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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 범죄’ ‘자해극’ 막나가는 탈원전 보도, 팩트체크는? (미디어스,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07.05 11:00)
[민언련 신문 모니터] 윤 대통령 “탈원전은 ‘바보 짓’” 발언 후 언론보도 살펴보니
탈원전정책이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 원인일까?
‘탈원전 부메랑’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은 탈원전 탓?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정책이 한국전력 적자와 전기료 인상을 불러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문화일보는 <시론/이젠 ‘윤의 시간’…‘문 탓’도 넘어서라>(6월 24일 문희수 논설위원)에서 “탈원전은 에너지 공급 차질을 초래했고, 우량기업이던 한국전력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켜 이 와중에 전기요금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탈원전이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결국 전기료 인상…탈정치 전문가 조직에 요금 결정 맡겨야>(6월 28일)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지지율을 의식해 공공요금을 억눌러온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탈원전정책 부작용까지 겹쳐 더 이상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동서남북/수조원대 전력기금, 얼마나 더 쌓을 건가>(6월 28일 김승범 기자)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한다며 값싼 원전 비중을 낮추고 비싼 태양광·풍력과 LNG(액화천연가스)를 늘리면서 한국전력의 적자는 방치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신문은 사설·칼럼이 아닌 기사에서조차 제목에 ‘탈원전 부메랑’, ‘탈원전 청구서’, ‘탈원전 후폭풍’과 같은 조어를 사용하며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문화·동아·서울·매경 “탈원전은 ‘미친 짓’ ‘망국적 범죄’ ‘자해극’’”
특히 문화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매일경제는 ‘미친 짓’, ‘망국적 범죄’, ‘정책 실패의 덩어리’ 등 자극적 표현을 사용해가며 문재인 정부 탈원전정책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사설과 칼럼을 냈습니다. 서울신문은 <서울광장/도어스테핑, 있는 그대로 봐주면 된다>(6월 24일 김성수 논설위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탈원전에 반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바보짓’을 한 사람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듣기에 불편했을 것”이라며 탈원전정책에 대한 조롱 섞인 반응을 내기도 했는데요.
문화일보는 <사설/윤 “탈원전 바보 짓” 개탄에 어깃장 놓은 산업부 공청회>(6월 23일)에서 “탈원전은 ‘바보 짓’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표현은 점잖은 편”이라며 “엄청난 국익 훼손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탈원전은) ‘미친 짓’이며 망국적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도 <필동정담/탈원전은 미친 짓>(6월 25일 박봉권 논설위원)에서 문재인 정부 탈원전정책을 “자해극”, “바보짓을 넘어 정신 나간 짓, 미친 짓”으로 규정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박제균 칼럼/대한민국 vs 대안민국>(6월 27일 박제균 논설주간)에서 “(탈원전 등) 대안현실을 진짜라고 믿은 대통령과 추종자들이 국정(國政) 곳곳에 질러놓은 정책 실패의 덩어리들은 이제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국민에게 청구서를 들이민다”고 했습니다. 탈원전은 가상현실이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가 국민에게 청구서(전기료 인상 등)를 들이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탈원전정책은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 원인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탈원전정책이 한전 적자와 전기료 인상의 원인일까요? 경향신문과 한겨레 진단은 달랐습니다. 경향신문은 <한전 사상 최대 적자, 원인이 ‘탈원전’?>(6월 23일 박상영 기자)에서 “한전의 불어난 적자는 급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는 만큼, 정치 쟁점화 대신 요금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한전 적자 원인을 탈원전으로 돌린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국내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은 집권 첫해에 비해 늘었다”며 “원전 이용률도 올해 들어 상승하는 추세”라고 확인한 것입니다.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원전 비중이 늘었는데도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한 것은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도 <사설/“전기요금 동결” 결국 폐기, 전 정부 탓 말고 사태 직시해야>(6월 28일)에서 “탈원전정책은 전기요금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며 “천연가스 가격 폭등도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의 일”이라 탈원전정책으로 천연가스 사용이 늘면서 전기료를 인상하게 됐다는 윤석열 정부나 여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스타파 “문재인 정부 탈원전 없었다”, 뉴스톱 “탈원전 세계 추세”
뉴스타파는 <문재인 정부 5년, 탈원전은 없었다>(6월 16일 조원일 기자)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친원전 진영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탈원전의 실체는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연간 에너지원별 발전량 지표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2017년~2021년) 동안 원전의 비중은 줄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국회의원실 분석 결과)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원자력 분야에 지출된 정부 예산규모는 꾸준히 늘었다”는 것입니다.
<한전 적자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탓이라고?>(6월 16일 신동윤 기자)에서 “한전 영업 실적은 국제 유가 추세와 반비례 관계”인데,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정비 등을 문제로 가동 중단됐던) 2018년을 제외하고는 (원자력 발전이) 계속 오르는 추세”였던 문재인 정부 때문에 한전 최대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한전이) 올해 LNG와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불한 금액이 전년도 동기 대비 훨씬 많아진 게 확인”된다며 “화석연료 의존을 많이 하는 국내 전력 구조에서, 국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유가, 가스, 석탄 등 원료비가 급증”하면서 한전 적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탈원전을 ‘바보 같은 짓’이라 한 윤 대통령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친 짓’, ‘망국적 범죄’, ‘정책 실패의 덩어리’ 등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사설과 칼럼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탈원전이 세계 추세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뉴스톱 <에너지전환 팩트체크/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2021년 10월 25일 김준일 팩트체커)는 신규 원전 증가세가 대폭 둔화하고 있으며, 주요국의 전력생산 원전 비중은 중국·러시아·인도·우크라이나를 빼고 대부분 감소추세라고 확인했습니다. 문화일보와 매일경제, 동아일보 주장이 사실이라면 세계 주요국이 탈원전이라는 ‘망국적 범죄’를 벌이며 ‘정책 실패의 덩어리’를 국민에게 들이밀고 있는 것이지만 사실은 달랐던 것이죠. 문화일보와 매일경제, 동아일보는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느라 정작 보도의 기본인 사실확인을 소홀히 했습니다. 탈원전과 같이 찬반이 첨예한 사안일수록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보도해야 합니다.
‘원자력안전위 탓에 원전이용률 낮다’도 허위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보도하지 않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정책에 동조하는 바람에 원전이용률이 낮아졌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문화일보는 <포럼/탈원전 ‘손실 20조’ 책임 물어야 한다>(6월 23일 주한규 서울대원자핵공학과 교수)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원전이용률이 낮았던 것은 탈원전 기조에 동조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가동에 미온적이었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일보 <사설/독일 원전 3기 수명 연장 검토…원전 최강국 복원 서둘러라>(6월 24일)는 “이념에 매몰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동아일보 <기고/“정당한 이유 없이 원전 수리 막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디언 기우제’>(6월 29일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는 “지난 정부 시절 원안위는 온갖 구실로 원전의 가동과 준공을 지연시킴으로써 탈원전정책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허위라는 것은 수개월 전 확인됐습니다. 한겨레는 <뉴스AS/원전 이용·가동률 떨어진 게 원자력안전위 탓?>(3월 28일 김정수 기자)에서 “원전의 이용률·가동률을 좌우하는 것은 원안위가 아니라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인데, “박근혜 정부 후반부터 여러 원전에서 가짜부품, 격납건물 콘크리트 공극과 철판 부식 등 부실시공이 잇따라 발견, 정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재인 정부 기간) 이용률·가동률도 낮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뉴스타파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에서도 확인한 사실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49689.html
윤 정부 “원전 비중 30% 이상 확대”…탈원전 정책 대체 공식화 (한겨레, 김정수 선임기자, 2022-07-05 11:13)
국무회의,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의결
“신한울 3·4호기 조기 재개 근거 마련”
윤석열 정부가 원전 비중 확대 목표를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공식화했다.
정부가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 내용을 핵심으로 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의결했다. 원전 비중 확대는 새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고 지난달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재확인됐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은 확대 수준을 ‘30% 이상’으로 구체화해 정부 정책으로 공식화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정부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이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이전 정부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은 우선 원전에 대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원전 계속 추진 등을 통해 2030년 전력믹스에서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30% 이상’은 문재인 정부의 계획보다 ‘6.1%p 이상’ 높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목표(NDC)를 확정하면서 2030년 원전 비중을 23.9%로 잡은바 있다. 현재 원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27.4%이다.
에너지 정책 방향은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비중 목표까지 제시하지는 않고 실현 가능성과 주민 수용성 등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다고 했다. 국정과제나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힌 수준에서 더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원전 비중 확대를 반영해 이전 정부보다 목표를 축소할 계획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석탄 발전에 대해서는 ‘합리적 감축 유도’를 정책방향으로 밝혔다. 이것도 표현상 이전 정부보다는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석탄 발전은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어서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신속한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확정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과감한 감축’을 방향으로 제시하고 신규석탄 건설 금지를 명시했다.
정부가 이번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이 기존 에너지기본계획까지 대체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 근거가 사라져 수정도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이 법을 대체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이 근거 조항이 빠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에너지법을 개정해 수립 근거를 담기로 했지만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기 재개를 비롯한 탈 탈원전 정책이 실제 집행되려면 에너지기본계획과 하위 계획인 전력수립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에너지기본계획 수정이 어렵게 되자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탈 탈원전 정책’의 공식 근거로 삼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탈원전 로드맵을 먼저 발표한 다음, 전력수급계획을 수정한 뒤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 바 있다. 이에 대해 절차 위반이라는 당시 야당의 지적에 감사원은 감사를 거쳐 “절차적 문제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행정부의 최고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확정돼 올해 신한울 3·4호기 설계분야 일감 120억원의 조기 집행 근거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 전문위원은 “탄소중립 기본법에 의거하여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먼저 세우고 연도별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한 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기존의 발전 믹스를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그러나 산업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발표를 바탕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기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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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반대 인사’ 38회 등장할 때 ‘찬성 인사’는 1회 나왔다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2022.07.05 17:51)
[민언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 학계 인사 인용 편중, 인수위 출신 주한규 교수 절반 차지
윤석열 대통령은 6월22일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에서 열린 원전산업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 “더 키워나가야 할 원전산업이 수년간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서 매우 안타깝고,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탈원전정책 폐기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입니다.
탈원전은 찬반양론이 장기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문제인 만큼, 어떤 사안보다도 객관적인 보도가 중요합니다. 언론은 윤 대통령의 탈원전정책 폐기 발언에 큰 관심을 보이며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탈원전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 발언만 인용하거나 원전 관련 주식파생상품과 특정기업을 홍보하는 듯한 보도, 황당한 오보까지 나오며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학계 인사, 탈원전 찬성 38회 VS 탈원전 반대 1회
상당수 언론은 윤 대통령의 원자력공장 방문과 탈원전 폐기 발언을 시작으로 탈원전 반대 인사를 초청한 6월27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 소식을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탈원전정책 폐기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보도를 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원자력 공장을 방문한 6월22일부터 6월29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10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 등 3개 경제일간지의 탈원전 관련 보도 중 학계 인사의 기고와 칼럼, 발언을 살펴봤습니다. 그중에서도 ‘원전’이나 ‘탈원전’이 등장하는 발언·기고·칼럼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국민일보·서울신문·한국일보를 제외한 10개 신문의 탈원전 보도에 학계 인사는 총 39회 등장했습니다. 한겨레에 칼럼을 실은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을 빼곤 모두 ‘탈원전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뿐입니다.
▲ 6월22일부터 29일까지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 직함 생략).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인수위 출신 주한규 교수, 탈원전 보도 절반 차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탈원전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만 등장한 것은 문제입니다. 찬반 대립이 첨예한 탈원전 보도를 공정하게 하려면, 탈원전 찬성과 반대 입장의 학계 인사를 균형 있게 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 6월22일부터 29일까지 10개 종합일간지·3개 경제일간지 탈원전 보도 중 학계 인사 등장 횟수 순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문제는 또 있는데요. 탈원전 반대 학계 인사 중에서도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등장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입니다. 학계 인사가 등장한 39회 중 주한규 교수는 19회(48.7%)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탈원전 보도에 등장한 학계 인사가 대부분 탈원전 반대 입장으로 채워진 것으로도 모자라 그마저도 한 명에게 집중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반대를 주도해온 주한규 교수는 윤석열 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원자력·에너지정책분과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을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연사로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주한규 교수는 사실상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탈원전정책 폐기론과 상당히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주한규 교수의 발언을 근거로 한 기사와 칼럼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탈원전정책 폐기론과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주한규 “탈원전 과중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 주장은 거짓
주한규 교수 발언이나 칼럼 중 사실이 아닌 내용도 상당수 있습니다. 문화일보 <포럼-탈원전 ‘손실 20조’ 책임 물어야 한다>(6월23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에 따른 원전이용률 하락”이 “새 정부에 과중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다가왔다”며 “(문재인정부 임기 중 원전)이용률 저하로 줄어든 원자력 발전량은 비싼 LNG 발전 증가분으로 대체해야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각종 팩트체크에서 이미 확인됐듯, 문재인 정부 원전이용률 평균치가 박근혜 정부 평균치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탈원전정책 때문이 아니라 원전 정비 기간이 길어지며 2018년 원전이용률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원전 정비 기간이 길어진 것도 박근혜 정부 후반부터 여러 원전에서 부실시공이 잇따라 발견된 게 원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전력구조는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전이 지불한 발전원별 전력정산금을 보면, 발전원 중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만 전력정산금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석탄 73%, 액화천연가스 112%가 각각 상승한 것인데요. 따라서 한전 적자 원인은 국제 정세로 인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서울신문 사설 ‘한국투자신탁운용 원전 ETF’ 보도
탈원전 보도 중에는 원전 관련 주식파생상품이나 특정기업을 홍보하는 듯한 기사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원자력공장 방문과 탈원전정책 폐기 발언 이후 원전 테마 ETF 관련 보도는 서울신문, 조선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에서 나왔는데요.
서울신문은 사설을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장 준비 중인 원전 테마 ETF에 관해 보도했습니다. <사설-붕괴 직전 원전 생태계, 빠른 민관 협업 필요해>(6월24일)에서 원전 산업 부활과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정부와 민간부문 협업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원자력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장도 준비하는 등 민간부문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고 전한 것입니다. 원전 산업 부활이나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민간부문이라고 하면 보통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업이나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터빈이나 발전기를 생산하는 기업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서울신문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하는 ETF를 언급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6월23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이 국내 최초 원전 테마 ETF를 6월2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는데요. 서울신문과 달리 조선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뿐만 아니라 NH아문디자산운용 ETF도 소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정책 폐기에 따라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신문은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만, 그것도 사설에서 ‘각광받는 투자상품’이 아니라 ‘원전 생태계 부활을 위한 민간부문 움직임’으로 보도해 의아함을 남겼습니다.
한국경제, 원전 주식시장 흐름 전하며 ‘오르비텍’ 소개
의아한 보도는 또 있습니다. 한국경제 온라인기사 <‘원전 관련주’ 오르비텍, 윤석열 원전 정책 기대감에 급등>(6월23일 류은혁 기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탈원전정책 폐기로 인해 원자력발전소 관련주로 분류되는 기업 주식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보도는 더러 있었지만, 한국경제처럼 특정 기업 주식 상승세에 주목하고 기업을 상세히 소개한 경우는 없었는데요. 한국경제는 오르비텍 설립연도는 물론 연혁까지 설명했습니다.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2020년 7월23일)는 2015년 5월 발표 논문 「국내 일간신문이 주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및 투자자별 성과분석」을 인용했습니다. 해당 논문은 “언론보도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활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하고 있는데요. 진행자 정준희 교수는 “언론에 노출되면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관심도가 급증”하는 것으로 “광고나 홍보가 되지 않는 상품에 눈길이 가지 않는 현상과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언론 보도가 개인 투자자를 매개로 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검증됐다”며 ‘언론의 주식보도가 증권정보지(지라시)와 달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전문가처럼 기업이 발표한 공시자료를 보고 좋은 기업을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론의 주식 보도에 많이 의존합니다. 따라서 신문이 주식 보도를 했다고 무조건 이상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신문 사설과 한국경제 기사가 ‘저널리즘적 가치를 지키고 있는가’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국민일보 황당 오보 ‘독일 녹색당 친원전 유턴’
황당한 오보도 나왔습니다. 국민일보 <석탄 다시 때는 유럽… ‘탈원전’ 독일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6월29일 신준섭 기자)입니다. 에너지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며 “독일 내 원전 반대에 앞장섰던 녹색당은 지난 22일 당 대회를 열고…공약을 확정”했는데 “공약에는 지금까지 기조와 정반대인 ‘친원전’이 포함됐다”고 보도한 것인데요.
그러나 해당 보도는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뉴스톱은 <팩트체크-독일 녹색당 친원전으로 유턴?>(7월1일 선정수 팩트체커)에서 “기사를 작성한 국민일보에 문의하는 한편, 독일 녹색당, 주한독일대사관 등 모든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결과 “국민일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했습니다. “(국민일보 기자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격주간 보고서인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를 인용”하면서 “핀란드 녹색당 사례를 독일로 오독해서 빚어진 일”이라는 것이죠.
해당 보도는 현재 <석탄 다시 때는 유럽… 핀란드 녹색당도 친원전 유턴>으로 기사제목과 내용이 수정됐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수정될 수 있을지 몰라도 한번 지면에 실린 기사제목과 내용은 수정될 수 없습니다. 인용한 다른 언론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MBC <뉴스투데이>(6월29일)는 ‘뉴스 열어보기’ 코너에서 주요 신문보도를 소개하며 국민일보 오보를 전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아직도 MBC 뉴스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취재와 보도에서 ‘신속성’보다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국민일보 사례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85259_35744.html
원전 부활이 대세? 전 세계 신규 발전 84%는 재생에너지 (MBC 뉴스 김윤미 기자, 2022-07-05 20:20)
앵커: 정부는 원전을 다시 늘리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고 밝혔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새로 도입한 발전설비 가운데 84%는 재생에너지였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소홀히 하다 세계적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어서 김윤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작년 11월, 세계 각국 정상들이 탄소 감축을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에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이 약속은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가능할까? 문재인 정부는 원전 비중을 24%로 낮추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6%에서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반대로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면 거꾸로 재생에너지 비중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새로 지은 발전설비의 84%가 재생에너지였습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원전이나 석탄보다 빠르게 떨어져 더 싸지고 있는데, 한국만 뒤처질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성호/에너지전환연구소장] "30년 이상 쓸 에너지 전기 생산 시설을 지금 몇 년 사이만 보고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유럽도 원전을 다시 활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밝혔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난달 유럽의회 상임위원회는 원전과 천연가스를 녹색 기술로 분류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과도기에 필요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녹색 기술이 아니라고 결의한 겁니다.
10년 전 20%였던 전 세계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28%까지 늘어났습니다. 원전은 12%에서 10%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미 재생에너지가 원전의 3배나 됩니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207052113005
윤 정부 ‘탈원전 폐기’ 시동…2030년까지 ‘원전 비중’ 30% 이상 늘린다 (경향, 박상영 기자, 2022.07.05 21:13)
‘에너지정책 방향’ 국무회의 의결
신한울 3·4호기 건설 신속 재개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전체 발전원에서 원자력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신속히 재개하고, 건설 중인 원전 4기도 임기 내 준공할 계획이다. 반면 석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밑그림은 제시하지 않아 이전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은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에너지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했던 정책을 대체한 것이다.
산업부는 이번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제시한 원전 비중 목표치(23.9%)를 대폭 상향 조정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27.4%였던 원전 비중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한 계속운전 추진 등을 통해 대폭 올리기로 했다.
반면 재생에너지·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여타 발전원 비중 목표치는 에너지정책 방향에 담지 않았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보급여건을 고려해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태양광·풍력(해상) 등 발전원별 적정 비중을 도출하겠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석탄발전에 대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금지를 명확히 밝힌 이전 정부 계획과 달리 “수급상황·계통을 신중히 고려해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올해 12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발전원별 비중 수치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반영하는 원가주의를 확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전기요금 결정 과정에서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전기위원회 조직·인력도 보강한다.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207052145005
‘원전 중심 정책’ 공식화…탈석탄·재생에너지 확대는 외면 (경향, 박상영 기자, 2022.07.05 21:45)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방향’ 발표 의미
RE100·탄소국경세 등 규제 나서는 세계 흐름에 역행 지적
“원전 건설 재개 등 정권 따라 정책 변화…국민 설득이 먼저”
정부가 5일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은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발전 확대용 로드맵’으로 불릴 만하다.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원 활용을 내세웠지만 당장 쓰기 편한 원전은 늘리고 재생에너지 확충은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탄소국경세 등 규제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석탄화력 발전 비중 축소 없이 원전만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등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에너지정책방향을 통해 공론화 작업도 건너뛴 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부터 재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12월 공개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반영한 이후, 법령상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마련하면서 대국민 공청회 등 20여차례의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추가 공론화 작업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탈원전의 상징으로 인식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는 물론 현장 방문과 간담회 등에서 수차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집권 즉시 재개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의견 수렴 없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정권에 따라 원전 건설 재개 등 에너지정책방향을 쉽게 바꾸기보다 국민에 대한 충분한 설득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 중인 원전도 예정대로 준공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울 1호기는 올해 하반기, 2호기는 내년 하반기 준공이 예정돼 있다.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2024년 하반기, 2025년 하반기 공사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계속운전 심사를 위한 안전성 평가보고서 제출 시기도 확대해 가동 원전 숫자는 2021년 24기에서 2030년 28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한울 3·4호기를 신규 건설할 경우 2030년 원전 비중은 36%에 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 제시는 빠졌다. 특히 이번 에너지정책방향이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국제적인 흐름과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줄어든 것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 비중이 아니라 오히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라며 “세계가 장기적 안목으로 재생에너지를 강화하는 마당에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고려해 균형있는 에너지 정책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등 전력수요가 많은 업종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하나의 에너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https://vop.co.kr/A00001616031.html
친원전·친기업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쏟아지는 우려 (민중의 소리, 조한무 기자, 2022-07-10 16:09:36 )
재생에너지 소외로 수출 경쟁력·전력망 안정성 우려…재계 민원 수용 내용에 공공성 저해 비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정책 방향은 탈원전을 뒤집기 위한 근거 마련 성격을 띤다. 재생에너지는 소외됐다. 전력망 안정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골자는 ‘탈원전 폐기’의 본격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난달에는 ‘바보짓’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원전 비중을 2021년 27.4%에서 2030년 30% 이상으로 늘린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하향 조정’으로 읽힌다. 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두고 “간헐성과 입지·수용성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보급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 발전 축소는 유보적이다. 전력 수급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원별 발전 비중은 올해 4분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확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2030년 전원별 발전 비중 계획이 원전 확대, 석탄 발전 유지, 재생에너지 감소의 경향성을 보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주요 국가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대폭 상향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하향시키려는 모순된 방향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명시했다. 올해 120억원 규모의 설계 분야 일감을 조기 집행한다. 노후 원전 수명도 연장한다. 향후 세워질 원전을 포함해 2030년 총 28기를 돌릴 계획이다. 지난해 정부가 2030년 가동 원전 수를 18기로 줄이겠다고 한 정책 방향을 뒤집은 것이다.
에너지정책의 급격한 선회가 법적 근거를 결여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발전소 건설은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돼야 한다. 15년간의 전력수급계획을 담은 전기본은 2년 주기로 수립한다. 전기본은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 토대를 둔다. 에기본은 20년간의 계획을 5년 주기로 수립한다. 현재의 제3차 에기본은 2019년 확정됐으며, 차기 계획은 2024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정책 방향으로 법정 계획인 제3차 에기본을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정부의 희망과 바람을 담은 비법정 계획인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으로 제3차 에기본을 대체한다는 건 법치주의 행정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RE100 문제없다” 눈 가리고 아웅
정부의 소극적인 에너지 전환이 수출 기업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는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RE100 가입 기업이 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에도 RE100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인식은 안일하다. 산업부는 지난 6일 설명자료를 내고 “국내 RE100 기업들의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RE100에 가입한 21개 한국 기업의 전체 전력 사용량은 25TWh 규모로,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 예상량 44TWh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RE100 가입 기업은 일부에 불과하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은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쓰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2위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두 기업이 한 해 쓰는 전력은 30TWh에 육박한다. 이들만 RE100에 가입해도 재생에너지가 모자라게 된다. 2019년 기준 전력 소비 상위 50대 기업 가운데 RE100 가입 기업은 5곳 정도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것이 아니고, 재생에너지 조달이 난망해 기업이 선뜻 RE100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RE100 가입 기업 업종을 보면, 전력 사용량이 큰 제조업·철강 기업은 소수이고, 생산 공장이 없는 통신사·금융사·지주사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지언 활동가는 “전력 다소비 기업은 아직 RE100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정부 해명은 지나치게 방어적”이라고 지적했다.
안정성 우려되는 원전 중심 전원 믹스
탈원전 폐기와 재생에너지 속도 조절은 공급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급 관리에 실패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초과하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린다. 한국도 2011년 전국적인 정전이 약 5시간 이어진 적이 있고, 이후에도 국지적인 정전을 수차례 겪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합은 공급 관리가 취약하다. 원전은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이른바 ‘경직성 전원’이다. 일종의 냉각재를 사용해 전력 발전량을 조절할 수는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려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는 기후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날씨가 좋을 때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 쓰는 방법이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든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할 전원이 필요한데, 원전은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
통상 재생에너지 비중이 20% 수준이 되면 불안정성이 발생한다고 본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하향한다고 해도, 2030년에는 20%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잡았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변동성 보완 중요성이 커지는 시기에 신한울 3·4호기가 완공되는 것이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졌을 때 원전 중심의 전원 믹스는 전력망 운영 안정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성 결여된 재계 민원 수용
이번 발표에는 재계 민원이 반영됐다. 대표적인 게 민간 LNG 도입 확대다. 에너지 공급망 강화를 위한 수입선 다변화 방안으로 제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건 아니다”라며 “기업 애로사항이 있으면 해소해주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GS EPS, SK E&S, 포스코에너지 등 재벌 그룹 LNG 발전 계열사는 외국에서 가스를 들여와 전력을 만들어 한국전력에 판다. 각사 연간 영업이익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민간 LNG 발전사는 가스를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조달하거나, 국제 시장에서 직수입할 수 있다. 두 조달처를 저울질하며 유리한 가격에 사 온다. 국가적인 에너지 조달 차원에서 보면, 민간과 가스공사가 경쟁하는 구조다. 민간이 국제 시장에서 각자 조달하도록 열어두면 가스공사 구입 물량이 줄어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다. 최근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재무개선을 위해 유연탄을 공동 구매해 구입단가를 절감하겠다고 한 것과 반대된다. 민간 LNG 도입이 공공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 탄소중립 투자 활성화를 명분으로 배출권거래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신·증설 공장에 대한 배출권 추가 할당 조건을 완화한다. 에너지정책 방향 발표 전후 대한상공회의소가 환경부에 건의한 내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은 정부가 매년 배출권을 준다.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팔 수 있다. 할당량은 기업의 배출량에 비례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배출권을 많이 준다. 배출권의 90%는 무상이고, 유상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신설 공장은 첫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배출권을 충분히 못 받는다는 게 재계 불만이다. 현재는 새로 구축한 시설을 가동해, 해당연도 예상 배출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 배출권을 추가 할당한다. 재계는 증가 폭 기준을 1.5배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한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증설 시설에 대한 추가 할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입장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배출권이 모자라면 돈을 내고 사면 될 일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배출권 할당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배출권 할당량은 2030년 NDC 목표를 상향하기 전에 산정됐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 NDC 목표를 기존 26%에서 40%로 높였다. 국가 차원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강화된 만큼 기업의 배출량을 줄여야 셈이 맞다.
한편, 환경부와 대한상의는 지난 6일 규제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이 탄소중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규제 걸림돌 해소를 비롯해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경제적 보상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정부는 기업이 탄소중립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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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tapa.org/article/5Vo42
문재인 정부 5년, 탈원전은 없었다 (뉴스타파, 조원일 기자, 2022년 06월 16일 20시 00분)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탈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내내 부침을 겪었고,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아예 정반대로 돌아서 친원전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으로 시작된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친원전 진영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탈원전의 실체는 없었다.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나마 월성1호기가 조기에 폐쇄됐지만 '탈원전의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타파는 탈핵 선언 5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탈원전 정책을 집행했다'는 잘못된 전제를 바로 잡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 내용과 그 진행 과정을 취재했다.
모두가 놀란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선언'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이른바 '탈핵 선언'을 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의 탈핵 선언은 미래 먹거리를 위협받은 친원전 진영 뿐만 아니라 탈원전 진영 또한 놀라게 했다. 수십년간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었던 원전의 위상이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해 급격히 뒤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심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환경단체를 대표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굉장히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제가 작성한 것 보다 (표현 강도가) 더 셌다. 대통령 연설문이 마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선언문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내용은 거창한데 어떤 목표를 어떤 경로를 통해 달성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갑갑했다"고 말했다.
탈핵 운동가조차 '너무 앞서 나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들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선언문은 어떻게 작성된 걸까.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고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릴 수 있으니 '탈핵' 대신 '에너지 전환'정도로 용어의 수위를 낮추면 좋겠다는 수석들의 제안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국가 정상들과 기후변화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해외 순방을 할 때마다 문 대통령의 생각이 크게 진전됐다"라며 "문 대통령은 철학적인 면에서 참모들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이 밝힌 탈핵 선언, 즉 탈원전의 핵심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였다. 탈원전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결국 3가지 핵심 과제를 임기 내에 마무리지었느냐로 판가름난다고 할 수 있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과 ▲2023년 4월 설계 수명이 만료 되는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 금지 ▲박근혜 정부에서 수명이 연장된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 등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대선 공약으로도 건설 백지화를 약속했지만, 임기 초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일찍이 건설 재개 결정이 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과제에서 빠지게 된다.
안전성 문제는 잊혀지고 '불법' 오명만 남은 월성1호기 논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월성1호기는 1982년 11월 최초 임계운전, 즉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2012년 11월, 3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면서 가동이 중단됐지만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년 수명 연장 결정이 내려졌다. 큰 문제가 없는 이상 2022년 11월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17년 2월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 환경단체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내려진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을 평가할 때는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월성1호기의 경우 월성2호기에도 적용된 바 있는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법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기본 법규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명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법에서 요구한 중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정성이 의심되는 원안위원들이 결정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결정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8년 6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이 주축이 된 한수원 이사회가 소송과 무관하게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다. 이미 1심 법원에서 수명연장 취소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상급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조치를 취한 것이다.
뉴스타파가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또 다른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한수원 이사회가) 사법부 결정에 의존해 재판 결과만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안전 문제를 방치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결정과 원안위 승인으로 월성1호기가 조기 폐쇄되면서 항소심 법원은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할 실익이 없다고 보고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재판을 종결한다.
이후 월성1호기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당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에 반발한 야당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는데, 2020년 10월 발표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인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월성1호기 가동중단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한수원이 왜곡된 자료를 이용해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할수록 손해를 본다'라는 취지의 잘못된 평가를 했다고 결론 내린다. 한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료를 조작해 가며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떨어트렸다는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감사를 앞두고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실도 감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2020년 11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이 한수원과 산자부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돌입하면서 사건의 성격은 '월성1호기 불법 폐쇄'로 굳어졌다. 검찰의 월성1호기 수사는 당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야당이 탈원전 공방에서 주도권을 쥐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된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정치적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원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국민 안전' 문제에서 '경제적 이익' 혹은 '정치 이념'으로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월성1호기의 안전성 문제만으로도 수명연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무능하게도 '경제성 조작이냐 아니냐' 같은 정치 프레임에 갇혀서 비판은 비판대로 받고 결국 정권까지 내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의 백지화
월성 1호기 논란 이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약속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가 영향을 미쳤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막지 못한 과정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안일함이 드러난다.
지난해 2월, 당초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공사 계획을 산자부에 제출하기로 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라 이 공사 절차를 중단시키려고 했지만 예기치 않은 법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정부가 원전 건설 계획을 바꿔 임의로 공사 절차를 중단시키게 되면, 현행법에 따라 한수원의 다른 발전사업이 추진이 중단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한수원이 법정 기한 내에 공사 계획을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향후 2년간 다른 발전 사업에 대해서도 한수원이 사업권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가 전력 공급계획에 차질을 빚은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늘리려고 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수원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던 상황. 결국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려 하다가 재생에너지 정책을 좌초시킬 수도 있는 정책적인 딜레마에 놓이게 된 셈이다.
결국 산자부는 궁여지책으로 한수원의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기간을 2023년 12월까지 연장해 주는 조치를 취한다. 다음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을, 문재인 정부가 열어 준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탈원전 등 정부 정책으로 인한 사업 변경으로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이 불이익을 받게 될 상황을 충분히 예상 가능했을 텐데 정부 여당은 왜 미리 대비하지 않았냐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위원이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에너지전환 입법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양이원영 의원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기자)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후속 절차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양이원영) "에너지전환 지원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이 반발했습니다."
(기자)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은 180석에 달하는 의석을 갖고 있었는데, 야당 반발이 있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양이원영) "제 개인의 무능인지,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2021년 6월 전에는 법안심사소위에 올려서 심의를 하자고 했는데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따로 언급이 없으셨던 건지, 청와대 비서진들이 일을 안 한 건지, 청와대에서도 적극적으로 통과시켜야 할 법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후원전 안전 규정 위반의 대가, 과태료 300만원... 그리고 '버티기'
문재인 정부는 2023년 4월 8일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도 막지 않았다. 공기업과 국가기관의 위법 행위와 방임이 지속되는 동안 가장 우선시 돼야할 국민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둔 노후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은 계속운전(수명연장)을 하든 폐쇄를 하든 정해진 기한에 맞춰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PSR)를 원안위에 제출할 법적 의무가 있다. 원안위는 먼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다음, 이어서 한수원으로부터 운영병경허가 신청을 받아 수명연장 혹은 폐쇄가 적절한지 심의해 결론을 내리는 절차를 밟는다.
2023년 4월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2호기는 2년 전인 2021년 4월까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런데 2020년 11월 한수원은 원안위에 계속운전 신청기한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다. 다시 말해, 고리2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하는데 그에 필요한 절차를 좀 미뤄 달라는 것이다. 앞서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 기준을 다시 만들어서 평가하라고 했는데, 고리 2호기에 대해 새 기준을 마련해서 적용하려면 원안위 제출 시한을 지킬 수 없다는 게 한수원 측이 밝힌 이유였다.
여기에 대해 원안위 측은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기한과 계속운전 신청 기한은 관련이 없으며 원안위는 안전성을 심사하기 때문에 경제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수명연장을 하든 하지 않든 안전성 평가 보고서는 기한내에 제출해야 하며, 경제성 여부는 원안위의 심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연장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그러나 답변 내용은 또 있었다. 만약 한수원이 고리2호기의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겼을 경우 과태료 300만원을 물어야 하며, 다만 향후 수명연장(계속운전)을 신청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전한 것이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원전 1기당 수조원의 건설비가 들어가는 한수원 입장에서는 제출 기한을 어겨도 처벌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며, 수명연장에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상의 면죄부였던 셈이다. 한수원은 2021년 4월까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원안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원안위는 2022년 5월까지 한수원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원안위는 뉴스타파 질의에 "한수원이 제출한 안전성평가보고서(PSR)에 대한 서류적합성 검토를 진행 중이며, 제출기한 도과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여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원안위가 한수원의 안전 절차를 위반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세금 몇 푼만 미납돼도 국민들은 과태료를 물고 처벌을 받는데 유독 한수원에만 그렇게 너그러운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대선 이후인 2022년 4월에서야 원안위에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곧이어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공식화했으며,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 절차는 진행하지 못했고, 고리2호기 수명연장 역시 막지 못했다. 이미 법원에서 수명연장을 취소한 월성1호기를 뒤늦게 조기 폐쇄했으면서도 불법으로 낙인찍히고 탈원전 정책의 명분조차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핵, 탈원전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으로 그쳤다.
흔적 없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거시 지표를 확인해도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이 있었다는 흔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전력공사가 공개한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량 지표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8%, 2018년 23.4%, 2019년 25.9%, 2020년 29%, 2021년 27.4%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감소 추세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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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연간 에너지원별 발전량 지표. 탈원전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원전의 비중은 줄지 않았다.
2018년 원전의 발전 비중이 23.4%까지 하락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탈원전 정책의 여파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원전 설비의 부실시공으로 인한 보수 때문에 정비 기간이 늘어나면서 가동률이 줄어든 것이 발전 비중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특히 전남 영광군에 소재한 한빛4호기의 경우 2017년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건물에 공극, 즉 미세구멍이 발견되면서 그해 5월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갔으며 2022년 6월 현재도 정비를 진행중이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원자력 분야에 투입된 정부 지출 규모 역시 증가했다. 양이원영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7,380억원이었던 원자력 분야 정부 지출은 2021년 8,647억원으로 17%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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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원영 의원실의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원자력 분야에 지출된 정부 예산 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탈'탈원전 속도 높이는 윤석열 정부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지휘했던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통령 취임 이후까지 줄기차게 친원전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및 에너지 정책 구상은 조만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미 예고한 대로 문재인 정부에서 막지 않았던 신한울 3·4호기의 조속한 건설과 고리2호기를 포함한 무려 10기에 달하는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 차례차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에 대해서는 2편 <번짓수 틀린 윤석열 정부 에너지 정책>에서 다룬다.
https://newstapa.org/article/cT0NN
한전 적자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탓이라고? (뉴스타파, 신동윤 기자, 2022년 06월 16일 20시 00분)
올해 1분기 한국전력은 7조 8천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습니다. ‘사상 최대’ 적자가 났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죠. 그런데 몇몇 언론에서 쓴 기사들 중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적자의 이유가 좀 이상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역대 최대 적자를 내게 된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상하죠.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는데 탈원전 때문에 적자가 났다니…
그럼 한전이 이렇게 큰 손실이 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는 2005년부터 한전의 영업실적과 국제 유가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보시면 이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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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와 한전 영업실적 추이 (출처 : 기후솔루션)
보시다시피 주황색 선이 국제유가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고 파란색 막대그래프가 한전의 실적을 나타낸 겁니다. 2015년, 2016년 한전 영업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매우 높은 것을 볼 수 있네요. 그때 유가는 $40~50 선에서 왔다 갔다 한 것을 확인할 수 있고요. 반면에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올 1분기를 보면 유가가 $95.5로 나와있네요. 이를 봤을 때 한전 영업 실적은 국제 유가 추세와 반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왜 한전의 영업실적은 국제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게 되는 걸까요? 이유는 국내의 전력생산 구조 때문입니다.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이거 보시면 문재인 정부 기간에 원자력 발전은 2018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오르는 추세였네요. 그런데 2022년 1분기 적자가 문재인 정부 때 원전 정책 때문이라니 잘 동의가 되진 않습니다.
다시 한전의 영업실적과 국제유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2021년만 놓고 봤을 때 국내 석탄과 가스 발전의 비중은 전체의 65.3%를 차지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석탄, 가스, 유가 등 연료비가 오르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도 커지게 되죠. 문제는 전기요금은 사실상 국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오르면 자연스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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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지불한 발전원별 전력정산금 (출처 : 기후솔루션)
2021년 1분기와 2022년 1분기에 한전이 발전사에 대금을 얼마나 지불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올해 LNG와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불한 금액이 전년도 동기 대비 훨씬 많아진 게 확인되네요. 오히려 원전에 지급한 대금은 줄었으니 적자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됐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결론적으로 이번 한전 적자의 근본적인 이유는 화석연료 의존을 많이 하는 국내 전력 구조에서, 국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유가, 가스, 석탄 등 원료비가 급증한 탓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https://www.khan.co.kr/economy/market-trend/article/202206232216005
한전 사상 최대 적자, 원인이 ‘탈원전’? (경향, 박상영 기자, 2022.06.23 22:16)
전기료 인상 놓고…경영 성과 논쟁 ‘탈원전 정책’으로 번져
한덕수 총리 “원전 역할 있는데
신재생으로 급전환해 비용 압박”
문 정부 때 원전 비중 매년 증가세
올해 이용률, 박근혜 정부보다 높아
폭등한 연료비, 전기료 미반영 탓
“가격 결정, 독립 기구서 맡아야”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에 대해 정부가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을 앞두고 방만 경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탈원전 정책 비판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전의 불어난 적자는 급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는 만큼, 정치 쟁점화 대신 요금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원자력발전이나 석탄이 가진 기저전력으로서의 역할이 안 된 상태에서 신재생 위주로 가니 비용 요인이 굉장히 압박됐다”며 한전 적자 원인을 탈원전으로 돌렸다.
지난 2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며 자구 노력을 주문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탈원전 정책을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한 총리의 이 같은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했지만 국내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발전량 비중은 집권 첫해에 비해 늘었다.
지난해 전력거래량(53만7014GWh) 중 원전 비중은 28.0%(15만441GWh)에 달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당시 27.1%(14만1278GWh)보다 0.9%포인트 높은 수치다. 원전 비중은 2018년 23.7%로 낮아졌지만 그 뒤 해마다 늘어 2020년에는 29.6%까지 증가했다.
원전 이용률도 올해 들어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4.1%로 박근혜 정부 임기(2013~2016년) 평균 원전 이용률(81.4%)보다 높았다. 비록 4월에 76.8%로 낮아지긴 했으나 5월 들어 다시 82.0%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발전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원전 비중은 늘었지만 한전이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가격은 kWh당 140.3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10원)보다 77.4% 상승했다. 이는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LNG 열량단가는 Gcal(기가칼로리)당 4만5636원에서 8만3338원으로 82.6% 올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한전 적자는 연료비 급등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들은 신한울 1·2호기 가동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한전의 적자 폭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신한울 1호기는 2017년 4월, 2호기는 2018년 4월 가동 예정이었지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기됐다.
그러나 원전이 운영됐더라도 올 1분기 7조원이 넘는 적자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더 많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금 한전의 적자는 단순히 하나의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폭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반영하지 못한 전기요금 체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적기에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작동은 멈춘 상태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이를 도입했지만 지난해 1분기에 kWh당 3원을 ‘인하’한 뒤 2·3분기에는 동결했고 4분기에는 다시 3원을 올렸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함에 따라 사실상 요금은 제자리걸음이다. 연료비 급등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때 올리지 못하면서 한전 적자는 누적됐다.
원가주의에 기반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독립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산업부가 지난 21일 개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전기요금 등의) 가격 결정에 있어서 독립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인력과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48704.html
[사설] “전기요금 동결” 결국 폐기, 전 정부 탓 말고 사태 직시해야 (한겨레, 2022-06-27 18:40)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7월부터 킬로와트시(㎾h)당 5원 올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했지만, 당선 뒤 4월 인상(6.9원)을 눈감은 데 이어, 이번에 한전의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 요청을 수용함으로써 ‘전기요금 동결’ 공약을 공식 폐기했다. 조정요금 인상폭도 분기당 ±3원으로 제한하고 있는 약관을 고쳐 한꺼번에 연간 상한폭인 5원 올리게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11원 올렸다.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4인 가구 한달 부담이 3755원가량 늘어난다.
전반적인 물가 급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이 크지만,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값이 급등했지만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면 3분기에 ㎾h당 33.6원을 올려야 한다고 산업부에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조정요금 3원 인상 요청 때는 10.8원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는데, 그사이 발전 연료비가 급등한 것이다.
이렇게 인상 요인이 쌓여가는데도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키지도 못할 ‘동결’ 공약을 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다. 공약 파기가 불가피해지자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은 볼썽사나웠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한국방송> ‘일요진단’에 출연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된 것은 지난 5년간 잘못된 에너지 정책 때문”이라며 ‘점진적 탈원전’ 정책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전기요금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서민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긴 했지만, 천연가스 가격 폭등도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의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를 그만두고,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 한전은 10월에 ㎾h당 4.9원 추가 인상할 예정이지만, 지금의 연료비 수준이 유지된다면 도매가격과 판매가격 사이에 차이가 약간 좁혀지는 것에 그칠 뿐이다. 전기요금을 더 올리면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올리지 않을 경우 한전의 적자가 커진다. 두가지 상반되는 과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국민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전력 소비를 줄이는 정책을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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