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는 길/쉬어가며 보는 영화

프렌즈: 더 리유니언 Friends: The Reunion, 2021

새벽길 2022. 3. 20. 00:29

프렌즈: 더 리유니언 Friends: The Reunion, 2021
로맨스/멜로/코미디, 미국, 러닝타임 104분
감독: 벤 윈스턴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매튜 페리, 커트니 콕스, 매트 르블랑, 리사 쿠드로, 데이비드 쉼머

한마디로 추억팔이였다. 물론 오랜만에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 빌리지 세트장을 재현하여 거기서 레이첼, 모니카, 피비, 조이, 챈들러, 로스  6명을 한자리에 모두 볼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그들의 만남 자리를 영화로까지 만들 것은 무리였다. 더욱이 그 중에 69년생으로 가장 어린 제니퍼 애니스톤에게서 과거의 그 레이첼 느낌이 전혀 나지 않고 중년의 여성이 그냥 나와 있는 듯해서 넘 안쓰러웠다. 오히려 다른 배우들은 나이든 게 어색하지 않은데 말이다. 여기에 프렌즈로 영어공부를 한 RM이 나올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알엠뿐만 아니라 BTS 멤버 모두 나왔다. 

이런 식의 과거를 회고하는 연예프로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난 그 때 뭐했나, 이런 추억과 좋은 벗들, 동지들을 왜 만들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과 함께 지금도 늦지 않았지, 지금부터 만들면 되지 하는 다짐을 동시에 하게 된다. 50이 넘어가면 반백이라고 꺾어진 것을 강조하곤 하지만, 사실 벌써 뭘 정리할 때는 아니지 않은가. 물론 노안이 왔고, 과거만큼 체력이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고, 머리회전도 그리 빠르지 않다. 동년배들 중에는 이미 직장을 그만두었거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뭔가 제대로 한 게 있는 것 같지 않고, 여전히 보고, 가고, 하고, 느끼고, 싸우고, 즐기고, 사랑하고, 감동받고... 이런 게 많다고 생각한다. 

여유로운 것과 느슨해지는 것은 다르지 않나. 물론 나이에 맞는 언행은 나이를 먹을수록 필요하다. 과거만큼 지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신까지 나이에 맞게 둔감해지면 그 만큼 더 늙어가는 게 아닐까. 
거참, 영화같지도 않은 영화 한편 보고 별 소리를 다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