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의 생각/포털, 언론, 인터넷

김어준과 싸가지 없는 진보 (뉴시스, 김호경, 2021-02-25)

새벽길 2021. 3. 3. 00:53


뉴시스의 김호경 정치부장은 김어준, 김진애, 김용민 등을 '싸가지 없는 진보'라고 보는 듯한데, 이들이 싸가지가 없다는데 동의하지만, 진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들이 패악질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이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이른바 '대깨문' 진영의 자정능력 결여를 보여준다. 

[스토리 칼럼] 김어준과 싸가지 없는 진보 (서울=뉴시스, 김호경 정치부장, 2021-02-25 11:50:38)
한국 언론이 저널리즘 원칙과 동떨어진 수준 이하의 불량 보도를 지속하며 스스로 초래한 극도의 불신 사태에 필자도 평소 다른 이들 못지않게 문제의식이 컸던 터라 저들의 정서, 피해의식, 방어기제를 한편으로는 이해도 한다. 그러나 일반 네티즌도 아니고 진보 진영의 스피커로 꼽히는 이들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무분별한 적대감을 동원하는 선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싸가지' 문제에 더욱 천착해야 한다.

며칠 전 뉴스공장에 국민의힘 조은희 서울시장 후보가 출연해 "교통방송을 정권의 나팔수가 아니라 시민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면서 김씨의 종전 여러 발언들을 열거했다. 이에 김씨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한다. 앞뒤 맥락이 잘린 멘트가 나간 경우가 많다"면서 뉴스공장을 직접 듣고 좀 얘기하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실제 김씨가 그간 물의를 빚었다고 알려진 발언들은 방송을 직접 들어보면 맥락이 거세되거나 침소봉대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씨는 본인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맹렬한 비판의 표적으로 삼은 언론사의 기사들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앞뒤 맥락도 자른 채 성급한 일반화와 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를 자행하는 것이다. 포털에서 눈에 띈 일부 단편적인 기사의 제목만 보고 거칠게 싸잡아서 무책임한 인상비평을 가하는 비슷한 유형의 발언들이 여러 건이 있는데, 절대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법이 없는 김씨의 전투 일변도 스타일이 오히려 진보층의 많은 이들을 열광시키고 또 전염시키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뉴시스 기사에 서로 상반된 이유로 악플을 다는 장면이 매일 되풀이된다. 포털 통계 자료를 보면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한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들조차 아무리 내용이 길어도 기사당 평균 체류 시간이 30초가 채 안 된다. 본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다짜고짜 '기레기'를 규탄하는 댓글을 다는 현상이 일상이 돼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나라 언론이 사안마다 결론을 정해놓고 과잉 해석으로 매일 독자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대신 사실 보도에만 충실해도 바닥에 떨어진 언론 신뢰도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쟁점이 된 사안들은 양면성, 또는 다면성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쪽 측면만 부풀리고 다른 측면은 축소하거나 아예 보도를 안 하는 식의 방향성이 논조라는 명목으로 만연해 있다. 기자와 언론사의 과도한 주관으로 누더기처럼 오염된 기사들보다 객관적 팩트 위주의 사실 보도로 독자들이 충분한 판단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차라리, 훨씬 낫다고 본다.

통신사 뉴시스의 보도에 대해 각자 자기 지향에 따라 이런저런 시비를 논하는 건 자유이겠으나 허위 음모론을 제기하고 가짜뉴스까지 생산하면서 부당한 비방과 선동을 일삼는 행위는 삼가는 게 좋겠다.

 

[스토리 칼럼] 김어준과 싸가지 없는 진보

[서울=뉴시스] 김호경 정치부장 = 1

www.newsis.com