지만, 그 비판이 싸이가 아닌 가뭄을 걱정하며 물을 아껴 쓰자고 말하는 이들을 향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내돈내산’이 시대정신이고 모든 일에 ‘소비자 마인드’로 접근하는 게 익숙하니 “가뭄이니 물을 아끼자”는 말이 얼마나 불편하게 여겨졌을까? 내 돈으로 티켓 사서 즐기려는 권리와 자유가 부정되는 현실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여겨졌을까?
두 사건은 별개 같지만 연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권리가 개인화되고 시장의 영역에 흡수된 사회에서 노동자와 노동자의 권리 혹은 약자와 약자의 권리, 즉 ‘권리들’이 충돌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내’ 권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개인들을 억누르고 배제하고 고립시키려는 발상이 사회적 발언권을 얻어 득세하고 있다. 타인과 약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나의 권리를 조정하거나, 권리를 ‘함께’ 보장받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힘쓰기보다는, 오직 ‘내’ 권리만 앞세우며 그것을 침해한다고 간주되는 존재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우리가 누리는 권리는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지, 타인의 권리와 내 권리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따위의 질문은 사치일지 모른다.
노동자들이 왜 몇 개월 동안 집회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는 사고력과 내가 참여한 콘서트가 가뭄 때문에 근심하는 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감지하는 감각이 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권리는 오·남용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권리를 ‘잘 누릴’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쫓겨나는 이들을 위해 나의 권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질문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 아닐까?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70317131517892
"청소노동자들에 소송하는 연세대 학생들의 '공정 감각' 의문"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 | 2022.07.03. 17:27:53)
학교 청소 노동자 고소한 연세대 학생들…수업계획서로 비판한 나임윤경 교수
"연세대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 노동자들에게 있지 않음에도, 학교가 아니라 지금까지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 온 노동자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들의 '공정 감각'이 무엇을 위한 어떤 감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사립 명문대로 꼽히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3명이 최근 교내에서 '임금 440원 인상' 및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집회중인 청소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여기에 등록금, 정신과 진료비, '미래에 겪을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고려한 정신적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현상을 비판적으로 탐구하기 위한 세미나 수업 과정까지 별도로 개설했다.
고소한 학생들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 사는 청소노동자들...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 받아야 하나"
먼저 재학생들이 청소 노동자들을 고발한 배경을 살펴보면, 이들은 "노조의 교내 시위로 1~2개월간 학습권을 침해받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638만6000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29일 이들은?JTBC 뉴스에 직접 인터뷰를 하며 "교수님 말씀이 안 들릴 정도의 소음이었고, 학교에서 소음을 내면서 시위하는 것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라고 본다"며 "추후에 계속 장기적으로도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겠구나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학교별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의 연세대학교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 사는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으로 인해서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받아야 하냐"며 "청소노동자의 월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들은 바로는 월급이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라고 적었다. 올해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의 시급은 9390원이다. 
과거 '노학연대'(노동자-학생 연대)로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함께 싸워왔던 대학생들이 ?이제는 청소 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에 재갈을 물리는 형국이 됐다. 특히 연세대는 2008년부터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학내 비정규 노동문제와 관련해 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 연대하는 공동체를 만들며 청소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앞장서왔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컸다. 
나임윤경 "누군가의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나'의 불편함을 초래할 때... 기득권이 아닌 약자를 향하는 '공정감각'"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연세대 학사관리 홈페이지에 2022학년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수업 계획서를 등록하며 이같은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2030 남성들의 '공정 감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임 교수는 수업계획서를 통해 '여가부 폐지', 장애인 출근 시위 비난 등에 앞장서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수업계획서 중 '이들의 지지를 업고 부상한 30대 정치인')가 주도하고 이를 확장시켜나가는 일부 2030세대의 '혐오'를 직격했다. 그 '혐오'가 결국 '공정 감각'으로 둔갑되어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 온 사람들을 향해 불공정이라고 외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일부 학생의 입장이 모든 학생의 입장은 아닐 뿐 더러, 결정적 책임은 학교에 있음이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연세대 청소 노동자 노조는 재학생들이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하고,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도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함께 활동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학생들이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이나 목소리를 내는데 응원하고 연대해왔다"고 했다. 이어 "고소를 진행한 3명의 학생들은 연세대 학생의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류 조직부장은 "결정적인 책임은 학교에 있는 것이 은폐되고 누락되고 있다"며 "먼저 청소 노동자들을 고소하고 가처분 신청을 넣는 등?문제 해결을 거부하면서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건 학교"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이 한 달 뒤 똑같은 행위를 한 것이지만 학교가 저지른 행위는 쏙 빠지고 학생들 것만 언론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207032048015
[사설] 청소노동자에 ‘학습권’ 소송 낸 대학생들, 이게 ‘공정’인가 (경향, 2022.07.03 20:48)
연세대 학생 3명이 학내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청소·경비노동자들을 형사고소한 데 이어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 4월부터 시급 40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해 학습권이 침해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를 합쳐 638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청소노동자의 넉 달치 월급이다.
소송을 낸 학생 중 한 명은 방송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소음을 내며 시위하는 것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다. 추후 장기적으로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헌법적 기본권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동료 시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약간의 불편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에 아연할 따름이다. 당장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공정’이라 주장하는 왜곡된 감각, 학생의 학습권이 노동자의 기본권보다 앞선다는 특권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는 개인의 지성적·인격적 실패일 뿐 아니라 대학 공동체 전체의 실패이기도 하다.
이번 소송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학생과 시민 등 2300명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향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2학기 수업계획서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축적된 부당함에 대해 제도가 개입해 내 이익에 영향을 주려 할 때, 이들의 공정 감각은 사회나 정부, 기득권이 아니라 그간의 불공정을 감내해온 사람들을 향한다”고 매섭게 지적했다. 학습권 보장 의무는 대학 측에 있는데도, 정작 공격 목표는 최저임금 인상폭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 인상과 청결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된다는 것이다. “용역업체와 노조 간 문제”라며 수수방관해온 연세대 측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연세대는 노동자들에겐 원청업체이고, 학생들에겐 수업권을 보장해야 할 주체이다.
5일은 1987년 민주화를 요구하다 최루탄에 목숨을 잃은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35주기다. 권위주의 독재 체제는 오래전 막을 내렸으되, 존중과 공생을 외면하는 위험한 이기주의가 공동체를 좀먹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번진 소수자·약자 혐오가 민형사 소송까지 이른 데는 청년층 일부의 혐오 정서를 교묘하게 부추기며 지분을 늘려온 정치인들 책임도 크다. 정치인을 필두로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각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70316170004349?did=NA
"청소노동자 고소한 연대생 지지"... 약자 공격하는 어긋난 '공정담론' (한국일보, 박지영 김소희 기자, 2022.07.03 22:00)
나윤경 교수 "대학 맞는지 회의감" 지적에도
다른 대학에서도 "고소한 연대생 지지한다"
전문가들 "정치권 혐오표현이 고소 부추겨"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지 않고 오히려 이 책임을 묻는 대학생의 태도는 과연 온당한가. 최근 대학가에서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된 주제다. 일부 연세대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캠퍼스 내 청소노동자를 고소하자, 한 교수가 고소 학생들을 비판하면서 논의가 불붙었다. 대학가 여론도 교수 주장에 힘을 실으며 노동자를 지지하겠다는 반응과 고소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청소노동자가 업무방해" vs "여기가 대학 맞나"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앞서 5월 처우개선 집회를 여는 청소 노동자들을 고소한 연세대 학생들의 행태를 계기로 촉발됐다. 한 학생이 재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청소노동자 집회가 학생의 수업과 총무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고소에 동참할 이를 모집했고, 3명의 학생이 모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한 달 뒤 집회 소음으로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638만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걸었다.
이후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다음 학기 개설할 ‘사회문화와 공정’ 강의계획서를 통해 기득권을 옹호하는 2030세대의 공정감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나 교수는 “수업권 보장 의무는 학교에 있지 청소노동자들에게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가 아닌 불공정한 처우를 감내해온 노동자를 향해 소송을 제기한 그들의 공정감각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에브리타임의 혐오 발언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하는 대학이 맞는지 회의감을 들게 한다” 등 쓴소리도 덧붙였다.
일상이 된 대학가 '약자 혐오'
약자를 겨냥한 대학생들의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2월 서울대 시설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중앙도서관 난방이 중단됐을 때는 관련 대자보 아래 “가정부가 보일러실 점거하고 집주인 행세하려는 꼴”이라는 낙서가 붙기도 했다. 2015년 5월 서울여대 학생회가 축제 기간 미관을 해친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임의 철거한 일도 있었다.
물론 고소에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2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엔 '고려대도 청소노동자 시위로 시끄러웠는데, 몇 명 모여서 고소하면 안 되나'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고 계약조건 다 봤으면서 왜 처우개선해달라고 징징거리나” 등 동조 댓글도 여럿 달렸다.
"차별적 경제구조, 문제 제기는 회피"
전문가들은 취업의 어려움 등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의 분노가 약자에 향하는 현상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만들어낸 것은 차별적 경제구조인데, 책임 있는 정치권이나 기업에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계층을 볼모로 일종의 화풀이를 하는 건 지성인답지 않은 행동이라는 힐난이다.
학생들 행태를 논하기 앞서 근본적으로 혐오가 일상이 된 그릇된 사회 풍토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2013년 20대의 공정담론을 분석한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펴낸 오찬호 작가는 “정치권에서부터 혐오 발언이 일상이니, 고소하기 전 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등 약자 혐오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혐오 수위는 우려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소한 학생을 조리돌림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건 옳지 않다”면서 사회 전체의 자성을 촉구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704500216
[따져봅시다] 청소노동자에 소송낸 연세대 학생들 (서울신문, 최영권 기자, 2022-07-04 17:59)
“학습권 침해” vs “학교에 책임 물어야”
임금 인상 요구 집회를 한 청소노동자들이 연세대 학부생 3명에게 형사 고발에 이어 민사 소송까지 당하면서 학교 안팎으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는 지난 3월부터 하루 1~2시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내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 청소노동자의 시급은 9390원, 월급은 196만 2510원이었는데 이를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맞춰 올려달라는 것이다.
이에 이모(23)씨 등 연세대생 3명은 지난 4월 서울 마포경찰서에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지난달에는 서울서부지법에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금 등을 명목으로 638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임재경(29·토목공학과)씨는 4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기둥에 분노의 화살을 학교로 돌려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임씨는 “학습권을 침해한 건 청소노동자가 아닌 학교”라고 비판했다. 나예영(22·아시아학과)씨는 “집회의 본질은 다중에 불편을 유발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권리가 침해받았다는 건 과한 주장”이라면서 “학생 편의를 위해 일하는 고마운 분을 향해 대립각을 세우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선민(19·경제학부)씨는 “1학년이라 송도 캠퍼스 기숙사에 사는데 청소 노조의 쟁의행위가 한달 넘게 이어지며 한동안 청소가 안돼 불편을 겪었다”면서 “벌레가 엄청 생겨서 동기끼리 ‘기숙사 이용료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장덕환(23·경영학과)씨는 “공부하는 장소가 시끄러우니 불만이 생긴다”면서도 “소송을 해서 얻을 실익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세대 서기환 총무팀장은 “13개 대학의 20여개 용역업체와 산별노조와의 단체교섭에서 재정 여유가 있는 개별 대학이라고해서 섣불리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면서 “임금 동결조차 어려운 대학의 사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노동자 임금 인상 갈등은 등록금 동결 등 대학 재정 적자가 심각해지면서 생겼기 때문에 정부에도 책임이 있는 문제”라면서 “학교, 노동자, 학생 등 특정 집단만 손가락질해선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49626.html
[왜냐면] ‘시급 400원 인상’ 청소노조 집회…소송 연대생이 고민해야할 것들 (한겨레, 윤지선 | 시민단체 ‘손잡고’ 활동가, 2022-07-04 18:29)
노사분규가 때때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튈 때가 있다. 이번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교내 집회를 한 학교 청소·경비노동자를 상대로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민형사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그렇다.
소송에서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를 주장했다. 이 과정을 보면서 2014년도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에게 제기된 가처분 소송이 떠올랐다. 당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자 대화를 거부한 학교법인은 이들의 교내 농성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탄원서가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법적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일터였던 학교에서 더는 농성을 하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소송이 농성을 멈추게 한 것은 아니다. 대화를 거부한 학교가 끝내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교 밖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울산과학대가 떠오른 이유는 같은 청소노동자의 농성이어서만은 아니다. 소송이 남긴 상처 때문이다. 농성 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 재판에 참여한 재학생들 일부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청소노동자들을 자신들의 졸업식에 초대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울산지역연대노조 김순자 울산과학대 지부장은 소송에 참여한 학생들, 지켜본 학생들, 그리고 청소노동자들 모두에게 소송이 상처만 남겼다고 말했다. 정작 청소노동자들을 탄압해 사태를 키운 학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연세대 학생의 소송은 이와 다를까. 청소노동자들에게 소송을 건 학생 3명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지만,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재학생들의 ‘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이 먼저 있었다. 공대위 입장문에 연서한 재학생 수는 2600여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손배소송’이 주는 자극성 때문인지 학생들과 청소노동자의 대립 구도가 더 시선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청소노동자들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사태를 악화시킨 학교는 침묵하고 있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노동기본권을 외면한 학교에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최저임금 인상분에 맞춰서 내년 시급을 청소노동자는 400원, 경비노동자는 440원 인상하라는 것이다. 또 정년퇴직에 따른 인원 보충, 샤워실 설치 정도다. 상식적인 요구다. 학교가 대화에 나서면 농성은 멈출 수 있다.
연세대생 3명은 농성을 멈추게 하기 위해 소송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노조의 집회·시위를 두고 회사가 아닌 3자가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일진다이아몬드지회가 일진 본사빌딩 로비에서 점거농성을 한 것을 두고 해당 건물 입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상가 직원 등 146명은 점거로 통행 방해, 불안감, 혐오감 등을 유발했다며, 노조를 상대로 1인당 84만원씩 총 1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소송에서 재판부는 ‘수인한도’를 강조했다. 수인한도는 환경권의 침해나 공해, 소음 따위가 발생하여 타인에게 생활의 방해와 해를 끼칠 때 피해의 정도가 서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뜻한다. ‘집회 시위의 자유’도 수인한도가 존재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 공성봉 판사는 지난해 5월 원고들이 주장하는 법익 내지 생활이익이 수인한도를 넘을 정도로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본사 건물은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장소이며 점거 방식 역시 무단이 아닌 부분 점거로 노조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한 행위를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판결을 미뤄봤을 때, 연세대 노동자들의 시위도 수인한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를 풀 책임과 권한은 학교에 있으므로 노동자들은 학교 안에서 농성할 수 있다. 더구나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은 주요 시설을 전면적으로 점거하지도 않았고 폭력과 파괴 행위를 수반하지도 않았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또 있다. 바로 소송기간이다. 노동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가 지난 33년간 제기된 손배소송 중 197건을 분석한 결과, 1심 판결까지 걸리는 평균 소송기간은 26개월이었다. 일진빌딩 입주민 소송도 1심 선고까지 19개월이 걸렸다. 승패를 떠나 소송 자체가 사안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학생들도, 청소노동자들도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것이 분명한 이 소송을 견뎌야 할 이유가 없다. 부디 연세대 학생들이 소송 취하를 고민해주길 바란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70413595592702
연세대 학생, 청소노동자 소송 일파만파…캠퍼스는 시끌시끌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2.07.04 19:00)
연세대 학생들이 청소·경비 노동자들 집회에서 발생한 소음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학생들의 대응을 놓고 학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에 따르면 연세대 학생 3명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학내에서 시위를 해 온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들로 수업을 방해받았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30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연세대분회장과 부분회장을 상대로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 등을 합산한 640여만원을 청구했다.
대표 고소인인 연세대 재학생 이모씨는 이날 머니투데이에 "집회 시위 소음을 줄여달라고 시위대 측에 다섯 차례 요청했고, 학교 측에도 세 차례 건의했다. 총장실도 찾아갔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발표가 많은 수업이었는데 교수의 강의뿐 아니라 다른 학생이 말하는 것도 안 들릴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시위 소음으로 촉발된 연세대 학생들의 소송 사건이 화제가 되자 이날 오전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앞에는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 :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들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글쓴이는 자신을 같은 공동체에서 학습하고 있는 구성원이라고 소개하며 "청소·경비노동자들과 그에 연대하는 공동체원들은 그동안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조용한 방법으로 오래, 길게, 끊임없이 투쟁했다"며 "무의미한 사측의 교섭과 학교 본부의 책임 회피가 돌아온 상황에서 이 다음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시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연세대 재학생들도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너무 나갔다'는 반응이 많았다. 연세대 재학생 권모씨(23)는 "청소노동자도 학생도 모두 학교를 구성하는 일원인데 그 일원이 자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그저 내가 불편하다는 것만 관심이 간다는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모씨(27)는 "학습권을 침해한 건 노동자들이 아닌 학교다"며 "학생과 교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일하는 일원을 향해 고소를 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세대분회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시급 440원 인상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원청인 학교가 응답하지 않아 농성에 나서고 있다.
해당 문제와 관련해 연세대 측은 "학교가 노조 측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임금 인상은 물밑에서 계속 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임금 동결을 선언한 적이 없다"며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문제는 경비 시스템 대체로 불필요한 상황이고, 샤워실 설치 문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좀 더 검토해봐야할 문제"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7042059005
“부끄럽습니다”…연세대 학생들 청소노동자 지지 이어져 (경향, 강연주 기자, 2022.07.04 20:59)
“시위 소음” 소송 낸 학생들에
18학번 김은결씨 대자보
“학생이란 특권의식 부끄러워”
집회 공감하는 학생들 늘어
“학교가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학교 측은 협상 등에 미온적
“학생이기에 본인의 공부가 우선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특권의식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4일 오전 9시20분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에 이 대학 18학번 김은결씨(22)가 쓴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김씨는 대자보에서 지난 5월과 6월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고소·고발하고 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연세대 재학생 3명을 두고 “마치 연세대 공동체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드러나는 것이 같은 학생으로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김씨는 학교를 향해서도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학교는 자신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변명에 그친다는 것을 학생들은 잘 알고 있다”며 “학교가 학생들과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갈라치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는 혐오의 목소리가 연세대를 대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4월부터 임금 인상과 휴식공간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학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커지는 연대 목소리
연세대 일부 재학생이 청소·경비 노동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학교 안팎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노동자와 연대하겠다는 지지 선언이 여기저기서 분출했다. 김씨가 쓴 대자보는 연세대 백양관뿐 아니라 연희관, 중앙도서관 등 학내 곳곳에 부착됐다. 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서명에는 지난 3일 기준 2805명이 동참했다. 연세대생 등 20여명은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책임이 있는 학교(원청)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일 백양관 앞에서 연다.
청소·경비 노동자 100여명이 학내에서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집회에 동참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백양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활동가인 사회학과 재학생 해슬씨(22)가 참석했다. 해슬씨는 “연세대 학생인 우리들이 이 사안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리고자 6일에 기자회견을 연다”며 “우리는 원청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학교를 비판한다”고 말했다.
집회는 50분간 마이크 앰프 소리를 ‘더 줄이면 앰프 자체가 꺼지는’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집회를 보면서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모씨(25)는 “이번 시험기간에 중앙도서관을 많이 이용했지만 도서관 내부에서 집회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충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시끄럽다고 경찰에 고소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 학생의 사례가 부각되다 보니 마치 학생들 다수의 의견처럼 과대대표되고 있다”면서 “청년의 보수화가 사회적 흐름 중 하나라고 해도 이 사안을 사회적 담론으로 보기에는 모집단부터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문제 만들고는 발뺌하는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현 시급은 9390원이다. 최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9620원보다 230원 낮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대학 측에 시급을 440원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에 대비한 학내 ‘샤워실 설치’도 요구사항 중 하나이다. 현재 이들의 휴게실에는 세면·목욕 시설이나 세탁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학교 측은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440원을 인상하게 되면 4대 보험, 수당 등을 포함해 총액이 10억원 가까이 올라간다”며 “노동자들이 복수의 대학과 함께 집단교섭을 하는 상황에서 연세대 혼자 도장을 찍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문제가 일부 학생과 노동자들의 소송전으로 번진 데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한 학생이 수차례 집회 소음을 줄여달라 요구했고, 의견이 묵살당하자 고소까지 진행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집회로 피해를 보는 게 곤란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런 문제가 현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663.html
“집회로 수업 방해했다” 고소…과연 업무방해죄 인정될까 (한겨레, 신민정 손현수 기자, 2022-07-05 07:00)
연세대 일부 학생, 청소노동자에 법적 대응
수업도 ‘업무방해’ 보호 대상인지 의견 분분
적법 쟁의는 ‘업무방해 될 수 없다’는 다수
“개인 권리만 중요하다는 ‘공정사회’ 단면”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교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청소노동자 등이 임금 인상·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여 수업에 방해됐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까지 냈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 집회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한다.
연세대 재학생 이아무개(23)씨 등 3명이 지난 5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기재한 혐의는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이다. 형법 314조 업무방해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나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이씨 등은 청소노동자들이 위력을 행사해 자신의 수업 들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노동자들이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도 고소했다. 지난달에는 학습권 침해로 인한 스트레스 및 ‘미래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고려해 청소노동자들이 약 638만6천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손배소도 냈다.
쟁점은 ‘수업 들을 권리’를 업무방해죄의 ‘업무’로 볼 수 있는지다. 그동안 홍익대 등 일부 대학의 본부 쪽은 학교 안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들 사건에선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대학 본부 사무실을 점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로 인해 학교의 행정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학생들이 수업 방해를 이유로 형사 고소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윤여창 변호사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근거해 계속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하는데, 대학생이 수업을 듣는 행위는 업무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 2013년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업무’라 함은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말하는 것인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해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사건은 국가 의무교육 실시 대상인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닌 대학생에게도 곧바로 적용이 가능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설령 대학생의 수업을 형법상 업무로 인정하더라도 업무 ‘방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류하경 변호사는 “노동자의 파업은 헌법에서 규정한 노동권이고, 집회·시위의 자유도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이 사건 집회는 소음 데시벨이 높다거나 폭력 행사 등도 없었기 때문에 한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3월 말부터 매일 점심시간(오전 11시30분~오후 12시30분)을 이용해 1시간 동안 학생회관 앞에서 팻말을 들고 65㏈ 이하로 구호를 외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학내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해 학생이 소송을 낸 ‘초유의 사태’에 대해 개인의 권리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회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과)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 분위기와 개인이 조금도 피해를 봐선 안 된다는 분위기, 노동에 대한 폄하 등 여러가지 이유가 뒤섞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대학교 청소노동자의 노동권 이슈가 제기됐을 때 가장 적극적인 학생들의 연대 활동이 있었던 연세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개인의 권리의식이 노동자의 노동권보다 더 중요시되는 사례인 셈인데,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게 아니라 시민사회 전반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접근하고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49912.html
연세대, 5800억 쌓아놓고 ‘시급 440원’ 인상 요구에 “재정 어렵다” (한겨레, 장나래 기자, 2022-07-06 17:08)
5월19일~7월6일 3007명 노동자 지지 연서명
학생들, “피고 연세대” “학교에 죄 묻겠다”…해결 촉구
학교 쪽 “등록금 동결·외국인 학생 못 받아 재정 어렵다”
용역업체 “한 푼도 안 올려준다는 학교도 있는데…”
연세대학교 학생 3명이 ‘수업권 침해’를 내세우며 학내에서 시위 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를 제기하며 논란인 가운데, 노동자들의 시급 440원 인상 요구를 외면하는 연세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학생들은 “피고는 연세대”라며 학교의 책임을 묻고 있다.
6일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하고 학생에게 정의를 가르치지 않는 연세대학교를 규탄한다”며 “연세대가 하루빨리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은 “연세대에 죄를 묻겠다”며 철창 속에 갇힌 학교를 형상화한 ‘피고 연세대’ 손팻말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졸업생들도 학교의 책임을 촉구하며 노동자 연대에 나섰다.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생인 류하경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세대 졸업생 변호사들이 법률 대리인을 꾸리고 있다”며 “학생 3명을 혼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번 논란의) 쟁점의 전선이 노동자와 연세대에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지금 연세대가 지금 증발해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19일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표시하며 연서명한 학생과 졸업생, 시민 등은 3007명에 달한다.
노동자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인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정년퇴직자 인원 감축 및 구조조정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비용 부담과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대학들이 청소·경비노동자의 시급을 올려줘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지만, 연세대는 “코로나19로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3월3일 지노위는 연세대를 포함한 13개 대학에 노조와 용역업체 간의 조정을 통해 청소노동자는 시급 400원, 경비노동자는 420원을 올리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원청인 연세대와 용역업체가 200원 인상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연세대의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 5800억원에 달한다.
연세대 총무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고 정상적으로 수업을 못 했고, 외국인 학생도 받을 수 없어 재정 상황이 어렵다”며 “지노위는 노조가 파업권을 얻어내기 위해 매년 갈 수밖에 없는 필수 과정이고, 정부 기관도 아니다. 용역업체뿐만 아니라 노조도 지노위 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역업체는 학교 사정과 다른 대학의 교섭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시급 400원을 인상하게 되면 4대 보험, 수당 등을 포함한 총액이 10억원이 넘어간다고 주장한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연세대 서울캠퍼스 노동자뿐 아니라 세브란스 병원과 국제캠퍼스 등 노동자들까지 연동되다 보니 액수가 어마어마해 학교 입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13개 대학이 집단교섭을 하는데 다른 학교 사정은 훨씬 더 어려워 아예 한 푼도 인상 안 해주겠다는 학교도 있는데 우리만 올려주기도 어렵다”고 했다.
노조는 지노위 권고안을 받아들여 청소노동자 시급 400원 인상을 수용했지만, 경비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분인 440원을 맞춰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송승환 조직부장은 “청소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수용을 했지만, 경비노동자는 인상분만큼 올리지 않으면 실제로는 임금 감소가 된다. 그 부분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